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작가의 옮김 1
에두아르 르베 지음, 정영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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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프랑스 작가 르베의 자신의 내면과 외면에 대한 고백소설

 

자화상이란 자기 얼굴을 스스로 그린 초상화다. 화가치고 자화상을 그리지 않은 이가 드물 것이고 작가치고 자신의 외면이나 내면을 적어보지 않은 이가 드물 것이다. 자화상을 잘 그리려면 우선 자신의 모습을 잘 관찰해야 한다. 전체적인 비율과 위치, 크기와 색상, 가느다란 주름과 작은 점까지도 세밀하게 포착해야 한다.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오롯이 마주하고 세세하게 그리다보면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자신의 모습에 당황하기도 할 것이고 잘못 알고, 있던 자신의 모습에 새롭기도 할 것이고, 세월의 흔적이 묻은 자신의 모습에 안타깝기도 할 것이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사진작가인 에두아르 르베의 자화상을 읽으면서 스스로의 자화상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자화상을 그린다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궁금했다고 할까. 잘 못 그리는 그림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세밀한 모습을 그린다는 게 자신과의 대화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불을 끄기 전 반시간 동안 책을 읽는다. 나는 오후보다 아침과 저녁에 더 많이 읽는다. 나는 독서를 위해 안경을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30센티미터 거리를 두고 읽는다. 나는 5분 후에 정말 읽기 시작한다. 나는 신발이나 바지를 착용하지 않고 더 잘 읽는다. (37)

 

매일 독서를 하면서도 독서 습관에 대해 적어본 적이 없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 못다 본 책을 펼쳐서 읽는다.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읽기에 잠자기 전엔 TV시청으로 마무리하는 편이다. 밤에 방영하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안경은 늘 쓰는 것이고 눈과 책과의 적정 간격인 30센티미터는 나도 기본적으로 지킨다. 어디에서나 책을 들고 다니기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독서를 한다. 대개 허리는 쫙 펴고 읽는 편이다. 때로는 엎드려서 읽기도 하고 때로는 걸어 다니면서 읽기도 한다. 때로는 차 안에서 조용히 읽기도 하고 때로는 카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에 읽기도 한다. 책의 표지를 보고 책의 매력을 느껴 독서를 하기도 하고, 무심코 펼친 책을 읽는 도중에 재미를 느껴 빨려 들기도 한다. 매일 새로운 책을 접하면서도 신간이 나올 때마다 읽고 싶은 목록이 빽빽해지곤 한다. 몰랐던 출판사, 몰랐던 작가, 몰랐던 블로그의 세계가 독서를 하면서 점점 영토 확장이 되고 있다.

 

솔직담백하게 자신을 그려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인간은 늘 단점은 숨기고 싶고 장점은 부각시키고 싶은 본능이 꿈틀거리기에 말이지. 아무리 객관적으로 그린다고 해도 자꾸만 주관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자화상을 한 편의 장편소설로 그릴 수 있다니. 자화상을 그리려면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얼마나 많아야 가능한 걸까.

 

 

르베가 2002년 미국 여행 중에 쓴 자화상에는 자신의 우울한 면과 재미있는 면, 무심한 성격과 적극적인 성격, 인간관계와 가족관계, 취향과 성향, 습관과 고민 관이 태연하게 그려져 있다. 다양한 자신의 모습, 때로는 이율배반적인 성격과 모순적인 사고까지 적나라하게 서술하고 있다. 프랑스 작가 르베의 자신의 내면과 외면에 대한 고백적인 소설이다. 문단 구분도 없고 생각이 흐르는 대로 자신의 모습을 그려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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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3-11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덕님두 안경을 쓰시는군요^~^
책의 적정간격이 인상적이였어요
제가 요즘 시력때문에 애를 먹고 있거든요

잘 안보인다구 가까이 읽다보니 시력이 급 격히 떨어져서 저녁에 책 읽기도 힘들고 컴퓨터나 휴대폰 들여다보면 눈이 아파서 거의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좀 우울ㅠㅜ
저두 봄덕님 처럼 적정간격 유지하는 습관 들여야겠어요^~^

봄덕 2015-03-11 13:56   좋아요 0 | URL
예전엔 안경이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냥 몸의 한 부분 같은 안경이죠. 눈 건강, 눈 관리는 저도 어렵지만 늘 눈 운동으로 관리하고 있답니다.^^
 
징비록 - 유성룡이 보고 겪은 참혹한 임진왜란
김기택 옮김, 임홍빈 해설, 이부록 그림, 유성룡 원작 / 알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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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알마/유성룡/김기택] 임진왜란 7년 후기, 유성룡이 남긴 교훈들…….

 

서애 유성룡의 임진왜란을 끝낸 후기이자 통한의 기록인 징비록의 관심이 요즘 뜨겁다. 소설로도 나오고 드라마로도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징비록을 읽을수록 속이 타고 분노가 들끓고 한숨이 나오는 건 비단 나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역사에 가정이 무의미하다지만 자꾸만 가정을 하게 되는 이유는 이 책을 읽을수록 안타깝고 생각할수록 분통 터지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선조가 좀 더 국제정세를 보는 안목을 가졌더라면, 권력층들이 붕당보다는 힘을 합쳐 국력을 키우는데 힘썼더라면, 이순신과 권율 같은 명장을 좀 더 일찍 발탁해서 군대를 혁신했더라면 어땠을까.

 

 

시경지난 일의 잘못을 주의하여 뒷날에 어려움이 없도록 조심한다라고 했는데, 이것이 징비록을 쓴 이유다. 유성룡의 <머리말> 중에서

 

국보 132호인 징비록임진왜란 당시 영의정과 도체찰사라는 직책으로 전시행정을 담당했던 서애 유성룡의 쓴 그 날의 기록물이다. 임진왜란 7년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글이며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말자는 교훈의 기록이다.

 

책에서는 임진왜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대내외적인 환경과 국제적인 상황, 조정의 분위기부터 나온다. 임진왜란을 생각하면 가장 안타까운 대목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걸 가래로도 막지 못했으니 말이다.

 

일찍이 일본에 통신사로 다녀왔던 신숙주가 성종에게 남긴 유언은 일본과 평화롭게 지내라는 것이었다. 이에 성종은 통신사를 보내려 했고, 풍랑이 심해 통신사가 되돌아온 경우가 있었다.

 

 

임진왜란 직전, 전국을 통일한 일본은 무사들의 힘과 전술을 바탕으로 조선을 거쳐 명을 칠 계획까지 하고 있었다. 일본은 전국 통일을 이룬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이르러서는 꾸준히 사신을 보낸 자신들과 달리 조선이 통신사를 보내지 않았다며 이전과 달리 굉장히 불만을 터트리며 도발적으로 나왔다. 조선에 온 일본 사신들은 이전과 달리 굉장히 거만했고, 온 세상이 일본의 손아귀에 들어올 것이라는 도발적 문구까지 편지에 넣을 정도였다. 더구나 사신으로 온 야스히로는 조선의 창자루가 짧다고 무시하고, 후추 통 하나에 무질서해지는 조선인들을 보며 조선이 망할 것이라며 대놓고 얘기할 정도였다고 한다. 실제 조선을 오가는 일본 상인들 사이에서도 일본의 조선 침략 소문이 퍼졌을 정도였다. 이렇게 조선에 와서 조선을 염탐하던 일본 사신들과 달리 조선은 이들의 말을 묵살하거나 이들의 행동을 무시해버렸다. 만약 일본 사신들의 오만방자한 말과 행동의 배경을 캐고자 했었다면 그들의 저의를 알 수 있었을 텐데…….

 

 

두 번째 사신으로 온 소 요시토시는 통신사를 데려가기 위해 끈질기게 버텼다. 그 결과 15903월 황윤길과 김성일, 서장관으로 꾸려진 통신사를 데리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일본에서 통신사를 대하는 태도도 오만 방자하고 예의가 없었지만 일본왕의 답장은 더 가관이었다. 그 답장에는 일본의 전쟁의도, 군사를 거느리고 명나라를 쳐들어가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드러냈다. 하지만 문제는 조선의 지도자들이었다. 황윤길은 일본이 전쟁을 일으킬 분위기라고 했지만 김성일은 그런 낌새를 채지 못했다고 한 것이다. 이 두 지도자의 정반대의 견해는 임금과 정치 세력들을 엄청 헷갈리게 했으리라. 그래도 임금에게 보낸 일본의 답장을 파악했다면 미리 대비를 하지 않았을까. 너무나 무사 안일한 권력층의 대응이 기가 막힐 정도다.

 

뒤늦게 왕명을 받아 지방의 성을 쌓고, 무기를 갖추고 점검하도록 했지만 전쟁이 없었던 시절이라 모두들 천하태평으로 대처했다고 한다. 더구나 최고의 명장인 신립조차도 일본의 조총이 쏜다고 다 맞추느냐며 일본을 얕보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정도였으니까. 어쨌든 일본군이 쳐들어온다는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지자 선조는 뛰어난 장수를 뽑아 올리라고 했고, 이에 유성룡은 이순신과 권율의 발탁하게 된다.

 

운명의 날인 1592413일 저녁 일본군의 배가 부산 앞바다를 덮을 정도였다. 일본은 다음 날 벌어진 전투에서 이미 이 전쟁의 승리를 자신하지 않았을까. 순식간에 정발의 부산진성이 무너졌고, 경상좌도 수사 박홍은 도망쳤고, 병사들도 도망치는 부산 일대는 아수라장이었다. 비록 송상현이 동래성을 수호하고자 했지만 이미 수적으로 역부족이었으니까. 2만 명의 일본군 대 2000명의 조선군의 전투, 신식 무기인 조총 대 구식 무기인 칼과 활, 돌멩이의 무기 대결, 기를 쓰고 침략하려는 일본군과 도망치기 바빴던 조선군 등 비교할수록 조선군의 패배는 불가피한 것이었다. 그러니 일본군은 파죽지세로 한양을 지나 평양까지 공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혁혁한 일본군의 승리였다. 더욱 아쉬운 것은 4일이 지나서 임금에게 전쟁소식이 알려졌다는 사실이다. 신속 정확해야 할 정보가 늦어지면서 전략에도 차질을 빚었을 것이다.

 

 

전쟁이 발발하자 유성룡은 전시 재상이 되어 선조의 피난을 책임졌다. 40여 일만에 평양성까지 함락되자 명나라는 군대를 보냈고, 전국 곳곳에서 의병들이 일어나면서 일본군에 대항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다행인 것은 이순신 장군의 해전에서의 승리로 일본의 보급로를 차단했다는 점이다. 만약 명나라 원정군대가 없었더라면, 이순신 장군의 해전에서의 불패신화가 없었다면, 각 지역 민초들의 의병 봉기가 아니었다면, 유성룡의 헌신적인 진두지휘가 없었더라면 어땠을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서늘하다.

 

미리 정비된 군사제도, 잘 훈련된 군인들, 초기 대응의 민첩함이 있었더라면 그리 허망하게 무너지진 않았을 텐데……. 400여 년 전의 역사지만 지금도 여전히 울림을 주고 일깨움을 주는 이야기에 전율이 일 정도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지 않으려면, 세계열강의 거친 경쟁 틈바구니에서 굳건히 생존하려면 유성룡의 징비록의 교훈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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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대 헐록 숌즈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2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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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전집 2. 아르센 뤼팽과 헐록 숌즈]프랑스 천재 도둑과 영국 명탐정의 세기의 대결..

 

프랑스가 자랑하는 추리문학의 거장에 모리스 르블랑이 있다면 영국이 자랑하는 추리문학의 거장에는 아서 코난 도일이 있을 것이다. 둘 다 멋진 캐릭터이지만 아쉽게도 모리스 르블랑의 소설에서만 홈즈가 등장한다. 모리스 르블랑은 영국 작가인 아서 코난 도일에게 셜록 홈즈 캐릭터 사용을 허락 받으려 했지만 거절당하자 셜록 홈즈는 헐록 숌즈, 왓슨은 윌슨으로 바꿔 자신의 소설에 등장시켰다고 한다.

 

 

아르센 뤼팽 전집의 2권에서는 모리스 르블랑이 창조한 괴도 신사 뤼팽과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한 명탐정인 셜록 홈즈가 등장한다. 물론 셜록 홈즈는 헐록 숌즈라는 우스꽝스런 이름으로 개명을 해서 말이다. 이른바 프랑스 도둑과 영국 탐정의 세기적인 대결이다. 작가가 프랑스인이라는 점에서 헐록 숌즈에겐 우호적이진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뤼팽의 짜릿하고 통쾌한 승리를 다루고 있으니까. 사실 그 정도는 예상한 바이지만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가 아니라 모리스 르블랑 식의 헐록 숌즈의 창조라는 점이 아쉬울 다름이다. 어쨌든 세기의 국제적인 대결답게 기발하고 환산적인 함정과 트릭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이 책에서는 금발 여인, 유대식 등잔등 두 편의 이야기가 있다.

개인적으로 금발 여인의 이야기가 좀 더 매혹적이다.

고물상에서 마호가니 책상을 발견한 베르사유 고등학교 수학교사인 제르부아는 딸 쉬잔의 생일선물로 골동품 책상을 구입한다. 고물상에서는 고상한 차림의 젊은 신사가 그 책상의 값을 두세 배로 줄 테니 자신에게 넘기라고 한다. 평소 한 성질 하는 제르부아는 제 성질을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팔 생각이 없다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집으로 돌아온 제르부아는 책상을 손질하며 만족해한다. 하지만 제르부아의 집에 둔 그 책상이 감쪽같이 도난당하게 된다.

 

그 와중에 복권에 당첨되지만 그 복권을 도둑맞은 책상에 둔 것을 알고 절망한다. 제르부아는 복권을 주관하던 부동산 은행에 수상한 자의 복권 당첨금 지불 정지를 요청하는 전보를 보내고 같은 시간 부동산 은행에는 복권을 소지하고 있다는 뤼팽의 전보가 도착하게 된다.

복권의 주인을 놓고 뤼팽도 법체계를 존중한다며 이례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한다. 명확한 증거를 가진 뤼팽과 증거물을 도난당한 제르부아의 대결에 세인들의 관심을 모으게 되면서 파리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반반씩 나누자는 뤼팽의 제안에 제르누아는 절대 그럴 수 없다며 선전포고를 하지만 이내 딸의 납치로 곤경에 처하게 된다. 더구나 딸을 납치했다는 금발 여인에 대한 증거들이 있지만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뤼팽의 제안에 굴복한 제르부아는 복권 당첨금을 수령해서 반반씩 나누게 된다. 그리고 이번에는 예전에 프랑스 왕관에 있었던 푸른 다이아몬드 분실 사태를 맞게 된다. 귀중한 푸른 다이아몬드를 찾기 위해서 영국 명탐정 헐록 숌즈에게 부탁하게 된다.

 

 

형사와 탐정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대범하게 유유자적하기도 한다. 뤼팽은 천재 건축가의 기질을 발휘하며 감쪽같이 함정을 파놓기도 하지만 잡히기도 하는데......금발 여인과 뤼팽의 로맨스, 변신과 변장을 거듭하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뤼팽의 활약이 단연 돋보이는 이야기였다.

 

비록 도적질이고 사기 행각이지만 부자들과 공권력을 조롱하는 뤼팽, 그의 뛰어난 기지와 탁월한 신체 능력, 지치지 않는 보석에 대한 호기심, 예술 감각과 유머까지 겸비한 뤼팽, 더구나 프랑스를 사랑하고 예술과 귀중품에 대한 일가견이 있는 뤼팽, 더구나 왕족의 핏줄을 받아 프랑스에 대한 애국심까지 지닌 괴도 뤼팽의 이야기다. 예측불허, 상상불가의 이야기들이 긴장감을 주고 섬세하고 매력적인 문체는 숨 돌릴 틈 없이 몰아쳐 읽게 만든다. 착한 가격이라는 점도 끌리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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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초콜릿
패멀라 무어 지음, 허진 옮김 / 청미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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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초콜릿]공복의 초콜릿처럼 십대의 일탈은 얼마나 중독적인 걸까.

 

어린 시절,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자랐다면 십대와 그 이후에 정서적 안정을 누렸을 것이다. 서로 사랑하는 행복한 부모 밑에서 가정의 행복을 느끼며 자랐더라면 그런 정서적 행복은 평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보고 자란 아이, 엄마와 아빠의 불신을 보고 자란 아이, 남자 친구를 자주 바꾸는 불안정한 엄마를 보고 자란아이가 사춘기를 안정적으로 보낼 것이라는 장담을 누가 할 수 있을까. 저자인 패멀라 무어가 16세이던 1956년에 쓴 성장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코네티컷 주 스케이스브룩의 기숙학교 시절, 코트니의 유일한 친구는 재닛이었다. 또래와의 대화라면 왠지 지루하고 시시하다고 느낀 코트니는 친구들보단 연상의 여자 어른에게 끌리게 된다. 부모님의 이혼과 엄마의 사랑결핍이 원인이었을까. 어렸을 적부터 엄마의 친구들과 어울렸기 때문일까. 코트니는 또래와의 대화보단 연상의 여자 어른과의 대화가 편하고 잘 통한다고 느낀다.

 

코트니는 밤마다 20대 초반의 영어 선생님 로즌 선생님을 찾아가선 선생님을 통해 삶과 문학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나간다. 하지만 선생님은 자신보다는 친구들과 더 어울려야 한다며 밤의 만남을 거부해 버린다. 늘 삶에 대한 분석이 예리하고 감정을 배제한 이성적인 분석이 냉철해서 매력을 느꼈던 선생님이었다. 더구나 엄마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여섯 살 이후로 처음으로 신뢰하게 된 선생님이었다. 엄마나 아빠를 대신하여 기댈 수 있는 분이라고 여겼는데 선생님의 거부로 코트니는 심각한 상실의 고통에 시달리며 무기력과 절망의 생활을 하게 된다.

또래와의 대화가 어려운 코트니는 결국 엄마의 도움으로 비벌리힐스 고등학교로 옮기게 된다. 할리우드에서 잘 나가는 배우였던 엄마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생활은 점점 어려워진다. 코트니의 엄마 또래의 호모 배우 배리와 처음으로 섹스를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배리의 배신으로 절망감을 느끼던 코트니는 자해를 시도하게 되고 요양원에 들어가게 된다.

요양원을 나와서도 흡연과 음주, 섹스로 일탈적인 생활을 즐기다가 유일한 친구인 재닛의 죽음을 보며 삶의 이유를 깨닫게 된다. 적어도 친구의 죽음이 무의미하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스스로에 의지하며 자신의 길을 가리라 결심하게 된다.

 

일찍 어른이 된 아이, 어른 흉내를 내고 싶었던 아이, 어른들에 기대고 싶었던 아이들이 방황과 좌절을 겪으면서 절망과 무력감에 빠지는 성장 소설이다. 엄청난 고통과 손실을 겪은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존재의 의미를 깨치며 스스로의 길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소설에서는 기숙학교에 다니는 열다섯 살 소녀 코트니 패럴의 사랑과 우정, 음주와 흡연, 섹스와 죽음을 통한 십대들의 불안한 심리적 방황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부모에 대한 기대감 추락으로 다른 어른 남자나 어른 여자에게 기대며 심리적 안정을 찾고자하는 십대 소녀의 일탈을 그리고 있다. 또래 아이들보다 남다른 성적 체험으로 더욱 절망하며 무력해지는 모습, 사춘기 특유의 불안과 실망을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서야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가기에 안타까움이 인다.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더구나 미완성의 십대이기에 이른 아침의 초콜릿의 달콤함은 더 중독적인 걸까. 50년 전 십대의 호기심과 불안 심리가 일탈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지금의 비틀거리는 십대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의 음주와 담배, 섹스 등으로 인한 중독성이 아찔해서 안타깝다. 공복의 초콜릿처럼 십대의 일탈은 얼마나 중독적인 걸일까. 그런 중독에 빠지기 전에 어른들이 줄 수 있는 평화와 안정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가히 충격적인 내용들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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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man 2015-03-09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한번 보고싶어요^^

봄덕 2015-03-10 15:04   좋아요 0 | URL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고통스런 이야기, 충격적인 이야기랍니다...
 
너는 모른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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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욕망의 무절제에 대한 응징을 다룬 끔찍하고 치밀한 심리스릴러

 

프랑스 장르소설 작가들 중 사랑받고 있다는 카린 지에벨의 소설을 처음으로 접했다. 카린 지에벨은 이 소설로 프랑스 최고의 추리문학상인 <코냑추리문학상>, 대중성의 척도를 알리는 <SNCF 추리문학상>, 엥트라뮈로스 상, 로망르와르소설 페스티벌 대상 수상작 등 4개의 추리문학상을 받았다.

 

 

이야기는 브장송중앙경찰서에 근무하는 브누아 로랑 경감이 낯선 곳에서 철창 안에 갇힌 채 아침을 맞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쇠창살 너머엔 붉은 머리의 젊은 아가씨 리디아가 있다. 브누아는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지하 창살에 절망한다. 치밀한 사전 계획 하에 만들어진 빈틈없고 완벽한 감금시설에 갇히게 되다니. 점차 밀실공포증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그에게 리디아는 그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임을 즐기겠다고 한다. 리디아는 속죄를 위해 기아, 추위, 불안, 고독, 두려움, 절망, 육체적 고통, 마지막엔 죽음까지 겪어보라는데…….

 

악몽 같은 이런 일이 왜 발생한 걸까. 어디서 잘못된 걸까. 그녀는 변태일까, 광기일까, 사이코패스일까. 원한관계일까. 자신의 바람기를 잡기 위해 아내 가엘이 사람을 고용한 걸까. 도박 빚으로 시달리는 모레티 서장일까.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하는 그 누군가가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죽일 방법을 고안한 걸까. 리디아 자신이 사귀던 남자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 깊어서 바람기가 많은 남자들을 응징하려는 걸까. 평소 누구보다도 책임을 다했던 형사였지만 부인을 속이고 바람을 피운 남편이었다는 징벌이 이리도 가혹하다니.

 

브누아를 감금하고 있는 리디아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 온 여자였다. 치료를 위해 병원에 온 리디아는 니나 박사에서 이제는 사람들이 자신을 미친 사람 취급하지 않도록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나 앞으로 줄 사람들을 단호히 응징하겠다는데…….매력적인 외모의 리디아는 남들로부터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지만 예측불허의 생각을 하고 두뇌회전이 빠른 환자였다.

 

한편, 브장송중앙경찰서에서도 브누아 경감 실종사건 전담반을 꾸리고 과거 연인 관계였던 자밀라 파샤니 경위가 책임자가 된다. 브누아의 부인과 이웃을 탐색하던 중에 이상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리디아는 15년 전 자신의 창고에서 발견되었다는 펜던트와 아동성폭력 증거물들, 익명의 제보자의 편지를 토대로 브누아 경감이 어린 소녀 오렐리아를 성폭행하고 죽였다며 고백하라고 한다. 하지만 오렐리아가 죽은 날의 알리바이를 제시하면서 브누아는 누명을 벗게 된다. 하지만 리디아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브누아는 철창을 벗어날 수 없게 되고......

  

카린이 심리 스릴러, 느와르스릴러의 작가라는 평판만큼 이 소설의 분위기도 긴박하고 스릴 있다. 더구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소설이 아닌가. 그러니 재미는 기본양념처럼 필수적으로 제공되는 소설이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반전이다. 추리소설의 재미는 아무래도 형사의 눈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것이리라. 탐정의 촉으로 범죄의 냄새를 맡고 단서를 찾아내는 것이리라. 하지만 제목처럼 범인을 찾기가 쉽진 않은 책이었다. 애초에 약간의 예상은 했지만 뒤로 갈수록 잘못 짚어도 많이 잘못 짚은 사건이었다. 성폭력에 대한 원한관계와 욕망의 무절제에 대한 응징을 다룬 끔찍하고 치밀한 이야기 구조가 예측과 상상을 불허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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