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잣거리의 목소리들 - 1900년, 여기 사람이 있다
이승원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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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의 목소리들]1900년대 신문 기사와 저잣거리 소식들…

 

 

제목부터 흥미로운 책을 만났다.

저작거리의 목소리들.

100년 전의 저자거리 소식지, 신문 기사 내용들이다.

 

 

 

 

100년 전의 역사라면 1900년대 초반이다. 일제의 탄압이 시작되면서 선구자들은 독립을 위해 애쓰고 민족계몽을 위해 교육에 애쓰던 시절이다. 그 시절은 한반도 역사에서 어느 시기보다 격동의 세월이었으리라. 조상대대로 전해지던 관습을 벗어야 했고 일제의 총칼에 숨죽여야 했으니……. 그 와중에서도 근대화의 물결은 서서히 서민들의 생활을 잠식했으리라.

 

그 시절은 늘 새로운 사건이 터진 시기가 아닐까. 고종의 아관파천 이후 조선은 중국연호 대신 독립적 연호인 광무로 사용하면서 왕에서 황제로 높이고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꾸었다. 지식층을 중심으로 <독립신문>이 창간되었고 국민 계몽에 힘쓰기도 한 때였다. 야만인에서 문명인으로 거듭나게 하려는 당시의 신문 기사들을 보니, 문명국가로의 절박한 사명감이 엿보인다. 의식을 계몽하고 생활습관을 개혁하려는 모습들이 절절해 보인다.

 

 

무슨 음식이든지 손가락으로 집어 먹지 말고 나이프(칼)와 수저를 소리 나게 상이나 접시 위에 놓지 말며,(18쪽)

 

 

1883년 <한성순보> 창간호에 실린 지구도해는 중국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도록 계몽하는 것이었다. 이후 <매일신문>, <협성회회보> 등에서도 국민들이 근대적인 사고와 습관이 몸에 배도록 계몽하는 일에 앞장섰다고 한다.

 

책에서는 <대한민보>에서 시사만평을 담당한 이도영 화백의 신문기사도 있다.

 

<대한민보>의 시사만평은 당대 사회적 이슈와 세태를 한 칸의 공간 속에 녹여냈다. 등장하는 내용은 문명개화, 부국강병, 친일 협력 비판, 일제 통감부 정책 비판 등으로 다양했다. 저잣거리 사람들의 목소리를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해 역사적 상황과 민심을 이해하는 데 매우 소중한 자료인 것이다. (29쪽)

 

 

1909년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사실을 모두 기뻐 한 것은 아니었나 보다. 대한제국 정부는 이토 히로부미 친족에게 위로금으로 10만 환을 보냈고 일부 조선인들도 '사죄회'를 만들기도 했다니……. 더구나 수련이라는 무당은 급전을 빌려서까지 이토의 삼년상을 지내 '요망한 년'으로 이름을 날렸다는데……. 명성황후에 빙의된 척, 이토 히로부미에 빙의된 척 했다니. 그 당시의 시대적 혼란을 틈타 기회주의자가 되어 혹세무민하던 이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관우 신앙, 종규 신앙, 백백도, 신도리신교 등 사이비 종교가 예전에도 있었다니……. 지금도 구원파 문제로 시끄러운 걸 보면 사이비 종교는 사라지기 어려운 걸까.

 

 

홍경과 옥경, 로열패밀리의 스캔들은 가히 충격이다. 종친의 부인인 홍경과 명성왕후 집안사람인 옥경이 일본 관리들과 염문을 뿌리고 자신의 남편과도 신식 연애임을 과시했다니…….

 

당시의 신문에 실린 만민공동회, 도박, 사생활, 성병, 통변, 결혼과 이혼, 청결, 사진, 정신병, 경품제, 일본 관광단, 얼개화꾼 등의 이야기를 읽으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지금도 100세가 넘은 어른들은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이니, 그리 먼 얘기가 아닌데……. 이제는 주변에서 들을 수 없는 옛 신문 기사, 저잣거리 이야기다. 읽노라니 겨울밤 아랫목에 앉아 군고구마를 먹으며 긴긴 옛날 얘기를 듣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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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이는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우는 마음교육
하진옥 지음 / 세종미디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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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이는 무엇으로 성장하는가]사랑스럽고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자신부터 사랑을!

 

부모의 유전자가 외모에만 영향을 미칠까. 세포 구석구석에까지 미치지 않을까. 내가 지금 먹는 섭생의 영향이 3대까지 영향을 준다는 글을 읽은 적 있다. 하물며 성격인데 부모의 성격이 그대로 대물림하기도 할 것이다. 문제는 부모들이 그 사실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책을 보면 반갑고 주변에 권하게 된다.

실제로 자녀 교육에 힘들어하는 부모들은 자신들의 성장기에도 상처투성이였다는 글을 읽은 적도 있다. 모든 것이 알게 모르게 아이들은 부모를 대물림한다는 얘기다. 그러니 좋은 것을 대물림하려면 어른들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부모가 바뀌어야 하고, 선생이 바뀌어야 하고, 주변의 어른들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올바른 부모의 모습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해보니 공감 가득하다.

일관성 있는 부모가 돼라. 흔들리지 않는 부모가 돼라.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면 아이들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뭐가 옳은지, 뭐가 그른지 말이다.

비교하지 않는, 차별하지 않는 부모가 돼라. 비교와 차별은 어른들도 싫어한다. 하물며 아이들은 더욱 싫어하며 평생의 상처로 남기도 한다. 비교는 동기와 의욕을 꺾기도 한다.

칭찬하는 부모가 돼라. 칭찬은 어른들도 춤추게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하는 칭찬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무분별한 칭찬은 자만심만 키울 뿐이다. 칭찬을 잘 하면 아이의 습관을 올바로 잡아 줄 수도 있고, 자신감과 의욕을 회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부모가 돼라.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든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 열등감으로 가득한 부모에게서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사랑스런 아이가 태어나기는 힘 들 것이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꼭 가르쳐야 할 것은…….

함께 인사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다. 사랑받고 인정받는 것의 바탕에 정다운 인사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생님, 이웃, 친지들, 친구들에 대한 인사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의미이기도 하다.

교통질서와 기본 예의, 사회의 규칙을 가르치면서 부모가 솔선수범을 보이는 것이다. 기본매너는 사회생활의 바탕이니까.

스스로 할 수 일은 스스로 하게 해야 하며, 아이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때는 도움도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혼자서 먹을 수 있는 식습관을 기르자. 식사예절을 가르치고 음식에 대한 고마움도 느끼게 해야 한다.

 

격려하는 부모가 인정받는 아이를 만들고, 함께하는 부모가 넘어져도 혼자 일어나는 아이를 키운다!

영혼이 강한아이로 키우는 마음교육!

 

제목과 부제에서 마음이 끌리는 책. 늘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이었기에 공감하는 말들이 가득한 책이다. 다양한 사례와 실천 방법들이 있어서 필요한 부분부터 읽을 수도 있는 책이다.

 

좋은 부모, 멋진 부모,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부모가 되고 싶다면……. 매일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출발함을 생각한다. 소소한 것이지만 실천하는 데서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어쩌면 책의 내용이 알고 있는 것들 일수도 있다. 하지만 행복한 아이를 기르고 싶다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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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천년의 밥상 - 먹을거리,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우리 역사
오한샘.최유진 지음, 양벙글 사진 / Mid(엠아이디)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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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밥상]음식에 얽힌 이야기, 보약이 되는 전통 음식 소개~

 

전통 음식을 먹으면 찰진 기운이 불끈 솟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전통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면 원기충전이 되는 듯하다. 천년의 밥상. 이 책을 읽으니 예전에 밥상에 올라오던 맛깔스런 엄마표 반찬들이 생각나서 더욱 군침이 돈다. 지금도 엄마밥상이지만 예전의 소박한 상차림은 정말 기력회복을 위한 보약 가득한 밥상이었는데......천년의 밥상에 차려진 음식들은 익숙한 음식들이 많다. 모두 먹고 싶은 음식들이다. 입가에 침이 흐를 정도로…….

삼합미음.

조선 22대 왕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홍씨의 회갑연에 삼합미음 죽 수라상을 준비시켰다고 한다. 당쟁으로 인해 뒤주에 갇혀 죽었던 아버지 사도세자를 그리며 어머니께 차려드린 효성의 잔칫상이었다고 한다. 영화 <역린>에도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그리는 모습, 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잘 드러나는데…….

 

홍합은 허리와 다리를 튼튼하게 하며

해삼은 신장을 보하고

쇠고기는 당뇨와 부종을 낫게 한다.

동의보감 (21쪽)

 

마른해삼, 마른 홍합, 쇠고기, 찹쌀, 물로 끓인 삼합미음은 노인들에게 좋은 영양식일 것이다. 소화 기능이 떨어지거나 입맛이 없을 환자들에게도 좋을 듯 한데…….

바다의 인삼인 해삼이 신장 기능을 돕고 진액을 돕고 정력을 강화한다고 한다. 홍합은 피를 보충하고, 정력을 강화하며 근육과 뼈를 강화한다고 한다. 조심할 점은……. 홍합은 마비성 독소가 들어 있어서 5월 중순경에는 먹지 않도록 하고, 설사나 이질을 앓고 있다면 해삼을 금하라는데…….

 

떡을 좋아하기에 인절미가 눈에 쏙~ 들어온다.

인절미. 왕의 파란만장한 삶을 위로한 떡이라니! 그런 역사가 인절미에 담겨 있다니!

찹쌀은 소화기관을 보하며 오장을 따뜻하게 한다.

콩은 오장을 보호하고 위장을 따뜻하게 한다. (44쪽)

 

조선 16대 인조는 이괄의 난을 피해 한양을 떠났고 공주 공산성까지 가게 되었다. 먼 길을 위로하기 위한 백성들의 마음이었을까. 백성들은 임금에게 찐 살을 떡메로 치고 자그맣게 자른 뒤 콩고물을 묻힌 떡을 진상했다고 한다.

 

-그 맛이 절미(絶味)로다.

떡 맛을 본 인조는 "임씨가 만든 가장 맛있는 떡'이라는 의미에서 임절미(任絶味)라는 이름을 하사했다고 한다. 지금은 인절미로 부르는 떡의 역사와 유래다.

 

인절미에 콩가루를 섞어 먹으면 뼈가 약해지는 것을 막아준다. 특히 염증이 잘 생기는 체질에는 콩가루의 서늘한 성질이 도움이 된다. (51쪽)

 

우리나라 최고의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을 쓴 장계향(1598~1680)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음식디미방은 음식 맛을 아는 법이라는 뜻이다. 재령 이씨 가문의 여인들에게만 베껴서 전해온 이 책에는 섭산적과 잡채 등 며느리와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평생의 요리법을 담은 귀한 책이다.

이문열 작가가 장계향의 13대손이라니! 이문열의 소설 <선택>에서도 장계향의 삶이 펼쳐진다니, 꼭 읽어봐야겠다. 경북 영양에는 장계향의 친정인 경당 고택, 시댁인 석계 종가까지 둘러볼 수도 있다고 한다. 언젠가 블로그에서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고려 공녀의 역사가 담긴 상추쌈, 일본이나 중국에는 없는 우리만의 쌈밥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쌈밥을 정말 좋아하는데......

 

먹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 알아가는 즐거움을 선물하는 <천년의 밥상>. 본초강목과 동의보감의 지식, 역사와 문화가 함께하는 책이다. 군침 도는 음식의 역사가 있다. 아픔을 음식으로 치유하려는 조상들의 지혜도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입맛을 돋우는 천년 음식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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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알아야 부가 보인다 - 상속, 증여, 양도, 사업.근로소득세의 모든 것
이동기 지음 / 청림출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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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알아야 부가 보인다]현직 세무사가 알려주는 절세 비법!!

 

현직 세무사가 알려주는 절세 비법 53가지!

헐~ 그렇게 많이~

 

세금은 피해갈 수 없는 강제규정이다. 하지만 세금에 대해 잘 안다면 절세의 방법은 있다고 한다. 성실하게 세금을 내면 되는 줄로만 알았는데, 감세, 절세의 노하우가 있다니! 헐~ 세금에 대해서 문외한이기에 절세방법이 궁금해진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아직 해당 사항이 없지만 절세비법이 눈길을 끈다.

세금을 겁내지 말고 미리 종자돈을 물려주며 재산 불리는 법을 가르친다. 먼저 증여세 신고를 한 뒤 증여세를 내고, 증여한 자금으로 자녀 명의의 부동산이나 주식을 통해 합법적으로 재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친다. 자녀에게 스스로 경제생활을 깨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부모가 자녀 명의의 펀드에 돈을 입금할 때 증여세 신고를 하고 증여세를 낸다면 자녀의 자금으로 간주된다. 이후의 발생 소득은 물론 자녀의 소득이 된다.

 

증여를 하고 싶다면 재산 가치가 떨어질 때 증여하라는데…….

재산 가치가 떨어지면 세금 역시 줄어들기에 증여세 부담이 줄어든다. 한꺼번에 증여하는 것보다 10년 단위로 나눠서 하면 절세에 유리하다고 한다. 물론 증여재산공제가 적용되는지도 잘 따져봐야 한다.

 

부모가 자녀의 빚을 대신 갚아주면 증여가 되지만 부모의 재산을 담보로 자녀 명의로 빌릴 수 있다. 물론 상환할 때는 자녀 명의로 발생한 소득으로 갚아야만 증여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때 대출금을 상환한 자금 흐름에 대한 기록과 관련 증빙들을 잘 챙겨놓아야 자녀가 직접 대출금을 갚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 세금에서 자료는 중요한 증거물이니까.

 

가업을 물려받을 때,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이면 상속세를 감면받는다고 한다. 책에서는 가업상속공제 조건, 가업 승계에 따른 증여세 감면 혜택에 대한 설명도 있다. 가업상속과 승계 요건을 꼼꼼하게 따져야 가업 상속공제 및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한다. 주의할 것은 세대를 건너뛴 상속이 할증 과세된다는 점이다. 물론 아버지가 먼저 사망한 경우에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하는 증여는 할증과세 대상이 아니다.

 

이외에도…….

자경 농지를 양도하면 세금이 감면된다. 명의를 함부로 빌려주지 말자. 탈세 목적으로 명의를 빌리거나 빌려주면 형사처분까지 받는다. 사업자 등록은 빨리할수록 좋다. 사업자 등록을 제때하지 않으면 가산세를 물 수 있다. 연말정산은 원천징수의무자만 할 수 있다. 이혼할 때는 위자료보다 재산 분할이 낫다.

 

책에서는 2014년 귀속분 세법 개정 주요 내용(상속 및 증여 관련, 물납 신청 요건 조정, 양도소득 관련, 8년 자경농지 양도세 감면 시 자경 기간 계산 방법 보완 등)도 있다. 부록에는 세금의 종류, 각종 세금의 계산 구조까지 있다.

 

이 책은 상속, 증여, 양도, 사업·근로소득세의 모든 것이다. 알면 돈이 되고 모르면 손해나는 세금 상식들이다. 300쪽에 이르는 다양한 절세 방법, 세금에 대처하는 방법들이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2014년 개정세법을 반영한 따끈따끈한 최신판이다.

 

저자는 신안산세무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겸임교수인 이동기다. 세무사이자 미국 공인회계사이기도 하다.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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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변하지 않는다 - 그리움 많은 아들과 소박한 아버지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박동규.박목월 지음 / 강이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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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변하지 않는다]박목월 시인을 그리는 아들 박동규 이야기~

 

나는 부모의 유전자를 반반씩 받고 태어난 것 같다. 두뇌는 아버지를, 몸매는 엄마를…….물려받은 유전자에다 어렸을 적의 환경의 영향을 보면 나는 평생 부모에게서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부모의 영향, 선조들의 유전자를 살아가면서 더욱 절실히 느낀다.

 

박목월 시인을 아버지로 둔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 유명한 아버지, 훌륭한 아버지를 둔 그를 부러워한 적이 있다. 대학 시절 박동규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온 오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린 둘 다 부러워했다. 오빠는 같은 과 교수님이었으니 더욱 그러했으리라.

세월이 지나 박동규 교수님의 책을 접하니 더욱 신림동 산자락에 있던 자취방 생각이 절절하다. 이십대 초반의 풋풋한 시절도 그립고…….

저자는 아버지인 박목월 시인에게서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책에서는 태어나면서부터 크리스천의 집안이었기에 신앙적인 영향을 많아 받았다고 한다. 더구나 박목월 시인은 한때 미션 스쿨인 대구 계성중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는데…….

 

유품으로는

그것뿐이다.

붉은 언더라인이 그어진

우리 어머니의 성경책.

가난과

인내와

기도로 일생을 보내신 어머니는

파주의 잔디를 덮고 잠드셨다.

(중략)

어머니의 붉은 언더라인

당신의 신앙이

지팡이가 되어 더듬거리며

따라가는 길에

내 안에 울리는

어머니의 기도 소리

-박목월 <어머니의 언더라인> (14~15쪽)

 

붉은 언더라인……. 아~우리 집도 그런데……. 엄마의 성경책에는 붉은 언더라인이 그어져 있다. 엄마도 매일 돋보기를 끼고 빨간 모나미 볼펜으로, 빨간 색연필로 라인을 그으며 성경을 읽으시는데……. 그런 습관 때문인지 가금씩 권해주는 책을 읽을 때도 붉은 언더라인은 등장한다. 가차 없이 밑줄 쫙~~ 이다. 그래야 집중이 된다면서……. 다음에 볼 때도 쉽다면서…….

 

경주 근처에서 태어나고 자랐던 저자가 아버지의 등에 업혀 불국사 구경했던 일화에서 박목월 시인의 따뜻함이 묻어난다.

아버지를 따라 불국사 구경을 가고 싶었던 아들. 하지만 밑창이 닳아빠진 고무신으로는 갈 수가 없었기에 어머니는 비단치마를 잘라 덧신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자꾸만 벗겨지는 신이 귀찮아 아들은 맨발로 따라다닌다. 그 모습을 본 아버지는 종일 업고 구경했다는데…….아버지의 등에 업혀 구경을 다녔던 아들의 마음엔 아버지의 따뜻한 온기가 번졌으리라. 지금은 상상도 못할 고무신 이야기다. 요즘엔 앞으로 안긴 아이들의 모습은 많이 보지만 아버지의 등에 업힌 아이들은 보기가 힘들던데…….

 

그냥 그 자리 그날처럼 섰노라

슬픈 모습에 매즌 옷고름

냇사 모른다 인민의 나라도 드노픈 뜻도

하물며 불을 는 싸움의 노래사

그냥 그 자리 사랑의 자리

그냥 그 자리 눈물의 자리

한 가슴 허오는 하늘 가튼 사랑도

마음에 하나 가득 고이엇슬

우르러 성좌는 울며 도는데

(이하 생략)

<제자리> 박목월 1947. 8 15 대구신보에 발표. (40~41쪽)

 

좌우익의 틈새에서 그저 사랑이 회복되기만을 빌던 <제자리>라는 제목의 시, 남의 집 돌담 아래 가마니 두 장을 펴고 누워야 했던 피난살이 이야기……. 이념대립과 전쟁은 모두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그렇게 눈물을 머금고 사랑과 평화를 소원하기도 하나 보다.

 

목월 시인의 중학 시절 온실에서 가마니때기를 깔아야했던 사연, 목월 시인의 일기, 잘 알려지지 않은 목월 시인의 시, 김동리 형과의 짧은 추억 등이 담긴 책에서 훈훈하고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저자에겐 아버지이자 멘토, 국문학의 스승인 목월 시인과의 추억이 분명 축복이요 혜택일 것이다.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였다지만 가정적이고 온화한 성품의 목월 시인이었으니, 읽는 입장에서도 뭉클하고 푸근하다.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우리나라 현실을 보는 맛도 있다. 박목월 시인의 시와 일기를 담은 책,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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