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신간을 거의 사지 않고 있습니다. 정기적인 신간 구매는 올재 클래식이 발매될 때만 합니다. 나머지는 모두 중고서점을 둘러보다가 구매합니다. 알라딘 중고서점뿐만 아니라 황학동, 낙성대, 신림, 천호 등 시간 날 때마다 중고서점을 찾아갑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책이 탑으로 쌓이고, 그 중에서 걸출한 책들을 골라왔다는데 뿌듯함을 느낍니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보면 미친 지랄도 가지가지 한다고 할 것입니다. 누렇게 뜬 책들을 보고 히죽히죽 웃거나 더러운 책을 스담스담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지요. 하지만 책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제가 하는 행동에 충분히 공감을 해 줄 수 있을 겁니다. 수집가는 수집가를 알아보죠.   

 

책이 쌓이니, 당장 읽지는 못해도(지금은 베르그손의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읽을 만한 걸출한 책들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흐뭇합니다. 이런 책들이 왜 지속적으로 발간되지 못하고 대부분 절판되고 있는지 참으로 의아합니다. (물론 개중에는 계속 출간되는 책이 있지요. 복잔 되는 책도 있습니다.) 좋은 책인데 말이죠. 다시 재판되면(절판된 책들) 장정을 갈아입고 매우 비싼 가격을 몸에 달고 나올 거 같습니다. 이미 검증되고 있는 현상.       

 

이 페이퍼는 이런 책들에 대한 소개 내지 ‘자랑질’ 정도가 되겠습니다. 읽은 지 오래 되었고, 스담스담했던 책이라 자랑질은 충분히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본격적으로 다시 읽는 건 올 겨울이 돼야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뭐, 신간 마실은 서점에서 둘러보고 혹하는 책들을 즉시 살 수 있지만, 절판된 걸출한 책들은 당장 구할 수 없는 그 희소성에 가치가 담겨 있는 듯합니다.        

 

어쨌거나, 다시 들춰봐도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들입니다. 보통 2000년대 초반 출간 됐거나 10년 전에 나온 책들 중 다시 간행되는 책들이 있습니다만, 내용 변화 없이 가격만 올리는 경향이 있어 좀 거시기 합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봤다가, 중고서점에서 눈에 띠어 구매하게 된 책이 대부분. 혹시 중고서점에서 아래 책들이 보이걸랑 냉큼 구입하시면 좋겠습니다!

 

 

<세계문학비평 용어사전>, 이명섭 편저, 을유문화사, 1998

용어사전류는 어느 정도 레벨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할 책이다. 요즘 문학용어 사전들이 꽤 많이 번역‧출간되고 있는 듯하다, 그 중에서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책이 을유문화사판 <세계문학비평용어사전>이 아닐까 한다. 갖고 있는 문학용어사전 책이 몇 권 있는데, 대부분 하드커버에 어느 정도의 분량이 되기 때문에 좀 비싸다. 2만 원을 가뿐히 넘는 책이 대부분. 하지만 이 책은 정가가 12000원밖에 안 한다. 최고디! 두깨는 여타 문학용어사전과 비슷한 정도. 물론 편자가 외국 저자 책을 번역하고, 여기다가 임의적으로 용어를 추가하여 짜깁기 비슷한 책이 됐지만, 내용 자체는 꽤 좋다. 문학용어 사전 한 권 사 놓을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반드시 건져야할 아이템이라 하겠다. 중고서점에서 건지면, 5천원 미만으로 데려올 수 있어, 극강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책이다. (알라딘은 책 이미지를 확보하라! 사진찍어 올려야 하다뉘!)

 

 

 

<20대 경제생활 첫걸음>, 양석조 & 김신욱, 북스토리, 2010

흠, 이 책으로 말할 거 같으면, 자신이 실물 경제에 대해 잼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반드시 읽어 둬야할 경제 실용 지침서다. 특히 자신이 직장인이라면, 거기다가 경제에 문외한이라면 이 책보다 더 유익한 책은 없을 듯. 사회 초년생인 20대에 타겟을 맞춘 책이지만, 경제를 잘 모르는 30, 40대가 봐도 무방한, 아주 강력한 책이다. 세금(세금 적게 내는 방법), 보험(줄줄 세는 내 보험료), 연말정산, 부동산(임대체 계약에서 부동산 매매까지), 주식, 회계(회계 장부를 보고 작성하는 법), 어음, 수표 등 회사생활과 일상 경제생활에서 모르면 손해 보는 알짜 정보가 아주 옹골차게 들어찬 책!

 

 

 

 

<복식의 역사>, 블랑쉬 페인, 까치, 1997

복식사 책을 꽤 많이 들춰 봤지만, 이 책만큼 알찬 책은 드물다.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20세기까지 복식의 역사를 밀도 높게 알려주는 일종의 교과서. 하지만 일반 교과서처럼 딱딱하지 않다. 근데 하도 분량이 많아(글자가 깨알같이 작게 편집되어 있다) 읽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삽화도 상당수 들어가 있다! 최대한 많은 내용을 한 권에 담으려고 노력한 듯(그만큼 알찬 내용이 갑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다른 복식사 책에서는 볼 수 없는 기본적인 의류 도식이 부록으로 대거 첨부되어 있다는 점. 거지같은 편집에 비해 가독성은 좋은 편인데, 도판과 그림이 모두 흑백이라 그게 매우 아쉽다. 이 책이 올 컬로로 재단장해서 나오면 아마도 5만원은 가뿐이 넘을 듯하다.

 

 

 

 

<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네거트, 문학동네, 2007

커트 보네거트가 절필을 선언한 이후 발간한 에세이집. 방송인이자 작가인 스터즈 터클이 이 책이 출간되자 “하느님, 감사합니다! 다시는 책을 내지 않겠다던 보네거트가 약속을 깨뜨리게 해 주셔서.”라고 말했다니, 영미 문학계에서 보네거트의 위상을 짐작하게 해 준다. 보네거트 하면 신랄한 풍자와 품격 있는 유머 그리고 날쌘 재치로 유명한데, 이 책을 펴서 한 페이지만 읽어 보아도 보네커트에게 회자되는 저 명성이 빈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보네거트 소설을 많이 읽어 보진 못했지만, 이 에세이집은 정말 최고다! 이걸 이렇게나 늦게 만나다니...

 

 

 

 

 

<퍼스의 미완성 체계>, 정해창, 청계, 2005

쇼펜하우어, 키에르케고, 베르그손, 후설 등의 공통점은 아마도 독창적인 사상을 전개한 철학자라는 사실. 여기에 찰스 샌더스 퍼스를 올려놓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어 있는 철학자다. 철학보다는 기호학에서 더 많이 연구되는 학자인데, 그만큼 퍼스의 인식론을 연구하는 철학자가 우리 학계에 별로 없기 때문일 거다. 어쨌든, 미국에서(지금은 세계적으로) 가장 독창적인 철학자라고 평가받는 문제의 철학자다. 사실 미국에서 철학은 건국초기부터 ‘독창’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뭘 하든 영국의 따라지신세를 면치 못했는데, 퍼스로부터 미국은 사상사에서 한 획을 긋는 철학사조를 태동하게 된다. 그게 바로 프래그머티즘. 퍼스는 프래그머티즘을 잉태시킨 시조다. 철학사 어떤 책을 펴도 미국철학은 프래그머티즘이고 이는 퍼스부터 시작한다. 이 책은 미국 철학의 ‘숨겨진 영웅’ 퍼스를 일대기부터 시작하여 중요 사상에 이르기까지 알기 쉽게 훑어 주는 고마운 책이다. 퍼스 입문서로 민음사에서 출간된 <퍼스의 기호사상>(민음사, 2010)이 유명한데, 정해창 교수의 이 책이 훨씬 더 쉽고 퍼스의 체계를 넓게 조감할 수 있다. 퍼스의 사상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강추할 수 있는 책이다.

 

 

 

<장엄한 불교 경전의 세계>, 김정빈, 책이있는마을, 2005

아주 옛날, 고려원이 망했을 때 김정빈의 ‘만화로 보는 불교이야기’ 5권을 구하지 못해 땅을 치고 후회한 적이 있다. 오, 근데 고려원이 망한 후 판권이 ‘책이있는마을’로 넘어갔다 보다. ‘책이있는마을’에서 출간된 김정빈의 ‘만화로 보는 불교이야기’ 5권 세트는 배판도 커지고 편집도 산뜻해(2색 인쇄)져서 보기 시원시원하다. 내용은 고려원판과 똑같다. 이 책은 불교이야기 시리즈 중 마지막 권으로 불교 경전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만화로 된 불교 입문서 중 황금가지에서 나온 ‘만화로 보는 불교’ 시리즈와 더불어 그 체계와 내용이 매우 탁월한 교양 불교 만화다. <장엄한 불교 경전의 세계>에는 불교의 주요 경전들이 모두 다루어진다. 아함경, 법구경, 금강경, 화엄경, 법화경 등 핵심 경전을 아주 간결하게 스케치한다. 다소 깊이는 부족하지만, 교양으로 읽어두기 그만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 교양서로도 부족함이 없는 멋진 책이다~

 

 

 

 

<현대물리학의 위대한 발견들>, 에드워드 스파이어, 범양사출판부, 1998

범양사라는 출판사가 있다. 주로 과학 교양서를 주로 출간하던 출판사인데, 이곳에서 총서 시리즈로 기획한 책들이 있다. 범양사 '신과학 총서'. 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간된 이 총서는 실로 1급 이론서를 포함하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외국 석학의 과학 교양서를 잘도 선별하여 출간해 왔다. 내가 소장한 책만도 한 10여권 이상 되는데, 정말 걸출한 과학책이 많다. 아서 케슬러의 <야누스>를 비롯하여 주커브의 <춤추는 물리>, 레더만의 <쿼크에서 코스모스까지>, 부어스틴의 <발견자들 1,2,3>, 브로노프스키의 <인간등정의 발자취> 등등. 프리초프 카프라의 주저(<현대문명과 동양사상>,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들도 범양사 이 총서에 들어있던 책이다. 아쉽게도 현재는 더 이상 출간되지 않는 듯하다. 어찌됐건, 표지는 안타까울 정도로 궁하지만, 내용은 매우 빼어나다. 이 시리즈 대부분이 일정 정도의 퀄리티를 갖고 있어, 총서 명만으로 구매해도 기본은 한다. 스파이어의 이 책 역시 뉴턴 이후 물리학에서 일어났던 기념비적인 여섯 분야의 발전(파동이론, 장이론, 통계물리학, 양자론,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들을 명쾌하고 간결하게 소개하고 있다. 상당히 난해한 이론들이지만, 일반인들도 충분히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정도. 밀도 있지만 쉬운 물리학사 책을 찾는 이들에게 최고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책.

 

 

 

 

<에로틱한 발>, 윌리엄 A.로시, 그린비, 2002

원제는 <The Sex Life of the Foot and Shoe>. 타이틀 밑에 부제로 ‘발과 신발의 풍속사’를 달았는데, 그냥 부제를 책 타이틀로 달았으면 좋았을 책. 문화사(풍속사)로 분류할 수 있는 책들은 대체로 읽어두면 유익하다. 이 책의 미덕은 우리 신체의 가장 외진 곳이라 할 수 있는 발에 관한 성풍속 자료가 예상외로 많다는 거. 무엇보다 저자가 성풍속 자료를 능수능란하게 다루어, 무게감 있는 학문적 내용에 재미와 유머가 깨알같이 섞여 있다. 그래서 책 읽는 맛이 그만. 이 책을 읽으면 여자들이 왜 실용적이고 발이 편한 신발을 신기보다 불편하지만 섹시한 구두에 발을 우겨넣고 있는지, 문화사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아내나 여자 친구가 발 아프다고 하면서 하이힐을 신는다고 타박하지 않게 됨.) 발에 관한 전문가(저자 로시는 발치료 전문의)가 들려주는 이야기라 절대 흘려들을 수 없다. 패션과 건강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발과 신발. 이에 대한 문화사적 고찰이라 일독할 가치가 충분한 책. <구두, 그 취향과 우아함의 역사>(작가정신, 2005)와 같이 읽으면 금상첨화!

 

 

 

 

<한국전통사회의 정신문화구조양상>, 정종화, 고려대출판부, 1995

이거, 아주 걸출한 책이다. 혹시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보신다면 닥치고 구매하시길! 부제가 ‘속담을 통해 본 가치관의 비교문화적 접근’. 저자인 정종화 교수는 영문과 교수이다. 영문과 교수가 한국적 가치관의 실체를 찾고자 우리나라 속담을 모아 연구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한국적 성격이 어떻게 형성됐고, 남녀 관계와 기타 인간관계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모두 속담을 통해 보여준다. 영문과 교수인 만큼 영어 속담과 우리 속담과의 비교는 자연스럽게 문화적 차이로 귀결된다. 리처드 니스벳 교수의 책과 같이 보면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특히 부록으로 정리된 ‘우리 속담’, ‘외국 속담(원어 그대로 실려 있음)’과 이를 번역한 ‘외국 속담 번역’은 [간이 속담 사전]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해당 페이지를 찾으면 용례와 의미를 빠르게 찾을 수 있으니까. 정말 희귀한 학술서다!(학술서인데 재밌기까지 함) 가격적인 면에서도 대박. 정가가 8500원밖에 안 해, 4천원 미만으로 데려올 수 있다. 이 책이 재간되면 아마도 2만원은 가뿐히 넘지 않을까. (다른 인터넷 서점에는 이미지가 있는데, 왜 알라딘에는 없을까?!)

 

 

 

 

<지명으로 보는 세계사>, 21세기연구회, 시공사, 2002

이 책을 읽고 21세기연구회가 펴낸 역사서를 모두 소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명으로 알아가는 역사 지식이 매우 쏠쏠하다. “지명은 도로 한쪽에 세워진 단순한 표지판이 아니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에도 자신만의 역사가 살아 숨쉬듯 그 곳에는 수천 년 인류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명은 전쟁과 민족의 대이동, 대항해가 만든 장대한 역사의 대사전이다.” 이 책의 저자들이 강조하고 있는 대목이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지명에 얽힌 역사적 이력과 그 의미를 아는 재미는 이 책을 읽는 사람만의 몫일 게다. 미국의 시카고는 ‘야생 양파가 있는 곳’이라는 의미이고, 아프리카의 국가 짐바브웨는 ‘커다란 돌집들’을 의미한단다. 고대의 석조 유적, 대 짐바브웨에서 따왔다고. 우리나라 제주도의 의미도 소개돼 있다. “제주도의 ‘제’는 ‘물을 건너다’는 의미가 있으므로, ‘주’라는 행정구역의 단위를 붙여 고려왕조는 ‘바다 저편에 있는 주’라는 지리적 감각에서 제주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p120) 제주도가 고려시대에 붙여졌다는 사실은 알았는데, 저런 의미가 있는 줄을 몰랐다. 전 세계 주요 나라와 도시 그리고 강, 바다, 산맥, 민족 등등 그 명칭에 내포된 역사와 의미를 알아가는 재미는 그만이다. 읽고 나면 세계 지리와 세계 역사에 대해 막 아는 척 하고 싶어진다. 그만큼 유익한 책.

 

 

 

 

<사이언스 퍼스트>, 로버트 E. 아들러, 생각의나무, 2003

고대에서 현대까지 최초의 발견을 이루어낸 35명의 과학자를 다룬 과학사 책. 기원전 6세기 탈레스에서부터 20세기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까지 지난 2600년 동안의 멋진 과학적 사건들과 발견들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과학 교양서. 저자는 과학사 전문 저술가다. 과학자가 아닌, 네이처지에 기고하는 출판물 전문 저술가이기에, 이런 책은 이론의 깊이를 기대하면 안 된다. 하지만 밀도 높은 과학 전문 이론서는 이해하기 너무 버겁다. 그래서 핵심 과학자와 그들의 업적을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이런 책이 인기 있는 건 당연한 일. 쉽게 과학사를 정리할 수 있으니까. 물론 빠진 간극은 어찌 할 수 없다. 보통 밀도 있는 과학사 책은 시대순으로 과학자 10여 명이나 10여 개의 주요 과학 원리들을 다룬다. (보통 도서관에서 확인해 보니 그렇더이다.) 400페이지 내외. 이런 책들은 읽기 쪼금 빡빡하다. 그에 비해 <청소년을 위한 과학자 이야기>(신원, 2002)같은 책은 30명의 과학자를 다루지만, 매우 쉽다. 대상이 청소년을 위한 과학사이기에. <사이언스 퍼스트>는 밀도 높은 이론서와 청소년용 과학책의 딱 중간 정도 수준인 듯. 과학 교양서로는 아주 그만인 책이다. 보통 과학자를 다룬 과학사 책은 아주 유명한 과학자들로만 채워진다. 뉴튼, 갈릴레오, 패러데이, 돌턴, 코페르니쿠스, 멘델, 왓슨, 케플러, 허블, 아인슈타인, 괴델, 라부아지에, 다윈, 플랑크 등의 학자 가운데 저자가 10여 명을 선별한다. 대체로 그렇다(도서관에서 관련 책을 꺼내보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아주 생소한 과학자가 꽤 많이 등장한다. 레우 키포스(우주는 원자와 공간으로 구성된다), 아리스타르코스(잊혀진 태양중심이론), 이븐 알하이삼(시각의 비밀), 안토니 반 레벤후크(미생물 탐험가), 험프리 데이비(웃음가스), 레이먼드 다트, 바바라 매클린턴, 디디에 퀼로즈, 키스 캠벨 등등. 과학사에 많이 다루어지지 않는 학자들이 꽤 포함되어 있다. 이 책과 함께 <과학의 열쇠>(교양인, 2006)을 함께 읽으면, 과학사가 손에 꽉 잡히지 않을까 한다.

 

 

 

 

<미국 문화의 몰락>, 모리스 버만, 황금가지, 2002

버만의 논의대로라면, 미국은 얼마 가지 않아 초강대국의 힘을 잃을 거다. 원제는 <The Twilight of American Culture>이고, 부제는 ‘기업의 문화 지배와 교양 문화의 종말’. 버만은 로마 제국의 몰락으로부터 미국의 운명을 예견한다. 저자는 로마의 멸망을 몇 가지로 제시하는데,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사회보장제도의 붕괴’, ‘정신의 타락과 지식의 몰락’ 등이 그것이다. 버만은 이런 요인들이 미국 사회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소비주의의 만연으로 일반교양 문화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그 예로 미국 엘리트 층의 처참한 교양 수준을 알린다. 버만은 1999년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제이 리노가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한다. 리노는 당시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포함되었다면서, 8개의 질문을 던졌다. 이중 가장 충격적인 질문만 거들떠보겠다. [문5. 숫자 3의 제곱은 무엇입니까? 한 학생은 27이라 답했고, 다른 학생은 6이라 답했다. / 문6. 물이 끓는 온도는? 학생 중 섭씨 46도라고 답한 학생도 있었다. / 문7. 지구가 자신의 축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리노가 받은 두 가지 답변은 광년과 24개의 축. / 문8. 지구에는 달이 몇 개 있는가? 질문 받은 학생은 2,3년 전 천문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고 A학점을 받았지만 모르겠다고.] 1/5과 1/2 중 어느 것이 더 큰지 모르는 학생도 많았단다. 글을 왜 읽느냐고 되묻는 학생들도 있었다니! 이로부터 버만은 미국의 몰락이 멀지 않았다고 진단하고 있는데, 타치바나 다카시가 일본 청년을 진단한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와 그 내용이 비슷하다. 우리나라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 여튼 이 책은 아주 단숨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흥미진진하다. 아직 읽지 않은 분이라면 얼른 데리고 오시길! 알라딘 중고서점에 자주 출몰하고 있으니까~

 

 

 

 

<대중매체의 기호학>, 박정순, 나남출판, 1997

기호학에 대한 지식을 함양하고자 책을 찾다 보면 죄다 어려운 책들만 보인다. 뭐가 개론서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는 거. 일단 번역본은 번역 자체의 장벽 때문에 더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한길 크세주 총서 중 한권인 <기호학사>가 나름의 쉬운 입문서 구실을 한다지만, 그래도 번역서라 조금은 짜증이 날 수 있다. 우리나라 학자가 쓴 기호학 입문서를 찾아 다녔지만 계속 허탕을 쳤다. 논문 모음을 제외하고, 한 학자가 단행본으로 출간한 ‘기호학에 대한 입문서’ 구실을 하는 책을 찾기란 정말 어렵다. 번역서와 논문 모음집을 제외하고 쉽게 정리된 '기호학 입문'서는 검색조차 안 된다. 헌데, 아주 우연히 대학 교과서 코너를 두리번거리다가 박정순 교수의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신문방송학 코너에 있는 책이라 손에 쥐기 쉽지 않았는데, 책을 열어보니 알고 싶던 내용들이 죄다 들어있던 거! 총 9장으로 구성된 책에서 서론과 1, 2장은 안 봐도 무방. 커뮤니케이션 접근방법과 모델에 대한 내용이기에 없는 셈 쳐도 된다. 3장부터 알고 싶은 기호학 일반 이론들이 펼쳐진다. 저자는 대학원생들과 미디어 전문가를 염두에 두고 집필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기호학 개론서로 딱이다. 일반 기호학의 기초 개념들을 소개하고, 이 개념들이 텍스트 분석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소개하는 내용이기 때문. 3장에서 9장까지의 내용은 정말 기호학 입문에 대한 알찬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기호학이 뭔지 알고 싶은 분들은 이 책 한 권이면 한 방에 정리될 거임. 개인적으로는 기호학 이해에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됐다. <기호학으로의 초대>같은 책이 매우 빈약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이전 판 이미지도 올려주시길!)

 

 

 

 

<역사를 보는 눈>, 호리고메 요조, 개마고원, 1998

역사철학에 대한 가장 유명한 책은 아마도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일 게다. 헌데 번역으로 인해 읽기 쪼금 힘든 게 사실. 이 책을 추천해 줬다가 어렵다는 평을 하도 많이 들은지라, 이제는 좀 조심스럽다. 책과 별로 친하지 않은 분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면 욕을 바가지로 먹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역사철학 분야는 읽어 줘야 한다. 관점을 넓히기 위해서도 필요하니까. 역사철학 분야는 유명한 책이 꽤 된다. 마르크 블로크의 <역사를 위한 변명>이나 개디스의 <역사의 풍경>, 에릭 홉스봄의 혁명 3부작 등. 읽으면 매우 유익하다. 역사를 보는 자신만의 눈을 형성할 수 있기에. 하지만 읽기 만만치 않다. 호리고메 요조의 <역사를 보는 눈>은 이 모든 난관을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책이다. 부제가 ‘역사를 알고, 역사를 배우려는 교양인의 필독서’인 만큼,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역사철학 입문서 구실을 한다. 이 책에는 ‘역사의 주관성과 객관성’, ‘역사의 시대구분’의 중요성, ‘역사의 필연과 우연’, ‘역사와 자연과학(역사는 과학인가)’, ‘역사와 역사관’ 등 아주 굵직굵직한 역사철학의 주요 주제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하지만 읽으면 바로바로 머리에 꽂힐 정도로 쉽다. 저자가 그만큼 내공이 아주 깊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250페이지도 안 되지만 역사철학의 주요 주제는 거의 훑을 수 있는 아주 알찬 책. 개정판도 있는데, 구판을 사는 게 유리하다. 내용이 거의 똑같기에. 중고서점에서는 3천원 미만으로 데려올 수 있으니, 완전 대박이다~(이전 판본 이미지는 왜 없는 거지??)

 

 

 

 

<세계의 종교 이야기>, 폴 발타 외, 미래M&B, 2007

보통 ‘종교 이야기’를 다룬 책을 펼치면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가 다다. 뭐, 종교도 서양 중심이니, 이해는 한다. 근데, 위 3종교를 다룬 책들이 너무 많다. 타이틀이 ‘세계 종교’여도 매한가지. 헌데 이 책은 진짜 세계의 모든 종교를 다루고 있다. 더군다나 사전식이라 전 세계의 모든 종교에 대한 내용을 적게나마 모두 맛볼 수 있다. 컬러풀한 그림과 사진 그리고 지도는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책의 편집 디자인 역시 빼어나다. 주제와 내용 그리고 그림과 지도가 3-4페이지(많게는 6페이지) 안에서 완결되기에 가독성이 아주 좋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이외에도 불교, 자이나교, 힌두교, 유교, 도교, 조로아스터교, 부두교 등 현재 예식이 거행되는 모든 종교를 다 담고 있다. 종교뿐만 아니라 역사 이전의 신화와 샤머니즘의 세계도 알차게 조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용의 체계성이 매우 빼어나다. 종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인 신과 신자, 기도와 제례, 봉헌과 계율, 신비주의 등 보편적 종교 주제를 책 앞에 배치했다. 그 다음 고대부터 현재까지 각 종교, 민족 그리고 지역별로 신앙의 기원과 체계, 교리, 제례 등을 흥미롭게 펼쳐 나간다. 앞부분이 종교사의 총론 격이라면, 뒷부분은 각론 격이라 할 수 있겠다. 고고학 자료에 기초한 탄탄한 구성과 동작 하나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은 삽화들은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종교사 개론 책으로 이 책만큼 쉽고 체계가 잡힌 책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정말 최고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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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18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문학비평 용어사전을 책 표지로 봐선 쌍팔년에 나온 것 같아요. 요즘 출간연도가 오래된 책을 소개하는 글을 많이 보기 힘들어요. 제가 아는 분 같은 경우 블로그 활동이 뜸해져서 정보를 많이 얻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야무님이 글을 남겨주시면 고마울 따름입니다. ^^

yamoo 2016-08-20 21:46   좋아요 0 | URL
흠, 그럼 `알라딘 검색 무력화 도서` 게시판을 활성화 시켜야 겠습니다. 출간 년도가 오래 되어 검색도 안되는 책이 알라딘엔 너무 많아서요....심지어 예스와 교보에도 있는 책 정보가 알라딘에만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이런 책에 대한 정보는 별로 인기가 없는지라...쿨럭~

그래두 열심히 활성화 해 보겠어요! 불끈~~!!

고양이라디오 2016-08-18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이렇게 좋은 책들을 소개해주시다니요!!!
한꺼번에 너무 많이 소개해주셔서 감당이 안됩니다ㅠㅋ

yamoo 2016-08-20 21:47   좋아요 1 | URL
헐~~~감사합니다!
좋은 책이라 생각되시면 차근차근, 생각날 때 한 권씩 보시면 될 거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9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이 진정한 페이퍼입니다. 이달의당선으로 추천합니다.
신간보다는 잊혀진 좋은 책을 소개하는 페이퍼가 저는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다만, 절판된 책이 많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

지명으로 보는 세계사 정말 가지고 싶네요...

yamoo 2016-08-20 21:50   좋아요 0 | URL
감솨 합니다! 곰발님~

잊힌 책에 대한 소개를 꾸준히 해야 겠습니다. 물론 절판된 책이 대부분일 거라...쫌 헛불 켤 수 있는 페이퍼(읽는 분들이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는지라..--;;)가 될 수 있는 공산이 커서 우려는 있습니다. 그래두 꾸준히 올려봐야 겠슴돠!ㅎ

지명으로보는 세계사....이거 중고서점에 눈에 띄면 얼른 구하세요. 재밌고, 유익합니다!^^

릴케 현상 2016-08-19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세계비평문학용어사전은 아내가 가장 사랑하는 소장도서 중 하나예요 서재결혼식을 통해^^ 저도 자주 뒤적이는 책이 되었죠 반갑습니다

yamoo 2016-08-20 21:52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일요일의마음 님! 반갑습니다^^

오, 이명섭 편저자의 위 책을 사랑하는 분이 있다니, 신기합니다! 서재결혼식을 통해 일요일의마음 님도 자주 뒤적이는 책이 되셨다니!! 좋은 책인건 분명하군요!ㅎ 제가 한 건 한 기분이에요^^

stella.K 2016-08-1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아~! 커트 보네거트 외엔 하나도 모르겠네요.
저 <에로틱한 발> 눈에 들어오네요.
가끔 예쁜 발이 있긴 하죠. 그런데 에로틱까지는 글쎄요...
암튼 읽어보고 싶네요.^^

yamoo 2016-08-20 21:53   좋아요 0 | URL
흠...모를 수 있습니다. 출간된지 오래된 책들이니까요.
문화사에 관계된 책들은 좋은 책들이 널려있는 거 같은데, 모두 소리소문 없이 절판되고 있는 듯해요.

어쨌거나 `에로틱한 발`과 `구두, 그 취향의 역사`는 강추드립니다!^^
 

보통 20세기 중반, ‘잊힌 철학자’라고 하면 베르그손(1859~1941)을 꼽는다. 들뢰즈에 의해 새롭게 조명되기 전까지 베르그손은 유럽에서 거의 논의되지 못했다. 베르그손의 낙관적 철학관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그 효용성을 잃었다고 간주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 21세기 초반에 출간된 철학사 책들은 대부분 베르그손을 중요 철학자로 다루고 있다. 물론 미국 학자들이 출간한 철학사 책 일부에는 베르그손이 빠져 있지만, 유럽 철학자들이 쓴 철학사에는 거의가 베르그손을 포함하고 있다.

 

더군다나, 들뢰즈로 인해 베르그손의 철학은 다시금 힘을 얻고 있다. 문화를 다루는 영역에서 베르그손에 대한 연구는 꽤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현재 베르그손은 더 이상 잊혀진 철학자가 아니다. 이건 확실하다. 베르그손의 주저들이 속속 번역되고 있고, 알라딘 마을에서도 베르그손의 주저를 읽은 분들이 꽤 되니까.

 

 

그럼 현재, 한국 지식계에서 (최고의 철학자로 회자되다가) 완벽히 ‘잊힌 철학자’는 누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조지 산타야나(1863~1952) 이외에는 생각나는 철학자가 없다. 스페인을 제외하고 유럽 철학자들에게도 산타야나는 거의 무시된 존재였다.

 

 

 

 

20세기 후반기 이후, 유럽에서 출간된 <서양철학사>책들 중 산타야나를 다룬 철학사 책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지명도 높은 철학사 스테디셀러 몇 권에도 산타야나는 빠져있다. 휠스베르그의 <서양철학사>, 렘브레히트의 <서양철학사>, 슈퇴르니히의 <세계철학사>, 러셀의 <서양철학사>, 프리틀라인의 <서양철학사> 등 철학사 책을 펼쳐 산타야나를 찾아보라. 찾을 수가 없다!

 

 

 

 

 

 

 

 

그도 그럴것이 산타야나는 미국철학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는 1863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났지만, 10세에 미국으로 이주하여 미국에서 모든 교육을 받았다. 하버드에서 학위를 받고, 하버드에서 50세까지 가르쳤다. 생의 후반기에 스페인으로 돌아왔지만, 그의 학문적 활동은 모두 미국에서 이루어졌기에, 그는 미국 철학자로 평가된다.

 

그가 하버드대에서 철학 강의를 할 때만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산타야나 저서가 간간히 번역되었던 걸로 안다(헌책방에서 두어 번인가 봤다). 그러다가 아마도 199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지식계에서 산타야나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 현대철학자를 소개하는 개론서들에서도 산타야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니,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보통 ‘현대철학’이라고 하면, 구조주의, 현상학, 실존주의, 논리실증주의와 분석철학, 해석학, 생의 철학 등을 들 수 있는데, 산타야나는 이런 현대 철학 사조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상을 전개했다. 더군다나 그는 시로 그의 사상을 즐겨 표현했다.

 

한 마디로 그는 꽤 독특한 철학자였다. 철학사가인 윌리엄 사하키안은 그의 책 <서양철학사>에서 산타야나를 비판적 실재론자*로 분류했다. 하지만 곧 그 사상의 독특함 때문에 다음과 같이 부가하기도 했다.

 

 

 

 

그는 형이상학적 유물론, 플라톤적 실재론 및 무신론과 손잡고 자연주의**를 받아들였다. (중략) 그는 인식론적 이원론에 관해서는 비판적 실재론자들에 전적으로 동의했지만, 형이상학에 있어서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의 저술들에 크게 의존하여 자기 자신의 독특한 관점을 전개했다. (사하키안, p375 ~ 376)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타야나가 하버드에서 활동하던 시기인 1890년 ~ 1912년 사이에 그는 미국 최고의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주저인 <이성의 생활>은(무려 5권의 대작이다) 그를 퍼스-제임스-듀이(프래그머티즘을 정초한 3인의 철학자)에 버금가는 철학자로 올려놓았다.

 

리엄 바렛(프린스턴대)과 헨리 에이킨(하버드대)에 의해 편집된 <Philosophy in the 20th century>(Random House, 1962)만 봐도 산타야나는 퍼스, 제임스, 듀이 바로 다음에 다루어지고, 그 분량도 이들 3명의 철학자보다 많이 할애돼 있다. 물론 편집자 중 한 사람(헨리 에이킨)이 하버드대 교수이긴 했지만, 1960년대까지 산타야나는 하버드를 대표하는 철학자 중 한 사람인 것만은 분명했다.

 

 

(<Philosophy in the 20th century>는 총4권인데, 산타야나는 제1권에 수록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1980년을 전후한 시기에 한국에 조지 산타야나의 책들(또는 그와 관련된 책들)이 간간히 번역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산타야나가 쓴 책으로는 <이성의 탄생>이 1974년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출간되었고, 1980년대 월 듀란트의 <철학이야기>에 산타야나 철학이 소개 되었다. (현재는 인터넷에서 산타야나의 저작을 검색하기 쉽지 않다.)

 

(1974년 현대신서에서 내놓은 <Berth of reason & other essay>의 한국어 번역본 <이성의 탄생>)

 

 

개인적으로는 산타야나 철학을 몰턴 화이트가 집필한 <20세기의 철학자들>(1991, 서광사)에서 처음 접했다. 당시 하버드에서 공부했던 일부 우리나라 학자들이 미국 최고의 철학자로 산타야나를 언급하여 관심이 동했기 때문. 1990년대 후반, 도올 김용옥이 KBS에서 노자 강의를 할 때, 도올은 산타야나를 미국 최고의 철학자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듀란트의 <철학 이야기>를 감명 깊게 읽으면서 철학자 산타야나를 조금은 더 잘 알 수 있었다. 듀란트의 책을 읽을 무렵에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빠져 지냈기 때문에, 단순히 미국에 산타야나라는 철학자가 있다는 정도만 아는 수준에 그쳤다. 주저인 <이성의 생활>이나 <미의 감각>은 찾아봤지만 번역본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없다!)

 

 

 

 

 

 

 

 

 

 

 

 

 

 

그리고는 산타야나를 완전히 잊었다. 그러다가 영미 현대철학에 관심이 생기면서, 잊었던 철학자 산타야나가 다시 내 앞에 출현한 것이다. 현대 미국 철학자들이 쓴 철학사 책에서 간간히 눈에 띄었고, 결정적으로는 1974년에 번역된 <이성의 탄생>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산타야나의 에세이들 중에서 대중적이고 자전적인 작품만을 골라 편집한 것이기에 좀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그래도 어디인가?! 산타야나가 직접 쓴 그의 사상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위에 언급했듯이 <이성의 탄생>은 자전적인 에세이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그가 어디에 주로 관심을 쏟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데, 자기 철학을 자기가 평가한 부분이 재밌다. 제3부 철학적 에세이에 1953년에 쓴 ‘3인의 미국철학자’가 수록돼 있는데, 여기서 산타야나는 자신을 존 듀이와 윌리엄 제임스 다음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윌리엄 제임스를 최고의 철학자로 간주했다.)

 

어쨌거나 이 책을 읽은 후, 분명한 사실 하나는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현재 한국 지식인 사회에서 산타야나가 완전히 ‘잊힌 철학자’가 됐다는 거다. 아무도 산타야나 철학을 재조명하지 않는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현재,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산타야나로 검색해서 찾을 수 있는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도서관에서 산타야나 자료를 찾기 위해 검색해도 마찬가지 결과를 얻는다. 

 

어떻게 산타야나는 우리 지식계에서 완전히 ‘잊힌 철학자’가 됐을까? 정말 신기하다. 산타야나를 소개한 이전의 책들을 보니, 산타야나는 우리나라 철학자 박이문과 아주 비슷한 스타일의 철학자였던 거 같다. 산타야나의 저작은 거의가 시와 에세이다. 그것도 자연주의 계열이니 한국에서 인기가 있을 턱이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근래 들어 한국 학자에 의해 퍼스-제임스-듀이에 대한 연구서가 나온 걸 보니, 언젠가는 산타야나의 연구서도 나오지 않을까하는, 근거 없는 기대감이 고개를 든다. (세창 명저 산책에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중..) 

 

[조지 산타야나의 저작들]

<미의 감각>(1896)

<시와 종교의 해석>(1901)

<이성의 생활>(상식, 사회, 종교, 예술, 과학에 있어서의 이성. 전5권)

<세 명의 철학적 시인>(1910)

<이론의 선풍>(1913)

<독일철학에 있어서의 이기주의>(1916)

<미국의 성격과 견해>(1921)

<영국에서의 독백>(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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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판적 실재론 : 인식 주체와 인식 대상은 각각 물질적 대상과 심적 상태(또는 관념)라는 표상 이론

**자연주의 : 자연을 실재의 전체로 인정하는 이론. 이 견해는 우주가 초자연적 원인이나 통제 없이 자기 충족적이며, 과학에 의해 주어지는 세계 해석은 실재에 대한 유일하고 충분한 설명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판적 자연주의는 엄격한 유물론을 ‘삶과 사상’과 같은 실재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강조하는 입장이다. (S.오너&T.헌트, p322)

 

 

 

 

[덧]

이 페이퍼는 거의 주관적인 인상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자료를 세세히 검토하지 못했기에 그렇습니다. 산타야나 저서가 번역된 사실을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기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알고 계신 분은 오류를 바로 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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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8-1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냐나... 처음 듣는 철학자 이름이군요. 어깨 너머 그래도 이름은 들어봄직도 한데, 서당개 3년동안 한번도 못들어봤습니다.

yamoo 2016-08-11 18:22   좋아요 0 | URL
철학전공자들 상당수도 잘 모르더라구요~ 제가 아는 설대 철학 전공 석사 출신만 5명이 넘는데, 이들 모두 제가 산타야나에 대해 물으니 `산타야나가 누구??`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ㅎㅎ

월 듀란트의 <철학이야기> 맨 끝 부분에 소략적으로 나와 있으니 혹시 궁금하시면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슥 보셔도 될 듯합니다^^

분명히 미국에서 현대철학자로 한 획을 그은 철학자인데, 우리나라에 너무 안 알려진게 희한합니다..ㅎ

cyrus 2016-08-11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 아주 좋습니다. 잊힌 저자가 쓴 책들의 존재를 알려주는 글이 많아야 합니다. 알라딘이나 네이버 책 데이터베이스에 검색되지 않는 책이 너무 많아요.

yamoo 2016-08-11 18:2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 잊힌 저자가 쓴 책들의 존재를 꾸준히 알리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겠습니당~~ㅎ 진짜 알라딘만 검색이 되지 않은 책이 넘 많습니다. 정말 동감합니다~^^

cyrus 2016-08-11 20:40   좋아요 0 | URL
요즘 곰발님이 밀고 있는(?) 멘트를 따라하겠습니다.

이달의 마이페이퍼로 선정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8 12:09   좋아요 0 | URL
문제는 제가 임의대로 선정한 것은 단 한번도 당선이 된 적이 없다는 사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1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 님 말씀에 동의 페이퍼에서 정말 알고싶은 것은 숨겨진 책을 소개하는 페이퍼.. 제일 짜증나는 것은 책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고 날마다 점심에 뭐 먹었다고 날마다 보고하는 글... 짜증 존나 남..


yamoo 2016-08-11 20:33   좋아요 0 | URL
곰발 님이 `짜증 존나 난다`는 그런 페이퍼가 있지요...곰발 님 덧글 읽으면서 웃음이 멈추지 않네요...ㅋㅋㅋㅋ
 

알라딘 검색 무력화 도서 (6)

 

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송한 <강대국의 비밀>이 책으로 묶였는데, 타이틀이 <강자의 조건>(MID, 2014)이다. 이 책은 분류하자면 역사서(세계사)다. 헌데,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동명 타이틀의 책 <강자의 조건>은 위 책과는 성격이 아주 판이하다. 알라딘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아 [알라딘 검색 무력화 도서]에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강자의 조건>, 고노 모리히로 저, 동국출판사, 1981

 

 

 

[책소개]

 

항우와 유방, 토요토미와 도쿠가와를 비롯한 중국과 일본의 기라성같은 강자들. 그들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보여주는 ‘강자의 조건’

 

 

아무리 용병(用兵)에 뛰어나도, 감정에 흐르기 쉬운 인간은 병력을 통솔할 자격이 없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도 발휘되지 못하면, 좋은 상품을 창고 속에 쳐 박아 놓은 것과 같다.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마당’을 찾아야 한다.

 

 

재능과 인격은 별개의 것. 재능만 보고 부하를 발탁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재능만 있고 인격을 못 갖춘 자는 자기를 키워준 상관의 발등을 언제 찍을지 모르는 일.

 

 

중국 고사와 우화 그리고 일본의 역사 기록에서 발췌한 인간 관리와 자기계발의 보고(寶庫)! 평생토록 약자로 빌빌거리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볼 필요가 없다!

 

 

무한경쟁시대, 기업과 사회에서 낙오하지 않도록 불멸의 고전에서 배우는 강자의 조건! 손에 들면 단숨에 독파하는 경탄할 만한 저서이다.

 

 

 

차례

강자의 기본적 심성 ……………………………… 9

진정한 강자 ……………………………………… 29

역경일수록 과감하라 …………………………… 60

싸움을 멀리하라 …………………………………68

출세하는 자의 논리 ………………………………74

바람을 피하는 지혜 ………………………………93

상급자의 조건 ……………………………………107

상급자와의 인간관계 ……………………………119

역량있는 인간 ……………………………………131

조직을 뭄직이는 강자의 조건 …………………145

신념에 산다 …………………………………… 177

기회를 포착하는 눈 …………………………… 189

역경을 견디는 인간 …………………………… 199

위기를 극복하는 결단 ………………………… 211

최후의 카드 …………………………………… 239

 

 

 

 

[야무의 간단 리뷰]

 

이 책은 일종의 자기계발서다. 직장인들을 위한 리더십을 함양할 목적으로 저술된 책. 헌데 일반적인 자계서와는 격이 다르다. 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지, 현실적이고 처세적인 지점이 아주 명확하여 일독할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대부분의 리더십 사례들이 중국의 고사와 우화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단숨에 읽을 수 있는 동양 고전 산책 쯤 된다. 제자백가 철학에서부터 시작해 항우와 유방 그리고 손자와 사마천에 이르기까지 주요 동양 고전 속 영웅들의 ‘리더십의 조건’을 배울 수 있다.

 

 

첫 페이지를 펼치면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을지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한 젊은이가 벼슬자리를 얻어 임지를 향해 떠나려 할 때 전송나온 친구가 말했다.

“벼슬자리에서 일하려면 무엇이건 참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게나.”

젊은이가 명심하겠다는 눈짓을 보내자 전송 나온 친구는 다시 한 번 말했다.

“무엇이건 참아야 하네.”

“그래 알고 있어.”

한참 있다가 친구는

“몇 번이라도 참아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네.”

또 한번 다그치다시피 했을 때도 젊은이는 잘 알고 있다고 대답했비만, 네 번째에도 같은 말을 되풀이 하자 화가 치밀었다.

“도대체 자네는 날 놀리고 있는겐가!” 참으라, 참으라, 몇 번째인가!“

이렇게 되자 친구는 어두운 얼굴이 되어 말했다.

“보게나, 인내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았을 거네. 기껏 네 번 말했을 뿐인데 자네는 못참고 만게 아닌가?”

 

 

이것은 중국의 우화로, 참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생생하게 말해주고 있다. 요즘도 인내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걸핏하면 화를 내고 비탄에 빠지는 등 순간의 감정에 눌려 ‘인내’라는 두 글자를 까맣게 잊어버린다. (p11)

 

 

책은 이렇게 고사나 우화를 보여주고 저자가 짤막하게 그에 대한 코멘트를 부가하는 식으로 돼 있다. 제일 처음 나오는 ‘인내가 얼마나 어려운가’의 사례로부터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고 유익한지 확인할 수 있고, 이는 책이 끝날 때까지 지속된다.

 

 

마지막 사례는 그 유명한 ‘읍참마속’의 사례다. ‘최우의 카드-비정의 논리’속에 들어있다. 마속의 사례를 소개한 다음 이어지는 송나라 명신 왕단 사례로 대미를 장식한다.

 

 

왕단의 사례는 마속의 사례보다 덜 알려진 고사인데, 두 사례 모두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비정한 덕목을 갖추어야 함을 알려준다.

 

송나라 왕단이 비방의 벼슬을 하고 있을 때 강도살인죄로 젊은이가 체포되어 왔다. 이 젊은이는 전에 왕단의 집에서 일한 적이 있는 하인의 아들로 왕단과는 격의 없이 어울리면서 자란적도 있는 생명의 은인이기도 했다. 하인이 죽은 뒤 젊은이는 여기저기 유랑하다가 배가 고파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이다.

왕단은 고민한다. 범인이 어릴 적의 친구요, 생명의 은인이다. 개인적인 심정으로 처형할 수가 없고 도망쳐버렸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지도적 위치에 있는 몸으로 법을 짓밟고 질서를 파괴해서는 선량한 백성들에게 얼굴을 들 면목을 잃는다. 법질서를 지켜달라고 외칠 자격을 상실한다. 왕단은 결심한 다음 감옥으로 범인을 찾아 최고의 식사를 제공하고 함께 운다. 범인은 처형되었다.

 

 

왕단은 사사로운 정을 배제한 명재상으로 유명하게 되었고 오랫동안 벼슬을 지냈다. 뛰어난 리더로서의 면모가 여실하다. 비정할 때는 비정해야 한다. 이러한 사람을 통솔하는 입장에 있는 자는 대의를 위해, 사회를 위해 법과 질서를 위해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함을 지켜야 한다. (pp245-246)

 

 

 절판이라 아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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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8-08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자기개발서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이런 책은 좀 좋아라 하죠.
절판이라니 아쉽네요.
복간이 되면 좋을텐데...

yamoo 2016-08-10 21:36   좋아요 0 | URL
자계서 중 이런 류의 책이 종종 있어요. 처세술을 다룬 책들 중 고사성어 인용이 아니라 중국 고전에서 조직인에 유용할 부분을 편집하여 직장인의 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책들이 있죠. 이런 책들 중 <강자의 조건>은 갑인 듯합니다. 저도 복간되기를 바라는 책 중 하나에요^^

2016-08-08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0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8-09 0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가 가네요. 리더로서 많은 자질을 갖출 수는 있지만, 비정함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단순히 개인의 문제인 부분도 있고, 나아가서 자신도 언제나 그 `비정`의 대상이 될 수 있음에서 오는 자기관리와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도 상당할 듯 합니다. 다시 나오면 좋겠네요.

yamoo 2016-08-10 21:41   좋아요 0 | URL
이런 류의 책들이 처세를 다룬 책들이 많이 보이는데, 잘 찾아보면 비슷한 책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제가 파악한 바로는 아직 없었습니다. 저도 이런 류의책들이 좀 많이 간행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죠...자신에게 은혜를 준 사람들을 내쳐야 하는 그런 비정한 상황이 도래할 때...그것이 정의를 구현하는 길이고, 자신의 위치가 그 비정함을 요구할 때..인간으로서 가장 힘든거 같습니다. 그래서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거 같습니다..^^;;
 
결핍의 경제학 - 왜 부족할수록 마음은 더 끌리는가?
센딜 멀레이너선 & 엘다 샤퍼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저번 주 한 권의 주문 메시지가 도착했다. 내가 올 봄에 사서 중고도서로 올려놓은 <결핍의 경제학>을 누가 주문한 것이다. 자주 그렇지만, 주문이 들어오고 나서 그 책을 훑는 습관이 있다. 촉이 오면 팔지 않고, 촉이 오지 않으면 그대로 주문을 접수받고 발송하는 방식. 이게 내가 알라딘에서 중고책을 파는 나만의 방식이다. ‘무조건 최저가’로라는 건 암묵적 전제.

 

 

어쨌거나 나는 <결핍의 경제학>(RHK, 2014)을 올 봄 무렵 굿윌스토어 신정점에서 2천원에 구매했다. 매우 저렴하게 구매해서 그런지 아무렇지도 않게 중고책 판매 목록에 올려뒀었다. 상당한 시간이 흘러 주문 때문에 책을 열어 봤는데, 참으로 괜찮은 책이 아닌가! 그래서 그냥 읽기로 했다.

 

 

베르그손의 주저들을 읽는 와중이라, 이 책은 이동 중에 아주 집중하여 보기로 했다. 책의 초반 내용은 매우 흥미진진했다. 이 책의 공동 저자들은 2차 세계대전 때의 ‘굶주림에 관한 연구’에서(이후 미네소타 대학의 실험에서) 배고픔이 어떻게 사람의 정신 맨 위에 위치하는지를 아주 새롭게 해석해냈다.

 

 

재밌는 사실은 두 저자가 서로 전공이 다른데, 센딜 멀레이너선은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이고, 엘다 샤퍼는 프린트턴대 심리학 교수이다. 센딜과 엘다는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행동경제학으로 해결하기위해 의기투합하여 이 책을 썼다는 사실(어디까지나 내 추측). 왜냐하면 이들은 여러 사회문제를 행동경제학적 설계를 통해 해결하기 위해 ‘아이디어42’라는 비영리조식을 공동설립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들이 해석해 낸 것은 아주 새로운 결과였다. 미네소타 대학의 굶주림 실험(실험 참가 인원 36명)을 통해서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의 변화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거였다.

 

 

지역 식당에 있는 메뉴판이나 요리책에 집착하는 현상을 보였다. 어떤 사람들은 이 신문 저 신문을 비교하면서 채소와 과일의 가격을 살피느라 몇 시간씩 보내기도 했다. 또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을 계획을 세운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은 식당 주인이 되겠다는 꿈을 꾸었다. …… 실험 이전에는 학자가 되겠다던 사람도 이제는 요리책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도 음식이 나오는 장면에만 집중했다. p18

 

 

실험의 결과를 통해서 저자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하나였다. ‘결핍’(배고픔; 음식에 대한 결핍)이 사람의 행동을 바꾸어 놓는다는 것. 이 실험의 결과로부터 저자들은 경제학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희소성의 법칙’을 ‘결핍’으로 환원한다. 결핍 이론으로 인간의 다양한 행동을 설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이 책의 목적이다. 이는 35페이지에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기도 하다.

 

 

이 책은 ‘형성중인 미완성의 어떤 과학’을 설명한다. 이는 결핍의 심리적 토대를 드러내고 아울러 이 지식을 이용해서 다양한 사회적·행동적 현상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대학교의 심리실험실, 쇼핑몰, 그리고 기차역에서부터 뉴저지의 무료급식소, 인도의 사탕수수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진행된 독창적인 연구 조사에서 비롯되었다.  p35

 

 

결핍을 빈곤과 연결해서 설명한 부분에서는 무릎을 치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했다. 하지만 조직 행동을 설명하기 위한 ‘시간의 결핍’을 사례와 함께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뭔가가 이상했다. 모든 것을 결핍으로 환원해서 실험의 결과를 유의미하게 끌어내려고 하는 저자들의 원대한 의도가 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

 

 

음식의 결핍으로부터 인간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처럼, 저자들은 조직에서 인간이 행동이 변하는 동기를 시간의 결핍으로부터 도출하고자 한다. 전혀 다른 이 두 사례가 타당성 있게 설명되면, 이후 일상 속에 숨겨진 각종 결핍에 대한 사례가 무리 없이 연결될 수 있다. 한 마디로 ‘결핍 이론’은 강력한 이론적 도구가 된다는 거. 거의 모든 인간 행동을 ‘결핍 이론’으로 환원할 수 있다니, 얼마나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겠나.

 

 

그래서 나에게는 ‘음식의 결핍’이 ‘시간의 결핍’과 동일한 환원 구조를 갖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었다. 이 두 양상이 저자들이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처럼 같은 정도의 유비라면, 인간 행동의 당양한 양상을 ‘결핍’으로 환원하여 깔끔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시발점이 된 부분은 51페이지에 설명되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의 굶주림 연구에서 배고픔이 배고픈 사람의정신의 맨 꼭대기에 음식을 올려놓았던 것처럼 마감시한(회사에서 회의나 프리젠테이션)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과제를 정신의 맨 꼭대기에 올려놓는다. 회의 시간이 몇 분 남지 않았든 혹은 대학생활이 몇 달 남지 않았든 간에 마감시한은 매우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해당 과제에 좀더 많은 시간을 투여하고 온갖 산만한 생각들에는 덜 빠져든다. 써야 할 원고의 마감시한이 코앞일 때는 한가하게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지 않는다. 회의가 막 끝나려고 할 때는 대화가 안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시간이 부족할 때면 사람들은 그 남은 시간에서 좀 더 많은 것을 얻어 낸다. 우리는 이것을 ‘집중배당금(focus dividend)’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바로 정신을 사로잡는 결핍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결과이다. p51

 

 

내가 베르그손의 인식론에 빠져 있어 그런지는 몰라도. 위 부분을 읽으면서 든 의문을 떨치지 못하겠다. ‘음식의 결핍’과 ‘시간의 결핍’은 완전히 다른 양상인데, 저자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같은 차원에 놓고 아무 거리낌 없이 설명하고 있다.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사람이 배가 고파지는 현상은 매우 자연스러운 거다. 음식을 먹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배가 고파지게 마련. 배가 고픔에도 먹지 못하는 상황은 시간이 좀 더 지나 시장기가 더 강화된 상황이다. 책에 나와 있는 미네소타 대학의 실험에서 보인 굶주림이란 이런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전제된 것은 무엇인가? 그건 바로 사람이 시간의 지속적 흐름 속에 있다는 거다. 꿀물을 마시려면 꿀이 물에 녹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사람이 굶주린 상황에 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음식의 결핍이 있기 위해 사람의 몸은 일정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말이다. 이 상황은 매우 물질적(신체적)이다.

 

 

이 물질적 상황이 사람의 행동을 바꾸어 놓는다. 이런 경험(굶주림)을 통해 사람의 행동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에 딴지를 걸 마음은 없다. 신체적 상황이 정신을 지배할 수 있다는 점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만으로도 신선했으니까.

 

 

헌데, 2시간 동안 회의를 하거나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상황은 어떤가? 모두 인위적으로 시간을 막아 두고 있다. 여기서 느끼는 시간의 결핍은 가공된 것이다. 생존의 차원이 아니라 부수적인 차원이다. 무엇보다 이 행위들은 정신적 활동이다. 회의를 하거나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행위는 아무리 소박하게 생각해도 정신 작용의 일환이지 신체 작용에 따라 이루어지는 활동은 아니다.

 

 

‘무언가의 결핍’으로 묶기에는 차원이 너무 다르다. 전통적인 철학적 도식으로 구분해 보면, ‘음식의 결핍’은 물질의 영역이고, ‘시간의 결핍’은 정신의 영역이다. 이를 같은 선상에 인위적으로 놓고, ‘음식의 결핍과 시간의 결핍은 인간 행동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라고 주장하는 건 매우 우스꽝스러운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전자의 도식을 후자에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 봐도 무리라는 걸 알 수 있다. ‘결핍’으로 모든 것을 환원하고자 하는 욕구가 너무 강한 나머지, 저자들은 각 실험 사례들의 유비적 엄밀성을 따지는 데 실패한 듯하다.

 

 

물론 이 책이 결핍을 가난으로 연결하여 사람들의 선택과 행위를 분석한 면은 상찬 받아 마땅하다. 더군다나 경제학의 ‘희소성’을 ‘결핍’으로 재정립하여 경제학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점에서는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다만, 물질의 영역(개인)과 정신의 영역(조직인)을 엄밀히 따지지 않고, ‘결핍’으로 환원하기 위해 같은 선상에 놓고 적용했다는 점은 학문적으로 재점검 해 봐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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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8-04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어요. 저는 뭐 경제학은 좀...
어디 휴가는 다녀오셨습니까?^^

yamoo 2016-08-07 22:51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스텔라님^^

휴가는 6월 중순에 이미 갔다 왔습니다요~ 일찍 갔다와서 좋긴 한데, 넘 더워서 하루하루 보내기가 괴롭네요..^^;;

스텔라 님은 잘 지내시는지...휴가는 어디로 갔다 오셨는지 궁금하네요~

cyrus 2016-08-04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생 때 책을 많이 사지 못했던 일이 많이 아쉬워서 그런지 책을 많이 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책을 가지고 있어야 마음이 편해져요. ^^;;

yamoo 2016-08-07 22:52   좋아요 0 | URL
흠...그 병에 걸리면 클납니다..ㅎㅎ
돈이 남아나질 않아요...ㅎㅎ

그림책에 많은 욕심을 내실거 같다는^^;;
 
온전히 나답게 - 인생은 느슨하게 매일은 성실하게
한수희 지음 / 인디고(글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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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냥 가만히 <베르그손>의 주저들을 독파할 생각이었다. 그저그런 책들은 이제 더이상 읽고 싶지 않다. 6월부터 계속 다른 책들을 열어보고, 넘겨보고 했지만 책을 선택해서 읽지는 않았다. 내게는 현재 <물질과 기억> 한 권으로도 벅차다.

 

6월1일부터 지금까지 총 3회독. 가장 어려운 1장은 6회독 쯤 한 듯하다. 읽을수록 번역으로 인해 열불이 나곤 한다. 이 더위에 진짜 이 뭔 쌩 지럴인지 모르겠다. 아, 더워도 너무 덥다. 이 높은 불쾌지수에 기름을 붙는 번역본이라니, 썅 소리가 절로 나온다~

 

간만에 퍼스에 대한 책을 검색하는 와중에(9월 이후 읽기 위해서) <온전히 나답게>(인디고, 2016)란 책이 관심을 끌었다. '나'를 온전히 살기 위해서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물질과 기억>이다. 그래서 이런 류의 책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다.

 

어떤 책인지 살펴나 볼 겸 맛보기 몇 페이지를 넘겨봤는데, 이건 뭐 시덥지 않은 에세이라는 인상이 짙었다.프롤로그와 304페이지에 있는 글을 보면서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고, 나는 이 책을 사서 보면 안 될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하찮은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인생이 된다는 것. 하찮아 보여도 그게 인생이라는 것. 그 하찮음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인생이 즐거워질 수도 비참해질 수도 있다는 것. 그런 것들을 나는 살아가면서 배웠다. 그래서 그런 일들에 대해 쓰고 싶었다. 그런 일들에 대해 쓴 것들을 모으니 온전하게,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한 사람의 인생이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이런 제목의 책이 되었다.  -프롤로그

 

인생이 하찮은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되는 것인가? 삶이란 하찮은 일과 의미있는 일이 뒤섞이고, 희로애락이 시간 속에서 몸과 기억에 새겨지는 과정이다. '하찮음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인생이 즐거워질 수도 비참해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삶을 전혀 온전히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인생의 즐거움과 비참함은 '하찮음을 다루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즐거움'과 '비참함'이라는 감정은 현재가 기억의 파편 속에서 순간 순간 만나 스펙트럼처럼 펼쳐지는 과정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생을 살아가는 과정속에서 무수히 맞딱뜨리는 감정이다.

 

이런 감정은 살아가면서 교훈을 통해 배우는 것처럼 배워서 아는 것이 아니다. 직관적으로 시간속에서 단숨에 느끼는 거다. '하찮음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인생이 즐거워질 수도 비참해 질수도 있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배웠다'는 건 시간과 기억 그리고 감정을 나누어 지성화(공간화)했다는 거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써 모으면 그것이 온전한 자기가 된단다. 화석화 되고 조작화된 기억이 '온전히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한 사람의 인생으로 보인다'니, 더이상 말해 뭘할까.

 

아주 러프하게 생각해도, '나답다'는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밝히고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제데로 된 에세이다. 이런 중요한 전제가 빠진 채 한 권의 책을 쓴 다는 자체가 참으로 대단해(?) 보인다. 왜냐하면 허술한 전제로 어떤 얘기를 펼치든지 무리수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04페이지를 보면 이 책의 성격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나는 버스를 세 번,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좋아하는 카페를 기어이 찾아가는 타입의 여자다. 내게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일할 대는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 나는 언제나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남편은 아무도 없는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는 타입이다. 그에게 장소는 별 상관이 없다. 어제보다 더 나아지는 데도 관심이 없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자신이면 그저 족하다. 어쩌다 그런 여자와 그런 남자가 마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둘이나 낳았다. 그 아이들은 어떤 사람으로 자라게 될지 궁금하다.

 

저자에 따르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분위기 좋은 곳을 찾아 버스를 세 번,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좋아하는 카페를 기어이 찾아가는 것"이다. 이게 '온전히 나답게'사는 지표 중 하나다. 그러니 '하찮은 것들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하겠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임종국은 누추한 방안에서 끼니도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까지 <친일문학론>을 완성했다. 그에게 삶은 단 하나, 역사에 가려져 있는 친일 문학자를 세상에 드러내는 거였다. 온갖 회유와 탄압 속에서, 살아 가는 것조차 버거운 현실 속에서, 그가 실현하고자 했던 것을 성취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욕망. 그게 바로 '온전히 나답게' 산다는 것일 게다.

 

이런 취지를 생각하고 펴들 예정이던 <온전히 나답게>는 아주 적은 페이지만 봤지만 함량미달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뭐, 에쿠니 가오리의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 류의 에세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냉큼 읽어도 문제는 없겠다~

 

 

[덧]

1. 구입해서 읽지도 않을 책에 대한 리뷰라니 참 거시기 하다.

2. 나처럼 어떤 기대감을 갖고 읽어볼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책선택의 도움이 될까해서 리뷰란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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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8 14: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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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31 1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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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7-28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역시 야무 님이십니다. 왜 그동안 뜸하셨습니까. 자주 글 좀 올려주십시오..

yamoo 2016-07-31 11:23   좋아요 0 | URL
ㅋㅋ 감사합니다!ㅎ
곰발 님처럼 부지런해야 하는데, 제가 좀 겔러서요~ㅎ 베르그손 책을 완독(삼독 사독)할 때마다 번역에 대해 투덜거려 보겠습니다!ㅎ

2016-08-03 1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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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3 20: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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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6 21: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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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7 22: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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