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 - 엄마 한국대표시인 49인의 테마시집
고은.강은교 외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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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한국대표시인 49인의 테마시집, 엄마

 

엄마아, 부르고 나니 다른 말은 다 잊었다 소리는 물론 글씨도 쓸 수가 없다 엄마아 가장 둥근 절대여, 엄마아만 남았다 내 엉덩이 파아란 몽고반으로 남았다 에밀레여, 제 슬픔 스스로 꼭지 물려 달래고 있는 범종의 유두(乳頭)로 남았다 소리의 유두가 보였다 배가 고팠다 엄마아 - 정진규 「엄마」전문 (28쪽)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할까.

엄마야,

그 한 마디면 모든 언어가 함축되는 것을.

달리 무슨 해석이 필요할까.

엄마야,

그 외마디에 서로 통하고 있는 걸.

달리 무슨 대답이 필요할까.

엄마야,

그 한 단어에 많은 의미가 농축되어 있는 것을.

 

지금 이 순간은 다른 말을 소리 낼 수도 쓸 수도 없어서 엄마아라고 외치며 시를 썼다고 한다.

정진규는 1960년 『동아일보』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마른 수수깡의 平和』『몸詩』『알詩』『도둑이 다녀가셨다』『本色』『껍질』『공기는 내 사랑』『사물들의 큰 언니』『무작정』등이 있다.

 

 

 

나무는

강풍에

땡볕에

저리

보이지 않게

그늘을

들고

있었구나 ― 함민복 「어머니」전문 (136쪽)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모든 것을 내어주는 어머니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언제나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

눈치 없는 자식들에게 더운 날 그늘이 되고 추운 날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어머니

어머니와의 차 시간은 휴식 시간, 어머니와의 한 끼 식사는 힐링 공간을 만들어 준다.

아,

언제쯤 어머니에게 그늘이 될 수 있을까, 바람막이가 될 수 있을까.

 

나무 그림자에서 쉬다가 나무 그늘이 주는 입체적 공간을 생각했고 그 그늘 속에서 어머니의 품을 생각했다는 시다.

 

함민복 시인은 1988년 『성선설』등을 『세계문학』에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우울氏의 一日』『자본주의의 약속』『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말랑말랑한 힘』『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등이 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애지문학상, 김수영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고 한다.

 

내가 버린 한 여자

 

가진 게 사전 한 권밖에 없고

그 안에 내 이름 하나밖에 없어서

그것만으론 세상의 자물쇠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줄 수조차 없었던,

 

말도 아니고 몸도 아닌 한 눈빛으로만

저물도록 버려

버릴 수밖에 없었던 한 여자

 

어머니 - 류근 「낱말 하나 사전」전문 (92쪽)

 

버려지는 어머니의 마음,

풀 수 없는 오해들,

이미 긁혀버린 생채기는 돌이킬 수 없는 걸까.

무슨 원망이 그리 많았던 걸까.

무슨 상처가 그리 컸던 걸까.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끝내 어떠한 믿음에도 대답을 듣지 못하고 떠난 어머니, 어머니에게 아물지 않은 상처로 살아 남겨져 있다는 시인이다. 무슨 상처를 주었기에 아물지 않았던 걸까. 세월이 더 필요한 깊은 내상일까.

 

1992년 『문화일보』신춘문예로 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상처적 체질』『』산문집『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가 있다.

 

 

한국대표시인 49인의 엄마를 주제로 담은 테마시집이다. 많은 시들을 접할 수 있어서, 많은 시인들을 만날 수 있어서 설렘을 선물한 시집이다.

새해엔 시와 소설을 많이 읽고 싶었기에 끌려서 읽은 시 모음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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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행복 플러스 - 행복 지수를 높이는 시크릿
댄 해리스 지음, 정경호 옮김 / 이지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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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0% 행복 플러스]전장을 누빈 ABC News 앵커의 우울증 극복기, 명상으로 행복을…….

 

성공을 위해 내달리다 보면 늘 불안과 갈등의 연속이다. 욕심이 욕심을 낳아 병적인 문제가 발생해도 깨닫지 못한다. 이미 성공 본능이 가동되어 뇌는 더욱 가속하라고 부채질한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앞만 내달린다. 결국엔 몸과 정신에 탈이나지만 딱히 고칠 방법을 모른다. 이 책의 저자도 성공 가도를 내달리다 우울증을 앓게 되면서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자 만난 게 명상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생각 수련법 덕분에 이전보다 더욱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저자인 댄 해리스는 ABC News의 간판 프로그램인 <나이트라인>과 <굿모닝 아메리카> 주말 방송의 공동 앵커다.

해리스는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탈레반 본거지와 오사마 빈 라덴이 숨어 든 토라보라에서 취재를 하기도 하고, 이스라엘, 웨스트뱅크, 가자지구, 이라크 등에서 종군기자로 전쟁터를 누볐다. 하이티, 캄보디아, 콩고 등에서 사진기자로 현지 범죄 실태를 추적했다. 종교 전문 기자가 되어 미국 개신교 전도사들의 활동 양상을 중점 취재했다.

 

그는 스트레스가 성공의 원동력이라고 믿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즐겼다고 한다. 그의 이른 성공에 대한 주변의 질투어린 시선이 불편했기에 남보다 세 배 이상 뛰며 일에 대한 욕심을 냈다고 한다.

 

방송국의 치열한 내부 경쟁, 전장에서의 특종에 대한 욕심, 분노를 표출해야 하는 성격에 대한 비난 등이 겹치면서 우울증을 앓게 되었다고 한다. 자각 증상도 없이 찾아온 우울증은 온 몸과 마음을 괴롭혔기에 마약에 손대기 시작했다고 한다.

급기야 2004년 <굿모닝 아메리카> 생방송 현장에서 보조 앵커의 임무를 맡다가 지나치게 긴장해서 방송 중 틱 장애로 쓰러지게 된다. 의사로부터 무대공포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서 마약과 술을 끊을 것과 충분한 수면과 건강한 식단을 할 것을 권고 받게 된다.

 

방송 분량을 조금 이라도 늘리기 위해 인간관계도 뒷전으로 미루고 건강을 생각하지 못했던 지난날, 정신 건강에 미칠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미친 듯이 전장을 누비고 다닌 것, 코카인과 엑스터시에 빠진 것, 종군 기자들이 흔히 겪는다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심각한 우울증의 위험성을 무시한 지난날에 대한 후회를 하며 우울증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이후 에크하르트 툴레, 달라이 라마와 패리스 힐튼 등에 여러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를 하게 되면서 자신의 선입견과 가치관에 변화가 일었다고 한다.

 

명상 피정에 참가하면서 피정 일기를 쓰기, 명상 특집을 위한 취재, 메타 명상 수련을 통해 우울증을 극복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새로운 변화를 겪으면서 마음을 비우는 연습, 행복해지는 명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명상이 일종의 두뇌운동이며, 당면한 문제들을 직접 해결하지는 못 하지만 10% 더 행복하게 해주는 방법이라고 한다. 명상으로 마음을 비우는 건 성공에 대한 포기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명상 수련을 통해 두뇌 속에 일종의 완충지대가 형성되기에 부정적인 감정들이 차차 적절하게 반응할 준비자세로 변한다고 한다.

과학실험 결과 성격이나 기질은 수련을 통하여 얼마든지 개선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명상을 통해 바꿀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신흥기업인들은 명상을 ‘새로운 카페인’이라고 한다.

명상 수련은 자기 머릿속 생각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과정이기에 이전보다 감각이 더욱 예리해진다고 한다.

 

이 책은 전장을 누빈 ABC News 앵커의 우울증 극복기다. 마음을 빙고 자신을 돌아보는 명상으로 행복을 찾은 명상레시피다. 지독히 경쟁적인 TV보도부문에 있으면서 명상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한 자신의 경험을 담아 명상 수련의 효과를 알리고자 쓴 책이다. ABC 기자의 삶, 종군 기자의 삶을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하루 5분이라도 명상을 한다는 건, 자신의 감성을 깨우는 일일 것이다. 사유와 통찰의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 언제 어디에서든 편안하게 등을 곧게 펴고 복식호흡을 하며 마음을 비우는 연습이 관건일 것이다. 반복해야 진짜 수련이 된다는데, 꾸준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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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생명 이야기 아우름 1
최재천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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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최재천]생존하려면 경쟁과 포식이 아니라 공생을....

 

적자생존의 생태계지만 혼자서는 살 수 없다. 갈등과 경쟁도 필요하겠지만 공감과 공존도 필수다. 삶에 정답이 없다지만 서로 손 잡는 모습은 대상을 막론하고 아름답다. 더불어 잘 살자는 이들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작고 허약한 인간이 지구를 장악한 것은 불과 25만 년 전이라고 한다. 거대한 공룡, 날카로운 사자를 제치고 인류가 최고의 포식자로 등극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공생도 그 하나의 이유라고 한다.

 

유한의 삶이지만 모든 생명들은 영속성을 지닌다. 수많은 난자와 정자들은 신기한 방법으로 각자의 DNA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며 생명을 복제한다. 이렇게 유전자들은 살아남아 대대로 이어진다. 유한한 생명체가 무한하게 사는 생존 방식이 유전자인 셈이다. 신체적 특성뿐만 아니라 행동, 목소리까지 닮는다는 유전의 법칙은 신묘할 정도다.

 

 

찰스 다윈은 지구상의 다양한 생물들이 모두 태초에 우연히 생성된 어느 성공적인 복제자 하나로부터 복제되어 나왔다고 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개미, 까치, 은행나무 등 모든 생명체는 하나의 DNA에서 분화된 일원성을 지닌다고 한다. 특히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는 99% 같다고 한다. 침팬지는 다른 유인원과 달리 손금이 있다고 한다.

 

우성 복제자를 내세운 인위적인 생명의 영속 전략은 득일까, 아니면 실일까.

새들은 1년에 1번 알을 낳지만 닭이 매일 알을 낳는 이유는 알 잘 낳는 닭을 집중적으로 번식시켰기 때문이다. 젖소가 자식을 낳지 않고도 젖이 잘 나오는 이유도 인간이 젖을 잘 내는 젖소를 집중 번식시켰다는 것이다. 지나친 인위적인 유전자 복제, 유전자 조작은 위험성도 안고 있다. 윤리적인 문제도 있고. 앞으로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할 주제들이다.

이렇듯 모든 유전자는 행동을 유전시킨다. 행동이 모이면 문화가 되기에 문화는 유전자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을 동물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가장 진화한 동물이 인간이지만 동물과 함께 자연을 나누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경쟁과 포식이 아니라 공생이 가장 현명한 생태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동물에도 감정이 있고 의사소통이 있고 사회조직이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심지어 개미들은 농사도 짓고 장례문화도 있다는 연구도 있다.

저자는 21세기는 생물학의 시대라 한다. 그동안 몰랐던 동물들에 대한 이해에 관심이 쏠려 있다고 한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에는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고, 학문과 학문이 통섭하고, 통섭생물학의 붐, 동물행동학, 생물학의 가치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다. 무엇보다 동물행동학자이자 국립생태원 원장인 최재천의 시골 강릉에서 자라 자연 속에서 뛰놀던 어린 시절, 누구보다도 동물과 함께 했던 유년기를 늘 그리워하던 그가 결국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물학을 선택했고, 동물 연구에 빠지게 된 과정들이 담겨 있기에 소소한 재미를 준다. 자기 분야를 찾으려는 이들에게 가이드가 될 지침들도 있다.

 

동물과의 공생공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꽃과 개미, 개미와 진딧물, 열매와 동물의 배설, 꽃과 벌, 이미 자연은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인간과 인간의 공감, 인간과 동물과의 교감도 생각하게 된다. 살아남은 모든 생물들은 서로 물고 뜯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 손 잡고 있다는 말을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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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 - 옛이야기 속 집 떠난 소년들이 말하는 나 자신으로 살기 아우름 3
신동흔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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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신동흔]옛 이야기 속 집 떠난 소년들이 말하는 나 자신으로 살기

 

어느 날 갑자기 거친 숲에 던져진다면?

옛이야기의 주인공은 말합니다.

있는 힘을 다해 달리고 또 달리라고.

주저앉지 말고 길을 찾아 움직이라고.

이리저리 재고 눈치 보느라 쩔쩔매지 말고

자기 자신을 믿고 나아가라고.

그렇게 숲의 힘을 자기편으로 만들라고. (51쪽)

 

 

책의 부제가 ‘옛 이야기 속 집 떠난 소년들이 말하는 나 자신으로 살기’다. 저자인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신동흔 교수의 이야기 콘서트를 직접 듣는 기분이다. 책에서는 이야기의 탄생과 성장, 소멸의 과정을 통해 이야기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길 떠나는 혹은 집을 나서는 숱한 주인공을 통해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깨치게 한다. 비슷한 서사를 가진 동서양 옛 이야기 비교도 흥미진진하다. 읽으면서 전율이 이는, 깊이 빠져들게 되는 매력적인 책이다.

 

이야기를 탄생과 성장, 모티브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 이야기를 만들려면 인물, 사건, 배경이라는 기본적인 틀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끌리는 이야기가 되려면 특별한 요소가 끼어야 한다. 마법사, 무인도, 귀신, 부활 등 호기심과 상상을 끄는 요소가 더해져야 빨려든다. 이러한 모티브는(화소 話素)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이야기의 핵심이다. 여러 화소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된다면 긴장과 재미를 일으키고 의미를 자아낸다. 그렇게 이야기는 화소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매력적인 이야기가 된다.

 

세계의 옛이야기에 나타나는 다양한 화소의 목록을 집대성한 톰슨의 《화소색인Motif Index of Folk Literature》도 있다고 한다. 변신, 시간 이동, 공간 이동, 길 떠남도 중요한 화소가 된다. 이러한 화소들은 옹달샘처럼 이야기를 샘솟게 한다.

인물, 사건, 배경을 기본으로 매력적이거나 이색적인 화소의 연결이 흥미와 긴장을 돋운다니, 앞으로 화소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읽어봐야겠다.

 

누가 떠나는가, 혼자 떠나는가, 함께 떠나는가, 무엇을 가지고 떠나는가, 어디에서 출발하는가, 어디로 떠나는가, 자의로 떠나는가, 타의로 떠나는가, 무엇을 위해 떠나는가, 떠나서 무엇을 만나고 어떤 일을 겪는가? 등 떠남에 대한 이야기엔 언제나 많은 화소들이 연결된다. 떠남과 동시에 이야기는 예측불허가 되고 긴장감이 조성되고 흥미진진해지고 쫄깃해진다. 주인공이 떠남으로써 성장과 발전, 무궁무진한 변화가 가능해진다.

 

옛이야기의 주인공은 떠남을 통해 새로운 돌발 상황, 낯설고 신기한 극적 체험을 하게 된다. 저자는 그림 형제의 《백설공주》에서 백설공주가 집을 떠나 숲 속으로 가는 과정, 살기 위해 숲 속을 내달리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과정, 우리의 민간 신화인 《바리데기》가 여자라는 이유로 산 속에 버려지고 산신령의 가르침을 받아 삼강오륜을 깨치는 과정 등을 통해 떠남의 중요성, 떠나면서 겪게 되는 흥미로운 체험들을 이야기한다.

 

옛 이야기 속의 집과 숲의 상반되는 특성 비교로 떠남의 중요함을 말하는 부분이 참신하다.

집이 좁은 공간이라면 숲은 넓은 공간이다. 집이 닫힌 공간이라면 숲은 열린 공간이다.

집이 안전하기에 평화로운 공간이라면 숲은 위험하기에 투쟁적인 공간이다. 집은 익숙한 일상이 지속되기에 이완을 주는 공간이지만 숲은 예측불허의 특별한 변화들이 있기에 긴장을 주는 공간이다. 이처럼 숲은 집에 비해서 넓고 열린 공간, 위험하고 특별하고 긴장감을 주고 특별한 변화를 가져다준다. 집이 가정이라면 숲은 사회다. 집은 재미없고 답답한 감옥일 수도 있지만 숲은 무수한 변화와 역동의 공간이다. 집과 숲은 아주 대조적이다.

 

저자는 제주도에서 구전으로 내려온 민간 신화 <삼공풀이>에서 숲 속으로 쫓겨난 막내 딸 이야기, 장화 홍련과 엄마 품이라는 감옥, 여우로 변한 누이 이야기인 여우 누이와 악어 아들이 벌인 참극의 전말, 심청 등의 이야기에서 떠나는 자와 머문 자의 엇갈린 운명도 이야기 한다.

 

콩쥐와 신데렐라는 ‘일 하는’ 인물입니다.

방에 머물러 웅크리는 인물이 아니라

움직이는 인물이지요.

그렇게 바깥세상과 접속하는 가운데

자신의 숨은 가치를 확인하고

빛나는 비약을 이룰 수 있었지요.

머무름과 길 떠남의 차이란

이렇게 크고도 큽니다. (91쪽)

 

옛 이야기를 찾아 이야기 원형으로서의 가치, 떠남과 머무름이 주는 이야기의 묘미들, 떠났다 돌아온 이들의 변화무쌍한 반전들, 동서양의 공통된 이야기들, 길을 떠나 모험의 세계로 들어서는 짜릿한 이야기들, 집을 떠나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떠남의 방법들, 길을 떠나 신나게 세상과 부딪치며 자기 세계를 만들어가는 이야기, 문밖을 나서는 순간 긴장과 설렘, 새로운 세계가 열림을 옛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이야기 콘서트를 생생하게 듣는 기분이다.

 

이야기 속으로 떠나는 멋진 여행이다. 옛 이야기 속 집 떠난 소년들이 말하는 나 자신으로 사는 모습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 낸 책이다.

이야기의 탄생과 성장, 소멸의 과정을 통해 이야기 만드는 구체적인 과정, 길 떠나는 혹은 집을 나서는 숱한 주인공을 통해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유, 비슷한 서사를 가진 동서양 옛 이야기 친절한 비교 등 모두 흥미진진하다.

 

이젠 집에 머물러야 할까, 아니면 숲으로 가야 할까? 머물러야 하나 아니면 떠나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다면 ,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면 도움이 될 책이다.

 

이야기가 재미있게 만드는 장치는 떠남이다. 소설을 극적이게 만드는 장치도 떠남이다. 삶을 역동적이게 만드는 것도 떠남이다. 나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서도 떠나야 한다.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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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1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 문학에서 찾은 사랑해야 하는 이유 아우름 2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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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장영희]영미 시와 소설에 그려진 사랑~

 

문학의 주제를 한마디로 축약한다면 ‘어떻게 사랑하며 사는가’에 귀착됩니다. 동서고금의 모든 작가들은 결국 이 한 가지 주제를 전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여는 글에서

 

토마스 만 - 죽음보다 더 강한 것은 이성이 아니라 사랑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의 인생 과업 중에 가장 어려운 마지막 시험이다. 다른 모든 일은 그 준비 작업에 불과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 사랑을 치유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이다.

 

 

 

고 장영희 교수의 글은 언제나 맑고 따뜻하다는 느낌이 든다. 가식이 적고 순수한 이미지다. 암으로 고생해서였을까? 제목에서 시간에 대한 초조감을 느끼게 된다.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겠지만 평소에는 죽음을 생각하지 못한다. 살기도 빠듯한 세상이기에 차마 죽음에 대한 배려까지 할 여유가 없다. 죽음학 수업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웰 다잉을 생각하지만 아직은 삶이 영원할 것처럼 살게 된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행동은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 나만 그런가.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는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 실린 <사랑과 생명> 중 일부를 발췌해서 수록한 책이다. 부제가 ‘문학에서 찾은 사랑해야 하는 이유’다.

 

말보다 강한 게 글이고 무기보다 강한 게 펜이라고 했던가?

‘편지는 키스보다 더 강하게 두 영혼을 결합해 준다.’ 이는 17세기 영국 시인 존 던이 한 말이다. 그 시절엔 종이 편지가 키스보다 더 강력한 감동을 줬을까?

요즘엔 연애편지든 안부 편지든 종이에 적어 전하는 메시지는 거의 없다. 카톡, 밴드 등 스마트한 메시지를 이용하는 시대다. 메시지를 전하는 형태는 바뀌었지만 메일도 최신형 편지이긴 하네.

 

눈과 서리 사이에서 꽃 한 송이가 반짝입니다.

마치, 내 사랑이 삶의 얼음과 악천후 속에서 빛나듯이 말입니다.

어쩌면 오늘 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난 잘 있고, 마음도 편합니다.

그리고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당신을 더 사랑합니다.

- 1780년 요한 볼프강 괴테가 샤를로테 폰 슈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12쪽)

 

독일의 대문호가 약혼자가 있는 샤를로테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편지다. 문장은 명문이나 그녀의 마음을 붙잡지 못한 편지다. 더 강력한 어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녀를 사로잡지 못했기에, 그런 아쉬움이 드는 편지다. 진정성이 약했던 걸까? 애석타.

 

<이니스프리로 가련다>로 기억되는(내 기억엔 ‘가자, 이니스프리로’라고 기억되는) 예이츠는 지독한 짝사랑 덕분에 성숙하고 심오한 삶과 예술의 합일을 이루는 시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가을이 우리를 사랑하는 기다란 잎새 위에 머뭅니다.

보릿단 속 생쥐 위에도 머뭅니다.

우리 머리 위에 드리워진 마가목 잎새가 노랗게 물들고

이슬에 젖은 산딸기 잎새도 노랗게 물들어 갑니다.

이울어 가는 사랑의 시간이 우리를 둘러쌉니다.

슬픔에 가득 찬 우리 영혼은 지금 피곤하고 지쳐 있죠.

우리 이제 헤어져요. 정열의 계절이 우리를 잊기 전에

그대의 숙인 이마에 입맞춤과 눈물을 남기고 - 에이츠 ‘낙엽은 떨어지고’ (56쪽)

 

짝사랑에 종지부를 찍고 싶으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예이츠가 짝사랑한 여인은 키가 크고 열정적인 성격의 아일랜드 독립 운동가였던 모드 곤이었다. 첫 눈에 반한 사랑이었지만 그의 고백은 늘 거절당했다고 한다. 심지어 그녀의 딸인 이졸트 곤에게도 청혼하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결국 예이츠는 20년 가까운 짝사랑을 포기하고 자기 나이의 절반인 아가씨와 결혼 했다고 한다.

 

키 크고 고귀하면서도 사과빛 빛깔로 물든

섬세한 얼굴과 가슴의 그녀 (60쪽)

 

모드 곤의 얼굴을 분홍의 사과 빛깔로 곱게 표현하며 사랑의 설렘을 전하고 있다.

 

당신의 아름다움을 생각했어요. 그러자 그 생각은

날카로운 사념의 화살이 되어 내 뼛속 깊이 박혔어요. (61쪽)

 

사랑을 생각하는 것도 뼈아픈 고통임을, 짝사랑의 비애를 아름다운 시어로 묘사하고 있다.

모드 곤의 미모와 조국 아일랜드 독립에 대한 열정이 널리 알려져, 그녀는 여왕처럼 많은 이들의 우상이었다고 한다. 야심차고 자유분방한 아름다운 그녀는 결국 아일랜드의 독립운동가인 맥 브라이드와 결혼을 했고,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 사생아도 낳았다고 한다.

 

내 청춘이 다하도록 내 모든 것을

앗아간 그녀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 날이 밝으면

그녀를 위해 깨어 있으며

나의 선과 악을 가늠해 본다. (63쪽)

 

2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자신의 푸른 청춘을 모두 바친 여인의 파경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향한 열정을 돌아보는 예이츠의 모습이다. 그녀의 무엇이 그를 그토록 사로잡았을까. 나도 궁금해진다. 모드 곤을 향한 사랑의 희열과 고통이 예술로 승화했기에 예이츠의 청춘엔 절망을 남겼겠지만 위대한 시의 탄생에는 일조했을 것이다.

 

 

‘삶에 그리고 죽음에 차가운 눈길을 던져라. 마부여 지나가라! ‘

자신의 묘비에 새기도록 그가 선택한 시구라고 한다. 그가 느꼈을 삶과 죽음, 사랑에 대한 인간의 무기력함에 대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장영희의 생각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더구나 영미 시나 소설을 접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새해엔 시와 소설을 많이 읽고 싶었기에 더욱 반가웠다. 몰랐던 시인들의 일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쫄깃한 이야기들이 가득하기에 흥미로웠다. 책 속의 시인들을 한 사람씩 탐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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