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ICEBREAK BASIC - 회화, 20시간만 들으면 되고 영어, 생각대로 하면 되고
BaEsic Contents House 외 지음 / Watermelon(워터메론)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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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영어를 아주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에 나가서 누군가를 인터뷰하거나 일을 해야 했던 나의 경험으로서 영어는 공부하는 것이라기보다 습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습득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분명 영어'만'으로 읽고 생각하며 말해야 그제야 영어가 '좀' 되기 시작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고. 그래서, 영어를 습득하기 위한 책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되어 있어야 하지 않나... 라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시사 YMB의 토익 대표강사인 유수연씨의 '20대,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에도 실제 그녀의 경험담으로서, 전화도 받지 않고 틀어박혀서 오직 한 영화만 지속적으로 보고 텍스트를 분석하면서 가상의 '영어만 쓰고 생각하고 읽는 환경'을 만들면서 습득하는 그런 과정이 등장한다.


그래서 작년, 영어 습득에 관련된 출판계에서 뉴런의 '잉글리시 뉴스타트' 시리즈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을 때 개인적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매년 엄청난 영어 습득에 관련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정말 '영어로만 된' 그런 책들은 찾기 쉽지 않았고, 또 영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영영사전을 집어들었을 때 생겨나는 당황스러움처럼, 단계에 따라 자연스럽게 쉬운 것부터 익힐 수 있는 그런 책들은 거의 전무하다 싶었으니까.
그리고 나의 그런 쾌재에 답이라도 하듯, 비슷한 책들이 이래저래 발매되었고, 그 중에서는 괜찮은 책들도 점점 더 나오기 시작했다. 'English IceBreak' 시리즈는 바로 그런 괜찮은 책들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Don't Study, Don't Repeat!, Just Imagine & Listen 을 표방하는 이 책, 어쩌면 참 당연하면서도 훌륭한 캐치프레이즈라는 생각이다. 흔히 영어 공부라면 무조건 '반복학습'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 하지만 '공부'를 해야 하고, 그 '공부'가 반복을 해야 한다면 그것만큼 인내심이 필요한 일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처음 말을 익힐 때, 과연 그것이 공부였는지, 그리고 똑같은 말을 끝없이 반복했던 것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필요에 의해 말을 듣고, 또 뱉으며 자연스러운 상황의 반복 속에서 익히게 되는 것이 언어다. 그렇다면 영어도 그렇게 익히는 쪽이 훨씬 더 자연스럽지 않겠는가. 그런 언어의 기본적인 습득에 대한 아주 자연스러운 접근이 이, '공부하지마, 반복하지도 마, 그냥 상상하고 들어!'라는 캐치프레이즈 속에 녹아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구조는 아주 단순하게, 각각의 문장과 그에 따른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저 그 그림에 맞는 텍스트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그 텍스트를 이해하고 어떤 뜻인지를 습득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네이버 카페를 통해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MP3 파일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힐 수 있는 그런 형태의 책이다. 그리고 반복해서 읽는다기 보다는 굳이 외우지 않아도 같은 단어, 같은 상황들이 다음 상황이나 그림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반복되기 때문에 책 자체를 반복해서 읽거나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언어에 꼭 필요한 반복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고.



그리고 각 챕터의 마지막에 지금까지 읽고 들었던 그런 것들을 다시 한 번 검토할 수 있는 테스트 정도로 아주 간단하게 구성된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 책의 경우, 작년부터 지금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뉴런의 '잉글리시 리스타트' 시리즈와 비슷한 맥락의 책이기에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데, 먼저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저자일 것 같다. 표지에서부터 '워터멜론' 즉 '수박'의 귀여운 로고를 볼 수 있어서 이것이 무엇일까 찾아봤는데, '비영어권 국가의 외국인'들을 위한 영어 습득을 위한 일종의 공부법인 TPR 이론을 습득할 수 있는 '수박영어'라는 학습법의 로고였고, 이를 창시한 James J. Asher 박사의 저작이 바로 이 책 시리즈인 셈이다. 그런 만큼 확실히 그런 결과가 녹아들어 있는 좋은 교재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망각곡선을 활용한 불규칙적인 반복이 효과를 높인다는 점도 좋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잉글리시 리스타트'의 경우 참 훌륭하다고 생각되었던 점이 바로 '전치사'의 서로 다른 표현을 그림으로 참 잘 표현해 쉽게 습득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었는데, 그 부분이 이 시리즈의 경우에는 "Basic' 편이라서 인지 아직 문장이 아닌 짧은 구문으로만 되어 있어서 어떻게 잘 표현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좀 더 구조적으로 'Basic', 'Intermediate', 'Advanced'를 확실히 나누어 놓은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첨언하자면, 이 시리즈는 총 3권으로 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듣고, 읽으며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힐 수 있는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고, 이미 인기를 끌었던 뉴런의 책에 비해서도 부족하지 않은 그런 교재로 보인다. 다만 딱 하나 걸리는 것은 책 아래 부분에 씌여진 한글 해석 부분이다. 영어만으로 읽고 듣고 생각할 그런 기회를 해석 때문에 잃게 될텐데 왜 저 해석을 집어넣어 두었는지 모르겠다. 해석이 없어도 충분히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음에도 말이다.
물론, 워낙 작게 인쇄되어 있어서 그 부분을 읽지 않으면 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을 구입해서 영어를 습득해볼 생각이 있는 분들이라면 아예 이 부분을 덮거나, 보지 않고 읽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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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재밌는 사진책
이상엽 지음 / 이른아침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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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진 '찍히기를' 어려서부터 참 싫어했던 내가(물론 사진 찍는 것도 그다지), 수도 없는 자신을 찍는(찍히는 것은 지금도 싫어한다. 찍힌 사진 속의 내 어색한 얼굴과 몸짓이란...) 지금의 나 자신으로 변화된 것은 생각해보면 딱 두 가지 이유가 아닐까 한다. 하나는 직업, 그리고 또 하나는 책과 블로깅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것이 습관화되어 지금은 어느 곳을 가더라도 가방 속에 디카가 없으면 이상할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워낙 휴대성을 중시하는 편이라 언제나 아주 슬림한 '똑딱이'라는 것이 조금 흠이지만서도(누가 똑딱이만한 DSLR 하나 '값싸게' 안 만들어주나 몰라).

그런 가운데, 그리고 점점 DSLR의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서 생기는 아마추어 시장의 폭증으로 점점 국내에도 사진을 찍고, 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들이 점점 늘어간다. 그런 덕분에 그리고 관심이 없던 나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비롯한 거장들의 사진전을 감상하거나, 나는 사진이다나, 잘 찍은 사진 한 장 같은 사진 관련책들도 읽을 기회를 갖게 됐고, 이 책, '이상엽의 재밌는 사진책' 역시 그렇게 자연스럽게 잡게 된 책이다.

사진가 이상엽, 저자 이상엽


사진 좀 '찍으신다' 하시는 지인에게 보여줬더니 바로 이 사진을 한참이나 보더라. 참 느낌 좋은 사진이라면서, 개인적으로도 동감이다. 책을 똑딱이로 찍은 통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 함이 참 아쉽다.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사서 보시라.

사진을 잘 모르는 나로서, 국내의 사진 작가에 대한 정보도 그다지 없고, 관심 역시 없던 터라, 그의 이름 역시 알리 없었다. 그래서 우선 그의 블로그에 들어가보았다. 글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참 놀랐다. 사진 실력 뿐 아니라 글 실력도 상당한데다,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이라니.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생겨나는 궁금증.

이 책, 단지 사진집이 아니라 그의 에세이집, 그것도 상당히 두툼하고 텍스트의 분량이 꽤 많다. 그는 작가일까 혹은 사진가일까. 과거 윤광준이 사진가인지 전혀 모르고 '윤광준의 생활명품산책'을 읽었을 때의 그런 느낌이랄까. 사진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사진가의 삶, 사진의 역사, 또 직접 다녀온 촬영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참 다양한 이야기가 멋진 사진들과 함께 펼쳐진다.





특히 개인적으로 '사진과 여행' 부분이 참 좋았다. 어쩌면 사진과 여행은 절대 빠질 수 없는 콤비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지만, 그 중에서도 '쿠바'를 좋아하는 나에게, '아시아의 쿠바'라는, 말레이시아의 말라카는 조만간 꼭 가보고 싶은 1순위가 되어버렸다. 그의 사진을, 그의 글을 읽으면서 말이다.




사진가 이상엽의 그림 솜씨를 볼 수 있었던 '기계 단상' 부분도 좋았다.


네이버 포토라...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포털 사이트라 할 수 있는 네이버. 정말 모든 정보를 안으로 갈무리하는 네이버의 특성, 그리고 거기에 걸맞는 네이버 '오늘의 포토'를 즐길 수 있는 부분도 이 책의 백미였다. 다양한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의 작품들, 그 중에서도 '오늘의 포토'에 당선된 작품들은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한참을 눈을 끄는 그런 작품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심사위원인 이상엽의 책이기에, 진솔한 그의 심사평을 읽으며 좀 더 사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되기도 했고(사진의 심사 원칙 첫번째가 정보성이라니. 사진을 보는 나의 시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국, 내외 뛰어난 사진가들의 이야기


그리고 여기에 사진가 이상엽이 사랑한 총 8명의 사진가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진 애호가가 아닌 '사진가'가 사랑한 '사진가'라는 부분에서 좀 다르게 느껴진다. 마치 영화 감독에게 영화 감독 이야기를 듣는 그런 느낌이랄까.
너무나 유명한 해외 사진가, 로버트 카파부터 내가 몰랐던 국내의 훌륭한 사진작가들 한 명 한 명의 사진, 그리고 왜 그들을 사랑하는지를, 각각의 사진가의 유명한 사진들과 함께, 이상엽 자신의 목소리로 말한다.
그리고 이런 구성은 각각의 사진가를 알게 되는 그런 부분도 있지만, 오히려 그 목소리를 내는 이상엽이라는 사진가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재미있는 결과를 낳았다. 나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오히려 그의 의도일지도 모르고.

그가 사랑한 것은 결코 사진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이라 할 수 있는 '사진가, 책에 미치다'를 통해 그는 본색을 드러낸다. 그가 사랑하는 것이 사진보다 오히려 책이라는 반전을 던져준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이나, 이 장에서 그의 책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사진집, 혹은 관련 에세이집 등을 출간한 사진가를 통해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사진가들이 심하게는 조연으로 느껴질 만큼이나 강하게 다가오는 것이 바로 그의 책에 대한 애정이었다. 물론 구본창, 김홍희, 윤광준, 한대수(나도 참 좋아하는 그가 사진가였다는 것은 정말 몰랐다. 조만간 올드 보이를 꼭 읽어볼 참이다) 를 비롯, 조연이라기엔 너무나 화려한 포진이긴 하지만. 오죽하면 이 장을 끝으로 이어지는 '에필로그' 부분은, '이게 정말 사진책의 에필로그일까?'라며 피식 웃어버릴 만큼이나 크게 드러났고. 뭐, 사진책도 분명 책이니까(하긴 그러니까 벌써 무려 11권의 책에 자신의 이름을 담을 수 있었겠지).


완벽보다는 알참으로


어쩌면 사진가란 참 복받은 직업이 아닐까 한다. 책 한 권을 아울러, 자신의 이야기와 사진들로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사랑한 사진가를 통해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또 자기가 사랑한 사진책을 통해서 자신을 말할 수 있으며 그런 것들이 오롯이 보는 이, 혹은 읽는 이에게 전해진다는 것은. 이 책은 어쩌면 그런 복받은 '사진가'라는 직업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사진가 이상엽의 마음이 가득 담긴 저작일지 모른다.
사진, 여행, 카메라, 사람, 도구, 사진 기술, 카메라 그리고 책. 책을 덮으며 떠오르는 것이 이렇게나 많은 책은 간만일 만큼이나 이 책 한 권은 참 많은 것을 담으려 했고, 그리고 그래서 참 알찬 책이라는 느낌이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보니 결코 그 하나하나가 모두 완벽해보이지는 않지만 그런 다양한 요소들을 담으려한 의욕, 그리고 사진에 대한 열정이 가득 느껴지기에 그것이 부족하기보단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지며, 책 제목의 '재밌는'이라기 보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땐 참 따뜻한 책이다. 애정이 가득 느껴지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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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5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광서방 2009-02-07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음 ^^;; 동감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것은 솔직함이었으니까요~
 
빌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 - 케냐에서 발견한 아프리카의 맨얼굴, 그리고 몹쓸 웃음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김소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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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군가를 돕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그것이 금전적인 도움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을 떠나서 그저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자체가 갖는 뿌듯함은 어느 다른 감정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그런 각별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내 주위에서만 해도 벌써 모 TV 프로그램을 통해 등장하는 인물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 카페에 들러 기부 활동에 참가하는 사람이라든가, 몇몇 친구들끼리 모여 부업을 하고, 그 부업에서 번 돈은 모두 누군가를 돕는 데 쓰겠다며 모으고 있는 사람이라든가 하는 등으로 누군가를 돕는 일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그리고 그들이 그 이야기를 할 때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기뻐 보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고.
엄청난 부자들의 삶을 담은 로버트 프랭크의 '리치스탄'을 보면, 그런 엄청난 부자들이 꼭 하는 일 중 하나가 '성과적 박애주의'를 표방하는 자선 활동 부분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런 부분을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만큼이나, 세상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도 직접 접해보진 못 했지만, 책, 다큐멘터리 등을 통한 간접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실감할 수 있을 만큼이나 그 참혹함은 현실이다.



케냐의 참혹한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사진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빌 아저씨의 유머는 빛난다.

여행책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사람을 돕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냐. 이 여행기, '빌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는 그런 아픔과 참혹함을 담은, 8일간의 구호 여행기이기 때문이다.
과거,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 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번 아프리카 다이어리 역시 참 기대하고 책을 폈다. 그런데, 그 때의 발칙한 유럽 산책이 잘 사는 나라에서 고생하는 뚱보 아저씨의 좌충우돌 코믹 여행기였다면, 이번 아프리카 다이어리는 케냐라는, 슬픈 현실의 나라에서 그가 몸소 겪는 그런, 좀 더 실감나지만 그 실감이 즐거움이라기 보다는 가슴 아픔 쪽에 가까운 그런 이야기랄까. 그런 덕분에 그의 또 하나의 여행기를 읽으며 킥킥거릴 기대를 하고 있던 나로서는 전혀 예상 밖이었지만, 그런 빗나간 예상도 절대 나쁘지 않았다.
분명 사람 냄새나는 여행기를 다시 한 번 맛볼 수 있었으니까.
그 맛이 많이 달랐을 뿐.



참 작고 예쁜 책이다. 크리스마스 이야기라고 해도 속을 법한 예쁜 표지, 하지만 그 안에는 참 둔중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물론, 전작(국내 출시 기준으로)에서 느꼈던 그의 유머러스한 감각은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8일간의 그의 아프리카 이야기는 유머로 그려져 있음에도 그 안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안타까운 아프리카의 현실, 그리고 그를 돕는 사람들의 따뜻한 손길이 갖는 훈훈함이랄까. 그리고 그런 손길이 닿은 책, 그런 손길을 가진 사람 중의 하나인 빌 브라이슨이 쓴 책이기 때문에, 그의 유머도, 또 책 자체의 훈훈함도 느낄 수 있었던 것일 테다.



아프리카의 더위 때문일까(설마, 겨우 8일인데)... 내 머릿 속의 이미지보다는 훨씬 슬림(?)했던 빌 아저씨의 실제 사진.


그리고 그와 함께 따뜻한 느낌의 그림들도 좋다.

8일간의 짧은 여행기간 때문일까, 텍스트량이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충분히 아프리카의 실상과 그를 돕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느껴진다는 부분에서는 충분한 편이고, 특히 꽤 많은 사진들로 채워져 있어, 케냐의 실제 모습들을 좀 더 잘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빌 브라이슨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책 마지막을 장식하는, 국내 구호단체들의 소개는, 이 책의 목적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해 점을 찍는다.

CARE라는 이름의 구호 단체와 함께 한, 일종의 기획 도서라 할 수 있기에, 아프리카의 초원, 그리고 세렝게티의 아름다움같은 것들 보다는, 그 곳의 사람들 이야기(뭐 이건 빌 브라이슨의 전문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리고 그를 돕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실제 돕는 모습들을 위주로 그려져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만큼, 던지는 메시지가 더 절실히 다가오는 것은, 그리고 단번에 읽을 수 있던 것은, 보다 진실하고 담담하게 그 상황을 그려내는(농담과 유머도 잘 섞어서) 빌 브라이슨 특유의 달변 덕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와 함께 사람들에게 '누군가를 도울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도 함께 말이다.

한 번쯤 누군가를 돕는 일은 해보고 볼 일이다.
기껏해야 한 달에 100원 내는 내가 하기에는 좀 부끄러운 말이긴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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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의 아름다움 - 나와 다른 당신이 왜 소중한가
구본형.이우일 외 지음 / 고즈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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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태어나 다름을 배우며 살아간다.
나와 어머니의 다른 존재를 인식하고 남자와 여자의 다름을 알아가며 나이에 따른 생각의 차이를 깨닫고, 자연이 못 견디게 아름다워진다.
사실 아름답다라는 느낌 자체가 그렇지 않은 것과의 다름을 인식해야 가질 수 있는 느낌일 테니까.

하지만, 왜 인간은 그렇게도 다름을 견뎌내지 못 하는 걸까. 다름으로 인한 언쟁과 스트레스, 질타와 언쟁. 대부분의 문제는 다름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인간이란 참 어리석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다르다'와 '틀리다'가 굉장히 흔하게 혼용되는 최근의 세태를 보면 그런 현상들은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지는 않는 것 같고.

종교가 다르다, 인종이 다르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라는 것이 틀린 것은 분명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왠지 같은 것에 기뻐하고, 또 같은 것의 편을 들게 되는 것은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모순이 아닐까.

이 책, '다름의 아름다움'을 꺼내들게 된 것은 순전히 '구본형'씨의 이름 때문이었다. 그의 글, 그의 책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도 그의 글을 참 좋아하는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은 다만 그의 책이 아니라, 총 8명의 각기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다름'을 이야기하는 8개의 이야기가 모여있는 책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예상치 못했던 수확을 건진 느낌이랄까.



생물종의 절멸 속도가 인간으로 인해 1천~1만배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앞으로 있을지 모를 대운하 사업에도 말이다.

철저히 '서양인'의 입장에서 이루어졌던 아메리카 대륙 발견에서의 '인디안'은 어떠했는지, 완바오산 사건이라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철저히 가해자가 되어야 했던 그 사건의 바탕에는 어떤 '다름'에 대한 미움들이 도사리고 있었는지, 그리고, 철저한 인간의 기준 속에서 생태계가 얼마나 망가져가고 있는지(얼마 전 보았던 '지구가 멈추는 날'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기도) , 왜 나와 다른 것은 불편하고 불안한지에 대한 분석 등 다름이나 이질적인 것이 가져오는 심각한 문제들을 곱씹어보며 반성하게 되는 글들이 있는가 하면,



'노빈손' 시리즈로 유명한 이우일씨의 이런 풍의 카툰을 만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큰 재미 중 하나였다.

나와 꼭 같은 사람을 찾으러 떠났던 여행에서, 많이 다른 사람과의 조화를 깨닫는 카툰이나, 수도 없이 문제가 되는 종교 간의 갈등 속에서, 서로 다른 이름의 신을 부르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풍경,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유형을 분석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서 '행복한 성공'에 이르자는 이야기, '나다운' 자유로운 나를 찾는 방법 등, 다름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다름의 아름다움을 말하긴 쉽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실천하긴 결코 쉽지 않다.

흔히 우리는 '개성'을 이야기하며, 21세기를 살아가는데 있어, 개성은 자신의 가장 큰 무기가 된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 다름은 언제나 '사회가, 혹은 주위 사람들이 허용하는 한계 내의' 것으로 상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한계를 넘는 다름은 미워하거나 혹은 배척하기 마련이고.
하지만 과연 틀림이 아닌 다름을 배척하고 싫어하는 것에서 오는 이익은 과연 무엇이 있나, 무엇때문에 그렇게도 다른 것, 다른 존재들을 싫어하는가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오히려 덧없이 웃게 된다. 다름을 배척하게 되는 데서 오는 우월감? 정말 그런 것 때문에 이루어지는 행위라면 그저 우습지 않은가.



범죄 수사 드라마를 보다보면, '다름'에 대한 덧없는 배척이 얼마나 추악한 결론을 낳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특히 이 'Cold Case'에서는 더욱더 두드러지게 발견된다.

최근 Cold Case라는 미국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다. 과거 해결되지 않았던 사건들을 다시 꺼내어 해결하는 수사 드라마인데, 이 드라마의 소재로 유독 자주 나오는 것이 바로 인종 문제, 동성애 문제, 그리고 여성 문제 등이다. 지금의 사회적 인식이라면 그다지 문제될 것 없는 '다름'에 의해 살인까지 당연하게 벌어졌던 이야기들. 겨우 수십년 전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별것 아닌 '다름'에 대한 배척이 그런 참극을 일으켰음에 새삼스럽게 놀라곤 한다. 겨우 몇 십년이면 이해했을 그런 문제로 말이다. 어찌 보면 참 우습지 않은가.

분명 다름을 인정하는 곳에서 아름다움은 시작된다. 하지만 그 인정이라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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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6시그마
데이비드 실버스타인 외 지음, 김영한 옮김 / 포북(for book)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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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의 하나는 변화가 아닐까 한다. 항상 같은 것에 만족하지 못 하는 인간만의 본능. 그 변화로의 추구는 끝없는 다름을 요구하고, 그렇기에 혁신은 언제나 빛나 보인다. 그리고 그를 위해 기업들은 수없는 변화의 방법론들을 찾기 마련이고. 그런 가운데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인 삼성에서 본격 채택하면서 더 관심을 받고 있는, '트리즈'의 방법론에 나 자신도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한 사람의 인간이니까. 본능적인 욕구를 벗어날 수 없는. 그리고 한 명의 직장인으로서 항상 '변화'를 강요받고 있기도 하고. 그게 타의든 자의든 간에 말이다.



개선과 혁신의 반복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일지도 모른다.

이 책, '굿바이 6 시그마'는 어쩌면 참 재미있는 책이다. 물론 국내의 번역서의 제목(원서의 제목은 Innovation Evolution) 때문에 더욱 그런 흥미로운 점이 나타나게 되었겠지만, 우선 쓴 저자들이 원래 '6시그마 컨설턴트'였다는 점도 그렇고, 책의 추천사를 6시그마의 창안자인 마이클 해리가 썼다는 점도 그렇다(무려 추천사에 '6시그마가 품질의 개선을 위해 사용되었던 것처럼, 트리즈는 비즈니스의 혁신으로 나아가는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라고 썼다). 6시그마의 전문가들이 쓴 책이, 6시그마의 창안자가 쓴 책이 트리즈의 뛰어남을 피력하는, '굿바이 6시그마'라는 책인 것이다. 그야말로 항복 선언이랄까?



그간 참 많은 혁신과 개선에 대한 방법론들이 등장했다. 1960년대의 트리즈가 지금 시점에서 각광받고 있는 것은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꽤 재미있는 일인지도.

그런 만큼, 책 속의 내용은 '트리즈'에 대한 기본 개념과 역사, 그리고 실제 적용 사례로 이루어져 있다. 전반적으로 트리즈의 개념을 소개한 책이며, 그를 '왜'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일종의 장점을 피력한 책이다. 이 책을 한 번 읽는다면, 왜 그들이 그렇게나 트리즈에 열광하는지, 수많은 굴지의 회사들이 왜 트리즈를 적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통감할 수 있달까.



참 많은 회사들이 트리즈를 통한 혁신을 꿈꾼다. 딱 보기만 해도, 트리즈를 적용해보고 싶지 않은가?

하지만, 거기서 끝이라는 것이 이 책의 단점이다. 끝없이 피력되는 '왜'는 있지만, 정작 알고 싶은 '어떻게'가 너무 부실하다는 느낌이다. 왜 라는 부분은 충분히 피력하지만, '어떻게'가 너무 피상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지쳐버린달까. 혹은 의욕이 엄청나게 불타올랐는데, 막상 뭔가 할 수 없다는 느낌에 발을 동동 구른달까. 그런 부분들 때문에 책 전반적인 완성도에 비해 책을 읽고 난 후 남는 것이 적을 수밖에 없는 그런 아쉬움이 남는다. 오히려 트리즈에 관심이 있고, 그런 관심이 있는 만큼 입문서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차라리 거의 같은 컨셉의 책인 김영한씨의 '창조적 습관' 쪽을 추천한다(재미있는 것은 이 책의 역자도 김영한씨다).



자, 이제 트리즈를 실용적으로 적용하는 법에 대한 책을 좀 읽고 싶은데... 추천해주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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