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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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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연필과 다른 손에 지우개를 꼭 쥐고 한 자 한 자 써내려갔을 작가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가을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작가가 알려준 방식대로 라면과 달걀을 넣어 끓여보기도 했다. 간결한 문체로 삶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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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올해 처음으로 시집을 사보기도 하고 문학책을 읽기 시작했다. 얼마나 문학 밖에서 살아왔던지, ‘문학동네라는 출판사도 올해 처음 알게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 가까이 참으로 무식하게 살아온 같다. 그동안의 반성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이 사실인지는 몰라도, 아뭏든 올해 나는 문학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에겐 변화다. 사사키 아타루가 <잘라라, 기도하는 손을>에서 말한대로, ‘책을 읽는 다는 ’, 그리고 문학 읽는다는 (물론 아타루는 문학을 음악, 미술 등의 예술과 , , 철을 아우르는 폭넓은 의미에서 사용했다.) 하나의 혁명이라고 말했듯이, 나에게는 혁명 시작이었다( 믿고싶다). 물론 이제 책을 열심히 읽자라고 마음먹은지 1년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금방 그렇게 바뀔리는 없을 것이다. 더불어 글못쓰기로 말하자면 해도해도 너무한 이공학도 아니었나.

 그동안 소설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필사라는 것이 무엇인지 처음 알게되었는데, 문체를 나름 주목해가면서 읽어가보기도 했다. 예를 들어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 읽으면서 간결하고 남성적인 힘이 느껴지는 문장이 어떤 것인가 조금은 알게되었다. 아울러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읽으면서 김훈 작가의 문체가 나에게 주는 느낌과 헤밍웨이의 문제가 주는 느낌이 비슷한 부분이 일면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하나의 문장이라도, 아주 간결한 주어-동사 형태의 건조한 문장이 이어지는 방식을 보여주는 헤밍웨이의 문체는 하드보일드한 문제가 어떤 것인지 이해하게 해주었다. 이렇게 문체까지 관심을 가지면서 읽게 되니, 빨리 읽지는 못해도 나름 색다른 재미를 느끼면서 읽게되었다.  나아가 올해는 국내의 출중한 여러 젊은 작가를 처음 알게되었는데, 김연수, 김영하, 김애란, 박민규 등의 작가들이었다(사실 아직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보진 못했다.). 최근에는 김영하 작가의 글에 재미를 느끼게 되어 조금씩 읽고 있다.

  김훈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처럼, 김영하 작가의 문체는 어떨까 궁금했다. 그래서 읽어보게 소설이 <살인자의 기억법>이었다. ‘짦은장편소설이었지만, 당황스럽기도하고 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흥미와 혼란을 함께 소설이었다. 이런 소설은 어떻게 읽어야할까. 아직까지는 모르겠다. 잔인한 살인 장면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조금씩 오싹오싹한 느낌도 주는 것이, 조이스 캐럴 오츠의 <이블 아이> 나오는 단편소설 같은 느낌도 주었다. 장면을 이끌어가는 1인칭의 화자는 마치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처럼 의식의 흐름들을 따라가고 있다. 하지만 살인자의 입장에서 일관되고 치밀한 의식의 흐름들을 모아둔 기록의 형태가 아니다. 그보다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도 파악이 안되는 나약한 인간의 혼란스러운 기억을 기록하고 있는데, 특히 후반부에 드러나는 반전에 놀라기도 하고 감탄하게 된다. 인간에게 있어 기억이라는 것은 우리를 인간답게 해주는 중요한 기능이기도하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며, ‘기억 통해 지식의 축적과 전수 그리고 사유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억이라는 요소가 빠진 알츠하이머 환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않고 기억해내기위해 분투하지만 결국 자신의 병에 굴복하게 된다. 의식의 흐름이라고 생각했던 화자의 인식 체계가 뒷부분에가서 한순간에 무너지고 혼란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의 흐름이 진행되다가 와르르 무너지는 경계의 즈음 발견되는 여자의 부위는 이따금 나를 섬뜩하게 만들며 강한 인상을 남기고있다.

  김영하 작가의 문장 특성을 소설 하나로 파악하기는 힘들겠지만, 문장이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고 간결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김훈 작가의 문체처럼 길고 짧은 문장의 호흡을 의식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했다. 속도감있게 읽혀지는 이유는 아마도 김영하 작가의 간결한 문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의 마무리에서 보여지는 극도로 혼란한 상태는 소설에서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 과연 무엇을 진실이라고 믿을 것인지에대한 막연함때문이 아닐까. 마치 알츠하이머 환자의 머리 속에 들어갔다 나온 같은 김영하 작가의 고민과 연구의 흔적을 느껴본다. 소설을 읽고 당황스러운 막연함과 혼란 속에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나를 김영하 작가가 본다면 성공이군!’하면서 좋아하실지 모르겠다. 나에겐 짧지만 모호하고 쉽지않은 소설이지만, 간결하고 깔끔한 문체 그리고 알츠하이머에 걸린 작중 화자의 상황과 성격을 리얼하게 묘사하는 핍진성 강한 인상을 받았다.

(7면)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벌써 25년 전, 아니 26년 전인가, 하여튼 그쯤의 일이다. 그때까지 나를 추동한 힘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살인의 충동, 변태성욕 따위가 아니었다. 아쉬움이었다. 더 완벽한 쾌감이 가능하리라는 희망. 희생자를 묻을 때마다 나는 되뇌곤 했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거야.
내가 살인을 멈춘 것은 바로 그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148면)

"미지근한 물속을 둥둥 부유하고 있다. 고요하고 안온하다. 내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공(空) 속으로 미풍이 불어온다. 나는 거기에서 한없이 헤엄을 친다. 아무리 헤엄을 쳐도 이곳을 벗어날 수가 없다. 소리도 진동도 없는 이 세계가 점점 작아진다. 한없이 작아진다. 그리하여 하나의 점이 된다. 우주의 먼지가 된다. 아니, 그것조차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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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에서 출간된 도서들 중 개인적으로 관심이가는 책들을 5권만 추려보았다. 따라서 아주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정한 것은 당연하고, 또 그래야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관심이 가지 않는 책을 선정할 수는 없기때문이다.

  우선 가장 관심이 가는 책으로 가토 슈이치의 자서전 <양의 노래>를 선정하였다. 아울러 프랜시스 크릭의 <생명 그 자체>, 고미숙 외 8명의 저자가 함께한 <도시 인문학 강의: 서울의 재발견>, 헬렌 S. 정의 <니체 운명 수업>, 고상만의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를 5권의 목록에 넣었다.

 

 

 

 

 

 

 

 

 

 

 

 

 

 

 

 

 

 

1. <양의 노래> 가토 슈이치 지음/ 이목 옮김

 

가토 슈이치는2008년 만 여든아홉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일본의 대표적인 지성이자 리버럴리스트로 알려져있다. 국내에는 <번역과 일본의 근대>, <가토 슈이치의 독서만능>, <교양, 모든 것의 시작>, <일본문화의 시간과 공간> 등으로 알려져 있다. 1966 11월부터 1967 12월까지 진보적인 <아사히 저널>에 연재되고, 1968년에 일본에서 출판된 이 책은 가토 슈이치의 자서전이다. <가토 슈이치의 독서만능>에서 보여주었던 개인적인 독서편력과 배움의 과정 뿐 아니라 저자의 다른 면모를 좀더 가까운 거리에서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현해탄을 건너 국내에 출판되기까지 50년 가까운 세월이 걸린 것이어서 더욱 반갑다. 지난 8월에 출판된 서경식 교수의 <내 서재 속 고전>에도 가토 슈이치의 <양의 노래>가 소개되어있어 내가 읽은 <양의 노래>와 서경식 교수의 <양의 노래>가 어떠한지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2. <생명 그 자체> 프랜시스 크릭 지음/ 김명남 옮김

 

프랜시스 크릭은 제임스 왓슨과 함께 50년대 생명의 기초 단위인 세포 내 유전 물질,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내어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이다. 프랜시스 크릭이 지은 책 <열광의 탐구What mad pursuit> DNA구조 발견의 체험기로서 연구 과정과 노벨상급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급박했던 순간들이 잘 드러난다면, 이 책은 크릭이 지구의 생명 탄생에 관한 하나의 가능성을 이야기 하고 있는 듯 하다. <열광의 탐구>에보면 지구 생명체의 기원으로서 이 책의 핵심 담론이 되는 정향 배종 발달설(directed panspermia)에관해 한 페이지 약간 못미치게 언급을 하고 있다.

 프랜시스 크릭은 이 책 <생명 그 자체> 에서 사람들이 믿기 힘들어할만한 이 생명 이론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붙들고 오랜 시간 생각을 발전시켜온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열광의 탐구>에서 언급된 정향 배종 발달설이 황당무계한 이론인 듯 하면서도 그 가능성과 무게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주제가 첨단 생물학계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는지 더 이상 나아간 이론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드디어 이 책을 통해 프랜시스 크릭으로부터 직접 해답을 듣게 되었다.

 참고로 스티븐 핑커의 묵직한 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로 올해 출판문화상 (번역부분)을 수상한 김명남 전문번역가가 함께한 책이어서 더욱 기대가 된다.

 

 

 

 

 

 

 

 

 

 

 

 

 

 

3. <도시 인문학 강의: 서울의 재발견> 고미숙 외 8명 지음

 

이 책은 2013년부터 우면산 숲속 강의실에서 진행한 도시인문학 강의를 묶어 출간한 것이라한다. 도시의 과거와 내가 사는 도시의 면면을 아는 일(현재), 도시의 미래에대해 그리고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최근 서울, 그리고 도시에관해 상당히 많은 관심과 서적이 출판되고 있어 반갑다. 스스로 이방인이라 자처하며 서울을 산책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점들 이방인의 시각으로 기록한 정수복 교수의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를 비롯하여 문학비평가 류신 교수가 문학과 예술의 눈으로 산책하며 바라본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로 참신한 시각을 제공해주기도 하였다.

 반면 이 책 <도시 인문학 강의>는 각기 다른 공부를 하는 전문가가 모여 서울의 과거, 현재, 미래에대해 고민하고 묻고 답하는 과정을 보여주고있다. 서울에대한 깊이 있는 탐구라기보다는 다양한 이들에게 갖는 도시의 의미를 살펴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 <니체 운명 수업> 헬렌 S. 정 지음

 

1844년 출생, 1900년에 사망한 니체. 19세기 후반부를 온 몸으로 살다간 전복적 철학자 니체는 어떤 이유로 끊임없이 사후 100년이 지나도록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일까. 초인(위버멘쉬), 영원회귀, 운명애(아모르 파티), 권력에의 의지와 같은 용어는 니체를 이야기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들이다.

 이 책 <니체 운명 수업>은 철학적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기본적인 개념에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는 한편, 니체의 철학이 현재 우리의 삶에 어떻게 연관을 가지고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을지를 소개해주려는 저자의 노력이 녹아있는 듯하다.

 참고로 올7월에 나온 이진우 교수의 <니체의 인생 강의>, 8월에 나온 박정진 선생의 <니체, 동양에서 완성되다>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5.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 고상만 지음

 

이 책의 근간은 박정희 정권 당시 중앙정보부(현재의 국정원)가 장준하 선생을 감시하고 탄압한 기록에 있다. 우리 근현대사에대해 너무나도 무지하던 대학 신입생때 접했던 장준하 선생의 항일대장정의 기록 <돌베게>는 나에게 큰 충격을 준 책이기도 했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것이 아닌 우리가 어떻게 미래로 나가아야할지 그 방향을 가르쳐준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의 세대는 우리의 과거, 우리의 역사를 잊지말고 교훈을 얻어야할 일이다.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를 통해 많은 생각들을 해볼 수 있겠다. 인간이라는 한 개인으로서 우리의 존엄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국가와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평범한 소시민으로서의 우리는 어떻게 이를 바라보고 받아들여야할지 등등에대해 고민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지난 5월 장준하 선생의 <돌베게>가 개정판으로 나와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와 함께 읽는다면 장준하 선생의 인간적 면모와 우리의 아픈 역사를 좀더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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