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페이퍼에 논리학에 대한 책을 추천한다고 해 놓고 두 손 놓고 있었다. 천성이 게으르다는 게 주요 원인이겠지만, 논리학(논증 포함) 분야만큼 인기 없는 책도 없기 때문이다.

 

읽기 매우 힘들고(경제학 책보다 어렵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 효용성에 매우 회의가 드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나 수업을 듣는 희귀한(?) 학생을 제외하고는 찾아서 읽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이 분야의 책이 아무리 좋아도 거의가 초판 1쇄에서 절판되곤 한다. 해마다 찍어내는 책이 있긴 하지만 교과서적 성격이 매우 짙은 책이다. 예컨대 어빙 코피나 스티븐 바커 그리고 제임스 커니의 책들을 제외하고는 2쇄 이상 찍는 논리학 입문 책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무리 쉽고 유익한 논리학 입문 책들을 발견해도 추천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추천했다가 이해 안되는 어려운 용어에, 거기다가 연습 문제까지 있으면 바로 책을 덮고서 추천한 사람을 향해 다음과 같은 원망을 날리기 때문이다.

 

 '이런 책이 쉽다고?! 젠장맞을 녀석같으니라고!'

 

그래서, 여지껏 추천을 밀어온 것이 핑계 아닌 핑계였다. 하지만 어려운 용어도 없고(있으면 친절히 풀어서 해설해 줌) 연습문제도 없는(있어도 매우 쉽고 문항이 몇 문제 안되는..) 그런 책들이면 괜찮겠다 싶어 페이퍼를 발행해 보기로 했다.

 

선정 기준은 고등학교 교과서인 <논리학>이다. 교학사에서 고등학교 교과서로 발간된 <논리학> 책보다 쉽고 재미있고 유익한 책을 골라봤다. 단언컨대 쉽고 유익하다!

(그런데, 가장 쉬운 책을 선정한다고 하더라도 소설처럼 쉽게 읽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에 독자에게 관심과 인내력을 어느때보다 요구한다.)

 

우선 책을 추천하기 앞서 소설과 영화로 논리학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자 한다. 관심이 없으면 책이 손에 잡히지 않고 읽을 당위성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논리학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가장 좋은 책은 맥스 슐만의 <사랑은 오류>(웅진, 1997)라는 단편이다. 포스트모더니즘 걸작 선집에 포함된 작품. (오래 전에 절판되어 현재 알라딘 이미지 사진이 없다.) 소설의 백미는 끝내주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거다.

 

분량이 별로 많지 않은데 무서운 흡입력이 있는 작품이다. 논리학에 대한 오류가 개략적으로 스케치 되어 있는데,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수 있다. 논리학을 이렇게 빼어난 스토리 속에 녹여 낼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로 신기하다.

 

저자 슐만이 논리학에 매우 밝았던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단편 속에 물흐르듯 논리학의 내용을 녹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논리학에 대한 흥미와 재미 면에서는 이 책을 따라올 책은 없다. 한 번 읽어보면 논리학에 대한 흥미를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

 

소설을 봤다면, 바로 논리학 입문서로 들어가지 말고, 영화를 한 편 보자. 이 영화를 보면 논리학과 논증 분야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강력한 도구로 활용 되는지 알 수 있다. 궤변을 완벽히 논리적으로 늘어놓는다면 일반 대중의 정신을 쏙 빼놓을 수가 있다는 것을 영화로 확인할 수 있다.

 

이 희대의 협잡꾼같은 영화는 <땡큐 포 스모킹>. 나는 이 영화를 논리학과 논증에 관계된 최고의 영화로 떠벌이고 다니곤 한다. 2번 3번 봐도 내 결론은 매한가지다. 논리학과 논증에 관계된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고 유익한 지는 보면 알 수 있다. 에크하론의 빼어난 연기와 감독의 출중한 연출력은 이 영화를 보는 보너스다.

 

 

 

자, 논리학에 대한 워밍업을 마쳤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읽을 책을 살펴보자.

 

가장 먼저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은 매키너리의 <똑똑한 논리책>(랜덤하우스 코리아. 2005)과 앤서니 웨스턴의 <논증의 기술>(필맥, 2010)이다. 매키너리의 책은 형식논리학과 논증의 기본을 알려주고 있고, 웨스턴의 책은 논증의 기초와 논증적 글쓰기의 기본을 훈련시켜 준다. 논증에 관계된 책 중에서 웨스턴 책만큼 쉬운 책은 단연코 없다. 너무 평이해서 건질게 별로 없다는 불평도 있긴 하지만 그만큼 입문자에게 최적의 책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논증적 글쓰기가 도무지 뭔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보시면 답답했던 뭔가가 뻥 뚤리는 느낌을 맞볼 수 있겠다.

 어쨌든, 두 권 모두 얇고 쉽게 서술되어 있다. 중학교만 졸업해도 읽을 수 있을 정도다. (범죄 수준으로 쉽다.^^;;) 기본 개념들을 너무도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는, 이 분야 입문서 중의 제왕격인 책들이다. 특히 웨스턴의 책은 판을 거듭해서 나오고 있는 중이다. (아쉽게도 매키너리 책은 절판이다.)

 

 

위의 책들이 좀 얇고 건질 게 별로 없다고 생각된다면 최훈 교수의 <논리는 나의 힘>(세종서적, 2003)과 후쿠자카 가츠요시의 <논리학 실험실>(바다출판사, 2008)을 권한다. 두 책 중에서 후자가 더 쉽고 논리적 사고력을 증진시키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훈 교수의 책은 논리학 교과서를 고등학교 수준으로 낮춰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게 장점. 물론 교과서 유형으로 편집된 책이라서 그리 재미있게 읽어 나갈 수는 없지만 고등학교 논리학 교과서 보다 훨씬 쉽고 알차다. (장담컨대 논리학 교과서보다 딱딱한 편집은 아니다) 다만 연습문제가 장마다 있는 것이 큰 단점이라 할 만하다. 400쪽이 조금 넘는 분량도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한권으로 형식논리학과 비형식논리학의 개략적인 기본은 마스터할 정도는 된다. 유익한 면에서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 입문서다.

 <논리학 실험실>은 논리학적 마인드 형성을 돕는 책이다. 책의 기획 방향도 그런 쪽이어서 교과서형이 싫다면 후쿠자카 씨의 책을 강력히 추천드린다. 책의 주요 주제는 과학적 사고방식에 대한 논증과 추론이다. 과학적 설명의 논리를 이 정도로 쉽고도 간결하게 설명해 주는 책은 매우 드물다. 논리학적 사고의  액기스가 뭔지 알고자 하는 분이라면 더 없이 좋을 듯.

 그런데 사실 두 책을 같이 읽어보면 저자들의 논리적 내공이 간접적으로 비교된다. 최훈 교수의 책은 솔직히 정보의 나열에 그치고 있다. 논리학 교과서를 좀 쉽게 다듬은 정도다. 이에 반해 후쿠자카 씨의 책은 논리학적 지식이 과학적 사고와 맞물려 체계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분량이 좀 작고 다루는 분야가 과학적 추론과 설명에 한정되어 매우 아쉬움이 남아서 그렇지 과학적 추론과 논리적 사고방식을 배우는 데 그만인 책이다.

(최훈 교수의 책은 고교 논술 때문인지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는 느낌이다. 그리고 계속 판을 거듭하여 매년 간행되고 있다. 조금 과장한다면 대학교 교양 논리학 수업을 이 책으로 대체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래서 많이 팔리고 있는 거 같으니, 개인적으로 <논리학 실험실>을 강추한다~)

 

 

 

이 외에도 논리학의 주요 주제 중 하나인 패러독스(딜레마)를 '사고실험'이라 하여 에피소드 별로 엮은 입문서도 있다. 대표적인 책이 줄리안 바지니의 <유쾌한 딜레마 여행>(한겨레, 2007)과 마틴 코헨의 비트겐슈타인 딱정벌레(서광사, 2007)다. '사고실험'을 지향하는 책들이기에 에피소드마다 생각을 해야한다. 좀 머리가 지끈거릴 수는 있지만 읽고나면 딜레마를 논리적으로 다루는 방식을 배울 수 있어 유익한 책들이다.

 두 권 모두 비슷한 유형이지만 바지니의 책이 코헨 책보다 다루는 범위가 좀 넓다. 겹치는 에피소드도 꽤 많다. 하지만 읽기에는 코헨 책보다 훨씬 낫다. <비트겐슈타인 딱정벌레>는 좀더 철학적인 에피소드들을 다루고 있지만 번역이 바지니의 책보다 안 좋은 게 흠이다. 피터 케이브가 쓴 <사람을 먹으면 왜 안되는가?>(마젤란, 2009)도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3권을 같이 읽어보면 바지니의 책이 갑임을 알 수 있다.)

 위 책들이 물론 평이하긴 하지만 읽다보면 좀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에피소드 유형이 정형화 돼 있기 때문. 이런 점이 좀 거시기 하다면 멍윈지엔의 <이 말이 맞는다고 생각해?>(페퍼민트, 2007)를 놓치면 매우 애석하다. 이 책 역시 패러독스를 다루고 있지만 서양철학의 패러독스뿐만 아니라 동양철학의 패러독스 내용을 상당한 분량으로 소개해 주고 있다. 소설형식을 띠고 있으면서도 독자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만일 위의 책들로 패러독스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면 윌리엄 파운드스톤의 <패러독스의 세계>(뿔리와 이파리, 2005)도 눈여겨 보면 좋을 듯하다. 논리학을 심도깊게 연구하는 민찬홍 교수에 의해 번역됐다. 윌리엄 파운드스톤의 이 책은 패러독스에 대한 일급 비서이다. 패러독스가 철학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경제학과 수학 그리고 문학 등 여러분야에 걸쳐있는 매력적인 주제임을 환기한다. 파운드스톤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혹시 논리학이나 논증을 혐오하는 분들이라도 이 사람의 책만큼은 읽어보자. 어떤 주제든 그를 통해 나오는 얘기들은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으니까.

 

 

흠, 많이도 썼다. 추천은 여기까지다. 정말 조심스럽게 쉽고 흥미있는 책 위주로 소개해 봤는데, 그래도 불안하다. 이 분야는 거의 읽는 사람들이 없으니~

혹시나 그런 사람들은 거의 없겠지만, 이 페이퍼를 통해 논리학에 흥미를 가진 분들이 계시다면 위에 잠깐 언급한 어빙 코피나 제임스 커니 또는 로버트 바움의 <논리학> 교과서로 논리학을 본견적으로 공부해 보시길 당부드린다. 논리학 공부는 끝이 보이는 몇 안되는 학문 분야이기에 도전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그런게 아니라면, 그래서 그냥 교양 수준에서 최고 수준의 논리학 책을 찾으신다면 미우라 도시히코의 <논리의 힘>(루비박스, 2007)은 반드시 만나봐야 할 책이다!

 

 

[덧붙임]

인기가 거의 없는 분야의에 대한 추천 페이퍼라 개인적으로 헛심을 쓴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 분야는 읽는 사람만 지속적으로 읽어나가는, 아니면 마지못해서 읽을 수밖에 없는, 그래서  좀 재미 없는 분야입니다. 특히나 따지는 거 되게 싫어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 상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분야이지요. (그래도 읽으면 매우 유익합니다!) 이런 분야의 책을 찾아 읽느니 차라리 서재 이웃분이신 다락방님이 출간한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를 읽는 게 훨씬 재미있을 듯합니다. 다락방님의 책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논리학 분야의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은 <논리는 나의 힘>보다 배는 많이 팔릴 거 같습니다. 늦었지만 논리학보다 훨씬 재미있는 책을 출간하신 다락방님께 축하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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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싸리 2013-11-24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롭네요. 저는 바바라 민토와 탁석산 선생의 책 등을 좀 보았는데요. 추천하신 논리학 교과서를 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교과서도 몇 권 있지만 다 읽진 못했는데요. 저자가 누군진 현재는 모르겠어요. 좀 읽다가 어려워서 그만 두었던거 같네요.

yamoo 2013-11-25 09:43   좋아요 0 | URL
민토의 책은 비즈니스 글쓰기를 훈련시키는 책이죠. 저도 봤었는데, 꽤 괜찮았었습니다만 훈련용 교재같은 책이라 제외했습니다.

탁석산 저서는 전 별로였어요~ 탁석산의 논술용으로 편집된 몇 권을 보니 괜히 읽었다는 생각이 들은 적이 있어요. 차라리 제대로 된 논리학 교과서를 보는 게 훨씬 좋은 거 같습니다.

가장 많이 보는 교과서가 어빙 코피의 교과서이니, 한 번 보세요. 강추드립니다~^^

쉽싸리 2013-11-25 22:20   좋아요 0 | URL
아 구매리스트를 보니 어빙코피의 책이 있네요. 어려워서 관둔게 아마 이분 책인가 봅니다. <논리의 힘>은 절판되었다고 뜨니 어빙코피를 다시 도전 해봐야겠네요...

yamoo 2013-11-26 17:32   좋아요 0 | URL
코피의 책이 어려우시다면 로버트 바움의 책을 읽어보세요! 바움의 책이 전 더 쉽고 유익했습니다~ 절판이라면 도서관에서 빌려보셔도 될거 같아요...^^

2013-11-25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6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13-11-25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논리력을 키우는 길은 멀고도 험하군요 ㅜㅜ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왠지 엄청 어려워 보이는 책들이네요.

yamoo 2013-11-26 17:01   좋아요 0 | URL
논리력을 키우는 길은....예~ 그렇습니다. 훈련이 필요합니다. 정도를 걸으면 멀고도 험한 길이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좀 이 분야의 책을 꾸준히 읽다보니, 편법적으루다가 논리력을 키우는 방법도 있더군요. 스도쿠나 스멀리언이 지은 논리퀴즈 등을 푸는 것입니다. 심심풀이로요. 뭐, 멘사퀴즈도 좋더군요. 모르면 답보구 알면 패쓰하고...그리 하다보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측면이 마구 생기더라구요..ㅋㅋ

엄청 어려워 보이기만 하지 정말 쉬워요~ 특히나 매키너리 책과 웨스턴의 책은 정말 쉽습니다!

흠....그러고보니, 야클님께서는 제가 읽는 책이나 추천 책들에 대해 '어려워 보인다'고 종종 말씀을 주시던데....ㅜㅜ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정말 이어요~ 그렇지 않아요~~ㅠㅠ

페크pek0501 2013-11-25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흥미로운 페이퍼네요. 논리학 책 소개가 유익합니다.
학생들과 함께 읽은 <논리를 모르면 웃을 수도 없다>, <이야기 속의 논리학>과 같은 책만 읽었어요. 재밌었죠.
님의 글에 따라 <논증의 기술>부터 읽어 보고 다음 차례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그래서 책 찜합니다.

인생은 짧고 읽을 책은 어찌나 많은지... 한숨부터 나오네요. 휴우... 휴우...
그러나 한 권 한 권 읽다 보면 읽은 책의 양이 티끌모아 태산 되는 날 오겠지요?



yamoo 2013-11-26 17:05   좋아요 0 | URL
핫! 흥미롭다고 봐주시는 분이 계시네요!! 흠~ 곰곰 생각해 보니 페크님께서는 충분히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거란 생각입니다. 네! 확실히 그럴거 같군요!!^^

학생들과 김득순 님의 책을 재밌게 읽으셨으면 위의 책들도 모두 흥미진진하게 보실 수 있을 거 같아요. 추천에서는 빠졌지만 김득순 님의 논리학 시리즈는 정말 쉽고 재밌거든요~ 엔날에 시리즈로 나온 4권을 전 모조리 읽었습니다. 남는 게 아주 많은 좋은 책~

제가 볼 땐, <패러독스의 세계>를 가장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 같아요! 어쨌거나 이 페이퍼가 그런대로 페크님에게 일말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개가 무량합니다~^^

루쉰P 2013-11-26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에요!! 전 논리적인 인간이 되고 싶어요~~
야무님 오랜만이죠 ㅎㅎㅎ;;;;
근데 농담이 아니라 진짜 논리적이고 싶어서요 요즘 그런 걸 많이 필요로 해서요 ㅎ
흠...정말 유익한 페이퍼 입니다.
분명 전 저 책들을 읽다가 '이런 책이 쉽다고, 젠장 맞을 녀석 같으니'라고 하겠지만요. ㅋ

yamoo 2013-11-26 17:49   좋아요 0 | URL
헉! 이게 누구신가욤!! 루쉰님 아니신가요...아고, 이게 얼마만인지.. 정말 오랜만입니다!

흠...단언컨데, 웨스턴의 책을 읽으시면 저련 욕은 제가 안 먹을 겁니다. 암요~^^
아..넘 반갑습니다!

2013-11-28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2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3-11-28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논리학'보다는 땡큐 포 스모킹에 관심이 많다는~.
헤에~^_______^

근데 요즘은 고등학교에 '논리학'이란 교과과목도 있나봐요?
울아들 책꽂이에서 못본거 같다는~--;

yamoo 2013-12-02 13:12   좋아요 0 | URL
흠...^^;; 양철나무꾼님의 성향상 그럴 것 같습니다~ 땡큐 포 스모킹...꼭 보시길!!

네...2007년부턴가...고교에 논리학 과목이 선택으로 들어갔는데, 극소수의 고등학교를 제외하고는 거의 택하는 학교가 없답니다. 그도그럴것이 그 고등학교용 교과서 무쟈게 불친절하거든요~ㅎㅎ
아마도 논리학 교과서를 갖고 있는 학생들이 별로 없을 듯합니다. 있어도 막 버리고 싶을 거에요..ㅋ

몽블랑 2014-01-2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현재. 시험준비로 논리학을 공부하려는 대학생인데요. 명제논리 술어논리 귀납추리 삼단논법 등등 대학 교양수준의 논리학을 습득하려면 어떤책이 좋을까요 아무래도 시험은 문제형태로 나오니 연습문제가 좀 수록되어있었으면 하거든요.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yamoo 2014-01-26 13:49   좋아요 0 | URL
저, 위에 어빙 코피의 논리학 교재 있지요? 그거 보세요. 요즘 대세이자 논리학 교재의 '갑'입니다. 대학 교양 논리학 교재도 거의 이걸 교과서로 보고 있습니다. 상당수 학교가요. 참도도서로 지정된 학교도 많구요~ 연습문제가 무척 많아서 연습이 충분히 될 것입니다~

youngjum1001 2014-04-29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제가 논리학에 관심을 갖게되서 얼마전에 W.C 새먼의.논리학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어려운건 둘째치고 실용성이 없는것같더라고요. 그래서 김광수 선생님의 논리와 비판적사고를 읽고있는데.

youngjum1001 2014-04-29 1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추천해주신 저 책들은 실용적인가요?

yamoo 2014-05-09 15:27   좋아요 0 | URL
답변이 늦어 미안합니다~^^

비판적 사고 실용적 입문...이라는 책도 있고, 철학과 현실사에서 나온 <논리학 실용적 입문>이라는 책도 있습니다.
아마도 비형식적 논리를 주로 담은 책들을 찾고 계신거 같은데, 실용논리학..이라는 타이틀을 단 책들을 보시거나, 아니면 논증에 관계된 책들을 보시기 바랍니다. 김광수 교수의 <논리와 비판적 사고>는 새먼 책과 실용논리학의 중간 정도 되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빙 코피의 논리학 입문을 추천드립니다. 실용적 내용들이 꽤 들어가 있습니다. 좀더 실용적인 책들을 찾으신다면 하병학 교수의 책이 좋습니다. 어쨌든 코피 책과 실용논리학 그리고 하병학 교수의 책들을 비교해 보시고 본인에게 맞은 책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비로그인 2014-05-09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훈 교수의 논리는 나의 힘 책은 어빙코피• 칼 코헨의 논리학 입문 그대로 차용하였고, 본인의 정치 성향이 강해 별로 입니다.

yamoo 2014-05-09 15:21   좋아요 0 | URL
저도 별로이지만 초보자가 보기엔 꽤 장점이 많은 책입니다. 어핑코피와 칼 코헨의 논리학 입문을 잘 짜깁기 했거든요~^^:: 짧은 시일내에 논리학 기본을 알기에는 꽤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논리학 실험실>을 보는 편이 훨씬 낫지만 말입니다^^


youngjum1001 2014-05-11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위에 댓글로 질문드렸던 한 지나가던 사람입니다..ㅎㅎ;; 우선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말씀드렸던 김광수, 새먼의 책이 어느정도 위치에 있는 책이다 라는 것 까지 알려주신 것을 보니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저는 예전에 추천받길, 어빙 코피의 책은 대학교에서 교재로도 쓸 정도로 조금 딱딱하다는 말을 들어서, 새먼을 책을 추천받았었거든요. 그런데 어빙 코피의 책이 실용적인 면도 있다니 한번 읽어봐야 겠어요.

그런데
위에 추천해주신 철학과 현실사 <논리학 실용적 입문>이라는 책을 검색해봤는데 나오지가 않습니다...

혹시 철학과 현실사 <언어를 통한 논리학 입문> 이책인지 아니면
서광사 출판, 앤 톰슨 저작인 <비판적 사고 실용적 입문>인지 궁금합니다.

물론 다 읽어보면 좋겠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없는 것 같아서.. 일단은 추천해주신걸 읽고 싶어요.
앞으로도 좋은글 잘 부탁드립니다~ ^^

yamoo 2014-05-11 12:28   좋아요 0 | URL
천지에서 나온 실용논리학이 있고, 철학과 현실사에서 김국태 님이 쓴 <실용논리학>이 있습니다. 앤 톰슨의 비판적 사고 실용적 입문은 비판적사고, 그러니까 논증에 대한 훈련서입니다. 언어를 통한 논리학 입문은 비추입니다.

새먼의 책은 주로 형식논리학 내용만 담겨있지요. 전형적인 교과서 입니다. 어빙 코피의 10판인 논리학 입문 책은 물론 교과서이지만 비형식 논리학 내용이 상당수 포함되 있습니다. 그래서 교과서이지만 새먼 책보다 풍부한 내용과 읽기 쉬운 면이 장점입니다.

찾으시는 책을 보니, 하병학 교수의 <토론과 설득을 위한 우리들의 논리>가 딱 인듯 보이긴 합니다만....논리학의 기본기를 탄탄히 하기 위해서라면 코피 책을 꼭 보시길 당부드립니다!

내공은 개뿔도 없구요..^^;; 그냥 논리학에 대한 공부를 어쩔 수 없이 한 덕분에 취득한 얄팍한 개론 정도의 지식입니다. 님의 논리학 공부에 건투를 빕니다~^^

youngjum1001 2014-05-12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youngjum1001 2014-05-12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글 많이 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사랑은 오류 읽어보려했는데 책이 절판이더라구요. 도서관몇곳을.찾아봣는데도 없고.. 30분 시리즈도 말슴하신대로 없는편도 있고 해서 아쉽네요. 앞으로도 책 추천이나 좋은글들 많이 부탁드려요

nebilwinds 2014-08-05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으로 논리학 책을 읽어보려고 하는 사람에게 길라잡이가 되어주는 멋진 포스팅이네요ㅎㅎㅎ참고해서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당. 얼른 서점이랑 도서관으로 달려가야게쓰용!!!

곰돌이 2015-01-2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똑똑한 논리책 절판이네요.ㅠㅠ...

노호균 2019-08-26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 소개 감사합니다. 논리학에 관심을 갖게되어 읽을 책들을 조사하는 중입니다. 잘 참고하겠습니다 :)

ㅎㅎ 2021-08-17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2021년에도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현재는 절판된 책이 많아 아쉽네요ㅠ
 

개인적으로 중국 제자백가 사상 중에서 <장자>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우화 형식으로 돼 있지만 내재해 있는 철학적 사유가 매우 심오하기 때문입니다. 우화의 내용은 대부분 모순적인 상황을 발생시킵니다. 그리고 우화의 끝에 이르면 언제나 지혜에 대한 깨달음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역설의 미학이라고 할까요. 뭐, 노자 <도덕경>이나 자사의 <중용>을 읽어보면 비슷한 사유의 흔적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화 속의 특유한 '논리' 구조*는 제자백가 사상 중 <장자>에서 가장 두드러집니다. <장자>를 읽는 재미와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어쨌든, 이 ‘역설’의 논리는 서구의 변증법적인 방법과 비슷해 보이지만 음미해 보면 선불교에서 말하는 ‘공안’의 논리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 그런지 직접 <장자>가 하는 말 몇 대목을 들여다 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제가 소장하고 있는 <장자> 판본은 여러 개인데, 아래 글은 윤재근 씨가 편저한 <장자> 중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1990년 판이라 2013년 판본과 페이지 수가 달라 페이지는 생략 했습니다.)

 

 

 

 

 

 

 

 

 

 


“사물은 이건 아닌 것이 없고 저것 아닌 것이 없다. ~ (중략) ~ 이것이 저것이고 저것이 또한 이것이다. 저것도 하나의 시비이며 이것도 하나의 시비이다. 과연 저것과 이것이 있다는 말인가 없다는 말인가. 저것과 이것이 서로 대립을 없애는 경지를 도의 중심이라고 한다."


“손가락을 가지고 손가락이 손가락 아니라고 하는 것은, 손가락 아닌 것을 가지고 손가락이 손가락이 아니라고 하는 것만 못하다.”


“한쪽에서 보면 분열이고 다른 쪽에서 보면 합침이다. 한쪽에서의 합침은 다른 쪽에서의 파괴이다. 모든 사물은 합침이든 파괴이든 다 같이 하나이다.”


“저 텅 빈 것을 잘 보라. 텅 빈 방에 햇빛이 비쳐 밝지 않은가. 행복은 텅 빈 곳에 머문다.”


“삶을 죽이는 자에게 죽음이란 없다. 삶을 살려고 하는 자에게 삶이란 없다. 이것이 도이다. 도란 모든 것을 보내고 모든 것을 맞아들이며 모든 것을 파괴하고 모든 것을 이룩한다.”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 근심과 한탄, 변덕과 고집, 아첨과 거만, 개방과 꾸밈 이것들이 없으면 내가 있을 수 없고 내가 없으면 그것들이 나타날 데가 없다.”


<장자> '내편'에서는 위와 같은 어록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말장난처럼 보이는 대목도 있고 아포리즘과 같은 대목도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모든 어록이 평면적인 말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자백가 사상 중, 가장 논리적이고 역설적인 서술이 많은 텍스트가 <장자>인 듯합니다.


<장자> '내편'에서는 주로 장주가 직접적으로 말하지만, '외편'에서는 논리를 중시하는 명가의 공손룡과 혜시(장주의 친구)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편을 읽는 재미가 내편을 읽는 재미보다 낫습니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대화가 많습니다. 대구로 되어 있어 주거니 받거니 합니다.  '외편'도 좀 들여다 보겠습니다. 


혜시 : 하늘은 땅만큼 낮고, 산은 못만큼 낮다.

[이것은 사물과 그 속성을 포괄하는 논리적 문제이다. 우리는 ‘하늘’과 ‘산’이 높은 것을 가리킨다고 생각하지만, 혜시는 산의 저상 아래로 보이는 구름의 경우와 산의 정상에 높이 있는 못의 경우를 예로 든다.]

장자 : 이 세상에서 털 끝보다 더 큰 것은 없으며, 태산은 작다.

[이 역설은 예상되는 표준에서 벗어나는 특이한 예외를 인용함으로써 위의 혜시의 경우가 아닌, 만물의 ‘동일성과 나눌 수 없음’의 차원인 형이상학적인 해결을 보여주고 있다.]


혜시 : 정오의 해는 지는 해이고, 태어난 생명체는 죽어가는 생명체이다.

장자 : 생명이 있는 곳에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다.


이 대화에서 보듯이 혜시는 장주에게 먼저 논리적인 공격을 가하지만 번번이 장주의 논리에 결정타를 먹고 사라집니다. '외편'을 읽어 나가다보면 혜시와 공손룡은 예외 없이 위의 대화처럼 장주에게 논리적으로 무릎을 꿇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매우 못마땅한 부분이 있습니다. 본 페이퍼를 쓰는 이유도 바로 이 부분에 어떻게든 딴지를 걸어보고 싶어서 입니다. (하아~ 서설이 너무 길었습니다.) <장자>를 읽다보면 '외편'의 '추수편'에서 다음의 유명한 대화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가 시나리오 형식으로 편집해 봤습니다.)


장주(장자)와 혜시(혜자)가 호수의 다리위에서 한가하게 거닐고 있었다.

장주 : (물고기를 보면서) 하, 참 그놈들 한가롭게도 헤엄치고 있네. 이게 물고기의 즐거움이렸다.

(이 말을 들은 혜시)

혜시 :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가 즐겁다는 것을 안다는 말인가?

장주 :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가 즐겁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는 말인가?

혜시 : 나는 장주, 그대가 아니니까 물론 자네를 알지 못하네. 마찬가지로 자네는 물고기가 아니니까 물고기를 알지 못한다는 사실은 확실한 거라네.


이 대목은 <장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간된 거의 모든 책에서 다음의 내용과 동일하게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장주가 말하기를 “자, 이야기를 처음으로 되돌려 살펴보세. 자네는 나에게 ‘자네가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에 대해서 아는가?’ 라고 물었는데, 그것은 그대가 이미 나의 앎에 대해서 알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 그렇게 물은 것이라네. 나 역시 호수 다리 위에서 물고기의 즐거워함에 대해서 알았기 때문에 그렇게(‘이것이 물고기의 즐거움’이라고) 말한 것이네” 라고 하였다.」


이에 대한 주석 또한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합니다. <장자> 해설서 중에서 가장 빼어난 책 중 하나라고 하는 박이문 교수의 <노장사상>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이문 교수는 책에서 "장주가 혜시의 논변에 자가당착(自家撞着)의 요소가 있다는 것을 이미 간파했다"라고 몰아갑니다. 계속된 논의를 따라가 보면, 혜시의 “사람은 자기가 아닌 타자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나는 장주가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장주에 대해서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장주도 자기가 아닌 물고기에 대해서 알 수 없다’는 것을 나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부분이 모순을 범했다는 겁니다.

 

모순을 범했기에 장주는 혜시의 모순을 딛고 서서 자기주장의 논리적 타당성을 변증 설파한 것이라고 하면서 박이문 교수는 장주의 변증 설파 부분(장주의 마지막 대화)으로 글을 맺고 있습니다.

“자네가 처음에 나에게 ‘자네가... 어떻게 물고기가 즐겁다는 것을 안다는 말인가?’ 라고 물은 것은, 자기가 아닌 나, 즉 타자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나 역시 호수 다리 위에서 혜자, 자네의 전제대로 타자인 물고기가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것을 보고 물고기의 즐거움을 안 것이다.” 



아, 그런데 이 대화의 이러한 결론에 저는 도저히 동의 할 수 없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혜시는 장주에게 논리적으로 완승을 거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혜시는 논리학파로서 순수하게 장자의 말에 논리적인 모순점을 지적하고 있기에 그렇습니다.


위에서 장주의 마지막 말은 혜시의 날카로운 반격에 관계없는 제3의 요소를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자네가 어떻게 물고기가 즐겁다는 것을 안다는 말인가?'라고 했지만 그것은 이미 내가 안다는 것을 알고서 그렇게 물은 것이라네.”라는 장주의 말은 논리를 넘은 말입니다.

 

장주가 처음 “하, 참 그놈들 한가롭게도 헤엄치고 있네. 이게 물고기의 즐거움이렸다.”라고 말한 것은 이미 물고기의 즐거움을 안다는 전제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논리를 중시한 혜시는 이를 재빨리 캐치해서 이 숨어 있는 전제를 공격한 것입니다.


마지막 문장에서 다시 돌아가 이 문제를 혜시에게 환기 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 볼 때) 정말 가당치 않습니다. 물고기의 즐거움을 안 것처럼 말한 사람은 장주 자신입니다. 혜시가 문제 삼은 것은 이미 ‘네가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느냐’이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 장주를 알고서  혜시가 그렇게 물은 것이 아닙니다. (혜시는 논리학파이기에 너무도 당연한 문제제기 였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자> '추수편'의 이 대화는 형식논리학적 관점에서 다시 조명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이상, 허접한 야무의 딴지 걸기였습니다.

 

[덧]

* <장자> 텍스트의 특유한 논리 구조는 이미 여러 편의 논문들에서 다루어져 온 내용입니다. 동양 철학 텍스트에서 서구 논리학에 가장 근접한 사유 구조를 보이는 것은 공손룡을 위시한 '명가'학파였습니다. 하지만 <장자>텍스트 속의 논리 구조는 텍스트가 구성될 시 불교 철학의 사유 구조가 상당부분 흡수되어 편집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자백가 중 독특한 논리구조를 보여주는 텍스트가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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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11-13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해주신 문장만으로도 읽기에 좋습니다. 행복은 텅 빈 곳에 머무른다는 말, 이것과 저것에 대한 사유 등 덧붙여주셨듯 불교철학과 통하네요. 또 한가지 즐거운 자극 받고 그냥 가려다 오늘은 몇 자 남겨요. ㅎㅎ 어제 근교 유명한 절 입구 단풍길을 걸었는데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어 이것이 있다,라는 글이 새겨진 돌이 세워져있더군요. 장자 사상과 통하나요? 그곳은 내원사 들목이었습니다. 바람에 팔랑대는 나뭇잎이 어찌 황홀한지 한참 올려다보았어요. 막바지 가을 즐거이 보내시길요.^^

yamoo 2013-11-17 16:23   좋아요 0 | URL
장자에는 불교철학과 통하는 논리과 꽤 되는 것 같아요. 칸트를 읽으신 다음 <장자>를 읽어보세요. 우화형식으로 돼 있어서 쉽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특히 유재근 씨의 장자 편역이 아주 쉽습니다. (물론 번역에 대한 비판은 있지만 제일 쉬운 거 같다는^^;;)

프레이야님두 막바지 가을 만끽하시길!^^

곰곰생각하는발 2013-11-14 0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항상 동양철학 고전 읽기에 실패했는데 장자'로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ㅏ.
전 서양철학서보다 동양고전이 정말 어렵더라고요. < 벽암록 > 읽다가 뭔 소리인지도 잘 모르겠고. 자괴감만 들고... ㅎㅎㅎ. 장자 읽어봐야겠군요...

yamoo 2013-11-17 16:27   좋아요 0 | URL
헛! 의외네요~ 곰발님께서 동양 고전 읽기에 실패하셨다니..
흠...<벽암록>은 좀 어렵지요. <근사록>은 어떠신지...

어찌되었든 곰발님께서 동양고전 철학을 다시 읽으신다면 <제자백가>부터 읽으시길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아님, <채근담>도 좋구요...

<장자>는 뭐, 원전이 아닌 윤재근 씨 편역을 읽으면 아주 쉽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곰곰님의 서재에서 동양철학 고전에 대한 페이퍼도 볼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ㅎ

페크pek0501 2013-11-15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장자의 글을 인용한 적이 있어요. 복사 붙이기 하면 이렇게...

물고기가 정말 즐거운 것인지 장자가 모르는 것처럼 혜자 역시 타인인 장자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게 없다. 사실 우리는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이 즐겁게 노는 것인지, 좋아하던 짝과 헤어져 슬퍼서 이리 저리 방황하는 것인지, 먹이를 먹고 난 뒤에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운동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저 우리 맘대로 해석할 뿐이다. 어디 물고기뿐이랴, 참새가 짹짹거리는 것도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새들의 소리인지, 짐작은 할 수 있어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이에 비해 서로 언어로써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물고기’나 ‘참새’에 비해 훨씬 쉬워 보인다. 그런데 사실은 연인의 관계에서 서로의 진실을 알기란 헤엄치는 물고기나 짹짹거리는 참새의 기분을 헤아리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

오랜만에 <장자>를 보니 반갑네요. 님의 글을 읽으니 헷갈립니다. ㅋ

yamoo 2013-11-17 16:35   좋아요 0 | URL
인용하신 글은 아마도 장자의 해설서 내용과 비슷합니다. 네~ 대부분 비슷해요.
제가 문제제기 한 것은 형식논리학적인 시각에서 혜시의 비판은 무척 타당해 보인다는 거에요.
물론 장주의 마지막 말로 인해 논리적 딜레마를 벗어나는 철학의 묘미를 맛볼 수도 있지만 혜시의 문제제기는 자가당착이 아닌 장주 말의 모순점을 정확히 짚었다는 데 그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인용해 주신 글과 덧붙이신 글 감사합니다. 제가 인용한 추수편 글과 같이 보니, 아주 의미심장하군요!^^

oren 2013-11-15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amoo님의 글을 읽으니 철학자다운 고민 한 대목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저 또한 이 글을 읽고 yamoo님의 '딴지 걸기'에 대해 공감은 할 수 있으나 거기에 제 자신의 '의견'을 적을 엄두는 차마 내지 못하겠군요. 결국 어떤 사물을 어떻게 인식하느냐 하는 '인식이유'가 참 어려운 철학적 문제이긴 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되고, (뜬금없이) 쇼펜하우어가 '데카르트의 혼동'과 '스피노자의 기교'를 비판한 대목을 떠올려 보게도 됩니다.

* * *

데카르트의 혼동

데카르트는 《제일 철학에 관한 성찰》의 ' 두 번째 반박에 대한 답변', 공리 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떤 원인에 의해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이 허용될 수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신에게조차 이 물음이 허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신이 존재하기 위해 어떤 원인을 요구하기 때문이 아니라 신의 본성인 무한성이 곧 원인 혹은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은 존재하기 위해 아무런 원인도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데카르트는 신의 무한성을 신이 아무런 원인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도출하는 인식이유라고 말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이 둘을 섞었고, 그래서 우리는 그가 원인과 인식이유 사이에 놓여 있는 큰 차이를 분명하게 의식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그러나 데카르트가 이 둘을 혼동한 것은 원래 그 자신이 의도한 바이다. 말하자면 그는 인과법칙이 원인을 요구하는 여기서 원인 대신에 인식이유를 슬쩍 써넣는다. 왜냐하면 인식이유는 원인이 그렇듯이 또다시 계속 찾아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데카르트는 바로 이 공리를 통해 신의 현존에 대한 존재론적 증명의 길을 개척한다. (25쪽∼26쪽)

* * *

스피노자의 기교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는 그 사물을 존재하게 하는 특정한 원인이 있다는 사실이 주목되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사물을 존재하게 하는 원인은 존재하는 사물의 고유한 본성과 정의 안에 포함되어 있거나, (그 원인은 그 사물이 존재하려는 본질 자체에 속하므로) 사물의 외부에 주어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주목되어야 한다."(《에티카》1부 정리8 주석2). 후자의 경우에서 스피노자는 다음에 밝혀지듯이 하나의 작용하는 원인을 의미한다. 반면 전자의 경우에서 그는 단지 하나의 인식이유를 의미한다. 그러나 그는 이 둘을 동일시하고 이를 통해 신을 세계와 동일시하려는 자신의 의도를 위한 사전작업을 한다. 하나의 주어진 개념의 내부에 놓여 있는 하나의 인식이유를 외부에서 작용하는 원인과 혼동하고 이 원인과 동등하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스피노자의 기교이다. 그리고 그는 이 기교를 데카르트에게서 배웠다. (29쪽∼30쪽)

* * *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말하자면 데카르트가 오직 관념적으로, 오직 주관적으로, 즉 오직 우리를 위해, 오직 인식을 목적으로, 즉 신의 현존에 대한 증명을 목적으로 제시한 것을 스피노자는 실재적이고 객관적으로 신과 세계의 현실적인 관계로서 받아들였다. 데카르트에 있어서는 신의 개념 안에 존재가 놓여 있고, 따라서 이것이 신의 현실적인 현존을 위한 논증이 된다. 스피노자에 있어서 신은 그 자체로 세계 안에 숨어 있다. 그에 따라 데카르트에 있어서 단순한 인식이유였던 것을 스피노자는 실재이유로 만든다. 데카르트는 존재론적 증명에서 신의 본질로부터 신의 존재가 도출된다고 가르쳤고, 스피노자는 그것으로부터 자기원인을 만들고 그와 함께 대담하게 자신의 윤리학을 시작한다. "'자기원인'으로서 나는 그것의 본질이 현존을 자신 안에 포함하는 것을 이해한다." 그는 "존재는 사물의 본질에 속하지 않는다"고 소리쳐 경고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인식이유와 원인에 대한 가장 명백한 혼동을 본다. 그리고 신스피노자주의자들(셸링주의자, 헤겔주의자 등등)이 언어를 사유로 보는 것에 익숙하여 이 자기원인에 대한 경건한 경탄에 자주 몰입한다면, 나로서는 '자기원인'에서 단지 형용모순을, 이후의 것인 이전의 것을, 무한한 인과 고리를 절단하는 거만한 권력의 명령을 볼 뿐이다. 자기원인은 끈으로 고정시킨 자기 머리 위의 모자에 브로치를 달기에는 손이 충분히 높이 닿지 않아서 의자 위로 올라간 그 오스트리아인과 유사하다. 자기원인의 적절한 상징은 바로 뮌히하우젠이다. 그는 물에 가라앉는 자신의 말을 다리로 꼭 껴안고 머리 위에서 앞으로 향한 자신의 땋은 머리로 자신의 말과 함께 공중으로 끌어 당기면서 그 밑에 "자기원인 Causa sui"이라고 서명했다. (31쪽∼32쪽)

- 쇼펜하우어, 『충족이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하여』中에서

yamoo 2013-11-17 16:40   좋아요 0 | URL
철학자 다운 고민이라니요..@_@ 그냥 객기지요. 객기..^^;; 천편일률적인 내용에 딴지를 걸어보고 싶어 페이퍼를 썼고, 또 형식논리학적으로 생각해볼 꺼리가 충분한데 이상하게 논의가 없는게 아쉬워 그냥 문제제기를 해 본 거에요.

인용해 주신 글은 나남출판사의 김미영 역자본으로 읽어봤어요~ 다시 오렌님에 의해 갈무리된 내용을 보니 새롭게 다가옵니다. 멋진 인용 감사합니다.

아, 근데, 오렌님께서는 책을 읽고 인상깊었던 부분을 타이핑해서 갈무리 해 놓는 가 봅니다. 전 너무 갤러서 엄두를 못내는데....존경스럽다는^^
 

 

드디어, 드디어!! 짐멜의 대표작인 <돈의 철학>이 재판되어 나왔다. 꼼꼼한 각주가 돋보이는 도서출판 길에서 나온 고기토 총서 시리즈. 이 가운데 '세계사상의 고전' 27번 째 책이다.

 

내가 소장한 책은 한길사 본인데, 너무 오래되서, 그리고 번역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서 새 판본이 나오길 기다리고 기다렸다. 나왔긴 한데, 헐~ 비싸서 못사겠다..ㅜㅜ  세상에, 5만원이 넘다니...@_@

그래두 우리말처럼 술술 읽히면 구입할 수밖에 없을 듯..OTL

 

이 책의 재간행을 기념할 겸, 짐멜에 대해 몇 자 끄적거려 놓아야 겠다. 그 이유는 누가 이 책을 사회학의 3대 명저 가운데 하나로 운운했기 때문.

 

물론 <돈의 철학>이 독창적이고 빼어난 책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과연 사회학을 정초시킨 3대 명저에 꼽힐 수 있는가?'가 내 문제의식의 출발점이다.

 

사회학은 철학에서 독립한 학문임에는 이설이 없다. 근데, 그 시조가 누구이냐고 물으면 명확히 답하기가 쉽지 않다. 콩트가 그 시조라는 걸 고교 교과서에서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콩트가 사회학을 창설한 사람이라는 설은 통설이 아니다. 다수설 쯤 된다. 왜냐하면 일부 학자들은 마르크스를 사회학의 정초자로 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야스퍼스다. 야스퍼스는 <철학적 사유의 작은 학교>(서광사, 1989)에서 마르크스를 사회학의 시조로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 일부 학자들은 에밀 뒤르켕의 <자살론>이 사회학을 연 최초의 문헌이라고 주장한다. 아마도 뒤르켕이 사회학이 말할 수 있는 대상을 찾으려고 노력한 시조였고, 또한 사회학 기술(글쓰기 형식)의 원형이었기에 그런 것 같다. 고전 사회학의 시조를 꼽을 때 뒤르켕과 베버는 빠지지 않는 걸로 봐서도 일말의 설득력은 있다.

 

 

 

 

 

 

 

 

 

 

 

 

 

 

뭐, 어찌되었던 사회학의 시조는 고교 교과서에 그리고 서양철학사에 콩트로 명시되어 있다. 그렇기에 콩트의 <실증철학 강의>는 사회학을 정초시킨 시발점이다. 이는 경제학에서 애덤스미스의 <

국부론>과 동등한 가치를 갖는 책이다.

 

 

 

 

 

 

 

 

 

 

 

 

 

 

 

그래서 사회학의 3대 명저를 꼽으라면 우리는 콩트의 <실증철학 강의>,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뒤르켕의 <자살론>을 꼽아야 한다. 이들 책이 사회학의 근간을 마련한 책들이기에 그렇다. (이는 경제학에서 <국부론>, <자본론>, <일반이론>을 경제학 3대 명저로 꼽는 이유와 비슷하다.)

 

물론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게오르그 짐멜의 <돈의 철학>, 칼 만하임의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 등이 사회학의 명저임은 분명하지만 3권 이후의 후순위로 꼽을 수 있는 저작들이지 않을까....하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다.

 

 

 

 

 

 

 

 

 

 

 

 

 

 

그래도 짐멜의 <돈의 철학>은 후순위에 놓기에 지극히 불만스럽다. <공산당 선언>이 달랑 100여 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인데, 단지 시대가 앞선다는 이유만으로 600페이지가 넘는 <돈의 철학>이 명저의 후순위로 밀린다는 건 아주 많이 아쉽다. 그렇다고 사회학 3대 명저로 꼽을 수도 없지 않은가. 지금까지 떠벌인 낯작이 있는데...

 

그래서 예전에 읽었던 <돈의 철학>에 대한 내 느낌과 짐멜에 대한 단상 그리고 돈에 대한 관심 주제를 부가하여 짐멜에 대한 애정을 좀 드러내고자 한다.(흠흠...--;;)

 

짐멜과 동시대의 인물로는 막스베버가 있었다. 베버와 짐멜은 독일 사회학의 공동창립자였지만 짐멜은 살아 생전 베버만큼 학자로서 유명하지 않았다. 학계에서도 그리 조명을 받는 학자가 아니었다. 아마도 그가 전형적인 사회학 이론가가 아니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글쓰는 스타일을 보면 학계에서 제대로 대접을 못받았을 거란 생각이다. 솔직히 내가 게오르그 짐멜의 주저인 <돈의 철학>(한길사, 1988)을 읽고 느낀 건 바로 이점이었다. (짐멜의 저서를 읽은 건 이 책이 유일했지만) 것두 완독한 것이 아니라 1/3 정도 읽고 옮긴이 해제를 읽었던 게 전부였음에도 보통의 이론서하고는 판이하게 글이 달랐기 때문이다.

 

읽은 지 오래되서 주요 내용은 휘발성 기억으로 날라간지 오래다. 하지만 짐멜의 글쓰기 스타일은 정말 독창적이었다. 내가 읽었던 1988년 한길사 본은 무려 638페이지 달하는 압도적인 분량을 자랑했다. 당시 출간된 한길사 본은 한 페이지에 30줄 이상 아주 빽빽하게 편집되어 있었다.

 

그런데 정말로 놀라운 점은 책의 처음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 한 개의 각주와 미주도 없었다. 소제목도 없이 장의 내용이 소설처럼 유려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읽으면서도, '허~ 참 신기한 책이네'를 반복적으로 되네였다. 사회를 분석한 학술서가 주가 없다니! (지금도 그렇지만 이런 책은 정말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짐멜의 저서를 한 권밖에 읽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짐멜은 주로 자유로운 에세이 형식을 자식의 글쓰기 스타일로 삼은 것 같다. 정제된 논문 형식이 아닌 에세이 형식의 글이었기에 당시 독일 교수 집단에게서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듯. (뭐, 우리나라는 이런 경향이 아주 심하지만~)

 

하지만 <돈의 철학>이 영어로 번역됨에 따라 짐멜은 문화와 사회를 연구하는 신진 연구자들에게 점차 인지도를 얻게 된다. 그리고 이 연구자들이 학계를 주도할 쯤 짐멜은 미국 사회학 이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부각된다. 그의 주요 이론인 '상징적 상호작용론'은 사회학설사에서 분명히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는 중요 이론이다.

 

생각건데, <돈의 철학>도 짐멜의 '상호작용론'의 연장선 상에 있는 듯 보인다.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근대 세계에서 화폐경제가 출현하는 상황이었는데, 이 거시적 상황이 미시적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다방면으로 스케치 한 것이 이 책의 내용인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생각이 맞는지 다시 한번 책을 읽고 확인을 해 보고 싶다.

 

 

예전부터 화폐와 돈에 대한 책들을 모으고 있다. 돈이 곧 화폐인가? 그런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경제학분야에서는 줄기차게 화폐로 쓰는 듯...개인적으로 돈이 더 좋은데..

까치 출판사의 <돈의 세계사>가 절판되고 <화폐의 역사>로 재간 된 것도 무척 불만스럽다. 프리드만의 <돈의 이야기>가 <화폐역사의 교훈>이나 <화폐 이야기>로 재간되면 되게 신경질이 도질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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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3-11-03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년전쯤인가 '화폐, 마법의 사중주'라는 책을 읽었는데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네요. 돈의 철학은 듣기는 정말 많이 들었던 책인데, 읽을 엄두는 전혀 나지 않는 군요.^^;;;

yamoo 2013-11-03 21:55   좋아요 1 | URL
앗! 가넷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제 서재에서 정말 오랜만에 뵙는듯^^

오~ <화폐, 마법의 사중주>라는 책도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반드시 찾아 볼게요. 흥미롭다니 급 땡깁니다..ㅎㅎ
뭐, 저두 그런 생각이 들었다가 펼쳐 보았는데, 그리 어렵지는 않더라구요. 단지 압도적인 분량에 먼저 기가 질리는게 흠이지만^^;;

쉽싸리 2013-11-03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중권교수의 한겨레 서평을 보니 짐멜은 가치를 '교환'의 측면에서 집증탐구 한다고 하더군요. 고진선생도 교환양식에 방점을 두는거 같은데, 흥미롭네요. 근데 높은 가격과 천쪽에 달하는 두께! 가난한 샐러리맨에게 화폐가치는 자꾸만 떨어져만 가고요...ㅜㅜ

yamoo 2013-11-04 10:53   좋아요 1 | URL
와~ 쉽싸리님 반갑습니다.^^ 흠...진중권 씨 서평을 읽어봐야 겠어요~ㅎ 그러고보니 교환양식으로 짐멜의 사회학을 분석한 논문도 본 것 같습니다.

아, 근데 책가격은 정말 ㅎㄷㄷ 사 놓고도...천페이지의 압도적인 분량에 정말 읽을 엄두가 안날거 같다는...ㅜㅜ 정말 가난한 샐러리맨에게 이런 책은 사치인 거 같아욤..^^;;

쉽싸리님, 페이퍼좀 발행해 주시어요~~^^

oren 2013-11-03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짐멜의 《돈의 철학》이 엄청난 분량과 가격을 자랑하는 책이면서도 또한 사회학 분야의 명저임을 yamoo님의 글을 통해 아주 자세히 알게 되는군요. 이 페이퍼에 담긴 몇몇 다른 책들은 읽어봤으나 짐멜의 책과 yamoo님께서 오래 전부터 모아 놓으신 '돈에 대한 책들'은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네요.

제가 읽었던 '돈에 대한 책들' 가운데는 《돈, 그 영혼과 진실》(버나드 리테어 지음)이라는 책이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원형심리학과 각종 신화를 통해 '돈의 영혼과 진실'을 설명한 부분이 특별하더라구요. 지금 살펴보니 아직까지 절판되지 않았고 제가 쓴 리뷰도 붙어 있네요.)

피터 L. 번스타인의 《황금의 지배》(지금 보니 구판은 절판되었고 개정판은《금, 인간의 영혼을 소유하다》로 나와 있네요)도 아주 유익하게 읽었던 책이었던 것 같아요.(구판에는 제가 쓴 리뷰도 있네요)

yamoo 2013-11-04 10:57   좋아요 1 | URL
돈에 대한 다른 책들도 있었던 거 같은데, 현재는 저것들만 남아있어요. ㅜㅜ

오~~<돈 그영혼과 진실> 얼른 검색해서 장바구니 담아야 겠어요! 원형심리학과 신화를 통해 본 돈이라...이런 책이 있을 줄이야~
그리구 번스타인의 황금의 지배...이것두 찾아볼게요. 알라딘 중고서점에 어딘가 있을 거 같다는. 오렌님께서 유익하게 읽으셨다니, 뭐 더 알아볼 건덕지도 없겠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책 소개 해주셔서요! (무한 감솨~~~ )
돈에 대한 책들이 점점 늘어가 뿌듯합니다~ㅎ

감은빛 2013-11-04 15: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경제학 공부모임'에서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들었습니다.
야무님의 야무진 글을 통해 만나니 무척 반갑네요!
일단 보관함에 넣었지만, 가격이 무시무시하네요.

사회학의 시조를 말씀하셔서 오랜만에 전공 수업시간이 생각났습니다.
별로 열심히 공부하진 않았지만 하도 많이 들어서 익숙해졌던 이름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

yamoo 2013-11-05 22:02   좋아요 0 | URL
아, 경제학 공부모임에서 경제 공부도 하시는군요! 정말 부지런하십니다~^^
저두 가격이 무시무시해서 망설이고 있답니다. 두깨는 부차적이에요..ㅎㅎ

감은빛님이 사회학과를 전공하셨던 걸 새롭게 알았네요^^
전공은 열공하지 않았더라도 타과에서 보기엔 기본은 합니다...개인적 기준이 높은 분들이 종종 말씀하시는 부분이지요~
짐멜을 통해 다시한번 전공 기억을 떠올려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가요. 경제학과 사회학의 만남...좋은데요~^^

페크pek0501 2013-11-05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만원이라는 책의 가격보다 천 쪽이 넘는 책의 두께에 부담스러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겠어요.ㅋ

저는 <세계명저 사회학 30선>이란 책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으로 사회학 책을 소개받아 하나씩 읽으며 공부하기로 했죠. 좋은 정보를 주는 책이랍니다. 님이 언급한 <자살론>,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공사당 선언> 등이 다 나와 있어요. 저는 <자살론>에도 큰 충격을 받았죠. 이런 지적 충격이 재밌어요.
심리학 서적에 비하면 사회학 서적은 많이 읽지 못했어요. 더군다나 돈에 대한 것은...
제가 아는 건,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 정도... ^^

yamoo 2013-11-05 22:11   좋아요 1 | URL
전 오만원.....이게 걸려요~ 두깨는 제게 부차적이에요..ㅎ

저두 그 책 가지고 있어요. 일본 사람이 쓴 작은 문고본 책이죠. 후루룩 읽기 좋더라구요~ 저번주에 사서 다 읽었어욤^^

요기 소개된 책 중에서 반 이상은 제가 읽었던 거에요. 모르는 저서도 많아요. 특히 일본 사회학자들의 책은 생소한데, 번역된 게 있는지 찾아 보고 있어요.

심리학과 사회학...가만히 생각해보면 비슷한 것두 같아요. 심리학은 개인에 대한 연구고 사회학은 사회에 대한 연구라서 개인에 대한 연구가 사회로 확대된 걸로 얼추 기억하면 편해요. 특히 사회심리학이 그래요. 물론 콩트나 뒤르켕 베버의 책을 보면 심리학과 많이 다르지만서두요~

보드리야르듸 <소비의 사회>..이거 재밌죠. 사회학 이론 서중에서 가장 재밌게 읽었던 기억의 한 권입니다. 전 밀즈의 <파워엘리트>를 가장 잼나게 읽었어요. 소비의 사회는 보드리야르의 <기호의 정치경제학 비판>을 먼저 읽고 보면 훨씬 도움이 되요.

어쨌든 즐거운 사회학 산책 시간 되시길~^^

종이달 2021-10-11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몇일 전 <그래비티>를 봤다. 영화 예고편을 보고 꼭 봐야겠다고 별렀다. YTN영화 소개 코너에서도 이 작품이 수작이니 꼭 보라는 말과 함께 스펙터클한 영상미를 놓치지 말라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서 시계를 보니 영화의 러닝타임은 90분 정도. 아, 그런데 나는 에일리언도 나오지 않고 우주 전쟁도 없는 SF영화를 너무도 몰입해 본 것이다.

 

고작 2인, 아니 중반부 이후 주인공 혼자 이끌어가는 이 영화는 그야말로 SF영화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것 같다. 우주 재난 영화를 다루면서 이런 포스의 연출력을 자랑하는 영화는 처음 봤다.

 

무엇보다 우주 공간에서 우주 미아가 되는 이야기는 그 과정만 재미있지 결과는 지루함의 극치다. 우주선이 난파되거나 고장나서 우주에 표루하고 있다는 사실은 뭘 말하는가? 그것도 혼자이면?

 

뻔하다.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거라곤 서서히 죽음을 기다리는 주인공의 모습이 전부다. 점점 바닥나는 산소를 조금씩 소비하려고 애쓰면서, 무참히 죽음이 다가오는 시간을 기다리는 이야기.

 

이런 장면은 SF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수도 없이 봤지만, 전체 플롯 구조에서 지나가는 한 장면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는 이 장면을 보면서 그냥 '그는 죽어가겠지'라는 추측으로 생략된 내용을 메우곤 했다.

 

하지만 <그래비티>는 여타 SF작품에서 그냥 흘려버렸던 '우주 미아'의 상황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설정 상황은 일본 만화 <플라네테스>의 한 에피소드를 영화로 옮겨 놓은 듯한데, 내용은 판이하게 달랐다.

 

우선 놀라운 점은 이 작품의 등장인물이 고작 2명 뿐이라는 사실이다. 처음에 미 우주선에 붙어 있는 대형 허블 망원경 점검 장면에서 5명 정도 나오지만 소련 인공위성 파편이 이들이 작업하는 곳으로 들이닥칠 때 모두 사망한다.

 

 

살아남은 사람은 망원경 수리자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와 수리 책임자 매트(조지 클루니) 뿐이다. 하지만 조지 마저도 러시아 정거장에서 저 먼~ 우주로 날아가 버린다. 매트가 날아가기 전까지 둘의 대화가 영화 중반까지의 내용이다.

 

혼자 남은 스톤은 소련 모듈 속으로 들어가서 소유주 우주선을 타고 중국 모듈로 이동한다. 그리고 지구로 점점 추락하는 중국 모듈과 함께 지구로 귀환하는 과정이 우주 공간에서 매우 리얼하게 펼쳐진다.

 

이 영화는 지구로의 귀환 과정이라는 지극히 심플한 줄거리를 갖고 있지만 각 과정을 단계화시켜 극적 긴장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우주 공간에서 멀리 떨어진 모듈까지 가는 과정도 매우 힘들게 그려지고, 모듈에 도착해서도 탑승을 방해하는 돌출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탑승 이후에도 역시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지면서 영화 감상자는 주인공의 악전 고투를 몰두하면서 보게 된다. 저 사건 이후에는 도대체 뭐가 터질지 조마조마하면서.

 

물론 이런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는 상황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원동력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영화가 '웰메이드 작품'이라고까지 느낄 수 있는 데에는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그 방식에 있다.

 

영화의 플롯 구조는 주인공의 지구 귀환 과정과 삶의 과정을 적절한 상징 장치들을 통해 빼어나게 유비시킨다.

 

영화의 주인공 스톤 박사는 허블 우주망원경 수리 책임자 매트(조지 클루니)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어두운 삶의 과정을 토로한다.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은 후 자신의 삶은 엉망이 되었다고. 퇴근 후 주로 뭘 하느냐는 매트의 이어진 물음에 대해서는 그냥 계속 운전을 한다는 말로 답한다. 이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그녀의 상태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녀에게 우주 공간에서의 작업은 무의미한 시간들을 채우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녀의 말로 볼 때 그녀는 삶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삶의 의지가 없는 삶은 무의미한 삶이다.

 

이로 볼 때, 우주 공간은 그녀에게 곧 죽음과 동등한 의미를 상징한다(이렇게 유비할 수 있도록 보여진다). 하지만 갑작스런 조난을 당하고 그 상황을 벗어나려는 과정에서 그녀는 탈출(삶)에의 의지를 새롭게 다진다.

 

이는 소유주 우주선 안에서 극명히 보여진다. 낙하선 줄을 분리하고 드디어 중국 모듈로 날아갈 찰나 연료가 바닥난다. 이때 스톤은 안타까움에 몸부림 친다. 모든 걸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한 순간 매트의 환상을 통해 '착륙은 발사'라는 사실을 깨닫고 탈출(삶)의 의지가 깨어난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죽음의 공간(우주)에서 삶의 공간(지구)으로의 이동이다. 스톤이 마지막에 헤엄쳐 해안에 도착하여 흙을 움켜쥐고 충만한 표정을 짓는 것은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다.(흠...나는 이렇게 보였다~--;; 주인공이 새로 태어나기 위한 상징적 장치들이 영화 곳곳에 있다. )

 

우주 재난이라는 SF소재로 죽음과 삶이라는 진중한 주제의식을 깔끔하게 담아낸 이 영화는 그래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명작이 될 듯하다. 올 해 최고의 개봉 영화로 손색이 없을 듯~.

 

 

[덧]

우주 공간에서 에일리언도 나오지 않고 우주 전쟁도 없으며, 고작 등장인물이 달랑 2명인데, 영화를 몰입하고 볼 수밖에 없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 촬영을 어떻게 했는지도 궁금하고, 감독의 연출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산드라 블록의 신들린 듯한 연기는 보너스. 그녀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지는 이전에 미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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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10-3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평생의 소원 가운데 하나가 '우주여행'이고, 죽을 땐 (살아생전 돈을 많이 벌어서) '우주장'(우주로 쏘아올려져 뼛가루조차 남기지 않고 말끔하게 사라지는)을 치르는 겁니다. 영화 <그래비티>를 보면서 더더욱 '우주'로 날아가 보고픈 열망이 커지더군요.

스톤 박사가 우주에서 마침내 지구로 되돌아와 흙을 움켜잡고 일어서는 장면도 참 좋았고, 그 전에 홀로 남겨진 채 '지구의 소리'와 애타게 교신하는 장면도 참 인상적이더군요.

yamoo 2013-11-01 18:14   좋아요 0 | URL
아, 오렌님께서는 그 환상적인 우주장이 꿈이시군요! 근데, 알아보니 비용이 어마어마 하더라구요~ 97년인가 어느 갑부가 우주장을 치뤘다는 외신 기사를 봤어요.
소원이 우주장이면 정말 이 영화를 보면서 바람이 커지시겠어요^^

저도 그 교신장면을 처음 쓸 때 넣었는데 이상하게 흐름이 깨져서 삭제했어요. 중국 방송인가...계속 솰라솰하 하는 와중에 개소리가...ㅋㅋ 따라하는 스톤...그라다가 울먹이구..저두 인상깊었던 장면이었어요~ㅎㅎ

hnine 2013-10-31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해요.
yamoo님의 영화 후기도 훌륭합니다.

yamoo 2013-11-01 18:20   좋아요 0 | URL
아, 나인님께서두 보셨군요! 사실 영화 후기를 좀 멋들어지게 써보고 싶었어요. 영화 자체가 넘 멋져서요~ 삶과 죽음을 정신분석학을 원용해 한 번 써보려 했는데...글이 계속 삼천포로 빠져부려서 걍 본 소감만 정리했어욤~
10줄 안으로 짤막하게 쓸려고 했는데, 본의 아니게 길어졌다는....--;; 그래두 훌륭하다고 해 주신 엣지나인님께 천개의 감사를~^^

페크pek0501 2013-11-02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 이렇게 많군요.(댓글을 보니까...)
저는 이 영화를 보지 못했고, 며칠 전 '토르'라는 영화를 봤답니다. 안경을 쓰고 보는 영화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제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요. 관람료는 만삼천원. 비싸요.

저는 영화의 줄거리나 주인공 이름을 정확히 기억해서 써야 하는 영화 리뷰를 쓰지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 리뷰는 쓸 엄두를 못 내요. 책이라면 들춰 볼 수 있지만 영화는...
그래서 이런 리뷰를 쓰는 분들을 존경스럽게 생각하죠.ㅋㅋ
재밌게 읽고 갑니다. 두 사람만의 열연으로 펼쳐지는 영화라는 게 흥미롭군요.

yamoo 2013-11-03 15:14   좋아요 0 | URL
네..요즘 대세는 이영화와 <캡틴 필립스>같더라구요.ㅎ SF매니아인 저로서는, 특히 비주얼 위주의 영화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지라 예고편보고 별르고 있었어요..ㅎㅎㅎ 뭐, 비주얼도 훌륭하고 내용도 훌륭하고 나무랄데없습니다. 단지 러닝타임이 살짝 짧은 게 아쉬워요~

3D 디지털 영화를 보셨군요~ 관람료..ㅎㄷㄷ 한데요^^

흠, 그러고 보니 페크님 서재에서 영화리뷰를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욤~ 저야, 뭐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수준이지만 이곳에서는 전문적인 영화평들이 꽤 자주 올라오는 거 같아요. 영화를 보고 장문의 글을 쓰는 사람이 전 존경스럽던데요~ㅎ A4 넉장은 가뿐히 넘는 글들을 보면 ㅎㄷㄷ한 느낌밖에 안든다는^^
 

‘하룻밤에 읽는’ OOO, ‘하룻밤 지식여행’ 등의 시리즈가 있다. 대중들의 기초적인 교양을 위해서 출판사가 기획한 인문교양 총서들이다. 이 총서들의 혁혁한 공로는 문외한에게 고전과 인문학자들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주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난해한(?) 내용이 무척 평이하게 서술되어 있으며, 이해를 돕도록 삽화와 도표 그리고 만화가 곁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압축적인 정보전달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총서 시리즈다.


한데, 이 시리즈 타이틀을 보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 뭔가가 이상함을 느낀다. 책 타이틀과 달리 페이지가 휙휙 넘어가지 않아서다. 그리고 읽는 중에 알아 버린다. 책 시리즈의 타이틀은 완전 ‘낚기용’ 떡밥 대마왕이라는 사실을. ‘하룻밤’ 때문에 이 책을 구입하고 제대로 뒤통수 맞았다는 리뷰들을 수도 없이 보아 왔다.


그래, 뭐 마케팅 면에서는 칭찬해 주자. 하지만 사발도 이런 사발을 치면 곤란하다. 이런 문구로 순진한 대중들을 기만하면 안 되는 것이다. 가뜩이나 책과 친하지 않은 대한민국 국민인데 이런 식으로 속았다는 느낌을 심어주면 그들에게 영영 책(특히 인문 책)을 멀리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책 내용 자체는 나무랄 데 없다. 입문자가 읽기에 평이하고 알차다. 이런 좋은 책의 이미지가 낚시용 문구로 한 순간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되겠다.


그런데 이런 계열의 총서가 하나 더 있다. 중앙M&B에서 출간하였던 ‘30분에 읽는’시리즈(M&B 출판사는 이후 랜덤하우스중앙으로 바뀌었다). 이 시리즈는 분량상 위 시리즈보다 얇고 무게가 가볍다. 배판도 약간 작다. 물론 ‘30분’ 시리즈(전30권)도 그 기획의도가 ‘하룻밤’ 총서 시리즈와 별반 다르지 않기에 겹치는 주제가 꽤 많다.


특히 ‘하룻밤’ 시리즈와 살짝 비교해 살펴보아도,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사르트르>, <플라톤> 등이 눈에 띈다. 그래서 같은 주제를 겹쳐 읽으면 꽤 흥미로운 구도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주제에 어떤 책이 더 잘 편집됐는지 비교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솟구친다. 두 시리즈를 모두 읽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운 비교 놀이 쯤 된다.

 

 

 

 

 

 

 

 

 

 

 

 

 

 


 

 

(사실 <프로이트>의 타이틀을 달고 출간된 교양 총서 시리즈들은 꽤 많다. 시공디스커버리 총서, 하룻밤 지식여행, ‘30분에 읽는’ 시리즈, 옥스퍼드 위대한 과학자 시리즈, HOW to READ 시리즈, 20세기를 만든 사람들 시리즈 등) 

 

 

 

 

 

 

 

 

 


아, 근데 내가 진짜 말하고 싶은 건, ‘30분에 읽는’ 시리즈가 정말 정직하게 30분 분량 정도만 투자하면 다 읽은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건 실로 놀라운 편집이다. 그 방면의 문외한이라도 30분이면 책의 주제를 거의 다 인지 할 수 있을 정도다. 절대 설레발치는 말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책의 최대 장점인 요점 정리(각 절의 말미에 정리돼 있다)만 보면 책의 핵심을 모두 다 본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 키워드도 덤으로 알 수 있다. 30분이면 내용의 뼈대와 핵심이론이 자연스럽게 잡힌다.


예컨대 이 시리즈 중 하나인 <마르크스>를 보자. 먼저 장별 목차에서 핵심을 확인할 수 있고, 본문의 키워드와 말미의 요점을 보면 본문이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대번에 알 수 있다. 모든 장을 이런 식으로 보면 마르크스가 어떤 책을 저술했으며 각 책의 핵심 이론이 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마르크스가 평생 어떻게 살았고, 추구한 이념은 무엇이었으며 누구에게 영향을 받아 후대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30분 안에 확인할 수 있다.


문외한이 30분 정도 투자해서 한 주제에 대해 이 정도의 체계적인 이해(지식)를 갖기는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그걸 가능하게 해 준다. 물론 관련 분야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본다면,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는 데 30분 정도면 족하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주제에 대한 흩어진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그만인 시리즈다.


인문학을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독자나, 자신이 아는 게 정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시리즈로부터 그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책 뒤에 읽어 가야할 중요 참고문헌도 정리되어 있기에 최적의 입문자용 2차 문헌이다.


무엇이든지 입문자에게는 기초와 방향이 중요하다. 해당 방면에 전혀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얼마간의 해당 지식을 무장시켜 주는 이런 책은 정말 유익하고도 필요하다. 0과 1의 차이와 2와 3의 차이는 전자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1이란 해당 방면에 대한 기반이자 출발이기에 그렇다. 1을 갖춘 사람이 3정도의 책을 읽는 건 가능하지만, 0은 읽어 나갈 수 없다.


결론적으로 본 페이퍼를 통해 내가 말하고 싶은 요지는 하나다. 기본 교양 총서는 지속적으로 다양하게 출간되어야 하고 장기간 읽혀져야 한다는 거.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총서의 생명력이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짧아 유감스럽다. 위에서 소개한 ‘하룻밤’ 시리즈는 점차 절판되어가고 있고, ‘30분’ 시리즈는 모두 절판되었다. 모두 다시 발행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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