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림 - 영화 [퍼시픽 림] 공식 소설
알렉스 어빈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가끔씩은, 정말 가끔씩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그냥 신나는, 보면서 제작비 엄청들었겠다고 느끼는 그런 영화 말이다.

 

 

 

 

검색을 해 보니, <퍼시픽 림>과 <월드워z>가 쌍벽을 이뤘다. (아, 내가 영화를 본 시점은 이병헌이 나오는 레드가 개봉하기 직전이었다.) 뭘 볼지 고민하다가 두 개 다 보기로 했다.

 

모두 보기로 한 이유는, 네이버 평가가 극과 극이어서. 어떤 부류는 유치하고 재미없다는 평이 지배적이고, 또 한쪽 부류는 무지 재밌는, 더욱이 신나는...그러니까 안 보면 후회한다는 내용이었다.

 

내 두 눈으로 꼭 확인하고 싶었다. 재미없으면 욕 한번 해 주면 되니까~ ㅎ 그래서 아주 깔끔하게 이틀 단위로 조조영화를 봐 주기로 했다. 8월이면 집 가까운 롯데시네마도 조조 6천원으로 오른다는데, 얼른 봐야지..

 

그래서 먼저 본 퍼시픽 림. 한 마디로, 헐리우드 신나는 액션영와를 보고 싶은 내게 딱 맞는 영화였다. 정말 안 보면 후회했을 영화. 어떻게 두 시간 동안 그리도 눈을 땔 수 없는 액션을 퍼부어 주시는지..

 

뭐, 일본 여주 캐스팅 미스라는, 또 판에 박은 듯한 줄거리로 일관했다는 말은 덮어 두자. 이 영화의 백미는 스펙타클한 액션이니까. 것두 현란한 것두 모자라서 무지막지한 비주얼 영화니깐~

 

특히 길예르모 감독은 이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색깔의 영화를 들고 나와 이게 길예르모 감독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이런 영화를 연출할 수 있는 길에르모 감독을 존경해 마지 않게 되었다. 일본 아니메의 전형인 메카물을 실사영화로 이렇게 빨리 볼 수 있을 줄은 미처 몰랐으니까.

 

물론 거대 로봇 나오는 영화는 트랜스포머가 한 발 앞섰지만 용자물로서의 거대로봇 실사영화는 이 작품이 최초이지 않나 생각한다. 트랜스포머는 이 영화에 비하면 장난같다. 로맨스 라인 살리느라 로봇 액션을 줄였으니.

 

이거 재미없다는 사람들,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고상한 영화 즐기는 부류들은 뭐, 비추다. 타이틀만 봐도 안 보겠지. 하지만 그냥저냥 보는 나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정말 재밌는 액션 블록버스터다!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재밌고, 만약 재미없다는 평가로 이 영화를 외면했다면 아마도 후회했을 거다.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보면 대박 중 대박이라는데...조만간 가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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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tesong 2013-08-02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하고픈말 다 써주었네용 ㅋㅋㅋ 감사

yamoo 2013-08-03 15:39   좋아요 0 | URL
헐~ 그런가요...잘 되었군요~ 신기~!
저하구 보는 관점이 갔았나봐요^^ 반가워요!
 

올만에 시간이 나서 어제와 그제 연속해서 알라딘 출간 이벤트를 다녀왔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서 놀랐다.

 

사실 이런 출간 이벤트를 참석해보면 반반이다. 참석하길 잘했다는 생각과 별로다는 생각이..

 

요즘에는 세미나라는 멋진 포장으로 출간 이벤트를 하니, 뭘 좀 얻어가기 위해 참여하는 참여자가 많은 것 같다. 본질은 책 팔아먹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인데, 세미나라는 거창한 이름. 이 같은 사실을 저번 달 김명민 선생께서 아주 멋지게 폭로해 주셨지만...ㅎㅎ

 

사실 저번달 공부론의 저자 김명민 선생의 강의는 실망 자체였다. 준비를 별로 안하신 거 같아, 날카로운 질문이 날아드니, 다음처럼 노골적으로 얘기해 주셨다. '이런 자리는 책 팔아먹는 자리라 많은 걸 기대하지 말라'는 마지막 말은 공부론 세미나의 실체였다. 그래서 난 담주 계속된 2부를 기꺼이 참석하지 않았더랬다.

 

흠, 요즘 인터넷 서점의 대세인 세미나가 저자 출간 기념회란 말이지...라는 정체를 안 것에 고마움을 느끼며, 그래도 속는 셈 치고 이런 류의 세미나에 더 참가해 보기로 한 것이다.

 

그제, 그러니까 18일 목요일에 철학아카데미에서 진행된 레비나스 세니마는 '출간 이벤트'라는 편견을 깨뜨리는  일명 '대박' 강좌였다. 젊은 강사분이 어찌 그리도 알고 싶었던 부분을 잘도 짚어주시는지..아마도 레비나스 철학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했던 참석자들은 모두 만족하지 않았나 하는 강의였다.

 

물론 적은 시간(한 시간 정도)에 중요한 철학자의 핵심 사상을 전달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청자가 듣기에 무척 성공적인 강의였던 것 같다. 레비나스가 그의 전 생애를 걸고 하이데거 철학에 맞서 싸웠다는 이 한가지만으로도 실로 중요한 정보였다.

 

어쨌든, 레비나스 세미나는 강사의 준비가 어느 정도로 철저했는지 강의 속에서 그대로 전달되어 졌다. 그 정도의 강의를 무료로 들었다는 거에 정말 감사함을 느꼈다. 내가 말미에 질문했던 레비나스의 '물질성'에 대한 개념도 쉽게 정리해 줘서 고민이 샥 가셨다~(이 후기는 조만간 올려야 겠다) 앞으로 2, 3, 4강의가 기대가 된다.

 

이런 좋은 느낌으로 다음날인 19일 금요일날 참석하게 된 <패션:철학>출간 세미나. 어제의 만족감이 자연스럽게 기대로 이어졌다. 홍대 카톨릭회관 CY시어터 에서 7시에 진행된 이 세미나에는 오프닝 격으로 재즈 기타 라이브 음악도 들려줬다. 장소가 홍대라서 그런지 연인들이 무척 많이 참석했고, 남성들도 꽤 보였다. 그리고 이어진 도승연 강사의 세미나..

 

1시간 정도 진행된 도승연 강사의 강의는 매우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말을 어찌나 잘하시는 지 막힘 없는 강의는 파워포인트 시각 정보들과 함께 청중의 주목을 끌기 충분했다. 책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간략하게 잘 전달했다. 하지만 역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의 특징적인 패션 경향을 덧붙여서 저자가 지나친 우리만의 한국적 상황을 소개해 주었다.

 

역자인 도승연 교수가 준비를 어찌나 철저히 했는지 파워포인트 자료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책을 사지는 않았지만 서점에서 대충 훑어 보고 갔는데, 강의 내용이 책의 주요 내용을 간결하게 압축해 전달해 주고 있었다. 패션과 언어, 패션과 육체와의 관계, 패션과 예술 그리고 패션과 소비는 이 책의 핵심인 4장부터 7장까지의 내용이다.

 

이런 내용들을 토대로 도교수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패션을 당연시 여기지 말고 반성적으로 생각해 보라는 것. 스타의 이미지를 따라가지 말고 패션에 있어서 진정한 자연스러움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 이것이 이 책과 강의를 통해서 전해주고 싶다는 도교수의 전언이었다.

 

전반적으로 괜찮은 강의였지만, 책에 담겨있는 핵심이 붕 떠 있어 패션이 과연 '철학'적 사유의 대상이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역자는 패션의 탄생을 근대의 '개인'의 탄생으로부터 보고 있다. 자신만의 생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담는 패션.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근데, 이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 곧 타인이란다. 그도그럴것이 무인도에서 아무리 옷을 잘 입어봤자 그건 패션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도교수의 논리.

 

패션은 타인을 전제한다. 타인을 전제하지 않는 것은 단지 의복일 뿐. 그러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내가 바라는 스타일이라는 것이 과연 내 스스로의 순수한 바람으로부터 나온 것인가? 그것은 내 바람이 아니라 타인의 바람 아닐까? 메시즌 이렇게 입으라고 강요하는 미디어의 세뇌를 그냥 내식으로 해석한 것에 지나지 않을까?

 

패션이 철학이 되려면 이 문제에 답하여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왜냐하면 패션은 근대의 개인의 탄생을 그 시초로 보기 때문이다. 사회가 강요한 시스템의 부분을 내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드러낸다는 것. 그럴려면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나'가 있어야 하는데, 패션이 과연 주체적인 '나'로부터 나올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레비나스의 지적대로 패션은 '욕망(더 정확히는 욕구)'이기 때문이다. 끝임없이 원하지만 채울 수 없는 것이기에.

 

패션이 철학이 되기 위해서는 이 지점이 해결되어야 한다. 패션이 순수한 내 욕구의 표출이라면(타인의 욕망이 아니라) 철학을 위한 첫 시발점이 될 듯도 하다. 하지만 책 어디에도 이에 대한 답변은 없고 오직 철학자들의 단편적인 패션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이다.

 

책을 사지 않은 건 순전히 이 때문이고...도승연 역자도 이 물음에 답하지 못한 걸로 봐서 책의 약점인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뭐, "아담스미스는 패션의 문제를 저술의 형식으로 다루었던 최초의 철학자이다"(p23)라는 정보를 요하는 분들한테는 추천~

 

 

어쨌든 유익한 강의였다~ 이런 강의를 꾸준히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 참석한 청중을 위해 하나라도 더 줄려고 노력하는 강사분들에게 박수를~ ^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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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글로벌 의류 업체 유니클로가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유니폼을 직접 사 입으라고 강요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일하려면 시간 당 임금의 열 배도 넘는 옷을 울며 겨자먹기로 사라는 겁니다.

이경원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팝업보기<기자>

유명 글로벌 의류 브랜드 매장입니다.

옷을 정리하는 아르바이트생들, 입고 있는 옷에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생 : (다른 브랜드 입어도 돼요?) 유니클로만 입어야 돼요. 유니클로 옷이면 아무것이나 상관 없어요.]

일본계 기업인 이 매장은 사람도 걸어 다니는 광고탑이라는 철학을 내세워, 아르바이트생도 자기 브랜드 옷을 입고 일하게 합니다.

그런데, 유니폼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직접 돈을 주고 구입한 것들이었습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회사가 사원에게 유니폼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생 : 돈 벌러 왔는데 옷 사 입어야 하고. 학교 다니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조금 부담스러워 하는…]

아르바이트 시급은 5천500원 선.

상하 한 벌에 최소 6~7만 원이니까, 30% 직원 할인을 받더라도 10시간은 일해야 하는 액수입니다.

논란이 일자 업체는 첫 입사자에 한해서만 상하 한 벌씩 지원하는걸로 정책을 바꿨지만 불만은 여전합니다.

[아르바이트생 : 시즌별로 옷이 나오다 보니까 그것을(옛날 것을) 입으면 고객들이 "이 옷은 어디 있어요?" 물었을 때 난처할 수 있는 상황이 있고, 높으신 분들이, 점장님이나 오시면 이건 너무 오래된 옷이니까 입지 말라고….]

다른 브랜드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유니폼을 여러 개 지급하거나 자유 복장을 허용합니다.

매장 측은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니클로 관계자 : 직접 (유니폼을) 사서 입고 근무를 해야 하거든요. 아르바이트생들이(직접 사는 것을 선호해) 지급한 옷을 입고 안 나오는 경우도 있고….]

울며 겨자 먹기로 내 돈 주고 일해야 하는 아르바이트생들.

지난해 이 브랜드 매출액은 5천억 원으로, 한국 진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정말 오랜 만이다. 블로그에 접속해서 글을 남기는 게..

근데, 이틀 전 뉴스를 보고 이건 언론 플레이에 시민들이 놀아난다는 생각을 하니 좀 부아가 치밀어서 몇 자 남기고 싶어졌다. 각설하고~!

 

위 기사는 그제 sbs뉴스에서 방송된 내용이다. "알바하려면 옷사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을 단 이 방송은 기사화 되어 포털에 띠워지고 그 아래 이 글을 본 시민들의 유니클로 성토는 정말 가관이었다!

 

대충 이 뉴스 기사의 반응은 90%가 다음과 같다.

 

유니클로는 죽일 놈!

니네 옷은 절대 안 사 입는다!

일본 우익을 원조하는 유니클로!

가격 대비 옷이 후져서 안 산다!

역시, 일본 기업! 그 알바 비용 절약해서 일류기업되라~

유니클로가 무슨 5000억을 버냐~

국민 착취 롯데와 유니클로..

 

대충 이런 글들..

근데 사람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 오래 전에 나이키 매장과 금강 제화에서 알바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역시 나이키 운동화 사서 신고 금강 제화 신발 사라고 강요해서 사서 신고 일했다. 지금이라도 예외일까. 난, 지금도 여전히 이런 관행은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자라, 포에버21, SPAO 등 다른 SPA브랜드 의류 매장에서도 자회사의 옷을 입히고 알바시킨다. 물론 알바하는 사람들이 사서 입어야 한다. 매시즌 마다 나오는 옷을 그냥 지급해 주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본다.

 

위 기사에서는 알바라서 지급된 옷 입고 안 나오면 어쩌냐는 식이었는데...맞다. 옷만 챙기고 안나갈 확률이 매우 높다. 대부분 의류 브랜드 알바가 시급이 짜고 매우 힘들어서 그만두는 알바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그냥 옷을 지급하라고?? 회사로서는 위험부담이 클 것이다. 그래도 유니클로는 이 문제로 얼마전 문제거리가 되서 입사한 첫번째는 그냥 지급해 준다.

 

문제는, 기사가 유니클로만 그런다는 식으로 몰아가서 그렇다. 현재 유니클로 시급은 동종업계 최고로 알고 있다. 물론 나도 거기서 이틀 일해봤다.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다. 얼마나 일이 빡세냐면 동종업계 최강이다. 특공대 갓 제대한 사람이 하루 일하고 도망가는 그런 곳이다. (아, 매장마다 현격한 차이가 있는데, 큰 곳은 정말 죽음이다)

 

유니클로에서 이틀 일하고 난 후 다시는 유니클로 옷 사지 않겠다고 다짐했더랬다. 그래도 얼마 후 나는 다시 유니클로 매장에서 옷을 사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일하기는 최악이지만 옷 자체만 놓고 보면 정말 싸고 좋다!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유니클로가 매출이 급성장하니 언론 플레이라도 해서 유니클로 매출이나 줄여보려는 언론사의 의도가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유니클로만 타겟으로 기사를 구성하지 말았어야 했다. 다른 SPA 업체의 알바 현황도 전해야 그게 공정한 뉴스다. 그런데, 이건 정말 언론 플레이용 뉴스였다.

 

삼성 회장 딸이 오픈한 에잇 세컨즈 매출이 빌빌거리니, 주 타겟인 유니클로를 겨냥한 듯한 기사. 추측이지만 분명 사주를 받고 구성한 듯한 기사다. 기사가 너무 편파적이어서 이런 추측이 가능할 정도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간과 하고 있는 옷의 품질 부분에서도 좀 말해야 것다!

유니클로 옷은 동종 업계의 옷들보다 훨씬 싸고 좋다. 디자인계열로 옮겨 보려고 원단과 의류 디자인을 배워보니, 유니클로에서 사용하는 원단은 정말 좋다. 최고 수준은 아니더라도 자라나 SPAO, H&M보다 훨씬 좋다. 니트나 카디건에서 램스 울마크를 단 건 유니클로가 유일했다. 

 

니트 목폴라도 안전지대나 지오다노 그리고 SPAO가서 비교해 보았다 완전 똑같은 골지 니트 목폴라는 유니클로가 3만원대이고 지오다노와 안전지대 그리고 스파오는 이보다 만원이상 비쌌다. 갭과 자라는 거의 두배 수준이고. 완전 똑같은 원단에 색깔과 디자인도 동일했다. 원단 공부해서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유니클로는 저렴했도, 더 놀라운 사실은 몇 달 후면 유니클로는 이 옷을 1만원에 할인해서 판다. 다른 브랜드는? 기껏해야 30프로 할인하면 많이 하고 것두 자주 하지도 않는다.

 

다른 아이템들도 마찬가지다. 티셔츠, 치노바지, 청바지 모든 의류들이 가장 싸다는 지오다노보다 유니클로가 싸다. 싼 것뿐만아니라 원단도 좋다. (단 바지와 일부 제품은 원단에 우레탄이 섞여서 오래 입지는 못한다) 지오다노 면 바지 5-9만원 선. 유니클로 5만원 이하. 것두 세일하면 유니클로는 2-3만원에 살 수 있다. 지오다노나 스파오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면바지를 2만원대에 사 본 적이 별로 없다.

 

물론 2013년의 유니클로 옷 가격이 2-3년 전보다 많이 올랐다. 그래도 다른 브랜드보다 싸고 싸이즈가 다양해서(우리나라 옷보다 2종의 사이즈가 더 있다) 기본적인 옷(내의, 티셔츠, 바지, 양말 등)을 구매하는 데에는 유니클로를 따라올 브랜드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옷을 들고 각 브랜드들을 둘러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유니클로 옷이 싼 건 맞는데, 동종 타브랜드보다 품질은 훨씬 좋다. 가격이 싸다고 품질도 형편 없다는 인식은 버리기 바란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옷공장에 품질관리사를 처음으로 둔 곳도 유니클로다. 그만큼 품질에 있어서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이 회사 회장의 마인드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얼마나 자신있었으면 유니클로 회장이 우리나라에서 명동 점을 처음 오픈할 때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에게 유니클로 옷을 입히겠다고 했을까. 현재 그 말은 실현 중에 있다. 2년 전 히트텍이 1천만 장 이상 팔려나갔다니...뭐~

 

소비자는 싸고 좋은 품질을 살 권리가 있다. 그런 면에서 유니클로는 소비자에게 최대의 만족을 주는 브랜드다. 알바를 착취하는 구조는 우리나라만 그렇다. 다른 나라에서는 의류 매장 알바에게 옷을 지급해 주는 걸로 알고 있다. 일본 유니클로만 하더라도 유니폼은 무료로 제공되는 걸로 안다. 요는 수입한 롯데 계열이 한국 타 업체 관행을 따라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 뿐이다.

 

그리고 노파심에서 덧붙이겠는데, 유니클로는 우리나라 여타 의류 브랜드와 비교할 수 있는 그런 의류브랜드가 아니다. 그 잘난체하는 빈폴이나 헤지스가 유명 외국 디자이너와 콜라보레이션 한다는 소리를 난 들어본 적이 없다. 근데, 유니클로는 자주 한다. 특히 몇 년전 질샌더가 유니클로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할 때 명동 인근에 몰려들었던 그 인파는 유니클로의 위상을 대변하는 사건이었다. 질샌더 티셔츠를 단 돈 10만원에 사기 위해서 줄 서있던 그 인파를 잊을 수 없다. 빈폴이나 헤지스?? 자신들은 명품 운운하는데 유니클로 따라잡으려면 한 참 멀었다. 그외 브랜드는 말해서 뭘하랴..타도 유니클로를 외치며 명동 유니클로 바로 옆에다 엄청나게 건물 지어놓은 SPAO. 그래봤자 유니클로 매출에 상대도 안된다.

 

여러 상황을 보건데, 유니클로는 우리나라 업체들을 기장시킨건 분명하다. 몇 년 전에는 반품이나 교환 절대 안 해 줬는데, 유니클로가 상품을 산 한 달 후에도 교환해 주는 걸 보고 지금은 유니클로 노선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도 한국 업체는 반성을 좀 해야 한다. 가격과 서비스 면에서! 유니클로가 승승장구 하는 건 딱 하나다. 가격대비 품질이 좋다는 거....한국 브랜드들도 제발 이를 본받기 바란다. 면바지 하나에 9만원씩 쳐받지 말란 말이다!

 

아, 그리고 유니클로가 옷장사 해서 5000억을 버니 마니 하는데, 유니클로 2011년 총 매출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좀 알고나 말하자. 사양사업이라는 옷 장사해서 이 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는지 몇 년전까지 유니클로 관계된 책들이 꽤 출간 되어있다. 찾아서 읽어보면 유니클로는 그냥저냥하는 그런 브랜드가 전혀 아님을 알 수 있다.

 

 

 

 

 

 

 

 

 

본의 아니게 유니클로 홍보하는 글 비스무리 흘러갔다. 기사 보고 울컥 해서인지 두서도 없고....말하고 싶었던 건 제대로 알고 비판하자는 거다. 나도 유니클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유니클로에 대항할 만한 브랜드가 없기에 아직까지는 꽤 기분좋게 유니클로를 소비하고 있다. 유니클로 옷 산다고 욕하지 말고 우리나라 브랜드도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비합리적인 가격과 서비스 마인드를 고쳐보자. 언제까지 이런 저열한 언플로 외국기업 매출에 타격을 줄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인가. 그리고 언론은 객관적 시각이 생명이다. 부디 개념을 탑재하고 기사를 전송해라. 국민들 우롱하는 짓거리 하지 말고.

 

[덧붙임]

유니클로 개거품 물고 비판하는 사람들. 위의 책 꼭 읽어보고 유니클로 비판하자. 특히 유니클로와 시마무라를 비교한 책은 유니클로의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더 없이 유익하니 꼭 일독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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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신고 겸 겸사겸사. 본격적인 서재 활동은 아무래도 올 하반기에나 가야 될 듯싶습니다. 잠수하기 전에 공지를 해야 했는데.... 본의 아니게 잠수 아닌 긴 잠수가 돼어버렸네요.^^;; 페이퍼를 써서 기억해야만 일이 있기에. (이 사건도 한 달 전 일이군요..하하~)



오래전부터 지속되어온 모임이 사단이 났다. 회원 수가 급증하다보니 생긴 일인데...어처구니가 없는 것이, 회원이 싫다고 모임 운영자가 스스로 관뒀다는 거...


회원을 자를 수 있는 타당한 근거가 없는데, 자기는 그 회원과 모임에서 공존하기 싫으니,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듯하다. 참 안타깝다. 책으로 이루어진 인간이 책을 통해 모임에서 즐거움을 누렸는데...


내 뒤를 이어 모임을 2년여 이끌어와 준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같이 읽었거나 나중에 읽었던...엄청나게 사랑해 마지않는 책들을 기억하기 위해 이 페이퍼를 쓴다.


아, 이 책들을 읽었다는 것에 무한한 애정과 자부심을 느낌과 동시에, 이 목록 중에서 특히 문학리스트를 선정해 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51회부터 110회까지 진행됐던 사랑스런 고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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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5-22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야무님 아니십니까. 소이진도 안녕합니다. 야무님께서 하도하도 글이 없길래 무슨 일인가 했습니다. 좋은 클럽인듯 보이는군요. 아, 저도 독서나 책 관련 모임을 하나 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책과 접할 수 있을텐데. 안타깝네요.

sslmo 2012-05-22 1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야무님 아니십니까. 안녕하셨습니까.
저는 안녕합니다. 리스트를 보니 본 책들 보다 보아야 할 책이 즐비하네요. 하하 X3

정말 정말 반가워요~^^

프레이야 2012-05-22 1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야무님 아니십니까 4.^^
올려주신 책, 상당하네요. 저걸 다 읽고 토론하시고 부럽습니다.
저도 읽어야할 책들이 더 많아 뿌듯합니다.^^

감은빛 2012-05-23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야무님 아니십니까. 안녕하셨습니까. *5 ^^
저도 한동안 뜸했고, 지금도 그리 활발하지는 않지만,
야무님도 제법 오랫동안 안보이셨던 것 같아요.

어마어마한 책들이군요.
하나하나 제목과 표지를 살피며 절망감이 듭니다.
저는 읽은 책이 거의 없네요. ㅠ.ㅠ

더운 여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oren 2012-05-23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오랜만이네요. yamoo님. 저토록 좋은 책들을 함께 읽고 토론하던 모임도 결국 충분히 오랫동안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는가 봅니다. 저는 yamoo님만 보면 괜히 앙리 베르크손의 책『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을 빨리 읽어야 될 것 같은 의무감에 종종 시달리는 것을 의식할 때가 있는데, (최근에 몇달째 하이데거의『존재와 시간』이라는 어려운 책을 붙들고 씨름하면서, 그 책의 절반쯤을 넘기고 나면서 문득 느끼게 된 것이지만) 베르크손의 책은 어쩌면 좀 더 쉽게 붙들고 읽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존재와 시간』처럼 어려운 외국의 철학책을 한글 번역으로 읽는 건 정말 고역이라는 걸 새삼 절감하면서 yamoo님이 추천해 주신 베르크손의 책 마지막의 인상적인 구절 하나를 덧붙여 봅니다.
* * *
요약하면, 자유에 관한 모든 해명의 요구는 생각지도 않게 다음과 같은 물음으로 환원된다. 즉, <시간과 공간에 의해 충분히 표상될 수 있는가?>-거기에 우리는 대답한다. 흘러간 시간에 관한 것이라면 그렇지만, 흐르고 있는 시간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렇지 않다고. 그런데 자유로운 행위는 흐르고 있는 시간에서 일어나지, 흘러간 시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자유는 하나의 사실이며, 사람들이 인정하는 사실들 중에 이보다 더 명확한 것은 없다. 문제의 모든 난점들과 문제 자체는 지속에서 연장성과 동일한 속성을 찾으며, 계기를 동시성으로 해석하고, 자유의 관념을, 그것을 번역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한 언어에 의해 번역한다는 것으로부터 탄생한다.

카스피 2012-05-23 2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모임을 하신다니 넘 부럽네요.제 주변에는 책과 원수진 사람만 있는지 당최 책을 읽지 않네요ㅜ.ㅜ

루쉰P 2012-11-20 1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저 살아 돌아왔습니다. 근데 야무님도 어디에 가 계시는군요. ^^ 이번엔 제가 기다릴 차례이군요. ㅋ
 
풀하우스
스티븐 J. 굴드 지음, 이명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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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요즘 대형 서점의 과학 코너에 가면 진화심리학 계열의 책들이 가장 눈에 잘 띠는 곳에 놓여 있다.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신>, 스티븐 핀커의 <빈 서판>, <언어 본능>,  데이비드 버스의 <욕망의 진화>,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생명의 미래> 등 두꺼운 하드커버 책들이 즐비하다. 놀라운 것은 모두 스테디셀러라는 사실. 우리 사회에서 진화심리학 계열의 책들이 이렇게 인기가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사실, 이 계열의 책 중에서 가장 얇은 책 중의 하나가 <풀하우스>(사이언스북스, 2002)였기 때문에 이 책을 선택했다. 물론 스티븐 제이 굴드라는 학자의 명성도 한 몫 했다. 올해가 가기 전, 고전의 반열에 오를만한 유명한 과학책 한 권 쯤은 읽어 둬야겠기에 고른 책이다.

  선택은 소박했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이 책은 이러 저런 과학 이론을 쉽게 전달해 주는 단순한 과학 교양서가 아니다. 전통적인 세계관을 뒤엎고 편견으로 가려진 진리를 명확히 드러내 보여주는 혁신적인 책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실이라는 이유만으로 증명할 필요도 없이 무소불휘로 통용되는 지적 독단을 멈추게 한다. 굴드가 제시해 주는 새로운 설명 도구는 사회 문화적 차원에서 어정쩡하게 논해지는 여러 현상들을 마법처럼 풀어내 준다.

  이 책의 두 가지 중심 주제는 ‘야구에서 왜 4할 타자가 사라졌는가’하는 문제와 ‘생명의 역사에서 진보란 무엇인가’하는 문제의 해명이다. 굴드는 수수께끼 같고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개의 다른 현상이 ‘풀하우스(=시스템 전체의 변이)’라는 개념적 도구로 얼마나 잘 설명되는지 빼어나게 입증한다. 그리고 후자의 연장선에서 박테리아의 위대함을 찬양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방대하고 보편적인 생명의 형태가 바로 박테리아라는 것. 굴드는 이렇게 한 자리에서 다루어진 적이 없는 서로 다른 범주들을 하나로 묶어 포괄적으로 설명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1. 도구적 개념으로서의 풀하우스

  굴드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앞서 ‘풀하우스’라는 개념의 통계학적인 설명 방법을 동원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풀하우스’라는 용어는 간단히 말해서 ‘전체 시스템의 변이’를 의미한다.) 우선 통계적인 특정값이 시스템 전체의 특성을 잘 반영하는지 검증한다. 굴드의 고찰에 따르면, 중심경향성을 나타내는 값 중에서 평균값과 중간값은 집단 전체의 총체적인 변이를 온전히 나타낼 수 없단다. 왜냐하면 소수의 극단값이 평균을 변화시킬 수는 있지만 최빈값(가장 흔한 값)은 변화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의 특정한 값이 시스템 전체의 성질을 대표할 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이는 ‘전체 시스템의 변이’야말로 궁극적 현실이며, 평균은 제한적이고 본질적으로 추상 개념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굴드는 ‘풀하우스’의 개념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례로써 자신의 개인적 투병생활을 소개한다. 마흔 살 때인 1982년, 굴드는 복부중피종이라는 희귀하고 거의 치료가 불가능한 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모든 의학 문헌들에 의하면, 진단 후 중간값 생존율이 8개월 이하라는 것이었다. 굴드는 ‘중간값 생존율 8개월’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전체 시스템의 변이(=풀하우스)’ 관점에서 생각했다. 그리하여 변이의 특성을 3가지 개념으로 정리했다. 즉 변이의 확장에는 오른쪽 벽과 왼쪽 벽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것, 이 한계에 의해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곡선과 왼쪽으로 기울어진 곡선이 발생한다는 것, 그리고 중심경향성을 말하는 평균값, 중간값, 최빈값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좀 더 부연하면 이렇다. 진단 후 사망까지 걸리는 시간에 따른 사망자 분포 곡선은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종모양의 형태를 보여준다. 통계학에서는 이런 형태의 곡선 끝을 ‘꼬리’라고 부른다. 따라서 왼쪽 꼬리는 생존율 0의 벽에 닿는 반면, 오른쪽 꼬리는 이론적으로 무한정 연장될 수 있다. 표준정규분포곡선에서는 중심경향성을 나타내는 값들인 평균값, 중간값, 최빈값이 일치하지만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곡선에서는 중심경향 척도들이 일치하지 않는다. 중간값은 최빈값의 오른쪽에, 평균값은 가장 오른 쪽에 위치한다. 결국 이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중간값이라는 특정한 값으로는 분포 전체를 규정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 통계학적 설명 도구는 ‘생명의 역사에서 진보’의 문제와 ‘4할 타자의 절멸’ 문제를 동일 차원에서 해결하는 열쇠이다.


2. 생명의 역사에서 진보의 문제

  박물관이나 생물 교과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사 그림을 보면, 진보가 생명의 역사에서 중심이 되는 경향이며 특징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림은 최초의 생명체인 박테리아부터 시작해서 무척추동물군-어류-양서류-파충류-포유류 순으로 지나간다. 그리고 마지막 진화의 정점에 인간이 등장한다. 어떻게 생명의 역사에서 진보를 부정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굴드에 따르면, 이러한 주장은 ‘경향을 어디론가 움직여 가는 하나의 실체’로 생각하는 진부한 사고의 전형적인 예라고 한다. “생명의 무한한 다양성으로부터 우리는 ‘평균 복잡성’ 또는 ‘가장 복잡한 생물’과 같은 ‘기본적인’ 값을 뽑아내고 이 실체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증가했는가를 추적한다. 우리는 이 증가의 경향을 ‘진보’라고 명명하고 그러한 진보야말로 진화 과정 전체의 추진력임이 틀림없다는 시각에 갇혀버리고 마는 것이다.”(p203) 변화의 역사를 시스템 전체에 걸쳐 일어나는 변이의 확장이나 위축으로 본다면, 진보에 대한 전통적 주장이 편협한 시각임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사 그림에서도 보듯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장 복잡한 생물들이 출현해 왔다는 사실을 어떻게 부인할 수 있을까? 분명히 원생동물보다 절지동물이, 파충류보다는 포유류가 더욱 복잡하고 정교하다. 이 문제에 대해서 굴드는 “진보의 추종자들은 최대값에만 초점을 맞추어 가장 복잡한 생물의 역사만을 살펴보았으며, 가장 복잡한 생물에서 나타나는 복잡성의 증가를 모든 생물의 진보라고 착각하는 우를 범했다.”고 본다.

  생물 복잡성의 증가에 대한 굴드의 생각은 술주정뱅이 모델을 통해서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술에 만취한 남자가 술집에서 비틀거리며 나온다. 술집 앞의 보도에 선 남자의 한 쪽에는 술집이 있고 다른 쪽에 도랑이 있다. 이 사람이 완전히 무작위적으로 비틀거리게 내버려두면 그는 도랑에 빠지고 만다. 그 이유는 도랑이나 술집 벽 쪽으로 비틀거릴 확률은 정확히 2분의 1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비틀거림은 독립적인 사건이다. 따라서 이전의 비틀거림은 다음번 사건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구조적으로 한쪽이 벽으로 막혀 있는 선형적 운동계에서의 무작위적 움직임은 그 벽의 시작점으로부터 계속 멀어져 갈 수밖에 없다.

  생명의 역사에서 복잡성이 증가하는 모습도 이와 같은 무작위적인 움직임으로 설명할 수 있다. 복잡성의 시작점인 왼쪽 벽은 최빈값을 가진 박테리아가 버티고 있기 때문에 무작위적인 진화 과정은 오른쪽 꼬리를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고, 결국 소수의 종이 고도의 복잡성을 나타내게 된다. 오른쪽 꼬리가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지만 그 꼬리에서 어떤 형태의 생물이 생겨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은 무작위적이고 우발적이며, 결코 진화의 메커니즘에 의해 미리 예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복잡한 생물들이 살게 될 이 영역에 들어갈 주민이 누구일지는 매번 아주 달라지는 것이며 예측할 수도 없다. 인류는 운 좋게 복권에 당첨된 것뿐이지 복잡성을 향한 추진력이나 진화의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 필연적 결과가 절대 아닌 것이다.


3. 야구 역사상 최대의 수수께끼; 4할 타자의 딜레마

  야구에서 4할 타자의 절멸 문제도 동일한 원리로 설명된다. 전통적 견해에 의하면 4할 타자가 사라진 것은 타자들이 영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즉 타격 활동에 반대되는 투수와 수비활동이 더 나아져서 타격 기술이 상대적으로 퇴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굴드는 이를 뒤집는 주장을 한다. 4할 타자가 사라진 것은 타자들의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야구의 전반적인 경기 기량이 향상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투수와 수비 활동이 정말로 타격활동에 비해 꾸준히 우세해져 갔다면 그 영향은 20세기 야구의 역사에서 타율의 전반적 하락으로 측정되어야 하는데, 평균타율은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따라서 타자들이 퇴보했다는 견해는 확실히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런데 굴드의 주장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4할 타자가 없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야구가 발전했다는 증거라니, 궤변처럼 보인다. 여기서 잠깐, 굴드가 들려준 병상체험을 떠올려보자. 굴드는 현상을 ‘풀하우스’로 볼 것을 가르쳐주었다. 굴드의 주장을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는 우리가 ‘4할 타율’을 하나의 실체로 보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변이로 가득 찬 풀하우스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풀어보면 이렇다.

  야구 경기의 전반적 수준이 향상되면서 종 모양 곡선 전체가 인류의 한계인 오른쪽 벽에 가깝게 다가간다. 그러면서 양쪽 벽의 변이는 감소하게 되었다. 평균 타율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2할 6푼 이지만 20세기 초반의 2할 6푼은 오른쪽 벽에서 한 참 먼 곳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20세기 초반의 오른쪽 끝에 최고 타자 평균 타율이 4할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는 양쪽 벽의 변이가 감소하여 최고 타자의 평균이 약 3할 5푼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4할 타자가 사라진 것은 평균타자 2할 6푼마저 인간의 한계인 오른쪽 벽에 다가가면서 야구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것의 역설적 결과이다. “다시 말하자면 4할 타율을 따로 떼어내 추적하면 전혀 엉뚱한 결론을 얻게 된다. 그 부분적 꼬리만 보면 안타의 퇴보를 가리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체 변이도의 추이를 놓고 보면, 4할 타율의 실종이 경기가 전반적으로 향상된 증거임을 알 수 있다.”(p206) “그러니까 우리는 여태껏 야구 기록에 속아온 셈이다. 평균 타율이 한번도 2할 6푼을 넘어본 적이 없음을 보고, 타격 기량이 한 세기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고 지레 짐작하여, 4할 타자가 사라지자 위대한 타자가 죽었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p165)


4. 박테리아의 힘

  우리는 지금 ‘박테리아의 시대’에 살고 있다. 박테리아야말로 지구 생물체 중에서 가장 지배적인 형태이다. 박테리아는 태초부터 생명의 최빈값이었다. 수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어떤 것으로도 박테리아에 필적할 만한 것은 없다. 코넬 대학교의 톰 골드 박사는 박테리아의 위대함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려준다. “지구상에는 다른 생물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박테리아는 지하에 사는 것들까지 합치면 그 생물량에서 숲의 나무를 포함해 다른 모든 생물을 합친 것보다도 더 무겁다. 하나의 무게가 그렇게 미세함에도 불구하고. 충격적인 사실이다. 박테리아가 그 중요성과 영향력에서 언제나 생명의 중심이었다는 주장에 더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p271) 그렇다. 박테리아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런데, 골드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골드는 “우리 태양계 안에 적어도 열 개의 천체에는 지구와 비슷한 미생물이 탄생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그 이유는 표면이 언 대부분의 행성들의 내부 환경은 지구 내부 몇 킬로미터 지하와 그렇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란다. 쉽게 말해서 지구에서만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박테리아들은 우주의 보편적 생명 형태를 대표하는 존재 일지도 모른다는 추정이다. 정말 박테리아는 위대하다.


5. 새로운 가능성; 오른쪽 벽의 확장

  육상 경기나 수영 경기 등 기록을 단축하는 경기에서 평균(보통) 수준이 오른쪽 벽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면 기록을 갱신하기가 비교적 쉽다. 하지만 평균적인 선수들의 수준이 향상되어 그 수준이 거의 오른쪽 벽에 다가가게 되었을 때, 평균을 초월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될까? 이 책에 따르면,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음을 뜻하게 된다. "더 나아가 평균 수준이 오른쪽 벽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은 정상에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더 높은 완성 단계를 추구하도록 촉구한다."(p181)

  굴드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인간의 문화에 대한 풀하우스적 분석을 시도한다. 생물의 자연적 진화와 문화적 변화의 차이를 언급하면서, 오른쪽 벽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는 문화  생활의 몇 가지를 살펴보고 있다. 중요한 몇 가지는 과학, 공연 예술, 창작 예술의 3가지다. 저자는 자신의 능력을 탓하며, 여기에 빠진 많은 부분들을 독자에게 유보하고 있다. (과분하지만) 굴드의 유지를 받들어, 다음 두 분야에 굴드의 풀하우스 도구 개념들을 적용해 본다. (다른 분야는 이 책을 읽는 이들이..)

•로스쿨 제도

  책에서도 보았다시피 굴드의 오른쪽 벽 개념은 매우 유용한 도구다. 야구 경기를 포함해서 어떤 시스템이 막 시작 단계일 때에는 엉성하다. 엉성하다는 것은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아,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시스템이 정비되고 완성되어 갈수록 개선의 속도는 현저히 둔화된다. 더 나아갈 수 없는 오른쪽 벽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말 많았던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지 4년이 되었다.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현재의 사법시험이 존속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래서 법조인 양성 교육 시스템의 변이는 여전히 크다. 법조인 선발 시험 체계는 엉성한 단계이기 때문에 시스템의 오른쪽 벽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을 것이며, 변이는 꼬리의 양쪽으로 넓게 뻗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법조인 자격을 취득하기가 이전의 사법시험 체계보다 좀 더 수월할 것이다.

•철학

  과학은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오른쪽 벽에서 한참이나 떨어져 있다. 그래서 굴드의 표현대로 오른쪽 벽을 걱정할 틈이 없다. 하지만 철학은 다른 듯하다. 인간의 정신을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예술의 분야와 비슷하게 인류의 한계인 오른쪽 벽에 바짝 다가가 있을 것이다.

  서양의 철학사는 플라톤(굴드는 플라톤을 맹렬히 비난했지만)을 비롯한 그리스 철학의 주석사라(엄밀히 말하면 플라톤이지만)는 말이 있다. 20세기 이후 현재까지 하이데거, 야스퍼스, 사르트르, 베르그손, 하버마스, 푸코, 들뢰즈 등 수많은 철학자들이 나왔지만, 결국 그리스 사상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철학에서 그리스 사상은 오른쪽 벽이다. 철학자로서 명성을 얻으려면 선배 저명 철학자들을 뛰어넘어야 하는데 뛰어넘고 보면 그리스 철학을 조금 변형한 것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철학은 고통스러운 딜레마에 빠져 있는 듯하다.


나오며

  한 권의 책을 보았지만 ‘야구의 역사’와 ‘생명의 진화’ 그리고 ‘통계적 사고’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서를 겹쳐서 읽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감추어진 진실을 드러내 주고 편견을 바로 잡아 주는 성찰에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스캇 펙의 명저 <아직도 가야할 길>이 어떤 오류가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역사상 최고의 성공을 거둔 책 중의 하나 이기에 존경심을 담아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굴드가 <풀하우스>에서 엔트로피에 대한 오해와 진보주의적 편견이 가진 중대한 오류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진보주의적 편견을 진리로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굴드가 제창한 ‘풀하우스’ 개념은 풀리지 않는 현상을 해결해주고, 증명 없이 통용되는 이론들의 맹점을 지적해 주는 훌륭한 도구이다. 더욱이 ‘풀하우스’라는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틀을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굴드는 매력적인 사상가이다. 현대에 있어서,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에 필적할 만한 도구적 개념은 아마도 ‘풀하우스’이외에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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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2-04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어요. 잘 정리해줘서..^^

페크pek0501 2011-12-09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덕분에 풀하우스를 꼭 사게 될 것 같군요. 그런데 349쪽이 얇다니요. 저는 더 얇았으면 해요. 큭큭...

그런데 어제 알라딘에 책 5권을 주문과 입금한 상태예요. 이 페이퍼를 진작 봤어야 하는 건데 하는 생각... 다음 기회로 미루고...

어쨌든 좋은 정보를 얻었으니 제가 왔다간 흔적은 남겨야 하겠기에 몇 자 적고 갑니다.ㅋㅋ
좋은 글, 잘 읽었어요.

oren 2011-12-2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서평글을 남겨 주셨군요. 아주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스티븐 제이굴드의『인간에 대한 오해』를 먼저 읽었었는데, 그 책 역시 `인간이 지닌 편견`에 대해 놀랄만큼 예리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어서 대단한 감동을 느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굴드는 진화론자들한테는 오래도록 `이단자` 혹은 심지어 `이물질`과 같은 대접을 받았다는 게 안타까운 점인데, 굴드 스스로 그런 `부당한 대우`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을만큼 언제나 자신감이 넘쳐 흘렀고, 그만의 놀라운 혜안으로 진화 분야의 남다른 통찰을 차별적으로 보여준 위대한 과학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2012-01-01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