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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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하퍼 리]인종차별, 편견에 던지는 소설~

 

 

인종차별, 불평등, 오래된 편견, 불합리한 환경은 언제쯤 바뀔까요? 노예무역으로 시작된 흑인 노예제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흑인에 대한 자별,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타 지역민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기에 마음이 아픕니다. 지금의 아프리카 문제도 서구 열강들의 침략, 흑인 차별의 결과이자 상처이기에 가슴이 아픕니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미국에서의 흑인 차별 역시 여전하다고 알고 있기에 책을 읽으면서도 착잡한 마음뿐입니다. 언제쯤 모두가 평등한 세상, 편견과 불합리가 없는 공존의 세상을 살게 될까요?

 

 

앵무새 죽이기!

저자인 하퍼 리 역시 변호사인 아버지 밑에서 흑인 차별에 대한 것을 보며 자랐고, 어른들의 오랜 편견이 깨지지 않음을 보았기에 이 소설은 반자전적 소설이라고 합니다.

 

소설은 미국의 오래된 읍인 메이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데요. 주인공 스카웃 펀치의 시선으로 마을의 모습, 시대의 어두운 면을 그리고 있어요. 스카웃은 마을에서 변호사인 아빠, 오빠 젬, 부엌일을 맡은 흑인 캘퍼니아 아줌마와 함께 살고 있고요. 여름이면 이모인 레이첼 아줌마 집에서 보내는 딜과 오빠 젬과 함께 온갖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말괄량이 소녀입니다.

 

평화롭던 시골 마을이지만 늘 문제의 불씨는 가지고 있죠. 은둔자인 부 브래들리에 대해서 악담이나 거부감을 표출하는 이도 있고, 흑인을 가정부로 둔 변호사 아빠를 모욕하거나 험담하는 이도 있는 평범한 마을입니다. 폭풍의 전야 같은 분위기랄까요?

 

마을에선 톰 로빈슨에 대한 재판을 두고 한바탕 소란이 입니다. 밥 유얼이 자기 딸을 강간했다며 톰을 고발하고 감옥에 넣은 사건이었죠. 흑인 피가 단 한 방울만 섞여도 흑인 취급을 받고, 흑인이기에 부당한 대우를 당하던 시절이었기에 톰에겐 불리한 재판이었죠. 증거도 불충분하면서 거짓 증거를 대고 거짓 증언을 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흑인에 대한 편견을 표출하는 마을 주민들, 흑인이기에 당하는 부당한 판결을 보고 주민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스카웃, 변호사 가족을 해하려는 이들, 스카웃 남매가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을 주는 부 브래들리 등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면서 반전을 줍니다.

 

 

1960년에 출간되었고 영화화까지 됐다는 앵무새 죽이기는 하퍼 리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작품이랍니다. 6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공감가는 이야기이기에 소름끼칠 정도입니다. 과학과 기술은 발전했지만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시선은 여전히 답보 상태인 것 같아서요. 경제 성장, 사회적 성공보다 가장 기본적인 가치는 인간 존중이겠죠. 다름을 존중하는 사회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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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jifs 2015-07-07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을 위하여 모두가 노력을 하고 있으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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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자칭 신이라는 남자의 고민은…….

 

신이 없더라도 우리는 신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볼테르

 

보이지 않는 존재인 신이기에 인간이 그려보는 신은 여러 가지다. 전지전능한데다 보이지 않는 신이 있는가하면, 어수룩하고 실수연발이지만 인간의 모습을 한 신도 있다. 물론 어수룩한 인간 모습의 신은 스스로 신이라 부르는 이다. 독일 작가 한스 라트의 소설을 읽으며 세상은 소설 속에 나오는 어수룩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스스로 신이라는 사내가 주변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삭막하고 황량한 세상에 온기를 주는 것만으로도 온기의 신으로 부르고 싶을 정도다.

 

 

소설 속엔 두 남자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시작한다. 심리 치료사와 자칭 이라는 사내의 만남이다. 이혼이후 야콥은 찾아오는 손님도 없기에 사무실 경비도 대지 못해서 파산 직전이다. 그런 그에게 이혼한 전처는 야콥이 머무는 아파트와 사무실이 자신의 소유라며 새로운 관계를 제시한다. 게다가 엄마는 잘 나가는 은행원인 동생을 두둔하며 야콥을 무시한다. 그런 야콥에게 자칭 이라는 아벨이 심리 상담을 요청하면서 법의 관점이 아닌 직감에 따라 판단을 내려달라고 한다.

 

내가 뭔가 실수를 한 게 분명해. 인간들이 다시 나를 믿을 수 있도록 그 실수가 뭔지 찾아낼 수 있게 도와 줘. (105)

 

서커스 광대를 아르바이트로 하고 있는 아벨은 의사, 건축사, 비행기 조종사, 청소년 전담 판사, 검사, 폭파 전문가, 은행 직원, 핵물리학자, 소방대원, 선장 등 온갖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허풍을 떤다. 자신의 가족을 만나러 뮈헨으로 가자고 제안하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제법 유머러스하면서도 의미심장하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해달라는 야콥의 말에 아벨은 태고적 빅뱅부터 이야기 한다.

 

-알았어. 그럼 빅뱅부터 시작하지.

-빅뱅은 나의 첫 개인적 불꽃놀이라고 생각하면 돼. 빅뱅을 통해 난 아득한 밤을 창조했어. 하늘과 땅도 그때 만들었지. 처음에 땅은 휑하고 황량했어. 오늘날의 달과 비슷했지. 하지만 태초의 지구에는 땅의 대부분을 뒤덮은 거대한 바다가 하나 있었어. 주위는 칠흑 같았고. 그래서 나는 빛부터 만들기로 마음먹었고, 그다음에......

-성경에 나오는 내용과 똑같잖아.

-그게 어때서? 성경에 나오는 내용이 다 틀린 건 아냐. (88~89)

 

이쯤 되면 정신찬락증상을 보이는 병자이거나 희대의 사기꾼이거나 아니면 인간의 모습을 한 진짜 신일까 헷갈리면서도 정신병자 쪽으로 몰게 되는 법이다. 야콥은 아벨의 요구에 응하면서도 정신병자가 아닐까라는 의심스런 눈을 거두지 못한다.

 

스스로 신이 된 아벨은 돈이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만큼의 돈을 카드 게임으로 번다며 신은 노름꾼이라고 한다.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고 말한 아인슈타인을 낄 데 안 낄 데 모르고 아는 척하길 좋아하는 인간이라고도 하고, 신은 주사위를 던질 뿐 아니라, 룰렛, 블랙잭, 포커까지 할 줄 아는 진정한 노름꾼이라고 한다. 신이 도박꾼이기에 인간 같은 족속을 만들 생각을 했다나…….

미켈란젤로는 신의 도움이 필요 없던 몇 안 되는 인간에 속하지만, <인간 희극>을 쓴 발자크에겐 커피를 끓여줘야 했다고 하고, 커피 한 잔 마시면 좋겠다는 순간에 객차 서비스 직원이 커피를 들고 대령해 있고, 더 마시고 싶다는 순간에 따끈한 커피가 순식간에 빈 잔을 채운다.

 

신 아벨은 인간 야콥에게 질문을 던진다. , , 돈 등 적당하면 삶에 득이지만 지나치면 독이 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도대체 선과 악의 경계가 어딜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신은 실패한 신이라고 한다.

 

때로는 희대의 사기꾼 같기도 하고, 때로는 순진한 허풍쟁이 같기도 하고, 때로는 심각한 정신병자 같기도 한 아벨과 동행을 하면서 야콥은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된다.

 

 

신의 애인을 찾고 신의 아들을 찾는 과정에서 무시당하기도 하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을 주는 신의 존재에 야콥은 서서히 경배의 대상으로 삼고 싶어진다. 남을 조종하는 수상쩍은 능력을 가진 광대이지만 야콥은 그런 신의 따스한 매력에 끌려 그의 휘하에서 종교적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무엇보다 신의 도움을 받아 동생의 문제와 엄마의 문제까지 해결한 인간은 그를 믿게 된다. 아벨을 신으로 간주한다고해서 나쁠 것은 없음을, 서로에게 도움이 됨을 믿게 된다. 하지만 신은 사고를 당하게 되고…….

 

저자는 심리치료사가 신이라는 남자를 만나 함께하는 여정에서 신을 대하는 인간의 모순을 제기한다. 신은 어디에나 있음을, 가장 가난한 이가 신의 모습일 수도 있고, 가장 아픈 이가 신의 모습일 수도 있음을 이야기한다. 문제를 던지고 숙제를 주는 소설이지만 즐겁게 숙제할 수 있는 건 재미있는 어투 덕분일 것이다. 다소 무게감이 있는 주제를 톡톡 튀는 대화와 해박한 지식과 풍자, 유머까지 곁들였기에 굉장히 유쾌하게 읽힌다. 영화로 나와도 좋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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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 두 번 숨다 탐 철학 소설 19
황희숙 지음 / 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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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 두 번 숨다/황희숙/탐]분석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을 만나다.

 

 

철학서적을 보면서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적 철학에 매료된 적이 있기에 언젠가 그의 책을 읽고 싶었다. 탐 출판사의 탐철학소설시리즈로 비트겐슈타인을 만나다니, 반갑다. 이 책은 소설 형식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생각과 그의 삶을 풀어준다. 해서 어려운 논리철학을 조금은 쉽게 접할 수 있다.

 

 

소설은 외손자 상우와 외할머니 강지효라는 가공의 인물을 통해 비트겐슈타인의 고뇌와 역사적 사실과 역사적 인물들을 만나기에 상당히 이색적이다. 특히 이십대의 외할머니가 미국 유학을 가서 비트겐슈타인의 명성을 듣고 영국으로 건너가 그를 만난다는 설정과 그런 할머니의 노트를 통해 현재의 손자가 논리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20세기 최고의 천재 철학자라고 칭송받는 비트겐슈타인을 만난다면 얼마나 신날까?

 

소설은 중학생 상우가 외할머니의 묵은 청갈색노트를 발견하면서 시작한다. 기억에도 없는 외할머니가 미국 유학을 갔다가 케임브리지대학교에 있다는 괴짜 철학자인 비트겐슈타인을 만나러 대서양을 건넌다는 외할머니의 옛 편지를 보게 되면서 이십대 지효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비트겐슈타인의 매력에 푹 빠진 지효는 영국에 도착해서 비트겐슈타인의 스승인 러셀을 찾아가기도 하고 동료들을 찾아가지만 비트겐슈타인을 만나지 못한다. 지효와 친구들은 약도가 그려진 메모만 남긴 채 은둔처로 사라진 비트겐슈타인을 찾아 그를 추적하게 된다. 드디어 노르웨이에 은둔한 비트겐슈타인을 만나 그의 삶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지효와 친구들은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비트겐슈타인의 삶과 언어논리에 빠지게 되고…….

 

지효는 천재 분석철학자이자 논리학자인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1889~1951)의 가치관과 논리와 분석 철학이 그의 개인적인 삶의 흐름 속에서 터득한 것임을 알게 된다. 비트겐슈타인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철강 산업의 대부호 아들로 태어나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축복받은 가족 분위기에서 자랐다. 하지만 가업을 무려받길 원했던 아버지와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싶었던 형들의 갈등으로 3명의 형들은 자살로 생을 마쳤다. 어린 시절 겪은 형들의 죽음은 그에게 삶과 죽음의 문제를 던져 주었고 그렇게 청소년기를 마쳤다.

기계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당시 히틀러도 다녔다는 린츠 실업 고등학교에서 물리학을 배웠고, 베를린 공과대학을 거쳐 맨체스터 공과대학에서는 항공공학을 연구했다. 그의 관심이 항공공학에서 유체역학이론, 응용수학, 순수수학으로 옮겨 가면서 러셀의 수학원리를 접하며 논리학을 배우기에 이른다.

 

소설 속에서는 비트겐슈타인이 오스트리아의 엄청난 부잣집 아들에 태어나 휘파람으로 오케스트라 전곡을 불기도 하고,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산을 가난한 시인들에게 기부하고 나머지는 가족들에게 나눠주고,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즐기고,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으며 철학적 사색에 빠지는 괴짜로 그려져 있다. 이후 그는 초등 교사, 수도원 정원사 조수, 누나의 집을 현대식으로 손수 건축하고, 캠브릿지에서의 강의, 말년엔 아일랜드에서 은둔하다가 암으로 죽는 순간까지 지효와 교류하는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노르웨이 바닷가에서 은둔자로 지내다가 제1차 대전이 발발하자 오스트리아군으로 자원입대했고 이탈리아군에 잡혀 포로수용소에 수용 되고, 수용소에서 <논리철학논고>의 원고를 마무리했고, 지효 일행과 말놀이, 규칙 따르기, 가족유사성, 논리-철학 논고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지효는 비트겐슈타인의 강의도 듣고 그와 나눈 대화와 편지를 통해 점점 철학적으로 생각하고 글을 쓰는 습관이 들게 되고…….

 

너무 많이 아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지 않기란 힘들다.’(141)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28)

철학이 유리병에 갇힌 파리에게 출구를 가르쳐 주는 것’(28)

 

 

물질이 주는 풍요보다 검소함이 주는 비움을 사랑한 철학자인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와 실재 사이에 존재하는 구조적 동일성을 찾았고, 언어를 실재의 논리적 그림으로 봤다고 한다.

삶과 죽음, 언어의 논리와 분석을 외롭게 은둔하면서 구체화하고 완성한 이야기가 놀랍다. 무엇이든 관심을 보이면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냈던 천재, 세계적인 철학자 러셀마저도 신이라 불렀던 제자, 죽는 날까지도 저술을 멈추지 않았고 최선의 삶을 살다가 천재의 검소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비트겐슈타인이 자신의 삶을 통한 실존적 고뇌와 철학적 문제를 형들의 자살과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전쟁터에서 느끼고 고민했음을 알게 된 책이다. 난해한 철학이지만 논리철학을 삶에서 구현하고 싶었던 비트겐슈타인의 순수한 열망을 볼 수 있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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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 베스트셀러를 쓰다 탐 철학 소설 20
염명훈 지음 / 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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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 베스트셀러를 쓰다/염명훈/] 명작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

 

 

역사책에서 단 몇 줄로 만났던 삼국유사의 저자인 일연을 소설로 만나다니, 감개무량하다. 13세기에 살았던 고려의 승려 일연을 21세기에 새롭게 만난 느낌이다. 몽고가 세계를 휩쓸던 13세기는 기마전을 내세운 몽고의 속공과 그들의 잔혹한 침략에 고려 역시 그 피해를 비껴갈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더구나 문신들의 차별과 향락에 못 견딘 무신들의 반란으로 이룩된 무신정권의 시대였고 칼바람이 불던 정치 군인의 시대였으니, 일반 백성들의 삶에 대한 의욕과 사기는 땅에 떨어졌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런 백성들에게 민족적 자부심을 심어주고자, 뿌리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고자 고심했던 일연 스님. 직접 현장 답사를 하고 책을 통해 고증을 거친 후 삶의 마지막 시간을 삼국유사저술에 바친 이야기를 읽으니 일연 스님의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삼국유사를 쓴 일연(1206~1289)은 몽골 침입, 무신 정권의 횡포, 삼별초 반란 등 풍전등화의 시기를 견뎌낸 고려의 국사다. 그는 경상북도 경산 지역에서 태어나 9살에 광주 부근의 무량사에서 공부했고, 14살에 설악산 기슭 진전사에서 일연 스님이 되었고, 22세에 승과에 장원급제한 후 달성군 비슬산 보당암에서 참선을 했고, 31세에 보당암의 북쪽에서 깨달음을 얻고 큰 스님이 된 후 전국을 떠돌았다. 44세에 남해 정림사 주지로 대장경 제작을, 51세에 윤산의 길상암에서 중편조동오위를 쓰고, 운제산 오어사, 비슬산, 인흥사, 봉암사 등을 거쳐 마지막 순간엔 삼국유사저술한 군위 인각사에서 생을 마감했다.

 

소설로 만나는 삼국유사를 쓴 일연스님 이야기엔 무극 스님과 충렬왕의 실존 인물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은 이야기 구성을 위해 만든 가상인물이다.

 

소설은 무관의 아들 생동이 삼별초의 난으로 부모를 잃게 되면서 노비의 자식인 든금과 함께 일연 스님을 따라 절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부모를 잃은 슬픔과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살아야 하는 비밀을 간직한 생동과 노비의 자식이기에 받던 차별의 서글픔을 가진 든금에게 이들의 자존감을 세우기 위해 일연 스님은 고대 삼국의 이야기, 그 시절의 사람들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일연 스님은 노비의 삶도 주인의 삶과 같이 귀함을,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모두 단군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된 같은 민족임을 일깨운다. 그러니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님을, 백성과 노비가 왕과 권세가들과 다르지 않은 귀한 존재임을 깨우치며 기운을 북돋운다.

 

단군의 건국신화, 신라의 박혁거세의 탄생, 고구려와 백제의 건국, 만파식적, 일본으로 건너가 왕과 왕비가 된 연오랑 세오녀, 신라 법흥왕 때 이차돈의 순교 이야기, 황룡사 9층 목탑, 법국의 꿈을 키우던 영험한 땅의 이야기를 전하며 참담한 심정의 백성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자 한다.

한편, 고려 충렬왕은 몽골 공주와 결혼하면서 치욕스런 충자를 쓴 최초의 왕이 되고, 일연을 국사로 두고 자문을 받기도 하지만, 몽고의 압제로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자 술과 사냥으로 세월을 보내게 된다. 일연 스님은 몽고의 일본 정벌에 끌려갔다가 물귀신이 된 고려의 백성을 위로하고, 무극 스님은 일연스님의 말년을 지킨다.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와 비교되는 일연의 삼국유사의 내용은 정사가 아니지만 권력의 눈치를 보지않고 자유롭게 쓴 역사이기에 더욱 가치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단군의 건국신화, 고대 삼국의 건국 설화, 신라 향가, 숱한 이야기들이 백성들의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충정에서 시작한 저술이라고 하니, 삼국유사를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 전국을 떠돌며 듣고 모은 자료들, 책을 통한 고증을 거친 자료들을 마지막 힘을 모아 백성과 나라를 위해 썼다고 하니, 일연 스님의 뜨거운 충정이 느껴진다.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역사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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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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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새>의 작자가 13년 간의 심도 깊은 고증과 17년에 걸친 집필로 완성한 `마스터 오브 로마`의 한국어 판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보다 더욱 사료에 충실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읽힌다는 평가를 받는 책이다. 대단한 책이다. 로마사의 새로운 고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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