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새로 생겼다는 파파도나스를 찾았다.


좀 더 일찌감치 가서 저렴한 라떼도 한 잔 마셨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가는 바람에 커피는 다음으로.



주인장이 보이지 않아서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다.

주력이 도나스 말고도 다양한 과자들이 즐비했다.

사실 빵은 오전에 사두어서 굳이 살 필요가 없었지만 꼬맹이가 좋아하는 도나스 사러 -



어제 타임빌라스에서 만난 팥고당 팥빵은 자그마치 3,900원이 했는데 여기서는 프리미엄이 3,200원이다.


그 사이에 어느 분이 들어 오셔서 하나 남은 글레이즈 꽈배기를 사가셨는데, 아까비.

왜 다른 사람이 사먹는 걸 보면 나도 먹고 싶어지는 걸까.



예전에 던킨 바바리안을 좋아했었는데, 그놈의 SPC 산하 회사라 다시는 사 먹지 않기로 했다.

하긴 요즘 나의 빵집 투어는 모두 SPC 불매의 일환이다.

그리고 보니 빵집 하나 때문에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게 어처구니가 없구나.

그 많던 동네 빵집이 다 사라져 버린 게 아쉽다.



다양한 설렉션이 아주 마음에 든다.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적 느낌.



참 며칠 전 이맛트에 갔을 적에 꼬맹이에게 삼립호떡 사준다고 했는데, SPC 불매해야 한다고 안 먹겠다고 해서 감동먹었다.


대단한데 그래 녀석.



며칠 전에 읽기 시작한 발자크의 <사촌 퐁스>.

며칠간 분발해서 절반을 넘어섰다.

과연 절반을 넘어 가니, 확실히 재미가 있었다.


19세기판 막장 드라마의 달인 발자크다운 이야

기가 아닐 수 없다.


갑자기 발자크의 책들을 '다시' 구해서 읽어야

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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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11-02 18: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메냐 님은 루시퍼! 빵 사진 올리시면 안 됩니다!!!!

레삭매냐 2022-11-02 19:11   좋아요 2 | URL
저녁밥을 먹어야 해서
한입의 유혹을 이기느라
빡셌었습니다 ㅠㅠ

고저 죄송합니다.

페넬로페 2022-11-02 19: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매냐님의 그 꼬맹이
몇 살인지 몰라도 넘 의젓하고 귀여워요.
매번 꼬맹이를 위해 열 일 하시는 아빠 매냐님도 다정하십니다^^

레삭매냐 2022-11-02 19:12   좋아요 3 | URL
편식쟁이라 만날 밥상머리
에서 전쟁을 치르네요 ㅠ

아직 아가 같은데 가끔
어른스러운 멘트들을 날려
서 깜딱깜딱 놀랄 때가 있
답니다.

coolcat329 2022-11-02 2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팥고당 단팥이 3900란 매냐님 글을 읽고 동네 2600짜리 단팥빵이 갑자기 먹고 싶어 방금 집에 들어오는 길에 사러갔더니 방금전 어떤 분이 싹 쓸어가셨다고...ㅠ
내일 다시 도전하렵니다.
편한 밤 되세요~~

레삭매냐 2022-11-03 10:49   좋아요 3 | URL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슈크림-단팥빵들이 천원 단위
였었는데 언제 그리 가격이
올라가 버렸는지요.

나름 서민들의 음식이었는데
말이죠 흠...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11-02 2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 동네는 파파 도나스는 없고 맛나 도나스!! ㅎㅎ
요즘 저는 운동도 소용없이 먹으면 먹는대로 다 몸무게증가로 가는 신기한 몸체험중이라 이런 글은 진정 악마의 유혹입니다. ㅠ.ㅠ
그나저나 저 발자크의 책은 왜 저렇게 버림받은 포즈일까요? ㅋㅋ

레삭매냐 2022-11-03 10:50   좋아요 3 | URL
아, 맛나 도나스 이름은
듣기만 해도 맛나 보이는
느낌적 느낌입니다 -

오늘 아침에는 어제 쟁여
둔 꽈배기로 아침을 때웠
답니다 :>

<사촌 퐁스>는 신간들에
밀려 그만... 바로 읽는 대
로 돌입할 예정입니다.

mini74 2022-11-03 00: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동네빵집만 ㅠㅠ 예전엔 거북당이니 하며 동네빵집 많았는데 정말 온통 파바네요. ~ 꼬맹이 가열차게 칭찬합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2-11-03 10:51   좋아요 2 | URL
저는 해도 꼬맹이가 먹겠다고
하면 사줄라 했는데... 고 녀석
참 -

거북당, 친근한 이름이네요.
파바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합
니다.

라로 2022-11-03 1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PC가 뭐의 약자인가요??^^;;
꼬맹이가 정말 제법 어른스러운 말을 하면서
행동도 그렇게 하다니!!
매냐님 꼬맹이 바보이실 것 같아요.^^;;
저도 바바리안 크림 도너츠 좋아하는데
그것 말고는 도넛에 그닥
어쨌든 동네 빵집이 살아남았으면 좋겠어요!!

레삭매냐 2022-11-03 13:22   좋아요 0 | URL
SPC (Samlip/Shany Paris Croissant and Companies)
고상하지만 예전의 삼립식품이지요.
보름달빵 맹글던.

사망 사고 나고서도 8일만에 또
사고가 났더라구요. 답이 없는
회사 같습니다.

저랑 취향이 비슷하시군요.
전 보스턴 크림이랑 바바리안만
먹습니다.

동네 빵집 완완쉐이!!!
 



10월의 독서기록

 

해가 갈수록 독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왕년에는 참... 그랬더랬지.

 

지난달에는 모두 5권의 책들을 만났다.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책 두 권 그리고 보뱅과 솔 벨로의 책 각각 한 권. 그리고 막판에 지난 여름에 사둔 그래픽 노블 <라스트 맨> 한 권. 초라하구나.

 

물론 시작한 책들은 더 많다. 돈 윈슬로의 <개의 힘>도 읽기 시작해서 마무리를 짓지 못했고, 헨닝 만켈의 <미소지은 남자>, 아민 말루프의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 아니 에르노의 <탐닉>, 솔 벨로의 <허조그> 그리고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 등등... 시작은 창대했으나 미처 끝은 내지 못했더라.

 

너튜브의 각종 동영상들과 모바일 게임 돌파삼국지 때문이라고 해두자.

그리고 날이 좋아 여기저기 다니느라 미처 책 읽을 시간이 없었다. 오래 전에는 시간이 넘쳐 흐를 것 같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게 되었다.

시력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그러니 시력이 좋을 때, 시간이 아직도 여유가 있을 적에 더 읽어야지 싶다.

 

이달에는 집으로 오고 있는 <아버지의 해방일지>(그렇게 재밌다고 하던데) 그리고 몇몇 신간들 그리고 지난달에 시작해서 읽다만 책들을 만나야지 싶다.


===============================================================================



치아 치료 때문에 연차 내고 쉬는 날,

두번째로 의왕 타임빌라스를 방문했다.

우선 가자마자 이터스에 가서 타코 플래터를 주문했다.

양이 많이 보였는데 왠걸, 순삭해 버렸다.

이건 뭐 패스트푸드인 줄 알았다. 나의 사랑 과카몰리~



뜰에는 버베나가 피어 있었고, 가을의 향기가 막 사그러 드는 그런 기분이었다.



<팥고당>에서는 단팥빵을 팔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빵 한 개 가격이 가뿐하게 삼천원을 훌쩍 넘겨 버렸다.

예상은 했지만, 다시 한 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놀라 버렸다.

드랍게 비싸서 못 먹겠다!!!

 

대신 별다방에 가서는 설문조사하고 받은 쿠폰에 500원을 더 얹어서 라떼를 마셨다.



주말과 달리 한가하기 짝이 없는 공간과 시간이 너무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레몬나무에 매달린 레몬을 보았다.

멋지기도 하여라. 나도 레몬을 그렇게 키워 보고 싶다고.

 

나의 아보카도 농사는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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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11-01 2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돈 윈슬로의 《개의 힘》재미가 없으셨나요? 저는 정말정말 좋아하는 책이거든요. 너무 재밌어서 주변에 막 알리고 싶을 정도였는데 알릴 데가 없더군요.

단팥빵 저도 좋아하는데 삼천원이 넘다니 기록입니다. 레몬나무가 어디에 있는건지 와~~이쁘고 신기하네요.

레삭매냐 2022-11-02 08:02   좋아요 2 | URL
아니 재미가 없는 건 아니었구요 -
이 책 저 책 계속해서 새로운 관
심사가 생기다 보니 좀 뒤로 밀렸
을 뿐이랍니다. 이달에는 마저 읽
을라구요.

단팥빵 삼천구백원은 에바 아닌
가요 ㅠㅠ 싼 맛에 먹는 녀석인데
말이죠 히잉~

레몬나무는 쇼핑몰 정중앙 부근
의 화단에 있었답니다.
전 처음에 레몬을 나무에 매달아
놓은 줄 알았지 뭡니까.

새파랑 2022-11-01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권 중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작품이 2권이군요 ㅋ 저도 요새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가을 때문인걸까요? ㅋ 타코 완전 맛나보입니다~!!

레삭매냐 2022-11-02 08:03   좋아요 2 | URL
열독가 새파랑님께서 그 무신
겸양의 말쌈을 ~~

저는 가을 탓을 하고자 합니다.
가을 너 때문이얏!

타코는 사랑이었습니다.
옆지기에게 칭찬 받았습니다.

mini74 2022-11-02 0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작은 창대했으나 ~~ 에서 공감하며 ㅎㅎ 버베나 수수하면서도 예뻐요 ~ 다음번엔 꼭 아보키도 농사 성공하시길 !!

레삭매냐 2022-11-02 08:05   좋아요 1 | URL
만날 그런 것 같아요 -
시작만 거창하고는 못 다
읽게 되는...

버베나는 정말 별 것 아닌
듯하면서도 멋지더라구요.

쇼핑몰 앞의 앞의 바라산
풍경이 참 좋았답니다.

아보카도 농사는 이제 시마
이해야지 싶습니다... 실패의
후유증이 크네요.

독서괭 2022-11-03 16: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내지 못한.. ㅋㅋ 저도 너무 많습니다. 그나마 작년부터 서재활동 열심히 하면서 완독을 많이 하는 듯 합니다. 아보카도 농사를 망치셨군요..? 마지막 문장에서 슬픔이..;;
타코 진짜 맛있어 보입니다~!

레삭매냐 2022-11-03 16:37   좋아요 2 | URL
북플 활동을 하면서 자극
을 받기도 하고, 보다 더
완독에 ㅋㅋㅋ

물론 여전히 시작하고
못 다 읽는 책들이 많긴
하지만요. 그래도 열심히!

아보카도 농사는 처참하
게 망했습니다. 초짜니
그렇지 않을가요.
찍어 놓은 사진이 있긴
한데 - 올리기가 민망해
서 패스했네요.

타코는 참 맛났습니다.
 


어제는 점심으로 돼지갈비를 뜯고 나서...

하도 배가 불러서 좀 워킹을 하기로 했다.

이 집 냉면은 진짜 찐이더라. 날이 초여름 날씨여서 냉면 먹기에 좋은 날이었다.

 

요즘 수원에 자주 가는데, 도서관에 들러서 책 좀 읽다가 밥 먹으러 고고씽.

 

그리고 밥 먹고 나서는 수원 파장동 일대를 탐험했다.

부근에 있는 다솔초라는 곳을 거닐다가 발견한 도로리 녀석들.

꼬맹이가 학교 숲을 거의 날다시피 하다가 도로리를 발견하고 주었다고 한다.

아니 그 스피드로 뛰면서 어떻게 도로리를 봤대~



집에 가서 상수리나무로 싹을 틔워 보려고 나도 도로리 줍줍에 나섰다.

어느 나무에는 감도 매달려 있던데.

자세히 살펴 보니 도로리들이 기슭 반대편으로 모두 떨어져 있었다.

아마 눈에 띄는 녀석들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체포해 갔겠지 뭐.

 

줍다 보니 손에 한 가득 찼다.

숨이 차기 시작한다. 얼마나 운동을 안하는지...

꼬맹이 작은 손에 다 주었는데 담아지질 않는다. 비닐 봉다리가 없냐고 묻는데 그런 게 어딨니 그래.

 

눈 앞에 보니 SK아트리움이 보인다. 그 안에 들어가서 화장실에 들렀다가 팜플렛 한 장을 들고 나와서 종이상자 접기를 시도한다. 예전에 제법 오리가미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당최 종이상자 접는 법이 생각나질 않는거다.

 

결국 핸드폰을 켜고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체포한 도로리들을 담을 종이상자를 접는데 성공, 타라~ 역시 우리 닝겡이들은 필요의 인간들이구나 싶었다.



집에 와서는 다시 한 번 종이상자 접는 법을 마스터했다. 한 세 번 정도 접어 보니 이제 확실히 알겠더라.

 

도로리 녀석들 가운데 쭉정이를 발라내고, 튼실하게 키울 만한 녀석들을 발아시키는 법도 인터넷으로 배웠다. 페이퍼타월이나 솜을 이용해서 발아시키란 말이지. 냉장고에도 잠깐 넣어서 겨울 체험도 시켜 주어야 한다고도 하는데. 이거 너무 정성이 들어가는 게 아닌가 그래.

 

어디서는 또 겉껍질을 까서 제대로 하라고도 하고. 지난번에 아보카도 재배에 나섰다가 망한 기억 때문에 좀 망설여지기는 한다. 이게 제법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다.



내친 김에 이달 초에 여주 친구네 집에 갔을 적에 구해온 백일홍 꽃씨도 정리해 보았다. 주말에 베란다에 있는 화분을 정리하면서 그전에 사둔 백일홍 꽃씨를 심었는데, 어떻게 공짜로 구해온 씨앗이랑 다를 게 없는데 그래. 천원 날려 먹었다.

 

내가 애지중지하는 해바라기 녀석들은 클로버를 정리한다고 하다가 두 개 잘라 먹고 두 녀석만 남았다. 이제 막 꽃을 피우려 하는지 기대가 많이 된다. 부디 남은 녀석들만이라도 잘 자라길. 참 왕송호수에 가서 꽃씨 더 받아 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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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0-31 1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다 도토리인줄 알았는데 이름이 있더라고요. 갈참 졸참 굴참 신갈 떡갈 등등 ~ 도토리 키우기 진짜 정성이네요. 꼬맹이 도토리 줍는 모습 상상하니 넘 귀엽습니다 ~ 꼭 상수리나무 싹이 트길 *^^* 포로리네 누나였나 이름이 도로리? 가물가물하네요

레삭매냐 2022-11-01 20:16   좋아요 1 | URL
맞아요, 참 여러 가지 종류가 있더라구요.
미니님 글 보고 나서 도로리 종류를 찾아 보니
저희 집에 있는 녀석들은 아무래도 졸참나무
도로리로 보입니다 :> 정보 감사합니다.
그냥 상수리나무라고 할 뻔~

도로리는 걍 도토리를 그렇게 부른... 그랬다
고 합니다.

하나의책장 2022-10-31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 때, 몇 학년인지는 기억이 안 나고 그 때 도토리 본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ㅎㅎ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정말 쪼끄맣네요>.<

레삭매냐 2022-11-01 20:17   좋아요 1 | URL
네 생각보다 쬐만 하더라구요.
오늘 아침에 껍질을 잘 까서
햇반 받침 위에 물 먹은 페이퍼
타월을 깔고 발아 프로젝트에
들어갔답니다. 잘 될 진 모르겠
네요.

라로 2022-11-01 15: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냉장고에 넣어 겨울체험도 시켜줘야 한다는 말에 빵 터졌어요!! 정말 제대로 해야 할 일이 많군요!! 아보카도는 너무 오래 걸렸어요,, 저흰 큰 화분에 심었었는데 그 아보카도 뿌리가 너무 깊고 넓게 퍼진다고 해서 남편이 결국은 포기했어요. 제법 크게 자랐는데 옮겨 심어서 다른 나무들 뿌리를 헤칠까 봐요. 어쨌든 날아가면서도 도토리를 보는 꼬맹이의 밝은 눈을 생각하며 미소짓습니다. 저도 꼬맹이 있으면 좋겠어요. 글구 매냐님 넘 자상한 아빠세요,, 오리가미로 봉투까지 핸펀 찾아서 만드시는 정성에 감동!!!👍👍

레삭매냐 2022-11-01 20:24   좋아요 1 | URL
그러니깐요 ㅋㅋㅋ

저도 몰랐었는데, 일단 땅에 떨어진
도로리들이 겨울 동면을 잠시나마
체험하게 한 다음에 발아를 시켜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 정도까지 열
의는 없어서 고 과정을 빼고 바로
넘어 갔답니다.

오오, 아보카도 농사에 성공하셨군요.
생각보다 아보카도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전 3타수 무안타입니다.

개구리나 학 같은 경우는 몸이 기억
하는데, 종이상자는 이자뿌렸더라구
요. 이제 다시 마스터했습니다.
종이상자는 요긴해서 접는 기술을 익
혀 놓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헷~
 


간만에 왕송호수 손커피연구소를 찾았다.

예전에는 백씨아저씨 커피하우스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여긴 참 업종이며 주인이 자주 바뀌는 것 같다. 바로 옆에 해물칼국수 집이 있는데, 한 번 가보고는 안간다.

문어는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즘 들어 부쩍 왕송호수 부근에 갠춘한 커피하우스들이 생기는데...

단가도 비싸고 뭐 그렇더라. 요것은 손커피연구소의 전경이다. 손커피연구소는 원래 의왕에서 출발하지 않았나. 원래 가던 곳도 주인장이 바뀐 모양이다.

참 들어가는 길에 보니, 사람들이 그렇게 타령하던 핑크뮬리밭이 아주 멋지게 보였다.

그런데 어디서 보니 핑크뮬리가 외래종으로 국내 생태계에는 그닥 좋지 않다고 하던데...



복잡시런 이야기는 그만하고 빵구경이나 하자.

요건 우리 꼬맹이가 좋아라하는 초코쿠키다. 이 자슥이 만날 밥은 안 먹고

주전부리 타령만 해대서 걱정이다.

애기 때 단거를 안줘서 그런가. 나이가 드니 단건 잘 안먹게 되던데.



요건 구황작물로 만든 과자라고 한다. 아마 감자 고구마 그 외에 또 구황작물이 뭐가 있더라. 그런데 생각보다 커피로 승부를 거는지 디저트 설렉션이 많지 않았다. 아님 평일이라 그랬나. 매대는 엄청나게 큰데 말이지. 하긴 만들어 놓고 안 팔려도 걱정이긴 하지.

 


이미 밥을 먹고 방문해서 배가 빵빵했으나 또 과자를 하나 먹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그래서 인절미 크로플을 하나 주문했다. 비주얼이 별루라고 생각했는데, 맛을 보니 기가 막힐 정도였다. 아놔, 배가 부르니 도저히 간식이 들어가지 않는다.

 

택배기사님이 우리 뒤에 들어와서는 크로플을 쓸어 가셨다. 그 다음에는 소방대원분들이 오셨고... 그것 참 다양한 분들이 방문하시는구나 그래.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 중에 하나는 손님들이 없어서 좋았다. 어느 브런치 카페에 갔을 적에는 정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머리가 다 아플 정도였다.

날이 좋아서 야외에 준비된 벤치에 나가서 앉아도 좋지 않았나 싶다. 실내에 있다 보니 좀 답답했다.




참 밥 먹으러 가기 전에는 램프의 요정에 들러 올해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아니 에르노 작가의 책을 샀다. 하나는 <집착> 다른 하나는 <탐닉>이었는데, 전자는 너무 얇아서 88쪽 대신 <탐닉>을 샀다. 아니 에르노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단순한 열정>의 일기 버전이라고나 할까.




손커피연구소 좌석은 이렇게 다다미 스타일로 되어 있어서, 그렇게 사들인 <탐닉>을 두고 인증샷을 날려 본다.

구 소련 출신 연하의 남친고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 아니 에르노의 80년대 말의 기록이다. 일기 스타일이 부담 없이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구입했다. 마침 적립금도 사용해야했고. 신한은행에서 준 천원짜리 도서상품권을 들이댔다가 이미 사용한 상품권입니다라는 말에 어찌나 당황했던지. 그건 마치 내가 예전에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를 사다가 느낀 그런 당황함이랄까.



인절미 크로플은 질겨서 칼질을 해대는데 거의 밑의 판이 썰릴 정도였다 ^^

그리고 테이블이 좀 시원치 않아서 엄청 흔들리더라. 하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다른 녀석도. 아마 우리처럼 칼질을 해대서 그럴까.



커피와 디저트를 다 먹고 나서 나오는 길에 카페 앞에서 만난 감나무에 매달린 감 사진 하나 투척한다.

역시 사진은 자연광이다. 오래전부터 사진을 찍어 왔지만, 인공 조명 아래서 찍는 사진도 좋지만 역시 자연광만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다음 주면 11월인데, 아직도 잠자리가 날아 다니더라구.

철없는 녀석들 같으니라구. 지난달만 해도 잠자리가 엄청났었는데 말이지. 하긴 어젯밤에 보니 방에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기가 날아 다니더라. 원래 모기가 출몰하는 계절이 여름 아니었나. 기후 문제가 심각한 모양이다.

어느 기사에서 보니 우리 지구별이 견딜 수 있는 기온상승이 1.5도 정도라고 하는데, 2.5도 정도는 거뜬하게 넘어설 태세라고.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갑갑하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플라스틱과 화석연료를 덜 사용하면서 살아야 하나.



[뱀다리] 며칠 전에 동네빵집 사냥에 나섰을 때, 어딘가에서 만난 냥이 녀석.

해가 좋아서인지 볕이 잘 드는 구석에서 한가한 오후의 여유를 즐기고 있더라. 초큼 부러웠다. 니 팔자가 상팔자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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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0-28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롱 매달려있는 감이 너무나 탐스럽게 보입니다. 사진은 자연광이죠^^ 인공광은 아무리 해도 뛰어넘을 수 없더라구요. 그리고 당연히 사진보다는 실물이구요~ㅎㅎ 이번 주말이 단풍이 절정일듯하여 어디라도 구경갈까 생각중입니다^^*

레삭매냐 2022-10-28 14:14   좋아요 1 | URL
그러쵸 그러쵸 !
사진은 역시 자연광광광 ~~~

츠바이크의 표현을 빌자면
결국 사진 역시 실제의 기술적
복제품이 아니겠습니까 ^^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살면서
만난 쵝오의 단풍은 내장산
단풍이지 싶습니다...

화가님의 단풍구경을 응원하
는 바입니다.

프레이야 2022-10-28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구 하양이 녀석 조러구 자네요
덜 춥기를. 밥 먹고 빵 안 먹으면 입안에 가시 돋는 사람 여기 추가입니다 ㅎㅎ 왕송호수는 아무래도 멋진 곳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2-10-28 14:18   좋아요 1 | URL
아주 따땃한 햇살 아래 조는
녀석의 자태가 멋져서 사진
으로 찍어 보았습니다.

핑크뮬리 사진까지 얹었다
면 아주 금상첨화였겠지만
저의 게으름으로 그만...
양귀비도 있다는 말이 있더
라구요.

의왕시는 나를 왕송호수 홍
보대사로 임명하라 임명하라
ㅋㅋㅋ

자목련 2022-10-28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빵, 커피, 책, 가을 풍경 모두가 유혹이네요.
특히 마지막 사진에 심쿵!
스마트폰으로 볼 때는 인형인가 싶었어요.

레삭매냐 2022-10-28 14:19   좋아요 0 | URL
아주 귀여운 냥이지요 ^^

장판하고 비스무레한 때깔
이라 순간 솜뭉치인 줄 알
았답니다.

라로 2022-10-28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절미 크로플이 왜 그렇게 질길까요?? 원래 부드러운 것이 인절미 아닌가요??
어떤 맛인지 너무 궁금합니다!!ㅎㅎㅎ
근데 가게가 너무 널찍해서 썰렁해 보여요.^^;;
어쨌든 감색이 너무 이쁘네요.
길냥인가 봐요? 겨울이 다가오는데...
저도 플라스틱 덜 사용하고 물 아껴 쓰고,, 등등 하면서도
나만 하면 뭐 하나? 뭐 그런 생각도 하게 되고,,
여기선 또 총기사건 터지고,,, 이래저래 심란합니다.

레삭매냐 2022-10-28 14:23   좋아요 0 | URL
아니 또~!~~ 세상에
조용할 날이 없네요 그래.
왜 그놈의 총기 규제를 하
지 않는지 그것 참 -

크로플이 썰기에는 질겼
는데 이거이 입에 들어가
니 그만... 아주 살살 녹았
답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손님들이
없더라구요. 아마 주말에
는 미어 터지지 싶습니다.

길에 사는 냥이들 겨울이
걱정이지요. 참 추운디 -

무엇보다 온수가 지구온난
화의 주범이라는 말에 아니
샤워를 줄여야 하나 싶기도
하구요 ㅠㅠ 맞아요 나만 그
런다고 뭔 소용이냐 기래 다
들 암케나 쓰레기 버려대는
데... 씁쓸하네요.

서니데이 2022-10-28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에서 햇볕 따뜻한 날의 느낌이 잘 느껴지네요.
모양을 보니 대봉시 같은데, 햇볕 잘 받는 곳에 있어서 잘 자란 것 같습니다.
요즘 와플모양 디저트가 다양하네요.
인절미도 크로플이 되는 거군요.
디저트 사진 잘 봤습니다.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레삭매냐 2022-10-28 16:50   좋아요 1 | URL
우와 저 감이 대봉시였군요!
미처 몰랐습니다.
역시나 램프의 요정 북플은
배움의 공간이로군요.

아마 크로플에 인절미 맛
무언가를 뿌린 게 아닐까 추
론해 봅니다 :>

감사합니다.

coolcat329 2022-10-30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요즘 맛집과 이쁜 카페 많이 다니시네요.
탐닉 사셨군요. 표지가 좀 그렇죠? ㅋ
늘 사진들이 이쁘고 즐거워 보입니다.

레삭매냐 2022-10-30 21:49   좋아요 0 | URL
맛집까지는 아니고 그냥 -

오늘 오후에는 정말 날이
여름 같았습니다.

<탐닉> 표지 다시 보니
그렇네요 ^^
 
오늘을 잡아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9
솔 벨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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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읽다만 솔 벨로 작가들의 책들이 제법 된다. 분량이 상당해서 도전에 나섰다가 나가 떨어졌다지. 민음사에서 세계문학 시리즈로 나온 <오늘을 잡아라>도 수배해 두었는데 미처 읽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 새단장을 하고 나와서 또 사들였다. 책쟁이의 숙명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깊어가는 10월에 <오늘을 잡아라>를 읽는데 성공했다.

 

200쪽이 되지 않은 단편 소설 분량의 <오늘을 잡아라>는 왠지 연극 대본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인물들이 많이 등장하지 않고, 연극 무대에 올리면 딱이지 않을까.

 

1956년에 발표된 솔 벨로의 네 번째 작품인 <오늘을 잡아라>의 주인공은 인생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깡그리 실패한 44세의 남자 토미 윌헬름이다. 부유한 의사 아버지 애들러 씨를 둔 유펜에 다니던 전도유망한 청년이 망가지기 시작한 건, 할리우드에 데뷔시켜 주겠다던 협잡꾼 모리스 베니스를 만나면서부터였다. 배우로 성공하겠다며, 성까지 애들러에서 윌헬름으로 바꾸며 7년이나 할리우드 허송세월했지만 토미는 배우가 되는데 결국 실패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도 없었던 그는 결국 별 볼 일 없는 그런 일자리를 전전해야 했던 모양이다. 두 번째 그가 만난 재앙은 아내 마거릿과의 결혼이었다.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멋쟁이 아가씨 마거릿에게 진심이었지만, 결혼은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아 참, 그전에 금발의 호남자 그리고 약간 곰처럼 생긴 토미 윌헬름의 결정적 약점에 대해 말해야지 싶다.

 

자신도 고백하듯이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인지 어쩐지 오랜 숙고 끝에 최악의 결정을 내린다는 점이었다. 이건 정말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 수 없다. 우선 배우 데뷔부터 그랬다. 숱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토미는 포주에 가까운 사기꾼의 농간에 넘어거 할리우드행을 택했다. 아마 그 당시에는 몰랐겠지만, 토미의 할리우드행은 대학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버렸고 그건 배우에 올인해서 성공하지 않는 이상, 성공의 사다리에 올라갈 수 없다는 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의미했다. 배우로도 그리고 대학 학위를 가진 여동생 캐서린이나 부모님과 다른 그런 존재가 되어 버린 토미의 삶은 불운의 연속이었다.

 

결국 사랑하는 두 아들과 댕댕이 시저스마저 마거릿에게 빼앗긴 채, 글로리아나 호텔에 거주하는 신세가 된 토미 윌헬름. 그나마 다니던 로잭스 회사에서도 어쩔 수 없는 운명(사장 사위에게 밀려나 버렸다!)을 받아 들이지 못하고 때려 치우는 바람에 현재 실직 상태다.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꼴이 없는 게 바로 토미의 현재 상태였다.

 

그에게 닥친 마지막 재앙은 바로 탬킨 박사라는 수상쩍은 인물이었다. 아버지 애들러 박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토미는 가진 돈 700달러를 털어 넣어 탬킨 박사의 말을 듣고는 선물시장에서 라드에 투자한다. 현재 암담한 미래에 절망한 청춘들이 코인에 투자를 했다면, 66년 전에는 선물시장이 그 역할을 했던 모양이다. 손 쓸 수 없는 과거, 도무지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불안이 상존하는 미래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무대는 어느 세대에나 준비되어 있었던 걸까.

 

누가 봐도 개똥철학자 사기꾼 그 이상도 아닌 탬킨 박사는 현재 절망에 구렁텅이로 빠져 들어가는 토미에게 썩은 동앗줄을 던진다. 뱀의 혓바닥을 능가하는 탬킨의 요사스러운 언설에 우리 세상 물정 모르는 얼치기 주인공 토미는 그대로 넘어가 버렸다. 아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말 몰랐단 말인가? 자신의 아버지조차 자신을 돕지 않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누가 자신을 호의만으로 도와줄 거라고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토미가 할리우드행을 결심하던 이십대도 아니고, 산전수전 다 겪고 나서도 이런 잘못된 결정을 잇달아 내렸다는 점에서, 결국 삶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솔 벨로 작가는 확인사살한다.

 

토미가 문제아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애들러 박사가 애써 아들의 곤란한 상황을 외면하는 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토미가 자신의 탬킨에 대한 경고를 무시했다는 점도 그리고 화해의 손길을 내민 토미가 아버지의 불퉁스러운 태도에 질린 나머지 폭주하다가 결국 싸움으로 귀결되는 과정이 부자 간의 갈등이라는 조금은 진부한 주제의 변주라는 점이 좀 아쉬웠다. 유사 이래,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언제 평화가 존재한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아버지의 말을 그대로 잘 따르는 아들이 있었다는 말도 못 들어본 것 같다.

 

세상만사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 보이던 탬킨이 왜 자신의 돈도 아닌 토미의 돈으로 라드 선물투자에 나서 물주에게 일확천금을 안겨 주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따져볼 만하다. 선물시장에서 라드 값이 떨어지고, 호밀 값이 오를 때 왜 손절하자는 토미의 의견을 탬킨은 따르지 않았을까? 바닥을 치는 주식이 언젠가 오를 거라는 말들은 그동안 너무 많이 듣지 않았던가? 손절의 기회가 오거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놓치는 경우를 과연 탬킨은 몰랐을까? 아니면 좀 더 먹겠다고 욕심을 부리다 결국 망한 게 아닌지. 믿었던 탬킨이 메인으로 튀었다는 말에 토미는 그대로 무너져 내린다.


지푸라기라도 같은 심정으로 토미 윌헬름이 매달렸던 탬킨은 메피스토펠레스의 현현이다. 자고로 타인을 현혹시켜 사적 이익을 편취하는 인간 군상은 인생에 있어, 그리고 문학에 있어 빠질 수 없는 그런 디폴트 같은 존재였다. 하필이면 나락으로 추락하던 순간의 토미에게 현란한 언변과 기발한 아디이어를 구사하는 탬킨의 출현은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이제 트리거가 준비되었으니 당기기만 하면 되는 거였고, 토미는 이번에도 역시나 심사숙고 끝에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생전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에서 폭포수 같은 눈물을 터뜨린다. 인생의 막장에 선 남자의 깊은 성찰과 카타르시스 교차하는 지점이라고나 할까. 과연 토미 윌헬름의 남은 인생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지 않은가.

 

도시쥐 토미는 계속해서 각박하기 짝이 없고, 아내 마거릿을 포함한 모두가 자신을 벗겨 먹으려고만 하는 뉴욕에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시를 떠나 시골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인데, 과연 중년의 도시쥐 토미에게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 자식들을 볼모로 삼은 아내가 요구하는 돈을 시골에서 어떻게 마련한단 말인가? 예전에는 채무자들이 돈을 갚지 못하면 감옥에 넣고는 했다는데, 현대 사회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일을 해서 돈을 벌게 하는 시스템이라는 토미의 혜안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의 돈은 모두 늙은 기득권층이 가지고 있어서 자신들이 쓸 돈이 없다는 자각은 또 어떤가. 그중에는 자신의 아버지 애들러 박사도 포함되어 있다. 닥터 애들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생각에 아들 토미에게 더 이상의 돈을 쓸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가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들이 자신의 말에 고분고분한 것도 아니고, 주관이 뚜렷한 아들 토미가 계속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그런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거라는 토미의 생각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책의 도입 부분에 나오는 지금 무엇을 사랑하느냐에 따라 사람이 달라지냐는 문장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사로잡았다. 그 명제를 나의 책사랑에 대입해 보면, 과연 나는 책을 사랑하여 어떻게 달라졌을까? 주관적인 입장에 선 내가 그것에 대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그저 오늘 읽는 책에, 그 책에 나오는 문장과 서사 그리고 구조에 담긴 것들에 집중할 따름이다. 과연 토미 윌헬름이 그때그때의 순간마다 사랑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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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10-27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전 민음사 판으로 읽었는뎁쇼, 사랑하지만 재수없는 유대인 아버지 애들러 박사가, 아휴, 증말 넘 한 거 아녀요? 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2-10-27 21:21   좋아요 1 | URL
토니 윌헬름이가 참 그렇지만...

그래도 자식인데 너무 매몰차지
않나 싶었습니다. 공감합니다.

미미 2022-10-27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잘 읽었습니다. 이 소설 재미나게 읽었는데
덕분에 다시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ㅎㅎ

연극으로 올려도 정말 좋을 듯 해요!
솔 벨로의 어떤 책들 가지고 계신지 궁금해요.
다른것도 수배해 읽어야겠어요^^*

Falstaff 2022-10-27 18:26   좋아요 2 | URL
오기 마치의 모험은 어떻게 읽어야 좋을지, 번역문의 맥락을 잡기가 쉽지 않게 우리말로 옮긴 것.........같습니다. 원문으로도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모험을 빼고 나머지 허조그, 비의 왕 앤더슨, 오늘을 잡아라, 다 괜찮습니다.

미미 2022-10-27 19:08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골드문트님! 허조그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잊고 있었네요. 알려주신 책들부터 수배하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10-27 21:30   좋아요 1 | URL
<허조그> <헨더슨> 그리고 <오기 마치>
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마 절판되어
가던 시절에 급하게 구한 기억이...

읽다 말다해서 이번에 <오늘을 잡아라>
를 필두로 해서 다시 도전해 보려고 합
니다.

새파랑 2022-10-27 2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솔 벨로 책 시리즈 완전 멋지네요 ㅋ 예술입니다~!!

레삭매냐 2022-10-28 09:1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소장만 하고 읽지 않고
뻐팅기던 솔 벨로의 책
들 모아서 함 찍어봤습
니다.

coolcat329 2022-10-30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문동에서 새로 나왔군요.
저도 이걸로 읽어봐야겠어요.
펭귄 솔 벨로우 책 멋져요!

레삭매냐 2022-10-30 21:49   좋아요 0 | URL
이 참에 펭귄에서 나온
<허조그>에 다시 도전 중이랍니다.

2년 전에 200쪽까지 읽다 말았더라
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