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코스모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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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간의 대결 구도를 보는 것은 언제나 짜릿하다.
그리고 그것이 팽팽하고 아슬아슬한 선을 잘 유지할수록 더욱.
온다 리쿠는 그런 의미에서 참 좋은 작가다.

' 밤의 피크닉'을 통해 온다 리쿠의 이름은 국내에서도 꽤 인기를 얻었다.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장르 문학과 순수문학, 그리고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펼쳐내는 역량은 국내에서도 충분히 인정받을만한 가치가 있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이유로 '온다 리쿠'라는 작가를 꽤 좋아하게 되었고, 그랬기에 또다른 대표작이라는 이 책, '초콜릿 코스모스'를 잡았다. 순전히 '온다 리쿠'의 이름으로.

처음 책을 펴자마자 느꼈던 것은, '유리가면' 과의 유사성이었다. 연기에 대해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소녀, 사사키 아스카, 그리고 배우 집안 출신의 엘리트 여배우 아즈마 쿄코와의 라이벌 구도는 분명 유리가면의 그 느낌이었다. 팽팽하고 아슬아슬한 라이벌간의 대결 구도. 유리가면의 그것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그 긴장감과, 또 오디션들의 표현은 수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라이벌 구조에 의한 성장 드라마의 웰메이드 노선을 잘 따르고 있고, 그렇기에 매우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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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연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그려질 정도로 유명한 유리가면. 온다 리쿠는 이 작품이 '유리가면'에 대한 오마주라고 밝히기도 했을 만큼 애정이 깊은 작품이라 할 수 .

재 미있는 것은 기존의 다른 온다 리쿠표 작품들을 보았을 때의 느낌과 꽤 다르다는 것(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작으로 뽑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그 작품성이 인정받기는 하나보다)과 책 전반에 넘쳐나는 '연극에 대한 열정'이다. 분명 이 책 최고의 재미는 라이벌 간의 여성 캐릭터들의 경쟁과 갈등(생각해보면 확실히 이런 경쟁 관계는 왠지 남자들끼리, 혹은 남녀 사이보다 여성들끼리의 경쟁이 더 재미있다는 느낌이다)과 그에 대한 세밀한 심리 묘사 등이지만, 그보다 더 특출나게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연극'이라는 것. 얼마나 작가가 연극을 사랑하고 또 그에 대한 정열을 갖고 있는지는 이 책 자체가 온 몸으로 증명한다. 그리고 그렇기에 수많은 무대장면들이 그야말로 현실감있고 생생하게 그려지기도 하고.


이 책을 읽고 나서, 한 편의 연극이 보고 싶어졌다면, 작가의 연극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와닿았는지를 그대로 증명해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다. SF나 미스터리,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장르문학에 뛰어난 작가이기에 좋아했던 온다 리쿠의 또 다른 면을 본 것 같아서. 그러고보면 참 재능있는 작가가 아닐 수 없다. 여름밤, 재미있는 여성 라이벌의 연극 한 편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특히, 유리가면을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라면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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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더니스 밀리언셀러 클럽 85
로버트 코마이어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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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움, 아찔한 하늘빛 바탕에 깃털이 날리는 아름다운 표지, 하지만 그 깃 끝에는 선홍빛 선혈이 떨어지는 이 표지를 보면서, 과연 이 책 속에 담겨있는 부드러움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이 책은 '미성년 연쇄살인범'에 대한 이야기다.
아 름다운 미소녀들의 목을 꺾을 때의 부드러운 느낌에 집착하는 이 철두철미하고 명석한, 게다가 '살인미소'를 가진 미소년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는 마치 내가 에드워드 노튼을 좋아하게 했던 '프라이멀 피어'를 연상케 했다. 에드워드 노튼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했던 이 영화 속 그의 이중적인 연쇄살인범으로서의 모습은 굉장히 놀라우면서도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텐더니스. 이 작품 속 에릭 풀레는, 마치 에드워드 노튼의 머릿속에 들어가보는 듯한 그런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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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처드 기어의 매력을 단숨에 날려버렸던 에드워드 노튼의 매력은 분명 그의 연기력에 기인한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연쇄살인범으로서의 이중적 매력'이라는 역할이 가져온 것이 훨씬 컸다고 본다. 안 보신 본들에게는 꼭 추천하는 영화다(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이 책을 쓴 작가 로버트 코마이어의 약력을 보면 알 수 있지만, 그는 '초콜릿 전쟁'이라는 한 작품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런 작가다. 그 덕분에 이번 책도 '청소년 서적'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연쇄살인범에 대한 서스펜스 소설'인 이 책이 청소년 서적이라고 하는 게 조금은 아이러니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책을 읽어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그런 오묘함이 발견된다. 뭐, 그의 출세작인 '초콜릿 전쟁'이 3대 청소년 소설로 꼽히면서도, 학교 폭력과 교사 비리를 직설적으로 고발하고, 10대 소년들의 생활, 말투, 생각 등을 극히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물의를 빚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텐더니스의 그런 오묘함도 작가적 특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덕에 '로리'와 '에릭 풀레'라는 두 독특한 주인공에 의해 교차편집되어 진행되는 이 책, 텐더니스는 두 주인공 모두가 갖고 있는 '가정적인 문제'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의 일그러진 성향이(어쩌면 정신병적이라 할 수 있는) 바로 그런 가정폭력 등의 가정적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그렇기에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들도 행복한 가정 속이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을'이라는 안타까움의 한숨을 지속적으로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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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derness, Sharpness. 부드러움, 날카로움. 사실 내용상 '칼'이라는 흉기가 거의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매력적인 대비 아닌가. 일그러진 부드러움은 날카로움으로 발현될 수 있기에.


하 지만, 청소년 서적이 갖는 이런 청소년 문제에의 집착이 서스펜스 소설로서의 완성도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이 꽤 놀랍다. 두 사람의 시선에서 교차편집되는 가운데 전개되는 스토리 전반의 속도감도 빠른 편이고,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며, 약오르게도 독자의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꽤 매력적인 소설이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또 갈구하는 '부드러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을 요구하는 점에서도.

비록, 선혈이 낭자하거나, 화끈한 액션을 보여주는 그런 하드보일드 식의 작품도 아니고, 굉장한 두뇌 싸움을 요구하는 이지적인 그런 작품도 아니지만, 잔잔하지만(정말 그렇다. 연쇄 살인범 이야기를 이렇게 잔잔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참 매력적인 경험이 아닐까 한다),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두 소년 소녀의 이야기에는 한 번 읽을 만한 충분한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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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작품 '텐더니스'는 2008년 개봉 예정으로 영화가 제작중. 주연은 러셀 크로. 감독은 존 폴슨이 맡았다. 시놉시스상 책과 꽤 다르게 갈 것 같지만 그래도 꼭 보고 싶어지는 영화다. 원작이 근사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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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펀드투자 - 시장이 불안해도 걱정없는
허준호 지음 / 아라크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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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불경기는 불경기인 모양이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이거다'할만한 재테크 수단이 없는 시기랄까. 저축 금리는 낮고, 대출 금리는 높으며, 주식시장도 힘들다. 그리고 언제나 '부동산만은 문제없어!'라는 말이 진리로 통해왔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매일 경제 신문에 부동산 경기에 대한 우려가 표명되고, 오죽하면 집주인들이 떨어지는 집값 때문에 전세금을 일부 돌려줘가며 재계약을 하고 있을까 말이다.
그렇다면 펀드는 어떨까. 작년 이맘때를 생각하면, 펀드의 일취월장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사실상, 직접 투자의 리스크도 적고, 저금리 시대의 도래에 적금이나 저축의 힘이 점점 쇠약해지는 시기에 큰 노력 없이도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펀드'의 존재는 요 몇 년새 '온 국민의 재테크 수단'이 되어갔다. 하지만 지금은? 다들 알다시피 '원금만 되면 펀드 다 환매하고 이제 다시는 펀드투자 하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사람 투성이 아닌가.
'저성장, 고물가'로 대표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먹구름이 슬금슬금 한국의 하늘을 덮어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분명, 어느 시기에나 꼭 돈을 버는 사람은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그에 따라 오히려 그런 시기일수록 남다른 수익을 챙기는 사람들.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나나 일반적인 직장인들, 혹은 일반인들이 그런 사람에 속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문제지.
그리고 그 이유는 그런 '언제나 버는 사람들'이 가진 무기의 특성 때문이다. 바로, 자금력, 정보력, 기술력이라는 세 가지 무기 말이다.
돈이 돈을 번다는 이야기야 다시 한 번 말하면 입 아픈 일이고, 정보력과 기술력이라는 부분에서 그런 '전문가'들과 우리 '일반인'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가. 아무리 노력해도 재테크 분야에서 수십에서 수백권 정도의 책을 읽는 게 최대이고, 날마다 경제신문 몇 가지 정도를 읽는 수준을 벗어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저런 전문가들은 날이면 날마다 자신의 분야에 대해 끝없이 연구하고 생각하며, 또 그런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점점 더 그 차이는 벌어지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일반인들의 경우, 이런 힘든 시기의 '재테크' 수단은 과연 무엇인가. 바로 저 '전문가'들을, 혹은 그들이 모인 '기관'을 활용하는 간접투자가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그에 따라 펀드의 효용성이렇게 힘든 시기이므로 더 높아진다는 보통 인식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고.
그러면 왜 수많은 사람들이 그 '간접투자'인 펀드에 실패했을까? 바로 '기본'을 모른 채, 남들이 한다고 나도 해버린 '묻지마 투자'가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을 때야, 어느 펀드든 수익율을 내게 되므로 그 묻지마 투자가 별 문제가 없었겠지만, 경기가 나쁘다면 그 이야기는 전혀 다를테니까.
직접 투자에 필요한 엄청난 리소스에 비해 간접 투자는 훨씬 적은 리소스만 습득하면 되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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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펀드투자에 꼭 필요한 '본질'을 실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담았다.

이 책, '이기는 펀드투자'는 그런 의미에서의 기본적인 리소스들을 담고 있다.
기본 원론, 선택, 매수, 환매, 그리고 노하우.
솔직히 아찔한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정말 기본중의 기본들이 아닌가. 하지만 그런 기본들조차 모른 상태에서 흔히 펀드를 하곤 하기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또 투자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 자신도 그저 '주위에서' 좋다는 펀드를 고르고, 수익이 나는 것을 보면 기뻐하고,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허둥지둥 팔려고 했을 뿐이었으니까. 어쩌면 참 우스운게, 금쪽같은 '내돈'을 투자하고도 그렇게나 관련 리소스 획득에 신경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주위 많은 사람들도 그래왔고.
그래도 개인적으로 펀드 관련한 몇몇 책들을 읽어봤고, 또 경제신문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서 '나름' 정보 습득에 대한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새롭게' 느껴졌다는 점에 새삼 나 자신의 지식의 얕음에 얼굴이 뜨거워졌다(이 정도일 줄이야). 그리고 그렇게 느낄 만큼 하나하나에 대한 내용들이 명쾌하게 정리되어 있기도 했고.

또한, '재무설계사'라는 직업과 관련카페에서 수만명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저자의 경험이 녹아있다는 것이 책 내용에서 전해진다는 점이 참 좋았다. 마치 펀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론과 실전이 함께 잘 녹아있는 그런 알짜배기 지식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막연하게' 알고 가르치는 것과 '확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고 그것을 전해주는 것은 분명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 책은 후자의 느낌이었다.
그리 많은 분량의 책은 아니지만, 적어도 저 '기본적인 리소스'는 어느 정도 습득했다는 그런 뿌듯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그리고 얼마 전 읽었던 '최고의 펀드 20'과 함께 읽으면 훨씬 더 효과적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경기다. 그리고 그런 불경기의 찝찔한 느낌만큼이나 수많은 사람들이 위축되어 있다. 당연히 몸으로 느껴지는 답답함에 그럴만도 하겠지. 나 자신도 그러하니까. 하지만 그저 견뎌나가는 사람들만 있다면 이 시기가 길어지거나 어쩌면 지속적으로 악화일로를 그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가능성도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부터 좀 더 미래를 준비하는데 힘을 싣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당연히 이런 힘든 시기는 빨리 종식될 것이다.
언젠가 그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슬럼프플레이션의 장마가 온 국토를 적시기 전에 나 자신을 보호할 재테크라는 이름의 셸터를 성공적으로 지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아, 그 전에 먹구름을 걷게 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갈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 어차피 필요한 노력의 색깔은 같을테니).
우선 나 자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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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팬더
타쿠미 츠카사 지음, 신유희 옮김 / 끌림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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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그림, 누가 그렸는지 참 유쾌하다. 개인적으로 깜빡 속았거든... 무슨 이야기인지는 막상 책을 읽어봐야 알 수 있다.

미 각. 어쩌면 인간만이 갖고 있을지 모를 '미각'이라는 존재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기쁨 중의 하나다. 물론 많은 동물들이 감각 기관으로서의 맛을 구별할 수 있으며, 또 선호하는 먹이가 있기 마련이지만, 본능적인 식욕일 뿐, 인간의 경우처럼 '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경험'에 대한 기쁨은 느끼지 못 할 것이다. 그 증거로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식습관'을 갖는 종족은 인간 뿐이라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난 그냥 배만 채우면 되지 별로 그런 것엔 관심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조차도 막상 맛있는 음식이 입 속으로 들어가면 행복한 얼굴을 하게 되지 않는가. 식욕을 넘어선 미식에 대한 만족감의 표현을 말이다.

그러 고보면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맛있는 것'에 대한 관심이 훨씬 높아졌던 것 같다. 싸이월드나 블로그 등을 통한 인터넷 문화의 엄청난 확산,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의 일반화 등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고, 또 더 많은 사람들이 훨씬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일반인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수준은 엄청나게 올라갔고, 지금은 너무나 쉽게 분위기 좋고 맛있는 집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음식점들은 훨씬 더 장사하기 힘들게 된 게 사실이지만 말이다(반대로 정말 훌륭한 집이라면 보다 쉽게 인기를 얻을 수 있게 되기도 했고).

생각해보면, '맛의 달인', '미스터 초밥왕', '명가의 술' 등, 미각을 자극하는 컨텐츠들이 일찍부터 발달했던 일본에 비해 국내에서는 그리 유명한 소재는 아니었다. 한국음식의 엄청난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2003년에 발매되기 시작한 '식객'이라는 걸출한 작품이 지금에 와서야 영화, 드라마 등으로 붐을 일으키게 된 것도 요즈음의 정보 폭발에 대한 이런 생각에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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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이라는 걸출한 컨텐츠가 '원 소스 멀티 유즈'의 폭발적 성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현 시점의 정보화가 가져온 시대적인 트랜드이기도 하다.

그 런 의미에서 올 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라는 독특한 작명센스의 상에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부상한, '금단의 팬더'는 국내에서도 충분히 관심을 살 만한 작품이다. 일본에서 매년, 미스터리&엔터테인먼트 작가의 발굴 및 육성을 목표로 하는 문학상인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장르소설이 상대적으로 인기가 있는 덕분에 일본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상이기도 한데, 이미 '맛'이나 '미식' 에 대한 컨텐츠가 꽤 대중화되어버린 일본에서도 '미식 미스터리'라는 새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등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모양이다.

그도 그러할 것이, 실제로 읽어보는 중 우습게도 침을 삼키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프랑스 레스토랑에 취직하고, 십여 년 넘게 요식업에 종사한 저자의 글에는 인간의 본능을 넘어선 '미각'을 자극하는 힘이 있다. 훌륭한 음식 자체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는데다, 실제로 어떻게 묘사하면 사람들이 '맛있게' 느낄지에 대한 감각을 파악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물론 개인적으로 프랑스 음식에 대한 경험이 그리 많지는 않기에 모르는 요리나 식재료에 대한 부분이 많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이 고이는 것은 분명 저자의 리얼한 묘사가 리얼리티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머릿속에 먹음직한 음식이 그려지는 소설은 개인적으로도 처음이라는 느낌이다.

언제나 무언가의 극한을 추구한다는 것에는 무리가 따르기 마련, 소설은 그런 '미식'의 극한의 추구에 따라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인간의 욕망이 그려내는 참혹함을 말한다. 제목에서의 금단의 팬더는 '원래는 대나무를 먹지 않았던 육식동물인 팬더가 일련의 사건으로 신의 미움을 사게 되었고, 그 결과 대나무를 먹지만 육식에 대한 과거의 그리움은 본능적으로 남아있다'라는 마치 전설같은 컨셉에서 나온 것으로, 이 책 전반의 '미식'에 대한 욕망의 내러티브를 관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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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의 그르누이와의 비교는 참 어울리는 비교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거... 대놓고 '스포일러'...아닌가?



그 런 작가의 음식에 대한 흥미로운 역량은 전체적인 소설의 등급을 한 단계 높여주었고,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깊이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장르 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하기에 그런 부분은 조금 아쉽지만, 그런 부족함을 보완해주는 '미식'이라는 코드와 그에 따른 훌륭한 묘사 덕분에 참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것. 그런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되어 있는 지금 시점의 우리나라라면 이 책,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참 '맛있는' 소설이다. 한여름 식욕도 동하지 않는 습기찬 날씨에 맛깔나는 음식과 참혹한 미스터리의 마리아주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소설 한 권이라면 참 만족스러운 '미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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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가들의 칭찬이 모두 '미각'에 집중되다는 것. 분명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짚어주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찬조출연해준 판다Z군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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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 개정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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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라는 한 일본인 작가의 이름을 국내에 알린 것은 단연 '공중그네'의 공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으로 본다. 그만큼 '공중그네'는 베스트셀러로서 상당한 판매를 이뤘고, 또 수많은 그의 소설들을 국내에 들여오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도 '공중그네'를 통해 그와 첫 만남을 치렀고.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에 너무 기대를 했던 것일까. 우스꽝스럽지만 엄청난 실력(?)을 가진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의 만남은 개인적으로는 크게 유쾌하진 않았다. 무엇보다 너무 가벼웠기 때문이다. 마치 그럭저럭 볼만한 시트콤 한 편을 본 듯한 '공중그네'는, 그랬기에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를 '그럭저럭 볼만한 코미디 작가' 정도로 치부해버리게 했었다. 그리고 그에 이어서 봤던 '인 더 풀'로 그런 그에 대한 인식은 굳히기에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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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그간 접해왔던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들. 그 중 단연 으뜸은 이번 '최악'이었다.(하단 오른쪽은 영화판 '인 더 풀'의 미남 배우 오다기리 죠)

그렇게 인식해버린 후인데, 그의 책이 손에 잡힐 리가 있을까. 당연히 한 동안 그의 책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얼마 전, 우연한 기회로 읽게 되었던(이미 국내에서 인기 작가가 되어 버렸지 않은가)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는 그런 나를 바보로 만들었었다. '존 레논'이라는 인물을 아무리 좋아한다 하더라도 이런 소설을 써낼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리고 코믹함은 남아있지만, 전과 같은 가벼움은 더 이상 없었다. 무엇보다 그의 '처녀작'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구성에 놀랐고.

그런 신선한 충격을 느꼈던 바, 그의 작품이 새롭게 소개된다기에 서둘러 욕심을 냈다. 작품 제목은 '최악'.
결국 난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기와타니 신지로, 47세. 불황과 거품 경제의 시대를 꾸준히 이겨내면서 조금씩이지만 하나하나 자신이 쌓아가고 싶은 것을 훌륭히 쌓아나가고 있는 조그만 철공소 사장.
후지사키 미도리, 23세. 착하고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그녀, 결국 탄탄한 은행의 직원으로 취직하여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지만, 그 삶에 지겨움과 무료함을 느껴 그것이 '월요일과 비오는 날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증세(?)'로 나타나는 갈매기 은행 직원.
노무라 가즈야, 20세. 결손가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길거리로 내몰린 외톨이, 하지만 그런 환경에 좌절하지 않고 자유와 방종을 넘나들며 마음껏 살아가는 맨발의 청춘.

이 소설은 위의 세 사람의 인생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번갈아가며 묘사되는 옴니버스 소설로서 전개된다. 그리고 결국은 전혀 다른 세 사람이 만나게 되면서 사건은 점점 더 흥미를 더해가게 되고.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최악. 그것은 저 세 사람의 삶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렇게도 꼬이는지. 읽는 사람이 혀를 찰 정도로 꼬여가는 세 사람의 삶은 그 읽는 재미 자체도 뛰어나고 구성도 탄탄하지만, 무엇보다 탁월한 점은 세 사람이 '최악'을 맞아가는 그 전개에 있다. 세 사람 모두 각각의 템포와 각각의 특성, 또 각각의 포인트를 갖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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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게 하나하나 쌓아온 것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과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채 파국으로 치닫는 것', 과연 어떤 것이 최악일까. 뭐, 당연히 '자기 것'이란 결론이 나올 테지만.

조금씩 조금씩 쌓아놓은 것들을 단번에 잃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 두려움이 현실로 벌어졌을 때 생겨날 정신적 충격을 그리는 기와타니 신지로의 이야기, 아무것도 가진 것 없지만 그만큼 자유롭게 살아가는 한 사람이 자신의 선택 한 가지, 한 가지마다 목을 옥죄어오는 데서 생겨나는 공포와 좌절의 노무라 가즈야 이야기, 그리고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지만 지겹고 무료한 삶에 갑자기 찾아온 '성폭력'이라는 충격, 그리고 그 충격으로 인해 지금까지의 자신의 무료한 삶에 대한 지긋지긋함에 버텨오던 끈이 툭 끊어지고, 짜릿한 '일탈'을 선택하는 후지사키 미도리의 이야기.

위의 세 가지 이야기가 각각 각자의 템포와 특성을 가지고 앞서가니 뒤서거니 달린다. '최악'을 향해서.
놀라운 것은 이 세 가지 이야기를 풀어놓는 오쿠다 히데오의 역량이다. 각각의 이야기 중 뭐 하나가 도드라지지 않고 지속적인 경쟁을 벌이며 달려갈 수 있도록 하는 그의 역량은, 독자의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상당한 속도감을 선사한다. 그 덕분에 600페이지나 되는 상당한 분량의 책을 단번에 읽어버릴 수 있었고.

그리고 어쩌면 혐오감을 줄지도 모를 '무력한 가장'과 '얼치기 양아치', 그리고 '답답하고 착하기만 한 처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리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현명한 방향성을 취한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의 낭만도, '보니 앤 클라이드'의 짜릿함도 없다. 어쩌면 참 '찌질한 인생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인생이기에 오히려 '리얼리티'가 살아나는 것은 책 전반을 관통하는 오쿠다 히데오의 역량일 거다. 그리고 그렇기에 내 머릿속에 오쿠다 히데오의 이름을 다시 쓴 작품으로 남을 듯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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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오쿠다 히데오. 그저 당신을 코미디 작가로 치부해버린 나를 용서해줘. 하지만 말야... 과거의 작품들이 더 뛰어나다는 것만은 당신도 좀 반성해야 할 일 아닐까?(최악은 1999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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