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써둔 건데, 음악 동영상 넣기가 안돼 갈무리 시켜놓았던 글입니다. 유투브 동영상 넣기기 된다니, 기념으로 올려봅니다.

 

 

코키아(kokia)라는 일본 싱어송 라이터가 있습니다. 매우 독특한 음색으로 일본에서 상당한 팬층을 갖고 있는 실력파 가수입니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격조 높게 공부하고 일본에 귀국하여 지금까지 20장이 넘는 앨범을 발매하고 있답니다.

 

저는 이 가수를 작년에 알았는데, 헤비메틀 전문 매니아 중 한 분이 이 분의 앨범을 평한 것을 보고 저도 왕팬이 됐습니다. 헤비메틀과 익스트림 메틀을 전문으로 평하는 분이었는데 그 분 왈,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실력파 가수라 했습니다. 자기는 빠져서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라고.

 

몇 곡 들어보고, 저 또한 전 앨범을 컬렉션화 했습니다. 들으시는 이 곡은 '진짜 소리'로 진정하 소리를 찾는 과정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가사, 곡, 목소리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정말 출중한 싱글이라 생각합니다.

 

혼자 듣기 아까워 제 서재를 방문해 주시는 분들과 함께 듣고 싶어 노래를 걸어 둡니다.

 

 

 

 

  

 

 

 

 


本当진짜 소리

本当は倒れそうで 凄く恐かったよ 혼또-와 타오레소-데 스고쿠코와캇타요
실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굉장히 무서웠어

バカみたいに はしゃぎたてて 바카미타이니 하샤이타테떼

바보처럼 들떠서는

平然を装っていた 헤이젠오 요소옷떼이타
태연한 척 하고 있었어

夢ばかり語っているように 유메바카리 카탓떼이루요-니
꿈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처럼

見えたかもしれないけど 미에타카모 시레나이케도

보였을 지 몰라도

それしかできなかったんだよ 소레시카 데키나캇탄다요

그것밖에 할 수 없었어

カッコ付けるしかないような有り様 で 칵코츠케루시카나이요-나 아리사마 데
멋진 척 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

手を延ばしても  테오 노바시떼모
손을 뻗어 보아도

掴めるものなんてない 츠카메루모노난떼나이
잡히는 것따위 없어

現実と夢の狭間で必死に 겐지츠또 유메노 하자마데 힛시니
꿈과 현실의 틈바구니에서 필사적으로

立っていようとした 탓떼이요-또시타
서 있으려 했어

強大な王国では絵空事が続いている 쿄-다이나 오-코쿠데와 에소라고토가 츠즈이떼이루

강대한 왕국에서는 허풍만 계속되고 있어

有り余る 情報にいつしか呑み込ま れてゆく 아리아마루 죠-호니 이츠시카 노미코 마레떼유쿠
넘쳐나는 정보에 언제부턴가 삼켜지 고 있어

本当の音を聞き逃さないよう 혼또노 오토오 키키 노가사나이요-
진짜 소리를 놓치지 않도록

立ち止まり 自分の音を探している よ 타치도마리 지분노 오토오 사가시떼 이루요

발걸음을 멈추고 자의 소리를 찾고 있어

私は今 何を信じていいか 와타시와 이마 나니오 신지떼이이카
나는 지금 무엇을 믿으면 좋을까?

心に響く 必死なものを見せて 코코로니 히비쿠 힛시나모노오 미세 떼
마음을 울리는 필사적인 것을 보여줘

本当の音を聴かせてほしいの 혼또-노 오토오 키카세떼 호시이노
진짜 소리를 들려주길 원해

じゃないと この世界は 쟈나이또 코노 세카이와
그렇지 않으면 이 세계는...

何もかもが飾り立てられ 나니모카모가 카자리타테라레

모든 것이 요란스레 꾸며져

本当の姿を 失ってしまった 혼또-노 스가타오 우시낫떼시맛타
진짜 모습을 잃어버릴 거야

私の棲む世界は このままじゃ 와타시노 스무 세카이와 코노마마쟈
이대로는 내가 사는 이 세상이

あまりにも 悲しすぎる 아마리니모 카나시스기루

너무나 슬프단 말이야

カッコ付けるしかないような有り様 で 칵코츠케루시카나이요-나 아리사마 데
멋진 척 할 수 밖에 없는 상태라

それでも このまま錆び付くよりは いい 소레데모 코노마마 사비츠쿠요리와이 이
그렇지만 이대로 녹슬어 버리는 것보 다는 나아

本当の音を聴かせてほしいの 혼또-노 오토오 키카세떼 호시이노
진짜 소리를 들려주길 원해

じゃないと この世界は... 쟈나이또 코노 세카이와...

그렇지 않으면 이 세계는…

何もかもが絵空事のよう 나니모카모 에소라고토노요-

모든 것이 허풍투성이야

心に響く 必死なものを見せて 코코로니 히비쿠 힛시나모노오 미세 떼
마음을 울리는 필사적인 것을 보여줘

現実と夢の狭間で必死に 겐지츠또 유메노 하자마데 힛시니
꿈과 현실의 틈바구니에서 필사적으로

立っていようとした 탓떼이요-또시타
서 있으려 했어

本当の音を聞かせて... 혼또-노 오토오 키카세떼...
진짜 소리를 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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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3-11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가사를 한글로 옮기시고 번역까지!
음악 좋네요. 잘 듣고 갑니다.^^

yamoo 2015-03-12 11:02   좋아요 0 | URL
잘 들으셨다니 감사합니다. 번역은 제가 한 것이 아니고 번역 돼 있는 걸 긁어 온 것입니다..ㅋㅋ
 

한 2주 전부터 재미있는 책을 찾아 읽고 있다. 역시 재미하면, 내겐 스파이 소설이나 추리 소설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게 강렬한 재미를 선사한 프레드릭 포사이드와 잭 히긴스의 책들은 이제 이 분야의 고전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볼 때, 재미하면 단연코 아시모프와 김용의 소설들이었다. 스파이 소설도 재밌었지만, 아시모프의 <로봇>시리즈와 김용의 대하역사소설 시리즈를 읽을 때의 재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듯싶다.

 

 

 

 

 

 

 

 

 

 

아시모프의 소설 시리즈와 김용의 소설 시리즈가 서점가를 점령하고 있던 1990년대, 나는 한 권의 책을 빌려 읽고 뒤 편의 내용이 궁금하여 그길로 곧장 도서관이나 서점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도서관에서 누가 그 다음편을 빌려가면, 서점에서 구입하지 않고는 못배겼다. 정말 마약같은 재미를 느끼며 한권 한권 독파한 것 같다.

 

(당시 김용의 <천룡팔부>는 <아! 만리성>이라는 타이틀로 나왔다. 정말 재밌었는데, 같은 출판사에서 표지도 비슷하게 나온 <아! 북극성>이란 작품도 있었다. 작가는 소슬이었는데, 김용의 작품들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재미를 선사했던 시리즈다.)

 

요즘 재밌다는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오랜 전 마약과 같은 재미를 선사하는 책들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다음 편 내용이 궁금해서 상기된 표정으로 서점으로 책을 사러 가던 그런 마력을 선사하는 정도의 책이 없다는 사실.

 

물론 당시에는 책 읽는 재미에 서서히 눈을 떠 가던 시절이라 책이 주는 재미가 좀더 특별했던 것 같다. 이후에 본격적으로 세계문학 작품들을 읽으면서 나는 또다른 재미의 세계를 맛볼 수 있었다. 내가 세계문학 작품으로 첫번째 손에 든 책이 바로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었다.

 

 

 

 

 

 

 

 

 

 

 

 

 

이후,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들에 빠져들면서, 첨에 지루한 내용이 어떻게 기상천외한 재미로 바뀌는지 체험했다. 인내 후에 오는 거대한 재미는 이전에 느꼈던 재미와는 차원이 달랐다. 정말 거대한 재미였다. 에코의 소설 속에는 거의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는 듯했다. 방대한 지식, 웃음, 전복, 플롯의 절묘함 등등.

 

 

 

 

 

 

 

 

 

그러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밀란 쿤데라의 <농담>을 읽게 되었다. 이건 내가 이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과는 사뭇 달랐다. 지루한 내용과 속도감 있는 내용이 혼재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읽을 수 있었다. 문제는 다 읽고 난 후였다. 뭔가가, 뭔가가 있었다.

 

이전에 재미있게 읽고 느꼈던 감정과는 뭔가 다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다시 읽을 수밖에 없었고, 이후 몇 시간 동안 넋을 놓고 있었던 것 같다. 인간에 내재되어 있는 모순성과 부조리함을 아주 깊게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쿤데라의 소설들이 김용의 소설들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바람처럼 책장이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천천히 읽은 후의 감동은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

 

아마도 내가 소설을 읽는 목적이 여기서 갈린 듯싶다. 이를 기점으로 재미 보다는 감동을 주는 책을 찾아 읽었던 거 같다. 보통 소설을 읽는 목적은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다. 언젠가 미디어 설문 조사에서도 재미를 위해 소설을 본다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런데 쿤데라의 소설들을 읽으면 그렇지가 않다. 페이지 넘어가는 것은 더디지만 읽고 나면 '인간'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이런 감정을 느끼기 위해 일부러 이런 책만 찾아 읽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찾아 읽는다.

 

이렇게 보면 소설을 읽는 부류는 간단히 정리 된다. 재미 또는 감동을 위해 소설을 찾아 읽는다. 재미와 감동을 모두 충족한다?! 두말해서 뭘할까. 한데, 재미와 감동을 모두 충족하는 책이란 어떤 책을 말하는 것일까?

 

정말 심각한 문제는 여기에서 생겨나는 듯하다. '재미'와 '감동'이 모두 주관적 성향의 척도라는 점. 그래도 신기한게, 책읽는 사람들이 '재미있다', '감동적이다'라고 평가하는 책들은 얼추 그런 경향이 있다는 거. 그런 책 중 상당수가 내가 읽고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어서다.

 

물론 내가 재밌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 역시 재미를 느낀다는 보장은 없다. 나의 경우를 보더라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나 <보트 위의 세 남자>는 하나도 재미를 느끼지 못했으니까. 특히 후자의 경우는 무쟈게 웃기다고 해서 봤는데, 웃기기는 커녕 매우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다.

 

 

 

 

 

 

 

요즘 내가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 바로 이런 것이다. '재미와 감동'은 인간의 주관적인 감정인데, 어떻게 그 감정이 어느 정도의 보편성을 띠느냐다. (책 추천은 확실히 보편성을 전제로 하니까.) 이런 이중의 체험이 칸트가 말하는 '유희적 동일시 이론'인가.

 

몇 주 전 지인들로부터 재밌다는 책들을 추천받아 조금 읽어보고, 재미를 못 느껴 던지게 된 책들 때문에 깊어지는 생각이다. 급기야 대중문학과 순수문학을 구분하는 잣대의 무의미함에 까지 이르니 머리가 터질것만 같다.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는 대중문학인가, 아니면 순수문학인가? 이 소설이 정말  셜록 홈즈보다 재미있는 탐정 소설인가, 아닌가? 그럼, 브람스토커의 <드라큘라>는?? 꼬리를 무는 이런 의문들은 한이 없다.

 

 

 

 

 

 

 

이런 모든 질문들은 무의미할지 모른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달리 답할 수 있는 물음이기에. 나에게는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이 시점에서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있다. 90년대 읽었던 아시모프의 SF소설과 김용의 대학역사소설이 재미 면에서는 으뜸이었다는 거. 근데, 왜 이런 확신이 든지는 모르겠다. 역시 취향의 문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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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3-11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수리는 정말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은하수는 저도 별 재미를 못봐서 읽다가 포기했어요
농담은 꼭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yamoo 2015-03-12 10:47   좋아요 0 | URL
독수리..정말 재밌었죠. 히긴스의 작품은 다 재밌었습니다. 포사이드와는 다른 재미를 줬고 더 재밌었던 거 같습니다. 근데, 포사이드보다 작품이 적어서 3-4권 이후로는 읽을 게 없었던게 가장 큰 아쉬움 이었지요^^
붉은돼지님도 저하고 같은 부류 같아요. 은하수 정말 재미없어 읽다 관뒀어요. <보트 위의 세 남자>도 읽어 보세요. 이거 웃기다고 많이들 그러는데...
농담은 일독을 권합니다. 정말 좋아요~

[그장소] 2015-03-11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신걸 보면 권한다는게 무의미할 거란 생각이 들만하네요.
초보여서..든가
저처럼 일본문학은 진입초 라든가..
환상문학은 이제 입문 이라든가..해야
거들죠..^^
이건..깡패한테..네가 깡이 세지는 법을 알려줄께..도 아니고...ㅎㅎㅎ

yamoo 2015-03-12 10:47   좋아요 0 | URL
그래도 한 권 정도 추천해 주심이...그장소님께서 추천해 주신건 잽싸게 찾아서 읽어 보고 싶습니다!ㅎ

[그장소] 2015-03-11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웅문은 읽었는데..ㅎㅎㅎ무협극도 한때라...ㅠ

yamoo 2015-03-12 10:52   좋아요 0 | URL
영웅문은 어떠셨는지요...ㅋㅋ 무협은 한때이지만 그래도 요즘 나오는 환타지 소설보다야 김용 소설이 한 3배쯤 나은 것 같습니다. 김용의 소설에 흐르는 도가적 사상은 꽤 멋진거 같으니까요.ㅎ 특히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있어서 김용은 재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아마도 지금 다시 읽으면 다른 시각으로 볼 듯합니다~^^

cyrus 2015-03-11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운데이션 시리즈도 재출간되었는데 욕심이라면 로봇 시리즈도 다시 나왔으면 좋겠어요. 중고샵 가격이 비싸고, 일부 낱권을 구할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은 절판되어 구할 수 없게 된 90년대 책들을 읽었고, 책의 재미를 충분히 만끽했던 세대가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

yamoo 2015-03-12 10:53   좋아요 0 | URL
나와도 그림의 떡인거 같아요. 로봇 시리즈 다시 나오면 얼마나 비쌀까요? 아무 것도 모를 때 읽어서 재미만 있었던 거 같아요. 지금 다시 읽으면 좀더 색다른 즐거움을느끼며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transient-guest 2015-03-12 0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때 갑자기 무협지에 눈을 뜨고서는 점심값을 아껴가면서 한 권씩 김용의 소설을 사들였던 기억이 나네요. 고려원에서 나온 녀석들이랑 이런 저런 작은 출판사에서 나온 것들을 먼 서점까지 일부러 가서 구하고 보관한 덕분에 지금도 벽혈검을 제외한 김용의 모든 작품을 갖고 있을 수 있네요. 물론 나중에 다시 정식으로 출판되었지만, 그 시절의 기억이 고스란이 담긴 책이라니 너무 소중하지요.ㅎ

yamoo 2015-03-12 10:57   좋아요 0 | URL
트랜지언트님 어쩜 저하구 그리 비슷하신지.. 고려원에서 나온 녹정기는 그렇게 한 권씩 모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두 김용의 작품은 거의 다 읽었다고 자부하는데, 벽혈검이란 작품도 있었군요! 하도 아류작이 많아서...전 설산객과 장맥산맥을 마지막으로 김용의 작품과는 빠이빠이 했습니다. 아마도 94년 정도에서 헤어지고...2000년대 중반에 대륙의 별이 몇 권 나와 봤습니다만..(무척 재밌게) 이후 권수가 없어 읽기가 중단됐고 지금까지 그게 이어지네요.. 헌책방에서도 현재는 매우 비싸서 사기도 그렇고..
여튼 방치상태 입니다..ㅋㅋ 언젠가 다시 재단장해서 나오겠지요. 그때 구입할 요량입니다~ㅎ

[그장소] 2015-03-12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협극은.신문 연제물로 거의 접한것같아요. 말도안된다면서..킥킥대며 보곤했는데.

yamoo 2015-03-12 10:59   좋아요 1 | URL
신문 연재 무협 소설은 질이 많이 떨어지지요. 무협 대학역사 장편소설은 김용과 와룡생의 작품을 으뜸으로 칩니다. 신문 연재는 정말 이에 대면 재미도 그렇고 문학성도 좀 거시기 하지요..ㅋㅋ

돌궐 2015-03-12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푸코 소설 읽어보고 싶어요. 예전에 읽다 포기했었는데... 분명히 뭔가 있다는 느낌은 들었습니다.
쿤데라도 읽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디 혼자 휴양지라도 가서 해먹에 누워 말이죠...

[그장소] 2015-03-12 08:11   좋아요 0 | URL
장미의 이름이..그나마 가장 쉬운..대중적인 이해도가 편한..소설에 가깝고요..영화도..있어요.^^
있죠..분명..많은 주석과 많은 미로와..수사학 이라는..것이 잡힐듯 말듯..있어요.^^ 나온 순으로 본 셈인데..저는..푸코의진자.전날의 섬.바우돌리노.식으로...ㅎ

돌궐 2015-03-12 08:12   좋아요 1 | URL
아 제가 바로 장미의 이름을 읽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때려치웠어요. 아마 어렸을 때라 지적인 즐거움보다는 말초적이고 끈적한 이야기를 추구했던 거 같아요. 본가 창고에 가면 어딘가 책이 있을 텐데 언제 한 번 뒤져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장소] 2015-03-12 0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같이머리를 싸메고 까지 볼 건 아니라고..첨엔 넘 신기해서 주석중에 옮겨쓰기도하고 그랬는데..연금술(이게 연금술이란 뜻이 아님)을 알아봐야..써먹을것도 아니고 하나의 기호처럼..다빈치코드마냥 지금은 그런식으로 기억해요.어렵다 생각하면 복잡하니 쭉..읽어나가다 보면 뭘 뜻하는지 되짚어보고 싶어지니..스스로 찾게됩니다.그게 시작인듯..해요.꼭 에코만 해당하는 건 아니고요..^^

돌궐 2015-03-12 09:02   좋아요 1 | URL
제가 위에다 에코를 푸코라고 썼네요. ㅋㅋㅋ
돌이켜보니 제가 기호나 도상 같은 거 좀 싫어했어요. 아 골치야 이러면서요. ㅋㅋ
뭘 그리 감추고 빗대는지 짜증이 나더라구요. 근데 이제는 그게 재미있을 거 같아요.^^

[그장소] 2015-03-12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베르토 에코가 푸코의진자를 써서..헷갈리신듯..푸코도..있지만..^^
어떤 심정인지..저도 알아요.
죽어라 안읽히는 책도 있는거 거든요..때가 아녀서 그런거라고..봐요.^^

돌궐 2015-03-12 08:44   좋아요 1 | URL
에코나 푸코나 난해하기론 도찐개찐이죠. 하하

[그장소] 2015-03-12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 다 머릿 속에 미로가 엄청나게 꼬여 들어앉은 양반들이란 것엔..동감!!

페크pek0501 2015-03-13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깨달음을 주는 소설이 좋습니다. 특히 제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해 주는 거요.
특히 인간에 대해서요.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그런 것들이 주는 매력이 있어요.
영화 <밀양>- 이청준의 소설을 영화화했다고 하죠 - 에서도
인간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감동했어요. 시나리오에 대한 감동...
인간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영화로 꼽습니다.
소설도 이런 류가 좋습니다.

흥미로운 글, 잘 보고 갑니다. ^^

yamoo 2015-03-13 17:48   좋아요 0 | URL
아, 페크님은 깨달음을 주는 소설을 좋아하시는 군요~^^
<밀양>..그 영화 저도 매우 인상깊게 봤습니다. 문학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좋은 작품은 `인간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듯합니다.
페크님도 크게 보면 감동을 주는 작품을 좋아하시는 가 봅니다~
저도 역시 그런데, 읽기가 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09-14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민했던 내용을 다른 분의 글로 만나니까 좋네요^^ 저는 <파운데이션> 1권을 보고 큰 재미를 못느껴서 2권은 읽지 않고 있습니다. 정말 재미와 감동은 주관적인 것 같아요. 주관적이면서도 가끔은 보편적이여서 헷갈립니다ㅎㅎㅎ

yamoo 2016-09-17 16:21   좋아요 0 | URL
책을 많이 읽다보면 이런 딜레마에 빠지죠..ㅎㅎ 고양이라디오 님두 느끼셨나보네욤^^ 고양이라디오 님만이 가졌던 그 생각 페이퍼로 써주시면 아주 반가울 거 같습니다..ㅎㅎ
 

이사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조금 있으면 이사를 가야한다. 집을 알아 보고 있는데, 전세 대란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닌 듯하다. 집을 보러 다니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이사를 할 생각하니, 책 때문에 한숨만 나온다. 이 책을 어떻게 다 옮기나...

 

이사 생각만 하면 속이 울렁거린다. 복잡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생각할 겨를도 주지 않는 재밌는 책을 읽으면 된다! 그런데, 이런 책을 찾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난 세계문학을 거의 읽을 수 없다. 초반부의 지루함 때문이다.

 

재밌다고 추천받은 소설책들 중 거의 전부가 몇 페이지 넘기다 말고 던져졌다. 그 책들은 다음과 같다. 사람에 따라서는 의아할 것이다. 이 책이 정말 재미없다고?! 처음을 넘기면 되는데, 그걸 못하니 읽다 말고 던지게 된다.

 

 

 

 

 

 

 

 

사라마구의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는 이전에 나온 문학세계사판인 <이름들>로 읽고 있는데, 이 책만은 끝을 보려고 읽고 있다. 지하철에서만. 거의 2주가 다 되간다. 초반부를 넘어 탄력이 붙는가 싶더니, 다시 지루해져 덮고 있다. 나머지 책들은 20여 페이지를 못 넘기고 던졌다.

 

그래서 예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던 스파이 소설, 일명 장르 소설쪽으로 기웃거리게 된다. 도서관에서 그렇게 기웃거리다 발견한 책이 <보쉬의 비밀>이라는 책인데, 이걸 발견한 게 행운이었다. 도서관에서 몇 페이지를 읽고 보니 그냥 페이지 속에 파묻히는 거다.

 

 

 

 

 

 

 

 

 

 

 

 

 

 

미술책에서 항상 의문의 부호를 갖고 보던 히에로니무스 보쉬 그림에 관한 내용이라 더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솔직히 화가에 대해 몰라도 이 소설은 충분히 재밌다. 책장이 바람처럼 넘어가던 <13번째 마을>만큼 재밌으니~.

 

 

 

혹시나 해서 알라딘 중고서점을 검색했는데, 몇 군데 있어 낼름 구입하여 야금야금 읽고 있다. 게걸스럽게 읽으면 금방 읽어버리기 때문에. 1권 끝내고 2권 접어들었는데, 페이지가 넘어가는게 매우 아쉽다. 정말 내가 찾고 있던 책이다. 정말 재밌다! 혹시나 나처럼 재밌는 책을 찾고 있는 분이라면 강추할 책이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계속 이사 불안증에 시달려야 한다) 연달아 읽을 다음 책을 확보하려고 찾아 보았다. 알라딘 리뷰를 뒤져보니 <제노사이드>도 끝내주게 재밌다고 해서 슬쩍 보았다. 와~ 이것도 내 몇일을 담보해 주겠구나 싶어 구매했다. 이건 정말 확실한 재미를 보장할 거 같다. ㅎㅎ

 

 

도서관에서 <제노사이드>를 다 읽으면 읽을 수 있는 재미를 보장해 줄 책을 빌려왔다. 아래 책들.

 

 

 

 

 

 

 

 

 

 

 

 

 

<순교자>는 이상하게도 끌렸고, <표적>은 딱 3페이지만 넘겨 봤는데, 재밌을 거 같아 빌렸다. <전몰자의 날>은 헤르메스님 페이퍼를 보고 빈스 플린 시리즈 중 책 상태가 양호한 걸 빌렸다. 빈스 플린 책들은 하두 대출되어 표지가 너덜너덜하고 대체로 다 더럽다. 이건 재미를 보장한다는 반증이 아닐까..ㅎㅎ

 

지난 달 읽었던 책들 중에서 의외로 문학작품 만큼 재밌었던 인문서들도 있었다. <성은 환상이다>와 <교양인의 독서생활> 그리고 <미국문화의 몰락>(재독했음)이 그런 책들이다. 모두 하루나 이틀만에 다 읽은 환상적인 책들이다. 이런 책들만 읽으면 정말 좋겠다.

 

 

 

 

 

 

 

 

 

 

 

 

특히 기시다 슈의 <성은 환상이다>는 정신분석학 이론서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재밌다. 이 사람의 독특한 주장은 읽어 봐야 그 맛을 알 수 있다. <미국문화의 몰락>은 예전에 사 놓고 대충 훑어 읽었던 책인데, 다시 보니 역시 의미심장하다. 흠..그렇지, 그렇고 말고, 라는 말과 함께 금방 다 읽는다. 미국 문화 비판서가 이리도 재밌다니. 촘스키와는 색다른 재미를 보장한다.

 

<교양인의 독서생활>은 오래 전에 출간된 건데, 최근에야 번역된 듯하다. 책에 대한 책을 다룬 책들은 이미 많이 나와있지만 그래도 매우 재밌게 읽었다. 다치바나 다카시 책에 비하면 이 책은 좀더 묵직하고 직설적이다. 일급 사회학자의 독서편력기인데, 교양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의미 심장한 구절들과 교양서를 왜 읽어야 하는지 그 당위성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매력적인 책이다. 이 책도 하루만에 쫑을 보았다.

 

그나저나 4월까지 정신적 고통에서 버텨야 한다. 혼자서 재밌는 책을 찾는 건 정말 어려운 거 같다. 추천받는 게 제일 장땡인거 같다. 재밌을지 여부는 내가 판단하면 되니까..ㅎㅎ 재미는 상대적인지만, 확실히 재밌다는 책 중에서 고르면, 내게도 재밌는 책이 확실히 있는 거 같다. 어쨌거나 기차게 재밌는 책이 있으면 야무에게 추천해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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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3-06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쉬의 비밀 읽고 계시네요.^^
제노사이드는 확실히 재미있고요.
13 번째마을...
읽었을지도..아닐지도.

보쉬의 비밀도...흠..개인적인거니까요!^^
취향을..대충...감만..잡겠어요..지금은.
다음책도 읽으시고 소감 알려주세요.
정말 재미있으셨는지요..^^
그래야 취향이 어떤지 대충 알거 같으니까요.^^



yamoo 2015-03-06 20:16   좋아요 1 | URL
네, <보쉬의 비밀>을 읽고 있습니다. 보쉬의 쾌락에 정원에 숨어 있는 코드를 파헤치는 내용인데, 현재와 중세를 오가는 내용이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제노사이드...그래서 기대하고 있습니다..ㅎㅎ

취향이전에 `그장소`님께서 아주 재밌게 읽으셨던 거 추천해 주세요. 전, 무조건 찾아서 10여페이지를 읽어볼 겁니다. 재미는 주관적인 판단이라 현재는 지루할지라도 반드시 읽었던 책은 끝까지 읽습니다. 제 취향은 둘째 치고 추천해 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3-06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찰스 부코스키의 여자들 추천합니당..

yamoo 2015-03-06 20: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쿠코스키 책 찾아보니, 재밌을거 같네요. 얼른 찾아보겠어요~!!ㅎ

Jeanne_Hebuterne 2015-03-06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책을 추천합니다.
표지가 참 읽기 싫게 생겼지만 저 말고 김연수도 추천을 하더라고요(유명인사 걸고 넘어지기).

어쩌면 저도 곧 집 알아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아..저는 책 이외의 다른 이유로 머리가 지끈지끈 ㅠㅠ
그 마음 정말 잘 알아요.
`곧 어떤 일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러나 알고는 있다.`
이 삼종셋트가 9분 9초마다 무한반복되는 이 느낌!!!

아, 차라리 카프카의 `소송`을 추천해 드려야하는지도ㅠㅠ 읽으면서 이것은 부조리극이자 희극이라고 소설가 김영하가 했던 말을 떠올렸지만 저는 종종 이 소설이 제 꿈속 같았지 뭐에요.

yamoo 2015-03-06 20: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퍼트리샤 아이스미스 책을 찾아서 읽어보겠습니다! 낼 바로요~ㅎㅎ

저하고 비슷하군요~ㅎ 얼른 그런 잡념에서 벗어나시길~^^

<소송>은 첨 읽을 때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ㅎㅎ

cyrus 2015-03-07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책의 취향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가족이든 친구든지 간에 무조건 상대방에게 책을 추천할 때가 난감하면서도 부담스러워요. 야무님의 서재에 책이 상당히 많을 텐데 이삿짐 때문에 고민이 많겠습니다. 이때 책 관리 잘 하셔야 합니다. 이사 준비하는 과정에서 책 몇 권 분실할 수 있으니까요.

yamoo 2015-03-09 11:18   좋아요 0 | URL
책의 취향이 다르다고 추천을 하지 않는다는 건 좀 거시기 합니다..ㅎㅎ 제가 추천받아 읽어온 책들은 대부분 저와 책 취향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얻은 것이거든요~ 그래서 예기치 않은 재미와 감동을 받은 적이 많습니다. 비슷한 취향이면 절대 고를 수 없는 책들이지요. 그니깐, 사이러스님도 몇 권 추천해주세요~ 그 중에서 분명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있을 겁니다. 당장은 재미없다고 생각해도 추천받은 책은 언제가 됐건 다 읽게 되더군요~ㅎ

transient-guest 2015-03-07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중물 같은 독서도 필요해요. 책읽기를 꾸준히 하다보면 재미순위나 흥미순서가 자꾸 바뀌거나 다른 날이 있더라구요. 책을 많이 갖고있는 사람의 이사는 힘들죠..ㅎㅎ 저도 늘 고생하는데, 우리 서친들 중 많은 분들이 겪는...ㅎㅎ
1. 제노사이드 - 재미있습니다.
2. 하이스미스 - 재미있습니다. 리플리 시리즈가 유명한데, 옛날 알랭들롱 주연으로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맷 데이먼 주연으로 한 영화가 있네요.
3. 추천: 문신살인.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본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강추합니다.

yamoo 2015-03-09 11:21   좋아요 0 | URL
트랜지언트님 정말 감사합니다. 추천하신 책, 하이스미스와 문신살인 반드시 찾아 보겠습니다! 문신살인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꽤 많이 보던 책이었습니다. 책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지고 있네요~^^

2015-05-05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6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중고서점에서 그럴 때가 있습니다. 하도 책을 많이 골라서 고른 책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을 때. 이런 책들은 다음에 가 보면 팔리고 없습니다. 100% 그렇습니다. 중고서점에는 언제나 저와 같은 부류의 책사냥꾼들이 넘쳐나니까요.

 

그렇게 해서 놓친 책들은 무척 많습니다. 아까워해도 소용이 없죠. 그냥 내 책이 아니려니, 하고 생각하면 맘이 조금은 편합니다. 그래도 가끔씩 후회를 하곤 하지요. 그러다가 놓친 책을 다시 중고서점에서 만나면 그땐 고민할 여지가 없습니다. 닥치고 구매해야죠.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주기적으로 이상한 경험을 하곤 합니다. 책탐이 아주 심해지는 증상이지요. 중고서점에서 인문 절판본은 무조건 삽니다. 책에 대한 욕심이 주기를 타는 듯합니다. 돈이 없어도 계속 카드로 긁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 중고서점에 두번 다시 나올 책이 아니야! 그러니 이런 책은 닥치고 사야해!'라는 내면의 소리를 들을 때입니다.

 

저번 달 구입한 책이 60권을 넘었습니다. 그럼에도 알라딘 중고서점을 검색하면 사야할 책이 다시 수두룩해 집니다. 수중에 여윳돈은 바닥을 드러낸지 오래인데, 중고서점에 들러 책을 보면 '이건 지금 사야돼!'라는 내면의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귀를 막아도 소용이 없다..랄까요. 귀를 막고 애써 나오면 환청 비슷한게 들리면서 책이 눈에 아른 거립니다. 그러면 다시 돌아가 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구입한 책들이 쌓여만 갑니다. 처분할 책도 쌓여가긴 합니다만, 사제끼는 책은 그 배를 넘습니다. 정말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고민을 한다해도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귀를 막고도 '이건 사야해!'라고 해서 산 책들을 처분하지 않고서는 정말 요원한 일입니다.

 

근데, 돈이 없어도 '이런 책은 사야해!'라는 책이 뭐가 있냐구요? 흠...그건 개인의 사정과 취향에 따라 달라지겠습니다만, 저같은 경우는 예전부터 모으던 시리즈 중 일부 책이 절판인 경우입니다. 절판되고 나서 시리즈를 알아 헌책방을 전전하며 모으는 책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제 오랜만에 흙서점에 갔습니다. 거기서 책을 10여권 정도 구입했는데, 집에 와서 보니 한 권은 이미 소장중이던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부랴부랴 바꾸러 갔지요. 6천원 짜리 책이었는데 같은 금액의 다른 책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금액에 맞게 책의 구색을 맞추던 중 거기서 그제 안보였던 책을 찾았습니다. 바로 입장총서의 한 권인 르네 톰의 <카타스트로프의 과학과 철학>(솔, 1995)였지요. 훑어 보니 중간 중간에 수학적으로 매우 어려운 이론들이 나오더군요. 그냥 건너 뛰고 읽어도 무방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카타스트로프 이론이 수학적 이론과 맞물려 있어 읽기 쉽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뭐, 어려워서 읽지 않아도 그만입니다.ㅎ 컬렉션 했다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ㅎㅎ

 

 

제가 지금까지 구색을 맞추지 못한 총서 시리즈가 몇 개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솔출판사의 입장총서 시리즈와 민음사의 이데아총서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헌책방을 전전하는 총서 시리즈들입니다. 이데아총서의 경우 6권 정도 빠져 있고, 입장총서의 경우는 절반 정도 모았습니다. 그런데 중고서점에서도 이들 시리즈는 정말 발견하기 힘듭니다. 우연히 만나지 않고는 하늘에 별 따기 입니다(특히 내게 없는 책!). 이런 책들을 중고서점에서 만나면 닥치고 사야합니다.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싸지(액면가의 2배 3배를 부르는 헌책방도 있습니다.) 않는 한에서요.

 

 

그리고 딱 2개 이빨이 빠진 총서가 있습니다. 예전에 종로서적에서 나온 현대 철학 시리즈(전22권 완간)입니다. 2권 <현상학 강의>와 <자연 과학 철학>만 없습니다. 근데, 위 입장총서 중 한 권을 고른 바로 아래에 <현상학 강의>가 꽂혀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순간 '이야~!'라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런 책은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닥치고 사가지고 왔습니다. 근데, 좀 읽어 보니 매우 어렵군요. 현상학에 대한 기초가 돼 있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훗설이 현상학 개념에 대한 구상을 어떻게 했는지 보여주고 평가합니다. 훗설이 설정한 현상학에 대한 개념 추이를 초기부터 후기까지 고찰하는 책이기에 입문책이긴 하지만 매우 어렵다는 인상입니다. 기술적 현상학에서 선험적 현상으로 이행하는 설명 부분이 특히 난해합니다만, 훗설 현상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분명히 도움이 될만한 책입니다.

 

 

 

그제 흙서점에 갔던 날도 아주 운이 좋았지요. 거기에서 저는 발터 슐쯔의 <철학의 부정>(이문, 1988)과 솔 크립키의 <이름과 필연>(서광사, 1988)을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크립키는 분석철학 책을 읽을 때 언제나 등장하던 이름이었지요. 크립키의 주저인 이 책을 작년 반디문고에서 보고 구매를 망설였던 적이 있습니다. 결국 놓고 왔지만 그 이전에 서광사에서 나온 책이 있었는지는 몰랐는데, 만나니 매우 반가웠습니다. 그냥 닥치고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근데, 가격은 1500원..ㅋ

 

 

 

 

발터 슐쯔의 <철학의 부정>은 비트겐슈타인 비판서입니다. 이 사람의 이름과 책은 제가 이날 처음 본 겁니다. 소장하고 있는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책들의 서지목록에도 슐쯔의 책은 언급된 바 없었습니다. 그 유명한 레이 몽크의 책들에도 없었습니다. 주어캄프 세계인물 총서로 나온 <비트겐슈타인>이나 한길 로로로 중 한 권인 <비트겐슈타인>에도 없습니다. 그래서 별 볼일 없는 책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책을 넘겨 구경하고 몇 페이지를 읽어보니, 이 책은 정말 대박인 책이더군요. 이 책은 <논고>와 <탐구>를 아주 간결하게 소개해 주는 입문서이자 저자 나름의 비판을 곁들인 안내서였습니다. 이렇게도 얇고 좋은 책이 서지목록에 없다는 게 정말 이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비트겐슈타인에 관심이 많아 입문서들은 거의 다 소장해서 읽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비트겐슈타인 주저들도 나름 소장하여 읽어왔습니다.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2차 문헌 중에서 이 책만큼 간결하게 비트겐슈타인의 <논고>나 <탐구>를 소개하고 해설해 주며 비판하고 있는 책은 못봤습니다. 그것도 아주 평이하게요. 물론 비트겐슈타인이 쓴 책 자체가 난해하여 용어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나름 관심있게 비트겐슈차인을 읽어온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이런 책은 만원도 아깝지 않지만 저는 1000원에 데려왔습니다. 정말 행운이지요~

 

 

어제는 신림점에 갔다가 몇 년 전 반디 문고에서 들었다놨다를 반복했던 책을 발견하여 냉큼 사왔습니다. 이건 약간 고민하긴 했지만 '사야해!'라는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 했지요. <미술품 분석과 서술의 기초>(시공사, 2006)라는 책인데, 이 책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지요. 논문과 에세이 쓰기에 있어서 항상 표절과 인용 문제로 골치가 아팠는데, 이 책에서는 표절과 인용의 적절한 사례를 아주 잘 짚어주었습니다. 표절을 피하고 제대로 인용하는 방법을 아주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알려줘서 사야했습니다. 미술에 관련된 글이 아니라도 인문에 관련된 글을 쓸 경우 매우 도움이 되는 지점들이 많아 닥치고 구매하게 되었지요. 정말 강추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작품을 평한 글의 장단점을 짚어주는 저자의 친절함과 해박함은 글쓰기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참고 자료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합니다.

 

 

같이 산 책으로 마쓰오카 세이고의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추수밭, 2010)이 있습니다. 마쓰오카 세이고는 <지의 편집공학>(?지식의 숲, 2006)이라는 책을 읽고 완전 팬이 됐습니다. 타치바나 다카시에 버금가는 책을 읽는 마쓰오카 세이고는 일본에서도 책 많이 읽는 괴물(신)로 통한다고 합니다. 이 사람의 독특한 '지의 편집론'에 대한 매력에 빠져 전 저작을 컬렉션화 하려고 있지만 우리말로 번역된 게 별로 없어 매우 아쉬워하는 작가지요. 세이고의 책들은 나오기만하면 무조건 사야하는 책들이기에 생각따위는 할 겨를이 없습니다. 현재는 표지를 갈아입고 재판됐습니다. 새로 간행된 타이틀이 이전보다 나아 보입니다.ㅎㅎ

 

 

이 외에도 닥치고 구매할 수 밖에 없었던 책들이 많았습니다. 여윳돈이 없었지만 '반드시 사야해!'라는 내면의 소리를 듣고 산 책들입니다..ㅎㅎ(이미지가 없는 책들은 제외)

 

 

 

 

 

 

 

 

 

 

 

 

 

 

 

  이 중에서 특히 유잉의 <몸>(까치, 2006)과 <성 문화 보고서1,2>(지수, 2001)가 대박이었습니다. 세계 성 풍속사에 관계된 책들과 귄터 아멘트의 <섹스 북>과 같이 보면 금상첨화일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문화 보고서>의 경우는 용어가 매우 원색적(자지와 보지가 난무~ㅋㅋ)이지만, 섹스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들어 있는 책입니다. 2001년도에 이런 책이 나왔다게 신기합니다.ㅎ 보면서 '이론서'와 '도색잡지'의 오묘한 줄타기가 매력이라고 느꼈습니다. ㅎ 여기(성문화 보고서) 실린 사진들과 <몸>에 실린 사진들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홀딱 벗은 사진을 보고 뭐가 예술사진이고 선정적 사진인지 판단해 보는 재미 말이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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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2-13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의 책 취향이 저랑은 다르긴 하지만 야무님의 말씀엔
저도 백 배 동감입니다.
저도 엊그제 괜찮은 책을 발견하긴 했는데 이 책을 살까말까 망설이는 중입니다.
뭐 제가 사려는 책은 웬만해서 다른 사람이 먼저 사 제끼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전에 몇번 고민하는 사이 선수를 뺐긴 경험이 있긴 하죠.
저는 워낙 쌓인 책이 많아 적립금 한도내에서 사려고 용 쓰고 있습니다.ㅋ

yamoo 2015-02-16 16:38   좋아요 0 | URL
확실히 저하고 스텔라님은 책 취향이 다르지요~^^ 제가 사서 보는 책은 스텔라님이 구해서 보는 책이 아니고, 스텔라님께서 자주 읽으시는 책들은 제가 구해서 보는 책이 아니지요..ㅎ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발견하고 살지를 망설이는 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성인거 같습니다..ㅎ
적립금이 많으신거 같아 부럽습니다. 저는 적립금이 있으면 즉시즉시 쓰는 편이라 거의 0의 상태를 보입니다..ㅎㅎ

페크pek0501 2015-02-16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를 기죽게 만드는 페이퍼예요. 끄응...

한때 철학서만 읽었고 한때 미술서적만 읽던 시절이 있었어요. 이상하게 끌리더라고요.
그러다가 종교를 모르면 글을 못 쓸 것 같아서 성경을 사서 밑줄 그으며 읽었어요.

요즘 심리학 책을 많이 보는 편인데 재밌어요. 아들러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요.
님의 글을 읽으니 저도 다시 철학서와 미술서적을 읽어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무식하지 않으려면 좀 채워야겠어요. 하하~~)

yamoo 2015-02-24 17:25   좋아요 0 | URL
흠...이런 시덥지 않은 페이퍼에 기가 죽어야 되것습니까~ 페크님은 저보다 내공이 깊으신 걸요..^^

예전부터 철학서를 줄창 읽어 왔지만 언제부턴가 미술책을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습니다. 간간이 읽고 있는데 좋네요..ㅎㅎ 이상하게 미술책과 디자인 책이 끌리더라구요..ㅎ

심리학 책도 꾸준히 보는 편입니다. 전 아들러보다는 라캉 지젝 이쪽으로 보고 있는데...계속 보다보니, 이들이 대단한 구라꾼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슬슬 피하려고 하고 있어요..ㅋㅋ
미술서적 보단 디자인 서적이 갑이드만요~ㅎㅎ 디자인 서적 추천드려요~

낭만인생 2015-02-23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 전에 겪은 일이라... 주워 담다가 다시 내려 놓았는데... 잠시 후 다시 가보니 없었죠. 공감가는 글 감사합니다.

yamoo 2015-02-24 17:26   좋아요 0 | URL
중고서점에서는 일단 눈에 띠면 데려와야 한다는 게 정설 같아요. 나중에 사야지 하고 내려놓으면, 담에 없습니다. 네...없어요..ㅎㅎ 책좋아하는 분들은 대체로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transient-guest 2015-02-26 0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탐을 잘 다스리는 것이 금년 (작년에 이은)의 목표인 요즘, 참으로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말씀입니다.

yamoo 2015-03-01 15:25   좋아요 0 | URL
공감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는 올해에도 책탐에서 해방되지 못할 듯합니다..ㅎㅎ

ADRN 2015-07-14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흙서점 가시는군요 저도 올해 알게 되어 종종 갑니다:)

hellohello 2022-04-2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후기를 읽고 글 남김니다. 선생님 대단하시네요.
 

 

네, 말그대로 책의 쓰레기 더미에서 건진 명저들입니다. 송파구에서 살던 시절, 아파트 쓰레기 가져가는 날을 살펴 늦은 저녁이나 이른 아침에 한바퀴 돌면 책의 더미들을 간혹 만날 수 있습니다. 아파트 관리자분에게 잘만 말하면 거기서 책들을 선별해 올 수 있었지요. 한 번 돌면 수십 권 정도는 얻어 올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제 서재에 꽃혀 있는 책들 중 일부는 그 시절 데려온 것입니다. 대표적인 책들을 꺼내면 이렇습니다.

 

 

 

 

 

 

 

 

 

 

 

 

 

 

 

 

 

 

 

 

 

 

 

 

 

 

 

이 외에도 피터 드러커의 <새로운 현실>(시사영어사 판)이나 중앙일보사의 세계문학전집도 있습니다. 쓰레기장으로 직행하기 직전 건진 책들입니다. <철학 에세이>는 명저라고 말하긴 좀 뭐하지만, 그래도 금까지 출간되고 있는 걸 보면 괜찮은 책임에는 틀림 없는 거 같아 요기 끼워봤습니다. 더 많지만 알라딘 이미지가 뜨지 않아 요정도만..

 

아파트 쓰레기 집결지는 아니지만 황학동 헌책방에서 가판대에 놓고 파는 1000원 짜리 책들이 있습니다. 먼지가 뽀얗게 앉은 책들인데, 잘만 고르면 정말 대박인 책들을 고를 수 있습니다. 명저들이 숨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나중에 서점 사장님들에게 물어보니, 잘 팔리지 않은 책을 빨리 처분하고자 울며 겨자먹기로 내놓는다는 군요. 여기서 건진 명저들이 꽤 많습니다. 이런 책들이죠.

 

 

 

 

 

 

 

 

 

 

 

 

 

 

 

 

 

 

 

 

 

 

 

 

 

 

 

 

 

원래 <마지막3분>은 사이언스북스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동아출판사에서 '사이언스 마스터즈'시리즈로 기획한 책 중 첫 번째 권이었습니다. 황학동에서 1권 <마지막3분>과 함께 6권을 구입했지요. 구입하고 이 시리즈를 10권 쯤 모았을 때, 출판사가 두산동아로 바뀌더니 얼마 있어 모든 시리즈가 사이언스북스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는 판형이 줄어들고, 일부 목록이 교체되어 새롭게 출간된 시리즈가 사이언스북스의 '사이언스마스터즈' 시리즈입니다. 어쨌든 저는 절판된 동아풀판사(두산동아)로 모았기 때문에 사이언스북스판은 구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황학동에서 입수한 타타르키비츠의 <미학의 기본개념사>는 미진사판입니다. 나중에 이론과실천사판 <여섯 가지 개념의 역사>를 구입했는데, 같은 책이더군요. 어쨌든 완역된 책을 보시려면 미진사나 이론과실천사 판을 구해서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간혹가다 출현하곤 합니다.

마지막으로 햄린의 <형이상학>과 <인식론>을 각각 1000원에 데려왔지요. 철학에 관심 있는 분들은 햄린의 책을 꼭 보시기 바랍니다. 매우 명쾌하고 쉽게 서술되어 있어 어려운 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흙서점에서 1000~2000원 정도로 데려온 세계 문학 명저들이 있습니다. 절판된 명저들이 많아 알라딘 이미지가 뜨지 않는 책들이 많습니다. 알라딘 DB에서 확인 가능한 목록들을 꺼내봤습니다.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법>(솔)이나 에드거 알렌 포우의 <검은 고양이>(혜원출판사) 그리고 줄리아 크레스테바의 <사무라이>(솔) 등의 책들은 흙서점 1000원 코너에서 데려온 명작들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흙서점에서 데려온 최고의 절판 명작은 예전에 장원에서 '프랑스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10권 하드커버로 나온 시리즈가 있습니다. 이걸 권당 1000원에 데려온 것이 최고의 행운이었습니다. 지금은 구경할 수조차 없고 일반 도서관에서도 볼 수 없는 시리즈입니다. 정말 걸출한 프랑스 작가들의 엄선 작품이었는데, 당시는 하나도 모르고 시리즈가 있어 냉큼 데려왔는데, 지금 보니 정말 대단한 작가들(제라르드 네르발, 프랑스와즈 랄레 조리스, 에르베 바쟁, 드디 디드로, 싸드 등)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인것 같습니다. (불문학은 잘 몰라서..)

 

황학동 서점들이나 흑서점이나 헌책방의 1000원 코너는 그야말로 책의 쓰레기 더미 같습니다. 먼지 속에서 뒤져야 명저들을 발견할 수 있으니, 아파트 쓰레기 집결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거 같습니다. 거기서 저런 책들을 데려 올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도 재밌습니다.

 

요즘은 황학동이나 흙서점을 잘 가지 않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지만 예전처럼 명저들을 발견할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그 대신 알라딘 중고 서점을 적극 이용합니다. 검색시스템이 잘 돼 있어, 검색해서 알라딘 중고서점을 돌아 보면 절판된 책을 착한 가격에 데려올 수 있기 때문이지요. 황학동이나 흙서점보단 좀 비싼 편이지만 그래도 만족할 수준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아름다운 가게의 헌책 가격이 대폭 오른 점입니다. 예전에는 500원 1000원에 명저들이 즐비했습니다만, 이제는 좋은 책들도 별로 없고 명저들이 있다 하더라도 알라딘 가격보다 비쌉니다. 차라리 알라딘에서 사는 게 더 싼 상황으로 변했지요. 여러모로 아쉬운 변화입니다.

 

새 책보단 헌책, 그것도 절판된 책을 주로 찾아 다니니 요즘 신간 정보에 더욱 어두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도 가끔 대형 서점에 가서 둘러 보는 편인데, 그리 땡기는 책들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신해철 유고집은 반디 문고에서 앉아서 다 봤다지요. 읽으면서 웃기도하고 눈물이 핑 돌기도 했지요. 개인적으로 애증해 마지 않았던 아티스트였습니다. 신해철 유고도 제겐 명저 반열에 넣고 싶군요. 워낙 사랑과 증오가 교차했던 인물이라..

 

 

 

 

 

 

 

 

 

 

 

 

책을 정리하다가 보니, 책 하나하나가 구입한 경로가 생각나길래 페이퍼로 써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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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05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대박인데요. 크리스테바의 소설을 1000원으로 득템하시다니! 중고샵에서는 <사무라이> 두권짜리를 묶어서 0 하나 더 붙여 팔더라고요. 노이에자이트님이라는 알라디너께서도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다가 쓰레기 더미 속에서 좋은 책 몇 권을 찾는 분으로 기억해요. 저는 아파트 단지에 살지 않지만, 가끔 아파트 주변을 지나가면 쓰레기 더미 있는 곳을 기웃거려요. 혹시나 건질만한 책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그런데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책을 버리지 않더군요. ㅎㅎㅎ

yamoo 2015-02-08 16:51   좋아요 0 | URL
그쵸...크리스테바...대박 맞습니다..ㅎ 노이에자이트님이 예전에 페이퍼 쓰셨던 기억이 납니다..아파트 주변에 책이 나오는 날이 있습니다. 잘 노리고 가야 합니다..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5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만큼은 눈치 안 보고 줍습니다.

yamoo 2015-02-08 16:51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책을 눈치보고 줍는다는 건 좀 거시기한 일입니다. 걍 닥치고 주워야 합니다..ㅋㅋ

oren 2015-02-05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트러스트>는 표지 디자인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책 내용만큼은 기가 막히게 좋더군요. 특히 한국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은 한국 사람이 읽어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던 기억도 나네요. 피터 드러커의 <새로운 현실>은 이젠 정말 책 이미지조차 뜨지 않네요. <방관자의 시대>,<단절의 시대>,<자본주의 이후의 사회>,<Next Society> 등이 한 때는 베스트 셀러로 시대를 풍미할 때도 있었는데, 그게 벌써 다 옛 일이 되고 말았군요. 드러커씨 약력을 다시금 보니 어릴 때부터 프로이트, 슘페터, 토마스 만 등과도 자주 만났다고 나오네요. 우린 그런 줄도 모르고 (우리가 그의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 쓴 책을 읽고 있다고 여겼는데 말이지요. 이젠 저자도 죽고, 단골 번역자도 이미 고인이 되고 말았으니 뭔가 `단절`을 느끼지 않을 도리도 없겠다 싶네요..

yamoo 2015-02-08 16:54   좋아요 0 | URL
트러스트를 읽어보니 저도 오렌님과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도 괜찮았습니다. 후쿠야마 책을 리스트로 짜서 읽어야지...했는데, 어느 순간 관심에서 멀어져 있더군요..ㅎ

드러커의 책들도 꽤 많이 읽었는데, 지금 생각나는 건 거의 없습니다. 그의 책은 대체로 비슷비했던 거 같아요..하지만 드러커 만큼 다방면에 걸쳐 쉽게 책을 쓴 경영학자는 매우 드문듯합니다~

카스피 2015-02-06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아파트 단지 기웃거리며 책을 몇권 주운 기억이 나는데 문제는 보통 밤에 가야하기에 순찰하는 관리어저씨 눈치가 보여서 힘들더군요ㅜ.ㅜ

yamoo 2015-02-08 16:55   좋아요 0 | URL
그냥 아저씨 음료수 하나 찔러주면 만사 오케입니다~ㅎㅎ 맘껏 골라가라 합니다..ㅎ 관리아저씨를 잘 구워삶아야 합니다~~

페크pek0501 2015-02-09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 있게 읽게 만드는 페이퍼네요.
앨빈 토플러의 <권력 이동>을 읽었던 시절이 떠올라요.
그 시절, 유명한 책이었죠.
<구토>도 보니 반갑네요. 읽고 실망했던 기억이...
책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워요. ^^


yamoo 2015-02-10 21:00   좋아요 0 | URL
그쵸,,,권력이동은 이제 고전이 된 거 같습니다..ㅎ
<구토>같은 경우는 읽고서 매우 고무됐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르트르의 철학적 파편이 도처에 있어서 꽤 의미있었습니다. <존재와 무>를 읽는 입문서나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했습니다.ㅎ <구토>를 읽고 어떤 점에서 실망하셨는지 무척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