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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랑, 인생은 인생 - 가사로 읽는 한대수의 음악과 삶
한대수 글.사진 / 북하우스 / 2015년 4월
평점 :
[사랑은 사랑 인생은 인생] 천재 뮤지션 한 대수의 음악과 삶, 악보집까지...
가수 한대수라면 히피 가수, 비운의 가족사로 기억되는 천재 싱어송아리터다. 언젠가 가수 한 대수의 삶을 시리즈를 엮은 신문 기사를 보면서 양희은이 부른 <행복의 나라>, 김민기가 부른 <바람과 나>를 작사·작곡한 음악인임을 알게 되었고, 그가 지은 노랫말이 무척이나 서정적이면서도 은유와 함축이 가득함도 알게 되었다.

가사로 읽는 한 대수의 음악과 삶을 담은 <사랑은 사랑, 인생은 인생>를 읽으며 수많은 곡을 쓴 사실을 처음 알았다. 사랑과 절망, 소망, 그의 삶을 담은 가사들이 어쩜 그렇게 아름다우면서도 진실할까. 시를 사랑했던 음악인이었으니 가사들이 모두 시 같다.
장막을 걷어라
나의 좁은 눈으로 이 세상을 떠 보자.
창문을 열어라
춤추는 산들바람을 한번 또 느껴보자
가벼운 풀밭 위로 나를 걷게 해주세
온갖 새들의 노래 듣고 싶소
웃고 울고 싶소
내 마음을 만져줘
나도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행복의 나라> 중에서
그는 아버지의 실종과 어머니의 재혼 이후로 할아버지와 살게 되었다. 좋은 집이었지만 함께 놀아 줄 친구도 없고 자신의 고민을 들어 줄 부모도 없는 텅 빈 방에서 자신의 신세를 <옥의 슬픔>이라는 곡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18세,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죽은 줄만 알았던 아버지를 찾아 뉴욕의 롱아일랜드로 갔다. 실종된 지 17년 만에 나타난 아버지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아버지는 기억 상실증에다 이미 미국 여지와 재혼을 한 상태였다. 자신이 기대하던 삶과 달라도 너무 다른 현실 속에서 한국의 친구들이 그리웠던 십대 소년은 자신뿐 만 아니라 가난한 한국의 남과 북도 모두 장막(철조망)을 거두고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행복의 나라>를 만들었다고 한다.
핵물리학자 아버지를 명태 잡이 할배로, 서울 탤런트 애인을 촌색시로 바꿔 어머니의 집에서 쫓겨난 자신의 절망적인 신세를 역설적으로 비튼 노래가 <고무신>이라고 한다.
비틀즈는 내게 “너도 곡을 쓸 수 있어”라고 용기를 주었고, 밥 딜런은 내게 “가사에도 너의 생각을 담을 수 있어”라고 가르쳐주었다. (책에서)
그의 삶은 자유로운 영혼 그 자체였다. 좋은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비운의 삶을 살았던 그의 인생이 너무나 극적이어서 일까. 연세대학교 초대 학장으로 계셨던 할아버지, 미국 유학을 떠난 뒤 갑자기 실종된 핵물리학자 아버지, 아버지의 실종 후 어머니의 재혼 등은 그를 방황하는 영혼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결국 고독과 절망 끝에 선택한 삶은 자유로운 삶이였다. 버리고 비우던 그에게 자유는 최후의 보루 같은 것이었을까. 어린 시절부터 겪은 파란이 그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니, 그의 삶과 노래가 더욱 대단해 보인다.
미국 유학을 떠난 뒤 갑자기 실종된 핵물리학자 아버지, 아버지의 실종 후 어머니의 재혼을 보는 아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조용하던 가정이 한 순간에 혼란 속에 빠졌으니 말이다. 희망적이었던 가정에서 더 이상 이전 같지 않은 절망을 맛봤을 테니 말이다. 핵물리학자였던 아버지의 미국 유학과 실종이 없었더라면, 미국 CIA의 뇌세뇌만 아니었더라면 편하게 사랑받고 살았을 텐데....
그의 히피 같은 삶, 서울 탤런트와의 연애, 서양화가 명신과의 결혼, 서울에서의 기자 생활 중에도 작사 작곡을 했던 그, 옥사나와의 열정적인 삶, 양호의 탄생이 준 기쁨, 인생의 고독 등 보고 듣고 느끼는대로 노래로 옮긴 한 대수의 노래와 그 사연을 읽다으며 굴레를 벗어나고픈 방황하는 자유 뮤지션 같다. 어디에도 소속되고 싶지 않은 자유 영혼, 운명의 굴레에 속박되고 싶지 않은 천재 뮤지션 같다. 삶이 주는 헛헛함 속에서도 행복의 나라를 그리고 싶은 자신의 느낌을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어 했던 뮤지션이다.

책에는 그의 노래와 그 노래를 만들게 된 배경들이 에세이로 나와 있다. 김도균 기타, 김종서 코러스, 손무현의 무한대, 양희은의 <행복의 나라>, 김민기의 <바람과 나> 이야기도 있다. 사진 찍기를 즐겼던 그의 사진 작품들도 맘껏 만날 수 있다. 악보집까지 한 세트다.
행복의 나라, 오늘 오후, 물 좀 주소, 인상, 자유의 길, 바람과 나, 멸망의 밤, One Day, 옥의 슬픔, 하룻밤, 고무신, 잘 가세, 마지막 꿈, To Oxana 등 알고 있는 곡은 많지 않지만 가사들이 모두 주옥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