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베스크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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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베스크]이번엔 마광수의 옴니버스 장편소설이다.

 

 

이번엔 마광수의 옴니버스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작품인 <2013 즐거운 사라>, <가자, 장미여관으로>, <생각> 등을 읽으면서 주제가 일목요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 권의 책들을 읽으면서 받은 느낌은 작가가 굉장히 자유로운 정신으로 육체의 자유, 성적인 민주화, 성적 상상의 무한도전을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외설스럽고, 위험하기까지 한 남성 위주의 성적 판타지라고 할까.

상당히 관음적이고 퇴폐적인 미가 가득한 점에서 남성들의 솔직한 의중을 꿰뚫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가도 여성의 입장에서 볼 때면 굉장히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아라베스크.

옴니버스 장편소설의 제목만큼 어울리는 제목이다.

 

아라베스크는 문자와 식물무늬 등이 아름다운 곡선과 융합된 기하학적인 무늬로 환상적인 이슬람 양식이다.

옴니버스식 구성은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몇 개의 독립된 짧은 이야기들이 모여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해가는 구성이다. 전혀 다른 장소, 전혀 연관성 없는 사람들이 하나의 주제를 관통하며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연극이나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기법이기도 하다.

비슷한 말로 연작 구성이 있다.

연작 구성은 주인공이 같고 몇 개의 단편들이 묶여 있다는 점에서 옴니버스식 구성과 구별된다.

역시나 이 소설에도 작가다운 무한 상상의 성적 세계를 판타지라는 형식, 옴니버스라는 형식으로 담았다.

 

책 속에서는 사라 공주, 램프의 요정, 황진이, 낙화암의 삼천궁녀, 샹그릴라, 색희와 양귀비, 잠자는 숲 속의 미녀, 갈매기의 꿈, 나의 첫사랑, 즐거운 왕국 등이 시공을 초월하며 펼쳐진다.

 

프롤로그에는 에덴동산의 야한 세계를 담았다.

에덴동산은 문명화되기 이전의 곳이라서 원시적인 모습을 상상했다. <성경>에서는 아담과 이브가 처음에는 완전히 벌거벗은 상태로 살았다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덴동산은 생각했던 것보다 '인공미'와 '섹시미'의 극치였다. (책에서)

 

이 소설은 문학성을 겸비한 야한 소설, 자유롭고 솔직한 에로틱 소설, 거침없이 가벼운 기묘한 소설, 하나의 주제에 정말 충실한 끈적끈적한 소설이다.

가학성과 피학성을 적나라하게 펼치는 불편한 소설이다. 남성의 연약한 본성과 강하고 싶은 욕망을 파헤친 파격적 소설이다.

결론은 이번에도 역시 마광수다운 소설이다.

이 책은 1992년 봄부터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라는 제목으로 <스포츠 조선>에 연재되어 오던 것들, 1997년 월간지 <길>에 연재한 후속편들을 묶은 것이다. 작가가 이 소설을 쓴 의도는 '가벼움의 미학', '솔직한 판타지의 구현'이라고 한다.

 

작가의 마무리 글에는 검열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외치고 있다.

개인적으로 지나친 검열도 문제지만 검열 없는 세상은 법이 없는 세상과 같다는 생각이다. 세상에 법이 없다면 선량한 사람들을 보호해 줄 막은 세상 어디에도 없지 않을까. 선량한 보통의 사람과 약한 이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법과 검열은 적절한 선에서 필요하다. 문제는 적절한 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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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런어웨이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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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런어웨이]도망 노예들과 함께 한 퀼트 여인

 

미국 노예제도의 비인간성을 다룬 이야기를 읽을 때면 인간의 잔학함에 몸서리쳐진다.

<노예 12년>, <키친하우스>, <뿌리> 등…….

신사적인 기품과 신앙으로 무장한 채 흑인을 소나 말처럼 부린 백인들의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하는데…….

하지만 비밀조직을 만들어 노예를 도망시키거나 도망 노예를 숨겨주거나 도와준 백인들도 있었다고 한다. 선의의 백인들은 60년 동안 3만 명의 노예들을 지하철도를 이용해 탈출하게 도와주었다고 한다.

주인공 아너는 언니 그레이스와 함께 배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간다. 언니의 약혼자인 애덤을 찾아 오하이오로 가기 위해서다. 하지만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언니는 황열병으로 죽어 버린다. 혼자가 된 아너는 이제 모험의 세계가 시작된 셈인데......

평소 아너는 모험을 좋아하지 않았고, 타인과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조용히 퀼트하기를 좋아하던 숙녀였다.

 

아너는 언니의 옷가지를 태우고 토마스라는 노인의 도움으로 애덤을 찾아 웰링턴까지 가게 된다. 잠시 벨의 모자가게에 신세를 지게 되면서 바느질로 도움을 주며 벨과 친하게 된다. 그곳에서 벨의 남동생이자 노예사냥꾼인 도너번을 만나게 된다. 그는 도망자 노예들을 잡아들이는 일이 직업인 거친 남자였지만 아너에게 호감을 보인다.

 

퀘이커교도인 아너는 미국사회 적응을 힘들어 한다.

그녀는 영국에서 살적에 거짓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교육 받아왔다. 소박하고 정직한 생활이 몸에 배어 있던 그녀였다. 하지만 비밀이 많고 거짓말도 하는 미국사회에서 그녀는 적응하기 힘들어 한다.

 

어느덧 형부가 될 뻔했던 애덤은 애비게일과 결혼하게 되고 아너 역시 교회집회에서 만난 주디스 할머니의 아들 잭과 결혼하게 된다. 결혼이 미국사회에 빠르게 적응하는 방법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잭의 농장에서 도망노예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아너의 삶은 변하기 시작한다.

노예제도가 잘못된 것이고 반대해야 한다고 배웠기에 아너는 행동으로 옮기길 주저하지 않는다. 양심적으로 노예들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도망 노예들을 돕는 문제에 대해 시댁식구들과 의견이 맞지 않게 되면서 아너는 벨의 집으로 피해버린다. 그리고 벨과 함께 도망노예들을 돕게 된다.

벨은 동생이 도망 노예들을 잡는 나쁜 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속죄의 의미로 노예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아너의 남편 잭 역시 아너가 자신의 원칙대로 살면서 행복하길 배려했다.

토마스 할아버지 역시 수레바닥 칸에 가짜 바닥을 만들어 노예들의 도망을 도와주고 있었다.

이 책은 1850년 영국에서 미국 오하이오로 건너와 지하철도의 일원이 되어 노예탈출을 도운 한 여인의 이야기다. 자신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불의에 맞서 싸운 한 퀘이커 교도의 이야기다.

 

신념이 행위를 이끈다고 생각한다.

행동은 습관을, 습관은 인격을, 인격은 운명을 이끌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신앙과 원칙에 따라 불의에 맞서 싸운다는 건 목숨을 건 위험스런 일이 기도 한데......

 

노예제도가 당연시 되던 시절, 노예들을 인간 취급도 않던 사람들 속에서 용기 있게 나서서 도운 이야기를 읽으며 정의를 생각한다. 정의는 행동으로 나타나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좋아했던 퀼트만큼이나 조각난 사람들의 삶을 정성스레 기워주고자 했던 여인의 삶 속에서 정의란 삶의 조각을 조화롭게 맞춰나가는 일임을 생각한다.

 

<진주 귀고리 소녀>라는 작품을 통해서 알려졌다는 작가인 트레이시 슈발리에.

그녀의 작품을 처음 접하지만 따뜻함과 희망, 정의가 묻어나서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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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2014-06-21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아르테입니다.
저희 도서 <라스트 런어웨이>에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7월 4일 아르테 블로그에 봄덕니의 리뷰가 소개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내 이름은 술래
김선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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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술래] 나는 누구에게 특별한 존재일까.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단 한 명의 특별한 존재가 된다.

 

내 이름은 술래.

표지 그림이 아련해서 슬픈 느낌이다.

투명한 파랑새가 날고 희고 얇은 커튼이 하늘거린다.

눈도 부리도 없는 투명 파랑새 한 마리는 기묘하기까지 하다.

 

왜 이름이 술래일까.

숨바꼭질에서 술래는 단 한 명이다.

술래는 저승사자처럼 숨어있는 아이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아이들은 술래를 피해 도망 다니거나 살기위해 꼭꼭 숨어버린다. 잡히면 죽음이 되고 죽은 자는 다시 술래가 되니까. 술래는 유령 같이 골목을 누비며 아이들을 찾아야 임무가 끝난다.

 

이 소설도 그런 술래가 된 아이의 이야기다. 잃을 수 없어, 잊을 수 없어 유령처럼 떠돌게 된 술래의 이야기다.

살아있지만 죽은 아이, 죽었으나 살아 있는 아이 술래.

 

슬프다. 잃는 건 잊는 것보다 슬픈 일이다. 그게 시간이 나에게 가르쳐준 사실이다. (책에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던 아버지는 술래라는 이름을 딸에게 지어주었다. 숨바꼭질에서 술래는 단 한 명의 특별한 아이니까. 이름 때문인지 술래는 잘 들리지 않는 소리도 들리고 잘 보이지 않는 것들도 보게 된다.

안 들리는 소리나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찾는 게 숙명이었을까.

 

8살에 이미 죽었던 술래는 구천을 떠돌 듯 헤매다 11살의 나이에 혼자인 아빠를 찾아온다.

억울한 죽음이라서 저승을 가지 못하고 다시 이승으로 오게 된 걸까.

오래 전에 죽은 술래에게 집은 죽어서도 무덤 일 수가 없었나 보다. 아빠 역시 술래를 가슴에 묻었기에 잊을 수 없었나 보다.

술래는 거지같은 탈북소년인 영복이를 만나게 된다. 술래로 인해 영복이와 아빠는 친하게 되고…….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은 죽음을 기다리는 일흔의 박 노인이다. 동네에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혼자서 옛집에서 죽은 듯이 살고 있다.

 

수리한다고 해서 달라질 집도, 인생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가장자리부터 닳아가는 낡은 스웨터처럼, 내게 주어진 삶이 닳아가는 소리일 뿐, 나에게 남은 마지막 기쁨이 있다면 그걸 확인하는 것이었다. (책에서)

 

이제 박 노인의 집은 쓰레기만 무성한 무덤 같은 장소가 되고 있다. 외로운 죽음이 싫었던 노인은 쥐꼬리만 한 연금으로 2주에 한 번씩 피자배달을 시키고 있을 뿐이다. 노인이 죽으면 제일 먼저 피자 배달부가 발견하겠지.

어느 날 박 노인은 변비 때문에 담을 넘는 광식이와 마주하게 된다. 광식 역시 환갑을 넘긴 노인이다.

 

과거 줄타기의 명인이었고 해병대 출신이었던 광식이는 이제 정신줄을 놓기도 하며 아이 같이 변하기도 하는 노인이다. 박 노인도 과거 베트남전에 갔다가 오누이를 살해한 트라우마가 있기에 둘은 친구처럼 지내거나 티격태격 하기도 한다.

나중에 술래는 박 노인의 도움으로 자신의 엄마를 찾아가는데…….

 

작가의 재치가 구석구석 보여서 읽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유령 같은 술래를 미스터리하게 그렸다는 점도 특이하다. 곳곳에 유머를 깔아 놓아서 읽는 맛은 배가 된다.

 

술래가 아빠와 나누는 대화에서…….

 

-아빠, 왜요?

-왜요는 일본 담요인데.

-아빠, 자요?

-자요는 어느 나라 요니?

 

박 노인과 광식이와의 대화에서…….

 

-오래된 거다. 버려라.

-왜?

-오래된 거니까. 오래된 건 버리는 거야.

-오래된 건 다 비싸. 비싼 건 좋은 거다.

-골동품이나 그런 거야.

-사람도 골동품이 될 수 있다.

 

죽어서도 아빠 곁을 떠나지 않는 아이 술래와 죽은 딸을 차마 보내지 못하는 아빠의 이야기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내도 보낸 것 같지 않을 테니까.

허깨비 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쭉 읽게 되는 소설이다.

아이 유괴, 탈북자 문제, 베트남전의 상처, 마을의 들판이 사라지고 임대아파트가 생기면서 일어난 문제들을 소소하게 다루고 있다.

사회문제와 부조리, 가족문제들을 자연스럽게 끄집어내어 은근히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외로운 이에게도 누군가에겐 특별한 존재임을 생각한다. 그렇게 특별한 존재여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소외된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소설, 외로운 이들을 보듬어 주는 소설, 슬픈 이들에게 위안이 되는 소설이다. 은근히 끌려서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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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이 걸어간다 달걀이 걸어 간다 : 베델과 후세 1
이영현 지음 / 하우넥스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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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이 걸어간다 베델과 후세]잊지 않을게요, 베델과 후세!

 

조국의 편과 반대편에 서서 정의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몇 있을까.

그것도 세계열강들이 미쳐있던 일제강점기에 말이다.

서양인들이 이권 목적으로, 선교목적으로 한반도에 들어와 교육 사업을 하고 언론 사업을 했다는 것을 역사 시간에 배웠지만 일본인이 조선의 입장을 대변한 줄은 몰랐었다. 지금도 일본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자기들 덕분에 한반도가 발전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데……. 심지어 독도마저 자기네 땅이라며 교과서에 넣기도 했다는데…….

일본인들의 역사왜곡과 영토에 대한 야욕을 보면서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사과하려는 양심적인 일본인이 몇이나 있을까 싶었다.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를 살면서 정의의 편에 선 두 외국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영현은 아버지의 회사 일로 한국을 떠나 영국에서 생활하게 된다. 영현은 영국 소녀인 수전 베델의 배려로 친하게 지내면서 수전 집에 묵고 있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온 유학생 빌과도 친구가 된다. 이들은 삼총사가 되어 외국인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친구들에 맞서 사우기도 하고 서로 힘과 용기를 주면서 우정을 쌓게 된다.

 

빌은 수단에서 소년병사로 전쟁을 겪었다. 그리고 한국인 신부 알프레드 리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상처치료는 물론 교육까지 받게 되었다. 신부님의 노력으로 교단의 장학금을 받으며 이젠 영국 유학생이 된 것이다.

 

어느 날, 학교에서 과제물 발표시간에 영현은 수전의 선조 중에 조선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던 베델 선생을 선택해서 발표하게 된다. 한편 빌은 자신을 구해준 한국인 신부 알프레드 리의 이야기를 발표하게 된다.

영현은 수전의 선조 중 100여 년 전에 한국을 위해 헌신했던 베델을 처음 알게 되면서 자료조사를 하게 된다.

 

영국 언론인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

1904년 영국 크로니클 지의 특파원으로 러일전쟁 취재차 조선에 파견된 그는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에 도착한 다음 날 해임되었기 때문이다. 해임된 이후 그는 고국인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인 양기탁과 함께 대한매일신보를 세운다. 그리고 주필 박은식, 집필진 신채호, 장지연, 안창호들과 함께 조선의 실상을 알리며 항일 사상을 고취시키게 된다.

 

처음에는 순 한글 판에서 시작해 점차 국한문 혼용판, 영문판까지 발행하게 되었다. 그는 신문을 통해 일제에 억압받는 조선인의 실상, 을사보호조약의 무효, 명성왕후 시해사건, 항일무장 투쟁, 헤이그 특사 파견 보도, 국채보상 운동 등을 국내외에 알렸다. 1907년, 1908년 벌금형과 금고형을 받게 되면서 심장병을 얻었고, 결국 그는 37세의 나이에 조선에서 생을 마감했다. 지금 그는 마포 양화진 외인 묘지에 잠들어 있다는데…….

그가 죽으면서 남긴 말도 한국을 위한 말이었다.

-나는 죽으나 대한매일신보는 영생케 하여 한국 동포를 구하시오.

 

그 발표 이후로 영현은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대학에서 역사전공으로 이어진다.

역사심포지엄을 통해 후세 강사를 만나게 되면서 그의 선조인 후세 다츠지의 활약을 알게 된다.

 

일본인 인권 변호사인 후세 다츠지(1880-1953).

대문호 톨스토이의 영향을 받아 사회적 약자와 민중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일본인이다. 평등과 인도주의적 신념으로 일본 내 하층민의 권리보호에 노력을 기울였고 조선과 대만 등 식민지인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변론해 준 변호사다. 조국인 일본의 침략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한국인과 대만인들의 인권을 위해 변론해 준 인권 변호사다.

 

1919년 2.8 독립선언으로 조선 유학생들이 잡혀가자 조선 유학생들을 변론했고 1920년대 의열단 사건과 관련한 변호를 했으며 일본의 조선 토지 수탈과 관련한 조사를 위해 조선을 방문하기도 했다.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이 자행한 조선인 학살사건을 비판하기도 했다. 1946년에는 '조선건국 헌법초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영현은 일본으로 떠난 자원봉사여행에서 결국 사망하게 된다. 지하철역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자신이 죽게 된 것이다.

 

생각을 심으면 행동을 거두고

행동을 심으면 습관을 거두고,

습관을 심으면 인격을 얻게 되고,

인격을 심으면 운명을 얻게 된다. (책에서)

 

1990년대  당시 영국과 일본은 동맹관계였기에 베델은 조국 영국과 반대편의 입장에서 언론활동을 한 것이다. 일본에 맞서 조선 침략의 부당함을 알리고 을사보호조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글을 신문에 실었던 진정한 언론인이었다. 힘없는 조선 백성들의 인권, 조선의 독립을 위해 애쓴 공로로 대한민국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되기도 했다.

후세 역시 조선의 독립 운동과 민중운동을 적극 지지했던 공로로 2004년에 뒤늦게나마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역사책의 한 자락에 마주했던 베델이 자신의 청춘을 먼 이국땅의 독립을 위해 바쳤다니……. 일본에서 태어난 일본인 후세가 올바른 일을 위해 자신의 조국이 아닌 상대국을 변론하고 도왔다니…….

 

이 소설은 나라와 민족을 가리지 않고 침묵보다 의로운 행동에 앞장 선 이들의 정신을 기리고자 쓴 소설이다. 수단에서 봉사하시다가 죽음을 맞은 이태석 신부님이 알프레드 리로 등장하고, 일본 지하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김수현 씨의 내용이 영현의 이야기에 숨겨져 있다.

 

'달걀이 걸어간다'는 말은 에티오피아 속담이라고 한다.

달걀은 걸을 수 없지만 병아리가 되고 닭이 되면 걷게 된다는 뜻이다. 모든 일은 작은 일에서 시작함을 일깨우는 말이다. 누군가의 작은 희생정신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널리 퍼져가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리라.

앞 표지는 베델, 뒷표지는 후세의 이미지가 담겨진 책, 제목마저도 의미있는 책이다.

 

민족과 나라를 떠나 의로운 일에 헌신과 희생을 보여준 이들의 이야기는 뜨거운 감동을 준다.

의인들의 거룩한 희생정신을 보며 숭고함, 인류애, 정의를 생각하게 된다.

가슴 뭉클한 이야기,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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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4
조라 닐 허스턴 지음, 이미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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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최초의 흑인 여성 소설, 대학의 교양필독서!

 

 

 

 

이 책은 미국 남부의 흑인 방언과 흑인 민담 및 구전을 신선하게 녹여낸 조라 닐 허스턴의 작품이다. 최초의 흑인 여성 소설로 인정받으며 대학 교양 도서로 읽힐 정도로 문학성과 사회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허스턴은 이 소설을 위해 민속학과 인류학에 대한 깊이 있는 조사 했다고 한다.

 

 

저자인 조라 닐 허스턴은 흑인 여성 문학의 선구자다. 하지만 죽어서야 흑인 페미니즘의 부상으로 그녀는 뒤늦게 빛을 보았다. 이 책은 소수자의 인권, 흑인 여성에 대한 성차별, 폭력과 인권유린이 얼마나 사회 곳곳에서 자행되는지를 보여주고 고발하는 소설이다. 사랑이 없는 부유함, 자유가 없는 권력의 무상함, 흑인 여성에게도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주인공인 재니 크로포드는 매력적인 흑인 소녀다. 재니는 부모 없이 할머니 손에 자랐지만

백인아이들과 허물없이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할머니는 재니를 땅이 많은 로건 킬릭스와 결혼을 시킨다.

노예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 숙명적으로 노예일 수밖에 없는 그녀에게 꿈까지 막기 싫었던 할머니는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을 보낸다. 사랑 없이 물질적인 충족만으로 행복이 올까. 물질이 그녀의 꿈을 이뤄줄까.

 

 

 

재니는 결혼하게 되면 당연히 사랑도 따라 올 거라고 믿었다. 결혼을 하면 진저리쳐지는 외로움과 이별할 줄 알았다. 하지만 결혼을 해도 사랑은 생기지 않았고 대화의 단절은 그녀를 더욱 외롭게 했다.

그녀는 남편 대신에 자연과 벗하며 나무와 바람의 말을 알아들었다. 꽃이 피는 때, 푸른 잎이 우거지는 때, 하늘이 주황으로 물드는 때를 기다릴 줄도 알았다. 최선을 다한 뒤에 하늘에 맡겨야 할 일도 있음을 알았다.

 

 

내가 있었던 곳에서는 나를 더 행복하게 해 줄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시간은 모든 것을 나이 들게 만든다. 그래서 입맞춤하며 갓 드리워졌던 어둠은 재니가 말하는 동안 무시무시하고 나이 든 것이 되었다.(책에서)

 

 

 

그렇게 재니는 세상의 이치가 자신의 맘과 다를 수 있다는 걸 결혼한 이후에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백인처럼 구는 아내를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는 남편을 떠나게 된다.

 

그녀는 새롭게 건설되는 플로리다로 간다는 조 스탁스를 만났다. 그는 자기주장을 크게 펼치려고 돈을 모아왔다고 했다.

 

 

-나는 원칙을 지키는 남자요. 당신은 숙녀 대접을 받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있소. 내가 당신에게 그걸 보여주고 싶어요.(책에서)

 

 

재니는 아내에게 베이컨과 옥수수 빵을 먹이겠다는 로건을 등지고 평생 격에 맞게 살게 해주겠다는 조를 따라 나서게 된다.

조는 새로 정착한 곳에서 땅을 사들이고 큰 상점을 차렸다. 텅 빈 곳이 빠르게 마을을 이루게 되면서 적극적이고 활달한 조는 그곳에서 시장이 되었다.

권력과 부를 가진 남편을 두었지만 재니는 행복하지 않았다. 지배자의 자리에 앉아있던 것이 남편을 버겁게 했을까. 결국 조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재니는 무일푼의 도박꾼인 티 케이크를 만나게 되면서 자유에 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모은 돈을 챙겨서 티 케이크와 함께하는 그녀의 삶은 자유로웠다. 그녀가 그토록 갈망했던 것일까. 하지만 티 케이크마저 우발적인 사고로 죽게 되는데…….

 

 

그의 추억에 입을 맞추자 벽에 사랑과 빛의 그림들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평화가 있었다. 그녀는 커다란 어망을 거둬들이듯이 그녀의 지평선을 거두어들였다. 세상의 허리에서 그것을 거두어들여서 어깨에 들렀다. 그 그물눈들 속에 얼마나 많은 삶이 들어 있는지! 그녀는 자신의 영혼에게 와서 보라고 손짓했다.(책에서)

 

 

타인의 눈 속에 든 신의 모습은 결국 자유를 말하는 걸까. 

누구나 자신의 눈 속에 그렇게 신을 담아두는 걸까.

 

 

 

 

 

이 책은 자신의 꿈과 자유를 향해, 부유한 삶과 안정된 삶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흑인 여성의 삶을 그리고 있다. 가난한 남자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자유를 선택한 용기 있는 소수자들의 외침이다. 아마도 저자는 소외된 계층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그리고 싶었으리라.

 

 

이 책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흑인여성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이 책은 흑인에 대한 차별, 여성의 억압에 대한 고발이다.

소설 속의 아름다운 문장들이 봄날의 꽃잎처럼 흩날리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노예 12년>을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다.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하버드생이 가장 많이 읽는 책 20선, <타임>지 선정 100대 영문 소설, 미국대학위원회 SAT 추천도서, 피터 박스올이 추천하는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1001권의 책에 선정된 책이다.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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