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책의 날'이군요. 이런 이벤트를 하지 않으면 '책의 날'인지도 모르고 지나갈 뻔했습니다. 간만에 서재에 들른 보람이 있군요. 워낙 게을러서 페이퍼 하나 올리지를 못했네요. 재밌는 주제인듯하여 저도 10개의 물음에 답해봅니다~(근데, 이게 이벤트라던데, 이 이벤트는 어디에 공지가 돼 있는지 당최 찾을 수가 없군요! 저는 워낙 이런 데에 잼병이라서뤼...--;;)
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그냥 아무 때나 그 어느 곳에서나 책을 읽습니다. 특히 이동 중에 읽는 걸 좋아하지요. 무료함을 달래주는 방편으로도 책을 읽습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읽는 게 가장 가독률이 좋고 집중력이 죄고로 발휘되더군요. 그래서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은 주로 도서관에서 읽습니다. 읽다가 졸리거나 집중도가 떨어질 때, 도서관 서가를 기웃거리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책들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니, 일주일에 3번 이상은 꼭 도서관에 가려고 애씁니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주로 종이책을 읽습니다. 패드로 전자책을 읽어봤습니다만, 눈이 쉽게 피로해져서 주로 종이책으로 보려고 노력합니다. 단, 절판되어 아주 오래된 책이라 책이 누렇게 뜨고 상태가 좋지 않은 책은 pdf화하여 패드로 읽곤 합니다.
흠, 독서습관이라....무조건 책을 사서 처음 읽을 때는 눈으로 빠르게 1회독 합니다. 그런 다음 중요한 부분에 줄을 치거나 여백에 생각 나는 걸 메모하지요. 번역서(특히 철학서나 사상서)를 읽을 때에는 이상한(?) 번역이나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찾아, 번역이 엉망으로 된 부분이 있을 시, 표시를 해 두곤 합니다. 책 접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포스트 잇을 준비해서 중요한 페이지에 표시를 하곤 하는데, 포스트 잇이 없으면, 아무 종이나 잘라 해당 페이지에 끼워 넣고 나중에 포스트 잇을 붙이곤 하지요.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현재 침대 머리 맡에 놓여 있는 책은 <미학 사전>과 <철학용어 사전> 그리고 <Dressing right>가 있고, 발치에는 개념어 사전류들이 있습니다. 문학, 철학, 사회학, 디자인, 경제학, 역사, 미술 등 가리지 않고 개념어 사전들이 눈에 띄면 사 모으는 편이에요. 이를 전부 침대 발치에 모아 놓고 있습니다. 수시로 찾아보기 위해서 시작했지요. 한데, 책이 쌓이면서부터 찾아보기는 개뿔~ 그냥 모아 놓고만 있어요..--;;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주로 시리즈물 위주로 배열해 둡니다. 해당 책이 시리즈 중 한 권인 걸 알면, 그리고 그 책이 읽어서 유익하면 그 시리즈를 모으기 시작합니다. 시리즈 전부를 모으는 것도 있지만, 관심 있는 책들만으로 시리즈를 모으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리즈라도 이빨 빠진 권수가 꽤 되지요. 근데 문제는 시리즈로 모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주제별 또는 저자별로도 모으기 때문에 겹치는 책이 생긴다는 거에요. 예컨대 '비트겐슈타인'이면(저는 비트겐슈타인, 베르그손, 에리히 프롬의 저작들은 거의 모았습니다), 그의 전집과 그에 관련된 책은 다 모으는 편이지요. 한데, '30분에 읽는'시리즈, '한길 로로로'시리즈, '주어캄프 세계인물'시리즈, '하룻밤 지식여행'시리즈 등에 공통으로 <비트겐슈타인>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면 2권씩 비치해야 합니다. 이게 정말 짜증나는 거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지요. 첨엔 2권씩 구입하다가, 어느 순간 마구잡이가 돼 버렸습니다..--;;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책을 줄이려고 노력하는데, 처분하는 책보다 사는 책이 언제나 많아 걱정이 계속 늘어가고 있습니다.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저는 어렸을 때 거의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책보는 것보다 뛰어노는 게 훨씬 재밌었죠. 당시 책을 읽는 아이들을 보면, 좀 이상했습니다. 책이 뭐가 재밌는지 도통 몰랐던 때였지요. 하두 책을 읽지 않아, 부모님께서 안데르센 동화집과 그림형제 동화집을 전집으로 사 주셨지만 열성적으로 읽지 않았습니다. 놀다가 할 거 없을 때 좀 보곤 했습니다. 그래도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전집을 다 읽고, 세계7대 불가사리 시리즈도 다 읽게 됐습니다. 세계문학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정말 한 권도 본 적이 없었더랬습니다..ㅎㅎ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글쎄요. '우리'가 지칭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갖고 있는 책 가운데 놀랄만한 책은 별로 없는 거 같습니다. 책의 배판이 무지 크거나, 아니면 책 1권 가격이 매우 비싸거나, 아니면 희귀 고서이거나...이 정도 돼야 놀랄만한 책이 될 텐데, 저는 그런 책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뭐, 구하기 힘들다고 회자되는 책을 얼마 전에 시리즈로 구입한 적은 있습니다. 이게 제가 갖고 있는 '놀랄 만한 책'의 범주에 넣어 볼 수 있는 책들인 거 같습니다. 법정 스님의 에세이 시리즈와 코풀스턴의 세계철학사 원서 9권. 이전에 페이퍼로 자랑질을 했다지요.ㅎㅎ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흠...두 사람 정도를 만나서 대화하고 싶은 분들은 있습니다. 먼저 춘추 말기와 전국 초기 시대에 살다가 <도덕경>이라는 책의 내용을 말하신 이이(노자의 이름)를 만나면, <도덕경>에 수록된 몇 개의 글자에 대한 정확한 표기를 묻고 싶습니다. 그 몇 글자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노자의 사상을 아니 모르느니 싸움이 일어나니, 묻고 싶은 마음이 참으로 굴뚝같습니다. 해당 글자에 따라 의미가 180도로 바뀌어 버리니까요.
또 한 분은 얼마 전 타계하신 에코 입니다. 에코를 만나면 꼭 에코 식으로 답을 듣고 싶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에코는 라캉(라캉의 경우는 <부재하는 구조>를 에코가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만..)과 지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에코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기 때문이지요. 그의 은근슬쩍 뒤집는 비판적 논조로 이들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기 그지 없기 때문입니다.ㅎ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당연히 있지요. 자크 르 고프의 <연옥의 탄생>과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그리고 헤겔의 <정신현상학>입니다. <연옥의 탄생>을 제외하고는(이 책은 너무 두껍기 때문에 자꾸 미루고 있습니다) 계속 시도는 해 보고 있지만 1/3도 못 읽고 포기하기 일쑤. 5번 도전했는데, 반도 넘기지 못했고, 이해도 지지부진합니다. 물론 프루스트의 <읽어버린 시간을 찾어서>도 생각만 있지 읽지 못하고 있는 책이지요. 근데, 이 프루스트의 주저는 언젠가는 완독할 날이 올 겁니다. 계속 벼르고 있거든요.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여러 권 있습니다. 생각이 나는 책만 꼽아 보면 <거꾸로>, <트리스트럼샌디>, <패션의 철학>, <서양패션의 역사>, <순수의 시대>, <계속되는 무>, <초록앵무새/아나톨의 망상> 등입니다. 전부 중간 이후 부분에서 내려놓은 책들이지요. 빠른 시간에 완독하여 짤막한 리뷰를 쓰는 게 목표입니다.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
흠, 흠..애서가이자 장서가애게 가장 가혹한 질의가 아닐까 합니다. 고민을 거듭했습니다만, 다음 3권은 반드시 가져갈 거 같습니다. <도덕경>과 <물질과 기억> 그리고 사이토 타카오의 <생존게임>. <도덕경>은 읽어도 읽어도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가 생성되는 거 같아 지루하지 않을 거 같구요. <물질과 기억>은 그냥 한장 한장 뜯어서 걍 암기하고 싶습니다. 무료한데, 완전 딱인 듯..ㅎㅎ 그리고 마지막 만화책은 정말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기술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주기에 반드시 가져갈 거 같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