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 있어 정장(이하 수트로 통일)은 정말 간과할 수 없는 것 중 하나다. 적어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의반 타의반 정장을 입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

 

결혼식에, 상가집에 또는 졸업식에 혹은 취업과 면접에 어울리는 옷차림은 수트다. 점점 그 추세가 줄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는 건재하다. 이 상황을 항상 피해갈 수는 없다. 자신이 수트를 안 입어도 되는 직종에 근무를 한다손치더라도 수트를 입는 상황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뭐, 난 부대뽀다~ 라고 생각하면 할 말없다. 수트가 죽기보다 입기 싫다는데야 강요해서 뭣하랴. 남의 눈치보는 짓도 하지 않으니 이런 사람에게는 수트 입는 상황은 도래하지 않을 것도 같다.

 

하지만 무난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는 적어도 한 벌 내지 두 벌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물건이다. 빌리는 것도 한도가 있다. 어쨌거나 구입을 피할 수는 없다.

 

대체로 생애 첫 정장을 구입하는 남자들 연령을 보면, 20대가 아주 많다. 취업을 해야 할 때여서 그러하리라.. 아주 예외적인 경우는 30대도 있는데, 그 상황은 위에서 밝힌 대로다.

 

이렇게 미루다(빌려 입다가) 어쩔 수 없이 수트 구입에 내몰리면, 아주 위험한 상황에 노출 된다. 자기 의사와 별 상관 없이 대충 한 벌을 구입하게 된다. 반 강제적으로 대충 맞는 한 벌을 장만한다는 거다. 그것도 검은색으로.

 

혹시 자신이 구입한 첫 수트가 검정색이신 분들이 있는가. 그 수트를 자기가 스스로 골랐다면 대단히 용감한 선택을 한 것이고, 타인이 골라 줬다면 편의상 두루 잘 입기 위해 고른 것이다.

 

하지만 잘 못 고른 거다. 검정색 수트를 누가 입고 있는지 잘 살펴보기 바란다. 웨이터, 보안 요원, 조폭 그리고 상가집에 온 사람들이 입는 수트다. 아주 예외적인 색깔이고, 구두의 선택도 매우 제한 받는 색깔이다.

 

이런 색의 수트를 생애 첫 수트로 장만한다?! 뭔가 잘못된 선택이다. 생애 첫 수트는 무난하고 어디에도 잘 아울려야 한다. 그럴려면 청색 계열이나 회색 계열에서 택해야 한다.

 

사실 남자의 옷장에서 청색 수트와 회색 수트 두 벌만 있으면 왠만한 직장 생활도 거뜬하다. 월화수목금토일이 그냥 해결되기 때문.

 

캐주얼 차림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면 수트 두벌로 데이트 룩을 완성할 수도 있다. 그냥 만능인 거다. 그런데 이런 다용도 수트를 뒤로 한 채, 블랙 수트라니....당치도 않다!

 

자, 그럼 청색 계열과 회색 계열의 수트를 어떻게 장만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맞춤이다. 실력 있는 테일러 숍에 가서 좋은 원단을 끊어다가 자기만의 수트를 만드는 거다.

 

하지만 맞춤을 진행하려면, 수트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재단사에게 요구를 아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근데, 생애 첫 수트를 구입하는 사람이 수트 지식이 풍부하다?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혹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춤을 진행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첫 수트는 기성복이 무난하다.

 

그럼 어떤 브랜드를 선택해야할지 고민된다. 백화점이나 아울렛 매장에 가면 정말 수도 없이 많은 수트 브랜드들이 있다. 백화점 한 층을 꽉 채우고도 위 층에 더 있다. 뭐가 그리도 많은지 어지럽다. 일단 어디로 가야할 지 정해야 한다.

 

백화점은 선택이 폭이 넓고 서비스가 좋지만 너무 비싼게 흠이다. 아울렛 매장보다 3배 이상 비싸다. 그러니 첫 수트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야할까? 맞다. 닥치고 아울렛이다.

 

사실 기성복은 대개가 비슷하다. 물론 단가가 높아지면 좋은 원단을 쓰지만 거기서 거기다. 단지 기성복도 크게 2가지로 대별해 볼 수는 있다. 하나는 아저씨 정장이고 하나는 젊은층을 타겟으로 한 브랜드다.

 

전자는 갤럭시로 대변되는 신사복 계열이고 후자는 캐릭터 브랜드 쪽이다. 자신의 몸이 슬림하다면 캐릭터 브랜드 쪽으로 가면 된다. 반면 자신이 풍채가 있고 좋은 소재로 오래 입고 싶으면 신사복 쪽으로 가면 된다.

 

신사복 계열 브랜드가 원단이 좋고 좀 고가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최고는 갤럭시다. 제일 모직 원단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제일의 브랜드다. 요즘은 젊은 층을 잡기 위해 하위 라벨 계열이 별도로 나온다.

 

총알이 좀 있으면 갤럭시, 마에스트로, 팔 질레리, 폴 스튜어트 매장에서 구매하면 되시겠다. 이들 브랜드들은 정통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전통있는 브랜드들이다.

 

자신이 매우 어깨가 좁고 슬림하다면, 그리고 아울러 총알이 별로 없다면 지오지아, 지이크 패런하이트, 엠비오에서 선택하면 된다. 이들은 모두 캐릭터 정장 브랜드들로 원단은 별로 안 좋지만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젊은 층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브랜드다.

 

가격대는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대체로 백화점에서 많이 나가는 브랜드별로 가격대를 표시해 놓은 그래프가 있어 첨부한다. 이걸 보고 자신에게 맞는 수트를 가듬해 보면 되겠다. 장전된 총알과 지향하는 바에 따라.

 

 

 

 

 

 

이렇게 대충 큰 틀을 잡았다면 이제는 디테일을 정해야 한다. 디테일이란 쉽게 말해서 옷의 세부적 형태 차이를 말하는 거다. 쉽게 말해서 일명 디자인.

 

수트는 크게 더블 브레스트 수트와 싱글 브레스트로 나뉜다. 더블은 우아하고 싱글은 날렵하다. 특히 싱글 브래스트에 베스트를 더하면 그야말로 남자가 풍길 수 있는 최고의 세련미를 낼 수 있다. 엔날에 피어스브로스넌이 007에 주연으로 나올 때의 영화 속 장면을 생각하면 쉽다.

 

단, 자신이 매우 뚱뚱하다면 더블 브레스트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배 나온 것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자신이 뚱뚱하다면 싱글 브레스트 수트를 선택하고 자신이 왜소하고 키가 작다면 더블 브레스트를 선택하자.

 

싱글 브레스트 수트는 단추 갯수로 다시 세분된다. 가장 무난하고 대중적인 것이 투 버튼이다. 이의 변형이 원 버튼 또는 쓰리 버튼. 요즘은 쓰리 버튼 수트가 거의 나오지 않지만 몇 년 전까지 대세였다.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한 스타일은 투 버튼이니 이를 선택하면 무난하겠다.

 

한 가지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은 단추를 모두 채우지 말라는 거다. 원 버튼이야 버튼이 하나이니 문제가 없지만, 투 버튼과 쓰리 버튼은 달려있다고 모두 잠구고 다니지 말자. 투 버튼은 윗 단추만, 쓰리 버트는 될 수 있는 대로 가운데 단추만 잠근다. 이게 관행이란다.

 

보통 더블 브레스트 수트는 라펠(깃)을 피크트라 불리우는 라펠을 사용하고, 싱글 브레스트 수트는 노치드라 불리는 라펠을 사용한다. 피크트 라펠은 라펠의 끝이 어깨 쪽으로 뾰족히 올라가 있어 어깨를 강조한다. 어깨가 왜소한 사람에게 좋은 라펠이다.

 

더블 브레스트 수트도 버튼 수에 따라 외형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투 버튼, 4버튼, 6버튼, 8버튼 까지 있다. 가장 무난한 것은 6버튼. 버튼 수가 많을 수록 V존이 좁아진다. 더블 수트도 마지막 단추는 잠그지 않는 것이 관행이지만 8버튼 수트는 단추를 모두 잠그는 게 정석이다.

 

수트의 장점 중 하나는 자신의 약점인 체형을 감춰줄 수 있기에, 수트를 적극 활용하면 신체의 결점을 보완하여 타인에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니 체형에 맞게 수트 선택을 잘하면 플러스 요인이 됨을 잊지 말자.

 

싱글과 더블로 분류한 이 지점에서 세 가지 수트 스타일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수트는 그 본고장이 서구이기에 그곳에서 재단하는 방식이 굳어져서 서로 다른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서구 수트 스타일은 크게 3가지로 대별된다. 브리티쉬 세빌로에서 시작되어 세계적으로 퍼진 브리티쉬 스타일. 그리고 이게 미국으로 넘어와 실용적인 미국 양식으로 변형된 아메리칸 스타일. 마지막으로 이 두 양식의 장점을 조합하여 이후 남성 수트 양식을 선도하고 있는 이탈리안 스타일.

 

현재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캐릭터 수트 브랜드들은 이탈리안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 몸에 꼭 맞고 어깨에 긴장감을 빼며 몸을 따라 흐르는 듯한 모양새를 보면 그렇다. 하지만 바지는 국적 불명이다. 이탈리안 수트의 바지라인은 테이퍼드 형식인데, 우리나라은 그냥 일자다.--;;

 

참고로 바지 양식에도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턱(주름)이 없는 바지이고, 다른 하나는 턱이 있는 바지다. 바지 앞에 주름(턱)이 한 개 있으면 원턱, 두개 있으면 투턱, 없으면 노턱이라 한다. 턱이 있으면 활동하기 편하고 보기에 우하하긴 하지만 바지 통이 넓어져 어벙벙해 보인다. 그냥 노턱을 입는 게 요즘 대세다.

 

이에 비해 브리티쉬 스타일은 허리에 여유가 있고 어깨가 강조된다. 뒤의 벤트(터짐)는 양쪽이 터진 사이드 벤트. 벤트가 없는 것도 있다. (이탈리안 스타일 역시 벤트가 양쪽에 나 있다.) 바지는 대체로 턱이 있고, 통이 넓은 편이다.

 

아메리칸 스타일은 실용성만 강조되어 멋하고는 거리가 멀다. 벤트도 센터 벤트이고 좀 펑퍼짐한 스타일. 존 F 케네디가 입어 유행시킨 수트 스타일이다. 우리나라에서 60-70년대 소공동 수트가 바로 이 아메리칸 스타일이다.

 

요즘 수트들은 위 3가지 정통에서 약간 변형된 스타일이 주류 이루고 있기 때문에 입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 (정통 브리티쉬 스타일을 표방하는 모 브랜드도 이탈리안 스타일을 많이 가미하고 있다.) 우선은 해당 수트 브랜드가 어떤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들어가면 도움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 스펙이다. 줄 자를 갖고 어깨, 목 둘레, 가슴둘레, 팔 길이, 다리 길이, 허리 등을 정확히 측정해서 표를 만들어 놓으면 수트 선택에 매우 유리하다. 그냥 100사이즈라도 브랜드 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반드시 몸 스펙과 옷 치수를 가늠해 가며 입어봐야 한다.

 

그러면 아무리 저주받은 몸이라도 얼추 맞는 수트를 고를 수 있다. 말라서 고민인 사람들은 본이나 지오지아 브랜드를 선택하면 최선이 될 수 있다. 다른 브랜드보다 한 칫수 적은 사이즈가 더 있다.

 

자, 다시 정리해보자. 싱글 브레스트를 선택하면 베스트를 더할 수 있어 좋다. 그리고 제일 무난하다. 이탈리안 스타일-싱글 브레스트-투 버튼-사이드 벤트.

 

색깔은 회색 계열이나 청색 계열. 최상은 네이비라 불리우는 짙은 감색 한 벌과 차콜 그레이라 불리우는 쥐색 한 벌. 채도는 높을 수록 좋다.

 

이제 마지막으로 하나 남았다. 원단이다. 수트의 7할은 원단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원단은 수트 그 자체이자 얼굴이다. 그래서 5만원 짜리 수트를 입으면 절대 안된다. 사람이 후쭐근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추동복 위주로 말씀드리면, 100% 양모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 양모와 여타 직물이 7:3의 비율르 섞인 혼방도 괜찮다. 하지만 절대 피해야 할 것은 TR소재나 나일론 아니면 이 둘의 혼방이다.

 

오래 입지 못할 뿐더러 몇 번만 세탁하면 수트의 형태가 망가진다. 그리고 매우 결정적인 것은 없어보인다. 가끔 유명 브랜드 상설할인 매장에 가면 TR소재로 10만원대 수트가 있는데 절대 사지 마시라. 몇 번 입지도 못하고 수트가 후쭐근해 진다.

 

남자는 자고로 자연에서 얻은 천연 소재의 옷을 입어야 한다. 캐시미어, 양모, 모헤어, 알파카, 면 등의 직물로 짜여진 옷들이 비싼 이유가 다 있는 거다. 변하지 않고 오래가고 따뜻하다.

 

그러니 조금만 예산을 책정해 천연 소재로 짜여진 옷들을 구매하자. 아울렛에 가서 잘만 고르면 정말 저렴하게 장만할 수 있다. 백화점 가서 알파카 코트를 100만원 주고 사는 남자는 멍청이다. 원가가 20만원 정도밖에 안 돼기 때문. 아울렛 가서 발품 팔면 돈 절약하는 거다.

 

그리고 아울렛 매장 가서 수트 브랜드 들어가 입어보고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할 게 있다. 양복 왼쪽 안 주머니에 있는 섬유의 조성을 꼭 확인하자. 아무리 멋진 수트라도 거기에 나일론이나 TR소재가 50% 이상 섞여 있다면 과감히 버리고 모 100%인 수트를 고르도록 하자.

 

뭐, 원단 이야기는 생략하겠다. 맞춤 양복 하지 않을 바에야 별로 소용이 없어서다. 그래도 제일모직 계열의 수트 브랜드들은 자사의 원단을 사용한다. 제일모직 원단을 사용하면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기성복 브랜드에서 템테이션 급으로 수트를 살 수 있는 곳은 제일모직 계열 브랜드밖에 없다. (다른 곳들은 그냥 100% 양모라도 한 마에 1만원 정도도 하지 않는 원단들임)

 

이제 멋지게 입는 일만 남았다. 기성복을 산 것이기 때문에 약간의 수선은 불가하다. 수선이 필요한 곳은 소매나 바짓단 정도만 손본다. 그 외에는 절대 건들지 않는다. 소매는 자신의 손목에 약간 튀어나온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에 맞춘다. 셔츠 손목 끝부분 1~1.5센티가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대충 시계차는 선에서 맞추면 얼추 맞는다.

 

바지는 구두를 덮으면 안된다. 구두 위로 일자로 떨어져야 한다. 이탈리안 수트의 대부분 바지 통은 17센티 정도 된다. 키가 더 크면 18센티까지 넓어질 수 있다. 통이 너무 좁으면 쫄바지가 될 확률이 높고 너무 넓으면 어벙벙해 지기 때문에 17~18센티 사이에서 타협을 보면 될 것이다. (아, 그리고 수선시 모닝컷으로 해 달라면 구두에 닿는 부분은 짧게 뒤는 길게 수선을 해 준다.)

 

아래는 이상적인 수트 스타일을 나타내는 사진이다. 모두가 이렇게 입을 필요는 없지만 이렇게 입는 게 요즘 이탈리안 스타일의 정석이라니, 수트 입기가 어색하면 따라하면 좋을 듯하다.

 

 

기본이 됐다면 아래처럼 입고다녀보자. 이왕 수트를 산 거....멋있게 입으면 1석 3조가 아닐까. 셔츠 3벌에 타이 5개면 위에서 구입한 수트 2벌로 무궁한 조합을 산출할 수 있으니...뭘 입을지 고민은 샥 가실듯하다.

 

 

 

어쨌든 아무개의 수트 구입이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다. 내가 입을 수트를 만들기 위해서 이리뛰고 저리 뛰며 공부하던 때가 엊그제 같다. 원단 공부하고 자켓만들려고 쌩지럴 떨던 때가 그립긴 하다. 의외로 수트 구입에 대한 정보를 갈구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 요런 페이퍼를 작성하게 됐다. 서재에 이런 정보라니...참 언밸런스 하다. 그치만 분명히 필요한 분들도 있겠지. 여튼 잘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쓴 김에 다음에는 맞춤 수트에 대해서 말해 볼까 한다...뭐, 것두 읽어 주는 분들이 있어야 가능하겠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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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6-10-19 20:53   좋아요 0 | URL
일단 글쓴 분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 지 알아야 합니다. 파크랜드는 아저씨들이 입는 브랜드죠..--;; 바지가 일자스타일이고 재킷도 좀 여유있게 나오는 편입니다. 물론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하는 라인이 있긴하지만 가격 대비 비추입니다.

아버지 수트를 구매할 요량이시면 로가디스나 캠브리지 가시고요, 글쓴 분의 수트를 구하시려면 젠 매장에 가셔서 피에르가르뎅 최고급 수트를 고르시기 바랍니다. 30만원 정도 주면 구매할 수 있습니다. 싸게 사시려면 12만원 짜리 수트도 좋습니다~

보통 아울렛은 9-10월에, 아주 가끔 11월에 수트대행사를 합니다. 그때 구매하시면 좋습니다. 하지만 아울렛에는 상설 할인 부스가 간헐적으로 형성되고 있으니 자주 가 보시면 저렴한 수트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물론 브랜드를 염두에 두고 가시면 선택지가 현저히 줄겠지만요.

지이크 페런하이트는 캐릭터 브랜드입니다. 50대가 입기 적절하지 않습니다. 50대면 지이크 보단 파크랜드가 낫습니다~

좋은글감사합니다 2016-10-31 23: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젠 온라인으로 들어가서 피에르가르뎅으로 알아보고 추려봤는데요.

[2016] 피에르가르뎅 S/S 다크그레이 이태리원단 울100 솔리드 슬림핏 춘하 정장 (PCBA01-003)
44/78
23.8


[2016] 피에르가르뎅 F/W 다크그레이 수입원단 울100 체크 슬림핏 추동 정장 (PCBD01-022)
36.6

[2016] 피에르가르뎅 S/S 다크네이비 이태리 원단 울100 슬림핏 춘추 정장 (PCBA01-001)
23.8 입니다.




23.8짜리 구매해서 12/3 결혼식날 입으려고 하는데요.
외투로 코트입으면 춘하복도 괜찮을까요?

그리고 포항 젠 매장이 없네요ㅜㅜ
대구까지 가야 할 것 같은데..(그나마 가까운..)
백화점에서 사는 것보다 온라인이 더 싸겠죠?
백화점에서 입어보고 온라인으로 사는게 옳을까요?

서울까지 오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만약 가는 일이 생기면
젠 수원 영통점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까요? (여기가 메인인 것 같은데..)

yamoo 2016-11-12 21:37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답글이 많이 늦었네요. 좋은 선택 하셨을 거라 사료됩니다! 23.8짜리 사셨나요? 두루 입고 다니시길! 따로따로 캐주얼로도 입고, 외투와 함께, 그리고 파카 또는 패딩 베스트와 함께 입으셔도 됩니다. 열심히 입어주시는 게 수트 값을 빼는 길이죠~^^

정장초보 2016-11-07 16: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장구입 초보라 여기저기 검색하다가 이글을 발견하고 너무 명쾌한 설명이 되어있어 일단 감사말씀드리구요.
제가 40대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정장초보인데요.
덩치가 좀 있습니다. 186에 87키로정도 되거든요.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정장몇벌은 갖추어야 격식있는자리에 어울릴듯하여
지난 여름에는 아울렛에서 갤럭시GX 그레이와 바쏘의 REDA라는 원단으로 만든수트를 구입했습니다.
아울렛임에도 둘다 50만원넘게 준걸로 기억하네요.
정장은 잘 모르지만 기존에 자켓은 정장스타일 자켓을 자주 입었었는데
브룩스 브라더스 자켓들이 참 마음에 들더군요.
그래서 겨울정장은 브룩스브라더스의 그레이헤링본원단으로 아울렛에 나온걸 봤는데요.
옷은 아주 마음에드는데 90만원대가격이라 이걸 구입하는게 좋을지
말씀해주신대로 원단을 끊어다가 맞춤하는게 좋을지..
가격대비 어느방향으로 가야할지 한번 여쭤보고 싶습니다.
초면에 긴글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구요...
부디 답변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yamoo 2016-11-12 21:52   좋아요 0 | URL
어이쿠~ 답글이 많이 늦었네요...^^;;
40대 초반에 186-87이면 정말 몸 스펙이 좋습니다요! 어떤 정장을 입든지 잘 어울리실 듯합니다. 체격이 좋으시니, 저는 휴고 보스를 강추드립니다. 님과 같은 당당한 체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수트 브랜드가 휴고 보스입니다~ 물론 브룩스 브라더스 수트도 좋지요. 거긴 주로 사이즈가 큰 수트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니 만족하실 듯합니다~ 브룩스 수트...비쌉니다. 휴고 보스는 좀 더 비싸죠~ 90만원을 투자하신다면 로로피아나나 제냐 원단 중상급 원단으로 맞춤을 하시는 게 가성비 대비 갑이지요. 로로피아나 원단 1야드 20만원 정도 원단이면 좋습니다. 제일모직 슐레인급을 한참 상회합니다. 슐레인은 제일모직 원단 등급중 1pp 바로 밑 등급이죠. 1야드 8만원 정도 합니다. 로로피아나나 에르메도질도 제냐 1야드 20만원 정도면 탑급입니다. 레다 원단도 좋지만 로로나 제냐보단 안 쳐줍니다. 로로나 제냐 원단 20만원 짜리 3야드 원단으로 공임비 40만원만 투자하면 500만원 정도급의 로로나 제냐 매장 동급 원단으로 만들어진 수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어떤게 경제적인지...슐레인급 정도만 해도 일반 백화점 제일모직 매장에서 거의 볼 수 없습니다. 1야드 8만원*3야드=24만원. 공임 40만원이면 64만원 선에서 백화점 매장가 150만원 대를 넘는 수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취사선택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단, 우리나라에서 공임이 가장 싼 곳은 광장시장 내 맞춤 전문점과 광장시장 인접 지하상가 양복점들입니다. 공임은 40만원 정도 합니다. 여기서 맞춤을 할 시 주의할 것은, 공임이 싸기 때문에 세세하게 주문하지 않으면 그냥 아저씨 수트가 만들어집니다. 펑퍼짐하고 멋대가리 없는 수트요. 본인이 가장 많이 입고 만족하는 바지와 재킷을 갖고 가서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하면 거의 비슷하게 나옵니다. 절대 비용을 다 지불하지 말고요, 입어보고 모델이 된 옷과 다르면 잔금을 주지 않는다고 해 보십쇼. 수트가 완성도 있게 나옵니다. 브룩스브라더스 재킷들이 잘 맞으신다니, 그 재킷을 갖고 가서 최대한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됩니다~

님의 건투를 빕니다!ㅎ

좋은글감사합니다 2016-11-15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뇨 아직 구매 안했습니다 ㅎㅎ
완전 급한게 아니라서요.

1년차 된 엠비오 정장 34~36만원정도면 괜찮은가요?
원가가 상하의 합쳐서 82만원정도거든요
모는 90%넘어요 거의 100%정도?



+ 지금 서울에 있는데요.
가산 정말 좋네요^^

금강제화 구두가 6.9에 팔던데
민무늬로 무난한 검정색 구두 하나 get하는게 좋을까요?

yamoo 2016-11-15 13:11   좋아요 0 | URL
그 엠비오 정장..괜찮은 듯합니다. 금강제화 구두..검정색 보단 어두운 갈색 계열 강추드립니다~

좋은글감사합니다 2016-11-16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yamoo님 36만원에 엠비오 15년도꺼 구매하고 왔습니다!!! 드디어...!!!

+

http://blog.naver.com/k-319/220862660815

yamoo님 질문이 있는데, 사진을 첨부를 못해서
따로 링크 걸어뒀습니다.

시간 괜찮으실 때 한 수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글감사합니다 2016-11-23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http://blog.naver.com/k-319/220862660815
추가 질문 드렸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좋은글감사합니다. 2016-11-2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 홍대 푸르지오 상가에서 yamoo님 답글 받기 전에 청바지를 맡겼었는데
그 곳이군요~ㅎㅎ 댓글 읽으면서 ‘ 어.. ? 여기..!‘ 했습니다.

‘ 4)정장을 구매했던 mvio 가산 현대아울렛 매장 통해서 수선실로 보내는게 맞을까요??
수선비는 제가 부담해야겠죠..? 아니면 제가 홍대에 있는데.. 홍대 근처 수선집에 맡기면 좀 위험할까요? ‘

1) 이 질문은 정장기장 수선을 말씀드린건데... 제가 목적어를 불분명하게 해서 정확한 답변을 못 받았네요.. 다시 답변을 요청해도 괜찮겠습니까?

http://blog.naver.com/k-319/220862660815

2) 현재 셔츠는 스파오꺼를 입고 있는데요. (사진에 나왔듯이)
아버지가 저보다 조금 더 작으십니다.
어머니께서는 결혼식날 아버지 셔츠를 고무줄로 셔츠 팔기장을 건드리면 된다고 하시면서
아버지가 결혼식날 입으실 흰색 셔츠 깔끔한거 하나 사오라고 하시는데...
제가 토요일날 가산으로 다시 가는데, 아무 브랜드나 매대에 흰색 셔츠 세일하는 걸 사면 될까요? 이게 조금 걱정인건... 팔 기장은 어머니께서 고무줄로 어떻게 한다고는 하시지만 어깨나 품?등 너무 크면 이상해 보이지 않을까..는 것입니다.

아니면 스파오꺼를 흰색 셔츠를 사드릴까요? ( 사진에 올렸던 제가 입고 있는 셔츠 )
그때 제 셔츠를 잠깐 입고 정장을 입어보셨는데, 셔츠 사이즈는 맞았는데..(물론 팔길이는 좀 길었지만... )
>>>>>3) 혼주용으로 스파오 흰색 셔츠를 입으면 좀 없어보이시지 않을까요??(싸보이지 않을까요?)


제가 구두가 와서 신어보고 입어봤는데요..
4) 정장 바지 통이 큰 감이 있지않나... 싶어서 댓글을 답니다.
밑단을 재보니 18.5더라구요..
보통 제 바지 밑단을 보면 16~16.5정도인데...
그래서인지 크게 느껴지더라구요..
정장도 처음 구매할 때, 기장 수선만 들어간거라 그만큼 밑단이 커진 것 같은 느낌이라서요..
yamoo님 의견을 듣고싶습니다.
제가 키가 작아서 이런 핏에 대해서 엄청 민감하네요..;

5) 구두는 발을 앞으로 다 붙였을 때,
뒤꿈치쪽으로 검지 손가락(엄지와 중지 사이 2번째 손가락)이 하나 들어갈 정도입니다.
평소 260 운동화를 신어서 255로 주문했는데... 사이즈를 하나 더 작은거로 해야할까요??

yamoo 2016-11-26 13:10   좋아요 0 | URL
키가 작으신거 같습니다. 정장 길이 수선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차려자세로 섰을 때 손가락이 시작되는 마디있죠? 거기에 맞추세요. 차려자세에서 수트 밑단이 손으로 충분히 잡혀지는 길이가 좋습니다. 홍대 수선집에 맡기는 게 좋을 듯합니다~

아버지가 결혼식날 입을 셔츠를 스파오 브랜드에서 사면 안돼죠! 백화점 세일 브랜드의 경우 아버지에게 목둘레나 팔길이가 안 맞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맞춤 셔츠가 답입니다. 만일 맞춤을 할 시간이 없다면 유니클로 셔츠 코너에서 제일 작은 s사이즈를 사면 얼추 맞을 것도 같습니다. 팔 길이는 수선을 해야 할 듯하네요. 셔츠를 구입할 시 반드시 면100%를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키가 작으시고 마르셨으면 정장 바지 통은 16으로 해도 되겠습니다~ 바지 기장은 구두에서 살짝 꺽이는 하프 컷이나 노브레이크(복숭아 뼈가 살짝 보일정도로 즉 구두에서 접히지 않고 구두 위로 딱 떨어지는 길이)로 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구두는 약간 큰 듯하니, 얇은 깔창하나 넣으시면 적당히 맞겠습니다~

좋은글감사합니다 2016-12-03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덕분에 오늘 결혼식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아버지 셔츠도 예작 셔츠 세일할 때 구매해서 입혀드렸는데 괜찮더군요 ~!

발꿈치 위쪽뒤쪽편에 자꾸 스쳐서 아팠는데
구두를 꽉 조이니깐 좀 괜찮더라구요..
(검지손가락 하나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있더군요.)
그런데 신발을 벗기도 불편하고.. 신을때도 구둣주걱을 사용하는데도 불편하더군요...;;

조언해주신 대로, 얇은 깔창 하나 넣으려고 하는데..
구두 밑창이 안빠지는데.. 그 위에 덮어 씌워야 하는건가요?
그러면 신발을 벗어 놓으면 검정색 깔창만 보여서 보기가 좀 그렇더라구요..
기존에 있던 깔창 밑에 넣으려고 해도... 안 빠지는데
방법이 없나요?


결혼식 때문에 정장을 샀지만
그대로 장롱 속에 넣어두기가 싫어서
세퍼레이트로 연출하고 싶은데요
바지만 바꿔서 입으면 되는건가요?
쥐색 정장인데..
어떻게 입어야 괜찮을까요?
홍대에서 계속 거주하는데요.
정장을 풀셋으로 입으면 차려 입은다는 소리를 들을까봐서요...

yamoo 2016-12-09 12:12   좋아요 0 | URL
발꿈치 뒤쪽에 덧대는 게 있습니다. 다이소 가면 파는데, 그걸 붙이면 뒷꿈치 까지는 걸 방지할 수 있어요.

쥐색 정장이면 바지를 슬랙스로 입으시면 좋을 듯합니다. 좀더 밝은 회색 플란넬 바지나 네이비 울 슬랙스 또는 갈색 계열의 울 바지를 입으시면 될 듯합니다.

정장 바지를 활용할 경우엔 트위드 재킷이나 네이비 또는 베이지 계열의 재킷과 함께 입으시면 좋을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01-05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안녕하세요 먼저 글 잘 읽었습니다. 새해복많이받으시구요ㅎㅎ 저는26이제 취준생입니다. 예전에 학교발표때문에 킨록앤더슨? 이라는 브랜드에서 다크네이비색을 샀습니다. 슬림한라인을 샀구요. 이번에 면접용으로 챠콜그레이색으로 정장을 하나더 맞춰보려고 합니다. 검색을 여러곳에서 해보니 캐릭터정장은 걸러라.. 신사복브랜드로 가라 이런말이 있었으나 제입장에서 볼때 제 나이때에서 펑퍼짐하게 큰옷입고다니는 사람은 제가아는선에선 없습니다. 또한 사회초년생 대학생이라 그런브랜드 슬림한 라인을 보더라도 가격이좀 부담되는게 사실이구요ㅎㅎ 나중에 신사전문기성복으로 가더라도 지금 당장은 젊은고객층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를 픽하는게 제생각엔 맞다고 보고 질문하여부탁드립니다. 어떤 브랜드 선택이 옳은걸까요? 주머니사정고려해서 검색을 해보니 레노마 엠비오 피에르가르뎅 등등 여러곳이있었습니다. 추천해주실만한곳이 있나요? 그리고 바지밑단통이 단면 18.5 인데 제 신체스펙이 170/58입니다. 좀.. 넓다생각되는데 좀 줄여도 가볍게 보이진않을까요?. 글 정말 잘 읽었고 보시는대로 여유되실때 소중한 한마디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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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가 알 수 없는 일상어 중 하나가 '패션디자인'이란 단어다. 이 단어는 무수히 회자된다. 관련 책도 정말 셀 수 없이 나와 있고, 끊임 없이 출간되고 있다.

 

일단 '패션디자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간 된 책들을 보자.

 

 

 

 

 

 

 

 

 

 

 

 

 

 

 

 

 

 

 

 

 

 

 

 

이런 책들은 딱 세 부류다. 패턴 메이킹 방법을 그림을 통해 알려주는 책이거나 패션지 기자 출신이 쓴 스타일 이야기. 그리고 의상학 및 패션학과 교수가 자기 교과서로 쓴 책.

 

위와 같은 책을 보면, 한결같이 디자인의 본질에 대한 얘기는 없다. 오로지 '패션'과 디자인' 그리고 '스타일'을 디자이너들과 함께 말하고 있는데, 그 의미도 쓰는 사람 마음대로다. 세부 전공자에 따라 다루는 의미는 조금씩 다르지만 책의 내용은 대개가 비슷하다.

 

아무 책이나 열어보면, 주구장창 디자인 얘기하다가 갑자기 디자이너 예기로 넘어간다. 그도 아니면 스타일 얘기하다가 갑자기 브랜드와 패턴 얘기로 여백을 메우고 있다.(순서가 바뀌기도 한다) 패션과 디자인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은 전무하다.

 

예전에 까치출판사에서 나온 마릴리 혼 & 루이스 구렐의 <의복>(까치,1988)이라는 책이 있었다. 이 책의 부제는 '의복 ; 제2의 피부'였다. 그나마 이 책이 의복의 본질을 어느 정도 고찰하고 있는 책이다. 의복의 기원에서부터 시작해서 의복이 문화로써 어떻게 자리매김했고, 어떤 상징을 얻었는지 역사적으로 고찰해 주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이 책에도 '패션'과 '디자인'에 대한 개념적 고찰은 거의 없다. (이상하게도 이 책에는 패션디자인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도대체 '패션'이 뭔가? 스타일인가 아니면 패턴인가. 그도 아니면 그냥 유행인가? '패션'이라는 단어는 이들 각각을 지칭하지만, 스타일, 패턴, 유행, 브랜드 그리고 디자인을 아주 가뿐하게 넘어 다닌다. 정말 꺼리길 것도 없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심지어는 아주 복합적(이중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패션 스타일'이란 게 바로 그런 거. 개념이 매우 넓은 단어임에도불구하고 이 단어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저자는 정말이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뭐, 전무하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왼쪽의 책들은 그나마 '패션'에 대해서 진지한 접근을 하고 있긴 하다. (특히 패션 철학은 그나마 시도는 하고 있다) 하지만 나열식이다. 이도저도 아닌 가장 좋지 않은 소개 방식이랄 수 있다. 역시나 이들 책에도 패션에 대한 개념적 고찰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의상과 패션디자인>은 정말 심하다. 옷과 패션을 그냥 동일선상에다 놓고 자기 하고 싶은 얘기를 해댄다. 엄연히 개념을 명확히 하고 자기 얘기를 해 나가야하는데, 의상에서 그냥 브랜드로 넘어간다. 뭐, 다른 패션디자인에 관계된 책이라고 다를 건 없어 보인다.

 

 

'디자인'이라는 개념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종합대학치고 디자인과가 없는 학교는 별로 없다. 산업디자인 과나 실내디자인 과 등 여타 '디자인'이 붙은 학과가 설치돼 있고, 전문대학에서도 꽤 많은 학과가 설치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것은 디자인 학계나 업계에서 이 '디자인' 개념에 대한 철학적 작업이 하나도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난 달 <철학자의 디자인 공부>라는 책을 보았는데, 거기서 저자가 밝힌 사실이다. 

이 책의 저자는 철학자 임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스테판 비알이라는 사람이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믿을 수 없었던 사실을 소개해 보겠다.

 

디지인은 이미 백년 전에(독일에서) 탄생했는데도 여전히 제대로 된 이론조차 없이 고아 신세를 면치 못하는 처지다.  이 점에 대해 마리 오드 카라에스는 <디자인 연구를 위하여>라는 글에서 "프랑스 디자인에 대한 참고 문헌은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고, 그 어떤 명확한 자료도 없으며, '디자인의 영역과 목표를 상세히 밝혀주는' 그 어떤 시도도 없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디자인과 실제로 밀접하게 연결된 영역들(예를 들면 미술이나 공학)과 디자인 사이를 나눠주는 확실하고 절대적인 구분이 없다는 것이다. 이 분야들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침투성으로 인해 어느 시점에 한 분야가 멈추고 다른 분야가 시작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p 14)

 

패션과 디자인 선진국 중 하나라는 프랑스도 이러한데, 하물며 우리나라는 말해서 뭘할까. 특히 패션과 아주 밀접하지만 패션의 따라지로 격하된(그런 인상이 짙은) '디자인'은 정말 난감한 분야다. (패션은 디자인의 변형만을 주어 다음 철 수입이 저절로 확보되는 신기한 분야다.)

 

계속 비알이 말하는 바를 따라가 보자. 그러면 위에 내가 언급했던 디자인 분야(학계와 출판물)의 핵심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드러난다.

 

디자인은 이제 역사가 분명히 정립되고*1), 직업상의 실무가 확실히 파악되었으며, 전 세계 교육기관의 목록이 작성된 데다, 작업 방법 및 도구의 수준도 높아지고, 영햑력을 발휘하는 주요 인물들이 만인에게 알려진 분야다. 그렇기에 이런 분야가 오늘날 이토록 막연한 개념 속에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히 놀랍고도 상상이 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pp 14-15)

 

바로 이거다. 역사가 분명하고 만인에게 알려진 분야이지만 합의된 개념없이 중구난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거다. 이와 같은 이상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학문 분야는 무엇이 있을까? 선뜻 생각이 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현재 '디자인'은, 그러니까 쓰는 사람 마음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가되고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된다. 비록 최근에 '디자인'의 개념이 '사고에 대한 기획'이라고 폭넓게 지지를 받고 있긴 하다. 하지만 막연한 개념을 교통정리 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패션이라는 개념은 '디자인'의 하위 개념이 분명하지만 자기(패션)가 디자인을 좌지우지 한다. 여기에 현재 '패션 디자인'에 대한 문제 의식이 투영되어 있는 듯하다.

 

패션이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으니, 디자이너들은 자기 마음대로 이 개념을 갖다 사용한다. 어떤 사람은 패턴으로, 어떤 사람은 브랜드로 또 어떤 사람은 스타일로.

 

패션이 무엇인지 성찰해 보지 않으니 디자이너들은 항상 소재를 바꾸고, 길이를 변화시키며 주된 색상을 해마다 정한다. 이게 유행을 타면 패션 디자이너들은 또 다음해를 위해 같은 일은 반복한다.

 

물론 소재가 중요하고, 패턴이 중요하며 디자인(시루엣)이 중요하다. 세련미와 완성도는 최고로 간주된다. 이런 것들이 우리가 패션을 평가하는 기준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기준이 패션이 무엇이라는 것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위에서 패션은 디자인의 하위 영역이라 했다. 그 이유는 옷의 경우 무언가를 고안하기 위해 애쓸 필요가 별로 없기에 그렇다. 형태가 기능을 따르기 때문.

 

그래서 패션의 경우는 특이한 패턴의 경우도 특허를 받을 수 없다. 프라다의 어떤 옷 디자인(형태)을 누가 베꼈다 하더라도 프라다가 소송을 통해 디자인에 대한 어떤 권리를 요구할 수 없다는 거다.

 

그렇기에 패션의 아주 기본적인 토대는 옷(옷의 형태)으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유행과 스타일과 패턴은 이 기본적인 옷(의복)으로부터 파생되었기 때문이다.

 

원형적인 옷의 형태는 단순하다. 단순하게 두 개로 대별할 수 있다. 몸통, 팔, 다리를 각기 따로 감싸는 천을 이은 것. 이게 옷의 첫번째 형태이다. 두번 째는 원피스형이다. 조선시대 두루마기나 그리스 원로원에서 입던 옷도 모두 통으로 된 천으로 몸을 감싸는 것이다.

 

현대의 옷은 이 두 옷으로로부터 나왔다. 그렇다면 생각해봐야 한다. 왜 남자는 기본적인 형태가 바지와 상의를 따로 입게 됐는지. 그리고 여자는 왜 치마를 기본으로 한 원피스형이 기본적인 형태가 됐는지.

 

또한 우임은 어째서 남자 옷이 됐고, 좌임은 여자 옷이 됐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언제 왜 그렇게 됐는지도 확실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좌임과 우임 그리고 단추 여밈의 방향은 근대 복식을 특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에 그렇다.  

 

벗고 입음에 대한 고찰도 해 봐야 한다. 야생의 시절 인간은 벗고 있었다. 문명이 시작되자 옷을 입게 됐지만 현대에 들어서조차 사람들에게 옷이 필요없는 시간이 늘고 있다. 사람에게 옷이 필요하지 않을 때, 즉 벗고 있을 때 디자이너들은 옷에 대해 좀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옷의 벗음과 입음을 통해 몸은 자신의 안과 밖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를 주절거려 봤지만, 결론은 하나다. 디자인처럼 패션도 자신의 기본 개념에 대한 막연함을 없애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거다. '입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성찰하면 '옷을 짓는 다'는 행위에(패션이 아니다!) 대해서도 새로운 차원의 의미를 열 수 있지 않을까.

 

현재 세계적인 패션 명품 회사가 패션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방식은 패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결여되어 있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거기에는 반복되는 주제, 기발한 아이디어, 현란한 디테일에 대한 그럴듯한 포장만이 넘쳐난다.

 

이제 패션은 디자인의 하위 영역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형태가 왜 기능을 따를 수밖에 없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게 아니라면, 형태의 디자인으로 자신을 정의내리려 하지 말고,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런 시도는 패션이 무엇인지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낼 수 있는 중요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겠다.

 

 

 

*1) 디자인은 역사가 분명한 분야가 됐다. 19세기 중반 디자인의 원형적인 개념은 영국에서 탄생되었다. 그리고 20세기 초 독일을 거쳐 미국에서 온전히 구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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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4-11-29 0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학 시절 예술대학 교양수업으로 들었던 `의복의 역사` 강의가 생각나네요.
그 강의는 `디자인`이나 `패션`의 개념이 아니라 말 그대로 복식사를 다룬 강의였지만요.

yamoo 2014-11-29 15:03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감은빛님! 잘 지내시죠~^^

저는 수업을 패션 디자인이란 과목을 들었는데....수업 내용은 패턴 메이킹이였어요. 이 뿐만이 아닙니다. 복식 미학이란 강의는 입체 드로잉만 배우다 끝났습니다.ㅋㅋㅋ 젠장 이에요..ㅎ 수업 내용과 과목명이 따로 놀고 책도 따로놀고..ㅋㅋ 이 무쉰 난리인지요..ㅎ

온동건 2018-05-13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책을 서핑하다가 너무나도 듣고싶었던 내용을 댓글로 보게되어 서재에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위에 내용에 대한 자세한애기를 조금더 나눠보고 싶은데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onmimo90
카톡으로 연락주세요 꼭 애기를 나눠보고싶습니다. 선생님
 

 

1.

 

요즘 알라딘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도서정가제 마지막날 아카넷 대우고전총서 50% 세일 도서들을 골라놓고 결제와 취소를 반복하다가 그냥 취소했다. 총 6권이었는데, 이번에 구입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마지막날 구입 시도를 해봤지만, 포기했다. 그냥 후회하기로 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지금 내 방의 상태 때문. 발을 뻗고 잘 수 없을 정도다. 1달 여 간을 그렇게 지내니, 다리가 저리고 잠도 대충 잔 느낌이다. 이래서는 안되는데, 책 정리를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계속한다. 하지만 요즘 알라딘 신림점에는 절판된 도서들이 쏟아지고 있어서 어찌할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10월부터 알라딘회원에게 책을 팔고 있지만(한 20여 권) 판 만큼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사재기를 하니 미칠노릇이다. 내 방의 책이 점점 줄어가야 정상인데 조금씩 쌓여간다. 2권 팔고 2.5권 사재니. 그도그럴것이 매일 들르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뢰즈나 푸코의 절판 도서가 나오거나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 중 일부가 나오면 안 살수가 없는 거라. 리쾨르의 <악의 상징>(문지)을 어떻게 건너뛸 수 있으며, <들뢰즈의 푸코>를 어찌 안 살수 있으랴. 그렇게 산 책들이 매달 20여 권이 넘는다. 발에 쥐가 나도 이 책들을 포기할 수 없으니 참으로 난감하다.

 

 

 

 

 

 

 

 

 

 

2.

 

알라딘에 서재에만 글을 올린지도 4년 정도 돼 간다. 익명성이 좋아서 여기를 적극 이용했는데, 알라딘이 사이트를 손보면서 서재 기능도 조금의 변화를 주는 것 같다. 도서정가제 마지막 날을 기점으로 여러가지가 변한 것 같다. 그 이전에 서재지수를 맘대로 조정한 건 전조였나보다. 내게 별 기능이 없어 보였던 페이스북 '좋아요' 기능. 사실 이건 왜 있어야하는지 몰랐다. 서재에 글을 올리면 어쩌다가 이 '좋아요'에 공감을 받는데 많이 받아야 4개다. 알라딘 스타 서재의 멋진 글들도 4-5개가 상한선인듯했다.

 

하지만 혼자 보기 아까워 지인의 '총균쇠 비판'글을 올렸는데, 그 글이 대박을 쳤다. 이 페이스북 공감이 무려 2900을 넘었으니 말이다. 근데, 근데....잰장맞을! 이 기능이 없어졌다! 대박을 쳤는데, 바로 없어져버려 그냥 허무하달까. 나중엔 짜증이 나기도 했다. 내가 알라딘에서 뭔가 플러스 요인을 얻으면 알라딘이 바로 없애버리는 듯해서.

이거에 더해서 울화가 치미는 게 한가지 더 있으니...공감 기능이 '좋아요'기능으로 바뀌고, 무슨 서재 팔로잉 팔로워 기능이 생겼다. 이게, 이게 젠장맞다. 네이버에서 이웃 추가하고 서로이웃 맺고...이게 싫어서 알라딘으로 넘어온건데, 지랄같이 알라딘이 따라하고 있다. 아....욕나올라한다!

 

 

3.

 

정말 몰랐는데, 이곳에서 내 글에 꽂혀 내 팬이 됐다고....오프 모임에서 누군가가 그랬다! (그 분은 알라딘 서재 유저도 아니다!!) 나는 글을 잘 쓰는 놈이 아닌데, 어째서 그런 이상한 반응을 보일 수 있냐고 하니, 그 분 왈, 비판적 정신(그리고 계속 논리적이라고..)이 돋보여서 그랬다고 한다. 아....정말 의도하지 않는 효과다. 이런 글을 좋아하는 분이 있다는 것도 신기할 뿐이거니와, 내가 쓴 글들이 정말 비판적이고 논리적인 글들인지 의심이 들게 했다. 다시 봐도 쓰잘데기 없는 문제제기만 한거 같은데...

 

어쨌든 사람들이 보는 시각은 천차만별인 것 같다. 뭐, 나도 블로그를 돌아다니면서 꽂힌 글들이 많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기에 이리도 멋진 글을 쓰는지 만나보고 싶은 적도 있었다. 급기야는 실행으로도 옮겨 만나 본 적도 있다. 그래서 블로그 글에 꽂힌다는 거가 어떤 느낌인지 모르는바는 아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내 글은 그리 좋은 글이 아니기에 공개적인 칭찬이 좀 민망하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지만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4.

 

지난 14일. 유니클로가 개장 10주년 기념 세일을 했다. 버스 환승 정류장 광고뿐만 아니라 사람들 손에 들려있는 유니클로 종이 가방을 보니, 유니클로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안 할수가 없었다. 2004년, 롯데가 처음으로 명동점을 오픈할 당시 야나기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모든 사람에게 유니클로 옷을 입힐 수 있다고 호언했었다. 당시, '회장 허세가 쎄다', '우리나라 옷 시장을 장 모르는 회장의 일갈'..정도로 치부했었다. 당시 언론의 논조가 이 비슷했다. 

 

그런데....요즘, 유니클로 매장을 보면 정말 무서울 정도로 점포들이 늘어나고 있다. 3년전보다 가격이 30% 정도 올랐는데, 매출은 꺽일 줄 모르는 기세다. 유니클로 타도를 외치며 론칭한 SPAO나 에잇세컨드 매출은 정말 처참할 정도다. 조금의 타격도 주지 못하는 듯하다. 근데, 정말 이들이 유니클로 타도를 목표로 하고 있긴 한지 의심스럽다. 품질도 그렇지만 가격 정책이 유니클로에 깨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니클로는 거의 비슷한 옷을 계절별로 재탕한다. 아주 조금의 디자인만 변형할 뿐이다. 3년 전 골덴 바지나 현재 나온 골덴 바지나 똑같다. 3년 전 울 니트 카디건이나 현재 나오는 거나 그게 그거다. 현 시점에서 2-3개월 후에 4만원 짜리 바지는 1만원으로 떨어진다. SPAO나 에잇세컨드는? 절대 그럴일이 없다.

 

2주마다 계속 옷이 갈리는 건 좋다. 하지만 기본 디자인을 정하고 베이직한 옷들은 세일 폭을 크게해서 재고를 처리해야 어느 정도 가격 우위가 있을 거 같은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들 우리나라 업체들은 30% 할인을 고수하는 것 같다. 기본 가격도 비싸거니와 세일 낙폭이 크지 않으니 계속 유니클로 옷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 지오다노 면바지 5만원씩 쳐받지 말아라. SPAO 기본 아이템 유니클로 따라하려면 원단 좋은 거 쓰고 가격 세일도 본받아라. 얍삽하게 흉내만 내지 말고!

유니클로 욕하지 말고 자정노력을 통해 제발 유니클로에 맞서는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라. 빈폴과 헤지스처럼 과대망상에 빠져 옷에 허세를 쳐바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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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4-11-25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알라딘 서재의 변화가 많이 어색하네요. 마음에 안들어요;;

yamoo 2014-11-25 13:38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습니다. 가넷님!! 어색하고 마음에 안들고, 막 신경질이 납니다..^^;;
 

살림지식총서가 드디어 500권을 냈다. 정말 놀라운 속도다. 거기다가 이 지식 총서의 컨셉처럼 스펙트럼도 넓다. 인문, 사회, 문화, 역사뿐만 아니라 과학, 취미, 실용까지 교양 지식의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200권대 중반이후로 가격이 한 차례 껑충 뛰기는 했지만 이 시리즈의 역사, 철학, 문화 분야는 정말 탁월한 책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열 손가락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도그럴것이 해당 분야를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자신의 전공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쉽고 알차다. 시리즈 초반에 출간된 책들은 매우 저렴해서(3300원) 미친듯이 사모으기도 했다. 그렇게 모으다 보니, 나도 100권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소장한 살림문고본은 총 110권이 좀 넘는다. 주제별로 그리고 시기별로 읽었기에 책꽂이에 꽂아두지 못하고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읽었던 살림문고 중에서 최고의 책들을 꼽아보면 정말 30권이 훌쩍 넘는다. 그 중에서도 인상깊었던 책들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이 중에서 특히 푸코와 후설이 대박이다~!)

 

 

 

 

 

 

 

 

 

 

 

 

 

 

 

 

 

대부분의 문화, 역사, 철학 분야의 책들이 정말 좋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그냥 이 시리즈 중에서 제일 허접한 책을 선별해서 그 책들만 피하는게 상책이다. 내가 소장한 살림문고를 모두 완독하지는 않았지만 한 70% 정도는 완독했다. 대개가 옹골찬 책들이었지만 역시 함량 미달인 책도 속해 있었다. 이런 건 역시 총서의 한계일 수밖에 없는 듯. 일단 두 권만 피하자.

 

먼저, 최악의 책은 <고객을 사로잡는 디자인 혁신>이다. 저자인 신언모는 삼성에서 매우 많은 뒷돈을 받아 챙긴 모양이다. 제목과 달리 이 책은 삼성 제품 예찬론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 사람은 교수 중에서도 원로 교수급에 속하는 모양인데, 내가 보기에 이 교수는 디자인의 본질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제품의 외형적 이미지가 디자인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읽으면서 '지랄같다'는 생각을 수십 번 되네였다.

 

<흡결귀가 지배하는 세상, 대학>을 읽고 보니, 퀄러티가 떨어지는 책을 내놓는 교수들은 거의가 실력없는 놈팽이쯤 되는 것 같다. 학생들을 후려 학부모의 돈만 빼먹는 흡혈귀같은 존재들. 이들은 대개 신 모교수처럼 한심한 책을 줄기차게 내도 비판하는 사람들이 없으니 안주하는 모양이다. 살림문고 최악의 책은 바로 신언모의 책이다.

 

 

두 번째 책은 <이란의 역사>다. 이 책 저자도 교수다. 유흥태란 사람인데, 역사서가 참으로 '창세기'초반부같다. 누가 누굴낳고, 또 누가 누굴낳고...하면서 끝임없이 이어지는, 뭐 그런 내용. 이전 페이퍼에서도 내가 이 부분에 내해서 불평해 놓았었다. 정말 지루한 책이다. 아랍 사람들 이름들이 모두 압둘, 모하메드, 하산...이런 이름들인데, 성과 이름들의 조합이 끝임없이 나열되면서 누가 누구를 죽이고 어느 나라를 세웠고, 또 간신히 살아남은 조카 아무개가 자기 나라를 멸망시킨 언넘을 죽이고 새로운 왕조를 열고...계속 된다. 빌어먹을 책이다.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고른 최악의 책이니, 읽지 않은 책 중에서도 있을 것 같긴하다. 어쨌건 위 두 책만 피하면 살림문고 본은 양질의 책을 만날 확률이 높은 시리즈다.  

 

살림문고가 처음 100권 돌파했다고 알라딘에서 세일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500권이라니.... 우리나라 출판시장에서 총서 시리즈 중 가장 많은 권수 발행을 목도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이건 우리나라 출판문화에 한 획을 긋는 대단한 업적인데, 이에 대해서 일언반구가 없는게 신기하다.

 

개인적으로 총서에 관심이 많아 총서들을 쭉~ 모아오고 있는데, 100권이 넘은 총서 시리즈는 정말 드물다. 아마도 단일 시리즈로 '한길사상신서'와 문지의 '현대의 지성' 시리즈 그리고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대우학술총서 정도가 꾸준히 출간되고 있는 총서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 총서는 모두 100권 이상을 돌파했다.)

 

헌데 살림지식총서는 단기간에 500권을 돌파하여 이 부분 신기록을 세워가고 있다. (위 100권을 돌파한 총서들은 80년대부터 또는 90년대부터 쭉~ 출간되어 오고 있는 총서 시리즈다.) 분명히 축하받아 마땅할 업적이지 않을까. (기습적으로 가격을 인상한 건 괴씸하지만^^;;)

 

서점에서 500권을 본게 어느 덧 한참 전이다. 그때 구입하지 않은 이유는 500권 제목이 <결혼>이라서. 난 아직까지 관심이 없고, '결혼은 미친 짓'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근데 결정적인 것은 이 책의 저자가 '결혼' 전문가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결혼정보회사에서 근무했거나 그 대표가 썼다면 전문성에 의심이 가지 않았겠지만,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이 <결혼>이라는 책을 쓴게 좀 거시기 해서 패쓰했다. 슬쩍 보니, 자게서 모양새에 정보의 나열에 불과해 앞으로 소장할 생각은 없다. 500권이라는 상징치고는 무게감이 떨어지는 책인 듯하다. 뭐, 결혼예찬론자나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서 봐도 무방할 듯.

((500권 기념으로 후설 책이 나왔으면 어떨가 하는 생각도 해봤다. 아니면 <이야기 서양철학사> 정도. 특히 후자는 그 두깨가 압도적이니..ㅎㅎ))

 

 

어쨌거나 사랑과 증오가 교차하는 살림지식총서다. 앞으로 몇 권까지 출간될지 지켜보는 것도 의미있겠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니. 지금까지 모아온 살림문고 기념샷이나 올려야 것다. 살림문고,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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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2014-11-20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특별히 야무 님 향해 드리는 말은 아니랍니다.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까요. 더불어 책 이야기를 건넬 때는 무엇이 매개 돼야 할까요. 근방에 블로그를 방문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물길에 잠길 듯 말듯한 징검다리를 마주할 때 마냥 망설임이 앞섭니다.

yamoo 2014-11-25 13:41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까요? 그리고 책 이야기를 건넬 때는 무엇을 매개로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저도 정말 고민을 하게 하는 지점입니다.
안다는 건 무엇이고 아는 것 같은 걸 말했을 때 반응들, 그게 담론이라면 그게 참 거시기 한 거 같아 저도 망설이게 됩니다. 네..그렇습니다..^^;;
 

 

이 번에 소개해 드릴 총서는 해냄출판사의 대표적인 교양 시리즈 중 하나인 [클라시커 50]이다. 이 시리즈의 모토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길 수 있다!'이다. 책의 편집이 매우 훌륭하여 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매 꼭지인 메인 에세이는 분량상 깊이가 없는 게 흠이다.

 

물론 중학교 교과서 수준의 평이이한 문체와 문화사별로 꼭 알아야할 내용을 선별해 소개한 건 분명한 강점이다. 문학, 음악, 미술, 역사, 인물 등 교양인으로 꼭 알아야할 명작, 명인 50선을 한 권에 담는 다는 것은 웬만한 편집 능력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이걸 아주 멋진 편집으로 해냈다.

 

그래서 현대 교양의 결정판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싶다. 깊이가 아쉽다는 것은 '교양'이라는 말에서 어느 정도 방패막이가 될 수 있겠다. 내가 이 시리즈의 4권을 읽어 보니 해당 분야의 무식을 충분히 타계할 수 있어, 참으로 괜찮은 교양 총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도 잠깐 밝혔다시피, 이 시리즈의 최대 강점은 편집이다. 모든 책이 공통된 편집틀로 이루어져 있다. 컬러 도판이 시원시원한데, 여기에는 희귀한 사진들이 여럿 포함돼 있다고 한다. 어쨌든 이 시리즈가 그렇게도 자랑하는 편집틀을 들여다 보면 다음과 같다. (참으로 자랑할만하다고 생각한다.ㅎ)

 

 * 글의 메인을 이루는 에세이 : 현대적인 감막 필치로 풀어낸 수준 높은 에세이

 * 링크 박스 : 인용문, 일기, 인터뷰를 비롯, 타분야와 연계된 흥미로운 정보

 * 그림과 사진 : 300컷에 이르는 컬러 화보

 * 캡션 : 그림과 사진에 대한 깔끔한 설명

 * 별도 자료 : 각 주제의 신속한 개관을 위한 다양한 압축 정보

 * 세부 정보 : 생애, 업적, 줄거리, 전승 과정 등 세부 정보

 * 추천 정보 : 각 주제와 관련된 책, 영화, 음악, 탐방지 소개

 * 요약 평가 : 각 주제의 특징과 의미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별점 평가

 

'멀티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독특한 체제의 입체 교양서'라는 광고 카피에 적절한 편집틀이라 하겠다. 컬러 화보 때문에 최고급 코팅지를 사용하고 가로 크기가 좀 큰 책이라 보기에는 좋지만 이게 이 시리즈의 결정적인 단점 역할도 한다. 갖고 다니면서 보기가 좀 불편하다. 무게감 때문에.

 

한 가지 밝혀 둘 건, 이 시리즈도 역시 퀄러티에서 차이가 난다. 내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몇 꼭지 읽고 소장한 책은 4권이다.

 

 이 중에서 <재판>과 <건축>이 제일 만족하며 본 책이다. <철학가>의 경우 번역이 매우 저열했고, <디자인>의 경우 다른 디자인 책에서 많이 다뤘던 내용을 재탕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중복이 심하더라도 내용이 새로우면 괜찮은데, 이도 충족시키지 못한 느낌이다. 이 점에서 <건축>이 그만큼 돋보인다.

 

사실 다른 주제는 별 관심이 동하지 않아 4권만 소장했다. 하지만 <커플>이나 <발명>, <오페라> 등은 흥미로운 얘기가 많아 일독할 만한 가치는 충분한 듯하다.

 

어쨌든, 이 교양 시리즈는 눈이 호강하면서 교양을 쌓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총서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그나마 쉽게 구해 볼 수 있는 시리즈이니, 착한 가격에 읽어보면 언론들의 찬사(이 시리즈 출간 당시 언론들의 격찬이 이어졌었다)가 허언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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