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아메리칸맨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박연진 옮김 / 솟을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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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아메리칸맨]리얼 숲 속 프로젝트, 20세기 진짜 사나이~

 

이 책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저자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작가가 직접 취재해서 실제 사실에 위트를 섞고 유려한 문체로 잘 버무린 소설이다.

 

17 살에 첨단문명의 안락한 삶을 거부하고 숲 속으로 들어간 유스타스 콘웨이의 소설 같은 삶을 담았다. 그의 이야기는 자연 속에서 생존력을 발휘하는 진짜 사나이의 모습 같아서 엄청 흥미롭다.

20세기 마지막 진짜 사나이의 리얼 숲 속 생활은 어떨까.

 

서두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일곱 살 때, 유스타스 콘웨이의 칼솜씨는 줄무늬다람쥐를 나무에 꽂아버릴 만큼 정확했다. 열 살 때는 15미터 남짓 떨어진 거리에서 화살을 쏴 달리는 다람쥐를 맞혔다. 열두 살이 되었을 때는, 혼자 빈손으로 숲에 가서 움막을 짓고 일주일을 버텼다. 열일곱 살 때는 부모님이 계신 집을 나와 아예 산으로 들어갔다. (책에서)

 

드디어 1977년, 17 살의 유스타스는 숲 속에 들어가 나름대로 설계한 티피(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사용하는 원뿔 모양의 거주용 천막)에서 지내며 스스로 불을 지피고, 사냥을 해서 먹이를 구하고 옷을 해 입었다고 한다. 동굴 벽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닌가. 수렵과 사냥, 장작을 피우고 고기를 굽고, 가죽옷을 지어 입고 살아가는 모습이 말이다. 선사시대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20세기의 미국 땅에서 이뤄지다니.

 

그에게 있어서 숲은 어렸을 때부터 놀이터였다. 그의 어머니는 아이들을 해질 때까지 지켜보는 이가 없어도 숲에서 놀도록 했다.

그는 아버지에게서 숲과 숲에 사는 생물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고, 어머니에게서 야영하는 법, 낚시하는 법, 불 지피는 법, 야생동물 다루는 법, 로프 만드는 법, 수사슴 가죽 꿰매는 법 등의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배웠다.

어릴 적 야생의 원시림에서 부모님에게 배운 지식과 기술은 그에게 숲과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을 것이다. 그렇게 매일 숲에서 배우는 지적 즐거움에 행복했을 것이다.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그는 나무로 직접 카누를 만들어 넓고 거센 미시시피 강을 건너기도 하고, 애팔래치아 등정을 했으며, 스니커즈를 신고 독일령 알프스 산맥을 넘기도 했다. 카약을 타고 알래스카를 건너고, 뉴질랜드의 절벽을 기어올랐다. 뉴멕시코에서는 나바호족과 함께 살기도 했다. 고대의 기술을 익히기 위해, 이십대 중반에는 과테말라의 오지로 가서 마야족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언어와 종교, 직조기술을 익혔다. 동생과 함께 말을 타고 미 대륙을 횡단하기도 했다.

 

-나도 당신처럼 하고 싶군요.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에게 몰려들어 환호하면 그는 상자 같은 집, 상자 같은 자동차, 상자 같은 TV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상자 밖으로 나오세요. 달리 방법이 없다는 말 때문에 그렇게 살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의 문화가 수갑처럼 여러분을 옭아맨 것은 아니니까요! 수백만 년간 인류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고, 오늘날에도 그것만이 유일한 삶의 방식은 아닙니다!(책에서)

 

그에게 유토피아는 숲이었다. 결국 그는 400만 평방미터 규모의 거북이 섬을 사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게 된다. 자신이 먹을 것은 직접 사냥했고, 물은 땅에서 구했으며 입을 옷은 사냥해서 구했으며 직접 지어 입었다.

 

그가 사는 세상에는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만 생존할 수 있었고, 두 다리로 달리고 두 손으로 짐승을 잡아야만 진짜 살아갈 수 있었다. 자연히 근육이 발달하고 주변의 소리에 민첩해지고 생존기술을 가져야 살아갈 수 있는 곳에서 그는 그렇게 진짜 사나이가 되어 갔다.

이 책에는 유스타스의 거북이 섬에서의 삶, 가족관계, 이성 관계, 소망, 숲에서의 야생생활을 권유하는 사회 활동 등이 다양하게 다뤄진다.

 

만약에 그가 원시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쩌면 부족의 대표가 되지 않았을까. 용맹성과 친화력, 생존 기술과 외모에서 풍기는 카리스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까.

 

미국인에 대한 이미지는 담대하고 유능한 신세계 이미지, 거침없고 진취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미국 프론티어 정신의 정수를 보여준 그의 삶에서 물질과 문명에 휘둘리지 않는 참 사나이의 모습을 본다. 마지막 진짜 미국 사나이의 삶을 산 유스타스에겐 아마도 프런티어 정신으로 무장한 개척정신의 유전자가 있었나 보다.

 

월든 에서 숲 속 생활을 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는 다르지만, 몸으로 부대끼고 생존해가는 그에게서 정글법칙을 능수능란하게 해결하는 슈퍼맨의 능력을 보게 된다. 모든 것을 남의 힘, 기계에 의존하는 우리에게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을까.

몸으로 부딪히고 두 팔과 두 다리를 움직여서 스스로 만들어 입고 먹으세요. 그렇게 자연 속에서 직접 야생으로 살아 보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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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클럽 잔혹사
이시백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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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클럽 잔혹사]7080, 그 슬픈 자화상에 바치는 성장소설~

 

 

제목에 사자클럽이라는 말이 있어서 처음에는 청소년 소설인 줄 알았다. 표지에는 까만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황금빛에 가까운 노란 사자탈을 쓰고 주먹을 쥐거나 발차기를 하고 있어서 불량서클의 행동대원 같은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7080세대를 위한 소설이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고 민주화 시대를 거치며 치열하게 싸우고, 피땀 흘려 일했던 세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가족과 사회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성실하게 책임과 의무를 다했으면서도 이제는 존재감마저 사라져가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오마주다.

사자클럽이 만들어진 1968년의 역사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1968년은 무교동의 음악 감상실 '세시봉'에서 노래하던 송창식, 윤형주가 트윈 폴리오를 결성하던 해였다. 그리고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 침투를 꾀하던 해였다. 북베트남 인민공화국이 남베트남을 공격하던 해였고, 파리의 낭테르대학의 학생들이 드골 정부에 맞서 시위를 벌이던 해였다.

 

이젠 세월이 흘러 7080의 클럽이 되었지만 원래 사자클럽은 영탁의 모교에서 1968년에 시작된 클럽이다. 방공방첩이 국시였던 시절, 반공애국의 정신으로 '한번 사자는 영원한 사자'라는 모토까지 달고 시작한 고교생 클럽이다.

영탁은 글발이 있어서 연애편지를 써주기도 하다가 6.25전쟁 기념 반공 글짓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사자클럽에 불려가서 가입하게 된다.

 

사자는 절대 호랑이처럼 뒤에서 공격하지 않으며, 굶어 죽어도 풀을 뜯어먹지 않는다고 한다.

사자클럽은 깡패학교라는 불명예를 지우기 위해 양아치들을 소탕하기 위해 만든 클럽이다. 원래 '약한 자와 싸우지 않는다. 뒤에서 싸우지 않는다. 양아치는 우리의 원수다.' 라는 규칙을 갖고 열혈 애국의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불안과 폭력의 시대를 대변하듯 폭력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담력을 키우기 위해 자장면 집 유리창 깨고 오기, 서로 마주보고 뺨 때리기, 세븐클럽을 혼내주기 등 폭력과 일탈을 밥 먹듯이 하게 된다. 이들은 그 모든 행위의 정당성을 양아치들을 이겨내기 위한 훈련, 학교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조치에 두었다.

 

역사가 몇 번 바뀌고 모교 100주년 기념식에 맞춰 전 세계에 흩어진 사자클럽 멤버들이 다시 모이게 되면서 영탁은 사자클럽 40사 출간을 맡게 된다.

 

고교 시절의 영탁은 말은 더듬었지만 시와 음악을 좋아하는 남학생이었다. 비틀즈 멤버 중에서 아일랜드 혈통의 폴 매카트니를 좋아했고, <렛 잇 비>, <예스터데이> 등 폴 매카트니의 전설적인 노래들에 심취했던 시절이었기에, 그의 이름을 허락도 없이 빌려 자신을 폴이라며 폼 잡고 다녔다. 지금은 출판쪽에서 일을 하며 글을 쓰고 있는 작가다.

 

이 소설을 읽고 있으면 영탁이 체험하는 성장기는 폭력의 역사 같다. 선생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시작해서 학생들 간의 폭력, 외부인들과의 폭력은 계속 진화해간다. 학생들은 폭력의 그런 포악함을 눈으로 배우고 몸으로 깨쳐 가지만 어쩌면 내면 깊숙이 내재되어있던 본능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다. 싫으면서도 자포자기하듯 말려들 수밖에 없는 소용돌이였으니까.

그 시절은 인간은 싸우므로 존재한다는게 삶의 본질인 것처럼 국가도 사회도 가정도 학교도 폭력이 점령하던 시절이었다.

 

수업풍경도 살벌하다. 흡혈귀 같은 선생, 티라노 선생의 공격본능은 아이들에게 잔인한 학창시절을 선물했을 것이다. 학생들을 매로 다스리고 폭력으로 기강을 잡던 시절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려온다. 작가는 그 모든 것이 국가로부터 비롯되었다지만, 그건 유사 이래로 전통이 아니었을까.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매로 다스렸던 건 고대로 갈수록 그 잔혹성이 더했으니까.

 

이들이 어른이 되어가면서 금욕과 권력에 아부하는 모습, 앞선 어른들의 일탈을 배워가는 모습은 일그러진 시대의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서 안타깝고 씁쓸하다.

 

역사 코드와 문화 코드는 7080들이 가장 공감하는 부분이 아닐까. 지금도 세시봉 노래에 눈물을 흘리며 그 시절을 추억하는 이들이 많은 것을 보면 말이다.

소설에서는 김신조 청와대침투사건으로 시작해서 7.4남북공동성명, 10월 유신, 비상계엄과 긴급조치, 12.12사태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삼청교육대 등의 현대사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문화적 코드로는 팝송과 각종 춤이 등장한다.

비틀즈, 레드 제플린, 클리프 리처드, 제임스 브라운, 닐 다이아몬드, 재니스 조플린, 지미 핸드릭스, 존 레논, 딥 퍼플, 블랙 사바스, 로버트 플랜트, 핑크 플로이드, 퀸, 레너드 코헨…….

트윈 폴리오, 소풍 가면 늘 하는 수건돌리기게임, 아침마다 만원버스에 시달리며 차장의 '오라이!' 소리를 듣던 콩나물시루 같던 버스 이야기, 선생님들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 감히 대항조차 못했던 시절 이야기, 수업 시간에 졸다가는 백묵이 총알처럼 꽂히던 풍경......

 

이 소설은 60, 70년대에 학교를 다녔고, 80년대에 청춘 시절을 보낸 이들이 추억할 수 있는 코드들이 많이 있는 일종의 복고소설이다.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지나간 시대의 희생물이 된 청춘들의 이야기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린 젊은이들의 하소연이다. 내가 없고 사회와 국가가 있던 시절에 대한 생존의 역사다. 멸사봉공, 애국애족, 선공후사, 살신성인 같은 사자성어를 신봉하며 살아온 세대에게 바치는 이야기다.

 

작가가 청춘의 역사를 부정과 비판의 관점에서 써내려간 젊은 날의 자화상이다. 과거를 반추하면서 오늘을 돌아보고 내일을 바라볼 수 있기를 비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다.

 

언제나 개인의 생활은 역사의 회오리와 무관하지 않게 흘려간다. 그러니 평화로운 역사, 올바른 역사가 지금 당장 이뤄지기를 바랄 수밖에. 시대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개인적으로 7080보다 더 억울한 시대의 희생양은 일제시대를 산 선조들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에는 불행의 끝에 행복이 있다는 말이 진실이기를 바랐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한반도 역사의 소용돌이가 거셌으니까, 각 세대별로 갖는 추억이 다를 것이다. 이 책은 7080들에겐 추억을 선물하는 책, 그 후대에겐 7080에 대한 이해를 선물하는 책이다. 역사물 같은 소설에 유머코드까지 담긴 소설,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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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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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바이 나이트 밤에 살다]금지된 장난, 금지된 욕망을 다룬 추리소설, 2013년 애드거 상 수상작.

 

2013년 애드거 상 최고 작품상 수상.

범죄 느와르 소설의 대가가 그려내는 폭력과 음모의 시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벤 애플렉 감독 영화화 결정.

 

 

작가는 데니스 루헤인.

1994년 <전쟁 전 한잔>으로 '세이머스 상'의 영예를 안으며 문단에 데뷔한 소설가다. 이후 <미스틱 리버>로 '앤소니 상', '배리 상', '매사추세츠 북 어워드 픽션 상'을 받았고, <리브 바이 나이트 밤에 살다>로 '애드거 상'을 수상했다. 그의 수많은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작품상을 받거나, 영화로 제작되었다. 그 배경에는 아마도 등장인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시대적 배경을 파헤치는 예리함, 공간적 배경을 해부하는 세밀함, 문학적 깊이까지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작품을 처음 읽으면서도, 게다가 범죄소설을 싫어하면서도, 술술 읽히는 건 아마도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과 문학성에 있지 않을까. 추리소설이라고는 하나 범죄소설에 가까워 그 뒷이야기가 궁금할 정도로 끌려들게 하는 책이다.

 

시대적 배경은 1920년대 미국에서 금주법이 시행되던 시절이다. 한때의 치기로는 좀 위험한 행동이지만 삼인조 악당인 파울로, 디온, 조는 비밀술집의 골방도박장을 털면서 사건은 일어난다. 살인청부업자들의 포커 판에 뛰어든 것이다.

게다가 주인공 조는 지역의 조폭 두목인 앨버트 화이트의 정부를 탐한다. 아무리 에마 굴드의 미모가 탐나더라도 불구덩이라면 뛰어들지 말아야 하는 건데. 금지된 장난의 결말은 불을 보듯 뻔한데. 조는 에마가 철저히 신뢰하는 단 하나의 사내가 되는 것을 소원하게 되면서 사건은 점점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거기에다 조의 아버지는 보스턴 경찰 경정이다. 늦둥이로 얻은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 각별했을 텐데, 조는 어쩌다 범죄의 수렁에 빠져 들었을까.

 

아버지는 조가 갈망하는 어느 누구보다 뻔뻔한 범죄자다. 조는 세상에 하나의 얼굴밖에 내밀지 못하지만, 아버지는 너무도 많은 얼굴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문제는 어느 얼굴이 본모습이거 어느 얼굴이 가짜인지 아버지 자신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책에서)

 

아버지는 범죄와의 소탕을 외치면서 뒤로는 정보를 알려주고 범죄자들과 손을 잡는 경찰이었을까. 아버지에 대한 불만, 가족의 해체에 따른 불안이 자포자기의 삶, 금지된 것들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겼을까. 일탈의 짜릿함은 점점 이성을 잃게 만들 텐데. 그리고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은 허무일 뿐인데.

 

결국 조는 경찰관을 죽인 한패로 몰리면서 경찰에 쫓기게 된다. 그리고 조는 에마와 달아나려다 앨버트의 응징을 받게 되고 결국 경찰에 잡힌다.

 

5년의 감옥생활을 마치고 다시 세상 속으로 나온 조는 다시 새로운 일탈을 꿈꾼다. 서툰 소년시절이 가고 이젠 제법 상식과 범죄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용기와 열망으로 가득한 청년이 된 것이다. 그리고 서서히 지역 암흑가를 평정해 나간다. 냉혹하게, 그러나 침착하게.

하지만 잘못된 만남만큼이나 잘못된 열망도 무모하거나 허무한 것이다.

어엿한 지역의 보스가 되고, 지역 밀주업을 장악했지만 그의 속은 허해져 간다.

밤이 주는 맛과 멋은 달콤하고 환상이지만 그 뒷맛은 고통과 피곤뿐이다. 넘어서는 안 될 경계를 넘어선 대가, 금지된 장난을 한 결과, 솟아오르는 욕망을 억누르지 못한 보상은 피비린내와 절망만을 선사할 뿐이다.

 

<대부>나, <범죄와의 전쟁>, 이정재 주연의 <신세계> 같은 부분들이 뒤섞인  느낌이다.

 역사적 배경에 철저한 이야기가 제법 묵직한 느낌까지 준다.

범죄소설에 추리소설, 문학적 깊이까지 있으면서 속도감 있게 읽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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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너를 믿어 봐 - 자유학기제를 대비하는 본격 진로 소설
송영선.김용원 지음 / 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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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너를 믿어봐]자유학기제에 대비한 본격진로소설~~

 

 

자유학기제,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단어는 들은 적 있지만 아직은 생소한 말이다.

이 모든 용어의 바탕에는 진로설계가 있다는데…….

이 소설은 자유학기제에 대비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소영.

암환자인 엄마를 보며 암을 연구하는 의사가 되고자 한다. 공부도 잘하고 기타도 잘 치는 여고생이다. 엄마가 입원한 최소아과의 원장님을 멘토로 두고 있다.

 

민태.

잘 노는 아이다. 태권도와 합기도에서 상당한 실력자이며 성격 좋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 경찰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청소년선도센터에서 활동하며 경찰의 꿈을 키워 나간다. 소영의 아빠인 강 경장이 민태의 멘토다.

 

혜란.

백일장에 나가기만 하면 장원이다. 글을 쓰는 작가가 꿈이다.

글쓰기 연습도 부지런히 하고 글쓰기 소재를 수집하는 일에도 열심이다.

곰 선생님에게서 글쓰기 수업을 받으면서 일취월장하지만 집안에서는 문학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특히, 여고 교감으로 정년퇴직한 할머니는 예술가는 유명해지기전에는 거지라며 핀잔을 준다. 하지만 혜란은 일단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결정하겠다는 의지의 소녀다.

이 책에는 글쓰기 괴물 혜란, 공부 괴물 소영, 놀기 대장 민태의 진로 로드맵이 들어 있다.

이 책에서는 직업 흥미 유형검사, 직업 흥미 검사 보고서, 세 학생의 초중고 단계별 진로 로드맵까지 보여준다.

 

예를 들면 작가가 되고 싶은 혜란이의 경우엔 인성함양, 능력 함양, 흥미고취 등으로 나누어 평가항목과 그에 맞게 해야 할 목록들이 들어 있다. 글로벌, 리더십, 봉사활동, 자경증과 어학, 경시개회와 공모전 참여, 캠프나 체험, 탐방에 대한 것, 독서 기록과 취미활동들…….

책을 읽다 보면 학부모님이나 학생 스스로 성향을 관찰하고 파악해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을 간접 체험하게 될 것이다.

자유학기제에 맞게 자신의 진로를 설계해 나가는 과정에서 진로설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그냥 이야기로 읽어도 재미있는 청소년 소설이다.

 

참고로 진로탐색 집중학년제란 한 학기 정도를 진로탐색에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체험, 봉사를 통해 적성도 확인하고 특성, 자질 탐색을 바탕으로 계획에 맞는 진로탐색을 본격적으로 하는 기간이다.

 

자유학기제의 목적은 학생들이 스스로 꿈과 끼를 찾고, 자신의 적성과 미래에 대해 탐색, 설계하는 경험을 통해 지속적인 자기 성찰과 전인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자기 주도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창의성, 인성,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교육으로 바꾸고자 시행하는 것이다.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는 기간에는 중간, 기말 시험을 치르지 않고 학교별로 학생의 기초적인 성취 수준 확인 정도만 할 뿐이다.

한 학기를 진로탐색에 중점을 두고 활용해 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진로적성검사를 미리 해두어야 한다.

학생들이 진로 로드맵을 설계해야 하는 이유는…….

진로 로드맵을 짜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지 미리 감을 잡을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적성요인별로 어떻게 능력을 기를 것인지 설계하는 것은 실제 목표달성에 도움이 되니까.

 

이 책은 자유학기제를 준비하는 본격 진로 소설이다.

아이들의 적성에 따른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는 소설이다.

 

**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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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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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사다리]사랑은 절망이 아니고 구원이야!~

 

 

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오랜만에 접했다.

높고 푸른 사다리.

제목에서부터 종교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소설이다. 저자의 <수도원 기행>이 얼핏 생각나기도 한다.

우리는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이 지상에 머문다.(띠지에서)

 

신과의 사랑이든,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이든 인생은 사랑의 연속이다. 신과의 사랑을 약속했지만 한 여자와의 사랑으로 괴로워하는 한 수도사의 현실적 번민은 어쩌면 영원한 고통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사랑해서 생겨난 고통은 언제나 흔적을 남기니까.

누구나 아름다워서 잊지 못하는 시간들이 있다. 고통스러워서 아름다워서 혹은 선연한 상처 자국이 아직도 시큰거려서,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뛰는 심장의 뒤편으로 차고 흰 버섯들이 돋는 것 같다. (책에서)

 

사랑의 순간은 언제나 찬란할 것 같지만 의외의 아픔을 동반한다. 그러니 인간은 사랑과 이별에 의연해야 한다. 어차피 인생은 사랑과 이별의 연속이기에. 남녀 간의 사랑이든, 신과의 사랑이든 또 다른 사랑이든 말이다.

 

신부 서품을 앞둔 베네딕트 수도회의 젊은 수사인 정요한. 그는 할머니의 소원대로 결혼도 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 정결을 맹세하며 재산을 포기한 채 공동생활을 하는 수사의 삶을 선택한다.

자신의 내면에서 울리는 가장 심오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속세를 떠난 사람들이 수도사였고,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수도사들의 대열 속에 지금 그가 서 있다. 수도원에 들어온 이후 요한은 성경을 통해 세상을 해석하고 싶었고 신을 통해 우주를 통찰하고 싶었다. 하지만 한 번의 회오리 같은 사랑이 요한 수사의 삶을 흔들어 놓게 된다. 흔들리지 않고 신의 뜻대로 살기에 요한은 너무 젊었던 걸까.

어느 날 대수도원 원장인 아빠스님의 조카인 김소희가 종교인의 스트레스를 석사논문으로 쓰려고 수도원에 오게 된다.

소희는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인터뷰를 수사들에게 하려고 하지만 거절당한다. 보다 못한 요한은 남녀 간의 사랑은 아니지만 다른 사랑은 이야기 할 수 있다며 소희의 인터뷰에 응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한 마디, 손길 한 번에 요한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치게 된다.

언제나 사랑은 소리 없이 시작되는 법이다. 요한의 첫사랑도 그렇게 와 버렸다.

 

멀리서 그녀가 나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중략) 나는 처음으로 바람결이 내 머릿결을 매만지는 부드러움을 응시했고, 그날 처음으로 햇빛이 어린나무 잎사귀를 어루만지면서 사랑을 속삭인다고 느꼈다.(책에서)

 

요한은 그녀를 좋아하게 되면서 '호감 가는 이성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 자에 대한 연구'의 피실험자가 되어 간다.

 

죽음처럼 강하고 저승처럼 억센 것, 큰물로도 끌 수 없고 강물로도 휩쓸지 못하는, 그런 사랑이 우리 두 사람을 적시는 것 같았다. 나는 두 사람이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에서)

 

한 사람으로 인해 온 세상이 기우뚱하고 흔들릴 수 있다는 건, 분명 사랑의 힘이다.

하지만 약혼자가 있는 그녀와 신과의 사랑을 맹세한 수도자의 길은 애초에 다른 길이었다.

어느 날 그녀는 바람처럼 왔듯이 바람처럼 떠나 버린다.

요한의 첫사랑은 그렇게 가랑비처럼 왔다가 소낙비처럼 가버린 것이다.

 

형제처럼, 친구처럼 지내던 미카엘과 안젤로 수사도 빗길에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죽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충격에 요한은 좌절한다. 자신의 삶 하나 제대로 어찌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이 새삼 절망스럽다.

그리고 먼 길을 돌아서 10년이 지난 후에 요한과 소희는 해후하게 된다. 그들의 해후는 무덤덤할 수 있을까.

한편, 요한은 미국 뉴저지 뉴튼수도원의 흥남철수 이야기가 들어간 한국전쟁사 자료수집에 참여하게 되면서 미국 뉴튼수도원의 마리너스 수사님에게 미해군 선박이 흥남부두 수송선이 된 배경과 피란민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마리너스 수사의 빅토리아 메러디스 호와 원산 탈출 이야기, 6.25당시의 흥남부두 수송선 이야기는 사실이라고 한다. 정말 눈물겨운 사연이다.

토마스 수사의 평양 감옥과 북한의 수용소 이야기, 아빠스님과 덕원 수도원 이야기, 요한 루드비히 신부 이야기,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이야기 등에는 우리의 아픈 역사가 들어 있다.

높고 푸른 사다리는 야곱이 꿈속에서 하늘을 오르던 사다리일 수도 있고, 흥남 부두의 배위를 오르기 위한 밧줄로 묶은 높은 사다리일 수도 있겠다.

이 소설에서 사다리는 인간이 오르고자 하는 구원의 도구가 아닐까. 사랑의 고통을 이겨내고 신이 주는 선물을 받으러 올라가는 구원의 사다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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