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2 - 문명의 기둥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2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명주 옮김, 유발 하라리 원작, 다비드 반데르묄렝 각색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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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역사라는 학문은 해석을 근간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느 지점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팩트는 다르게 보여지지 않을까. 이번에 유발 하라리 작가의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더 강화된 느낌이다.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먹고사니즈므이 디폴트값은 수렵채집이었다. 그들은 광활한 대지의 어머니의 땅에서 나고 자란 것들을 먹고 살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혁명이 발생했다. 물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폭력을 수반한 기득권 세력을 타파하는 그런 혁명이 아닌 굉장히 순조로운, 하지만 훗날 인류의 역사를 바꾸게 될 그런 혁명이었다. 그것은 바로 농업혁명이었다.

 

만화가는 파우스트밀을 등장시켜, 인류를 속박의 굴레로 몰아가는 파우스트밀의 속삭임을 듣게 해준다. 우리 인간은 수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 시절에는 당장 먹고 사는 일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좀 더 복잡한 상상의 허구가 만들어낸 불안감에 떨고 있다. 내가 애써 마련한 아파트값이 폭락하지나 않는지, 몇푼 더 받겠다고 저축은행에 넣은 예금이 날아가지나 않을지, 노년에 돈이 없어 폐휴지를 모으는 일을 하게 되지나 않을지 기타 등등.

 

이런 모든 두려움의 근원이 되는 출발점이 바로 농업혁명이었다. 인류는 수확량이 많은 밀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곧바로 근심 걱정에 휩싸이게 되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도, 비가 너무 적게 와도 걱정이었다. 게다가 병충해는 또 어떤가. 비록 생산성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을 조금 덜기는 했지만 그 댓가는 혹독했다. 평생 노동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유발 하라리 작가는 여전히 수렵채집을 고집하는 원시인들과 최신 유행인 농업혁명에 가담한 이들의 비교를 통해 우리네 삶의 가치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들려준다.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게 올바른 삶인지 여전히 가늠이 되지 않는다. 원시시대 이래 인간이 풀 수 없는 그런 고민이 아닐까 싶다.

 

농업혁명에 수반된 것이 야생동물들의 가축화다. 인류의 벗인 댕댕이가 가장 먼저 가축화가 되었다지. 지금은 댕댕이들이 상전이 되었지만, 인류가 던져주는 먹거리에 길들여진 댕댕이들과의 협업은 아주 성공적이었던 모양이다. 그 다음에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닭, 치킨에 대한 이야기다.

 

이 부분까지 읽어 보고 나서 마침 뜬 치킨 로드에 대한 기사도 검색해 봤다. 현생 닭의 기원은 동남아에서 살던 적색야계(red jungle fowl)라는 녀석이었다. 가축화의 아주 성공적인 케이스로 지금도 굉장히 효율적으로 인류에게 단백질원으로 공급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70%의 이상이 가정이 일주일에 한 번은 닭을 먹는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220억 마리 정도가 사육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야생에서 살 수 있는 평균 수명의 1/50 정도 밖에 살지 못하는 점은 비극이긴 하다. 돼지나 소도 마찬가지 운명이라는 점을 저자는 콕 찝어서 지적한다.

 

농업혁명에는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농업혁명으로 잉여생산이 이루어지고 정주생활이 기본이 되면서 기근과 전염병 그리고 폭력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기술발전과 세계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했던 몇 년 동안의 기억이 떠올랐다. 코로나가 어느 정도 수그러들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수년 내에 더 쎈 놈들이 올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농업혁명으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지도자와 사제 같이 무위도식하는 계급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도시국가와 제국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게 됐다. 이런 스케일이 큰 국가들을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수와 양을 기록하는 문제였다. 그 해결책이 바로 문자의 발명이었다. 그렇게 발명한 문자로 시나 신화 그리고 이야기들도 다루게 된 것은 부차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관료제 역시 이런 시스템을 부양하기 위한 아주 효율적인 제도였다고 언급한다.

 

국가나 집단의 통치를 담당한 계급들은 저자가 주장하는 이른바 상상의 질서를 만들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옹호하기 위해 신의 이름을 빌리기도 했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시스템을 영원히 지속시키기 위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계급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고 시간을 녹여 정교하게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케이스에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인도의 카스트 제도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여전히 태어나면서부터 얼토당토않은 야만적인 카스트 제도에 고통 받는 수억의 호모 사피엔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어떤 점에서 부에 따른 차별과 인종주의 역시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지 않나 싶다.

 

인종주의의 대표적 국가인 미국의 경우를 보자. 그들이 그렇게 자랑하는 1776년 독립선언에서 인간은 모두가 평등하다고 선언했지만, 흑인과 여성은 그들이 말하는 인간에서 배제되었다. 독립선언 백년 뒤, 60만 명이 죽은 내전까지 치르면서 노예해방을 선포했지만 흑인들의 삶은 여전히 고단했다. 비슷한 형편의 백인 가정에 비해 흑인가정의 진학률을 형편없이 낮았다. 그리고 사이비 생물학까지 동원한 백인들의 프로파간다는 집요하게 진행됐다. 학업을 통한 성공의 사다리 오르기는 흑인들에게 쉽지 않은 태스크였다. 그러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퍼뜨린 혐오의 메시지는 계속해서 전파되면서 흑인차별의 철옹성은 굳어져 갔다. 젠더 이슈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바로 이런 허구 위에 지어진 상상의 질서와 고루한 가부장 시스템을 철저하게 타파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농업혁명 같이 획기적인 역사의 발전은 상당 부분 우연에 근거해서 오랜 시간을 두고 진행되었다고 말한다. 누가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모를 상상의 질서 해체는 보다 더 복잡한 미션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자각한 민중에 의해 지난 백 년 동안, 말도 안 되는 상상의 질서는 조금씩 해체의 수순을 밟고 있다. 물론 미국에서 49년 동안 존속되어온 낙태법 폐기 같은 반동적 움직임도 있었지만, 이후 선거에서 깨어 있는 시민들은 이런 반동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었다. 언제나 그렇듯 역사는 퇴행과 진보의 조합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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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2-12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사피엔스를 얼마 전 다시 읽었는데 그래픽노블이라. 흥미롭습니다^^ 그림은 어떤가요? 덕분에 더 궁금해졌습니다. 그래픽노블이 점점 더 많이 나오는 듯 싶네요. 사피엔스는 고전까지는 아니지만 스테디셀러인데 이런 책들이 그래픽노블로 나오는 것을 보면 새로운 독자층을 유입시키려는 목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2-12-13 08:56   좋아요 0 | URL
전 아직 사피엔스는 책으로
만나 보지 못해서 이렇게
그래픽 노블로 보고 있답니다.

그림은 제가 유럽쪽 작가들의
그림체를 좋아해서 그런진 몰
라도 만족했습니다.

원소스멀티유즈의 전형이라고
나 할까요. 공감하는 바입니다.
 

 

오랫동안 가보고려고 했던 이학순 베이커리에 다녀왔다.

 

점심은 백세짬뽕집에서 먹었다. 나는 불짜장을 먹었는데 파스타 스타일의 짜장으로 되게 매웠다. 이럴 수가!!! 지난주에 먹은 원챠우 간짜장에 너무 실망해서 주력인 짬뽕을 한 번 먹어봤어야 했는데, 짜장으로 급선회.

 

이 집은 특이한 게, 바로 옆집이 삼계탕집인데 짜장면집에서 삼계탕도 주문을 할 수가 있다. 그것 참 신기한지고.



요즘 다른 곳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1도 느낄 수가 없었는데, 이곳에 오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난다. 주차장이며 사이즈가 어마어마했다.

 

크리스마스만 되면 나오는 왬의 <라스트 크리스마스>며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를 필두로 마이클 볼튼 아재의 <샌타 커밍 투우 타운!>까지 아주 캐럴의 대향연이었다. 나도 아는 부분을 따라서 불렀더라는. 크리스마스 연금에 대해서도 말했지. 노래 하나만 힛트치면 대박이 난다는.



눈이 내려서 실외에서 무언가 마시거나 먹을 건 아예 생각도 못했지만, 선선할 때 방문하면 아주 좋을 듯하다. 심지어 아해들을 위한 모래놀이장까지 있었다. 오 놀랍구만 그래. 주차장 사이즈가 상상을 초월했다.

 

점심을 넘모 먹어서 좀 산책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나무 위에서 눈 녹은 물이 쏟아져 내려서 실패. 바로 실내로 이동하자.



입구 바로 앞에 서 있던 대형 사이즈 아이스크림 모형. 보통 아해들이 좋아하는 구슬 아이스크림의 단가가 삼천원 정도인데 여긴 가뿐하게 사천원이다. 내가 또 구슬 아이스크림 사천원 받는 데는 또 처음이었다. 대다나다!



이학순 베이커리는 제과 명장 타이틀을 아마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케이크 단가가 가뿐하게 35,000원을 넘는다. 곧 옆지기 벌쓰데이가 커밍순이라 구매의사를 물으니 자기는 생크림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다 먹지도 못할 케이크는 패스해야 하나 어쩌나. 그래도 생파에는 모름지기 케이크가 제격이지 않은가.



배가 너무 불러서(다른 테이블을 언뜻 보니 다들 못다먹고 1/3 가량 남기더라) 도저히 케이크 등등을 먹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방문했으니 주력 상품이라는 몽블랑이랑 오징어먹물 깜빠뉴 하나를 샀다. 라떼는 평타였지만, 빵은 정말 제대로였다. 깜빠뉴는 배가 불러도 계속해서 뜯어 먹게 되더라. 절반 정도가 바로 순삭됐다.



빵집에 들어가기 전에, 명장 타이틀 때문에 빵값이 무지 비쌀 거라고 예상을 했는데 생각보다 빵값이 비싸지는 않았다. 그전에 종종 가던 근처 카페 리코 빵값이 훨씬 더 비싼 느낌이다. 거긴 명장 타이틀도 없는데 말이지.

 

, 특이한 점 하나는 빵집인데 맥주를 팔더라. 살다살다 빵집에서 맥주 파는 건 또 처음 보네 그래. 그런데 여긴 차 없으면 갈 수가 없는 곳인데... 맥주 먹고 나서 운전은 누가 하는지 그게 좀 궁금했다.



참 먹어 보고 싶은 빵들이 많긴 했는데 결국 설렉션은 항상 먹는 빵으로 집게 되더라.

 

나중에 다시 빵만 사러 재방문의사 백퍼. 언제 다시 빵만 사러 가게 될런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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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2-07 10: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옆지기 분이 케이크 안 좋아하신다면 케이크 대신 다른 빵 종류로 사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제 옆지기도 크림 케이크는 영 싫어하는데 녹차 롤 케잌 같은거는 그나마 좋아하더라구요. 그래서 그걸로 사줍니다ㅋㅋ 초 꽂고 불 붙이고 그런 거 안한지 오래되서~ㅎㅎㅎ 그거 하신다면 케이크가 의미가 있겠지만요.
그나저나 올려주신 빵 사진들 넘 좋네요ㅠㅠ 빵 사랑인 저는 보기만 해도 좋습니다~
저는 요새 크리스마스 분위기 내려고 캐롤 리스트를 열심히 이어폰 끼고 듣고 있어요! 분위기 내는데 제격입니다. 머라이어캐리, 왬 이런 단골 손님들도 있고 저는 국내 가수들 캐롤 음반도 섞어서 들으니 좋더군요^^

레삭매냐 2022-12-07 16:43   좋아요 2 | URL
좋은 아이디어, 감사합니다.

케이쿠 값이 너무 비싸네요.
게다가 크리스마스 시즌이어
서 아주 기냥... ^^

빤짝빤짝 트리, 흥겨운 캐롤
이런 분위기는 좀처럼 만날
수가 없어서 아쉽네요.

페넬로페 2022-12-07 13: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학순, 명장의 성함이 꿋꿋하게 느껴집니다. 음식과 빵의 사진들은 알라딘에서 매냐님을 따라갈 자가 없는것 같아요. 저도 생크림 케이크 좋아하지 않아 언젠가부터 고구마케이크로 대체했어요. 그건 커피 마실때마다 야무지게 먹을 수 있겠더라고요^^

레삭매냐 2022-12-07 16:44   좋아요 3 | URL
그러시군요. 의외로 생크림
케이크 별로 좋아하시지 않
는 분들이 많네요.

빵 사진 열심히 찍어서 올려
보겠습니다, 꾸벅. 감사합니다.

라로 2022-12-07 19: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빵집에서 맥주를 팔다니... 특이합미다 고저.ㅎㅎㅎ
근데 맛있어 보여요,,
먹어 본 적도 없는데
사진만 보고 맛있어 보인다면
살이 찔 거라는 사인??ㅠㅠ

레삭매냐 2022-12-08 09:57   좋아요 2 | URL
제가 지금까지 명장 타이틀 단
세 곳의 빵집을 가봤는데, 이곳
이 그중에 젤 낫지 싶습니다.

그쵸 그쵸, 빵집에서 비루라니!

오늘 아침에 빵을 쟁여 두지 않
아서 대충 끼니 때우고 출동했
답니다 ㅋㅋ

새파랑 2022-12-07 22: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케잌이 조그만한데 엄청 비싸네요 ㅋ 이학순 베이커리 전 첨들어보지만 왠지 가계이름에서 명장의 느낌이 납니다 ㅋ

레삭매냐 2022-12-08 09:58   좋아요 2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한답니다.
타이틀 가격에 반은 되지
않나 싶더라구요 ㅋㅋㅋ

배고프니 뭐라도 먹고 싶
네요.

mini74 2022-12-08 14: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기가 크리스마스네요. 빵과 트리와 캐롤까지 ~ 전 빵순이 옆지기는 밥돌이랍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2-12-08 16:51   좋아요 0 | URL
말씀해 주시기 그렇네요.

고소한 빵과 뜨끈한 커피
트리 플러스 캐롤까정 -

크리스마스 분위기 완빵
이었네요 ^^

2022-12-10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6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들이 시칠리아를 습격한 유명한 사건
디노 부차티 지음, 이현경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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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나올까 고대하던 디노 부차티의 <곰들이 시칠리아>가 드디어 출간됐다. 2022년 마지막 달에 최대 기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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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종이접기에 나섰다.

역시 종이학은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니던가.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트리.

인스타에 올라온 걸 보고 만들었는데 레슨이 너무 빠르다.

이걸 어떻게 보고 따라 접니 그래.

정교하게 접어야 하는데 대충 접었더니 틀이 맞지 않아서 고생했다.



비행기 접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기존에 만들던 것보다 잘 날긴 하더라.

나이가 드니 점점 각을 맞춰서 딱딱 접기가 쉽지 않네 그래.



종이학과 더불어 종이접기의 기본인 개구락지 접기. 이건 누워서 떡먹기였지.

바람차는 종이 개구리의 변용이다. 이것도 쉽다.



노란색종이로 접은 1차 시도는 망했다. 정확하게 각이 나오게 접어야 하는데 대충 했더니만 결국 망했다.

두 번째 시도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 각만 잘 맞추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하긴 그게 기본 중의 기본이긴 하지.



결론은 요즘 구하기 힘들어진 샘 애덤스 라거 비어 한 깡 그리고 팀 오브라이언의 신간 <줄라이 줄라이>. 현대카드 이벵 할 적에 만원 할인 받고 샀어야 했는데... 마감 기간을 넘겨 자버리는 바람에 그만 만원 청구할인 날려 버림. 다 그런 거지.

 

어제 저녁 먹고 들른 롯데마트에서 만난 샘 애덤스. 단가는 3,500원으로 다른 녀석들보다 비쌌지만 다른 곳에서 살 수가 없어서 두 깡을 샀다. 롯데마트 비루가 이맛트 비루보다 2-300원 정도 더 싸다는 건 안 비밀.

 

내일 다시 추워진다고 하던데. 내일도 집에 있어야 하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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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12-05 08: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때 아이와 종이접기 많이 했었는데 다 추억입니다.
그나저나 줄라이 저 책 저도 찜해뒀는데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12-05 10:31   좋아요 1 | URL
저희 꼬맹이는 제가 접은 걸
자기가 맹글었다고 구라를
치고 있답니다...

<줄라이 줄라이>는 1969년과
31년 뒤인 2000년을 오가는
저자의 메무와 같은 이야기네요.

개인적으로 재미지게 만나고
있습니다. 곧 리뷰로 돌아오겠
습니다.

mini74 2022-12-08 14: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구락지 멀리뛰기 많이 했는데 ㅎㅎ 지금은 학도 어떻게 접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 ㅎㅎ트리 귀엽습니다 ~

레삭매냐 2022-12-08 16:05   좋아요 0 | URL
네 개구리는 그간 종종 접어서
어렵지 않았는데 학은 쉽지
않더라구요.

진짜 트리 맹글어야 하는데
귀찮네요.
 
시라노
제럴딘 매코크런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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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인천에 갔다가 방구석에서 쌓여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낡아가는 책들 정리를 좀 했다. 정리라고 부르고 걸레로 먼지를 닦고, 다시 스택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발견한 책이 제럴딘 머코크런이란 작가의 <시라노>였다. 내가 시라노는 좀 알지, 그런데 이 책을 읽은 기억은 도통 나지 않는다. 12년 전, 한창 책 읽을 시절에 어디선가 수배한 책이라는 것 정도. 그날 차에 실어서 집에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어제 13권으로 끝날 11월 독서의 말미에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에 대한 소설을 읽었다. 단숨에. 초반에는 정말 유쾌하게 시작했다. , 그전에 절망적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라는 저자의 머리말이 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말이지.

 

연극의 주인공으로만 알았던 가스코뉴 출신 시인검객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는 실존 인물이었다. 게다가 국왕 근위대 출신으로 검술에 있어서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그런 용감무쌍한 가스코뉴 전사였다. 자존감도 뛰어나서 누구에게 신세 지고 사는 걸, 차라리 그 자리에 칼을 맞고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 그런 검사가 아니었을까. 여기서 검사는 요즘 공화국에서 머슴이 아닌 주인 행세를 하는 그 검사가 아니라 칼잡이 검사다. 그리고 보니 둘 다 비슷하긴 하네.

 

시라노는 게다가 글도 잘 쓴다. 아니 본업이 검객이 아니라 시인 혹은 작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그의 단점은 바로 무지막지하게 큰 코였다. 큰 코 때문에 도저히 미남자라고 부를 수 없는 행색이었지. 그런 콤플렉스 때문에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시라노는 선뜻 연애전선에 나서지 못한다. 대신 연애 조작에 나선다.

 

대상은? 팔촌누이 록산 로비노였다. 게다가 그녀는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이건 완전 <미녀와 야수> 17세기 버전이 아닌가. 게다가 우리의 록산은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었으니, 근위대 신참내기 크리스티앙 드 뇌비예트라는 작자였다. 모르긴 몰라도, 추남자 시라노의 대척점에 서 있는 캐릭터가 되기 위해 그는 조각 같은 미모를 가진 상남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시라노의 속도 모르고 외간남자와 사랑에 빠진 록산은 팔촌오빠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크리스티앙을 가스코뉴 심술쟁이들의 갈굼으로부터 보호해 달라고 요청한다.

 

바로 이런 게 바로 사랑의 아이러니가 아니겠는가. 실존 인물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일대기를 희곡으로 만든 에드몽 로스탕은 일찍이 이런 사랑의 엇갈리는 쌍곡선이 주는 비탄과 쾌락의 즐거움을 익히 알고 있지 않았을까. 이런 원래 스토리의 고갱이를 유지하면서 변주를 가미한 작가의 실력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무식한 남자 크리스티앙을 대신해서 문학천재 시라노가 자신의 뜨거운 연애 감정을 담은 편지로 록산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나중에 드러나게 되지만, 록산이 사랑한 건 크리스티앙의 껍데기가 아닌 바로 그 심장이자 정수였던 말과 글들이었던 것이다. 심각한 자기혐오와 콤플렉스에 빠진 시라노가 그걸 알 리가 있나 그래.

 

자 이쯤에서 빌런 한 명 쯤 등장하는 것도 극의 전개를 위해 아주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작가는 여기에 권력과 지위 그리고 재산 무엇 하나 빠지지 않게 완비한 빌런 드 기슈 백작을 배치한다. 다른 두 남자와 마찬가지로 드 기슈 백작 역시 록산을 사랑해 마지않는다. 다만 다른 두 남자가 순수한 마음으로 들이댔다면, 드 기슈는 오로지 아름다운 여성 록산을 트로피처럼 생각했다는 점이지.

 

그런데 나는 또 이 지점에서 드 기슈 백작 역시 엇갈리는 사랑의 희생물이 아니었나 싶다. 주인공 시라노에게 몰입한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그를 위한 신원은 굳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드 기슈 백작 역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드무아젤 로비노를 열렬하게 사랑했다. 문제는 그 사랑이 일방통행이었다는 거지만. 따지고 보면 시라노도 마찬가지가 아니었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록산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애 조작까지 마다하지 않으면서 사랑하지 않았던가. 내가 보았을 적에 시라노와 드 기슈의 사랑은 다를 게 없지 않나 싶다.

 

<시라노>는 과연 영화나 연극으로 만들 정도로 흥미진진한 다수의 요소들을 품고 있다. 우선 못생긴 야수 같은 시인검객이 사랑하는 록산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친 사랑을 한다는 로맨스물로부터 시작해서, 시라노-록산-크리스티앙-드 기슈로 이어지는 사각관계 그리고 30년 전쟁의 복판에서 벌어진 아라스 포위전(1640)과 서글픈 결말에 이르기까지 거의 완벽한 서사가 아닐 수 없다.

 

대략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1640년경이라고 가정했을 때, 진짜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나이는 21세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는 36세에 죽었다고 한다. 아라스 공방전에서 전사한 남편 크리스티앙을 추모하며 15년의 세월을 보낸 록산 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으로 나타나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 시라노. 별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희비극의 서사에 그만 눈물샘이 주책없이 터지고 말았다. 예나 지금이나 그저 이런 신파 스타일의 이야기들이야말로 약발이 주효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작년에 영화로도 다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구해서 한 번 봐야지 싶다. 그리고 여주의 이름 록산을 볼 때마다, 폴리스 시절 스팅이 텁텁한 목소리로 샤우팅하던 <록산>의 가사가 떠올랐다. 그리고 우리 미쿡 친구 브랜던이가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한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불러서 동행한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는 에피소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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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12-01 18: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윽, 오별! 이 장편소설이 에드몽 로스탕의 원전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 이것이죠? 오.....
작곡가 프랑코 알파노 - 푸치니 유작 <투란도트> 종결부를 작곡한 사람 - 의 오페라 <베르쥐라의 시라노>도 무쟈게 좋습니다만, 그것 조차도 제가 읽기엔 로스탕 원작 보다는 못했던 거 같은데 아이고, 그동안 세월이 많이 흘러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오페라에선 사다리 아래에서 크리스탕을 대신해 록산느를 위해 노래한 코 큰 시라노의 세레나데가 죽여줬는데요. 흑흑.. 록산느가 바보예요. 코가 크면 좋다는데, 흑흑흑..... 삼종오빠의 순정도, 큰 코도 몰라주고....흑흑.....

레삭매냐 2022-12-01 19:24   좋아요 2 | URL
제가 원작을 읽지 않아서 리메이크
에 더 정신이 팔린 게 아닐까 싶습
니다. 리메이크를 읽고 나니 다시
원전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로옥새앤~ 바보 맞습니다. 좋아하는
남자들이 셋이나 되는데...

라로 2022-12-01 18: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멋진 책을 소개해 주셨군요!! 전자책 알림 신청했어요!!^^;;
늘 전자책 알림 신청만 하는 라로씨.ㅎㅎㅎㅎ

레삭매냐 2022-12-01 19:25   좋아요 1 | URL
되게 옛날 책인데, 전자책
으로 나와 있는지 모르겠네요.

171쪽이라 금방 쉭쉭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알림 신청 완완쉐!

페넬로페 2022-12-01 1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라노를 뮤지컬로 봤어요.
내용이 넘 재미있고 뮤지컬 넘버도 좋아서 완전 빠져버렸거든요.
뮤지컬에서는 시라노를 생긴 것 빼고 다른 모든 걸 완벽하게 해 놨어요.
그래서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시라노같은 사람으로
끝까지 이 인생을 꿋꿋하게 살아 내리라! ㅋㅋㅋ

레삭매냐 2022-12-02 09:06   좋아요 1 | URL
작품의 무한한 변용이자
원소스멀티유즈의 전범이
<시라노>가 아닐까 싶습
니다.

시라노 뮤지컬도 재미질
것 같네요.

자존감 넘치는 시라노의
좌충우돌! 단 사랑 앞에선
고저... 파이팅~입니다.

mini74 2022-12-01 2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제라드 드 빠리디유? 의 시라노 봤던 기억나요. 큰 코에 딱 맞지요 ㅎㅎ

레삭매냐 2022-12-02 09:11   좋아요 0 | URL
제라르 드빠르디유가 예전
에는 프랑스 국민배우라
불렸는데, 부유세 때문에
러시아 국적 취득한 다음
에는 바로 그 타이틀이 사
라지고 글로벌 배신자로
등극했더라는.

돈 앞에는 장사가 없는
모양입니다.

큰 코 시라노로는 제격이
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