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 & Winery 와인 & 와이너리
송점종 글, 장영준 사진 / 생각의나무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와인만큼 자연의 사랑을 담뿍 받는 술이 또 있을까.
물론, 다른 훌륭한 명주들도 많지만, 똑같은 품종의 포도라 하더라도 어떤 지역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다채로운 향과 맛을 내며(맛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같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매년 기후에 따라 그 맛이 달라 '빈티지'를 따진다. 게다가 자랄 수 있는 품종조차 그 땅과 기후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오죽하면, 보졸레에선 포도 품종 중에서 가메 품종밖에 허락받지 못 해, '보졸레 누보'라는 마케팅의 와인을 만들었을까.





떼루아르. 와인 그리고 이 책 '와인 & 와이너리'는 바로 이 한 단어로 압축된다. 모든 포도밭에는 토양, 기후, 지형, 일조량과 관련해 각각의 독특한 특성이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개념이 바로 이 떼루아르로, 하늘과 땅, 즉 자연이 만들어낸 기반에 인간의 노력이 더해져 만들어지는 것이 좋은 와인이다.
그리고 와인 한 병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이 책은 그렇기에 더윽 와인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책이 아닐까 한다. 큰 장정, 묵직한 페이지 구성으로 전 세계의 와이너리를 멋지게 찍은 사진들, 그리고 그 사진들과 함께 그 떼루아르에서 자란 와인들의 맛과 특성을 설명하는 그런 구성은, 그만큼이나 와인을 꿰뚫고 있는 저자들이었기에 가능했던 기획이 아니었을까.



같은 포도밭임에도 어쩌면 이렇게 각양각색의 빛과 땅을 갖고 있을까. 그런 빛과 땅의 다채로움이, 와인의 맛과 향의 다채로움을 낳는 거겠지.


프랑스 보르도 경영 대학원에서 세계 최초로 와인 산업 경영학 석사(와인 MBA)를 받고,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에서 문화산업경영학을 가르치고 있는 송점종 교수(그가 경영하는 카사 JJ에서 먹었던 스테이크도 참 좋았다. 그 때는 그의 가게인지 몰랐지만). 그리고 굉장한 이력을 갖고 있으며, 세계의 와이너리를 주제로 전국순회전시회를 가진 바 있는 저명한 사진작가 장영준. 이렇게,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으면서도 와인에 대한 사랑에 닿아있는 두 사람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부끄럽지만, 솔직히 모든 와인은 숙성에 다 오크통만 쓰는 줄 알았다.

여기에 와인을 만들고, 또 즐기는 또 하나의 요소 인간도 빼놓지 않았다. 인간이 만든 제 2의 떼루아르라 할, 숙성 및 보관소부터, 실제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사진과 이야기, 그리고 실제로 만들어낸 와인이 즐겨지고 유통되면서 생겨난 에피소드들까지, '하늘, 땅, 사람'. 와인을 만들어내는 모든 것이 담긴 책, 그것이 바로 이 '와인&와이너리'다.



와인을 만드는 마지막 요소. 사람. 그들의 피와 땀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와인을 완성시킬 수 있다.

솔직히 광서방은 와인을 잘 알지도 못 하고, 마셔본 와인의 리스트도 일천하다. 하지만 와인을 참 좋아하고 즐긴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참 여러가지를 말해주었다. 스파클링 와인의 본산인 샹파뉴의 토질이 그야말로 샴페인처럼 하얀 백악질이라는 것을 비롯, 각각의 와이너리들은 신기하게도 내가 마신 와인이 왜 그런 맛과 향을 냈는지를 말해주는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도 다양하고 다양한 와인의 맛과 향. 그 맛과 향은 바로 그렇게도 다양하고 다양한 떼루아르의 산물이었구나 라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느꼈달까.
그렇게도 각 나라, 각 지역의 땅이, 기후가, 빛이 다른 것이 사진을 잘 찍은 것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얼치기 와인 애호가인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와인은 포도와 흙을 섞어 만드는 것. 언젠가 꼭 한 번 그 곳에 가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다 좋았지만 솔직히 마지막 장의 와인상식은 조금 아쉬웠다. 뭐랄까... 구색 맞추기 정도의 느낌이었달까?


전에 '반 고흐' 때도 그랬지만, 생각의 나무가 만드는 책은 여러 의미에서 성의있다는 느낌이 든다. 겉표지와 다른 속표지, 그것도 굉장히 신경쓴듯한.







이 땅과 이 빛을 담아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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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의 심리학 -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는 후회의 재발견
닐 로즈 지음, 허태균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참 많은 후회의 혜택을 보고 있다.
수없은 산업들이 한 번, 한 번의 실패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기도 하고, 몇몇 회사에서는 '수업료'라는 이름을 붙여 후회가 주는 변화를 종용하기도 한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시행착오(Trial and Error)'는 그런 후회를 통한 반성이 만들어가는 변화를 뜻한다.
비단 비즈니스 업계 뿐만 아니라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많은 간접 경험, 혹은 벤치마킹을 통하더라도 쓰디쓴 실패를 맛보지 않은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할 만큼, 그 후회의 끝은 상당히 달다. 물론, 그 후회를 제대로 활용한 경우에 한정되겠지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뿐인 짧은 인생, 후회없이 살자'라고 다짐하며 산다. 분명 후회가 갖는 값짐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고, 후회할 일을 안 하는 인생은 소극적이고 재미없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말이다. 당장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조차도 '후회'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니까.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는 일이다. 뭐, 그런 것이 인간의 심리적 면역체계라는 것의 자연스러운 작동이겠지만.

이 책, IF의 심리학은, 멋지게 '아낌없이 후회하라!'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후회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먼저 혼동을 피하기 위해 이 책이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사후가정사고'와 흔히 말하는 '후회'의 차이를 먼저 이야기하고 넘어가면,
사후가정사고는 그 말 그대로, 이미 일어난 사실에 대해 반대 상황을 가정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사고 능력 중의 하나다. 그리고 후회는 그런 사후가정사고와 함께 일어나는 감정적인 형태를 일컫는다. 특히, 그런 감정 중에서도 '더 나은 가능성에 대한 사고에서 비롯되는 '부정적인 감정'을 말한다.
이러한 사후가정사고와 후회의 차이를 짚고 넘어가야 하는 가장 큰 요소는 사후가정사고에는 두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부정적인 감정, 즉 후회를 동반하는 상향적 사후가정사고와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안도감, 혹은 행복감을 동반하는 하향적 사후가정사고 두 가지의 존재 때문이다.



인간이 가진 찬란함의 요체는 어쩌면 이 감정일지 모른다. 그 감정이 바로 변화의 힘, 열정을 이끌어낼테니까.

이런 사후가정사고는 인간의 매우 기본적인 사고형태 중의 하나이며, 놀랍게도 물건을 살 때, 시험을 볼 때, 협상을 할 때, 종교적인 믿음부터 운명론, 심지어는 미신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갖는 굉장히 다양한 방면의 사고에서 발견된다. 미신을 믿는 이유가 후회하기 싫어서라니.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미신에는 '~하지 마라'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니 이것 참 재미있는 일 아닌가. 그리고 우리가 현명하게 물건을 사는('잘 샀어!'라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구매) 방법도 사후가정사고를 현명하게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나, 시험을 볼 때, 한 번 쓴 답안이 나중에 틀린 것 같다는 발견을 하고서도 고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실제로는 정 반대다) 것도 바로 이 사후가정사고 때문이라는 것 등이 참 재미있다.







이 책을 구성하는 다양한 연구결과는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문화를 아우른다. 그도 그럴것이 그런 문화들의 재미가 바로 사후가정사고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15년간의 연구를 통해 사후가정사고에 대해 실험과 고찰을 거듭한 저자, 닐 로즈는, 이런 사후가정사고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연구결과를 통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후회라는 감정이 얼마나 효용성이 있는 것인가를 증명해낸다. 단지 싫은 감정, 부정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우리가 피하고 있을 뿐, 그런 후회가 없다면 문제점을 찾을 수도 없을 것이며, 그리고 변화와 통찰도 없을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캐치 프레이즈처럼 '아낌없이 후회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 마조히스트도 아니고, 우리의 감정도 한계가 있는 것인데, 끊임없는 부정적인 감정의 유입은 정신을 붕괴시키고, 결국 우울증으로 이끌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결과 상향적 비교에 의한 후회를 통해 통찰과 자기 발전을 꾀하고, 하향적 비교에 의한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적절한 선에서의 현명한 사후가정사고의 균형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실패도 후회도 자랑스러운 내 인생의 한 조각이다. 물론 그런 후회의 감정을 발판삼아 멋지게 변화해낸 후에야 느낄 수 있는 것이겠지만.



미래를 위한 사후가정사고 전략
1. 즉각적으로 행동하라
2. 더 살펴보라
3. 하향적으로 생각하라
4.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지 마라
5. 후회를 글로 옮겨라
6. 크게 보라

어쩌면 참 어렵고, 어쩌면 참 재미있는 책이다. 약간은 학술서나 논문같은 그런 느낌의 책이기에 좀 읽기 어렵기도 하고, 문학과 영화, TV 드라마, 게임 등을 넘나드는 인문학적인 실험과 예시들에 적용되는 사후 가정사고의 이야기들은 참 흥미롭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이 끌리는 것은, 나 자신부터 갖고 있던 어쩌면 참 이유없는 '후회에 대한 편견'을 참 잘도 풀어놓았고, 그래서 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말끔히 제거할 수 있었던 것이다.
후회는 좋은 것이다. 단 효율적으로 다루기만 한다면.

이제부터는 후회를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겠다. 그래야만 순식간에 시작된 후회와 함께 다가올 예리한 통찰력을 좀 더 기꺼이 맛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후회, 그리고 사후가정사고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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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비아 이야기 - 상상력이 바꾼 회사
매튜 이멘스 외 지음, 왕수민 옮김 / 엘도라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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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노비아 [Zenobia, ?~274 ?]
팔미라의 여왕. 친자 바발라투스를 보좌하여 국정을 지배했고, 로마 제국 동방의 여왕으로서 세력을 확립했다. 남성을 능가하는 정력과 의지의 소유자인데다가 뛰어난 미인으로서 ‘아라비아의 클레오파트라’라고 불렀다. 이집트를 영유했고 소아시아 일대에까지 그 세력을 떨쳤다.

남편 오데나투스와 그의 아들을 모살한 뒤 자신의 친자 바발라투스를 보좌하여 국정을 지배하였고, 로마제국 동방의 여왕으로서 세력을 확립하였다. 남성을 능가하는 정력과 의지의 소유자인데다가 뛰어난 미인으로서 ‘아라비아의 클레오파트라’라고 불렀다. 장군 자브다를 파견하여 이집트를 영유하였고(270), 다시 소아시아 일대에까지 그 세력을 떨쳤다.

처음에는 로마제국에 협력하는 듯 보였으나, 아우렐리우스(재위 270∼275)가 로마황제로 즉위한 이후에는 양자의 관계가 악화되어 이집트와 소아시아의 지배권을 잃었다. 그녀는 황제의 진공()을 안티오키아에서 막으려 하였으나 실패, 다시 에메사의 패전으로 수도가 포위되었다. 그녀는 사산왕조페르시아에 구원을 청하려 하였으나, 유프라테스강변에서 체포되어 황제가 로마로 개선하던 날에 연행되어 시민 앞에서 공초()하는 수모를 당하였다. 그 뒤 해금되어 아들과 함께 로마의 근교 티볼리에서 생애를 마쳤다.

모이라 [Moira]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운명의 여신.
그리스어()로 ‘배당()’ 또는 ‘수명()’이라는 뜻인데, 운명의 여신으로 의인화()되었다. 보통 세 자매로 알려졌고, 복수형은 모이라이이다. 로마 신화의 파타 또는 파르카이에 해당한다. 주신() 제우스테미스의 딸, 또는 밤의 여신 닉스의 딸로 알려졌다. 모든 인간의 운명을 주관한다고도 하고, 인간의 수명을 주관한다고도 하는데, 서사시인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세 자매들 중 클로토는 운명의 실을 뽑아내는 여신, 라케시스는 인간에게 운명을 배당하는 여신, 아트로포스는 운명의 실을 가위로 끊는 여신의 역할을 담당한다. 그녀들은 미술작품에서 각각 방추() ·지팡이 ·천평칭() 등을 손에 든 젊은 처녀로 표현되고 있으나, 전설에서는 무섭게 생긴 노파에다가 절름발이로 전해지고 있으며, 그래서 운명의 걸음걸이는 무거운 것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출처 : 네이버 사전

굴지의 회사, 누가 봐도 탄탄한 기업들. '저 어디 다닙니다'라고 말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그런 회사들. 하지만 그런 회사들이라면 오히려 훨씬 더 위험하다라고 한다면 쉽게 동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그런 회사들일수록 인원수가 많고, 인원수가 많은 만큼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썩기 쉽다. 바로 제노비아처럼.
로마 제국 동방의 여왕이라 불렸던 팔미라의 여왕 제노비아, 하지만 로마제국이라는 거대한 적을 만났고, 결국 협력과 변화 없는 대응 끝에 비참한 최후을 맞았던 제노비아.




전형적인 셀러리맨의 전형들을 그대로 이름을 활용하여 이해를 돕는다. 이런 사람들, 분명 당신 회사에도 있다!.

이 책, 제노비아 이야기는 이런 제노비아 이야기를 회사에 빗대어 쓴 경영 관련 스토리 텔링형 책이다. 굴지의 기업이지만, 오랫동안의 무변화 속에서 조금씩 썩어가는, 그래서 위기에 빠져버린 회사 제노비아.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을까. 엄청나게 큰 조직 답게, 그저 '하부 명령 하달'만을 진행하는 팀장격인 '볼트너', 새로운 시도는 고사하고 모든 일에 '면피'만을 바라는 복지부동형 '어보이더', 모든 일에 비협조적이고 자기만 잘났다는 '이그노러', 상관의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한 '나드', 새로운 것보다는 과거형 데이터에만 신경쓰는 '트렌치', 잔머리만 굴리며 실질적인 아이디어는 없는 '위지' 등. 그야말로 회사에 필요없는 전형적인 유형들의 직원들(하지만 대부분의 회사에 '꼭' 있는)이 가득한 회사다.



언제나 변화의 불씨는 아주 조그만 데에서 시작된다. 다만 그 시도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 그리고 그 시도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에 달려 있을 뿐.

그런만큼, 지속적인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줄 사람이 얼마나 필요할까. 그리고 언제나 이런 필요성은 회사가 힘들 때에만 나타나기 마련이고. 이에, 사장인 겔러거는 한 구인광고를 통해 그런 인재를 구하려는 변화의 일보를 내딛는다. 그리고 주인공 모이라는 이를 선택하여 제노비아의 '희망의 문'을 향한 여정을 떠나고.

전체적인 진행은, 회사를 변화시키고 싶어하지만 현 회사 상황에서 그럴 수 없어하는 답답한 심경의 사장 겔러거와 자신의 선택으로 이 제노비아에 오게 된 운명의 여성, 모이라 두 개의 시점으로 교차 진행된다.
그런 진행 속에서 변화 없는 회사의 전형적인 문제점과 단점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면서 문제 제기를 던지고, 그에 대해 생기는 모이라와 겔러거의 불만 속에서 변화의 실마리를 하나씩 잡아나간다.

1974년부터 글로벌 회사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던 메튜 이멘스의 오랜 경험은 한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분량 속에 참 공감 가는 다양한 문제점, 그리고 해결점을 잘 담아두었다. 가끔씩은 아주 중요한 문제점과 그에 대한 해결점을 단 한 줄에 스치듯 담아두어서 깜빡 넘어갈 정도로 그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들은 사실, 수많은 회사들이 고민하는 그런 것들이며 그렇기에 참 공감하면서 단번에 읽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처음에는 모이라의 '희망의 문 찾기'라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실적도 알 수 없는 그런 노력에 모두들 비난하고 야유를 보내지만, 멈추지 않는 열정적인 모습과, 그리고 조금씩 희망이 생겨가는 그런 변화에 그저 안주하고만 있던 사람들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함께 희망의 문을 향해 간다.
결국 그런 '썩어가는 고인 물'에 대한 저자의 해결책은, 모이라같은 열정을 가진 리더를 통해 전체적인 회사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고, 그 가운데에는 변화의 불씨를 켤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라 는 어쩌면 매우 당연하고 간단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메시지이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노력, 주위 직원들의 비아냥이나 야유, 답도 나오지 않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현재의 일만으로도 힘들고 고단한데, 미래를 바라보고 더욱 열심히 불태워야 할 열정 등이 결코 쉽게 나오지 않는 것이기 때문일거다.


존 레논은 1971년부터 울부짖었고, 지금도 수많은 책, 강연, 회사에서 말하는 '상상하라'. 하지만 지속적인 것이 아니라면 '헛수고'일 뿐이라는 것이 더 중요하다. Imagine. Imagine. Imagine.




실제로, 이제 10년이 다 되어가는 직장 생활 속에서 개인적으로 느끼고 고민하고 있는 것, 그리고 실질적으로 겪어봤던 그런 경험과 일맥상통하는 그런 부분을 툭툭 건드리는 그런 노련함이 존재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무래도 적은 텍스트, 그리고 실질적인 방향전달이 있는 책이 아니라, 철저히 '동기 유발'을 위한 책이기 때문에 회사 생활에 대한 경험이 좀 있고, 또 이런 고민을 해봤던 사람들이라면 읽고 나서 '뭐 당연한 이야기네'라는 느낌이 들 위험성은 꽤 있는 책이다.

회사 생활이 지겹거나, 변화를 모색하고 싶을 때, 그리고 나 자신이 회사에 어떤 존재일까... 라는 생각이 들 때 한 번쯤 가볍게 읽고 자기 자신, 혹은 자기 회사를 돌아보고 싶을 때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혹시 아는가, 바로 당신이 이그노러, 나드, 혹은 볼트너와 같은 회사의 '암적인 존재'가 되어 버려 있을지도. 아무리 맑은 물도 고이면 썩고,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현실에 안주하다보면 '고문관'이 되기 십상인 것이 세상의 이치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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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테라 1
후루야 미노루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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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만화를 뽑으라면 꼭 '이나중 탁구부'를 뽑는다.
후루야 미노루의 이름을 알린, 엄청난 인기의 만화지만, 개인적으로 '엽기', 그 중에서도 좀 당황스러울 정도의 엽기는 왠지 즐겁게 만화를 감상하는 나 자신의 감정 이입을 '팍삭' 깨버리는 그런 만화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나중 탁구부'는 '멋지다 마사루'나, '괴짜 가족' 등과 함께 나 자신에게 바로 그런 만화였다.

하나 더 아쉬운 것은 작가인 후루야 미노루의 역량이다. 분명 스토리의 진행과 여러 사건들의 진행을 보고 있으면 분명 이 작가의 상당한 역량이 느껴지는데, 그것이 이래서 팍삭, 저래서 팍삭. 참 괴로웠달까. 그래서 '싫다 싫다' 하면서도 결국 끝까지 읽게 된 조금은 야릇한 기억의 만화랄까. 물론 모든 것은 취향이겠지만.

그래서 사실, 그간 그의 작품들을 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시가테라는 좀 달라'라는 지인의 이야기에 설마하며 집어들었고, 결국 전권을 다 읽고 말았다.




보통은 위와 같은 캐릭터가 주인공,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저 구석에서 밟히고 있는 녀석이다.


조금은 소외된 한 남자 아이... 아니 왕따에 학교 짱의 장난감이면서 인기도 없고, 공부도 못 하는 남자 아이라면 좀 많이 소외된 아이라 해야 할까? 그런 아이가 오토바이를 계기로 한 여자를 만난다. 그야말로 킹카. 그리고 그 킹카는 키도 작고 그리 뛰어난 것도 없는 그가 너무 좋단다(뭔가 억울하지만 사실, 이런 킹카와 평범남의 만남은 생각 외로 현실에도 많다).



대체 이런 소리하는 녀석이 뭐가 좋을까. 하지만 그녀의 그런 모습은 한 사람을 바꾸어놓는 역할을 한다. 사랑의 힘!!.

그렇게 시작된 이 조그만 소년의 이야기는, 학창 시절에 벌어질 수 있는 참 다양한, 그리고 솔직히 벌어질 수 없을 것만 같은 추악하기 그지 없는 사건까지 다양한 사건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변해간다.
솔직히 말해, '자극적이기만 한' 몇몇 사건들과, '극히 오버스러운' 주인공의 몇몇 모습들은 그리 공감이 가지 않았지만, 그 외의 대부분의 모습들 속에서 조금씩 변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꽤 공감이 간다. 자기 자신에 대한 불확실함, 무언가에 기대고 싶어하는 연약함, 자기 자신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것 같다는 그런 자기 혐오 등의 여러 갈등들의 연출과 전개는 타 만화들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또 공감이 간다.



어른이 된 주인공. 그런 그의 변화 속에서 나 자신을 본다.


그리고 흔히 이런 성장 만화들이 갖는 해피 엔딩식의 그저그런 마무리가 아니라는 점도 꽤 마음에 들고. 읽는 이와 주인공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주인공 뿐 아니라, 읽는 나 자신도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점이 참 좋다.
시가테라. 이 작품을 통해, '가장 싫어하는 작품'을 가진 작가지만, '앞으로 신작을 기다리게 되는' 그런 작가라는... 참 어쩌면 오묘하기 그지 없는 그런 작가로 남을 것 같다.

그리고 그만큼 시가테라는 한 번쯤 읽어볼 만한 만화라는 생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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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 JUSTICE 1 - 정식 한국어판 시공그래픽노블
짐 크루거 지음, 알렉스 로스 외 그림,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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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은 그래픽 노블 전성시대?
그래픽 노블, 사실 까놓고 말해서 쉽게 '미국 만화'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장르의 팬들에게, 요즘의 현실은 참 즐겁기 그지 없다. 게임이나 '영웅'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자신이 즐기고 있는 컨텐츠의 관련 작품들(특히 원저들)을 맛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지만(적어도, 수퍼맨, 엑스맨, 스파이더맨 등의 원작 만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그것들을 구해서 보는 게 참 힘들었던 시대였으니까.

하지만, 세미콜론을 위시하여 한 작품, 한 작품 양질의 그래픽 노블들이 발간되기 시작하더니, 이번에는 시공사에서 DC의 여러 작품들을 내주기도 하면서 예전보다 훨씬 편하게 맛볼 수 있는 장르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의 '다크나이트'나 아이언맨 같은 양질의 히어로 영화의 성공은 이런 그래픽 노블의 출판의 가능성에 큰 주춧돌이 되었다(실제로 세미콜론에서 발간된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 등의 그래픽 노블들이 상당한 판매량을 보였던 것은 영화의 성공과 굉장한 연관성이 있으니까). 국내 시장 형성의 당위성을 만들어냈다고나 할까.



이번 다크나이트의 성공은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저스티스 리그, 그리고 저스티스!

Image:Brave bold 28.jpg
1960년의 이 작품이 저스티스 리그의 데뷔작이었다. (출처 : Wikipedia)

이 작품, 저스티스는, 사실 굉장히 오래 된 시리즈의 리메이크물이라 할 수 있다. DC 코믹스의 영웅들을 모아 시작되었던, Justice Society of America가 1960년, 당시의 National Football League와 Major League Baseball의 인기에 영향을 받아 Justice League로 바뀌었고, 그 이후, 엄청난 인기를 누린 시리즈가 되었다. 수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플래시 등 인기 수퍼 히어로들이 모두모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인기의 이유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 인기 작품이었던 만큼, 그것을 보고 자랐던 사람들 역시, 이 작품의 리메이크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도 당연했고, 또 게임,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등 다양한 매체로 지속적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저스티스 리그' 프랜차이즈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런 다양한 활동들 가운데, 2005년 8월부터 2007년 7월까지, Alex Ross와 Jim Krueger, 그리고 Doug Braithwaite에 의해 격월간으로 발간되었던 총 12편짜리 시리즈가 바로 이번에 국내에 발간된 '저스티스'인 셈이다.



수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플래시, 아쿠아맨, 캡틴 마블, 그린 랜턴 등을 위시한 수많은 DC의 수퍼 히어로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기도 하거니와, 렉스 루터, 브레이니악, 조커, 리들러, 블랙 만타 등등의 수퍼 빌런들의 모습들도 함께 즐길 수 있다. 특히, 기존의 '저스티스 리그' 작품들과 한 눈에도 다른 것은 그 놀라운 작화 능력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의 그래픽 노블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놀라운 작화로 인한, '실사 느낌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훌륭한 작화는 각 그림 한 장, 한 장이 마치 팝 아트 수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것 자체를 즐기는 재미도 굉장히 쏠쏠하다.




배트맨의 이 리얼한 묘사를 보라!(미안해 배트맨!)


이런 훌륭한 작화는, Alex Ross와 Doug Braithwaite의 합작 속에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전반적인 스토리상, 1권은 '수퍼빌런들의 치밀한 작전으로 인한 수퍼 히어로들의 몰락', 2권은 '수퍼 히어로들의 반격', 3권은 '수퍼빌런과 수퍼 히어로들의 최후의 혈투' 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수많은 수퍼빌란들과 수퍼 히어로들을 하나하나 즐겨가는 재미가 굉장히 쏠쏠하며, 각각 매치가 되는 자신들의 숙명적인 라이벌 구도 뿐 아니라, 전혀 상관없지만 어쩔 수없이 싸우게 되는 관계상의 재미, 그리고 수퍼히어로, 수퍼빌란들간의 경쟁이나 협력 등을 보는 재미도 좋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DC 유니버스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을 다 접해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매력을 모두 맛보긴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재미있게 세 권의 전 시리즈를 손을 떼지 못 하고 읽었다. 그야말로, 놀라운 작화로 즐기는 DC 유니버스의 대향연, 특급 주방장들이 각각의 요리를 만드는 전세계 요리의 뷔페...라는 그런 느낌의 그래픽 노블이었다.




모든 캐릭터들을 모른다 해도 상관없다. 각각의 수퍼히어로, 수퍼빌런들의 관련데이터는 각 권 후반에 잘 정리되어있어, 그가 누구인지에 대한 것들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그것도, 각각 수퍼맨과 배트맨이 정리해놓은 '그들의' 비밀 파일 형태로 되어 있다는 점도 참 재미있다.


선은 선이고 악은 악이다.



 간만에 정말 대놓고 즐길 수 있었던 훌륭한 그래픽 노블이었지만, 단 하나 아쉬운 점이라는 것은 뭐라해도 역시 전형적인 '권선징악'적인 작품이었다는 것. 분명 작가의 인터뷰 등을 보면, 최근의 작품이기 때문에 더욱더 가능할 수 있는, 그리고 '다크나이트' 등의 최근 히어로 영화들이 풍기는 그런 '그들만의 논리', '빌런은 악이 아니라 그들만의 영웅을 품고 있다'라는 그런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못 했다는 그런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실제 스토리의 시작이, '왜 그렇게 수많은 수퍼 히어로들이 존재하는데, 이 세상에는 힘든 사람이 저렇게 많을까?'라는 문제 제기로 시작하고, 수퍼 빌런들이 사람들을 도우면서 일반인들의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오게 되는데, 뒤로 가면 결국 '선은 선이고 악은 악이다'라는 마무리를 하게 된다는 점이 조금은 아쉽다.



1, 2, 3권의 표지 이미지를 찍어봤다. 1권은 수퍼히어로, 2권읜 수퍼빌런, 그리고 3권은?!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리메이크작인 만큼, 여러 의미에서 기존의 모습을 뛰어넘으려는 시도를 느낄 수 있었고, 실제 몇몇 부분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성공을 이루었기에 더욱 그런 부분들을 보고 싶었다는 느낌이 강했달까.

다시 한 번 언급하는 것이지만, 히어로물을 참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최근의 국내 분위기는 참 즐겁기 그지 없다. 과거에는 '보는 사람들만 보았던' 그런 영화들이 국내 박스 오피스를 멋지게 장식하고, 그리고 그런만큼 양질의 그래픽 노블이나 TV 애니메이션, 게임 등등이 예전보다 훨씬 즐기기 편한 상황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시기에 소개되는 작품들이 더욱 훌륭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저스티스'는 그런 훌륭한 작품으로서 국내에 소개된 것이 참 고맙기 그지 없다. 더불어 공식적으로 제작이 발표된 '저스티스 리그' 실사판 영화를 즐겁게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
수퍼히어로 파이팅!!(우리 일반인들을 돕기 위해 불철주야 매진하는 그들인데 이 정도 대접은 해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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