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니발 - 로마의 가장 위대한 적수
필립 프리먼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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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에 군사전문가 리델 하트가 쓴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에 대한 평전을 읽었다. 그의 호적수는, 로마 역사상 로마를 그야말로 멸망 직전까지 몰아붙인 카르타고 출신의 천재 전략가 한니발 바르카였다. 무려 하버드 출신 필립 프리드먼이 저술한 <한니발> 평전은 그야말로 옛날 이야기 읽듯이 그렇게 술술 읽을 수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가독성이 뛰어난 책을 애정한다.

 

페니키아인들의 후손이 북아프리카에 건설한 도시 상업국가 카르타고는 북쪽에서 지중해 패권을 두고 경쟁한 로마가 추구한 제국주의와는 다른 결을 지닌 국가였다. 고대 페니키아/티레에서 유래한 바알 함몬 신을 숭배한 카르타고 인들은 몰크라는 이름의 유아 희생제의로 악명을 떨쳤다. 로마 사람들은 그런 카르타고인들을 야만인이라 부르며 경시하기도 했다.

 

카르타고가 지중해를 배경으로 성장할수록 로마와의 패권 대결은 불가피했고, 결정적 이권이 달린 시칠리아에서 결국 로마와 카르타고는 충돌하게 된다. 로마의 성장기에 시칠리아는 도시국가 로마에 식량을 공급하는 중요한 배후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제정기에 들어서는 이집트가 밀 공급기지 역할을 맡게 된다.

 

시민군을 주력으로 하는 로마 중장보병대의 결속을 파괴할 수 없었던 카라타고의 용병대를 결국 패배하고, 해상전투가 장기였던 카르타고 해군 역시 로마군의 코르부스 전술로 해전에서 패하고 제해권마저 로마에게 내주게 된다. 이런 조국의 처절한 패배를 보고 자란 새끼 사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카르타고 바르카 가문의 장남 한니발이었다.

 

첫 번째 포에니 전쟁의 참패로 카르타고는 국가적 위기에 봉착했다. 그들의 앞바다였던 지중해는 로마 해군의 독무대로 바뀌고 있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한니발의 아버지였던 하밀카르 바르카는 눈길을 이베리아 반도로 돌렸다. 위기는 기회인 법이다. 이베리아 반도에 새로운 식민지를 개척하겠다는 하밀카르의 의견에 카르타고 원로원의 보수파들은 일제히 반대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하밀카르는 자신의 아들과 거의 사병에 가까운 병사들을 이끌고 이베리아로 떠났다. 로마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던 아들 삼형제는 하밀카르의 든든한 우군들이었다.

 

결국 하밀카르의 이 선택은 신의 한수였다는 것으로 판명됐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금과 은으로 로마가 설정했단 가혹한 전쟁배상금을 단숨에 갚아 버리고 다시 한 번 국가 부흥의 기회를 잡게 됐다. 물론 로마라고 해서 이베리아에서 부흥하는 카르타고에 대한 견제를 잊지 않았지만. 당장 일리리야와 지중해 동부를 제압하는데 정신이 팔려 이베리아의 호랑이 새끼가 대호(大虎)로 성장하는 걸 미처 깨닫지 못했다.

 

한편, 한니발은 아버지 하밀카르 밑에서 전무후무한 그런 전쟁의 천재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병사들을 인솔하는 리더십은 기본이었다. 사령관으로 천상의 지휘자로 군림하지 않고, 일개 병사들과 숙식을 함께하는 진짜 전우로서의 모범을 보였다. 공격에 있어서는 가장 먼저 앞장을 섰고, 후퇴할 적에는 가장 어려운 후위를 자처했다. 이런 전장에서의 리더십이야말로 훗날 로마 전역을 휩쓸면서 고국의 지원을 하나도 받지 못하는 고립무원의 상태에서도 십 수 년간 로마와 동맹시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원동력이 되었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로마와의 결전을 대비해서 힘을 키우고 병력을 모집하고, 보급물자에 40마리의 코끼리 부대까지 마련한 한니발은 이베리아로 자신을 요격하러 온 로마 군단들을 따돌리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초겨울 알프스 산맥을 넘는 기발한 전술로 로마 본토 공격에 나선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숱한 병사들과 물자를 잃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5만 명의 병사들로 알프스 돌파에 나섰지만, 포 강 유역에 도달했을 때 한니발이 이끄는 카르타고-누미디아 그리고 켈트 연합군의 군세는 25천명 정도에 불과했다고 한다.

 

한니발의 숙적 로마는 본토에서 계속해서 병력 자원을 충당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저력을 가지고 있었다. 2차 포에니 전쟁 초기, 한니발은 속전속결로 자신의 뛰어난 기병대가 활약할 수 있는 야전에서 로마군을 섬멸해야만 했다. 1차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를 무참하게 격파했던 승리의 추억과 카르타고 군을 야만족 부대라고 생각한 로마군 지휘관은 한니발의 능력을 무시했고 곧 시작된 티키누스강, 트레비아강, 트레시메노 호수 등지에서 연전연패하기에 이른다.

 

우리의 뛰어난 이순신 장군처럼, 한니발 역시 고도의 심리전을 펼쳐 적장에 대한 상세한 정보 파악을 바탕으로 해서 자신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서 적을 유인해서 효과적으로 섬멸하는 작전을 구사했다. 한니발을 무찔러서 로마로 개선하겠다는 호승감에 사로 잡힌 로마군 지휘관들은 무턱대고 자신들의 군세만 믿고 카르타고군에게 달려들었다가 한니발이 치밀하게 구상한 포위망에 걸려 거의 전멸에 가까운 패배를 당했다.

 

개별 전투 못지않게 한니발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로마와 동맹시들의 분열 작전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자신에게 항복한 세력들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대응했지만, 저항하는 곳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유린했다. 그리고 계속되는 전투에서의 승리로 시간이 갈수록 한니발에게 투항하는 지역들이 늘어났다. 로마 원로원에서는 한니발이 그동안 로마를 위협했던 적들과 다르다는 점을 깨닫고 지연 전술의 대가로 알려진 파비우스를 독재관으로 삼아 한니발을 상대하게 했다. “쿤크라토르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진 파비우스는 한니발과의 야전에서의 정면대결을 기피하는 소모전으로 한니발의 원정군을 지치게 만들어갔다.

 

기원전 21682, 로마가 있는 병력, 없는 병력을 끌어 모아 만든 8만 명의 대군이 칸나이 평원에서 자신들보다 열세인 카르타고군을 마주했다. 로마에서는 가이우스 테렌티우스 바로, 루키우스 아이밀리우스 파울루스를 사령관으로 삼아 한니발을 상대하게 했다. ‘노부스 호모출신으로 공명심에 불타는 집정관 바로는 파울루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한니발을 무찌르는 공훈을 세우겠다고 한니발이 치밀하고 조심스럽게 만들어 놓은 덫에 스스로 기어 들어가 버렸다. 칸나이 회전에서 로마군은 자그마치 6만 명에 달하는 전사자가 발생하고 수천 명이 포로로 카르타고군에게 잡혔다.

 

바로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한니발은 곧장 적의 심장부였던 로마를 공략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결정적 승리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한니발은 일격필살의 승부 대신 지구전을 선택했고 이것이 2차 포에니 전쟁의 승부를 가름했다. 결국 포기를 모르는 로마가 젊은 사령관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를 집정관으로 삼아 전세를 역전시키는데 성공했다.

 

우선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는 한니발 원정대를 이탈리아 남부 지역에 고립시켜 두고, 카르타고의 멀티격인 이베리아 반도 공략에 나섰다. 스키피오는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한 자신의 스승격인 한니발의 전략에 따라 이베리아의 수도격인 카르타고 노바(오늘날의 카르타헤나)를 공략해서 함락시켰다. 그리고 이베리아 주둔 사령관 격인 한니발의 동생 하스드루발을 패퇴시키고, 이베리아 반도 전역을 수중에 넣는데 성공했다. 그의 다음 목표는 아프리카의 카르타고 본국이었다. 역으로 뛰어난 명장 스키피오의 역습을 받은 카르타고는 로마가 제시하는 가혹한 평화조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본국으로부터 소환 명령을 받은, 한 때 로마를 멸망 직전으로 몰아넣었던 시대의 명장은 빈손으로 귀국해야만 했다.

 

그후 한니발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다시 전쟁을 도발한 로마 때문에, 은퇴한 명장 한니발은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를 상대로 기원전 202년 가을 자마 전투에 나섰다. 그리고 로마군에게 패배했다. 로마 원로원의 강경파들은 계속해서 한니발의 조국 카르타고 타도를 외쳤다. 비록 적장이었지만, 한니발을 존경하던 스키피오가 비호해 주었지만 한니발은 조국을 떠나 해외로 망명해야만 했다. 결국 비티니아에서 자신을 추적해온 로마파견대에 사로 잡히기 전 그는 가지고 다니던 독약으로 자살했다고 한다.

 

역설적이게도 한니발 원정군과의 치열한 전쟁을 통해, 비로소 로마는 세계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되었다. 고대 전쟁의 규칙에 따른 패배를 거부한 도시국가 로마는 한때 자신들의 성문 코앞까지 쳐들어왔던 한니발의 위협을 결국 이겨내는데 성공했다. 한니발에게 패전해서 병사들이 부족할 때마다, 로마인들은 나이 어린 소년병들까지 징집하고 노예병사들까지 편성하는 단결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한니발은 조국 카르타고에서 해외 원정군의 눈부신 활약을 시기 질투한 한노 일파의 견제로 그 어떤 병력과 물자 지원도 받지 못했다. 어쩌면 로마인들에게 한니발 전쟁은 자신들의 조국을 지키기 위한 애국투쟁이었지만, 카르타고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게 아닐까. 저자 필립 프리먼은 에필로그에서 한니발 전쟁에서 카르타고가 승리했다면 오늘날의 우리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을 거라는 예상으로 마무리한다. 이런 대체역사의 가능성이야말로 역사를 더 재밌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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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5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생의 첫출발 대산세계문학총서 74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선영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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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 도전 7번째가 무사히 완료되었다. 발자크의 책들을 읽으면서 <백합의 골짜기>와 함께 수배해둔 책이다. 문지에서 나왔는데 이제는 절판되어 중고나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야 한다. 나는 운이 좋게 중고로 구할 수가 있었다, 쌩유 알라딘 중고. 놀랍게도 중고책값이 6년 전보다 천원 오르는 신비로움을 이 책을 통해 알 수가 있었다. 중고가 시간이 가면 값이 오를 수도 있구나 싶었다. 게다가 볼펜 줄도 죽죽 가 있어서, 왜 내가 팔아먹으려는 책은 낙서가 되어 있으면 바로 매입불가 판정이 떨어지는지 알 수가 없더라. 다 그런 거지.

 

발자크의 소설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왜 또 서설이 길었나 모르겠다. 이놈의 삼천포병은 도무지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때는 바야흐로 1822, 전 유럽을 주름 잡던 나폴레옹이 몰락한 지 대략 7년 정도 흐른 시점이다. 우리 장황설의 대가 발자크 선생은 또 이제 곧 이루어질 산업화로 사라져 버릴 당대 가장 인기 만점이었던 합승마차 산업에 대한 자신의 지식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21세기 독자에게 날린다.

 

그렇다, 이제 곧 철마가 달릴 철도가 부설되면 도시와 도시 그리고 마을을 잇던 합승마차의 호시절은 지나갈 거라고 시대의 예언자는 확신에 찬 목소리를 외친다. 오늘날에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수익성 증대를 위해 과적과 인원 초과는 기본이었던 모양이다. 그렇지 돈을 벌려면 승객의 안전 따위는 멍멍이에게나 던져 주라지. 아무튼 전직 기병대원 피에로탱은 합승마차에 승객을 꽉꽉 채워 달린다.

 

왜 느닷없이 합승마차 타령이냐고? 발자크가 바로 이 합승마차에 탄 어느 청년의 일대기를 독자들에게 소개하려고 워밍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 그 주인공은 바로 19, 가난과 궁핍에 찌든 청년 오스카르 위송이다. 그의 어머니 클라파르 부인의 일대기는 그야말로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신파니, 한 번 책으로 만나 보시길. 등장인물들의 썰을 다 풀자면 한이 없을 터이니 말이다.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이 허영 덩어리 청년은 자존심만 살아서 자신의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천방지축으로 날뛰게 된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서너번 정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삶이 얼마나 만만치 않다는 걸 절실하게 배우게 된다는 게 발자크가 <인생의 첫 출발>에서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메시지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니 나만 그렇게 생각할 지도.

 

합승마차에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많이 탔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있는 사람은 바로 드 세리제 백작이다. 왕정복고 시절에 정무장관을 지내기도 하고, 돈도 많고 귀족 출신에 아리따운 부인도 있는 무엇 하나 부러울 게 없는 사람이다. 그런 드 세리제 백작이 왜 합승마차를 타고 자신의 영지인 프렐르 성관으로 가느냐고? 그건 바로 자신의 집사 모로가 파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영주 행세를 하며 숱한 삥땅을 치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밀고했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모로 일당이 협잡해서 자신에게 돌아올 수익을 해먹으려는 것을 저지하려고 밀행에 나선 것이다. 자신의 정체를 아는 피에로탱에게 그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고 하면서, 자신의 요청이 잘 수행되면 그가 새마차 구입에 절실하게 필요한 천 프랑을 주겠다고 언약한다. 예나 지금이나 돈의 위력은 가늠할 수가 없다.

 

그 와중에 한량 조르주와 가짜 화가 쉰네르를 자처하는 일행은 세상 물정 모르는 오스카르가 지루한 여행 기간 동안 자신들의 좋은 놀림감이 되리라는 걸 직감한다. 아니 그런 청년을 도와 주지는 못할망정 골려 먹을 궁리를 하다니. 그 또한 당대의 정경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오스카르보다 훨씬 더 세상을 산 이들이 청년보다 아는 게 많으니, 여러 가지 테스트로 그의 수준 파악하기란 누워서 떡먹기였으리라. 그의 사방이 기운 옷을 입은 오스카르의 입성은 그가 얼마나 궁핍한 지 있는 그대로 보여 주지 않았던가.

 

합승마차에서 펼쳐지는 천일야화 같은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버렸다. 그리고 별 것도 아닌 일이 발끈한 오스카르가 바로 눈 앞에 있는 이가 드 세리제 백작인 지도 모르고, 백작의 집사 모로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둘은 예전의 연인 사이였고, 모로 씨는 오스카르의 후견인이었다)를 통해 알게 된 드 세리제 백작의 수치스러운 질병과 스캔들을 그대로 폭로해 버린다. 그 자리에 있었던 백작이 대로한 것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 철부지 오스카르가 합승마차에 오르기 전에 그의 어머니 클라파르 부인이 그렇게 신신당부를 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입조심하라고. 하지만 이런 소설 서사에서 그런 금기는 반드시 깨어지게 되어 있고, 더 나아가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후견인 모로 씨가 지배하는 프렐르 성관에 가서 세상사를 좀 배울 예정이었던 오스카르의 꿈은 초장부터 야무지게 박살나 버렸다. 분노한 백작이 부른 마차에 실려 다시 초라한 집구석으로 돌아온 오스카르 위송. 의붓아버지는 무슈 클라파르가 얼마나 고소해 하던지. 그런 걸 보면, 비록 자신을 마땅하게 생각하지 않는 의붓아버지지만 오스카르의 실체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았나 싶다.

 

클라파르 부인은 그간 소원했던 연줄인 카르도 외삼촌을 동원해서 오스카르를 미래의 소송대리인으로 만들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그렇지 세상이 무너져도 살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지. 그렇게 간신히 정신 차리고 데르슈 사무소에서 정신을 차리나 싶었던 허영덩어리 오스카르는 다시 한 번 합승마차의 악연 조르주를 만난 신세를 망칠 만한 두 번째 재앙에 손을 대게 된다. 그야말로 말마따나 이 정도면 구제불능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래서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했던가.

 

결국 인생의 막장 코너에 몰리게 된 오스카르는 군에 징집되어 기병대원으로 알제리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게 된다. 합승마차 부분과 달리 후반에서는 좀 급하게 진행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현란한 전개가 펼쳐진다. 완행열차에서 KTX로 갈아탄 그런 느낌이랄까. 막타 전투에서 드 세리제 백작의 유일한 아들을 구해내지만, 그 때 입은 부상으로 오스카르는 한쪽 팔을 잃게 된다. 그리고 백작의 아들 역시 부상으로 죽는다. 어쩌면 이 영웅적 행동으로 오스카르는 철부지 시절 백작에게 입힌 치욕을 어느 정도 씻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퇴역한 대령이자, 드 세리제 백작의 지원으로 보몽의 징세관이 된 오스카르 위송은 어머니 클라파르 부인과 함께 여전히 운송업을 종사 중인 피에로탱의 합승마차에 오른다.

 

소설 <인생의 첫 출발>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822년은 물질주의가 만연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혁명과 전쟁 그리고 제정을 거치면서 좋았던 시절의 선한 가치들은 모두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렸다. 모든 이들이 자신의 노후를 보장할 그놈의 연금에 목을 매달기 시작했고, 잇달아 바뀌는 정권 교체기에 어디에 줄을 서냐에 따라 자신의 인생이 천당에서 나락으로 떨어지고 역전을 반복했다. 이렇게 모든 게 불안정한 시기에 사람들은 에퀴(5프랑 짜리 주화)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노회한 물질주의자로 대변되는 무슈 모로는 드 세리제 백작의 집사로 출발해서 축재에 열심이었다. 비록 백작에게 발각되어 파면되기는 했지만 그간 모아 놓은 돈으로 이번에는 부동산업자로 변신했다. 마지막에 그렇게 모은 돈으로 그는 정치판에 뛰어 들어 의원 나리가 되기도 했다.

 

미남자에 멋쟁이로 통하던 조르주 마레는 그렇게 허랑방탕하고 통음난무의 시절을 보내고 나서 인생역전에 성공한 34세의 오스카르 위송과 마주하게 된다. 철부지 소년은 15년이 흘러 세상의 단맛쓴맛을 모두 보고 나서 비로소 성인이 되었다. 소설의 말미에 등장하는 가진 게 없는 사람은 완벽해야 한다는 말을 그대로 실천에 옮긴 모습이다. 인생의 첫 출발은 치욕스러웠지만, 두 번의 큰 재앙을 통해 삶의 교훈을 배운 남자는 가슴팍에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단 명예로운 퇴역 군인으로 금의환향했다.

 

발자크의 소설들은 중독이고 수렁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소설의 세계에 빠져 드니 말이다. 바로 <어둠 속의 사건>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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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1-18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야 레삭매냐님의 발지크 읽기는 완전 특급행 열차 같아요~!!

레삭매냐님 글 보고 우주점가서 발자크를 검색했는데 <고리오 영감> 밖에 없더라구요 😅

레삭매냐 2022-11-18 16:09   좋아요 1 | URL
제가 선수를 친 모양입니다 :>

순식간에 발자크 네 권을 읽었
네요. 이러다 번아웃이 올 것 같
아 잠시 쉬고 나서 다시 읽어야
지 싶습니다.

전 <외제니 그랑데>의 새로운
버전 출간을 기대해 봅니다.

바람돌이 2022-11-18 2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진게 없는 사람은 완벽해야 한다? 저 말입니까??? ㅎㅎ
레삭매냐님 덕분에 발자크에 점점 관심이 커지고 있는 1인입니다. ^^

레삭매냐 2022-11-25 11:00   좋아요 1 | URL
저는 가진 것도 없고...
완벽해질 가능성도 -
뭐 그랬다고 합니다.

발자쿠는 고저 사랑입네다.
 


 

발자크와 다시 만나기까지 12년이 걸렸다.

12년 전에 <나귀 가죽>으로 발자크를 처음 만났다. 그리고 그 해 여름에 <고리오 영감>을 읽었다.

 

다시 만난 과연 발자크는 디테일의 마법사답다.

사람들은 발자크의 책들이 장황하고 지루하다고 한다. 인정한다.

그는 소설가인 동시에 시대의 기록자이기도 했다.

나도 처음에 <고리오 영감>을 읽으면서 미치는 줄 알았다. 이게 세계 10대 소설이라고? 하면서도 꾸역꾸역 읽었다.

 

19세기 프랑스를, 그리고 파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발자크를 만나기 위해서 이 장벽을 뛰어 넘어야 한다. 그렇게 장벽을 뛰어 넘은 이들에겐 극락이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사촌 퐁스>를 읽으면서 내가 경험한 것이다. 절반 정도까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드디어 본 궤도에 오르니, 무언가 번쩍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발자크의 팬이 된 순간이었다.

 

바로 3년 전에 사서 묵혀둔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평생의 연인 한스카 부인을 만나는 장면까지, 절반 정도 읽었다. 그러다 발자크의 원전을 읽어야지 하는 마음에 잠시 한눈을 팔고 있다.

 

, 도서관에서 빌린 <사촌 베트>도 마저 읽어야 하는데... 중역이란 말이 있어서 좀 켕긴다. 일단 읽기는 해야겠지.

 

발자크의 책들은 다양한 출판사에서 나와서 수집하는 맛도 있다. 다음 타켓은 주말에 <사라진느>를 사냥할 계획이다.

 

지금은 문지에서 나왔지만 절판된 <인생의 첫 출발>을 읽는 중이다. 19세 청년 오스카르가 합승마차를 타고 가는 길에 만난 이들과 나누는 블러핑 섞인 대화들이 어찌나 재밌는지 모르겠다. 물론 이번에도 발자크는 19세기 파리의 원거리 대중교통 수단이었던 뻐꾸기마차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강력한 서사의 힘으로 발자크 특유의 장황함을 돌파할 것이다 나는. 결론은 발자크는 역시 문학 천재 그리고 소설기계라는 점이다.



발자쿠 읽기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 단풍 사진 하나 투척.

참 이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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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2-11-17 1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흑흑 매냐님, 제게 발자크는 <나귀가죽> 한권으로 별1개짜리 작가가 되고 말았습니다ㅠㅠ
발자크의 가장 난이도 낮은 작품이 뭐가 있을까요....

레삭매냐 2022-11-17 10:50   좋아요 1 | URL
꼴랑 6개의 발자크를 읽은
닝겡으로 감히 추천해 드리
기 거시키하지만...

아주 주관적 판단에 의하면
지만지에서 나온 <샤베르 대령>
과 꿈꾼문고의 <곱세크>가
어떠실지 조심스레 추천해 봅
니다. 일단 분량이 적답니다 ^^

물감 2022-11-17 11:16   좋아요 1 | URL
후... 매우 겁나지만 언젠가 도전해보겠습니다.
정보 감사합니다 ㅎㅎ

Falstaff 2022-11-17 21:2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나귀가죽을 가장 어려운 발자크로 꼽는 분이 무지하게 많은데 그걸. ㅎㅎㅎ

stella.K 2022-11-17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확실히 소설 고수시네요.
소설이라고 다 잘 읽히는 게 아닌데...
부럽습니다. 전 언제나 발자쿠를...ㅠ

레삭매냐 2022-11-17 17:57   좋아요 1 | URL
고수라니요... 당치도
않은 말쌈을 ㅋ

전 고저 부지런하고 싶은
책쟁이일 따름이지요.

발자쿠 넘나 잼나지 뭡니
까 그래. 읽을수록 찰진
맛이 -

바람돌이 2022-11-17 16: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고리오영감의 진입장벽이 높군요. 대표작인데말이죠. 레삭매냐님의 리뷰들 덕분에 발자크 진입장벽이 점점 낮아지고 있네요. ^^

레삭매냐 2022-11-17 17:58   좋아요 1 | URL
이러저러한 정보들을 캐다 보니
사람들이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
는 <고리오 영감>에서 바로 다
좌절해 버린다고 하네요 :>

아마 발자쿠 특유의 장황함과
디테일이 독으로 작동하지
않았나 싶네요. 일단 고비를 넘
기시고 난다면 웰컴투 극락월드
지요.

감사합니다.
 
곱세크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김인경 옮김 / 꿈꾼문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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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202211월은 발자크를 읽는 달이다. 지금 사서 쟁여둔 책 그리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이 수두룩하다. 에리크 뷔야르의 <714> 후속타자는 바로 16세기 셰익스피어의 샤일록에 버금가는 19세기 모델 곱세크다.

 

1830년에 발표된 <곱세크>의 화자는 어음 할인전문가, 보석감정가 혹은 고리대금업자가 아닌 양심적인 법률가이자 소송대리인인 데르빌이다. , 이 남자 내가 바로 전에 읽은 <샤베르 대령>에서도 전처 페로 부인에게 과거와 재산을 털린 샤베르 대령/백작을 변호해 준 이가 아니었던가. 그리고 곱세크의 이름도 아마 언급이 되었더랬지.

 

왕정복고로 해외 망명지에서 프랑스로 돌아온 드 그랑리외 자작부인의 재산 반환 소송을 승리를 이끈 데르빌이 등장한다. 그는 자신의 동업자이자 파트너인 네덜란드계 유대인 장에스테르 반 곱세크와 얽힌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발단은 드 그랑리외 자작부인의 딸 카미유가 젊은 백작 에르네스트 드 레스토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청년 에르네스트의 어머니가 누구인가? 그녀는 바로 <고리오 영감>의 장녀 아나스타지 드 레스토다. 고리오 영감에게 그의 딸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는 불후의 명작에 잘 나와 있으니 참조해 주시길. 카미유와 그의 어머니가 걱정하는 건 바로 드 레스토 집안의 재산과 아나스타지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지만, <곱세크>에서 주로 비난의 대상이 되는 요주의 인물은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곱세크가 아니라 바로 이 아나스타지다.

 

데르빌이 들려주는 과거사를 통해 알게 되겠지만, 곱세크는 나름 금전에 대한 철학을 가진 어음할인 전문가다. 발자크는 짓궂게 곱세크 영감을 찾는 이들을 희생자로 표현하지만, 곱세크는 당대 파리 제2금융권의 실력자였다. 급전이 필요하지만, 은행에서 대출이 막힌 이들에게 곱세크는 구세주가 아니었을까? 물론 우리의 곱세크가 그냥 돈을 빌려주는 건 아니었다. 무지막지한 폭리를 취하는 악덕 고리대금업자였다. 그러니 그의 집 문턱을 넘는 이들이 염통이 쫄아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궁한 사람이 언제나 약자가 되는 법이니 말이다.

 

곱세크가 담당하는 분야는 바로 귀족들이다. 혁명과 제정을 거쳐 부르봉 왕가가 복귀해서 다시 제 세상을 만난 것 같은 귀족들은 사치와 향락에 빠졌다. 사치품을 사들이고, 도박이나 사교댄스, 끝없는 파티 같은 유흥과 향락을 즐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그들이 자산과 영지에서 거둬들이는 금전은 유한했다. 인간이 추구하는 쾌락의 극한은 자신의 가진 것을 훨씬 넘는 그 무엇이었다. 사업이나 생산에 쓰는 돈도 아니고, 놀고먹기 위해 쓰는 돈을 은행에서 대출해 줄 리가 만무했다. 그러니 곱세크 같은 고리대금업자들이 번성하기 좋은 시절이었다.

 

견유학파 철학자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의 곱세크의 금전에 대한 철학은 간단했다. 권력과 돈이 바로 시대의 정신이었다. 산업혁명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 넘어가던 사회의 면모를 발자크는 곱세크라는 문제적 인물의 사고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한다. 해적이라고 불릴 정도의 담이 큰 곱세크 영감은 자신의 금전적 이익을 위협하는 이들에게는 총과 칼쓰기도 무다하지 않을 정도로 배포가 큰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약관의 데르빌을 좋게 본 모양이다. 법학과를 졸업하고 법률사무소에서 서기 생활을 하던 데르빌은 법률사무소장이 시장에 내놓은 법률사무소를 인수하길 원한다. 문제는 그에게 가진 돈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신출내기 서기에게 누가 15만 프랑이라는 거금을 내준단 말인가. 데르빌은 결국 곱세크를 찾게 된다. 곱세크는 데르빌을 도와줄 법도 하지만, 그가 누구인가? 샤일록을 능가하는 고리대금업자가 아니었던가. 결국 10년 상환에 15% 이자라는 곱세크로서는 관대한 조건으로 데르빌에게 무담보 대출을 해준다. 대신 자신의 고리대금 삼인방(팔마, 베르브뤼스트, 지고네) 써클을 동원해서 산더미 같은 소송을 가져다 줄 거라고 데르빌을 안심시킨다. 물론 자신의 사건은 무료로 처리해 준다는 특약도 빼놓지 않는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파니 말보 아가씨와 결혼한 데르빌은 5년도 되지 않아 곱세크에게 진 채무를 모두 청산한다. 자신이 열심히 일한 탓도 있겠지만, 파니의 유산 상속도 채무의 조기 상환에 한몫했다고 한다. 훗날 곱세크는 청년 데르빌에게 좀 가혹한 조건의 이자를 붙인 것에 대해 자신에게 아무 것도 빚진 게 없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 않을까.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처음에 등장한 문제적 인간 아나스타지가 다시 등장한다. 그녀에게 빈대 붙은 댄디보이 막심 드 트라유 대리보증을 서주려고 했다가 곱세크 영감에게 아주 톡톡히 당하는 아나스타지. 어쩌면 모든 건 불쌍한 자신의 아버지 고리오 영감을 홀대한 후과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심지어 장남 에르네스트 말고 다른 두 아이는 드 레스토 백작의 자식들이 아닌 드 트라유의 애들이었다고. 자기 몰래 귀금속류를 곱세크에게 저당 잡히고, 무일품 건달 애인에게 돈을 융통해주려는 아나스타지의 태도에 집안 거덜낼 여자라는 걸 직감하는 드 레스토 백작은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음을 깨닫고 장남 에르네스트에게 정당한 유산을 상속하기 위해 곱세크-데르빌 비밀 프로젝트를 가동하기에 이른다.

 

백작의 죽음을 앞두고 반대증서를 찾기 위해 아나스타지가 보이는 모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눈먼 욕정 때문이었을까? 양심적 법률가 데르빌은 정당한 상속을 위해 아나스타지와의 위험한 대결도 마다하지 않는다. 데 레스토 백작의 임종 뒤, 아나스타지가 벌인 소동극은 막장 드라마의 절정이었다.

 

소설의 엔딩은 죽는 순간까지 재산을 움켜쥔 곱세크의 처절한 모습이다. 사방에서 모여든 금과 은, 골동품 뿐 아니라 공물같이 그에게 진상(혹은 담보로 잡힌)된 각종 물건들이 썩어 들어가는 가운데 우리의 어음할인 전문가는 마지막 숨을 내쉰다. 그전에 자신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한 데르빌에게 유언장을 남긴다. 우리 인간은 모두 죽기 마련이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까지 돈에 대한 욕망을 내려놓지 못한 곱세크의 마지막은 처절하기만 했다.

 

<샤베르 대령>에서 언급된 데르빌의 15만 프랑 대출 건에 대한 궁금증이 <곱세크>에서 시원하게 해결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양심적 법률가 데르빌의 연이은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인물들의 재등장기법이라는 맛에 <인간희극>을 계속해서 읽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해적 고리대금업자로 불러도 무방할 곱세크가 마냥 악당 노릇만 하는 건 아니라는 점도 인간이 지난 다층적 모습을 보여 주려는 발자크의 의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곱세크에게 축재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사양하지 않고 넙죽 받아먹는 장면에서는 확실히 이 악당에 대한 선입견이 제대로 작동하기도 했다.

 

발자크는 과연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맛이 있다. 발자크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마냥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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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11-16 0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발자크 몰아읽으면 안 질려요??!!

레삭매냐 2022-11-16 08:56   좋아요 1 | URL
전혀 질리지 않습니다 !!!

오히려 당시 세계관의 확장
이 궁금해질 정도입니다.

1789, 1830, 1832, 1834,
1848 혁명에 대해서도 맛을
살짝 보았습니다.

게다가 역사/사회적 배경이
궁금해서 심지어 르네상스
시절까지 올라가는 공부까지
하게 되었답니다.

어제는 프랑스 부르봉 왕가
의 시조인 앙리 4세(엔리케)
앙리 드 나바르에 대해서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국내에 나온 모든 발자크의
책을 읽고 싶은 마음입니다.

새파랑 2022-11-16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 발자크 찐팬

입니다 ㅋ 12월도 발자크를 읽는 달이 될수도 있겠네요 ~!! 읽을수록 빠져드는 맛이 어떨지 궁금하긴 합니다~!@

레삭매냐 2022-11-16 10:58   좋아요 1 | URL
11월에 내내 읽다 보면
좀 질리지 않을까요?

아마 내년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

어제부터 <인생의 첫 출
발> 읽기 시작했는데 넘나
재밌네요. 역시 발자쿠 !!!

프레이야 2022-11-16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발자쿠와 역사적 이야기 제대로 파고 계시군요. 대단하십니다 역쉬! 이 작품은 처음 들어봐요. 다음에 메냐님 따라 읽어야겠어요.
발자쿠 ㅎㅎ

레삭매냐 2022-11-16 13:38   좋아요 1 | URL
제가 좋아하는 <인간희극> 캐릭
인 데르빌(Derville)이 잇달아 등장
하니 아주 마음에 드네요.

<샤베르 대령> <곱세크>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인생의 첫 출발>
까지요.

프레이야님의 발자쿠 읽기를 응원
하는 바입니다.

stella.K 2022-11-16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발자쿠가 문장은 그닥 안 좋다는 말이 있던데...
제가 나름 고것이 예민해서 말이죠.ㅋ

레삭매냐 2022-11-16 13:49   좋아요 1 | URL
원문을 읽을 수 없으니...
문장은 알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역자도 제각각이라 -

그러셨군요!!!

오만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
을 수집하는 재미가 있답니
다 ^^

페넬로페 2022-11-16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다고 결심하면 해내고야마는 매냐님!
인간희극 넘 궁금한데요.
에밀 졸라와 어떻게 다른지도 흥미로워요^^

레삭매냐 2022-11-16 17:50   좋아요 1 | URL
졸라는 아직 읽어 보지 않아서리
아마 발자쿠가 졸라보다 선배이
니, 좀 결이 다르지 않을까 싶습
니다.

어쩜 발자쿠를 읽고 난 다음에는
졸라로 -

12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 발자쿠
넘나 재밌지 뭡니까 그래.

바람돌이 2022-11-16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전작주의 너무 좋아요. 아 저도 버지니아 울프 전작주의 하자 해놓고 딱 4권읽고 휴업중입니다. 울프는 책을 들기전에 심호흡이 많이 필요해요. ㅎㅎ 레삭매냐님 본받아 저도 시동을 걸어봐야겟어요. ^^

레삭매냐 2022-11-17 09:15   좋아요 0 | URL
버지니아 울프는 원어민들도
읽기 어렵다고 제 미쿡인 친구
브랜던이가 그러더라구요 ^^

바람돌이님의 울프 전작 도전
응원하는 바입니다 !!!

전 발자쿠에게 돌아오기까지
12년이 걸렸답니다 :> 이 책
저 책 모으는 재미가 있네요.
 
7월 14일
에리크 뷔야르 지음, 이재룡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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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의 책들을 읽으면서 어쩔 수 없이 프랑스 근세사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다. 아울러 아트인문학이라는 너튜브 채널에서 만난 르세상스와 종교개혁 시대에 대한 콘텐츠도 도움이 되었다. 역사라 그렇게 상호 연관되지 않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역사에는 정말 많은 우연이 개입되어야 비로소 그 형태를 갖추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에리크 뷔야르의 <714>, 그러니까 프랑스대혁명의 전주곡이 된 바스티유 탈환 과정의 전야에서 벌어진 레베용 사건을 필두로 해서, 그야말로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1789년의 여름이 불러온 인류 역사에 획기적인 사건도 숱한 우연들로 이루어졌다고 저자는 증언한다.

 

우선 대혁명 전야의 프랑스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상태였다. 7년전쟁과 영국을 견제하기 위해 개입한 미국독립전쟁에 막대한 전쟁자금이 소모되었다. 프랑스 국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세금을 걷어서 전쟁에 나선 영국과 달리 프랑스는 세금 대신 빚을 내서 전쟁을 치렀다. 당연히 국가재정이 파탄 위기로 치달았다. 청년 독재자 루이 16세의 국가 통치는 방향성을 잃고 난파 중이었다. 재무장관 교체로 해결될 그런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1788년과 1789년으로 이어지는 겨울 추위는 혹심했고, 대기근으로 기아 때문에 굶어죽는 이들이 발생했다.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보니 1789년 파리의 빵값은 역사상 최고였다고 한다. 2,500만 프랑스 인구 중에서 실업자 수는 300만 정도에 달했다. 세계도시 파리 인구 30만 가운데 25,000명 정도의 매춘부가 있었다고 한다. 프랑스 각지 아니 전세계에서 몰려든 인구로 파리 시의 경계는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었다. 파리 지도를 만든다는 게 넌센스였다.

 

그렇다고 해서 파리에 먹을 게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다. 진귀한 음식과 특상품들은 모두 베르사유 궁에서 사치를 일삼는 왕과 귀족들에게 진상되었다. 절대 다수 농민과 노동자들의 안위에는 1도 관심 없는 통치자들을 피지배자들이 걱정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긴 이상한 선동에 넘어가 여전히 21세기에도 여전히 자신들을 옥죄는 위정자들을 걱정하는 집단이 있긴 하지만.


당장 먹을 것과 일자리가 없어서 굶주려 가는 마당에 트리클다운 효과를 선전하는 모습이 어쩌면 오늘의 현실과 꼭 닮아 있는지 모르겠다. 마이카와 아파트의 19세기 버전은 회중시계였다. 산 자들은 죽은 이들의 호주머니를 부지런히 뒤져 보지만, 그들의 주머니에는 텅 비어 있을 따름이었다. 21세기에도 19세기에나 통하던 선전과 선동이 먹히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자본가들은 쥐꼬리만한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니 공간이 흔들리고 시간이 죽을 법하지 않은가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루이 16세는 귀족들에게까지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175년만에 삼부회를 소집했다. 본래 기득권층은 원래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특권을 빼앗는다면 하고 그 누구보다 격렬하게 저항하기 마련이다. 프랑스 국왕마저도 자신들의 특권에 해가 된다면 능히 그 국왕을 단두대에 보낼 용의가 있는 게 바로 그 기회주의적인 귀족들이었다.

 

대혁명의 전초전으로 레베용 사건에서 300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폭도로 몰려 희생되었다. , 이제 본격적인 대혁명의 막이 오를 시간이다. 에리크 뷔야르는 아마 공인된 기록들을 뒤져 뜨거운 혁명의 열기 속에 스러져간 혁명 영웅들의 전적을 캐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발굴한 무명의 용사들의 이름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233년 뒤, 멀리 타국에 있는 무명의 독자에게는 어떤 의미도 가지지 못하는 이름들이 나열된다. 거리에서 행동에 나선 소년 메신저가 왕당파의 총탄에 맞아 쓰러지고, 파리의 장삼이사들이 계속해서 그렇게 희생된다. 그들이 훗날 공화정의 상징이 되는 자유, 평등 그리고 박애 정신을 위해 투쟁에 나섰을까? 아니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훗날 대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인류사에 길이 남을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몰랐으리라. 그들은 그저 당장 먹을 빵과 일자리를 위해 분연히 거리에 나선 것이다.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에 힘입어 해결되지 않을 작금의 상황에 분노한 민중들이 드디어 무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자신들을 착취하는 지배계급을 타도하기 위해서는 무력이 우선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사상 기득권층이 압도적 무력 앞에 패배라는 방식을 통하지 않고 순순히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았던 적이 있었던가. 교활한 파리 시장은 시민군에게 배급된 12,000정의 소총을 바로 지급하지 않아, 바스티유 탈환전에서 무고한 시민들의 피해를 양산하는데 일조했다.

 

혁명과 봉기 당시에 지금처럼 기록을 위한 동영상 카메라나 휴대폰은 존재하지 않았다. 바로 이 틈을 상상력으로 무장한 에리크 뷔야르는 기가 막히게 파고든다. 이런 역사의 빈 공간이야말로 작가가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던가. 물론 그런 상상력의 전개를 위해서는 자료의 고증과 숱한 고뇌의 시간들이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독재와 억압의 상징 바스티유를 사수하는 한줌 안되는 왕당파들이 쏘는 총탄에 시민들이 속절 없이 쓰러져 세상을 떠나는 장면을 작가는 그야말로 카메라로 잡아내는 듯한 그런 묘사로 독자에게 전달한다. 과연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재현이 아닐 수 없다.


엄청난 군중의 쇄도 앞에 결국 바스티유 수비대장 드 로네는 항복한다. 그 어느 것도 성난 민심을 막을 수 없다는 인류 역사의 빛나는 순간이 도래했다. 혁명의 완성이었던가? 아니다, 이제 혁명은 비로소 시작됐다.

 

<714>은 지금까지 만난 세 권의 에리크 뷔야르 책 중에서 가장 강렬하고 역동적인 독서였다. 뷔야르의 다른 작품인 레콩키스타, 콩고, 인도차이나 전쟁 그리고 독일 농민전쟁에 대한 이야기들도 어서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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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15 10: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리뷰 보고도 그랬지만 이 책 꼭 읽어야겠어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민중들의 힘! 그리고 그것을 기록한 에리크 뷔야르가 있기에 오늘날에도 기억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레삭매냐 2022-11-15 11:39   좋아요 4 | URL
짧지만 강렬했습니다 !

저는 이 책도 흥미로웠지만
에리크 뷔야르의 미출간 책들
도 못지 않게 궁금합니다.

빨랑 출간되었으면 합니다.

바람돌이 2022-11-15 2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강렬하더니 내용도 강렬한가보군요. 저도 일단 보관함에...

레삭매냐 2022-11-16 07:56   좋아요 2 | URL
이름 없는 민중들이 자발적
으로 참가한 위대한 혁명에
대한 작가의 추도사라고나
할까요.

그레이스 2022-11-16 07: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장바구니에서 구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레삭매냐 2022-11-16 07:57   좋아요 2 | URL
저는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읽었답니다.

사들이는 책들이 너무
많아서요...

그레이스 2022-11-16 07:58   좋아요 2 | URL
마음이 흔들리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