나란 무엇인가 - 진정한 나를 깨우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철학 에세이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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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무엇인가]개인에서 분인으로, 다양한 면을 가진 나를 이해시키는 책...

 

 

가제본으로 만난 히라노 게이치로의 저서 <나란 무엇인가>

제목은 철학적이지만 처음엔 소설인 줄 알았다. 부제인 ‘개인(個人)에서 분인(分人)으로’를 본 이후엔 심리학 서적인가 싶었다.

 

저자는 분인(分人)이란 개인보다 한 단계 작은 단위, 새로운 단위라고 한다. 저자는 개인의 영어 표현인 individual의 어원을 직역하며 ‘불가분’ 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다’는 의미에 대해 반기를 든다. 분인은 dividual로 ‘나눌 수 있는’의 의미다. 여러 모습의 나를 여러 분인이라는 개념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 책은 분인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키고 그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실제로 인간은 천의 얼굴, 만의 얼굴을 하고 있다. 상대에 따라 반응하는 내가 다르다. 그렇게 모든 인간관계에서 한 개인이 보여주는 모습은 한결 같지가 않다. 회사에서의 모습, 가정에서의 모습, 친구나 연인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제각각이다.

 

물론 타자와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억지로 강요당한 ‘가짜 나’로 산다는 것은 아니다.(8쪽)

한 명의 인간은 여러 분인들의 네트워크이며, 거기에 ‘진정한 나‘라는 중심 같은 것은 없다. (9쪽)

 

아이든 어른이든 인간은 타인의 낯빛을 살피며 ‘진정한 나’와 ‘표면적인 나’를 구분하며 살아가게 된다. 하루에도 여러 가지 얼굴을 하고 살아간다. 이게 필연이라면 나뉠 수 없는 개인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가진 다양한 분인으로 인간을 재조명해야 한다. 저자는 ‘진정한 나’란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가진 것을 인정하는 ‘분인’의 종합 세트임을 강조한다.

 

만약 캐릭터나 가면이 표면적인 나, 거짓된 나라면, ‘진정한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나는 어디에 있는가?

 

히라노 게이치로는 단 하나뿐인 ‘진정한 나’는 존재하지도 않기에 대인관계마다 드러나는 여러 얼굴이 모두 ‘진정한 나’임을 강조한다. 인과의 분인, 부모와의 분인, 직장에서의 분인 등 각기 다르게 관계 맺는다. 그 사람의 개성이나 됨됨이도 ‘여러 분인의 구성 비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 ‘참다운 자아’는 단 하나가 아니다. 상대에 따라 몇 가지 모습으로 변한다는 개념이다.

 

분인의 조건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이어야 한다. 그런 반복을 통해 형성되는 패턴 같은 것이다. 사회적인 분인과 그룹용 분인, 특정 상대용 분인, 다종다양한 분인의 집합체, 중심이 되는 분인, 기분 좋은 분인화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사회적인 분인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범용성이 높은 분인이며 일상생활의 여러 상황에서 살아가는 미분화된 분인이라고 정의한다. 보다 구체적인 분인으로 분화할 준비가 된 상태를 말한다. 그룹용 분인은 사회적인 분인이 보다 좁은 범주로 한정된 분인이다. 특정 상대용 분인은 사회적 분인과 그룹용 분인을 거쳐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분인이다. 개인과 개인의 분인화가 안 되면 분인화의 실패인 것이다. ‘거짓된 나’는 타인에게 동조해서 그때그때 연기하는 모습이라는 이미지다.

 

로봇과 인간의 최대 차이점은 로봇은 -지금 상황에서는-분인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96쪽)

 

방미인이란 분인화에 능란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당히 맞춰주면 통한다고 얕보고, 상대에게 맞춘 분인화를 시도하지 않는 사람이다. (97쪽)

 

만나는 사람에 따라 분인의 수는 달라지겠지만, 감당할 수 있는 분인의 숫자에 따라 실제로 사귀는 사람 숫자가 자연적으로 조정된다. 누구를 사귀느냐에 따라 자신의 분인 구성 비율이 변한다. 그러니 개성이란 불변의 개념이 아니라고 한다.

 

인간은 통하는 사람, 통하지 않는 사람, 끌리는 사람, 끌리지 않는 사람에 따라서 반응은 달리지고 리액션도 달라진다. 상대에 따라 순식간에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개인이란 개념의 모순에서 출발해서 분인으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인간의 다중성을 설명하고 있기에 공감한다. 인간의 육체는 나뉠 수 없지만 인간 자체는 여러 분인으로 나뉜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분인을 단위로 인간을 판단하는 사고방식이 참신하다. 어떤 분인이 중심이 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나로 변신하는 분인, 분인주의적 육아론, 좋아하는 분인이 많아질수록 긍정적이 된다는 말, 사후에도 살아가는 분인의 존재 등 모두 신선하면서도 공감가는 내용이다. 참으로 대단한 분석이다.

나의 정체성을 여러 모습을 한 분인의 집합체로 봐야 한다니, 저자가 말하는 분인이란 개념은 성격, 가치관 등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개념 같다.

 

하루에도 여러 번 바꾸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대상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목소리부터, 표정, 제스처, 대화의 내용까지도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나 스스로가 다양한 면모를 지니고 있음을 늘 생각했기에 저자의 이야기가 낯설지는 않다.

 

개인과 분인의 관계를 읽다 보니 분자와 원자의 관계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하나의 원자들이 모인 분자처럼 개인도 하나하나의 분인이 모인 결합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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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트 선장의 아이들 1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11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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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트 선장의 아이들/열림원] 탐험소설의 대가 쥘 베른의 소설을 만나다~

 

 

유년기에 읽은 동화들을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다는 건 새삼스럽지만 반갑고 즐거운 일이다. 추억의 동화는 유년의 시절로 돌아가 시간여행을 하는 설렘을 선물하니까. 지금도 기억이 뚜렷한 『해저 2만리』『15소년 표류기』『80일간의 세계일주』등은 무척 흥미 있게 읽은 추억의 책이다. 그 모든 책들의 작가가 쥘 베른 이란 건 독서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유년기의 책들은 책 제목과 신나게 읽었던 느낌만 남아 있으니까.

 

쥘 베른은 1828년 프랑스 항구 도시 낭트에서 태어나 늘 바다 너머를 동경했다고 한다. 열한 살 때 사촌 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산호 목걸이를 선물하려고 인도 행 무역선에 몰래 탔다가 혼이 나기도 했다고 한다. 이후 아버지에게 “앞으로는 꿈속에서만 여행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상상과 모험여행을 꿈꾸었다니, 놀라운 작가다.

그는 20대엔 극작가를 지망했고, 34살에 쓴 『기구를 타고 5주간』이 그 이듬해 출판되면서 큰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1년에 1편 이상의 경이로운 여행기를 발표하면서 전 세계의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1905년 죽을 때까지 무려 80편이 넘는 장편소설을 썼다니, 대단한 작가다. 40년의 작가 생활 동안 매년 2편의 명작을 발표한 셈이다.

 

『그랜트 선장의 아이들』의 이야기는 스코틀랜드 귀족인 글레나번 경과 그의 아내 헬레나의 최신형 요트인 덩컨 호에서 시작한다.

이 부부는 덩컨 호를 타고 가다가 무서운 귀상어 종류인 망치상어를 잡게 된다. 상어의 탐욕을 확인하고자 가른 배의 내장에서 유리병을 발견하게 된다. 그 병 속에는 3개 국어로 된 세 개의 지워진 문서가 있었고 글자를 맞춰 해독한 결과 그랜트 선장이 보내온 구조신호라는 것이다. 그랜트 선장 일행은 ‘브리타니아’ 호를 타고 가다가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대륙에 상륙하려다가 인디언들에게 붙잡힐 위험에 빠졌고, 이후 위도 37도 11분에서 이 문서를 바다에 던졌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조사 결과, 그랜트 선장이 스코틀랜드의 식민지를 세우기 위해 위험한 항해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정의감에 찬 글레나번 경은 구조에 대한 사명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글레나번 부부는 그랜트 선장 일행이 조국으로 돌아오도록 돕기로 한다. 이들 부부는 글레나번 경이 낸 광고를 보고 찾아온 그랜트 선장의 아들과 딸과 함께 원정대를 꾸려 모험을 떠난다. 배를 잘못 알고 승선한 매력적인 수다쟁이 지리학자 자크 파가넬과 함께 말이다.

 

이들은 남위 37도에 맞춰 남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게 되는데…….

안데스 산맥을 넘는 과정에서 지진으로 죽을 위험에 빠지기도 하고, 동물들의 뼈다귀 무더기들에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붉은 늑대들의 위협, 신기루, 노아의 홍수 같은 홍수로 인한 대 범람으로 인한 표류를 경험하기도 하고, 험준한 타팔케 산맥, 탄틸 산맥 등을 넘으면서 파타고니아 인디언 탈카베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탈카베를 통해 선장으로 추정되는 유럽인의 행적을 알게 되지만 험한 탐험 끝에 얻은 결론은 문서 해석을 잘못했다는데…….

 

 

문서를 잘못 해독하는 바람에 방향을 잘못 잡았기에 그랜트 선장이 없는 곳에서 그랜트 선장을 찾는 해프닝을 벌였다니. 하지만 이들은 그랜트 선장을 구조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지리학자인 자크 파가넬의 활약으로 알게 된 그랜트 선장이 떠났다는 오스트레일리아를 향해 다시 긴 모험여행을 떠나게 된다.

 

직선을 그린 남아메리카 대륙 횡단은 이렇게 끝났다. 산도 강도 여행자들의 꿋꿋한 행진을 방해하지 않았다. 그들은 인간의 악의와 싸울 필요는 없었지만, 자연은 종종 그들에게 맹위를 떨쳐 그들의 고결한 용기를 인내력의 한계까지 시험했다. (348쪽)

 

웅장하고 장대한 자연에의 도전하는 여행, 식물과 동물의 생태를 체험하고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는 탐험 여행이기에 긴장감이 제대로다. 신대륙을 향한 탐험에 대한 대담한 용기와 열정, 끝없는 모험심,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야기들에 스릴과 전율이 일 정도다.

 

이 책은 열림원의 쥘베른 걸작선 11번째 이야기다. 『그랜트 선장의 아이들』은 총 3권으로 이뤄진 해양모험소설이다. 프랑스 SF소설의 거장인 쥘 베른의 소설을 만나서 행복하다. 신비한 여정으로 가득한 그의 소설들, 모두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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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통으로 읽는 한국사 1 - 선사 시대부터 통일 신라 알기 쉽게 통으로 읽는 한국사 1
이진경 기획.글, 임익종 그림, 여호규 감수, 오영선 기획 / 시공주니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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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통으로 읽는 한국사]인류의 탄생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 재밌는 한국사~

 

역사 공부는 우리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역사 공부의 목적은 선조들의 이야기에서 역사적 교훈을 얻고 잘못된 전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어제를 알고 오늘의 발판으로 삼아 더 나은 내일을 열어가기 위해서다.

『알기 쉽게 통으로 읽는 한국사 1』은 인류의 탄생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를 다루고 있다. 우리의 고대사를 왜곡한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항할 수 있는 고대사 지식을 익힐 수 있는 책이다.

 

선사 시대, 고조선과 여러 나라들, 고대 역사를 장식한 네 나라, 삼국을 통일한 신라와 고구려를 이는 발해 등 모두 4장으로 나뉘어 있다.

 

역사 공부가 어렵다고 느껴질 때는 만화나 동화, 소설, 사극 드라마를 통해 접근하라고 포문을 연다. 역사공부와 관련된 책으로 소개하는 것은 이문열의 《들소》다.

이문열의 《들소》는 신석기 시대에서 청동기 시대로 넘어가는 시점을 배경으로 하기에 선사 시대의 풍습이나 권력과 재산의 탄생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음, 읽어 봐야겠다.

 

처음에 나오는 50억 년 전 태양의 탄생, 46억 년 전 지구의 탄생, 생명체의 진화과정들, 5억 7000만 년 전 고생대, 70만 년 전 구석기 시대, 1만 년 전 신석기 시대, 3500년 전 청동기 시대로 내려오는 지구의 족보를 보니 까마득한 옛 이야기다. 한반도가 시작하는 이야기다. 공룡이 살다가 사라지는 중생대 흔적이 남해안 여수, 고성 등에 남겨져 있다고 한다.

 

용어를 쉽게 풀어 쓴 우리말 명칭이 재미있다. 남쪽 원숭이(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손쓴 사람(호모하빌리스), 곧선 사람(호모에렉투스), 슬기 사람(호모사피엔스), 청동 잔무늬 거울(다뉴세문경) 등......

 

 

구석기인인 곧선 사람이 한반도에 살았지만 우리의 직접적인 조상은 아니다. 충청북도 청원군 두루봉 동굴에서는 구석기 시대에 살았던 쌍코뿔이 화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두루봉 동굴에서 발견된 ‘흥수 아이 유골’은 슬기 사람으로 파악되며 국화꽃 가루가 발견됨에 따라 그 시대의 장례문화를 알 수 있는 유물이라고 한다.

 

농사를 시작하면서 정착하게 되는 신석기, 도구를 만드는 기술의 발달과 저장을 위한 토기의 발달, 벼농사가 시작된 청동기, 다수의 국가가 세워지는 철기 시대.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의 탄생, 쑥과 마늘을 먹고 곰이 웅녀가 되는 단군신화에 이르는 이야기들, 쉽고 재밌게 설명하고 있다.

 

고대부터 쑥과 마늘은 한반도에 흔한 작물이었나 보다. 그 시절에도 쑥과 마늘이 건강식인 줄 알고 있었을까.

곰 부족과 환웅 부족의 결합을 신화로 만든 이야기, 단군 조선과 위만 조선의 차이, 고대국가인 4국들,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부여와 고구려의 후손이 세운 백제, 신라의 진성여왕이 왕이 된 사연, 수로왕과 허황옥의 결혼 등 역사 이면의 내용들도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윷놀이의 원조가 부여라는 이야기, 임금의 무덤에는 능(릉), 왕의 무덤으로 보이지만 확실하지 않을 땐 총, 왕족의 무덤인지 귀족의 무덤인지 확실하지 않을 때는 분을 붙인다는 이야기 등 용어 설명이 친절하다.

 

인류의 탄생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 다양하게 보여주는 재밌는 한국사다. 자세한 설명들이 이해를 돕고, 만화로 재미를 더한다. 사진과 그림으로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워크북이 있어 지식의 깊이를 더하고 논술 실력도 기르게 한다.

한반도의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을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솔깃한 내용들이다. 청소년을 위한 통으로 읽는 한국사, 재미있고 알차기에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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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인문학 길잡이 - 초보자를 위한 인문학 사용설명서
경이수 지음 / 책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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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인문학 길잡이]맥베스, 이방인, 월든, 도덕경, 맹자 등이 한 자리에...

 

산다는 게 무엇일까? 궁금해질 때 읽고 싶은 책이 인문학 관련 서적이다. 나보다 앞서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엿보고 싶기도 하고, 그들의 지혜를 닮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서다. 현실의 무게를 내려놓고 완전 무장해체한 채 머리와 가슴을 비우고 읽다가 보면 어느새 차곡차곡 쌓이는 뭔가가 있다. 그런 전율, 그런 깨침을 위해 나는 또 한 권의 인문학 책을 펼쳐든다. 『친절한 인문학 길잡이』

 

초보자를 위한 인문학 사용설명서라는 친절한 설명이 있다. 늘 인문학 서적을 읽지만 늘 초보자다. 배울수록 부족함만 보이고, 알수록 애매모호해지기만 한다. 늘 초보자이기에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장점은 있지만 언제쯤 인문학에, 삶에 도통해 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책에서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월든』,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노자 『도덕경』,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빅터 프랭클『죽음의 수용소에서』, 공자 『논어』, 셰익스피어 『맥베스』, 카뮈『이방인』, 마크 트웨인『허클베리 핀의 모험』, 맹자『맹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명상록』, 도스토예프스키『죄와 벌』, 헤르만 헤세『수레바퀴 아래서』, 플라톤『소크라테스의 변명』, 버트런드 러셀『행복의 정복』등 15권의 고전에 대한 인문학 탐험 여행이 펼쳐진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

 

넘쳐나는 욕심에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할 때면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답을 찾으라고 한다. 권력에 대한 탐욕과 죄책감이 인간을 파멸로 이끌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맥베스』니까.

 

『맥베스』는 세 마녀의 예언으로 시작한다. 세 마녀는 맥베스에게 곧 코도어의 영주가 될 것이고 왕까지 될 거라고 예언한다. 그동안 불만 없이 잘 살던 맥베스에게 마녀들의 예언은 악몽이 되어 버린다. 삶에 만족하며 충실하게 살던 맥베스는 이후 권력과 욕망에 눈을 뜨게 되면서 삶의 뿌리가 흔들리게 된다.

 

마녀들의 꾐에 빠지기 전의 맥베스는 누구보다 왕의 신임을 받던 충신이었다. 전쟁에서 왕을 위해 목숨을 걸고 용맹하게 싸운 대가로 맥베스는 비어 있던 코도어의 영주가 된다. 왕은 절대적으로 신임했던 전 코도어의 영주의 반역에 실망하면서 그를 처형했던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진실한 얼굴은 드러나지 않는 지 왕은 맥베스에게도 당하게 된다.

 

인륜의 동정심이 내 사악한 목적을 흔들지 않도록, 그래서 이루려는 목표와 그 끔찍한 결과 사이에 타협이 생기지 않도록, 살인을 관장하는 악마들아, 내 유방에 들어와서 내 젖을 쓸개즙으로 바꿔다오. (131쪽)

 

맥베스의 아내는 남편의 여리고 착한 마음을 이용해 왕을 죽이겠다고 벼르고, 결국 맥베스는 살기등등한 대담한 아내와 함께 왕을 살해하고 왕좌에 오르게 된다.

눈앞에 보이는 권력 앞에서 무심, 무욕. 무탐해지기가 무리일까? 인간의 진실한 얼굴을 보기가 이다지도 어려울까?

 

하지만 삶은 공평할 때도 있는 법이다.

세상 부러울 것 없는 권력을 손에 쥔 맥베스와 그의 아내는 점점 고통 속으로 빠지게 된다. 사악하던 그의 아내마저 심각한 몽유병으로 힘들어 하다가 자살을 하게 된다. 피 냄새가 나고 핏자국이 어른거리고, 그가 죽인 사람들의 유령을 보지만 권력에 대한 욕심을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맥베스는 권력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살인에 대한 죄책감으로 점점 미쳐가게 된다.

 

언젠가는 죽을 목숨이었지. …… 삶이란 단지 걸어 다니는 그림자에 불과할 뿐. 무대에 서 있는 동안은 뻐기고 안달하지만 그 후에는 더 이상 소식조차 들을 수 없는 삼류 배우와 같은 거야. 소리와 격분만 가득하고 아무 의미도 없는 천치의 얘기, 그게 바로 인생이야. (137쪽)

 

마지막을 장식하는 대사는 맥베스 역을 맡았던 삼류 배우의 애달픈 인생의 깨달음에 대한 독백이다. 사랑과 권력도 극심한 심리적 고통 속에서는 부질없음을 깨닫게 된다는 독백이다. 진정한 권력이란 타인을 피해주면서까지 얻게 되는 성공이라면 비극적인 성공이다.

 

비극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희곡의 마지막 대사가 삼류 배우의 넋두리라니, 화려한 무대 조명이 꺼지면 암담한 가난과 고통이 펼쳐지는 삼류 배우의 현실을 담은 극을 마친 배우의 넋두리에 동질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죽음 앞에서는 부와 명예도 어리석은 천치의 선택임을 관객을 향해 읊조린다.

 

누구에게나 권력욕은 있는 법이다. 욕망과 이기심은 아무리 자제 하려고 해도 무슨 미물처럼 꿈틀댄다. 아무리 욕심 없이 살려고 해도 욕심은 화산처럼 분출하기만 한다. 그러니 욕심을 버리라는 말은 사실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말이다.

맥베스의 이야기를 통해 욕심을 버리는 법, 행복해 지는 법, 건강하게 즐겁게 사는 법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400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세 마녀의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나를 지키기 위해 새삼 다짐하게 된다. 빈 몸으로 왔다가 빈 몸으로 가는 인생임을 다시금 깨친다.

 

평소 희곡 읽기는 익숙하지 않아서 어렵게만 느꼈다.

희곡을 재미있게 읽기 위한 저자의 조언을 보면.....

일단 극 중 캐릭터를 이해하고 인물 간의 갈등 심리에 빠지게 되면 어떤 소설보다 생동감 있게 읽히면서 극 중 캐릭터가 살아 숨 쉰다고 한다.

 

영국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나라 영국, 영국 국토의 13배나 넓은 인도 땅보다 문화적 자부심을 지키겠다는 영국인들, 살아서도 죽어서도 부와 명성을 얻은 대단한 셰익스피어의 작품세계를 알 수 있었던 여행이다.

 

셰익스피어는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갑자기 기운 가세로 인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천재적인 작가로서의 기질을 발휘해 작가로 명성을 날렸고 자신이 만든 연극의 배우로도 활동했으며 극장 운영에도 관여했다고 한다. 생전에 38개 정도의 작품을 남겼다는 그의 작품들은 그의 사후에 출간된 것들이라고 한다.

 

사실 셰익스피어의 은유는 난해하다. 희곡이라는 점도 어렵게 하는 요소일 것이다. 아름다운 명문장들이 즐비하기에 속도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는지도 모른다. 작년에 『햄릿』을 읽었으니 올해는 『리어왕』을 읽고 싶다.

 

고전은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삶의 고민과 해법을 들려준다. 인문학은 인생에 질문을 던지고 답과 지혜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이끈다. 삶에 대해 생각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이끈다. 그래서 나에게도 인문학 여행은 행복을 위한 여정이다. 삶의 깊이를 탐구하는 즐거운 탐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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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의 인상 - 조선 청년, 100년 전 뉴욕을 거닐다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 1
김동성 글.그림, 황호덕.김희진 옮김, 황호덕 해설 / 현실문화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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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의 인상 (米洲의 印象)/김동성]조선 청년, 100년 전 뉴욕을 거닐다. 대단타!

 

조선 청년, 100년 전 뉴욕을 거닐다!

진짜야? 소설이야? 반신반의하며 펼쳐든 책은 실제 인물의 이야기였다. 100년 전 뉴욕에 도착해서 10년 간 공부를 했다는 인물은 김동성이다.

 

김동성(1890~1968)은 1890년 개성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1906년 윤치호를 초빙해 한영서원을 설립한 주역이다. 당시 일본 유학을 가던 친구들과 달리 그는 중국 쑤저우의 둥우 대학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헨드릭스 대학과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신시내티 미술학교에서 10여 년간 유학했다. 미국에 있는 동안 자신의 미국체험담을 담아 삽화를 곁들인 에세이집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를 출판했다. 이 책은 한국인 최초의 영문 단행본이라고 한다.

 

귀국 후 그는《동아일보》 창간에 뛰어 들었고, 《동아일보》 조사부장, 《조선일보》 발행인 겸 편집인, 《조선중앙일보》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그는 한국 최초의 해외 특파원, 한국 최초의 세계기자대회 참가자, 연재만화가, 기획자, 편집자, 번역가, 사전편찬자였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많은 책들도 남겼다. 한국 최초의 언론학 개론서 『신문학』(1924), 뉴미디어 해설서『라디오』(1927), 한국인 최초의 한영사전『최신선영사전』(1928), 영어 학습서『영어독학』(1926), 번역서『한문학 상석』『』『중국문화사』『삼국지연의』『서유기』『금병매』『열국기』, 해외여행 체험을 담아 『미국 인상기』『중남미 기행』등의 책을 썼다.

 

이 책은 김동성의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1916), 《매일신보》의 <미주의 인상>(1918)『동양인의 미국 인상기』에 대한 미국 언론 리뷰, 해설 ‘문화번역가 천리구 김동성, 그 동서 편력의 첫 화첩’ 등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1월의 어느 아침, 우리의 기나긴 여행도 드디어 끝이 가까워졌다. 오전 늦게 멀리서 육지의 모습이 보였고, 해안 언덕의 윤곽이 눈에 들어 왔다. 누군가 우리에게 뉴욕 시에 다가가고 있는 거라 알려 주었지만, 우리는 도시가 어떻게 언덕 위에 있는 건지 의아할 뿐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놀랍게도 뉴욕이었다. 뉴욕의 마천루들이 우리의 맨눈에는 길게 늘어선 산맥처럼 보였던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고국에서 우리의 신들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유의 여신상을 향해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했다.

물론 완전히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를 맞이해 줄 안주인에 대한 인사와 존경을 담아 우리는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우리의 미국 여행 중에서

 

지구를 반 바퀴 도는 두 달 간의 긴 항해 끝에 다다른 신천지의 첫 인상이 몹시 놀라웠을 것이다. 뉴욕의 거대한 마천루를 미처 알지 못했던 조선의 지식인이 어떻게 느꼈을지 그 놀라움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비록 무생물이지만 자유의 여신이기에 뉴욕의 안주인이라니. 역시 예의를 아는 유머 감각 넘치는 조선 청년이다. 새로운 배움을 위한 설렘, 기대,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미국을 보며 ‘왔노라, 보았노라‘를 외치는 청년의 기대감으로 가득 찬 글 속에는 콜럼버스보다 더 행복한 탐험가의 면모도 보인다.

 

소음과 사람들과 건물에 대한 흥미로움도 감추지 않는다. 미국에 대해 품었던 꿈과 상상은 현실과 달랐다며, 특히 높은 건축물에 대한 놀라움을 표한다.

 

길 양쪽에 서두르는 군중들, 끊임없이 팔다리를 움직이는 덩치 좋고 키 큰 교통경찰들, 자동차, 전차, 지면으로, 고가도로로, 심지어 지하로 다니는 차들, 온갖 종류의 탈 것들, 경적 소리, 덜컹대는 소리, 그 밖에 천 가지 다른 것들이 현대 미국 도시에는 동시에 존재했다.(62쪽)

 

보면 볼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자신의 부족함과 고국의 부족함을 깨달았다는 김동성은 미국여행을 즐기며 새로운 풍물을 눈에 담는다.

여름날의 푸른 들판, 겨울의 눈 덮인 빈터, 가금류의 울음소리가 있는 미국의 시골 생활에선 한국의 고향 땅을 옮겨다 놓은 것 같은 느낌에 푸근해하기도 한다. 자연이 온대 지방의 세상을 거의 닮은꼴로 만들었다며 감동하기도 한다.

상당한 실망을 안겨준 장소라며 시골 교회의 신앙심을 꼬집기도 한다. 사느라 바빠 주중 기도회에 나오지 못하는 신앙심을 지적하는 열혈 조선 청년의 모습이다.

 

아버지나 삼촌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장점을 살려 독립하는 자녀 교육의 훌륭함에 매료되기도 한다. 진정한 가정은 한 집에 머무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신을 경외할 줄 알고 서로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평화로운 가족으로 이루어지는 거라며 감탄하기도 한다.

 

춤이 최고의 여흥이고 경쾌함을 선물하지만 고국에서는 점잖은 이는 아무도 춤추지 않기에 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재미있다. 춤이 대단한 신체운동인 것은 사실이나 남녀가 함께 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면서 춤에 대한 상식이 만만치 않음도 드러낸다.

 

춤을 비난하는 것은 잔혹한 일인가? 언젠가 우리 아내가 무도회장의 아무나와 혹은 모두와 춤을 추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이 평등한 권리의 시대에 우리가 뭘 어쩔 수 있겠는가? 그녀의 취향은 어떨까. 투스텝, 왈츠, 폭스트롯, 그리즐리 베어, 버니 허그, 와들, 토들, 아니면 그냥 평범한 탱고일까? - '춤‘ 중에서

 

다양한 자동차와 사고위험에 대한 논평, 옷, 개구리 다리, 사교, 우편배달부, 사랑, 여성참정권, 대학사교모임, 대학생활, 야구, 대통령, 자유, 남부, 유명한 미국인들, 작가들, 공공도서관, 신문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예리한 관찰과 분석, 유머까지 더해 풀어냈다.

 

그의 책에 대한 미국인의 반응도 흥미롭다.

 

기개가 가득하며, 두 눈은 차분하고,

황금의 가슴을 지닌 지극히 현명한 청년,

우리의 김동성 씨!

엉클 샘의 민족이여, 친절히 대하라,

그대들의 친절함을 다해, 설사 거짓이 될지라도,

그를 존중히 대하라! -매리 맥밀란 「머리말

 

캔자스시티 지역 조간신문인 <캔자스시티 스타> 1916년 2월 12일자에 신간소개 된 글이다. 정확한 판단과 안목으로 실제 있는 그대로의 서양 문명에 대한 논평이며, 기발하고 건전한 유머라며 기고하고 있다.

 

일본인의 횡포를 보고 의도적으로 일본 유학을 배제하고 중국을 거쳐 미국 유학을 선택했다는 점, 이전에 개성소년의 교육을 위한 한영서원을 세우기 위해 기부금을 모으고 교장 윤치호를 찾아갔다는 점에서 개성에 대한 자부심, 계몽과 교육에 대한 열의를 볼 수 있다.

 

미국의 축적된 지적 분위기, 선조들의 곤경과 헌신 위에 이룩된 고도의 미국 문명에 대한 놀라움에 가득 찬 글들이 가득하다. 미국 친구들이 보여준 환대와 배려에 대한 감사와 감탄도 가득하다.

 

조선말에 태어나 일제강점기를 겪고 해방,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의 이야기는 늘 눈물겨운 이야기인데, 김동성의 글에서는 호탕한 기개와 자유로운 고국에 대한 갈망, 계몽을 위한 사명감으로 가득 차 있다.

 

 

가장 가난했던 시기, 가장 힘들었던 시기, 울분으로 가득했던 시기이기에 그의 미국 유학이 주는 의미는 남달라 보인다. 개인의 부귀영화를 위한 선택이기보단 조국의 발전을 위한 필연의 선택이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세계를 돌아보고 배우며 깨친 것을 조국에 와서 알리고 가르치려 한 100년 전 선조의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 벅차다.

100년 전 뉴욕을 거닌 조선 청년의 포부를 알기에, 그의 감격과 그의 인상이 어땠을지 얼핏 짐작이 간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러운 김동성. 언론인, 만화가, 번역가, 관료, 정치가, 사전편찬가, 각종 저술가, 선각자적인 삶은 그에게 숙명이었을 것이다. 문화 충격을 이겨내며 낯선 문명과 당당하게, 때론 유머 있게 조우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인다. 자랑스런 선조의 모습을 알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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