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도 천재는 아니었다
김상운 지음 / 명진출판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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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모든 똑똑한 자녀를 꿈꾼다.
양육 방식이 어떻든, 자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천재성을 발휘하기를 바라마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우리나라의 학구열을 생각한다면 뭐, 말 다 했지.
수많은 학원들, 그리고 공부에 대한 강요,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최근 우리네 어린이들은 참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와 더불어,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기만 해도, 부모님께 '천재처럼', '모범생처럼' 보이고 싶어서 안달난 모습을 참 많이 보여주었던 것 같다. 어떻게든 부모님이 흡족해하실 성적을 거두려고 노력했고(물론 반항기가 되기 전 이야기지), 어떻게 하면 '적은 노력으로도'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노력, 그리고 부모님의 기대. 이 둘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면 별 상관이 없었겠지만, 그런 이상적인 결과가 나오기가 어디 쉬운가. 그렇기에 분명 난 공부를 하고 있음에도 '공부해'라는 압박이, 분명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노력해'라는 압박이 들어오고, 그런 압박에 지쳐서 오히려 반항심이 울컥 하고 나오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가 아니었던가. 그리고 이제 와서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특별한 지침도 없이 그저 '잘 해야 해'라는 지령은 사실 지금 사회 생활을 하는 가운데 생각하보면 이런 막연한 지령은 그저 반발심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인 것인데도, 지금도 우리 부모들은 그저 학원을 보내는 것으로, 과외를 시키는 것으로 무조건 잘 하게만 만들려 하는 그런 막연함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나 한다.

처음 이 책, '아버지 천재 아니었다'라는 책을 접했을 때, 이 당돌한(?) 제목에 조금은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잘 난 아버지가, '나 지금은 천잰데 말야, 예전에는 나도 천재는 아니었거든? 그런데 지금 내가 이렇게 잘 나가는 건 말야, 이런 노력 때문이었어~'라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리고 국내 굴지의 방송사인 MBC의 취재부 부장 대우를 맡고 있는 저자의 이력도 그런 느낌에 일조를 했던 것이 사실이고.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서는 꽤 인상적인 내용들에 이미 30대에 접어든 나조차도 상당히 관심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책을 처음 읽어보지만, 벌써 8권째의 책을 내고 있는 저자는, 그간 상당한 노력을 통해 두뇌 계발과 후천적인 천재 양성에 대한 지식을 상당히 습득하고 있다는 느낌이었고, 마치 자신의 아이들에게 직접 말하는 듯한 느낌의 필체는 내용 자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림과 읽기 편한 텍스트 등을 통해 10대도 읽을 수 있는,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만들려는 노력이 보인다.


내제된 천재성을 깨워라.. 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천재의 공부법을 설명한다.


특히 이 책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생각하는 '천재'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저 공부를 잘 하거나 뛰어난 두뇌를 가진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말하는 후천적 천재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그 능력을 세상을 위해 사용하고, 마음이 따뜻한, 그래서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두뇌나 천재 관련 서적들과의 차별점을 두고 있다. 이것은 아버지가 자식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기에, 내 자식이 이런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는 생각에서 발전한 것이기에 더욱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기에 훨씬 더 도움이 되는 책이 되었던 것 같고.



부록으로 제공되는 '천재처럼 성적을 높이는 공부법'.


좀 더 충실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상당히 쓸만한 공부법들이 소개된다. 나 자신도 효과를 본 것들도 있고.


아쉬운 점은, 이 책 속에는 저자의 경험은 있을지언정, 거의 모든 이야기가 이미 다른 사람들의 경험이나 연구를 그저 모아서 전달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공부법이라거나 두뇌에 관련되어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지식들의 재확인 정도에서 끝날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뛰어난 이유는 동기 부여에 있다.
오히려 아이들보다 부모님들이 먼저 읽었으면 하는 느낌이랄까. 그를 통해 흔히 벌어지기 쉬운 부모의 기대와 강요에 의한 자녀의 고통이 아니라, 적절히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나 자신이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자라가는 좀 더 이상적인 모델을 추구하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을 피력하자면, 이 책 정도의 내용이라면 10대 뿐 아니라 20, 30대 혹은 부모님들에게 더 피력할 수 있는, 전반적인 인생을 아우르는 그런 역량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책 제목이나 표지, 전반적인 디자인, 기획이 내용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든다. 최근 등장하는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을 통틀어 보더라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책인데 말이다.

공부를 잘 하고 싶다거나, 혹은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들 뿐 아니라, 그런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 심지어는 20, 30대의 성인남녀에게도 추천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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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핑거
김윤영 지음 / 창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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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하면 돌 맞을 지도 모르겠지만,
곰곰히 생각할수록, 한 번, 두 번 경험의 나이테가 늘어갈수록,
남자보다 여자가 더 삭막한 존재가 아닐까 한다.
절대 내가 남자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주의, 외모보다 돈, 돈보다 능력 등, 여자들에게 많이 들을 수 있었던 매우 현실적인 말들에 뭔가 억울함을 느끼는 남자들의 이야기들을 겪고 보고 들어왔던 나, 그럴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왠지 마음 한 구석은 편치않았던 나의 반응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렇기에 이번 '그린 핑거'의 극히 현실적인 연애 이야기를 보면서 같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고.



이 책, '그린 핑거'의 총 7개의 소설 중에서, '내게 아주 특별한 연인'이라는 부제로 묶인 다섯 편의 소설들은 각각 한 편의 소설로서의 구성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각각의 주인공들이 겹치고 또 연결되며 몇 쌍의 성공한, 혹은 실패한 사랑 이야기들을 다룬다. 한 편의 주인공이었던 남녀의 그 사건 전후의 이야기를 다른 소설에서 펼치고, 그 주인공들이 서로 섞이고 하는 식의 구성을 취하는 식이다. 그런데.
그들의 연애는 그야말로 '실리'다. 특히 여주인공들의 심리적 묘사 속에는 감정이 없다. 아니 감정은 있으되 그 감정을 움직이게 하는 요소는 감성이 아닌 철저한 이성이다. 그런 한 편, 한 편의 소설들이 개인적으로는 참 속쓰리다. 분명 인정할 수 밖에 없으면서도(그러고보면 나도 최근 여성들에게 들은 사랑 이야기들은 극히 현실적인 것들이 많기도 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라는 아쉬움이 드는 그런 속쓰림이 밀려왔다.

그런 실리 위주의 연애관을 가진 여성들과 극한의 대비를 이루는 것이 주인공 중 하나인 우인이다. 자기 몸을 희생해가며 인류애를 실천하는 듯한, 하지만 그 도가 지나쳐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그런 주인공. 김윤영의 무채색인 이성적 연애관의 세계 속에서는 더욱 이질적인 이런 인문들과의 대비 속에서 그 속쓰림은 극에 달한다.
게다가 그런 다섯 작품이 얽혀있는 짜임새는 또 얼마나 대단한지. 작가 김윤영의 뛰어난 구성력과 역량이 돋보이는 그런 부분이며 물론 스토리적인 재미도 좋고.

그리고 표제작이며 책의 시작을 장식하는 '그린 핑거'와 '전망 좋은 집' 역시 매우 인상적이다. 컴플렉스를 가진 여성들, 하지만 내적인 것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 때문에 점점 심화되는 컴플렉스를 가진 그녀들의 모습을 그린 이 두 작품 역시 재미있으며 또 그녀만의 강한 색깔을 낸다. 물론 기존에도 이런 식의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담은 소설들이 꽤 있어왔지만, 대부분의 중점은 자기 내부의 뛰어난 감정 묘사나 사적인 것에 집중되었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전지적 작가 시점을 기반으로 타인의 시점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인 문제, 자본주의적 욕망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그리 흔히 볼 수 없는 그런 시선이며, 또 그렇기에 평론가들은 '여성문학 이후의 여성문학'이라 평할 정도이기도 하고.



이데올로기적 언급을 차처하더라도 세상은 점점, '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 바쳤던 이덕화식의 감성보다 '사랑은 화학적 호르몬의 작용이다'라는 이성적인 판단의 '리얼' 러브 스토리들이 채워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작가 김윤영이 이 책에 담고 있는 '그런 리얼 러브 스토리들이 자본주의적 교환 가치에 의한 이성적 판단을 꼬집고 비판하기 위해 씌여졌는지, 아니면 '뭘 어때?! 그게 세태니 인정해야지!'라는 것인지는 확실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나같은 로맨티스트(라 주장하는)가 가질 동병상련적 속쓰림을 이끌어내거나, 혹은 현실적이다.. 라고 말할 만큼이나 '이게 세태야'라고 말할 그녀(혹은 그)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분명 이 작품들이 그런 방향성을 넘어선 재미와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거다.

그렇기에 속쓰린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고, 앞으로도 그녀의 소설이라면 적어도 먼저 읽을 우선순위로 올려놓을 것 같은 그런 충분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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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복해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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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의욕적이기도 하다.
십년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네 권의 장편 소설과 열 권의 중단편집을 낸 작가, 게다가 얼마 전에는 농담하는 카메라라는, 그야말로 '웃기는' 세번째 산문집을 내기도 했던 성석제.
여러 권의 책을 눈 앞에 두고 이 책을 손에 들었던 것은, 그런 그의 정열적인 글쓰기 뿐 아니라, 읽기 편하면서도 묵직한 그의 글들이 갖는 매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소설집, '지금 행복해' 역시 그런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우선, 그의 책은 쉽게 읽힌다. 순수문학, 특히 한국문학들을 읽으면서 자주 느끼게 되는 꺼칠함이 별로 없다. 쉽게 읽으면서 그가 던져주고 싶은 이야기를 받아들이면 된다. 그리고 하나하나의 소설들이 갖는 재미도 충분하고.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발표되었던 그의 작품들을 모았다.

총 9편의 소설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은 이번 소설집은 솔직히 읽으면서 참 기묘한 기분이었다. 처절한 인생을 살아가는, 방외인이라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인데다, 해피 엔딩이라 보기에 힘든 작품들도 그다지 없다. 그 덕분에 읽으면서 가슴이 아프다거나, 속이 상하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습거나 혹은 즐겁거나 애틋한 감정들이 솟아나는 것은 어떤 연유일까. 물론 작가 성석제가 내놓는 입담의 역할도 있겠지만, 결코 그 입담만으로 낼 수 있는 그런 기묘함은 아니었다. 읽으면서 킥킥거리다가도 다시 한 번 그 이야기를 곱씹어보면 분명 처절할 정도의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였거나 혹은 불편한 엔딩에 기분이 착찹해지는 그런 기묘한 경험을 한 편, 한 편을 읽으며 계속 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작년 이 맘때 쯤에 읽었던 '라일락 피면' 에 담겨있던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이번 소설집에도 이 작품이 수록되어 있기도)을 읽었을 때도 흡사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느낌이 이번 책에서는 다른 작품들을 함께 하면서 훨씬 더 강하게 다가오게 되었고.

다행이었던 것은 이런 기묘한 느낌이 결코 거부감이 생긴다거나 혹은 불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력적이라는 것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무언가에 중독되어 살아간다. 중독되기 쉬우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그런 의미에서 성석제의 소설, 특히 이번 '지금 행복해'같은 경우에는 강한 중독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 한다. 그것도 매우 즐거운 중독 말이다. 마치 표제작인 '지금 행복해'에서 주인공의 아버지가 모든 중독들에서 벗어난 후, '눈물 중독자'라는 즐거운 중독에 빠져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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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어린이작가정신 클래식 4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리즈베트 츠베르거 그림, 한상남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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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년 전 쯤, 그림 한 장을 발견하자마자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다가 올 해 'Wow 북 페스티벌에서 그 낯익은 그림을 다시 발견했던 때의 느낌이란.
아. 책이었구나... 이 그림이 책 표지였구나... 라고 혼자 감격하면서 바로 구매하려 했지만, 마침 매진(...).
그 때의 그 느낌을 못 잊어 결국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을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참 잘 샀다.



삼년만에 Wow 북페스티벌에 들렀다 우연히 이 그림을 다시 만났다. 어린이작가정신의 도서목록에서.

요즘은 모 통신사의 오주상사 영업 2팀으로 더 유명해졌지만, 어려서 오즈의 마법사 한 번 안 읽은 아이가 있을까. 책을 읽지 않더라도 만화, 영화 등으로 TV로 한 번쯤은 봤을 만한 오즈의 마법사.
회오리바람에 의해 날아간 도로시의 탐험을 그린 그 기묘하고 아름다운 세계관은 참 다양한 곳에 응용될 정도로 그 가치가 높다. 그리고 겁쟁이 사자, 허수아비, 깡통 등과 함께 펼쳐나가는 모험 속에서 꽤 묵직한 교훈을 많이 던져주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유년 시절에 읽었던 수많은 책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 중의 하나로 꼽는다.




이 나이가 되고 나서 사는 '오즈의 마법사'라... 솔직히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몇 장의 일러스트, 아니 표지 일러스트 한 장 때문에 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고.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며 구매를 눌렀다. 뭐, 몇 페이지 안 되는 아동용 책이겠지. 출판사도 '어린이'작가정신 이니까.
하지만 웬걸. 막상 손에 들고 나서는 그 분량에 놀랐다. '이렇게 묵직한 느낌의 책이었나?'하고 말이다. 판형도 큰 편이고 텍스트도 상당히 충실하게 들어있다. 그리고 이 책을 사게 했던 그 독특한 일러스트도 표지 뿐이 아니라 꽤 충실하게 책 전반을 장식하고 있다.



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그림체의 일러스트들이 책 전반을 가득 매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 독특한 분위기에 놀랐다. 기묘하면서도 편안한 이 그림체, 막상 읽어보니 오즈의 마법사의 텍스트와 어쩌면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 솔직히 조금은 편파적일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내가 읽고 보았던 것들 중에서 최고의 오즈의 마법사였다. 그렇기에 뉴욕 타임즈도 우수 그림책이라는 꼬리표를 붙여줬겠지.

그림 한 장 때문에 충동구매한 책이 이렇게 나를 즐겁게 할 줄은 몰랐다. 이미 이 책을 읽기엔 너무 들어버린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아직 접해보지 못 한 어린이들에게도 참 좋은 책이 아닐까 한다. 오즈의 마법사가 갖는 독특하고 기묘한 세계관과 훌륭한 텍스트. 그리고 그를 참 잘 살리고 있는 일러스트. 이 정도면 한 번쯤은 읽어볼만한 충분한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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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시 읽는 CEO - 나를 재창조하는 생각의 여백 읽는 CEO 3
고두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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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시

늦봄에

- 왕기

매화 시들고 나니
해당화 새빨갛게 물이 들었네
들장미 피고 나면 꽃 다 피는가 하였더니
찔레꽃 가닥가닥 담장을 넘어오네

찔레꽃 지고 나면 또 무엇이 넘어올까.
비 그친 봄 들판에 풀빛이 짙어오듯
여름 꽃, 가을 열매, 겨울 씨앗......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의 담장은 언제나 풍요롭다.
그러니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거든 그의 소유를 늘리지 말고
내일의 양을 늘려주어라.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들 중에서, 시 그것도 옛시를 참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사람으로만 해도, 장쩌민 중국 국가 주석, 박병원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한곡선박운용 김연신 사장, 이우희 전 에스원 사장 등 참 여러명의 뛰어난 인물들이 옛시를 통해 지혜를 탐구하고 또 그 풍류를 즐긴다. 며칠 전(9월 23일)에는 공병호 박사의 뉴스레터를 통해 이 책, '옛시 읽는 CEO'에 소개된 몇 편의 시와 해제를 받기도 했다(공병호 박사의 책이 나오는 출판사를 생각한다면 출판사의 입김이나 마케팅일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사실 그런 옛시들은 워낙 해석하기도 쉽지 않고, 또 그 안에 담고 있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도 사실 쉽지 않은 것이 사실 아닌가. 왠지 모를 압박이 가득한 한자, 그것도 한자만 알아서는 결코 해석할 수 없는 그런 '은유의 미학'으로 표현해낸 그런 작품들이기에 더욱 난해하고. 그래서 솔직히 부끄럽지만 예전 교과서에서 본 시 몇 편, 그리고 논술과 본고사 공부를 위해 읽었던 몇 편의 옛시가 전부다. 그나마 거의 다 깜깜하게 잊혀져 버렸기도 하고.



시의 원문 소개, 그에 대한 해제, 그리고 저자의 해박함이 담긴 관련글로 한 편 한 편이 구성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나에게도 옛시 읽는 CEO는 참 좋았다. 우선 그 시를 소개하고(아직도 대부분의 시는 암호 수준이지만), 그 시의 의미를 잘 해제한 후, 그 시가 담고 있을 의미를 현대의 시점에서 다양한 예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하고, 그 안에 있는 통찰력을 전해주려 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그리고 매우 알아듣기 쉽고 시를 좀 더 맛있게, 그리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그런 책이다.

그런 노력이 좀 지나쳐 '옛시 읽는 CEO'라는 제목과 컨셉에 맞추기 위한 그런 급작스런 방향성은 아닌가 하는 몇몇 서술을 제외하면 그 외의 것들은 굉장히 공감이 가며 또 느끼는 바가 크다. 그 소재도 경영의 도를 맛보게 해 주는 그런 것들부터, 인생의 행복, 사랑, 중용, 창조 등 매우 다양한 분야의 울림들이며, 또 통찰들이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저자 고두현씨의 어머니 에피소드가 들어있는 이안눌의 '따뜻한 편지', 고두현씨가 참 좋아하는 시라는 두보의 '곡강이수 2',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주려면 그의 소유를 늘리지 말고 내일의 양을 늘려주라는 왕기의 '늦봄에'가 가장 좋았다. 그리고 그다지 느낌이 오지 않던 시들도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읽는 동안 그 시가 갖는 찬란한 은유의 맛에 놀라며 즐거워하기도 했고.



아름다운 옛시들은 춘, 하, 추, 동 사계로 나누어 구성하고, 멋드러진 사계의 수묵화들로 전체적인 책의 분위기를 북돋운다.


이백의 '달빛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를 소개하며 저자는 포도주 한 모금에 시 한 편씩을 음미하며 봄밤의 엄청난 사치를 즐겼다 했다. 나 역시 오늘 이 책과 함께 오렌지에이드 한 모금에 시 한 편씩을 음미하며 가을밤의 엄청난 사치를 즐겼다. 바로 이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재미, 그리고 즐거움이 아닐까 한다. 저자가 마셨던 포도주, 내가 마신 오렌지에이드는 어쩌면 저런 옛시와 어울리지 않는 그런 존재일지 모른다. 그리고 현 시대와 옛시 간의 거리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제대로 해제되고 또 그에 대한 통찰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이 책은, 그런 거리를 단번에 좁히고 하늘의 달과 내 그림자, 그리고 나와 옛시가 함께 술을 마시는 그런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었으니까.

풍류 속에 담긴 아름다움과 지혜, 그리고 통찰력을 발견하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었다.


닫는 시

미인의 뒷모습

- 진초남

미인이 등 돌려 옥난간에 기대었으니
안타까워라 꽃다운 얼굴 한번 보기 어렵네
몇 번을 불러도 고개 돌리지 않는 그녀
급한 마음에 그림을 뒤집어서 본다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은 내면이 도타운 사람이다.
가만히 있어도 불러보고 싶은 사람,
뒷모습이 참해서 돌려보고 싶은 사람,
못 보면 안타까워 옥난간을 휘돌아가고픈 사람......
그러나 잊지 말자. 학문이나 예술에는 스승이 있지만,
매력만은 스스로 가꾸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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