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색은 다 달라요 - 다인종.다문화를 이해하는 그림책 I LOVE 그림책
캐런 카츠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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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게 세가지 기억
카렌 카츠의 그림책을 선물했던 이질녀 딸 덕분에 이모할머니가 되었고,
흑인을 주인공으로 한 최초의 그림책 에즈라 잭 키츠의 <피터의 의자>와
2007년 8월에 시작한 흑인청년과의 짧은 동거 홈스테이를 생각나게 했다.

<살색은 다 달라요>라는 제목에 걸맞게
피부색이 모두 다른 속지의 손 그림이 팍 들어와 박힌다.

우리 어릴 땐, 크레파스의 '살색'이란 이름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는데
다인종 시대에 백인 기준에 맞춘 '살색'이란 명칭이 얼마나 큰 오류인지 분명히 안다.

일곱 살 레나를 주인공으로 화가 엄마가 색깔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며
세상엔 얼마나 많은 색깔이 있는지 현장학습으로 알려주는 책이다.

의류 디자인, 직물 아트, 그래픽 디자인 일을 한 화가답게
다양한 직물과 색채를 활용한 전작 그림책과 다르지 않은 솜씨가 반갑다.
다양한 직물 무늬와 색채들이 자칫 산만해 보이지만 카렌 카츠의 특징으로 접수한다.

엄마는 색깔을 설명하면서 먹는 음식으로 비유한다.
레나는 계피색인데 먹을 수 있다고 말하고 엄마와
엄마는 노릇하게 살짝 구운 식빵 색깔이라고 말하는 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하지만 피장파장이다.ㅋㅋ

오~ 다양한 피부색을 알려주기 위해 산책에서 만난 친구들을 등장시킨다.
소니아는 연한 황갈색으로 레나가 좋아하는 땅콩버터 잼 같고
이자벨은 진한 초콜릿빛 갈색이라 컵케이크 같고
루시의 살색은 잘 익은 복숭앗빛 황갈색이란다.
미나는 벌꿀색이고, 사촌 카일은 낙엽과 비슷한 다갈색
카를로스는 밝은 코코아빛 살색이고, 로지타는 캐러멜맛 사텅처럼 연한 갈색
피자가게의 펠레그로노씨는 갓 구운 파자의 빵처럼 황금빛 갈색이고
레나의 보모 캔디 아줌마는 불그스름한 구빛빛과 잔한 호박색을 띤 보석 같단다.
생강과 후춧가루 같은 카슈미르씨와
코코넛 커피맛 사탕처럼 황갈색으로 그을린 케티 이모까지 등장인물도 다양하다.

각기 다른 피부색을 보여주기 위해 클로즈업한 다양한 얼굴 표정과
아이들 눈높이 이해를 위해 음식에 비유한 묘사도 참신했고
공원 벤치에 앉은 사람들 다리 색깔로 모두 다른 피부색을 확인시킨다.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저마다 아름다운 빛깔을 갖고 있음도 확인시킨다.

레나는 오늘 엄마와 만났던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노랑 빨강 검정 하양~ 물감을 섞어 다양한 살색을 만들어낸다.
계피, 초콜릿, 벌꿀, 커피맛 사탕, 캐러멜맛 사탕까지...
마침내 모두 다른 살색을 만들어 아름다운 얼굴을 완성한 뿌듯함에 취한다.

아무 생각없이 '살색'을 받아들였던 우리 세대와 다르게
다인종 시대를 사는 어린이들은 다양한 피부색을 인정하고 배려해야 한다.
허울뿐이며 때론 폭력적인 '단일 민족'이란 의식을 벗어버리고
피부색과 관계없이 다인종 다문화 시대를 이해하고 더불어 사는 것을 배우기 좋은 책이다.


책으로 다인종과 다문화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걸 배웠다면
생활속에서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자연스레 체험하는 것도 좋겠다.
식탁에서 이루어지는 다인종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살아있는 교육이니까!

원어민 샘을 데리러 서울에 갔던 교감샘은 학교에 배정된 선생님이 흑인이어서,
혹시라도 우리집에서 거부할까 봐 전화를 했었고,
홈스테이를 허락할 때부터 흑인이라고 편견을 갖지는 않겠다 작정했기에 염려말라 답했었다.
아직도 흑인을 차별하거나 다인종을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한 우리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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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1-08-0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인종과 다문화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도 배워야죠.^^ 좋은 책이네요.^^

순오기 2011-08-02 15:25   좋아요 0 | URL
어린 아이들에게 다인종을 인정하고 배려심을 배우기에 좋은 책이죠.

마노아 2011-08-02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바람직한 책이네요. 그림이 어쩐지 낯이 익다 싶은데 제가 아는 책은 없어요. 다른 작가의 그림 스타일과 비슷하다고 느꼈나봐요.^^

순오기 2011-08-02 15:26   좋아요 1 | URL
아주 바람직한 책 맞아요~ ^^
카렌 카츠의 유아를 위한 책을 많으니까 다른 책을 봤을지도...

소나무집 2011-08-02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인종 다문화와 친해지는 방법은 가까이에서 자주 접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학교 영어쌤이 흑인이라든지, 동네 슈퍼 아줌마가 베트남 사람이라든지 뭐 이렇게...

순오기 2011-08-03 09:56   좋아요 1 | URL
맞아요, 가까이에서 자주 만나면 친해지고 이해하고 배려하게 될 거 같아요.
우리집 주변엔 외국인이 엄청 많아서 다인종 시대를 실감해요.

마녀고양이 2011-08-02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다인종 다문화에 익숙해진 듯 해서 다행이예요.
그 과정에서 고생하신 분들도 많으실거구요. 한발 한발 나아가는 듯해서 좋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꼭 거꾸로 가는 사회만은 아니겠지 싶어요... ^^

순오기 2011-08-03 09:57   좋아요 1 | URL
점차 발전해가는 게 있으니 살만한 세상이라 해야겠죠.^^

양철나무꾼 2011-08-03 1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살색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데,
스카웃에서 홈스테이할때, 음식과 접대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 망설이게 돼요.
순오기님은 정말 대단하세요.
정갈한 상차림 부러운걸요, 저도 홈스테이 시켜주세요~^^

순오기 2011-08-04 01:10   좋아요 1 | URL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영어를 못하니까 용감했던 거죠.ㅋㅋ
상차림은 큰댁에서 추석날 아침이었어요.
 
해골 아저씨 - 별하나 그림책 6
고미 타로 지음, 백승인 옮김 / 달리 / 2004년 8월
절판


우리집에 달리(이레) 그림책이 두 권 있다.
고미 타로의 <해골 아저씨>와
미야니시 타츠야의 <고녀석 맛있겠다>

달리는 4가지 단계의 그림책이 있다.
1.혼자 책을 읽지 못하는 어린이를 위해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읽어주는 <별하나 그림책>
2.이제 막 혼자 책을 읽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어린이를 위한 <별둘 그림책>
3.어떤 책이든 거뜬히 읽고 책에 담긴 문학적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어린이를 위한 <초등학생 그림책>
4.어린이의 알고 싶어하는 욕구를 만족시켜 주고 학습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식 그림책>

해골 아저씨는 글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읽어주는 <별하나 그림책>이다.
디자인을 공부한 고미 타로의 그림은 단순하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다.
색깔도 많이 쓰지 않으면서 강렬한 느낌에 호기심을 끌어 당긴다.



어떻게 해골 아저씨를 그림책 주인공으로 삼을 생각을 했을까?
커다란 동그라미로 두 눈만 콕 박아 놓은 해골이 충격적이다.
하지만 해골이 오싹하게 무섭지는 않다. 오히려 친근감이 느껴진달까~ ^^
글자를 몰라도 그림을 꼼꼼히 살펴보면 힌트가 들어 있다.

잠자리에 들었던 해골 아저씨,
무언가 잊어버린 듯 께림칙한 느낌에 벌떡 일어났는데
대체 무얼 잊어버렸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그냥 잘 수도 없고...

"자명종 맞춰 놓는 걸 잊었나?"
해골 아저씨는 일찍 일어날 일도 없는데...

고미 타로 아저씨는 그림 속에 힌트를 숨겨 놓은 친절과
다음 장면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미리보기처럼 살짝 보여 준다.
누웠다가 벌떡 일어난 해골 아저씨는 오른쪽에 그려진 저 문으로 걸어 나갈까...

맞다~~ ^^
선과 면과 색으로 구별한 문과 벽과 계단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해골 아저씨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호기심 가득한 어린 독자를 추리의 세계로 끌어당긴다.

잊어버린 게 무언지 찾아내려는 해골 아저씨
빨래하는 걸 잊었나?
전화 거는 걸 잊었나?
편지 보내는 것을 잊었나?
대체 뭘 잊어버린 거지?
경찰아저씨한테 물어볼까?

거리로 나선 해골 아저씨가 가는 곳과
만나는 사람들의 다양함을 의도하듯 색깔도 제법 많이 쓰였다.
어린 독자에게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주고 싶은 고미 타로의 센스가 돋보인다.

병원에 예약을 했던가?
머리 다듬는 걸 잊었나?
밥 먹는 걸 잊었나?
어디 갈데를 잊었나?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걸 잊었나?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해골 아저씨에게 필요한 일은 아니다.
책을 읽어주는 어른이 묻고
어린이가 대답할 시간을 주는 것은 기본이다.
"그건 그래."

백화점 안을 구석구석 돌아다닌 해골 아저씨
다리도 아프고 힘들어서 잠시 쉬는데
아직 돌지 않은 한 곳이 생각났다.
거기가 어딜까?
답은 그림 속에 보인다~^^

설마~~~~ 해골 아저씨가 '쉬'를 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건 그래."
해골 아저씨가 오줌을 누다니 말이 한 되잖아.ㅋㅋ
화장실 문의 손잡이는 해골 아저씨를 엿보듯 눈동자가 쏠려 있다.^^

아아악~ 드디어 생각났다!!

흐흐흐~ 어린 독자들도 눈치 챘을까?
해골 아저씨가 잊어 버린 게 뭔지 말야~^^

화장실 세면대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본 해골 아저씨가 깨달은 건
"맞아~~ 양치질이야!"

잠자기 전 이를 닦는 걸 깜박 잊었던 해골 아저씨는
집으로 돌아와 깨끗이 이를 닦고 안심하고 푹~ 잠이 들었다지요.^^

겊표지를 들추면 이런 그림이 나온다.
고속도로 휴게실을 안내하는 교통표지판처럼

음식을 먹거나, 잠들기 전에는 꼭 양치질을 해야 된다는 걸
해골 아저씨를 주인공으로 흥미로운 추리 그림책으로 재밌게 만들어 준
고미 타로 아저씨 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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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7-31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핫, 귀여워요! 고미 타로의 그림은 무척 단순해서 눈길이 잘 안 갔는데 이 책을 보니 호기심을 잔뜩 끌어당깁니다. 궁금해지는 책이에요.^^

순오기 2011-08-01 12:28   좋아요 0 | URL
고미 타로 그림책은 귀여워요~ 그림도 선과 면으로 단순하지만 색깔은 산뜻한 느낌이 좋아요!

희망찬샘 2011-08-02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좋은데요. 양치질을 잘 하자! 공부를 하면서 달달이 콤콤이 읽어줬는데, 이 책을 읽어주는 것이 훨 나았겠어요. 접수합니다. ^^

순오기 2011-08-02 01:57   좋아요 0 | URL
흐흐~ 이 책에서 양치질을 꼭 해야 된다는 걸 분명하게 깨달을 듯.^^
 
윌리와 악당 벌렁코 웅진 세계그림책 27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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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 최고의 주인공 윌리는 사랑스런 고릴라지요.
윌리는 무엇 하나 잘 하는 게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음악 듣는 걸 좋아하고, 여자 친구 밀리와 공원을 거니는 걸 좋아했어요. 

앤서니 브라운은 소파를 좋아하는지 그의 그림책엔 소파가 많이 나온다.
그것도 알록달록 예쁜 소파다.^^


  

어린 독자들은 무얼 좋아하는지, 이 책을 보면서 곰곰 생각케 하는 앤서니 브라운은 정말 어린이를 좋아하나 봐요. 
내가 좋아하는 건 무얼까...  
윌리는 좋아하는 게 많지만, 축구는 정말 못했어요. 하지만 윌리는 축구를 잘하기 위해 애를 썼어요. 

 
 

윌리는 자전거 경주를 하면 무척 열심히 했고, 가끔은 수영장에도 갔어요. 
자신이 없고 겁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어요.  
그럼요, 잘 하는 것보다 겁내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게 더 중요하지요.

 

윌리는 말리와 같이 극장에도 갔어요. 슬프면 눈물도 흘릴 줄 아는 윌리는 감정이 풍부했지요.
하지만 친구들은 그런 윌리를 놀려대요. 슬픈 감정을 눈물로 표현하는 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놀림을 받을 때마다 윌리는 점점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었을 거 같아요.
어느 날 윌리 앞에 악당 벌렁코가 나타났어요. 다른 친구들은 모두 쫄아서 도망쳤지만, 윌리는 도망치지 않았어요. 

  
  
 
윌리는 악당 벌렁코도 겁내지 않고 물리쳤어요. 악당 벌렁코는 제 힘만 믿고 으스대다가 결국 망신을 당한거지요.
윌리는 악당 벌렁코를 물리치고선, 그동안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되찾았겠죠? 친구들은 윌리를 자랑스러워했고.... ^^ 
윌리는 악당 벌렁코를 물리친 뒤에는 자전거도 더 잘 타게 되었을 거에요.

  

잘 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던 윌리는, 사실은 잘 하는 게 많았는데 자신감을 잃어버려서 깨닫지 못했던 것 뿐이에요.
자~ 어린이 친구들은 무얼 잘 하는지 생각났나요? 윌리처럼 자신감을 찾았다면, 윌리처럼 씨익~ 웃어 보아요!! 

 
엄마 아빠와 같이 무얼 잘하는지 찾아보아요.
엄마는 음식을 잘하고  
아빠는 무거운 걸 번쩍 들 수도 있고 

나는 그림을 잘 그리고
엄마 아빠의 심부름도 잘 할 수 있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 수도 있어요. 

친구를 위해 양보할 줄도 알고 
친구를 놀리거나 무시하지 않아요.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던 어린이도
잘하는 것이 무언지 구체적으로 적어보면
아주아주 많다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앤서니 브라운이 어린이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어린이는 누구나 윌리처럼 잘하는 게 있으니까
절대 겁내거나 위축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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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까투리
권정생 글, 김세현 그림 / 낮은산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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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책을 보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아이에게 이런 얘기를 들려줘도 될까 살짝 망설여지고,
단단히 마음 먹고 읽어도 울컥 가슴이 뜨거워 눈물이 흐를테니까....   

예전에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라는 영화가 나왔는데, 이 책은 영화 제목과 딱 맞는 이야기다.

개미 한 마리도 밟지 못한다는 고운 심성의 권정생님 어머니는
아들의 병구완을 위해 산과 들에 나가 약초를 캐고, 개구리와 뱀을 잡아 껍질을 벗기는 일도 마다하지 않으셨단다.
권정생 선생님은 그런 어머니를 스물일곱에 여의고, 평생 고생만 하신 어머니를 늘 그리며 사셨다.
어머니의 사랑이 어떤 건지 보여주며,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담긴 사모곡으로 읽힌다.
 
 

어머니란 어떤 분이고, 모성애란 어떤 것인지 아이들도 알아챌 수 있는 눈높이 그림책이다.
모성애는 죽음도 뛰어넘는 위대한 사랑이다.
혹시, 아이들이 이 책을 보고 엄마 까투리의 죽음에 충격받거나 엄마를 잃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도록 보듬어줘야 한다.

 

꽃샘바람이 불던 날, 산불이 나서 온 산이 만산홍엽처럼 불길에 휩싸였다.
새들과 다람쥐, 산토끼와 노루, 멧돼지도 모두 먼 곳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뜨거운 불길에서도 도망갈 수 없는 엄마 까투리가 있었다.  

 

산골짜기 다복솔 나무 아래서 아홉 마리 새끼들과 불길을 피해 허둥지둥 쫒겨다니는 엄마 꿩은
삐삐 삐삐 엄마를 부르며 성냥개비 같은 작을 발로 종종 쫒아다는 꿩 병아리들을 보살펴야 했다.
하지만 오른쪽이나 왼쪽, 위쪽이나 아래쪽으로 가봐도 사방이 불길에 휩싸여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아, 엄마 꿩은 어린 새끼들을 이 불속에서 어떻게 구해낼까? 
불길이 덮치자 혼자 날아 올랐던 엄마는 다시 새끼들 곁으로 돌아오고
다시 뜨거운 불길에 또 날아 올랐다 돌아오고....  수없이 반복한다.


 
엄마 혼자는 날아 올라 불길을 피할 수도 있었지만, 아직 날지 못하는 어린 새끼들을 두고 도망칠수는 없었다.
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새끼를 두고 도망칠 수 없는 엄마 마음을 아는데... 



엄마 까투리는 새끼들을 날개 아래로 불러 모아 품에 안았다.,
꿩 병아리들은 사나운 불길 속에서도 엄마 품에 있으면 무섭지 않았고, 
엄마 까투리는 뜨거워서 뜨거워서 달아나고 싶어도 꼼짝하지 않았다.

불길이 기어코 엄마 몸에 붙어 머리와 등과 날개가 한꺼번에 타올랐지만
엄마 까투리는 그래도 꼼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품속 아가들을 위해 두 날개를 꼭꼭 오므리고 꼼짝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

  

알록달록 화려한 김세현 화가의 그림은 처절한 아름다움을 담아 비장감이 느껴진다.
너무나 고운 그림에 담긴 엄마 꿩의 자식 사랑이 뭉클뭉클 가슴에 와 닿았다. 

 

새까맣게 불타버린 숲, 엄마 꿩과 새끼들은 어떻게 됐을까?
가슴이 조마조마 옥죄어온다. 꼭 살아남아야 할 텐데........ 

사흘 쯤 뒤~ 나무꾼 박서방 아저씨는 불 탄 산으로 올라갔다가 새까맣게 탄 엄마 까투리를 발견했다.
"어엉? 가엾게도 어쩌다가 여기서 타 죽었을까!" 
가까이 다가가자 발자국 소리에 놀란 꿩 병아리들이 엄마 품에서 쏟아져 나왔다.
아홉 마리 모두 솜털 하나 다치지 않고 무두 살아 있었다. 

햐~~~~~~~ 얘네들은 어떻게 그 불구덩이에서 살아 남았을까?  

  

박서방 아저씨는 날마다 산으로 올라가봤다.
새끼들은 새까맣게 죽은 엄마 품에서 잠을 자고 나와 먹이를 찾아 다녔다.
배가 부르고 날이 어두워지면 다시 새까만 엄마 품으로 들어가 함께 모여 보듬고 잠들었고....

엄마 냄새가 남아 있는 그 곳에서 잠들기를 열흘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자
꿩 병아리들은 깃털이 돋아나고 날개도 카다랗게 자랐다.

하지만 엄마 까투리는 비에 젖고 바람에 쓸려 점점 모습이 변해 갔고,
앙상한 뼈대만 까맣게 남아 있던 엄마 까투리는 온몸이 바스라져 주저앉을 때까지 세끼들은 지켜냈다.

 

새끼들은 이제 엄마가 없어도 혼자 살아나갈 수 있을 만큼 자랐다. 

아~~~~ 엄마가 온몸으로 불길을 막아 저희들을 살렸다는 걸, 꿩 새끼들은 알까......... 
슬프고도 아름다운 엄마 까투리의 사랑은, 바로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다.
세상이 아무리 험악하고 흉흉한 소식이 끊이지 않아도, 엄마 까투리 같은 엄마가 훨씬 더 많다.
우리 엄마도 이렇게 사랑했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그리고
나는 우리 삼남매에게 이런 엄마가 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지, 다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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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5-27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숙연합니다..

순오기 2011-05-27 21:59   좋아요 0 | URL
예~ 숙연해집니다.

마녀고양이 2011-05-28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여 이런 책은 아이들이 아닌, 부모에게 읽히려고 쓰시는게 아닐까 시퍼요.
요즘 부모같지 않은 부모도 워낙 많으니까요.
얼마 전에 뉴스에서 봤던 아동 학대 상황이 잊혀지질 않아요.

그러게요, 모성이란 저런건데요. 우리는 동물보다 못 한거 같기두 해요.

순오기 2011-05-30 09:42   좋아요 0 | URL
아이를 낳았다고 다 '엄마'가 되는 건 아닌 듯해요.ㅜㅜ
엄마 까투리는 아이들보다는 엄마들이 더 감동받는 듯~

희망찬샘 2011-05-2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상했던 것은 이 책을 읽어 주면서 저는 슬픈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더라는 거였습니다. 가만 생각 해 보니 엄마의 죽음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너무나도 먼 뒷날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거였습니다. 엄마의 큰 사랑을 느끼기엔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어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저도 아끼는 책입니다.

순오기 2011-05-30 09:43   좋아요 0 | URL
엄마의 사랑은 '엄마'가 되어야 제대로 아는 것 아닐지...
 
길 아저씨 손 아저씨 우리 그림책 1
권정생 지음, 김용철 그림 / 국민서관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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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7일에 돌아가신 권정생 선생님.
선생님은 돌아가셨어도 남기신 작품으로 만날 수 있으니 고맙습니다.

선생님은 1937년 일본에서 태어나 권경수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우리에겐 그 분의 삶처럼 바른 이름 '정생(正生)'으로 기억되는 분입니다.

'옛날에 두 아저씨가 있었어요.'
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은 가슴 뭉클한 우리의 옛이야기이다.
'훨훨간다'처럼 권정생 선생님의 입말과 김용철 화가의 파스텔톤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이 이야기는 4학년 1학기 듣기.말하기.쓰기에 실렸습니다.

윗마을 길 아저씨는 두 다리가 불편해
어릴 때부터 방안에서 꼼짝 못하고 앉아서만 살았대요.
부모님이 계실때는 잘 보살펴 주셔서 그런대로 살았지만...


아랫마을 손 아저씨는 태어날 때부터 두 눈이 보이지 않아서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으면 집안에서만 더듬거리고 살았대요.

하지만, 나이 드신 부모님이 언제까지나 함께 살수는 없지요.
세월이 흘러 길 아저씨 부모님도 손 아저씨 부모님도 세상을 떠났어요.
이제 고아가 된 두 사람은 어떻게 살아나갈까요?

길 아저씨는 방 안에 꼼짝 않고 앉아서 슬프게 울었어요.
두 다리를 못 쓰니까 아무 데도 나갈 수 없잖아요.

손 아저씨는 눈은 안 보여도 두 다리는 멀쩡하니까
지팡이를 짚고 더듬더듬 끼니를 구걸하러 나갔고...

손 아저씨는 대추나무집 할머니에게
윗마을 길 아저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는 그리로 데려다 달랬어요.

두 사람은 금세 마음이 통해 서로 도와가면서 살기로 했어요.

앞을 못 보지만 두 다리가 튼튼한 길 아저씨는 손 아저씨를 업고
다리를 못 쓰는 손 아저씨는 앞을 볼 수 있으니
길 아저씨 등에 업혀 그의 눈이 되어 주면 되니까요.

길 아저씨와 손 아저씨는 그날부터 서로의 다리가 되고 눈이 되어
늘 함께 한 몸처럼 살게 되었어요.

부족함을 채워주고 서로 돕는다는 게 뭔지 제대로 알게 되었지요.
때론 일감을 주는 집이 있어 새끼도 꼬고 짚신도 삼으며 부지런히 일했어요.

그렇게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가고 세월이 많이 흘렀어요.

길 아저씨와 손 아저씨의 솜씨가 점점 늘어나 온갖 물건을 만들었어요.
지게도 다듬고 바소쿠리와 봉태기도 만들고 멍석도 짜고 깨끗한 돗자리도 엮었어요.
이제 길 아저씨와 손 아저씨는 남에게 기대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어요.

길 아저씨는 강 건너 숙이한테 장가를 가고
손 아저씨는 연이한테 장가 들었어요.
두 아가씨는 착한 아저씨한테 반해 버린 거지요.^^
두 아저씨는 부지런히 일해서 나란히 집을 짓고
사이좋은 이웃으로 함께 도우며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요.


표지를 넘기면 꼭 닫힌 문이 나오고 맨 뒤에는 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닫힌 문을 여는 것처럼 사람도 마음 문을 활짝 열면 서로 돕고 살 일이 보이겠지요.

우리 옛이야기를 재미지게 들려준 권정생 선생님은
길 아저씨와 손 아저씨한테 배운대로 우리도 서로 도우며 살기를 바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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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1-05-22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는 이야기이지요. 저도 이번 주에 울반 아이들에게 읽어 주려구요. 장애우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고,서로서로 돕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서 자주 애용합니다.

순오기 2011-05-23 00:09   좋아요 0 | URL
예~이 책을 통해 더불어 사는 따뜻한 세상을 이야기하기에도 좋을 거 같아요.

2011-05-22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5-23 00:10   좋아요 0 | URL
답은 님 서재에 남겼어요.^^

2011-05-23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3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