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휴가(2022.07.11.-15) 때 몽골에 다녀왔다. 4박5일 일정. 경비는 10만원. 모든 비용은 몽골 주재원으로 있는 동생이 부담하기로 했다. 비행기 왕복 항공료, 숙식비, 현지 교통비 등등. 왜냐하면 동생이 작년 12월 몽골에 주재원으로 부임하면서 끊임없이 몽골에 와야 한다고 주장했기에. 그래서 부모님과 함께 갔다. 뭐, 모든 주재원 가족이 왔다간다나. 뭐 어쨌든.
몽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긴 하다. 밤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대초원에 팔베게를 베고 누워 대지에 떨어질듯한 별들을 보는 것 말이다. 일부 사진들은 몽골 여행에 대한 판타지를 심어주기 충분하다. 눈 덮인 산과 탁 트인 초원 위에 새워진 게르 그리고 말, 양, 소떼들. 낭만적인 몽골여행! 누가 이런 이미지를 주입했을까? 아무래도 여행책들 이겠지..
타이틀과 이미지만 봐도 몽골에 대한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충분하다. 이런 이미지를 만든 건 순전히 이러한 여행책들로부터 시작됐음이 분명하다. 몽골 여행은 5년 전 쯤이면, 아니 그보다 더 전이면 충분히 낭만적이었을 거라고 조금은 사료된다. 왜냐면 그땐 지금보다 물가가 절반 정도 였으니까. 차들과 아파트들도 지금보단 더 적었으니까. 하지만 2022년의 몽골은 최악이고, 앞으로도 더 그럴것이다. 이 글은 왜그런지에 대한 작은 여행 체험기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차로 이동 중에 보이는 이국적 풍경. 사진에서만 봤던 초록으로 덮인 얕은 산들과 초원 그리고 그 위로 길게 펼쳐진 흰 구름들. 하루 지나 알게 됐지만, 몽골의 풍경은 이게 전부다. 가도 가도 비슷한 풍경들. 얕은 산과 구릉 위로 펼쳐진 초원. 그 위에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떼와 말떼, 양떼 그리고 게르. 7월11일 몽골의 첫인상은 꽤 이국적이었다.
(몽골은 울란바토르 수도를 조금만 벗어나면, 이런 풍경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이런 풍경은 7-8월에만 국한된다고. 나머지 기간은 모두 민둥산이 된다는 전언.)
헌데 비행기 위에서 몽골 땅을 보고 새삼 신기했던 거 한 가지. 간선 도로가 거의 없었다는 거. 시가지 쪽으로 연결되는 아스팔트 간선도로 딱 한 개만 보였다. 이게 무얼 의미하는지 아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항에서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몽골의 수도는 예상과는 달리 매우 현대적이고 서울에 견주어도 될 만큼 빌딩과 현대식 건물들이 즐비했다. 동생이 머물고 있는 구역은 몽골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로, 서울의 강남에 해당한다고들 한다.
(몽골의 울란바토르 시가지 풍경. 여기는 몽골의 강남에 해당하는 구역이다. 수도에만 몰려산다. 에너지 파이프가 들어가는 곳만 저렇게 도시들이 형성되어 있다.)
내가 주관적으로 느끼기에도 서울 양천구 핵심인 목동 아파트 단지보다 잘 사는 듯 보이는 동네다. 대개가 30층 이상의 현대식 아파트들. 새로 짓는 아파트들은 거의 전부가 우리나라와 협업으로 지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서울의 고층 아파트과 거의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몽골의 아파트는 아파트 이름이 없다는 거.
(아파트들을 계속 짓고 있다. 고급 고층아파트들인데, 평수도 매우 크고 대단위이다. 도로는 한정되어 있는데, 이런 아파트 단지들을 끊임없이 짓고 있다. 몽골 사람들은 뇌가 비어 있는 것이 틀림없다. 지금도 1킬로를 가려면 30분 이상 소요된다는데, 1년 후에는 1시간 정도 걸릴 거 같다. 몽골인들은 도시계획이라는 게 전혀 없는 듯..ㅎㅎ)
뭐, 다 좋게 생각할 수 있는데, 아주 커다란 문제가 하나 있다. 이 나라는 몽골어가 공용어인데, 나머지 언어들은 무용지물이란 거.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 이 나라 사람들의 95퍼센트 정도가 영어를 구사하지 못한다. 문자도 키릴문자를 사용하여 문자만 보면 여기가 러시아인지 헷갈릴 정도다.
식당에서 주문할 때 여간 불편한 게 아니고, 쇼핑센터에서 물건을 살 때도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처럼 직관적으로 상품에 이미지를 차용한 게 아니라 거의 모두 문자로 설명되어 있는데, 키릴 문자라 원하는 물품을 구매하기 힘들다.
한 예로, 아버지가 헤어 젤을 사러 큰 쇼핑센터에 갔는데, 결국 사지 못했다. 샴푸와 젤과 스프레이 류의 포장 디자인이 거의 비슷해서 뭐가 젤인지 설명을 봐야하는데, 키릴 문자라 알 수가 없다는 거. 뭐, 쇼핑센터 구획과 백화점의 디자인은 한국과 거의 같다.
몽골에는 대형 이마트가 3곳이 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물건을 사면 결제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줄이 너무 길다. 놀라운 건 이 인파는 적은 편에 속한다는 전언이다. 평소에는 내가 본 인원의 배가 넘는다는 거. 이마트 앞에 다른 큰 마트들도 많은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마트만 이용한단다. 다른 곳보다 싸다고.
국영 백화점은 딱 1곳만 있는데, 여기도 사람들이 꽤 있었다. 평소보다 매우 적은 편이라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내가 여행 간 기간에 몽골은 명절 연휴로 모든 사람들이 시골 고향으로 내려가서 그렇다는 거다. 우리나라 추석에 해당하는 명절이라는데, 무조건 5일을 쉰다고 한다.
(여기가 몽골의 국영백화점. 8층 높이. 우리나라 뉴코아백화점 정도의 규모다.)
그래서 도로에 차들이 별로 없다. 나는 원래 이렇게 도로가 한가할 줄 알았는데, 평소에는 모든 도로가 차로 뒤덮인다고. 모든 집들이 차가 있고, 좀 사는 집들은 차가 기본적으로 2대 이상 갖고 있단다. 이 나라 사람들은 차가 곧 말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그렇다고.
근데 도로가 없다. 울란바토르에서 공항까지 가는 도로는 한 개. 울란바토르 시내를 관통하는 도로도 한 개. 물론 시내 내에서 도로는 어느 정도 정비된 상태이지만, 기본도로가 하나다(이게 하늘에서 본 실체). 우회도로나 지하도로, 고가도로 이런 여러 도로들이 전무하다. 그래서 엄청 막힌다고. 그럼에도 도로 주위로 고층아파트들이 즐비하게 올라간다. 몽골인들은 생각이란 게 없는 듯하다.
더 기가 찬 건 울란바토르에서 고비사막까지 가는 포장도로가 없다는 거다. 비행편도 없다. 고로 비포장도로를 오프로드 지프로 10시간 이상 쉬지 않고 달려야 고비사막에 도착한다는 거. 비가 오면 중간의 강이 넘쳐(비포장도로가 잠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고, 그러면 게르에서 야영을 해야 하는데, 씻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는 여행길. 이 고생길을 사서한다니...
몽고 안내 책자나 몽고 여행기를 보면, 사진에 별이 떨어질 듯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팔베게를 베고 누워 밤하늘을 보는, 그런 낭만적인 여행.....따위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별을 보기 위해 고비사막에 가도 별을 볼 수 없는 날이 대부분. 별을 볼 수 있는 날은 연 중 몇 날 없단다.
9월이 되면 내륙의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쯤 되고 한 겨울에는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진다. 별을 보기 좋은 기간이 이 기간(가을 이후)인데, 이때 몽골 여행을 하기 에는 매우 부적절하다. 사막으로 가는 지역은 추워도 너무 춥다. 팔베게를 하고 누워 별을 보다 얼어 죽을 수도 있다. 영하 30도 사막의 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먹는 것도 스트레스. 한국인이 몽골에 여행을 오면 매우 힘들어하는 게 음식이다. 진짜 먹을 게 없다. 몽골은 물류 후진국이고, 여기에 러시아와 중국이 모든 물류를 막고 있어 수입품이 별로 없다. 특히 해산물은 거의 구경할 수 없다. 지천에 널린 고기는 매우 싼데(1킬로에 1만원 정도), 먹을 수 없다. 질기고 누린내가 나서 몽골인들도 별로 먹지 않는다고.
여행을 즐기는 3대 요소라는 교통편, 음식, 언어 그 어느 것도 충족되는 게 없다. 도대체 몽골에 대한 이국적인 좋은 여행 이미지는 누가 어떻게 구성했는지 의아하다. 이렇게 불편한 나라인데말이다. 7-8월만 지나면 기온이 급강하하여 아침에 영하로 떨어진다. 비도 꽤 자주오는 편이다. 사람이 활동하기 좋은 기온과 날씨는 오직 7월 한달 뿐이다. 나머지 기간은 춥다.
몽골을 실제 경험하고 나니, 몽골의 로망은 도대체 누구로부터 시작되었을까 궁금해진다. (아마도 여행기 저자들이겠지..) 현지 몽골인과 같이 다녔음에도, 언어 때문에 매우 불편했다. 패키지 여행을 하면 2박3일 일정에 두 세 곳만 보고 숙소에서만 지내야 할 정도. 사막 여행은 날을 정해서 가야하고, 그걸로 몽골 여행은 끝이다.
도시와 사막을 모두 체험하려면 최소 7일 이상은 머물러야 하고, 비용도 2-3백 정도 깨진다. 사막 코스만 1인당 120만원 정도 된다. 한국어를 하는 현지인은 필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체력이 뒷받침되면 뭐, 충분히 갔다올 수 있는데, 비용과 여러 가지를 따져보면, 몽골 여행은 대단히 비효율적이고 비추다. 경험상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끝)
(몽골의 하나밖에 없는 국립공원. 그 안에 하나밖에 없는 몽골의 5성급 호텔.
국가 원수가 방한할 때 머무는 곳이라고. 한끼 식사는 최고 비싼 안심 스테이크가
한화 약2만8천원 정도. 세금포함)
(몽골의 대표적인 여행 상품지인 고비 캐시미어 공장. 왼편으로 보이는 건물이
캐시미어 쇼팽센터다. 한국에서 약 120만원 정도 팔리는 캐시미어 코트가
여기서는 한화 약67만원 정도이고, 이것도 11월에는 30여만원으로 대폭 할인
행사를 한다. 한국인으로 몽고 여행 매리트는 이때 1박2일 코스고 가는 것이 딱이다)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징기스칸 동상. 멀리서 보면 잘 모르는데 가까이서 보면 정말 거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