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폴그레이브 맥밀런 지도로 보는 세계전쟁사 2
마틴 폴리 지음, 박일송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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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역사적 사건들 중에서, '전쟁'만큼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사건은 없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잔혹한 싸움, 집단의 이익이 만들어낸 집단 이기주의의 가장 참혹한 결과가 전쟁이고, 또 절대 더 이상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사건이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지는 사건이자, 또 인기리에(?) 영화, 소설, 드라마 등등의 매체를 통해 다뤄지는 소재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런 참혹한 것들을 왜 그렇게나 자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냐는 시각도 있지만, 사실 무언가의 폐해를 알지 못 한다면, 그 참혹함을 아는 사람의 수가 적다면 그것에 대한 심각함도 모르게 마련이다. 그리고 또 다시 그런 역사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면모를 알아야 한다는 시각이 보다 합리적이 아닐까. 사실 전쟁을 소재로 한 대부분의 컨텐츠들이 이런 이유인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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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가 갖는 정보적인 효과는 매우 높다.

그리고 그런 전쟁의 여러 요소들을 제대로 알리고 또 살리기 위한 노력들은 참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다. '지옥의 묵시록'이나 '킬링 필드'처럼 전쟁의 잔혹함을 영화적 연출을 통해 더없이 공포스럽게 그리는 데 성공하기도 하고, 또 얼마 전에 읽었던 '잃어버린 소년들'이나 몇몇 잘 된 다큐멘터리처럼 피해자들의 직접적인 '육성'을 통해 그 심각성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에 보게 된 '지도로 보는 세계 전쟁사' 시리즈 중의 하나인 이 책, '제2차 세계대전'은 그런 요소로 '지도'를 활용한다. 군사사학 전문가들이 '사상 최악의 전쟁'(아직까지는)이라 할 수 있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정치적, 사회적 논점과 주요 전역 및 군사작전과 관련된 50여 개의 주제를 선정하고, 각각의 주제를 대형지도와 함께 설명한다.

사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지도'의 활용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조르주 뒤비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라는 뛰어난 저작이 있었다(사실 이것도 처음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엄청난 크기의 저 책을 처음 보면서 '지도'가 갖는 매력을 새삼 실감했었다. 그런데, 이번 '제2차 세계대전'을 보면서 지도라는 매체가 갖는 특성과 '전쟁'이 갖는 특성이 맞물리면 얼마나 톡톡한 효과를 내는지를 알고 또 한 번 놀랐다.
바로, 전쟁의 역동성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밀고 밀리는, 쫓고 쫓기는 현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전쟁의 긴박감은 이 책을 통해 그 흐름 자체가 되살아난다. 큼지막한 지도에 그려진 각 세력의 움직임을 쫓는 동안, 나도 모르게 그 때의 상황들이 떠오르면서 머릿 속에서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장면들이 그려지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역동성을 통한 상상력의 발현은, 기존의 책들이 주기 힘든 '지도 활용을 통한 전쟁 묘사'의 가장 큰 차별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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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장의 지도는 노르망디 상륙 작전, 진주만 공격 등,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역동성 속에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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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장에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가 될 만한 귀중한 사진 자료 및 설명들이 있어, 이를 통해 전쟁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또한, 그런 지도가 가져온 역동성 이외에도, 각 장마다 그 때의 전황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그 전투에 어떤 인물, 무기, 군사작전, 전역들이 관련있는지 등에 대한 자세하고 입체적인 설명을 통해, 제 2차 세계 대전이라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궁극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어떻게 벌어졌고, 또 그를 통해 어떤 결과가 벌여졌는지를 읽을 수 있는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과거 조르주 뒤비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의 경우 엄청난(?) 고가의 책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지는 못 했으며, 그에 따라 엄청나게 큰 대형 판본이었기 때문에 생겨난, 제본상의 문제가 벌어지기도 했었다. 그런 것을 고려한 듯, 이번 '지도로 보는 세계 전쟁사'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판본(그래도 아직도 큼직하지만)과 저렴한 가격대를 통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제본 문제도 해결해서 자주 꺼내서 읽어볼 수 있는 그런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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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을 통해 사실상의 종전을 고했던 2차 세계대전. 그와 함께 우리 대한민국도 엄청난 역사전 변혁을 맞았었다.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야욕'의 끝, 제2차 세계대전. 이 한 장의 지도는 참 많은 것을 시사한다.

간만에 느껴본 '제2차 세계대전'.은 새삼 다시 한 번 여러 의미에서 뒤숭숭한 현 세계 정세에 대해 상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다시는 벌어지지 않아야 할 대규모 전쟁.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은 세계 대부분을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고간 엄청난 전쟁이었기에 더욱 그 시사하는 바가 컸다. 전체적인 전쟁의 특성을 지도를 통해, 그리고 뛰어난 역사 사가들의 시선을 통해 바라볼 수 있는 이 책,'제2차 세계대전'은 그런 의미에서 사료로서의 가치가 높으며,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들 뿐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보고 전쟁의 현실과 심각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그런 경험을 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 권리가 있기에.
세상 모든 어른들은 전쟁이 가져올 참혹한 결과를 인식하고 그를 막을 의무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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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고래
김형경 지음 / 창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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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되는 분량의 소설을 열흘 정도나 걸려 읽은 것은 어쩌면 이 책이 갖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일거다. 듣기로는 분명, 작가 김형경은 '따뜻한 공감과 위로의 작가'였건만, 내가 느낀 그녀는 '사람들의 심리를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체로 포착하여' 먹먹하게, 우울하게 만드는 데 '선수'였다.

사실, 열 일곱살 먹은 소녀가 갑자기 부모를 잃는다는 설정은 많다못해 넘쳐나는 설정이고, 개인적으로도 그런 극한 상실과 고통에 대한 글을, 만화를, 영화를 참 많이도 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니은이는 좀 달랐다. 불쌍하다는 연민의 감정이 아니다. 왠지 모르게 그녀가 처한 상황 하나하나가 불쌍하기보다는, 눈물난다기보다는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펑펑 우는 울음이 아니라 온몸이 마른 눈물의 소금기로 가득한 그런 느낌이랄까.
저자는 책 속에서 "글을 쓰다보니 마음이 이상해지더라. 그냥 글자만 쓰는 거라 여겼는데 그게 아니더라. 마음을 깊이 뒤집어 밭을 가는 것도 같고, 맘 속에서 찌개를 끓이는 것도 같고.(137p)"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게 왜 책을 읽는 사람에게 적용되고 있는 것인지 참.
책 때문인지, 혹은 지금까지 마셔본 것 중 가장 맛있었던 더치커피를 마시면서 읽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그랑 블루'를 좋아하기 때문일지는 모르지만.

그런 나의 '남자답지 못한' 감정적인 독서는 우습게도 문자메씨지 한 통에 의해 끝났다(몇 번이고 책을 던지는 경험을 모두 끝내고). 책 중 니은이가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그들을 통해 조금씩 치유되어가는 그녀에 비해 나 자신은 치유되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고래를 만났음에도. 열 일곱 소녀보다도 못한 어리석은 남자 한 '마리'가 되어버린 느낌이었지만, 만 팔천원에 경매에서 산 한 언니의 문자메씨지 몇 통에 의해 치유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어쩌면 참 재미있다. 작가의 의도에 의해 상처받고, 또 치유되면서 느끼는 성장소설의 묘미를 이렇게 느낀 것이 참 간만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읽은 성장소설들이 상처와 치유가 아닌, 발전을 통해 우뚝 서는 방향을 취하고 있던 것들 뿐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능글맞을 정도로 사람 마음을 건드릴 줄 아는 작가 김형경의 힘이었을까.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의 힘이었을까. 간만에 즐겁게 한 권의 책에 조종당한 느낌이다.
그래, 성장소설의 재미는 바로 이런 것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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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도 치유의 문자 메씨지를 보내줘. 만팔천원이면 되나? 아님 이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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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의 종말이 시작됐다
마쓰후지 타미스케 지음, 김정환 옮김 / 원앤원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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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이나 GE, 그리고 포드같은 굴지의 초우량 기업들은 현재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가. 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신용평가등급을 볼 때, '투자 부적격' 판정을 받고 있다는 것은 여러 의미에서 충격적인 사실이다. 미국 굴지의 초우량기업들이었던 이런 회사들이 이렇게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고, 사실상 현재 미국의 초우량 기업이라고 한다면, '금융계'에 국한된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굉장히 놀랍다.

몇 개월 전 읽었던 '세계 버블경제의 붕괴가 시작됐다'에서 주식이나 부동산이 아닌 '금'에 투자하라는 매우 매력적인 제안을 던졌던 저자, 마쓰후지 타미스케는, 이 책, '미국경제의 종말이 시작됐다'의 시작을 '이미 미국 제조업은 2류로 전략했다'라면서 위와 같은 충격적인 발언을 던진다.

그리고 그와 함께,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일본과 중국의 상황 정리와 자신만의 빛나는 예측을 통해 미국 경제의 몰락을 말한다. 그리고 일본 경제가 이에 가져올 엄청난 영향을 예견하면서.
지난 책에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매우 일목요연하고 일관적인 주장을 통해 미래의 경제적 상황을 예측하는 그의 주장은 유력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가장 주목해야 할 이코노미스트'로 소개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마치 혜안이랄까. 그리고 실제적으로 뛰어난 선견지명을 통해 금광산을 소유한 엄청난 거부가 되기도 했고.

물 론, 이 책의 모든 주장은, 예언이 아닌 예측이고, 그만큼이나 주장하는 바에 대한 근거와 자료가 있기는 하지만, 누구도 정확히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 '예언'할 수는 없다. 그리고 GM이나 GE 등의 회사들이 쇠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경영의 괴짜들' 등에 나오는 '애플'이나 '스타벅스' 같은 새로운 개념의 초일류 기업들이 생겨나고, 또 엄청난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들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나, 너무 일본 경제의 영향력을 높이 사고, 중국 등의 'BRICs'로 불리는 신흥 경제 대국에 대해 너무 외면하고 있다는 점 등은 개인적으로는 조금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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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지만 그 외의 부분들에 대해서는 굉장히 공감이 가며, 또 그의 시선에 놀라울 정도의 흥미를 느낀다. 특히 웬만한 경제전문가도 잘 모른다는 'GSR(Gold/Silver Ratio)', '빅 픽처(big picture)', HGX(PHIX Housing Sector Index)', '강세 일치(bullish consensus)' 등의 개념을 통해 펼쳐가는 그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있고.

그럼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대한민국처럼 미국 경제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곳도 없을 것 같지 않은가. 미국 경제가 기침하면 몸져 누워 버린다는 한국 경제. 현재 국내의 불경기나, 낮아진 KOSPI에 얼마나 미국 경제의 영향이 큰 것이냐고 묻는다면 결코 적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다우지수의 폭락'이 정말 이루어진다면, 그로 인한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 것인지는 보지 않아도 두려울 정도다. 그런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면, 그것처럼 중요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극히 일본 경제에 중점을 두고 씌여진 책이지만, 그만큼이나 큰 영향력을 받을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이기에, 한 번쯤 꼭 읽어보고, 몰락의 징조나 상황을 예측하고 또 그에 대한 대비를 생각해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현재 국내의 불경기는 분명 '그렇지 못 했기에' 생겨난 것일테니.

위기를 기회로 바꿀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치명적인 일격을 당할 것인가. 분명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생각할수록 우울한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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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람 2008-10-01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미국의 우량기업은 금융계뿐이다... 이 말은 허구로 증명되고 있다.
세계 금융의 선생님이라고 큰 소리 치던 월가--- 그들의 Money Game 은 지나친 탐욕으로
오버-런하여 지금은 몰락의 구렁텅이로 떨어지고 있지 않은가???
달러화의 약세를 점치던 저자가 그 점에서는 오류를 범한게 의문스럽다.
오랫동안 쌍둥이 적자를 보면서도 미국이 버텨간 것은 무한정 찍어 낼 수 있는 달러 발행권에서 비롯된것이지 미국금융업의 우량성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실물의 그림자이던 화폐가 한 동안 실물경제를 쥐락펴락 했지만 이제 그 허상이 벗겨지고 있는게 아닌가???---그림자는 어디까지나 그림자일뿐...
화폐경제가 실뭉경제의 그림자 위치로 돌아가서 제 역할을 하며, 본령에서 크게 벗어나지 말아야 경제의 건정성이 유지되지 않을까???

광서방 2009-02-10 16:36   좋아요 0 | URL
한가람 //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어떤 경제학자도 완벽하게 예측하지는 못 하니까요... ~_~;; 그런 부분 정도의 오류는 이해해주는 것으로 하시죠. ^^;; 그리고 사실 결론이 나왔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모두 함께 이 위기를 벗어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광서방 2009-02-15 0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그 당시에 그 내용은 분명, 금융계는 강세지만 추후 달러화의 약세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런 금융계의 몰락을 예견한 부분이라고 해석할수도 있겠죠. 그리고 화폐 경제가 실물경제의 그림자 위치로 가기에는 이미 기축통화라는 엄청난 특혜를 미국만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이상론적인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잃어버린 소년들 - 수단 내전의 참상을 온몸으로 전하는 세 소년의 충격 실화
벤슨 뎅 외 지음, 주디 A. 번스타인 엮음, 조유진 옮김 / 현암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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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함.
이 책을 잡으면서 갖고 있던 나 자신을 고백하자면 저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을 듯 하다. 얼핏 어딘가에서 들은 듯한 '수단 내전'과 그에 따른 참상. 하지만 그 정도 뿐이었던 나의 무지. 그리고 그에 따른 막연함.
그 리고 그런 참혹함 속에 던져진 사람들에 대한 나의 대응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가끔씩 얼마간의 동정심을 가질 뿐, 그런 동정심의 발로로 기부하기 시작한 '얼마간의' 기부금. 그 정도로 나의 알량한 자기만족은 끝이 나고 가끔씩 소식을 접했을 때 떠올리는 동점심도 금새 사그라들며, 곧 나 자신의 삶에 열중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저 '막연한' 얼마간의 동정심.
아니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지도.



수단 내전 [Sudanese Civil War]



요약


아프리카 수단에서 일어난 유혈분쟁. 1983년부터 아프리카계 함족인 남부 반군이 아랍계 셈족으로 이루어진 북부 정부군에 맞서 벌인 반정부 분리 무장투쟁이다.



본문
주로 남부 아프리카계 함족인 기독교도와 토속 정령신앙을 믿는 주민들로 이루어진 수단인민해방군(SPLA)은 중앙정부의 지나친 이슬람 원리주의와 차별 정책에 반기를 들고 남부지역의 자치권과 자원이용 확대를 요구하면서 무장 투쟁을 시작했다. 수단인민해방군은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존 가랑(John Garang)을 지도자로 세우고 에티오피아 정부의 지원을 받았고 수단 정부는 미국의 지원을 받았다. 1983년부터 시작된 무장투쟁은 처음에는 종교전쟁의 성격을 띠었지만 역사적 갈등과 석유·금 등 자원 쟁탈전이 맞물리면서 20년 넘게 장기화되었다. 그동안 굶주림, 질병으로 200만여 명이 사망하고, 400만 명 이상의 난민과 수십만 명의 기아 가 발생하며 국제적인 문제로 떠올랐다.(후략)


-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발췌. 전체 본문을 보시고 싶으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

벤 슨 뎅, 알폰시온 뎅, 벤자민 아작이라는 세 명의 수단 출신 망명자들의 이야기를 엮은 이 책은, 이 세 명의 소년이 미국에 도착한 후, 이 책의 저자이며 저 세 소년의 후견인인 주디 번스타인 여사에 도움으로 각각의 머릿속에 남겨진 참혹한 도망의 기억들의 조각을 그들의 직접 서술을 통해 엮는다.

겨우 다섯살밖에 되지 않은 소년들이 수천 킬로미터를 달린다.
이 책의 원제인 'They Poured Fire on Us from the Sky'처럼,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벼락으로부터 본능적으로 도망갈 뿐이다. 굶주림과 설사, 말라리아, 황달같은 자연적인 문제들은 오히려 무섭지 않다. 인간들의 잔혹함이라는 더 큰 공포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필사의 탈출을 통해 도착한 곳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있는 '에티오피아'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꼬리표는 '기아'다. 도대체 누가 '기아'로 알려진 그 나라로 피난을 갈 것인가.
그것도 그나마, 다시 수단으로 쫓겨나게 되고, 그들은 다시 한 번 케냐까지 달린다.
무려 2만 명의 아이들이. 그리고 그들 중 반 이상은 그 짧은 생애를 마쳤고.

450 페이지 가량의 두터운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 소년의 기억의 편린들을 하나하나 더듬어가며 단숨에 읽어나갔다. 첫 부분에서는 조금 지루했다. 마치 부시맨을 떠올리게 하는 그들의 원시적인 생활방식들의 이야기들, 그리고 수단에서는 상당한 부자라 할 수 있는 그들의 풍족한 삶의 이야기는 '그저 그랬다'. 그도 그럴 것이 문학적 소양이 발달할 만한 교육을 받지 못 했을, 세 소년이 직접 쓴 글들이 소설로서의 재미를 줄 만큼 세련될 리가 없기 때문. 하지만 가끔은 잘 쓰여진 다큐멘터리의 인위적인 감정 조절보다, 서투른 '사실'이 더 충격적이고 와닿는 법. 직접 겪은 이들만이 내뿜을 수 있는 기운을 느끼면서, 함께 공포에 떨고 또 그 비참한 현실에 가슴 아파하며, 그 참혹함에 분노가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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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슬람교도가 무슨 악마겠는가. 세상 모든 죄는 저지르는 자의 몫이다. 테러리스트가 나쁘고 총기난사를 한 자들이 나쁜 거지, 이슬람교도가 나쁘고 게임이 문제인 것은 절대 아니지...

이 아이들에게 대체 무슨 잘못이 있을까.
어른들이 만들어낸, 서로의 이익을 위한 다툼 속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눈물겹다. 얼마 전 읽었던 '천 개의 찬란한 태양'에서도 느꼈고,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눈물겨운 우리네 역사 속에서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들의 육필로' 직접 전해주기에 더욱 뻐져리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전쟁의 극독을 마신 나라들의 이야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런 가슴 한 켠의 묵직함이 언제까지 갈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또 그저 '얼마간의 동정심'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고, 그렇기에 더욱 그 묵직함이 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사실들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소중했던 것만은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기회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하고.
이 책을 읽고 '반전'같은 대단한 것을 말하는 위선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무지로 인한 막연함'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것에 감사한다.

코끼리 두 마리가 싸울 때, 짓밟히는 것은 풀밭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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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0 0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철학의 즐거움 -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들려주는 120편의 철학 앤솔러지
왕징 엮음, 유수경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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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상을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을 반성하고, 또 삶에 대해 반추해보는 그런 순간들을 갖게 된다. 흔히 '명상'이라거나 혹은 '사색'이라거나 또는 '반성'이라 부르는 그런 시간들. 어쩌면 어떤 사람에게나 그런 시간은 있기 마련이고, 또 소중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한 마디로 '삶에 녹아들어있는' 그런 존재가 바로 그런 시간들인 셈이고, 그런 학문이 바로 '철학'이다.
그런데 막상 '철학'의 이미지 자체는 왠지 고리타분하고, 또 어려울 것만 같고 뭔가 '뜬금없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나 자신조차도 '철학'이라 되뇌이면서 새삼 놀랐다.

이 책, '철학의 즐거움'을 처음 펼칠 떄도 그런 이유에서의 거부감에 펼치기를 조금 꺼렸다. 분명 편안하기 그지 없는 저 표지 뒤에 있을 '머리아픈' 무언가의 존재를 직감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막상 펴고 나서 다시 한 번 느꼈다. 아, 철학이란 별 게 아니구나. 바로 내 삶의 이야기구나... 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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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페이지 남짓한 짧은 이야기, 하지만 나 자신에 빗대어 반추해보며 꽤 오랜 여운을 남기는 그런 이야기를 소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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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한 간단한 해설과,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지혜를 소개하는 간단명료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책을 엮은 왕징은 바로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The Pleasure of Philosophical Life'(철학적인 삶의 즐거움)이라는 제목만 보더라도, 그저 학문으로서의 철학의 탐구라기보다는 '삶 속에 녹아든' 철학을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고, 그래서인지 내로라하는 철학자들의 짤막한 이야기들을 120편 모아놓고, 한 이야기, 한 이야기마다 첨삭해서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배려 정도로 책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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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는 주제는 참과 진리, 생명의 존귀함, 고귀한 덕, 인간의 본성, 우정, 사랑, 삶의 즐거움의 총 7가지.
그야말로 모든 사람의 삶에서 한 번쯤은 질문해볼만한 그런 것들.
그 래서일까, 타고르나 베이컨, 루소 등의 유명 철학자들 뿐 아니라, 작가라 할 수 있는 톨스토이, 에밀 졸라, 마크 트웨인 등이나 심지어는 나폴레옹 힐이나 데일 카네기같은 자기계발 전문가들의 이야기까지 담겨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현대의 철학자'가 바로 그런 자기계발 전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 이 책의 방향성이 그만큼 현실 속에 더욱 깊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철학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내 삶의 무언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고 싶을 때, 아무 페이지나 펴고 한 꼭지 정도 가볍게 읽으면서 곰곰히 생각해보자. 과연 나의 삶은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또 과연 그 방향이 현명한 것인지.
400 페이지 남짓한 책에 120개의 이야기를 담은 만큼, 철학적으로나 인문학적으로 깊이는 깊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내 삶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나 자신에게 들려줄 그런 철학서로서라면, 이런 멋진 기회를 선사하는 책도 흔치 않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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