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 마녀들의 채팅방 - 시카고에서 온 초보 마녀 로렌의 이야기 모던 위치 1
데보라 기어리 지음, 유수아 옮김 / 초록물고기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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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 마녀들의 채팅방]초보 마녀 로렌의 좌충우돌 교육기

 

마녀라든지 마법사에 대한 책이 이젠 어색하지가 않다. 해리포터시리즈는 책과 영화로 대성공을 거두지 않았던가. 아이들을 위한 <오즈의 마법사>는 이제 고전이 되었고 어른들을 위한 마법사이야기가 새로운 흥미를 주고 있다. 비현실적이지만 탁월한 능력에 인간적인 감정까지 소유한 마법사와 마녀 이야기가 점점 친근해지고 있다.

로렌은 시카고에서 잘 나가는 부동산 업자다. 28년을 살면서 자신이 마녀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온 여자다. 부동산에 대한 촉이 결국 마력이었을까.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잘 읽는 것이 마법의 힘이었을까. 로렌의 마력수준은 어느 정도였을까.

로렌은 식료품 사이트에서 쇼핑을 하다가 소환주술에 걸려 마녀들의 채팅방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곳에서 자신이 마녀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로렌은 마녀채팅방을 통해 본격 마녀교육을 받게 되는데…….

 

역시 마녀인 모이라 할머니는 한 번의 스캔으로 마력을 측정할 수 있다지만 로렌에게 보낸 마법사는 잘생긴 마법사 제이미였다.

 

-로렌은 아주 조용한 땅의 마법인 공감 능력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클 테지.

 

모이라 할머니의 말처럼 그녀가 지닌 마법은 공감능력이었을까. 잠재된 마력이 분출된다면, 미력한 마력을 끌어올리게 된다면 그녀의 마력은 어느 정도가 될까.

넬의 남동생인 제이미가 측정한 바, 로렌은 민감성이 아주 높은 독심술 마녀라는 결과가 나온다.

그리고 로렌의 대학 친구 나트와 알콩달콩 사랑에 빠지게 된다.

잘 생긴 악동의 매력 종결자인 제이미와 차분한 요가 선생 나트의 만남은 유쾌하기만 한데…….

멀티태스킹 마법사와 비숙련 마녀의 만남은 조마조마하기만 한데…….

로렌의 조카인 에어번은 겨우 4살의 마법사다. 순간이동술이 가능한 악동 같은 귀여운 꼬마마법사다. 에어번의 활약은 귀엽기만 하다.

이 소설은 마녀와 마법사 이야기이기에 온갖 마법들이 펼쳐진다. 마녀 교육기간이기에 어설픈 마법이 펼쳐지기도 한다.

음식이 순식간에 데워지고. 초밥 접시의 공중부양. 축소 확대술. 소환주술, 순간이동술, 흑마술, 독심술, 쌍방향 거울, 로그인주술법, 나트와의 예지술, 13cm짜리 제이미로의 변신…….

 

마녀들의 최첨단 도구 사용도 흥미진진하다.

마녀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마녀채팅방, 마력을 계발해주는 존재, 여러 가지 첨단 주술들…….

만약 마녀들의 채팅방에 바이러스가 걸린다면 어떻게 될까. 마법으로 퇴치할까.

 

이 책은 7권으로 된 <모든 위치(witch) 시리즈>중 제 1권이다.

초보 마녀 로렌의 좌충우돌 교육이 주된 내용이다.

로맨스에 판타지, 유머코드까지 겸비한 소설이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빛나는 소설이다.

영화로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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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춘단 대학 탐방기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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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춘단 대학탐방기]할머니 양춘단, 대학물 먹다~

 

이 소설은 대학교의 청소노동자들의 삶을 담은 사회소설이다.

대학교에서 있는 듯 없는 듯 투명인간 같은 존재로 살고 있지만, 없으면 확연히 표 나는 대학의 구성원들 이야기다.

여자가 배워서 뭐하냐는 시절에 태어난 양춘단의 학력은 초등학교 5학년이 최종 학력이다.

그녀는 외딴섬에서 일제강점기 막바지에 태어났기에 호적조차 제때 올리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녀의 65년 인생은 대학과는 먼 인생이었다. 평생 대학 근처에는 가보지 않을 줄 알았는데…….

 

-대학, 대학이라……. 이 양춘단이가 대학에 간다는 말이여?

 

양춘단은 송정리 촌구석에서 남편 영일의 수술과 병간호를 위해 서울 아들 종철네로 옮겼다. 남편을 따라 병원에 갔다가 알게 된 양정례로부터 대학교 청소부 용역을 구해주겠다는 말에 대학에 대한 기대를 가지며 청소 일을 하게 된다.

학교 가는 것을 꿈도 꾸지 못한 그녀에게 대학교 청소노동자라는 일자리는 꿈의 자리였다. 그녀는 대학 신입생이 된 마냥 시장에서 산 가방을 매고 들뜬 마음으로 대학교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코끼리 상이 있는 대학교에서 신입생 같은 신입 청소 용역이 된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활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백으로 들어간 용역일 조차 낙하산 인사라는 동료들의 시샘과 따돌림을 받아야 했고 학생들에게 대학교 미화청소원이라는 역할은 그저 무시 받는 투명인간 같은 존재였다.

 

좁은 미화원 컨테이너가 싫었던 그녀는 옥상에서 점심을 먹다가 시간강사인 한도진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의 한스런 밥벌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청소하다가 우연히 도둑강의를 듣게 된 여성착취의 역사는 그대로 충격이었다.

화장실 곳곳에는 제거해도 새로 생성되는 불가사리 같은 유언비어들뿐이다.

학생과 교수의 불륜에 대한 낙서, 교수비리, 학내비리에 대한 낙서들은 불사조였다. 지워도 지워도 새로 탄생하고 마는 생명력을 지닌 불사조였다.

 

아슬아슬하게 당겨진 양극의 줄,

고작 한 발짝으로 결정되는 삶과 죽음의 친밀함,

갖은 수모를 당하더라도,

바로 쳐다볼 수 도 없는 더러운 일들이 눈앞에서 행패를 부린다 해도,

자신이 아니라 부모 형제를 위해 살기로 마음먹고 욕 한 번 하고 뒤로 물러선다면 그리 못 살 건 또 없지 않은가.

바라던 꽃길은 아니어도 이럭저럭 걸을 만한 작은 길이 뒤에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똑똑한 청년이 모를 리 없다.

그것이 그를 더 괴롭힌다.(책에서)

 

학생 때는 내가 가장 존경했고,

나를 교직으로 이끈 사람이 부끄럼도 없이 제자에게 손을 내민다.

나에게 그만한 돈이 없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그를 '선생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혀를 삼키는 기분이다.(책에서)

 

 

시간강사였던 한도진의 죽음은 충격이었다.

그의 죽음을 밝히는 진상위원회가 열렸지만 결론은 타살 혐의 없는 단순 자살로 방점을 찍게 되고, 양춘단은 한도진이 남긴 노트를 비밀스럽게 채워간다.

 그저 그녀가 대학물을 먹으면서 느끼는 일상들, 생각들을 적게 된다. 한 자 한 자 힘을 주고 강사의 필체를 따라갈 때마다 죽은 이를 살리는 일처럼 느껴져서 사명감까지 느끼게 된다.

 

강의실 벽을 따라 걷는 춘단을 춘단보다 조금 작은 그림자가 뒤따라 걸어왔다. 춘단이 화장실쓰레기를 담은 봉지를 어깨에 메면 그림자도 봉지에 어깨를 멨고 빗자루를 들면 함께 빗자루를 들었고 걸레질을 하면 따라서 걸레질을 했다. 춘단은 걸음을 멈추고 이제껏 살면서 한 번도 눈여겨본 적 없는 그림자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희미한 형체지만 분명 살아 있기는 한데 말을 걸어오지는 않고,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다들 밟고 다니니…….

나로구나.(책에서)

 

대학교에서는 비용을 줄이려고 시간당 4800원이던 미화원들의 인건비를 시간당 500원을 삭감하는 조치를 발표하게 된다. 양춘단을 뺀 미화원들의 시위에 학생회까지 끼어들면서 사태는 커지게 되고…….

누군가의 모함으로 인해 야간근무를 하게 되고…….

청소를 하지 않는 대학은 화장실이든 강의실이든 쓰레기들로 차고 넘치게 되고…….

벽에는 온갖 낙서들이 난무하는데…….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하숙생은 자신의 하숙비마저 치르지 않는 모순들......

 

용감하고 씩씩한 양춘단의 이야기에는 유머와 풍자가 가득하다. 재미있어서 가독성도 있다.

할머니 양춘단이 대학교에서 겪는 사건들은 그대로 사회의 축소판 같다. 정의는 축소되고 모순과 비리와 불륜이 눈덩이처럼 커진 사회의 모습을 보여 준다.

양춘단의 대학물 먹은 이야기는 대학사회를 통해 본 우리 사회의 풍속도다.

개인의 역사에서 그치지 않고 나라의 역사와 함께 하는 세대들의 자화상이다.

이 책 진정 추천하고 싶다.

 

소설 내용이 시사적 의미가 깊고, 걸쭉한 사투리가 소설 전체를 구수하게 두르고 있어서 나이가 좀 된 중견작가인줄 알았는데, 작가는 1985년생인 박지리다.

그녀는 제 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작품으로 <합체>, <맨홀>이 있다고 한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깊이가 남다른 작가이기에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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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구사나기 유 관능소설 3부작 (전3권) 구사나기 유 3부작 관능소설 시리즈
구사나기 유 / 달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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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나기 유의 빨간책, <당신이 그만 두라고 조를 때까지>, <당신 안에서 스러질 때까지>, <당신이 애원해도 마지막까지>

 

 

 

작가는 일본관능소설의 대가다. 관능문학으로 수차례의 수상경력까지 있는 작품성을 인정받는 작가다. 무려 150 여 권을 집필한 인기 작가라고 한다.

 

이 책은 <당신이 그만 두라고 조를 때까지>, <당신 안에서 스러질 때까지>, <당신이 애원해도 마지막까지>3권으로 된 장편소설이다. 제목에서 풍기듯, 에로틱 소설이다.

 

사우치 게이이치는 46세의 대기업 회사원이다. 도쿄 국립대 이공학부를 나와 대기업의 개발부에 취직한 안정된 직장인이다. 연구에 몰두하는 그의 삶이 수묵화 같고 담채화 같은 무채색의 삶이라면 그의 아내 다카코는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한 형형색색의 삶이다. 진지하고 성실한 남자와 의사 아버지를 둔 철없는 미모의 만남은 운명일까. 운명을 거스르는 걸까.

 

다카코와 결혼하면서 컬러풀한 세상을 알게 된 게이이치는 도시에서 시골로 전근가면서 부부관계와 가족관계가 점점 무너지게 된다. 바깥을 나돌며 외도를 하는 아내, 대학입시에 실패하면서 폐쇄적이거나 공격적이 되어가는 아들, 게다가 직장생활마저 순탄치 못하게 된다.

아내의 외도를 고발하는 동영상을 받게 되고, 아들의 가정교사인 미모의 리노가 집에 오고, 남동생인 고지마저 집에 머무르게 되면서 사건은 커져 버리게 된다.

 

설상가상, 엎친 데 겹친 격이 이런 걸까. 부부관계의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절망의 나락만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피폐해지고 삭막해진 가정이기에 위로와 평화는 집 안 어디에도 없다. 가족들 모두 굶주린 하이에나가 되어 각자의 사냥에 허덕이게 된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하이에나처럼.

정신적인 사랑은 없고 육체적인 사랑마저 포기한 가족에게 남은 건 파괴와 절망뿐이다.

 

 

아버지 리더십의 부재, 아내의 변태적 성향, 마음조차 주고받지 못하는 사춘기 아들의 상처는 가정을 점점 사막화 시켜간다.

 

소설은 각자의 욕망을 찾아 헤매는 모습이 갈수록 폭력적이고 변태적이고 자극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대화가 없는 가정,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한 부부, 존중이 없는 가족관계의 결말을 관능적으로 풀었지만 문학성이 있는 작품이다.

 

 

압도적인 필력과 탄탄한 문학성을 갖춘 빨간 책이다.

 관능소설의 품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19금 소설이다.

일본풍의 분위기, 남성적 시각에서 바라본 도색소설이다.

e-book으로 읽은 첫 소설, 처음으로 읽은 빨간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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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목적 - 네 번의 삶.단 하나의 사랑
W. 브루스 카메론 지음, 이창희 옮김 / 페티앙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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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목적]전생의 기억을 간직한 채 환생한 강아지, 삶의 목적이 무엇일까?

 

 

이 책은 전생의 기억을 간직한 채 삶과 죽음을 되풀이 하는 강아지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개의 시점, 개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조금은 특별한 책이다. 강아지를 길러본 사람들에게 강아지의 행동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이 아닐까.

 

세 번의 환생으로 네 번째의 삶을 살고 있는 강아지가 여태 살아왔던 삶을 돌아보며 자신의 삶의 목적을 찾아간다는 설정이 코믹하면서도 뭉클하고, 실소를 머금으면서도 슬프게 느껴지는 책이다.

주인공은 토니, 베일리, 엘리, 버디의 삶 중에서 어느 삶에 가장 만족해할까.

세상은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길에서 태어난 잡종견 토비는 맘과 형제들과 떠돌다가 픽업트럭에 실려 유기견 보호소로 가게 된다. 유기견 보호소의 주인인 세뇨라는 불쌍한 떠돌이 개들을 거둬들여 보호하고 있지만 인가를 받지 못한 불법시설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상당수의 개들이 입양되어 나갔고 입양되지 못하는 개들은 보호소로 보내져 안락사에 처해졌다. 토비 역시 입양되지 못해서 안락사하게 된다.

 

그랬다. 내 삶에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세뇨라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었다.(책에서)

 

다시 환생해서 태어난 토비는 이젠 종도 이름도 달라졌다. 우아한 골든 레트리버 베일리로서 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에단이라는 너무나 사랑스런 소년을 만나게 된다.

에단의 애완견이 되어 여러 가지 재주를 부리기도 하고 물에 빠진 에단을 구하러 뛰어들기도 하면서 에단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간다.

 

내 삶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새로 시작한 것처럼 모든 게 달라져 있었다. 이럴 수도 있는 건가?(책에서)

 

잠들기 전이면 자신이 다시 강아지로 환생한 목적에 대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생각들이 머리를 괴롭혔다. (책에서)

 

하지만 개와 사람이 영원히 함께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어느 날 알 수 없는 주사를 맞으며 베일리는 죽게 된다.

그리고 독일산 셰퍼드로 태어나 경찰견 엘 리가 된다. 마지막에는 개 번식장에서 태어나 결국 다시 유기견 버디로 살아가게 된다.

책에서는 인간들의 즐거움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강아지가 주인을 구한 영웅이 되기도 하고, 오해를 받아 나쁜 녀석이 되기도 한다.

 

강아지의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오로지 주인의 행복이 삶의 목적일까.

얼마 전에 동물의 복지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동물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동물도 감정이 있다는 생각이 더욱 든다. 강아지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있다. 주인을 반겨주는 강아지의 모습에 늘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강아지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책의 내용들에 깊은 공감을 할 텐데……. 궁금했던 강아지의 반응들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책이 될 텐데…….

 

개인적으로 환생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에 전생의 기억을 몽땅 가진 채 다시 태어난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태어난다면 분명 현생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전생과 후생의 연결고리들이 점차 나은 삶을 유도할 것 같은데…….

 

색다른 시점으로 유쾌한 감동을 선사하는 책, 웃다가 울다가 마지막 장을 마주한 책이다.

영화로도 나온다니 더욱 기대가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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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가루 백년 식당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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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가루 백년식당] 벚꽃이 흐드러진 쓰가루, 꿈과 가업의 이야기!

 

꿈을 찾아가느냐 전통을 이어가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봄 내음이 진동하는 소설, 읽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소설을 만났다.

 

책표지에는 수령이 오래된 벚나무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나무 아래엔 환하게 불빛을 밝힌 전통가옥이 있다. 그 옆으론 올망졸망 장독들이 놓여 있다. 낡은 창문과 지붕에서는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제법 옛날풍이다. 하늘에는 눈썹을 닮은 초승달과 금가루 같은 별이 총총 떠 있고 마당에는 두 남녀가 인사를 나누는 것처럼 마주하고 있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것은 밝고 즐겁고 느릿해서 편안한 느낌이다.

쓰가루는 일본 아오모리 현 서부를 가리키는 말이다. 100년을 이어가는 백년식당은 쓰가루 지역에서 3대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고 4대째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가 이 소설의 큰 줄거리다.

 

1대인 오모리 겐지는 오모리 식당의 창업주다.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발가락이 없었지만 엄마의 격려로 늘 행운과 함께 한다고,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소심한 성격의 그이지만 먹는 사람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메밀국수 맛을 전하는 게 신조이다.

 

3대인 오모리 데쓰오. 창업 100주년을 맞은 오모리 식당의 현재 주인이다. 방탕한 아버지의 뒤를 잇느라 여섯 살 때부터 가게 일을 도왔고 경제사정으로 고등학교 진학조차 못하고 식당을 이어왔다. 하지만 가난한 식당을 아들 오모리 요이치에게까지 대물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4대인 오모리 요이치는 수줍음 많은 순수한 28세의 청년이다. 도쿄에서 광고회사에 취직했다가 그만둔 뒤 지금은 피에로 복장을 하고 풍선 아트 쇼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사진작가를 꿈꾸는 당찬 나나미를 만나면서 사랑과 백년식당 대물림 받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

 

아버지 데쓰오의 하루는 늘 이런 기도로 시작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하고 담담한 하루가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그는 살면서 체득했기 때문이다. 사고와 질병, 죽음을 접하면서 무사한 하루에 대한 절실함이 그의 목표가 되어 버렸다. 그가 면발을 뽑으면 아내는 깊은 맛의 국물을 우려냈다.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이들도 먹는 사람의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지는 메밀국수 만들기에 최선을 다해 왔다.

 

요이치는 나나미와 결혼을 하게 될까. 백년식당을 이어가게 될까.

저자는 열린 결말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선택권을 던져준다. 당신이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자신의 꿈을 찾아 가느냐, 가업을 이어 전통을 유지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소중한 것은 세월을 넘어 이어질까. 전통의 가치가 꿈의 가치를 넘어 설 수 있을까. 가업을 잇는 일은 피로 통하는 유전자 같은 걸까. 혼 같은 정신적 유산일까. 가업을 이어 전통의 맛을 지켜내는 일, 손님의 마음을 지켜내는 일은 명맥을 이을 가치가 분명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분야를 꾸준히 파고드는 사람의 열정과 인내를 느낄 수 있다. 한자리에서 대대로 이어서 식당을 한다는 건 맛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 철학이 있기 때문이리라.

한국보다 가업의 중요성을 높이 여기는 일본의 특징이 잘 드러난 소설이다.

벚꽃 잎이 전하는 봄내음이 진동하는 소설이다.

 

원조라든지 백년식당이라는 말에는 성숙한 맛과 오래 우려낸 진한 국물 맛이 들어 있다. 그런 깊은 맛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기에 원조에 끌리는 것이리라.

 

한자리에서 백 년 동안 집안대대로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는 식당이 있다면 한번쯤 가보고 싶다. 전통과 분위기에 압도되어 맛을 음미하며 느릿하게 음식에 취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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