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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 북원더러 서진의 뉴욕서점 순례기
서진 지음 / 푸른숲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Book Lover, Book Collector, 그리고 Book Wanderer라는 세 단계로 분류할 때 가장 중증이라는 Book Wanderer인 저자가 약 50일간 뉴욕 일대의 서점들을 순례한 것을 소설형식으로 쓴 글이다.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종류의 책은 언제 만나도 즐겁다.  얼마 전에 읽은 "노란 불빛의 서점"이 San Francisco와 San Jose를 비롯한 북가주의 bay area 일대의 서점들을 다루었다면, 이 책은 뉴욕의 숨은 보석 같은 독립 서점들을 다루고 있다. 

매일 매일 새로운 서점으로 "출근"하여 책을 구경하고, 구입하고, 서점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저자의 삶이 부러운 것은 지금의 내 일상이 살짝 고단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서점들이 자꾸만 없어지고는 있다지만, 아직도 이런 좋은 책 가게들이 뉴욕에만 해도 50-60개가 있으니 (결코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위안을 삼을 일이다. 

책과 서점을 사랑한다는 Book Wanderer인 저자는 그의 책에 대한 사랑과는 별개로 종이책의 미래를 상당히 암울하게 보고 있다.  일단 책을 읽지 않는 세태는 더 이야기 해 봐야 뻔하고, 저자의 이런 추측은 종이값의 상승과 나무의 부족, 그리고 이에 맞춘 자원보호라는 당위성까지 갖춘 전자책 시스템의 대두에 상당한 근거를 빌리고 있다.  벌써 amazon.com과 Borders나 Barnes & Nobles같은 대형서점들, 그리고 ipad만 해도 네 가지 포멧의 전자책이 나온 것인데 과연 이들로 인해 종이책이 사라진다고 할 수 있을까?  나아가서 종이책을 사라지게 하고 통제하기 좋은 전자책만을 남기는 것이 지배층의 목표가 되는 날이 올까? 

나는 단연코 NO라고 하겠다.   

첫째, 전자책은 편리하지만, 전혀 아름답지 않다.  에스테틱만 생각하더라도 책을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치고 (나아가서 책을 읽는 것보다 전시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까지도)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둘째, 전자책은 "소유"란 개념을 대신하지 못한다.  전자책은 편리한 휴대성과 글자체의 조정능력에 있어 종이책보다 분명 뛰어나다.  하지만 과연 인간 고유의 본성인 소유의 (책에도 분명 통용되는) 욕심을 무형화된 데이터가 채워줄 수 있을까?  읽은 것이 무엇인지, 밑줄치며, 책장에 꽂아두는 재미를 어떻게 대신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전자책을 읽게 되는 날이 올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게 된다 하더라도 책을 사는 일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의인 열명이면 소돔과 고모라를 구할 수 있었듯이, 나 같은 사람 열명이면 적어도 한 도시만큼의 책과 서점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Long live the paper-formatted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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