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노먼 F. 매클린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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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의 정황이 어떤 징조였다면 이번 주는 엄청난 challenge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더 바쁠 것이고 시간을 쪼개서 많은 것을 하면서도 하루의 책, 운동, 기도를 모두 할 수 있어야 한다. 어제도 오후 여섯 시 무렵부터 밤 열 시까지 꼬박 읽은 것 같다. 


소설보다도 더 유명한 영화가 떠오르는 '흐르는 강물처럼'은 영상에서 담지 못한 깊은 이야기를 음미하고 자신의 상상으로, 혹은 영화에서 유려하게 재현된 옛 몬태나의 모습과 함께 눈에 담으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영화에서 미처 표현되지 못한 많은 이야기와 깊이는 책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골마을의 장로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화자와 동생. 다트머스에서 수학한 화자와 지역대학을 나와 신문기자로 일하는 동생. 그들을 이어주는 건 고향의 정서와 익숙한 문화, 그리고 fly fishing. 꾼답게 살아있는 미끼를 쓰는 걸 지양하고 온전히 낚시대를 휘두르는 솜씨와 만들어진 fly로 최대한 미끼의 움직임을 살려 물고기를 낚는 fly fishing은 그들이 아버지로부터 배워 함께 즐기고 견주는 취미이자 흐르는 강물과 함께 이야기 속에서 흐르는 또 하나의 이야기.


표제작 외에도 화자의 경험이 묻어난 두 개의 작품은 보다 더 단편적인 한 시기의 이야기지만 그 나름대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고 비슷한 곳과 시기를 무대로 하여 다른 소설이라기 보다는 같은 한 편의 소설에서의 단락처럼 읽었다. 


이번 한 주에는 많은 것을 이루어 보겠다. 당장 운동부터 더욱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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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
임은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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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어서 계획했던 대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읽지는 못했다. 임은정검사님 같은 사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른 마담과 기둥서방을 몰아내고 세상이 다시 바로 서면 차라리 파격인사를 해서 임은정검사님의 검찰총장으로 임명해도 될 것이다. 끝까지 쫓겨나지 말고 버텨서 좋은 날을 맞이하시길. 


많이 완화해서 썼을 것 같은데도 정말 알고 있었던 것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조직이다. 암덩어리처럼. 


너무 지쳐서 길게 말할 힘이 없다만 읽으면서 속이 시원하다기 보다는 읽는 내내 갑갑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이야기. 


공부만 잘한 인성 X의 인간들이 권력을 잡고 호의호식하면서 권력자들의 호가호위를 하고 그러면서 똘똘 뭉쳐서 자신들을 지키는 지긋지긋한 인간들이 잔뜩 있는 조직, 거기서도 하나회처럼 군림하는 특수통, 공안통 등등. 양심의 가책을 묻기엔 너무도 더러운 인간들이 우글거리는, 마치 배양접시처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이들을 바꿀 수 있을까. 아니 정상화가 가능하기는 할까. 고쳐서 쓸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알면 좋은 사람들도 많은데 어쩌면 이렇게 하나같이 다 개판일까.


이 책은 임은정검사님의 출사표이자 각오이자 자신이 변하지 않도록, 아니 변하지 못하도록 남긴 기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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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9-18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장미까지ㅡ느껴집니다. 변하지.못하도록 남긴 기록이라는.말씀에서.

transient-guest 2022-09-18 15:21   좋아요 1 | URL
이분 정말 대단합니다. 끈질기고 강단있고. 꼭 계속 가보셨으면 합니다.

다락방 2022-09-18 2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변하지 않도록, 이라는 구절이 매우 인상깊네요.

transient-guest 2022-09-19 03:09   좋아요 0 | URL
순전히 제 주관적인 판단입니다. 세상에 알리고 글로 남기면 그렇게 증거(?)가 남을테니 김웅이 아니라면 변하지 않으려 노력하지 않을까요? 김웅도 그렇고 글을 쓸 당시와 이후의 삶이 달라진 사람들이 많기는 합니다만.
 
여름 별장, 그 후 민음사 모던 클래식 70
유디트 헤르만 지음, 박양규 옮김 / 민음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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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없이. 진짜 오늘은 못 읽을 수도 있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일도 하고 운동을 하고 오후에 넉넉하게 읽을 예정이었고 이에 따라 짧지만 탄탄한 모던 클래식에서 한 권을 뽑았는데 갑자기 오후 세 시부터 밤 열 시까지 어떤 일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혹시나 해서 책을 챙겨갔고 결과적으로 그 덕분에 중간의 자투리시간을 잘 활용하여 간신히 오늘의 목표를 채웠다.


단편을 모은 책인데 두 번째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속의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한 것 같다. 상당히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짧은 이야기에 많은 걸 집어넣었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보일 듯 말 듯한데 아직도 그 이상을 보려고 하면 뿌옇게 안개가 낀 것처럼 불투명하고 불확실하다. 


문학과 소설의 경계를 두지는 않지만 소위 '문학'이란 타이틀로 분류된 녀석들 중에는 늘 이렇게 어려운 책이 있다. 


너무 피곤하여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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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9-17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우...약속을 지키려는 의지, 그것이 정말 중요하군요. 오늘처럼 중간에 8시간 돌발시간이 생겼는데도 한 권 다 읽으시다니!!!! 와우!

transient-guest 2022-09-17 17:56   좋아요 0 | URL
그저 미친듯이 하루의 목표에 따라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루키의 여행법 하루키의 여행법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마스무라 에이조 사진,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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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눈을 떴을때 바로 일어나지 않고 밍기적거리다가 잠시 눈을 감으면 잠깐이지만 깊은 잠이 들어버리고 몇 시간을 더 잤어도 개운하지 않게 겨우 일어나 아침을 맞게 된다. 이곳으로 이사온 이래 패턴이 깨져버린 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나의 잃어버린 새벽의 모습이다.


차도 많이 밀리고 몇 군데 먼저 들릴 곳이 있어서 더욱 늦어진 탓에 무려 지각을 하고야 말았다. 자영업자에 어차피 전화나 메일로 거의 실시간 대응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본 게임은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 할 일이 밀렸다는 뜻. 게다가 이렇게 하루의 패턴이 엉망으로 시작되면 요즘처럼 길게 지쳐있는 시기에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하루가 지나가기도 한다. 


딱 그런 하루. 


운동도 했고 책도 읽었으니 어쩌면 이 두 가지는 생업보다 더 중요하게 취급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일은 늘 하는 것이라서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운동과 독서는 놔버리면 게으름이 계속 이어져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아무튼 뭐라도 악착같이 해야 하니까.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당연히 시간이 딸려서 그리고 집중이 잘 안되는 날이라서 즐겨 읽는 책으로 무난하게 가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마구잡이로 집은 건 아니고 하루키의 지중해 여행이나 그리스 혹은 이탈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볼 생각에 들고 나왔던 것. 그런데 읽는 내내 지중해는 커녕 유럽 근처도 가지 않길래 잠시 뭔가 싶었는데 기억해보니 그쪽은 아마 '우천염천' '먼 북소리'였던 것 같다. 


재독에 삼독에 사독도 부족한 것이 나이든 이의 독서인데. 사실 책을 지금처럼 많이 구해읽지 않던 시절, 그러니까 갖고 있는 걸 계속 보고 또 보던 십대와 이십대에 읽은 책이 기억에 잘 남아있는 건 fresh한 뇌도 그랬겠지만 여러 번 읽은 것이 더 큰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곳에서는 좀처럼 좋은 우동집을 찾지 못한다. 남가주에 몇 개 있는 마루카메 프렌차이즈가 이곳엔 저 멀리 SF에 있고 근처엔 좀 한다는 곳 몇 군데를 가봤는데 영 별로. 어차피 면은 기술이 좋아져서 집에서 끓여먹어도 그만이니 국물이나 분위기 그리고 우동에 걸맞는 값이 중요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호놀룰루에 가면 아침마다 와이키키에 있는 마루카메 우동에 가서 싸게 아침을 먹고 (하도 먹다보니 우동의 기본기에 충실한 가케우동이 최고다) 좀 모자라면 점심 전에 주먹밥은 먹곤 한다. 


하루키는 우동을 먹기 위해 시코쿠에 있는 우동 마을로 가서 우동수행을 하고, 작가들이 모여 사는 뉴욕주 위의 이스트햄턴도 가보고, 멕시코도 깊숙히 다녀보고, 몽골도 가고, 다시 미국에서 동서횡단도 하고. 연예인이나 작가, 잘 된 경우에 한해서겠지만 8-5, 24/7에 엮이지 않고 중간에 자기의 시간을 뭉텅이로 가져다 쓰는 것이 무척 부럽다. 물론 안 가본 곳이 너무 많아서 안전하고 알려진 곳만 찾아가도 다 못갈 것 같아서 굳이 위험한 곳을 갈 생각은 없지만.


한 것도 없이 피곤한 하루의 끝이다. 오늘은 잠을 좀 많이 잘 수 있을까? 자다 깨기를 너무 반복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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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소설 누구 경성일보 문학·문화 총서 9
에밀 가보리오.번안 후세 생 지음, 유재진 옮김 / 역락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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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고전 중 고전으로 꼽을 수 있는 에밀 가보리오의 르콕 탐정의 소설을 이렇게나마 접하니 반가울 수 밖에. 원래의 작품 수가 적은 편이고 그나마도 번역된 작품이 많이 없는 터, 직접 접하지 못한 서류 113을 무려 일제시대 식민지 조선에 거주하던 후세 생이라는 정체모를 사람의 번안을 통해 접하다니 이것도 재미있는 인연이다. 


얽히고 섥힌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내는 건 끈질긴 단서추적과 탐문을 통해 가능할 뿐. 홈즈가 비꼰 르콕 탐정의 방식이 안락의자탐정 스타일보다는 훨씬 현실적이다. 매그레 반장도 그랬지만 실제로 사건을 가만히 앉아서 추리해내는 건 어쩌면 logical deduction보다는 신기어린 유추에 가깝게 느껴진다. 물론 홈즈나 포와로도 아주 즐겨 읽었지만. 


프랑스의 지명과 일본의 지명을 섞어 놓았고 등장하는 사람들은 르콕을 제외하면 모두 일본인이다. 무척 신기한 방식의 번안인데 역자후기를 보면 번안이라고 하기엔 상당한 부분은 원작의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왔다고 하니 이런 것도 하나의 장르라고 봐야할지. 


문득 인생도 남의 인생을 번안해서 사는 사람이 떠오른다. 이 소설처럼 무대는 파리, 지역의 명칭과 등장인물은 일본식의 이상한 모양새처럼 여기 저기서 가져다가 누더기처럼 기워서 흉내를 내고 훔친 듯한 삶. 재클린을 따라하지만 기실 에비타처럼 권력자를 하나씩 타고 올라온 화려한 편력. 온 가족과 주변 지인들이 사기와 협잡의 조각들을 하나씩 부여잡은 듯한 삶. 그야말로 번안소설이 따로 없다.


겨우 한 권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바쁘고 충실한 하루였다만 다시 몸을 추스리고 각오한 바에 따라 관리를 잘 해야 그 다음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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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9-16 1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르콕 탐정이라 생소한 이름인데 ˝고전중의 고전˝이라 알려주시네요.

겨우 한 권이 아니라, 한권씩이나입니다. 대단하세요!!

transient-guest 2022-09-16 12:24   좋아요 0 | URL
르코크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구하기 무척 힘든 책이에요. 작가가 일찍 죽어서 책도 많이 안 나왔고 번역되어 나왔던 것도 절판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