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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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Me Before You]눈물 샘을 건드리는 로맨스 소설, 헐리웃 영화로~~

 

 

 

예전엔 잘 나갔던 사지 마비된 부유한 남자와 평범하고 가난한 젊은 여자 간병인의 조합은 미묘한 느낌을 준다. 손조차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남자와 그를 돌봐야 할 의무를 지닌 여자, 그들의 공간은 폐쇄적이고 그들의 시간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로맨스에 빠질 것이라는 추측은 당연해 보이는데…….

 

남자와 여자가 같은 공간에서 매일 만나고 부딪치다 보면 고운 정 미운 정까지 들게 될 텐데……. 무인도에 불시착한 남녀의 로맨스가 확률 100%의 결실을 이루는 것처럼 말이다.

 

 

 

 

그가 이별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사랑에 빠졌다.

 

 

책표지에 나온 이 말이 달콤한 로맨스가 아님을 예고하고 있어서 슬픈 감정을 준비하고 읽었다고 할까. 언제 어디에서 눈물이 터지려나. 기대되기도 했는데…….

 

 

 

한때 성공한 남자의 표본이었던 윌 트레이너.

과거의 그는 세상 무서울 것 없고 세상에 꺼리길 것 없던 현명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전직 천재 경영인, 전직 스카이다이버, 스포츠맨, 여행가에 멋진 애인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완벽한 남자였던 그는 하루아침에 추락하게 된다.

모터바이크 사고를 우연히 당하게 되면서 각본에도 없던 전혀 다른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남이 낸 사고의 희생자가 되어 억울하고 비참한 생을 살게 될 지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윌은 그 사고로 척수외상이 오면서 온 몸에 사지마비가 오고 아무리 노력해도 더 나아질 가망이 없음을 알게 된다.

 

희망이 보이지 않을수록 인간은 더욱 예민해지고 까칠해지고 소심해 지는 걸까.

윌은 이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늘 약을 달고 살아야 한다. 근육마비를 막고 통증을 막기 위해, 다리의 울혈이 생기지 않기 위해, 뼈가 뒤틀리지 않기 위해, 6개월마다 끔찍한 병원 치료도 받아야 한다. 더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이, 단지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매일 남의 손에 의지해 살아야 한다. 윌은 전혀 예상 못한 인생행로를 생각할 때마다 그 좌절감에 민감해지고 까칠해지는데…….

이럴 때 자존심 강한 남자의 선택은 무엇일까. 누구나 그 상황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텐데…….

 

 

별다른 특색 없는 26살 루이자. 그녀는 일하던 카페에서 잘리고 직업을 찾던 중 6개월 한시적인 간병인으로 일자리를 얻게 된다.

사지마비환자의 말 상대와 그의 수족처럼 대해주고 다치지 않게 보살피는 보조 간병인 정도라는 설명에 쉽게 생각해 버린다.

할아버지가 병을 앓게 되면서 엄마가 직장을 그만 두게 되었고 여동생마저 아기를 낳아 집에 있으니 루이자가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인 셈이다. 집안 사정이 그러하니 루이자는 쉴 처지가 아니다. 더구나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수준이라면 더더욱 가릴 처지가 아니다.

 

 

예전에는 완벽 맨 이었다면 지금은 스티븐 호킹을 닮은 남자인 윌. 늘 자신감에 찼던 그였지만 지금은 삶의 의미마저 잃은 남자다. 그에게 새로운 희망과 꿈이 생겨나게 될까.

 

 

 

꽉 막힌 공간에서 다루기 힘든 환자를 간병한다는 게 쉽지가 않은 루이자는 딱 6개월만 버텨보자고 스스로를 달랜다.

옛날 영화를 본 적도 없고, 자막 처리한 외국영화를 본 적도 없는 그녀가 윌과 함께 옛날 영화나 자막 처리된 외국영화를 보게 된다. 생전 처음으로 말이다.

그리고 취미, 여행, 즐겨가는 장소, 꿈꾸는 직업, 인생에서 하고 싶은 것을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돈 벌기에 급급했던 자신의 삶을.

그리고 루이자는 윌을 통해 자신이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게 되고, 윌을 통해 꿈과 희망도 갖게 된다.

 

윌과 함께하는 삶이 조금씩 즐거워지려는 찰나에 우연히 알게 된 소식은 그녀를 힘들게 한다.

예전에 윌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자살을 시도했고 그 이후로 6개월의 시한을 두고 삶의 의욕을 지필 수 있을 지 가족들과 합의하에 테스트 중이라는데…….

윌의 자살시도를 몰랐던 루이자는 그가 생존에 대한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한다. 그리고 그를 위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게 된다.

자존심이 강했던 윌리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티격태격하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 점점 물들어 버리는 사랑 이야기다.

사랑의 시작과 전개는 예상되나 결말은 반전이 있는 소설이다. 확실히 충격적이다.

 

읽다 보면, 어떤 부분에서는 <폭풍의 언덕> 같은 격렬한 전쟁 같은 로맨스를 떠올리게 되고 또 다른 부분에서는 <제인 에어>같은 자존심 강한 여자의 신데렐라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고전의 로맨스 소설이 조금씩 들어간 느낌이 들게 하고, 읽는 속도감은 추리소설을 능가한다고 할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눈물 뚝뚝 흘리며 읽는 소설이다.

영화화하기로 결정했다는데, 어떻게 만들어질 지, 주인공은 누가될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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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 프로젝트
그레임 심시언 지음, 송경아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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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로지 프로젝트]품절남이 되고 싶다면 러브 프로젝트를~

 

 

 

연구하는 학자의 입장이라면 일상이 프로젝트일까?

자신의 반려자를 찾는데도 프로젝트를 짜는 사람이 있을까? 만약 짠다면 어떻게 진행하게 될까?

이 책은 품절남이 되고 싶은 어느 학자의 애인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39세 돈 틸먼 교수다. 키가 크고 몸매가 좋고 지적이고 부교수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와 평균 이상의 수입을 가진 남부러울 것 없는 남자다.

틸먼의 문제는 연애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무슨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여자 친구를 오래 사귄 적이 없다. 그래서 이젠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아내를 찾고자 한다.

자신의 '아내 프로젝트'에 설문지를 사용하고자 한다. 교수답게 과학적인 방식으로.

과연 틸먼은 자신의 프로젝트대로 원하는 여성을 만나서 결혼에 골인할 수 있을까.

 

 

틸먼은 최선의 문항들을 결합시켜 목적 지향적으로 만든 과학적이면서도 유효한 수단인 질문지 조사법을 꼼꼼하게 실행하기 시작한다.

먼저 바람직한 질문목록을 작성하고 서식초안을 만든다.

모든 항목은 지적 수준, 시간관념, 수학적 사고력, 육식 습관, 흡연 습관 등을 은근히 따지는 항목들로 채워진다.

리커트 척도, 교차 타당도, 모의 질문, 대리 문항을 따져 보고 질문지를 정리한다.

 

 

심리학과 학과장이자 유전학자인 진은 이 프로젝트에 극도의 관심을 가진다.

인간의 성적 매력은 주로 유전적이라는 논리를 갖고 있는 진은 문항 검토까지 도와주며 호감을 표시 한다.

 

 

틸먼의 생각은 이런 것이다.

질문지를 하지 않았더라면 몇 번의 데이트를 했을 것이고 그러다 맞지 않는 부분을 찾게 되고 뒤늦게 관계가 정리 됐을 것이다. 하지만 질문지 덕분에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 경제적 낭비를 줄이고 결국 자신에게 맞는 정확한 상대를 빨리 걸러 내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틸먼에게 흡연은 협상의 여지가 없으니 빨리 거를 수 있다.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도 협상의 여지가 없다.

 

 

틸먼은 과연 설문지대로 자신에게 맞는 애인을 걸러 낼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설문지는 빅 히트작인데…….

설문지가 어느 정도로 필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정확한 상대를 제대로 찾아낼 수 있을까.

 

 

틸먼은 전통적인 데이트 사이트에 광고를 올려놓고, 거기에 설문지 링크를 단다. 그리고 오프라인으로도 영리 결혼 정보 단체인 '8인용 식탁'에 가입한다. 그리고 직접 데이트를 하면서도 온라인, 오프라인 설문지를 작성해 나간다.

 

 

하지만 그가 만나게 되는 여자는 의외로 엉뚱한 여자다.

전혀 다른 세계에서 온 두 사람의 만남.

그러게 때론 세상이 계획대로 되지 않기도 하기에 재미있는 건지도 모르지.

 

진의 소개로 로지를 만난 틸먼은 로지가 재미는 있지만 아내 프로젝트에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매사에 시간계획이 꼼꼼하고 철저한 돈, 매사에 시간관념이 없는 로지의 만남은 예측불허다. 바에서 일하는 로지는 바메이드이기까지 하다.

그러니 로지는 틸먼의 계획에는 전혀 없던 호환 불가능한 여성이다.

 

 

약속 시간에 늦고, 채식주의자에, 계획성이 없고, 비합리적이고, 건강하지 않고, 흡연자에 -흡연자라고요!― 심리학적 문제가 있고, 요리도 못 하고, 수학적 능력도 없고, 머리색은 타고나는 것도 아니에요. 진이 장난친 것 같아요. (책에서)

 

 

 

하지만 그녀를 만난 후 틸먼의 일과에 변동이 생기고 일상에 변화가 생긴다. 시간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일과를 건너뛰기도 한다.

와일드카드로 두었던 로지를 대조군으로 넣기도 한다.

 

 

 서로 다른 점이 신경 쓰이게 되고 낯선 감정이 익숙해지면서 끌리게 되는 걸까.

 

두 사람은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되고, 로지의 친아버지를 찾는 과정을 유전학자인 틸먼이 돕게 된다. 틸먼은 DNA에서 채취한 유전자 정보를 이용하여 샘플을 모으며 아버지 프로젝트를 실행하게 된다. 결국 그가 찾은 로지의 친아버지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누구일까.

 

 

서로 다른 성향, 티격태격하면서 싹 트는 정은 무서운 건 가 보다.

결국 틸먼은 깨닫게 된다.

 설문지는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여성 찾기가 아니라, 자신을 받아들일 여성을 찾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로지야말로 틸먼의 행복을 위해 걱정해 준 사람이라는 사실을.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무능력자, 사회적 규약문제에 얽매는 자, 스케줄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해 준 것도 로지임을.

자신이 원하는 이상형 목록을 작성하게 하고 자신이 정한 조건에 충족하는 사람을 찾아 나섰지만 결국 많이 부딪치며 가까이 했던 사람이 사랑임을.

 

 

 

 

 

이 책에는 과학적인 용어들이 읽는 재미를 주기도 한다.

보통의 로맨스 소설과는 분명 다른 재미다.

진화심리학 , BMI지수(키, 몸무게, 체질량 지수), 시분할 방식, 동기화, 미뢰 냉각의 생리학,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유전적 전구체, 야스퍼거 증후군, 논쟁, 오류, 야스파이…….

 

 

 

이 책을 쓴 그레임 심시언은 데이터 모델링에 대한 책을 낸 컴퓨터 과학자다. 이 소설은 작가의 첫 작품이고 2012년 미발표 원고에게 수여하는 빅토리안 프리미어스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제 심시언은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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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김정남 지음 / 작가정신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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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7번 국도를 따라 떠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마지막 여행.

 

7번 국도는 동해안을 따라가는 꼬불꼬불 해안길이다.

때로는 낭떠러지, 때로는 해안, 때로는 철길을 접하며 달리는 아름다운 곳이다.

인간은 죽을 때가 되면 자신의 흔적을 더듬는다고 했던가.

지금 지방의 이름 없는 대학교수인 승호와 자폐아 아들 겸은 7번 국도를 여행 중이다. 아름다운 부자간의 여행이 아니라 생을 마감하기 위해 장소를 물색 중인 여행이다.

 

어디서 이 길을 마감할 것인가. (책에서)

 

이북 실향민이었던 아버지의 속초 정착, 부모님의 억울한 죽음, 생활고로 이 년 전 집을 나간 아내, 자폐증에 간질까지 있는 아들.

어쩌면 제대로 된 가족구성이 아닐지도 모른다.

게다가 지금은 실직 상태이고 대학과는 소송 중이다.

이름 없는 지방 대학의 교수직이지만 지금은 쫓겨나 있다. 자신이 지도교수로 있는 학과가 폐과가 된 것이다.

 

고향인 속초 아바이 마을, 청진동을 거쳐, 누나가 있는 펜션을 들르고 망양휴게소를 거쳐 경주에 이르는 길들은 분명 절경이지만 소설 속 내용은 우울 모드다.

마지막으로 아내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호텔에 투숙하지만 곧 듣게 되는 아내의 죽음…….

게다가 그는 아내 살해 용의자로 지목 받고 있다.

자신보다 먼저 떠난 아내 앞에서 그는 삶의 의미가 점점 사그라질까. 아니면 불타오를까.

 

아내에게도, 첫사랑에게도, 엄마 같은 누나에게도, 아들에게도 인간적인 그리움이 없는 남자의 일상이 절망의 심연 속으로 끌고 간다.

삶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살아도 산 게 아니겠지.

삶에서 잡고 싶은 것이 없다면 죽은 목숨이겠지.

하지만 아무리 운명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해서 어찌 자율적으로 생을 마감할 수 있을까.

 

비루한 승호의 삶이 안타깝고 아슬아슬하고 절박해서 동정은 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생각과 행동들이 찌질 하고 나약하고 치사하고 답답하다. 호통치고 싶을 정도다.

더구나 아들과 함께하는 자살여행이라니.

 

삶에 정답이 없다는 건, 반대로 정답이 여러 가지이고, 각자의 정답이 다르다는 의미가 아닐까.

삶을 그대로 직시하는 게 참을 수 없을 절망을 준다면 적당히 눈 감고 적당히 모른 척하고 긍정인 척 살 순 없을까.

그렇게 따지면 비루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듯 한데…….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가고 싶은가.

새해 벽두를 시작하며 나에게 던진 화두는 이대로 갈 것 인지였다.

아직 시작이니 그대로 가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는데…….

 

7번 국도는 나에게 추억의 길이다.

예전에 속초중학교에 발령 난 친구를 만나러 가던 길이기도 했고, 여름휴가를 맞아 무작정 강원도 여행을 외치면서 떠난 길이기도 했는데…….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인 <여행의 기술>은 비루한 삶을 살고 있는 한 남자의 비애를 처절하게 그린다.

운명이 자기편이 아니라는 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 연민 그런 위로가 느껴진다.

억울하고 비루한 삶에 대한 위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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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주인자리 네오픽션 로맨스클럽 2
신아인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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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주인자리] 한국형 트와일라잇, 정말 참신해!^^

 

드라큘라, 뱀파이어, 흡혈귀, 귀신 종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붉은 피를 입가에 흘리며 음흉하게 쏘아보는 주인공들의 시선이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해서 꺼리는 편이다.

<트와일라잇>시리즈가 인기를 끌 때도 소설책을 거부했다. 최근에 나온 두 편의 영화는 봤지만 역시 내 취향이 아님을 확인한 정도랄까.

 

돌아올게. 반드시.(책에서)

첫 번째 문장에서 비장한 슬픔이 느껴진다.

모든 뱀파이어 이야기는 비극이겠지만 말이다.

 

시대적 배경은 100년 전의 조선시대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조선 땅에 등장한 4명의 뱀파이어는 조선시대 무오년 독감이 유행할 때 생겨난다.

그 중 신우와 이엘은 쌍둥이 뱀파이어다.

늘 우세한 힘을 발휘하는 형 신우, 형의 위력에 굴복하는 동생 이엘은 사랑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뱀파이어가 되어 영원한 삶을 살게 되지만 이들의 소원은 언제나 인간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끝없는 피를 향한 갈증은 이들을 괴롭히는데…….인간의 피를 마셔야 살아갈 수 있는 뱀파이어의 삶이 괴롭기까지 하다.

 

신우의 탄생 좌는 13번째 별자리, 뱀주인자리, 12월 별자리다.

뱀주인자리는 영원한 삶을 꿈꾸던 의사, 아스클레피오스의 별자리야.

그 별자리의 주인은 죽은 사람까지도 살려내는 뛰어난 의술의 소유자였다고 해. (책에서)

 

사랑하는 여인 운하의 피를 먹으며 살아난 신우는 400년 전 쯤에 죽어버린 고목에서 새로운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며 이름 모를 천사를 생각한다.

천사의 피를 마셔야 인간이 될 수 있다는데…….

과연 자신의 잃어버린 세월도 회복하고 다시 인간으로 살아 갈 수 있을까.

죽었던 고목에 핀 꽃처럼 말이다.

다시는 인간의 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맹세했건만 천사의 존재는 달달한 피의 냄새를 자극한다.

과연 신우는 뱀파이어에서 인간으로 될 수 있을까.

 

조선에 살던 여인 운하는 행성의 움직임에 주목하며 우주의 흐름에서 타인의 운명을 읽어내는 점성술사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운명은 예측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남자의 품 안에서 스러져 간다. 사랑하는 이를 위한 등신불처럼.

 

형의 여자인 운하를 짝사랑 했던 쌍둥이 동생 이엘은 운하의 죽음을 목격하고는 참담한 심정으로 형에게 복수할 날만을 기다리게 된다.

현재의 이엘은 유명 피아니스트다. 실어증이나 언어장애인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공식 석상에선 목소리를 감추고, 얼굴엔 가면을 쓴 채 피아노로만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우월한 형에 대한 열등감 때문일까.

 

한편, 향수 회사의 브랜드 매니저인 수안은 100년 전의 운하를 빼다 닮은 여인이다.

하늘의 별을 사랑한 그녀는 회사에 천문대를 세우는 조건으로 세계적인 향수회사 '헤라'에 취직해 있다. 별자리 이름으로 향수를 출시하고 있는 그녀.

13개 별자리의 심상을 담은 향수를 출시하고 있는 수안. 사수자리, 염소자리, 물병자리, 물고기자리, 양자리, 황소자리, 쌍둥이자리, 게자리, 사자자리, 처녀자리, 천칭자리, 전갈자리, 마지막으로 뱀주인자리…….

 

다섯 살 때 인적이 드문 바닷가에서 발견된 수인은 호젓한 외곽의 성당에서 수녀들의 손에 자라게 된다.

수인은 아홉 살이 되던 해에 만난 산타의 향기를 잊지 못한다. 산타가 주고 간 열 다섯 개의 은빛 구슬로 이어진 펜던트는 뱀주인자리의 형상이었는데…….

그 향기를 찾아 향수를 만들기 시작했던 수인은 드디어 뱀주인자리 향수까지 만들게 된 것이다. 어린 기억 속의 체취는 점점 흐릿해져가지만 절대 잊을 수 없이 각인된 향이었는데…….

냄새에 민감한 수인의 기억 속에 남은 야생의 바람 같은 향을 지닌 산타.

어느 날 빗속을 지나는데 익숙한 산타의 향이 스침을 느낀 수인.

언제나 가면을 쓰는 피아니스트 이엘을 그때의 산타라 생각해 버린다.

 

레드 하우스의 유일한 인간인 백발의 준수는 자신의 실수로 뱀파이어가 되어 버린 딸 유민을 다시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인간의 피를 연구하고 있다.

다른 가족과 달리 유민은 화학작용에 의해 뱀파이어로 변이되었다.

억지로 살게 된 영생의 삶이지만 두 다리를 못 쓰게 된 유민은 평생 어린 아이로 살아가야 한다.

 

아빠의 연구가 성공할 수 있을까.

운하를 닮은 수인은 과연 산타를 알아볼 수 있을까.

이들은 언제쯤 인간으로 되돌아 갈수 있을까.

 

100년을 넘나드는 이야기가 상상력을 자극하며 몰입하게 한다.

소복자락을 휘날리는 흡혈귀가 아닌 뱀파이어의 러브 스토리가 으스스 하면서도 참신하다.

뱀파이어에 물리면 뱀파이어가 되는 세상의 이야기가 섬뜩하지만 빨려들게 한다.

 

<트와일라잇>처럼 영화로 만든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잘 지은 소설에 멋진 주인공들과 화려한 영상이 만난다면 어떨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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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12-26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으면서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
 
스칼렛 스토리콜렉터 19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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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명작동화 '빨간 모자' 의 SF소설 버전, 정말 참신해!^^

 

 

명작동화 <빨간 모자>를 SF소설 버전으로 재해석한 책을 만났다.

고전 명작 동화의 SF버전인데도 낯설지가 않다. 저자의 전작인 <신더>에서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비행선, 포트스크린, ID칩, 배달 비행선, 안드로이드 일꾼, 사이보그 일꾼, 동방연방 황제 카이토, 루나인 신더의 등장, 택시 호버, 늑대인간의 변신, 루나인 마법사 등은 이제 익숙하기까지 한데......

 

스칼렛은 할머니와 함께 농장을 운영하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소녀다. 하지만 할머니가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면서 조용한 일상에 변화가 닥쳐오게 된다.

작은 천국 같은 할머니의 농장에서 소박하게 살고자 한 스칼렛의 꿈은 날아가는 걸까.

 

할머니가 포트스크린과 ID칩을 그대로 놓아둔 채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경찰은 단순 가출로 처리해 버린다.

스칼렛은 할머니가 분명 납치를 당했거나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런 단서도 발견하지 못한다.

할머니의 실종이 28년 동안 군 우주 조종사로 국가에 봉사한 할머니의 경력과 관련된 걸까.

 

스칼렛은 늘 하던 대로 마을에 있는 술집에 채소를 배달하러 갔다가 미스터리한 싸움꾼 울프를 만나게 된다.

선명한 초록색 눈이 매력적인 잘생긴 울프는 LSOP962라는 문신이 팔뚝에 새겨져 있다. 스칼렛은 울프에게서 왠지 모를 끌림, 화끈거림을 느끼지만 할머니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한 상황이다.

 

집에 돌아와 보니 몇 년 만에 나타난 아빠는 할머니 방을 뒤지고 있고, 아빠의 팔엔 온통 화상자국이다. 아빠를 고문한 사람들은 팔에 문자와 숫자로 문신한 사람들이라는데…….

아빠는 울프의 문신도 늑대단에 충성하는 전사의 약자이고 962번 단원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울프는 일종의 갱단 내지는 자경단 같은 곳에서 보낸 것이 맞을까.

아빠는 늑대단에 잡혀 꼼짝할 수 없었고 할머니와 함께 있다가 풀려났다는 이상한 말만 한다.

그자들은 누구일까. 할머니는 대체 어디로 가신 걸까.

 

그러다 울프의 도움을 받게 되고…….

-도와줄게.

-필요 없어.

-청소 말고. 할머니 찾는 걸 도와주겠다고. (책에서)

 

할머니를 찾으러 울프와 떠난 여행길에서 울프의 비밀, 할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고 결국 신더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하게 된다.

 

이 책은 미국의 떠오르는 작가 마리사 마이어의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이다.

첫 번째 이야기 <신더>에서도 명작동화 <신데렐라> 이야기를 사이보그 버전으로 풀어내더니, 이번에도 <빨간 모자>를 사이보그 버전으로 재해석했다.

전작의 주인공들이 다시 나오고 스칼렛과 신더가 얽히는 장면도 흥미롭다.

달콤한 로맨스와 아슬아슬한 스릴감을 속도감 있게 풀어낸 고전동화의 SF버전들이 낯설 것 같은데도 묘한 친근함을 준다.

 

유명한 고전 동화를 어떻게 비틀었을지 살펴보는 재미를 주는 소설이다.

주인공들의 용감무쌍한 도전과 모험의 이야기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영화로도 나온다는데 주인공이 누구일지, 화면으로 어떻게 그려낼 지 궁금해진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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