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집 아티스트 백희성의 환상적 생각 2
백희성 지음 / 레드우드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보이지 않는 집/백희성/레드우드]미스터리 같은 건축가의 집, 사랑과 추억의 향기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은 너무나 멋진 일이다. 새로운 사물의 탄생은 언제나 신기하고 특별한 감흥을 준다. 요리든, 예술이든 건축이든 모든 창조적인 일은 설렘과 전율을 선물한다. 특히 집을 짓는다는 건 가족들에게 따뜻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사랑과 추억의 보금자리를 창조하는 일이다. 모든 집은 건축가의 손에 의해 절반이 지어진다면, 나머지 절반은 그 집에 살아가는 가족들에 의해 완성되는 법이다. 집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호흡하고 부딪친 기억의 자취다. 그러니 오래된 집은 많은 사연을 담고 있을 것이다. 집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가는 에세이가 무슨 소름 돋는 미스터리 소설 같다.

 

 

 

 

프랑스 파리 중심부인 시떼 섬은 프랑스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섬이라고 한다. 건축가 루미에르는 시떼 섬에 있는 낡고 저렴한 저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루미에르는 세계적인 파리건축사무소 팀장이기에 낡은 저택을 자신이 직접 고치고자 저택을 방문하게 된다.

 

고풍스런 집, 음표 모양의 쇠 장식, 거미줄과 먼지, 뒤틀린 문짝, 삐걱거리는 계단, 낮은 계단 난간, 난간에 파인 홈, 아주 오래된 나무 마룻바닥, 음산한 분위기, 붉은 와인 빛의 대리석, 주황빛의 돌 등을 보며 루미에르는 이 집을 지은 건축가에 대한 깊은 호기심을 느낀다. 그리고 저택 주인의 초대을 받아들여 집 주인을 만나러 스위스로 가게 된다.

 

집 주인인 피터는 스위스 루체른의 자기 소유인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다. 외로운 부자들의 무덤이라고 알려진 요양병원은 사실 건축가이던 피터 씨 아버지가 세운 무료병원이다. 흔히 ‘ 4월 15일 비밀이 열리는 병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병원은 중세수도원 건축 양식을 그대로 살린 옛 건물, 매혹적이고 독창적인 문, 태양의 고도에 따라 건물 내부에 비치는 빛의 양과 각도가 달라지는 아름다움, 종탑, 유리 온실 등이 가미된 건물이다.

 

요양병원의 내부에서는 4월 14일 빛기둥이 살롱에 있는 테이블 모서리를 건드리면, 4월 15일에 비밀이 열린다. 루미에르는 오랜 세월 공간을 연구한 건축가의 직감으로 중세기도원이었던 요양병원의 전체구도를 그려보며 호기심을 갖게 되는데…….

 

피터는 아버지의 메시지를 찾아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건축가, 건물을 살아 있는 생명처럼 여기며 관찰해 줄 건축가를 찾았다며 루미에르에게 테스트 쪽지를 준다. 그리고 병원에 숨겨진 비밀과 수수께끼들을 풀어달라고 부탁한다.

왜4월15인가? 그리고왜당신이어야하는가?

 

병원에서 처음 맞닥뜨린 공간은 갈수록 좁아지는 수상한 복도다. 자연의 나팔관은 말 그대로 자연이 드나드는 통로다. 그 공간을 통해서 외부에 있는 바람소리, 새소리, 풀 향기, 꽃향기 등 자연의 소리나 향기를 선명하게 듣고 맡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자연의 나팔관 끝에는 유리와 식물이 가득한 온실이 있다. 온실 1층의 틈으로 바람과 새가 들락거리며 소리를 전하면 병원의 아침이 시작된다니, 직접 보고 싶다.

 

 

 

 

원장의 말대로 빛이 한가득 들어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통로의 벽은 하얗고 반질거려서 작은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굴절되어 내부 복도까지 환한 빛이 옮겨왔다. 온실에서부터 들어 온 빛이 이 틈으로 새어 들어왔다. (87쪽)

 

빛줄기는 잠시 후 살롱 끝자락 벽에 닿더니 천천히 벽을 타고 올라갔다. (중략) 잠시 후 벽을 오르던 빛줄기는 벽에 걸려 있는 오래되어 보이는 긴 타원형 거울로 향했다. 빛줄기가 거울에 닿자 순식간에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90쪽)

 

거울에 닿은 빛들의 반사가 연속적으로 일어나더니 마지막에는 반사된 빛이 천장에 닿으면서 어두웠던 공간을 한순간에 빛으로 가득 채운 것이다. 수천 갈래 빛줄기들의 난반사 향연이랄까. 그 빛의 그림자로 인해 살롱 내부의 화려한 샹들리에, 조각상, 부조상 등이 마치 살아있는 것으로 느끼게 된다. 이런 모습은 일 년을 기다려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마치 로마 판테온 같은 절제된 빛의 향연들이라는데……. 빛의 반사로 먼지도 훌륭한 건축 재료임을 보인다는데, 어떤 모습일까.

 

어두운 동굴 복도, 고요한 건물, 빛의 반사와 굴절을 감상하는 환자들, 백색 종탑 근처의 피터 씨 아버지 묘비의 메시지, 비밀 공간, 아버지와 아들이 직접 만든 흔적이 가득한 책상, 석양의 아름다움, 잠들어 있는 보석인 온실 등 병원은 온통 비밀로 가득한 수수께끼의 공간이다.

 

루미에르는 비밀서재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긴 일기와 아나톨이라는 여인의 일기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피터는 10년 간격을 두고 쓴 4월 15일의 일기장 두 권을 보며 조사를 중지시키게 된다. 아버지와 다른 여인인 아나톨과의 사랑으로 인해 어머니와 자신이 버림받앗다고 오해를 한 것이다. 그리고 피터는 루미에르에게도 아버지의 흔적인 남은 시떼 섬에 있는 낡은 고 저택을 무상으로 주게 된다.

 

하지만 공간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따뜻한 기억이든, 아픈 기억이든 공간은 옛 일을 기억하는 법이다.

루미에르가 시떼 섬에 있는 집을 고칠수록 피터 아버지와 아나톨, 피터의 아픈 사연을 알게 되는데......

 

건축가가 조금 부족한 공간을 만들면 거기 사는 사람이 나머지를 추억과 사랑으로 채운다는 겁니다, 그때 바로 건축이 완성되는 겁니다. (326쪽)

 

건축물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이야기가 미스터리처럼 소름이 돋고 전율이 인다.

전 주인의 이야기가 남아 있는 집, 유서 깊은 집, 기억과 추억으로 존재하는 집, 피터 왈쳐의 출생의 비밀, 사랑으로 가득한 집의 이야기에서 건축이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치료하는 도구, 따뜻한 기억을 도와주는 도구임을 생각하게 된다.

자연을 곁들여서 위로하는 아름다운 건축이라니, 무엇보다도 건축에 자신의 몸과 영혼을 담아내다니, 놀라운 예술혼이다.

 

아나톨의 죽은 아들의 향기와 입김, 아나톨의 죽은 딸이 치던 즐겨 치던 나무실로폰소리를 흉내 낸 빗방울 실로폰 ,전쟁으로 죽은 남편의 흔들의자까지 만들어주는 피터 아버지의 사랑을 보며 사물에 추억을 새기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에게 제 각각의 사연이 있듯이 건축에도 제 각각의 사연이 있다. 그 사연을 제대로 느끼고, 보고, 듣고 싶다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건물에 깃든 이야기를 알려면 말로 듣기보다 직접 보아야 할 때가 더 많고, 직접 보는 것보다 인내심을 가지고 느껴야 하는 것이 더 많은 세상임을 알게 된 이야기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축의 내밀한 묘미를 알게 해준 책이다.

 

저자는 파리에 사는 건축가 백희성이다. 그는 길을 가다가 예쁜 집이 있으면 우편함에 편지를 넣었다고 한다. 집에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편지를. 그리곤 집 주인들의 초대를 받아 멋진 이야기들을 들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렇게 8년 간 모은 파리 저택에 담긴 사연들을 하나로 모아 약간의 허구를 가미한 팩션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싶을 정도다. 흥미진진하고 스펙터클한 파리 저택에 얽힌 미스터리 같은 에세이다. 영화로 나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략의 기술 - 귀곡자, 현재를 사는 책략가의 지혜
장스완 지음 / 유아이북스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략의 기술/장스완/유아이북스]춘추전국시대 심리전과 변론술로 유명한 책사, 귀곡자를 만나다~

 

동양고전이라면 주로 춘추전국시대에 활동한 제자백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제자백가 중에서도 귀곡자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사상가는 아니지만 설득에 일가견이 있는 책사다. 상대의 심리를 간파해 감동시키는 유세로 유명하다.

 

당송 8대가의 한 사람인 구양수는 귀곡자를 평가하며 “시기에 따라 적절하게 변화하고 일을 가늠해서 적당한 방책을 내는 데 있어 족히 취할 바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독일의 역사 철학자 슈펭글러는 귀곡자를 가리켜 “사람을 꿰뚫어보는 능력, 정치 현실에 대한 심오한 통찰력과 외교술로 보아 당대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 머리말에서

 

귀곡자는 전국 시대 초나라의 귀곡(하남성 학벽시 기현 서부)에 은거하면서 스스로 귀곡자라 지었다고 한다. 자신이 경험한 정치 기술을 집대성했고, 소진과 장의의 스승으로 종횡가의 시조다. 그는 심리전과 변론술의 대가다.

 

이 책에서는 처세의 기술, 기업 경쟁력 높이기, 직장에서 살아남기, 귀곡자 핵심 구절 강설로 이뤄져 있다.

 

그 중에서 처세의 기술이 가장 끌린다.

 

벽합술捭闔術.

벽은 연다는 것이요 말한다는 것으로 양에 속하고, 합은 닫는다는 것이요 침묵하는 것으로서 음에 속한다. 이 음양이 조화로우면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도리가 있다. - 귀곡자 <벽합>에서 -21쪽

 

귀곡자의 벽합술 또는 패합술에서 벽합은 천지자연의 도다. 벽은 양이요, 드러내는 것이기에 말하는 것이고, 합은 음이요, 감추는 것이기에 침묵하는 것이다. 드러냄과 감춤은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감추는 것에 대한 것이다. 이를테면 냉정한 이성을 갖지 못하고 분노의 감정을 드러낸다면 주도권을 잃게 된다. 예나지금이나 상대방 앞에서는 절대 흥분하지 말고 침착해야 하는 법이다. 상대의 입을 열고자하면 자신의 입을 먼저 닫아야 하는 법이다. 입을 닫고 귀를 열어 경청하는 것으로 허점을 찾는 게 현명하겠지.

 

귀곡자의 생각을 정리해보면…….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은 피하고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따르는 모략을 은밀하게 구사하라.

자기 의견만 고집하지 말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라.

군주의 마음에 깊이 들어가 마음을 살펴라. 마치 손으로 안마하듯이 상대의 마음과 뜻에 부합하게 유세를 해야 한다. 만약 사태가 위급하다면 미리 방법을 서서 피해야 한다.

유세하는 자는 영리한 외교적 언사를 구사해야 한다. 변사의 세 치 혀는 백만의 군사보다도 강하다. 높이 띄워 주는 말로 상대방을 묶어 두고 옭아매어야 하며 늘 낚시를 드리우고 고기를 낚아야 한다. 떡밥을 던지고 유인하라는 말이다.

 

한 마디의 말, 작은 행동 하나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악의가 아닌 선의의 모략의 기술은 상대방에게 당하지 않는 기술이기도 하기에 2500년 전의 책략가의 지혜에 공감하게 된다.

 

춘추전국시대 심리전과 변론술로 유명한 책사, 귀곡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마치 그리스로마 시대를 거쳐 중세까지 풍미했던 수사학을 보는 기분이다.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생각나는 내용들이다. 고대 중국의 언어 기술이고 처세술이지만 지금도 통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돈 詩 - 돈에 울고 시에 웃다
정끝별 엮음 / 마음의숲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돈詩/정끝별/마음의숲]돌고 도는 돈에 대한 시, 많구나~

 

장식적이고 환상적이고 기이한 미적 원리를 선호하는 최근 시들의 경향에 비하면 이 책에 실린 시들은 일견 투박하다. 그러나 일상이되 존재론적이고, 익숙하되 심오하며, 비판적이되 뜨겁다. 돈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돈보다 중요한 것이 없는 삶은 얼마나 비루하고 염치없는 삶이겠는가. ‘돈-詩’는 바로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한다. -정끝별

 

돈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기에 하루라도 돈과 멀어진 삶은 생각도 못 한다.

돈이 아니면 돈과 대체되는 신용카드라도 만진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가격표라는 태그를 달고 있기에

집을 나서는 순간 돈을 지갑에 채워야 마음이 든든해진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지만 돈에 초월해서 살고 싶을 때도 있다.

돈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기에 늘 중심을 잡으려고 하지만 마음만큼 그리 쉽지 않다.

시인들이 돈에 대한 시를 쓰다니.

하긴 삶을 털어 놓는 시에 돈이 빠질 수는 없는 법이지.

좀 의외지만 솔직한 시라서 좋다.

 

“수단이 목적으로 상승한 가장 완벽한 예가 돈”이라 했던 이는 짐멜이었고, “세상이 ‘신을 위하여’에서 ‘돈을 위하여’로 바뀌었다”고 개탄했던 이는 니체였다.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가 돈이었으나 오늘날 돈은 인간을 조종하고 지배하는 괴물이 되어 버렸다. (4쪽)

 

돌고 도는 돈이지만 돈이 없으면 인간 생존 지수는 낮다.

모든 게 돈으로 값을 매기는 세상이기에 물건을 볼 때마다 자동으로 가격이 오버랩 된다.

수중에 든 돈의 액수에 따라 든든 지수가 달라진다.

모든 욕망은 돈과 동행하기에 돈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천박하다고 주입 받기도 했다.

돈도 중요하지만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안다.

하지만 돈에 대해서는 전혀 자유롭지 않기에 돈을 보는 나의 시선은 늘 이율배반적이다.

모순 덩이다.

 

나는 아르바이트 소녀,

24시 편의점에서

열아홉 살 밤낮을 살지요.

 

하루가 스물다섯 시간이면 좋겠지만

굳이 앞날을 계산할 필요는 없어요.

이미 바코드로 찍혀 있는,

바꿀 수 없는 앞날 인 걸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봄이 되면 다시 나타나는

광장의 팬지처럼,

나는 아무도 없는 집에 가서

옷만 갈아입고 나오지요

화장만 고치고 나오지요

 

애인도 아르바이트를 하는데요,

우린 컵라면 같은 연애를 하지요

우린 뜨거운 물만 부으면 삼 분이면 끝나거든요

 

가끔은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러 이 세상에 온 것 같아요

엄마 아빠도 힘들게

엄마 아빠라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지 몰라요

 

아르바이트는

죽을 때까지만 하고 싶어요 ― 박후기 『아르바이트』 전문

 

아르바이트 인생, 아르바이트 연인, 아르바이트 부모

몹시 슬픈 인생이다.

하지만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일을 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말이 있기에 일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아르바이트를 해본 기억이 까마득하지만 나름 소중한 경험이고 추억인데…….

어차피 아르바이트는 일시성 아닌가.

 

내가 네 번째 감옥에서 나온 뒤

그러고도 연금당한 날

나는 열 살쯤의 아이로

돈 천 원짜리에 새 한 마리를 그렸다

그것을 다른 돈과 함께 썼다

 

6년이 지났다

1998년 2월 16일

새 그린 천 원짜리가

나에게 돌아왔다.

 

경기도 안성에서 썼던 것이

바다 건너

제주도 KAL호텔 앞 술집에서 나에게 돌아왔다.

 

나-야 네가 웬일이냐

돈-오랜만이다. - 고은 『재회 』전문

 

돈이 먼 길을 돌아 다시 주인에게 왔다니, 몹시 신기하다.

돌고 도는 돈이지만 내 주머니를 빠져나간 돈의 행방을 나는 모른다.

내가 그리워 돌아왔는지, 다시 돌아 나갔는지도 전혀 모른다.

왜냐면 난 돈에 낙서를 한 적이 없으니까.

이제라도 해볼까. 돈에 낙서하면 위법이라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돈 낙서가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다.

 

이 책은 2013년 봄부터 2014년 가을까지 경향신문에 ‘돈-詩’라는 코너에 연재되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된 시집이다. 66명 시인의 66편 돈과 관련된 시들의 향연이다. 한국의 웬만한 시인들은 모두 들어 있다고 할까? 시를 읽고 난 저자의 감상도 읽는 맛이 있다.

 

인간이 만든 사물인 돈을 인간이 숭배하는 세상, 정말 아이러니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과 돈을 지배하고 싶은 욕망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

몹시 아슬아슬하다.

돈으로 포장된 사물, 돈으로 보지 않으려 외면하는 모습도 모순이다.

지금 세계는 화폐경제가 쥐락펴락하기에 ‘돈-詩’

의미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 교장과 아주 특별한 시계 다릿돌읽기
김해우 지음, 홍찬주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마녀 교장과 아주 특별한 시계/김해우/크레용하우스]숲 속의 과자 집으로 들어간 아이들~

 

독일에서 전해져오는 전통 민담들을 모은 그림형제의 독일동화 중에『헨젤과 그레텔』이 있죠. 계모에 의해 숲 속에 버려진 아이들이 과자로 만들어진 집에 들어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죠.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 집은 모든 아이들의 로망이기도 하죠. 그 과자 집의 학교 버전은 어떨까요?

 

새로 오신 교장 선생님은 까만 옷에 까만 신발, 까만 장갑, 까만 머리를 하고 까만 선글라스까지 끼고 첫 연설을 합니다. 그리고 첫 만남에 대한 기념으로 특별한 시계를 하나씩 선물하는데요. 주인이 찼을 때만 움직이는 희한한 시계입니다. 모든 것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알람 기능까지 있기에 요술 시계랍니다. 더구나 열 시간 공부하고 나면 해피 월드로 데려다 주는 환상의 시계이기에 아이들은 신이 나서 받아 가죠.

 

늘 지각하고 노는 것이 좋은 유유는 시계를 거부합니다. 유유는 시간을 쪼개놓고 시간마다 할 일이 주어지는 세상을 싫어하거든요. 시간에 맞춰 학교가고 알람이 울리면 학원가는 것이 싫은 거죠.

아이들은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시계를 받은 이후로 놀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데요. 유유는 함께 축구할 친구들이 없기에 심심하지만 여전히 교장 선생님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시계를 거부합니다. 유유는 노는 것에 대한 지조가 있군요.

 

한편 보보는 열 시간을 공부하자 시계에서 황홀한 빛이 나와 주변을 감싸면서 해피 월드로 가게 됩니다. 축구를 못하는 보보는 해피 월드에서 유니폼을 입은 멋진 축구부 주장이 되어 있네요. 보보는 축구 경기에서도 골을 넣고 승리를 하지만 짧은 가상체험으로 해피 월드는 끝나고 말죠.

미미도 생일 파티에 가지 않고 열 시간을 공부하자 해피 월드로 가게 됩니다. 뚱뚱한 미미는 화려한 패션쇼장에서 날씬하고 멋진 모델이 되어 워킹을 하고 박수갈채를 받아요. 하지만 미미의 해피 월드 체험도 아쉽게 끝나 버려요.

 

함께 놀 친구가 없어진 유유는 아이들의 시계를 모두 거둬가라고 건의 하러 교장실에 들어갔다가 교장선생님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유유가 사라진 거예요. 소라, 노아 등 아이들이 하루 동안 사라지기도 하죠.

행복을 저축하라고 아이들에게 시계를 주고 공부를 독촉했던 교장 선생님은 마녀였던 거죠.

교장 선생님은 말썽쟁이들을 데려와 악몽을 꾸게 하고 자기 편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불행한 아이들이 많아져야 교장 선생님은 혼만 떠도는 것이 아니라 몸이 생기게 되는 마녀랍니다.

 

보보와 미미는 유유의 실종이 교장 선생님과 관련 있다는 단서를 찾으러 교장실로 옵니다. 그리곤 벽에 걸린 과자 집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죠. 마치 블랙홀처럼 말입니다.

보보와 미미는 헨젤과 그레텔처럼 과자 집 속의 숲을 여행하게 되면서 빵을 굽는 화덕에 갇힌 유유를 구하게 되는데요.

 

햇빛을 싫어하는 마녀 교장, 이상한 시계, 뱀들이 가득한 감옥, 숲속의 빵 굽는 화덕, 과자 집 등 무시무시하지만 흥미진진한 모험담이군요. 헨젤과 그레텔의 한국 버전이랄까요? 괴상한 학교 버전입니다.

 

공부나 컴퓨터 게임에 시달려 휴식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가족 간의 대화가 부족하고 친구들과 몸으로 부딪치며 뛰어노는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을 보면 걱정스럽기도 하고요.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의 교육이 이대로 괜찮은 지를 늘 생각하게 되는데요. 예전보단 공부기계에서 탈피한 것 같긴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인해 대화가 부족한 건 걱정스런 현실이죠.

 

행복을 저축할 수 되나요?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내일은 행복할 수 있을까요? 행복도, 웃음도 모두 연습이 필요하겠죠.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게 웃을 수 있어야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이 지금 행복하기를 바라는 동화랍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인형 2015-01-23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저와 책 취향이 비슷하신것 같아요. *^^* 봄덕님이 초딩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떤 해피 월드일지 궁금해집니다.

봄덕 2015-01-23 23:00   좋아요 0 | URL
해피 월드 속으로 들어간다면, 아마도 친구들을 이끌고 모험여행을 떠날 것 같아요^^
초딩 때는 순둥이였으니.... ㅎㅎ

꼬마여우 2015-11-06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이 책 좋아해요. 정말 재밌더라고요*^ㅇ^*
 
판소리 명창들의 숨겨진 이야기 큰 생각 작은 이야기 1
이경재 지음, 이경화 그림 / 아주좋은날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판소리 명창들의 숨겨진 이야기]조선의 명창 7인의 득음 이야기~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어온 우리의 소리인 판소리, 구성진 가락이지만 들을 기회가 잘 없기에 그리 친숙하지 못한 편이다. 판소리를 집대성한 신재효라는 이름만 역사책에서 접한 정도다. 그러니 판소리 명창들 이름도 처음 접한다.

 

예전부터 선조들은 노래를 소리라고 했고, 가수를 명창 또는 소리꾼이라고 했다. 판소리란 명칭은 소리를 할 때 소리꾼과 고수가 관객을 모아 판을 벌여놓고 소리를 부른다고 해서 판소리라 불렀다고 한다. 소리는 북을 치는 고수의 장단에 맞춰 소리꾼이 여러 사람의 역할을 혼자서 하며 부르는 노래이다. 판소리는 짧은 소리가 4시간이 넘고 긴 소리는 7시간이 넘는다고 한다. 보통 소리 하나를 한 스승에게서 몇 년을 배운다고 한다. 지극정성을 다해야 득음하게 되는 이야기에서 프로정신을 보게 된다. 책에서는 일곱 명창의 숨겨진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처음으로 나온 명창은 ‘제비 몰러 나간다’의 권삼득(권정)이다.

처음으로 판소리를 한 명창은 우춘대, 최선달, 하은담이지만 역사 기록에 담은 최초의 명창은 권삼득이라고 한다. 권삼득은 양반의 자제였으나 소리가 좋아 글공부 대신 소리에 빠진 인물이다. 소리만 하는 아들이 가문의 수치라고 여긴 아버지는 몽둥이 타작을 명했고, 아들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소리를 불렀고, 그 소리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이후 권정은 연습을 거듭하여 정조 앞에서 소리를 한 명창이 되었고, 정조로부터 하늘의 소리, 땅의 소리, 사람의 소리를 모두 얻었다고 해서 ‘삼득’이란 이름을 받았다고 한다. 권삼득은 첫소리를 하늘을 향해 외치는 덜렁제 소리를 만든 명창이다. 소리만으로 말들을 울린 재치도 기가 막히다.

 

두 번 째 주인공인 ‘귀곡성’의 명창 송홍록도 대단한 인물이다.

아버지 송 첨지는 소리 공부를 했으나 소리 공부가 쉽지 않아서 권삼득의 수행 고수를 했던 인물이다. 나이가 들어 고향 마을로 가서 아들 송흥록을 명창으로 키워낸다. 아버지가 죽은 후 권삼득 명창과 월광 스님의 도움으로 소리를 배우게 된다.

그는 무덤에서 귀신소리를 연습하면서 귀곡성의 대가가 된다. ‘귀곡성’은 춘향이 감옥에 있으면서 도련님을 기다리며 부른 노래인 ‘옥중비가’다.

 

송홍록은 판소리 가사를 정리하여 기록했고 판소리 다섯마당을 책으로 엮기도 했다. 그래서 그를 ‘판소리의 시조’라고 부른다. 정조 임금으로부터 ‘가왕’이라는 칭호까지 얻은 노래의 왕이다. 그는 이후 동생 광록과 아들 우룡, 손자 송만갑 명창으로 이어지면서 동편제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동편 소리의 시조이자 조선의 가왕인 송흥록 집안의 판소리 명가 이야기엔 전율이 인다. 아직도 소리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려나, 궁금하다.

 

가장 익숙한 이름은 판소리의 가사와 시조를 정리한 신재효다. 신재효는 순조 12년(1812) 전라북도 고창에서 향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이후 그는 정3품, 정2품의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자신의 사랑채를 ‘동리정사’라 이름 짓고 소리꾼들이 머물며 소리를 배울 수 있도록 한다.

동리정사는 최초의 판소리 학교, 판소리 연구소였던 것이다. 그는 모여든 소리꾼들의 소리를 듣거나 직접 찾아다니며 지역마다 다른 판소리 가사들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하고 정리하게 된다. 그는 판소리 다섯 마당(춘향가, 흥부가, 적벽가, 심청가, 수궁가)을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한 우리나라 판소리의 아버지라고 한다.

 

 

이외에도 ‘새타령’의 명창 이날치, ‘농부가’의 명창 송만갑, ‘쑥대머리’의 명창 임방울, 최초의 여성 명창 진채선 등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소리를 득음하기 위해 높은 절벽이나 폭포 앞, 동굴이나 무덤가에서 수십 년 간 연습하는 열정들이 대단하다. 때로는 목에서 피가 나오는 아픔을 참고, 눈이 튀어나올 정도의 통증도 견디고 때로는 똥물도 먹어가며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눈물겹다.

소리한다고 집안에서 내쳐지거나 아버지로부터 독살의 위기를 당하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프로정신과 그 열정을 생각하게 된다. 대단한 끈기와 열의다.

 

판소리는 옛 사람들의 기쁨, 슬픔, 고통, 즐거움 등을 극과 노래로 표현하는 우리의 뮤지컬 이다. 판소리는 명창들의 소리, 아니리, 발림으로 이뤄지며 고수의 북소리가 장단의 묘미를 더하는 우리의 소리다. 판소리는 1964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200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이제야 알게 된 우리의 명창 이야기이기에 소중한 책이다. 판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긴 노래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된 귀중한 책이다. 판소리의 명맥을 이어온 선조들의 이야기이기에 조선 시대 서민들 생활 속으로 시간여행한 기분이다.

 

* 아주좋은날 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