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리의 이별 선물 - 아이에게 죽음의 의미를 따뜻하게 전하는 그림책 I LOVE 그림책
수잔 발리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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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지 한달이 다 되어가지만, 내게는 리뷰 쓰기가 힘든 책이었다. 죽음을 소재로 하기에, 내 아버지가 그립고 시어머니가 생각나 많이 아팠다. 두 분 다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영원한 작별을 받아들이기까지 엄청 힘들었다. 친정아버지와는 사랑의 추억이 너무 많아서 수없는 불면의 밤을 지샜고, 돌아가신 가을이면 혹독한 진통을 겪어야 했다. 그래서 가을은 내게 너무 아픈 계절이었다. 

시어머니는 2년의 항암치료 과정을 함께 겪으며, 서서히 침몰되어가는 당신을 지켜보는 게 버거웠다. 우리들의 어머니가 모두 그러하듯이 끝없는 희생으로 점철된 어머니의 삶이 눈물겨웠고, 제대로 호사를 누리지도 못하고 서둘러 가시는 게 안타까웠다. 어머니의 죽음은 '여자의 삶'을 돌아보게 했고, 혼자서 임종을 지키며 당신 귓가에 속삭였던 내 말의 메아리에 책임을 강요받는 고통도 있었다.  

'오소리의 이별 선물'은 내가 경험한 두 분의 죽음이 너무 아파서 차일피일 했는데, 우리 막내가 적어 놓은 감상이 핵심을 잘 짚었기에 그것으로 대신한다.   


오소리의 이별 선물
------ 중1 겨울방학, 선민경

‘오소리가 우울하대요’의 그 오소리다. 저번 책에서 우울했던 오소리가 이제 나이가 들어 죽을 때가 된 것이다. 자신이 죽을 때가 됐다는 걸 안 오소리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고 안락의자에서 죽는다. 오소리는 죽음을 ‘긴 터널을 달려서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표현했는데, 나는 이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 그림책이니만큼 이해하기 쉬워야하는데, 애들한테 죽음을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소리의 죽음을 슬퍼하던 동물 친구들은 오소리와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두더지의 가위질, 개구리의 스케이트, 여우의 매듭 묶기, 토끼부인의 요리솜씨는 모두 오소리가 가르쳐 준 것이었다. 바로 이것들이 오소리의 이별선물이었다. 따뜻한 이야기였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자라도 사람은 누구나 무언가를 남기고 죽는 것 같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죽음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나는 ‘내가 죽으면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 번 쯤 진지하게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 
 



오소리가 죽은 후, 슬픔을 견딜 수 없었던 동물친구들은 각자 오소리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기며, 그것이 이별선물이었다는 걸 깨닫고 슬픔에서 벗어난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죽음을 이해시키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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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9-03-03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는 긴 터널을 달려서 빠져나가는 날이 오겠지요.
오늘 날씨도 추적추적한 데 남길 수 있는 무엇이 내게도 있을 까를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죽음을 어떤 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 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네요.

순오기 2009-07-22 00:12   좋아요 0 | URL
죽음을 생각해보면 삶을 더 잘 살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소나무집 2009-03-03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 읽을 때마다 좀더 잘 살고 싶어져요.

순오기 2009-07-22 00:1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더 열심히 잘 살아야지, 불끈 다짐하지요.^^

마노아 2009-03-03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보고 왔는데, 더불어 생각나게 하네요. 저번에 '유령이 된 할아버지' 리뷰 보고서 감동 먹어서 사두었는데 아직 보지 못했어요. 이 책도 마음에 담기네요.

순오기 2009-07-22 00:13   좋아요 0 | URL
가까운 사람과의 작별의식~ 중요하다 싶어요.
유령이 된 할아버지~ 눈물나지요.
 
너희들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단다 그림책 보물창고 25
엘리자베트 브라미 글, 얀 나침베네 그림, 이효숙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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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책을 두 권이나 포개놓고 앉은 손자와 할아버지가 피아노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인생 과정을 도란도란 설명하는 내용일까 생각하며, 손자의 눈높이에 맞춰 인생 과정을 어떻게 펼쳐낼지 호기심이 일었다.  

문체는 건조하고 큰 감동으로 다가올 내용은 없었지만, 보통 노인들의 삶을 전달하는 의미는 크게 살아난 책이다. 먼저 노인들의 생활과 심리를 펼쳐놓았다. 점차 늙음이 깊어갈수록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지고, 정든 집을 떠나 자신을 돌봐줄 병원이나 양로원으로 가야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그곳에서 어떤 사람은 친절하고, 때론 함부로 대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인은 바보가 아니고 사랑받기 원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해를 돕도록 한쪽에 펼쳐진 그림에선 가슴 뭉클한 감정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한 노인은 이제 누군가의 도움으로 삶을 멋지게 마무리 할 시간만 남은 것이다.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는 할머니와 계단에 주저 앉은 할아버지는 나를 슬프게 한다.
 

개를 데리고 공원으로 산책 나온 노인들과 아이들에게 이야기 들려주기를 좋아하는 노인들, 하지만 들어주는 아이가 없다면 그것도 슬픈 일이다.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는 우리의 상황에 맞게 약간의 수정을 거쳐 읽어주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기들도 미래에 노인이 되니까, 지금 할머니 할아버지께 잘 해드려야 한다고 이해했다. 마지막 그림 커플 의상이 부러웠는지 많은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랑 커플 옷을 입고 싶다고 했다. 할아버지랑 같은 모자를 쓰거나 목도리를 하고 싶고, 기특한 건 자기가 모은 용돈으로 할아버지랑 같은 운동화를 사겠다는 아이도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손주들이 어울리는 행복한 모습은 보기 좋다.



독후활동으로 할머니 할아버지께 편지를 썼는데, 많은 아이들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 편지를 썼다. 외가와 더 가깝게 지내는 우리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었다. 여자들이 시댁은 어렵고 친정은 편하게 여기는 한 모계사회화 되어갈 우리 모습이 그려졌다.



자기가 어른이 되면 할아버지가 이 세상에 없을 까봐 빨리 어른이 되는 게 싫다고 썼다. 아이들도 자라면 노인이 되니까 할아버지가 외롭지 않게 자주 가겠다는 약속도 썼다. 실천은 엄마 아빠가 도와줘야 할 수 있겠지만, 녀석은 마음은 곱게 읽힌다. ^^ 

내가 25년 전에 '인천 영락원'에 갔을 때, 입구에 써있던 표지판의 글귀는 내게 각인되었다. 
"나 늙어 노인 되고 노인 젊어 나였으니, 나와 노인 따로 없네"
우리가 이 말을 염두에 두고 산다면 노인에게 함부로 하지 않고 섬김의 마음이 더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누구도 가는 세월 잡을 수 없고, 오는 백발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사람이 점점 노인이 되어 가는 것은, '벤자민 버튼'이 아닌 이상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생이다. 왜 우리가 노인을 공경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케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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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2-16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인공경, 정말 필요해요.^^

순오기 2009-02-16 22:48   좋아요 0 | URL
노인이 존경받는 나라가 돼야 하는데~~~ 현실은 갈수록 엉망이죠.ㅜㅜ
우리도 날마다 늙어가는데 말예요.
 
14살, 그때 꿈이 나를 움직였다 - 청소년을 위한 최정화 교수의 파워 멘토링
최정화 지음 / 다산에듀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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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에 누구는 큰 포부를 갖고 일생을 좌우할 꿈을 갖는데, 보통은 그냥 어영부영 보내지 않을까? 나의 열네 살에도 소박한 꿈은 있었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 삼남매의 열네 살, 이제 막내가 그 울타리를 넘어 갈 때라 민경이를 위해 구입했다. 책 제목처럼 자신의 꿈을 꽉 움켜잡을 수 있도록 영향을 끼칠 것을 기대하면서... 그런데 어제 좌르르 읽고 써 논 감상문을 보니 엄마의 기대를 배반하는군.ㅜㅜ 학교에서 직업 교육할 때 KBS 기자를 만나곤 기자가 되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펼치더니만, 이 책을 읽고 나선 왜 자기의 꿈 한자리도 펼쳐 놓지 않은 걸까? 아쉽지만 그래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니 그것으로 만족하고, 솔직한 감상이 제일이다 싶어 올린다.

 
14살의 꿈    중학교 1학년 선민경

14살이면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 나이였다. 아니, 생일 안 지났으니 아직 14살이려나. 내 또래에 엘리베이터에서 불어로 말하는 외국인을 보고 불어의 매력에 빠져 ‘꿈’을 정한 것이다. 그날부터 국제회의 통역사가 되기 위해 글쓴이 최정화 선생님은 무척 노력했다. 본인 스스로도 그 시간 동안은 자기 인생에서 없었던 시간이라고 할 만큼. 처음에는 수업을 따라가지도 못 했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장학생까지 되었다. 대단한 사람이다, 정말. 지금은 한국이미지커미니케이션연구원(CICI)를 설립하여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이 책은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또 여러 가지 성공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꿈을 이루는 법을 조언하고 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한 금융 회사의 면접 문제였다. 잘 차려입은 신사와 청소부 차림의 남자가 있으면 누구에게 투자 상담을 하고, 선택한 사람의 자산이 어느 정도 될 건지 쓰는 거였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답이 누구일지 생각해 봤다. 답은 둘과 대화를 해 본다는 것이었다. 진정한 투자 컨설턴트는 고객을 두고 편견을 가지면 안 된다고 합격한 사람이 썼다. 꼭 투자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난 그닥 열정이 없는 편이다. 성공을 쫓아 열심히 달려가 그것을 이루기보다는 그냥 안정적으로 먹고 살만한 삶을 택하는 사람이다. 그런 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맞는 건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런 생각이 들 때 한 번쯤 봐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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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9-01-07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던 바 아니지만 민경이 아주 똘똘하네요.^^ 지금 생각하면 제일 왜 그랬을까 싶은게 고등학교 무렵부터 대학시험 치를때까지는 책을 전혀 읽지 않았던 거예요. 그때는 책 읽으면 공부 안하는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참 어리석기도 했지요. 물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핑계도 있지만요;;그 시절에 좀더 삶에 대한 여러 경험들을 다룬 책을 보았더라면 대학생활도 지금의 생활도 좀 달랐겠다 싶은 생각이 종종 든답니다.

순오기 2009-01-07 16:58   좋아요 0 | URL
그러게 왜들 그랬을까요?
그 시절을 다시 되돌린다 해도 역시 또 그럴거 같지 않나요?ㅎㅎ
생각에 머물지 말고 실천을 해야지요~ ^^

마노아 2009-01-07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 넷, 열 다섯이면 아직도 어릴 법한 나이이건만 민경이는 참 성숙해요. 야무지기도 하구요. 꾸준한 독서 환경이 아이의 생각 창을 높이와 넓이, 깊이를 모두 책임져 준 걸 테지요. 제가 다 으쓱이에요!

순오기 2009-01-07 16:58   좋아요 0 | URL
엄마가 읽고 쓰라니까 성의없이 대충 썼다네요.
좀 성의있게 쓰면 좋으련만...

2009-01-07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7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흙 2009-01-07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이 많은 아이로군요. 민경이.^^ 열정은 생각을 바탕으로 튀어나올 거예요. 독후감 간명하고도 잘 쓰네요.

순오기 2009-01-07 16:59   좋아요 0 | URL
엄마가 쓰라니까 대충 썼대요~ 그래도 흔적이라도 남기는 게 장하다 싶어서 칭찬해줬어요.^^

bookJourney 2009-01-07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경이, 정말로 똑소리나게 글을 썼네요~.

순오기 2009-01-07 21:22   좋아요 0 | URL
이런 칭찬 들려주면, 민경이는 잘 못 썼는데 그런다고 부끄러워 해요.
언니가 하는 말, 다른 애들이 잘 못 쓰니까 그래~ ^^

치유 2009-01-07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충 쓴것이 이런다면...아..야무지네요..솔직하기도 하구요..

순오기 2009-01-08 18:25   좋아요 0 | URL
하하하~ 겸손을 위장한 자랑이 됐나요?
책을 읽고 리뷰를 써야 책 한권에 용돈 천원 주니까, 용돈 없으면 니가 수고해서 벌어라~~ 이런 엄마예요.
 
지식 e - 시즌 3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3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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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에서 방송되는 '지식채널e'를 시청하면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감동의 울림은 상당히 오래 지속된다. 배경음악과 영상이 어우러져 더 큰 감동을 주는 듯하다. 이렇게 영상으로 담아낸 우리 시대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는 즐거움도 컸다. 부담스럽지 않은 짧은 분량이라 토막 시간에 어떤 곳을 펼쳐 읽어도 울림이 있는 책이다. 차례로 좌르르 읽지 않고 여기 저기 골라 읽으니 꽤 오랜동안 읽게 된다. 사진에서 받는 감동과 사건의 전후 배경을 알 수 있는 상세한 해설이 곁들여져 좋았다. 특히 용어나 어휘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알 수 있어, 개념 없다는 책망을 받는 요즘 젊은이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되겠다. 또 관련된 책을 소개해서 관심분야에 깊이 있는 독서를 유도하는 것도 좋았다.  

특히 일반책보다 가로폭이 좁으니 핸드백에 쏙 들어가서 갖고 다니며 읽기에 좋다. 알라딘에서 댓글을 최고 많이 달았다고 뽑힌 순오기, 그러느라 책에 집중할 시간이 있었겠어요?^^ 학교갈 때 핸드백에 넣고 가서 쉬는 시간에 짬짬이 읽거나 수업 마치고 바로 돌아오지 않고 책을 읽으니까 그래도 좀 읽게 되더군요. 하지만, 이 책은 아직 읽는 중이라 중학교 1학년 막내가 적어 둔 감상으로 먼저 올린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수업자료로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친숙해서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책으로, 연말연시나 졸업과 입학 시즌에 중.고등생이나 선생님들께 선물해도 좋을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을 보는 눈, 진실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거라 생각한다.

쓰디 쓴 진실을 일깨우는 책  - 중학교 1학년 선민경 


지식 e 3권은 'homoartex', 'homoviolence', 'homoethiques'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미술선생님이 종종 수업시간에 지식채널 e를 보여주시고, 가끔 시험에도 출제하시기 때문에 이 책이 반가웠다. 군데군데 아는 내용도 있어서 더 그랬다.

이 3권은 ‘사람’에 대해 말하는 듯 했다. 팀 버튼이나 화가 프리다 칼로 같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나, 태평양 전쟁이 끝나고 일본에 남은 조선인들의 마을 우토로, 구직광고에 속아 북파된 사람들의 ‘Y 공작 프로젝트’, 언론의 자유를 지키려다 해직된  동아일보 기자들 이렇게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한다.

내가 가장 충격 받았던 이야기는 ‘버튼을 누르지 않은 이유’라는 이야기였다. 이것은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복종 실험’에 대한 것이었다. 광고를 보고 온 평범한 실험 지원자와 학생이 칸막이를 사이에 둔다. 학생이 한 문제를 틀릴 때마다 15V씩 높아지는 전기충격들. 실험 진행자들은 모든 건 주최측이 책임지겠다며 계속 전기충격을 주라고 했다. 주최측은 450V까지 전기충격을 가할 수 있는 사람이 0.1%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참가자 중 35%만이 300V에서 명령을 거부했다. 난 이걸 보고 경악했다. 실험 전 예일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비인간적인 행위를 가할 수 있다는 질문에 ‘그럴수 없다’가 92%가 나왔었다. 그러나 결과는 끔찍했다. 어느 모로 보나 평범한 사람들이 300V이상의 전기충격을 학생에게 가했다. 내가 그 상황에 있었다면, 나는 과연 버튼을 누르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면 주최측이 모두 책임지겠다는 달콤한 말에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며 버튼을 누를까? 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그러지 않을 것이다.

지식 채널 e는 이렇게 쓰디 쓴 진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우리에게 진실을 일깨워주는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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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2-24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경이는 독후감을 어디다가 써요? 성주는 알라딘에 쓰는데 민경이는 공책에다가 쓰나요? 그게 궁금했어요. ^^

순오기 2008-12-25 16:06   좋아요 0 | URL
민경이는 방학에만 독서록에 정리했는데 중학교 가니까 수행평가만 독서록에 쓰고요, 보통때는 컴퓨터에 써놓으면 엄마가 알라딘에 올리는 것으로 끝내죠. 성주나 민경이나 엄마가 써라 하니까 반어거지로 한다죠. 책을 읽고 기록을 남겼을 때 용돈을 주거든요.ㅋㅋㅋ
 
도덕을 위한 철학통조림 - 매콤한 맛 1318을 위한 청소년 도서관 철학통조림 1
김용규 지음, 이우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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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교육청 논술대회에 나가는 민경이가 선정된 도서라서 읽고 정리했다. 이런 책은 읽기 싫다고 지레 겁먹더니... 어제 학교에 가져가 틈틈히 읽었고 나머지는 한밤에 다 읽고 정리 해 놓았다. 후기를 보니 재미있게 읽은 모양이다. 이 시리즈로 '달콤한 맛'도 있는데 급호감을 갖는다.^^  아침 8시까지 학교로 오면 담당선생님 차로 간다는데, 솔직한 네 생각대로 잘 쓰고 오렴~ 민경 아자아자!!

철학이란 꼼꼼히 따져보는 것       -중1 선민경-

이 책은 약속은 왜 지켜야 하나, 거짓말은 언제나 나쁜가? 이기주의는 과연 나쁜가? 아홉 사람을 위해 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을 방법은 없나? 등 언제나 당연하다고 더 이상 생각해 보지 않았던 질문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난 애초에 이런 철학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괜히 헷갈리게 만들고 순 말장난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사례부터 시작해서 궁금증을 유발한 뒤, 점점 깊은 이론으로 들어간다. 철학가인 아빠가 궁금증 많은 딸의 질문을 천천히, 이해심 있게 설명해 준다. 난 특히 이 말이 마음에 들었다.

‘철학이란 단지 꼼꼼히 따져 보는 것이란다.’
‘물음표와 느낌표를 자꾸만 주고받으면서 잘못된 상식을 깨뜨리는 일, 그것이 바로 철학이란다.’

 

꼼히 따져보기만 하는 것이 철학이라니,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어려운 말과 이론은 감수해주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내가 이 책에서 놀랐던 것은 ‘착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을 방법은 없나’에서 나온 죄수 딜레마 부분이다. 이 죄수 딜레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여러 개의 프로그램들을 서로 200번식 대결시켰는데, 모두 우승한 것이 가장 짧고 간단한 ‘팃 포 탯’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보복’, 또는 ‘욕에는 욕’이라는 뜻을 가진 이 팃 포 탯은, 처음에는 이타적으로 협조하되, 그 후에는 상대편이 이전에 취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라는 것이다.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프로그램이었다. 결국 지는 것은 처음에 한 번 뿐으로, 결과적으로 이기적인 방법보다 나은 것이다. 성서에서는 한 쪽 뺨을 맞으면 한 쪽도 내주라, 속옷을 원하면 겉옷도 내주라 등 어찌 보면 자기 자신조차 챙기지 않는 것 같은데, 이 ‘팃 포 탯’ 전략은 자신도 챙기고 이기적인 사람도 혼내주고, 이타적인 사람과는 돕고 지내 가장 똑똑한 방법인 것 같다.

예부터 수많은 철학자가 있어왔다. 칸트, 니체,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등등.. 이들이 각각 저마다 이론을 내세우고, 그것을 실현시키려 애 써왔다. 철학이란 게 특성상 사람의 생각에 달린거니 어쩔 수 없지 싶다. 그러나 이토록 많은 사상과 주의에 싸여 있으면 이 말도 맞는 것 같고, 저 말도 맞는 것 같아 헷갈린다. 그래도 문제마다 꼼꼼히 생각해 보고,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면 그것이 자신의 철학 아닐까? 언젠가 꼬마 철학자가 될 나의 모습이 떠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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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11-07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에 줄줄이 나온 철학자들과 그 이론에 질렸던 기억이 나요.
민경이가 쓴 글을 보니 민경이는 그런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
민경이, 논술대회 잘 다녀왔지요?

순오기 2008-11-08 10:14   좋아요 0 | URL
선생님들이 재미있게 가르치면 되는데~ 너무 졸립게 가르친단 말이죠.ㅜㅜ
논술대회 잘 마치고 왔는데 결과는 기다려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