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회원에게 꽤 많은 중고책을 팔았다. 나름 골드셀러다. 근데, 아주 가끔 환불을 요구하는 회원들 때문에 번거롭기 그지없다. 문제는 배송비 때문. 핵심 쟁점은 배송비 액수를 누가 부담하느냐 하는 거. 구매자의 변덕이면 구매자가 모두 부담해야 하기에 구매자는 어떻게 해서든 책상태를 물고늘어진다. 대부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그냥 반반으로 타결하는 게 누이좋고 매부 좋은 방식임을 최근에 알았다. 내가 아무런 잘못이 없더라도 구매자가 버팅기면 할 수 없다.

 

아, 근데...내가 얘기하려는 핵심이 이게 아니었지. 내가 알라딘 회원에게 중고책을 팔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알라딘 중고서점의 책매입 정책 때문이다. 정말 열불나던 때를 잊을 수 없다.

 

아마도 재작년 때 였을 거로 기억된다. 안 보게 된 경제학 교과서와 법학 교과서 그리고 인문학책을 들고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 총 7권이었다. 교과서는 거의 3만원 대 책들로 거의 새책 수준의 중고책들이었다. 알라딘은 이들 책 중 3권만 매입했고 나머지는 재고가 많아서 구매할 수 없다고 했다. 교과서는 권당 2천원에 구매하면서, 수요가 많지 않다는 이유를 달았다. 어차피 안 볼 책이니 그냥 2천원에 팔았고, 나머지 책들은 재고가 없다니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 1권은 페이지에 줄친 부분이 5페이지에 걸쳐 있기 때문에 안된다는 거였다. 뭐, 어째겠는가....매입 정책이 그렇다는데...군말하지 않고 갖고 온 책을 도로 갖고 갔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검색 기능을 사용하면 알라딘이 구매할 책인지 아닌지, 그리고 적정가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중고서점에 가 보니, 내가 2천원에 판 책이 13800원에 책정(정가 32000원짜리 책)되어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내가 팔려고 했는데 재고가 많다고 한 책은 검색해 보니 1권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가 팔려다가 낙서가 많이 돼 있다고 퇴짜맞은 책이 알라딘 매장에 있었다. 4800원의 가격이 붙어 있길래 넘겨 보니 낙서돼 있는 페이지가 무려 20페이지가 넘었다. 그래서 하도 빡쳐서 알라딘 직원에게 따졌다. 어제 내가 이 책을 팔려고 했는데, 낙서가 돼 있어 퇴짜 맞았는데, 왜 이 책은 낙서가 이리 많이도 놰 있냐고. 그랬더니, 이 직원의 말이 걸작이다.

아, 그건 알라딘 중고 물류센터에서 온 거에요.

 

헐~ 그렇다면 물류창고 도서들은 어디에서 매입한 건가? 박스로 팔면 낙서돼 있는 것도 헐값으로 팔 수 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오로지 개인이 알라딘 중고매장에 가서 책을 팔 때에만 가장 엄격한 룰이 적용되는 것이다. 알라딘에서 분명히 3200원으로 검색되는 책도 그 매장에서 직원이 "이 책은 재고가 많아서 구매가 어렵습니다."라는 한 마디에 책을 다시 가져올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일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3번 정도 겪자, 다시는 알라딘에 책을 팔러가지 않았다. 대신 알라딘 회원에게 팔아보았다. 교과서들은 확실히 1/3 가격에 내놓으면 수요가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알라딘 회원에게 중고책을 팔기로 하고 알라딘 중고매장에 다시는 가지 않게 됐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알라딘의 중고서적 매입 정책이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거다. 심지어는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산 책을 되팔때 알라딘이 구매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거다. 아주 오래된 책을 살 경우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영어 원서에 대한 합리적인 매입 가격 정책도 요구된다. 너무 싼 값에 매입하여 비싼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일반 우리나라 도서 매입 정책과 매우 동떨어져 보인다. 현재 알라딘의 일반 서적 매입 정책은 비교적 간단하다. 2000원에 책을 샀으면 4000원의 매장가격을 책정하는 식이다. 그런데, 외서의 경우 거의가 3천원 미만에 구입한다. 매장에서 팔 때에는 항상 정가의 55% 정도다(책 정가가 2만원일 경우 매장가가 9000원 정도).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대로 수요가 많지 않아서이다.

 

그런데, 이런 이유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수요가 많지 않으면 당연히 매이 하지 말던가 아니면 싼 가격을 매장가로 책정해야 하는 게 아닐까. 좀더 근본적이고 타당한 이유를 제시해서 소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가격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불만을 없애는 첩경일 것이다.

 

알라딘은 중고서점 사업으로 도서 시장에서 브랜드 포지셔닝에 성공한 것으로 보여진다. 알라딘을 모르던 사람들도 이제는 거의 다 알 정도다. 약속 장소와 가족 단위 나들이로도 이용되는 걸 보면 알라딘 브랜드가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는지 알 수 있다.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한 업체 치고 현재의 알라딘 정도의 인지도를 거둔 업체는 전무하다. 비슷한 업체인 리브로와 인터파크는 사장됐고 그나마 yes24정도만 버티고 있는데, 인지도 면에서는 이제 yes24는 상대도 안된다.(인지도와 매출 순위로 yes24가 알라딘 보다 앞섰던 때가 불과 5년 전이다.)

 

중고매장 오픈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그 기세로 미국에까지 알라딘 중고서점을 오픈한 알라딘이다. 그럴수록 보다 투명하고 개선된 서비스를 보여야 하는 게 아닐까. 발전하는 기업은 사소한 고객의 소리에 언제나 귀를 귀울여 왔다. 알라딘이 계속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서점이 되려한다면 중고책 매입과 매장가격 책정을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중고책을 팔러 와서 빡치는 고객이 없게 하려면 말이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책을 팔러와서 빡쳐 돌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목격했다. 심지어는 가져온 책들을 중고서점 부근에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보았다. 나도 빡치는 일을 당했기에 이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 봤다. 알라딘이 미국에까지 오픈 한 걸 보니, 정말 잘나가긴 하나보다. 그에 맞춰 서비스도 개선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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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4-12-2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오늘 야무님의 글은 좋아요 백만 번쯤 눌러야 하는데 한 번 밖에
안 된다는 게 아쉬워요.
저는 정말 빡침을 당할까봐 집에서 안 보는 새책들로만 가져 갑니다.
그런데 팔 때는 천 원 밖에 안 되는 책도 있어요.
그리고 아무리 많이 받아 봤자 한 권에 3천원 넘어가질 않더군요.
아무튼 이렇게 힘들게 매장에 가져와서는 이 책이 팔릴 때는 2배 3배의 가격으로
팔리겠지 생각하면 저도 직접 회원에게 팔기 같은 거 하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더라구요.
그것도 골치 아픈 일 있을 것 같아 직접 중고샵에 나가 파는데 너무 짜더군요.
뭐 어쩔 수 없는 상업주의 논리라고는 하지만 정말 좀 그렇더라구요.
그런데 야무님 글 읽으니 절절합니다.ㅠㅠ

yamoo 2014-12-24 10:37   좋아요 1 | URL
스텔라님두 알라딘에서 많이 팔아보셨군요~ㅎ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아마 그럴거에요. 초창기에 나온 책들은 그냥 무조건 1천원이더이다..ㅋㅋ

3천원 넘는 것도 있어요. 꾸준히 나가는 비싼 책들..예를 들어 스티븐 핑커의 언어본능 같은 책은 정확히 책 정가의 1/4값 쳐줍니다. 28000원이면 7천원에 알라딘에서 구매합니다..ㅎ 새책일 경우에요~

재는재로 2014-12-23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라딘에 팔기 햇는데 보낼때는 깨끗한 새책이 알라딘에 도착하니 책 상태 파손으로 줄급판정을 받아 책 값이 깍여서 정산되데요 뭐 책상태에 대해 문의 하니 포장을 잘못했든 택배운송중 손상되었든지 책 상태가 안좋다고 말하는데요 에구 그냥 빡치는

yamoo 2014-12-24 10:34   좋아요 0 | URL
헐~ 정말 빡치는 상황이군요. 모든 것을 판매자한테 부가하는 군요!
저는 박스에 담아 알라딘에 팔기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저런 빡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 다행입니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해결책이 안보이는 난감한 경우이겠습니다..

sijifs 2014-12-23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실 회원이 알라딘한테 팔 때는 완전 헐값으로 사가면서 알라딘이 회원한테 팔 때는 최대한 많~~이 비싸게 받으려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짜증나요..

yamoo 2014-12-24 10:3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sijifs님! 반갑습니다~^^
알라딘이 완전 헐값으로 사는 거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알라딘 중고매장 가격들을 잘 보면 대부분은 정가의 55-60%정도입니다. 정가가 1만원짜리 책이면 3400원 정도의 가격이 붙어 있지요. 새책도 50% 미만의 가격이 붙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알라딘 중고매장이 책을 구입할 때는 보통 책 정가의 1/4가격을 적용한다는 겁니다. 팔때는 산 금액의 2배를 붙여 팔지요. 이건 일반 동네 헌책방보다 마진율이 훨씬 적은 겁니다. 그런 면에서 알라딘의 중고 가격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매우 저렴하게 사서 비싸게 파는 책들이 있는데, 그런 책들이 매우 일관적이지 않다는 거에 제가 태클을 거는 것입니다.
잘나가는 작가의 책은 수요가 많아 50%보다 비싸게 팔고, 어떤 책은 수요가 적어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구조가 납득할 수가 없어서요^^;;

liftup21 2014-12-23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경험 많이했습니다. 재고가 많다고 다시 가져가라고 해서 그담날 다시 가봤더니 재고 달랑 2권 뿐이더군요. 정말로 매장에서 파는 회원에게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제세하는거 같아요 사실 그런사람들때문에 알라딘이 먹고 사는건데....

yamoo 2014-12-24 10:26   좋아요 0 | URL
재고가 많다고 하는 책들 보면 매장에 거의 없거나 1권 있습니다. ㅋㅋ 매장에 책이 10권 넘게 있음에도 구매하는 책들이 있지요..ㅎㅎ
제가 나중에 추정해 본 건데요...재고가 많아서 알라딘이 구매하지 않는 책들은 대부분 온라인 알라딘에서 새책을 75% 가격으로 후려칠 때 그런 말을 하더이다. 알라딘 세일 기간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구매하는 알라딘 중고매장..ㅋㅋ

클라라비 2014-12-23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이에요.. 지적하신 부분 중에 등급판정에 대한 불만이 커요. 저는 책 진짜 조심해서 보는 편이라 제가 파는 책은 대부분의 경우 최상등급인데 가끔 상이나 중으로 매기는건 너무나 사소한 꼬투리에 가깝습니다. 새책이 그 지경(?)으로 온적도 많고요. 그러다보니 중고서점에 팔 생각으로 책을 사는건 아닌데도 새책 배송상태를 트집잡아 완벽한 새책만 고집하게되었어요..
그런데 반대로 중고책이 최상등급이라해서 사보면 책등이 쫙 갈라져있다던지 낙서가 여기저기 한 부분도 많고.. 어처구니 없어 고객센터에 따지고 반품시킨적도 있었네요..

yamoo 2014-12-24 10:2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클라라비님, 동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라딘에서 책 팔기 위해 직원이 책을 감정하는 거 보면 죄인된 모습입니다..ㅋㅋ 취조받는 것처럼 위축돼 있지요. 한 페이지에 물 떨어진거나, 국 흘린 자국만 있어도 퇴짜. 연필로 3페이지 이상 줄만 있어도 퇴짜. 5년 지난 책들은 사지도 않는데, 10년 20년 지난 책들은 버젓히 매장에서 팔리고 있고...이럴때면 좀 빡칩니다..ㅎㅎ

저는 온라인 상에서 중고책을 구매할 때에는 그런 불만 사항이 별로 없었습니다. 오로지 알라딘 중고 매장에서만 불만이 많지요~^^

하이드 2014-12-24 0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화나는 경우 몇 번 있었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이전의 헌책방들에 비하면, 알라딘 중고서점은 신세계죠. 신간이고 새책이고, 알라딘 이전에는 헌책방에서 거의 책을 폐지값으로 받아 팔 때는 비싸게 팔더군요. 책상태에 대한 컴플레인은 알라딘에서도 제일 골치 썩는 부분일꺼에요. 그리고 작년까지도 알라딘은 무려 업계 4위 입니다. 예스, 교보, 인터파크가 그 앞에 있지요. 덧붙이면, 중고샵이 손익분기점에 달하지 못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책값 굉장히 잘 쳐주고, 시내 요지에 매장 내서 말대로 만남의 장 같은 곳 만들어내고,

근데, 수익 부분을 생각해보면, 아무리 머리 굴려보아도, 오프 매장에서 이게 크게 매출이 생길 수가 없지요.멀리 보고 하는 사업분야겠지만요.

재고부분은 시스템적인 부분이고, 이쯤되면, 시스템부분에서 실수가 생길일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다만, 알라딘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미숙한 부분은 분명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진짜 책 귀퉁이에 물방울 떨어진거 매입도 안 된다고 해서 심히 빡쳤던 기억. 저다보니 꽤 크게 컴플레인 했는데, 여전히 이해가지 않지만, 뭐, 알라딘 기준이 그러니깐. 하고 넘겼습니다.



yamoo 2014-12-24 10:17   좋아요 0 | URL
네네...그렇지요. 헌책방에 비하면 그래도 알라딘 가격은 좋습니다. 제가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매장 가격 체계가 투명하고 일관적이지 않다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납득할 수가 없는 겁니다. 납득할 수 있는 일관적인 가격 체계를 마련한다면 지금보단 훨씬 빡쳐서 돌아가는 사람들은 없을 거라 사료됩니다. ㅎ

근데, 작년까지도 알라딘은 업계 4위이군요. 예스나 인터파크는 책은 쇼핑몰 사업의 따라기 같다는 인상이 짙은지라...순수하게 인터넷 서점이라는 면은 알라딘이 강한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인지도는 알라딘이 예스를 가볍게 넘어선 거 같아 알라딘 중고서점 정책이 성공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예스24를 모르는 어른들은 많지만 현재 알라딘을 모르는 어른들은 거의 없거든요..그래서..^^
손익분기점은 아마도 매장을 많이 열어서 그럴거라 예상해 봅니다. 시간이 지나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겠지요. 알라딘은 손익분기점보다는 인지도에 포인트가 있는 거 같습니다. 어쨌든 아직도 업계4위라는 정보는 몰랐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시크발랄 2014-12-24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그때그때 책 받아주는 사람 잘만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팔고 못팔고가 갈리는 느낌

yamoo 2014-12-24 10:3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시크발랄님, 반갑습니다!

까칠하지 않은 직원 만나면...사정 좀 하면 구매해 주는 거 같습니다. 얄짤 없는 직원도 있구요..ㅋㅋ

saint236 2014-12-2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러가지만 판매하러 가지는 않습니다. 책을 판매하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야무님과 같은 일을 겪는 것이 짜증나서요. 예전에는 알라딘에 대해서 마냥 우호적이었지만 요즘은 좀....

yamoo 2014-12-24 11:32   좋아요 0 | URL
저두 얼마전부터는 알라딘에 판매하러 가지 않아요..ㅎㅎ 빡치는 일을 3번 당히니 당최 가기가 싫은 거 있지요..ㅎ
그래두 현째까지는 알라딘이 타 업체보다는 서비스가 좋은 거 같아요. 불만사항 어느 정도 수용해 주는 거 보면요~

oren 2014-12-24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서점들의 시장점유율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아직까지도 예스24가 `부동의 1위`인 것은 분명해 보이네요. 상장기업인 예스24가 발표한 `2014년 3분기 분기보고서`에 나름대로 참고해 볼 만한 자료들이 있어 길게 덧붙여 봅니다.(알라딘은 `체류시간` 부문에서 굳건하게 앞서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ㅎㅎ)

* * *

인터넷 서점간에도 대형서점의 매출은 증가하고 소규모 서점의 매출은 감소하는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여 최초 온라인 서점이 등장한 90년대 후반 150여개에 달했던 온라인 서점은 현재 상위 4개사로 크게 압축되었습니다. 이중 업계 1위인 예스24는 전체 온라인서점 중 40%를 상회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단일매장 기준으로는 전체 1위의 규모입니다. 또한 예스24는 인터넷 기업의 주요지표인 트래픽(방문자)과 일평균 페이지뷰에서도 경쟁사와 큰 격차를 보이며 창사 이래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인터넷서점 트래픽 및 로열티분석]

(단위: 명, 페이지, 초)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사이트명____ : 일평균방문자수 : 일평균페이지뷰 : 체류시간
예스24______ : _______452,848 : ______4,186,830 :___0:06:30
인터파크도서 : _______131,949 : ______1,128,883 :___0:05:36
교보문고____ : _______203,894 : ______2,986,485 :___0:07:54
알라딘______ : _______147,543 : ______1,962,021 :___0:09:49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출처 랭키닷컴, 2014년 9월 기준>

※ 일평균 방문자수는 Session Visits으로 이는 1시간 기준으로 이후의 재방문을 인정하는 방문자수 입니다. 동일한 방문자수를 나타내는 사이트라면 Session Visits가 높은 사이트의 퍼포먼스가 더 높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yamoo 2014-12-24 12:25   좋아요 0 | URL
의미 있는 자료 감사합니다. 예스24는 여전히 부동의 1위군요. 그래도 인지도는 알라딘이 많이 끌어올린 거 같습니다. 인터파크 도서가 아직도 건재하디니 놀랍네요. 망한 건 리브로 뿐인가요??

정말 유용한 자료입니다!

2014-12-25 0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25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15-07-14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합니다. 이번에 오프라인 매장에 거래하러 갔더니, 가격 후려치기 장난없더군요. 택배거래하는 것이 훨씬 정당한 값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와 같은 사례가 있는지 검색해보다 이 글을 발견하여 공감의 댓글 남깁니다.

- 2018-01-1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중고매입은 예전에도 답이 없었군요

만화 2018-03-01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것을 보고 바로 매점매석 이라고 하지않나 싶습니다 상당히 장사치 짓거립니다 자기들은 물류창고에서 껌값에 사서 그이상에 헐값에 붙여 판다라
 

 하나.

 

 어제 작업할 게 있어서 늦게까지 자판을 두드렸다. 와이티엔 밤 뉴스를 틀어놨는데 책 소개 코너에서 찰스 디킨즈의 저서 소개가 있었다. 찰스 디킨즈야 워낙 유명한 소설가이니, 아직 번역이 안된 작품을 누가 번역서를 낸들 뭐가 이슈가 되겠냐마는..(소설광이 아니라 이런 생각을 천연덕스럽게 한다.)

  뉴스의 요지는 찰스 디킨즈가 역사책도 썼다는 거였다. 발굴이 돼서 이제야 번역이 됐다니, 전혀 의외라서 귀가 쫑긋 세워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영국사 산책>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는데, 이 역사책이 당시 영국 초등학교 교과서로 사용되었다니 정말 놀라웠다. 소설가가 쓴 역사 교과서라...정말 놀라운 뉴스다!

 

 

둘.

 

날씨가 너무 추워졌다. 12월 초부터 날씨가 미쳤나부다. 강추위, 비, 눈, 강추위의 순환이 계속되는 듯. 중간에 따뜻하고 괜찮은 날씨가 있었는데, 그땐 하필 중요한 뭔가가 발목을 잡았다.

수트 입고 착장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그럴 결심을 하면..그때마다 비가오거나 눈이오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주 춥다. 젠장이다~ 착장 샷을 올린다고 괜히 약속했나부다. 날씨가 좀 풀리면 입고 나가서 찍어야 겠다.

 

 

셋.

 

  최근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을 보다가 한 책에 필이 꽂혀버렸다. 매달 십 여권을 빌려보는데, 책을 슥슥 넘겨보다가 보석같은 책을 발견했다. 집중해서 몇 페이지를 읽어보니 반드시 소장하고 싶어졌다. 그제 빌려서 빠른 속도로 완독했고, 오늘 아침에 알라딘 중고서점들을 뒤졌다. 있었다!! 그것두 강남점과 신촌점에 있는게 아닌가.  

  아침 작업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점심 시간이 되기 전에 강남전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다시 검색을 했는데, 아뿔싸 벌써 팔렸다! 할 수 없이 신촌점으로 빽했다. 10분 단위로 검색해가며 도착해서 책을 손에 잡을 수 있었다.

  내가 알라딘에서 급하게 이 책을 손에 넣고 싶었던 건 가격이 반값도 안되는 아주 새책이었기 때문. 신촌점에서 건지지 못했다면 일주일 내에 알라딘에서 새 책으로 구입했었을 거다.

  책을 소장하고 싶었던 건 다름이 아니라 책의 내용과 만듦새가 정말 탁월했기 때문이다. 남성 복식사를, 그것도 근대 100년의 역사를 도판과 함께 압축적으로 개괄할 수 있는 책은 이책이 유일했다. 여러 도서관에서 복식사 분야를 자주 기웃거려 봤지만 이 책만큼 남성 복식의 핵심을 짚어주는 책은 보질 못했다. 대부분의 남성 복식사는 여성 복식사의 따라지마냥 또는 부차적으로만 언급될 뿐인데, 이 책은 과감히 그런 입장을 뒤집는다. 근대 복식사에서 여성 복식이 남성 스타일을 얼마나 많이 차용했는지, 남성복의 여러 스타일 화보에 따라 그 특징을 간결히 보여주고 있다.

  사실 책 구매는 화려한 화보(끝내주는 도판과 화보가 패션잡지를 방불케 한다.)보다는 저자의 서문에 있었다. 단 2페이지로 남성 복식사를 정리해주고 있는데, 이런 포스의 글은 스타일을 다룬 어떤 책에서도 읽어 본 적이 없었다. 복장사 학위를 갖고 있는 특이한 이력 때문인지(미술사 학위도 갖고 있다) 도판을 해설한 간결하고 압축적인 글은 이 책 구매를 부채질 했다. 두고두고 볼 책인 것을 직감하고 구매하게 되었다.

  정말 우리나라 스타일 전문가란 사람들이 낸 책을 이 책과 비교해 보면 초등학생들의 장난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수준은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문화사 분야의 중요 자료집으로도 손색이 없다.  패션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보면 아주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겠다. 자기가 현재 입고 있는 옷의 근원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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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4-12-17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가가 쓴 역사책이 교과서로 채택되었다니,
그 교과서로 배운 학생들은 역사적 상상력을 많이 키웠으려나요?

남성 복식사도 흥미롭네요.

yamoo 2014-12-17 19:50   좋아요 0 | URL
뉴스로 듣는데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서점에 가서 들춰보고 괜찮으면 구매를 할까 생각 중이에요. 그때 그 교과서로 배운 학생들 중 유명인물들이 된 사람이 디킨즈의 책이 유용했다고 하는 내용을 알려주는 책이 어딘가엔 있겠죠~ㅎㅎ

저, 복식사 책...끝내줍니다. 도서관에서나 서점에서 시간 있으실 때 넘겨보세요...도판 편집과 글들이 정말 좋습니다!

세실 2014-12-19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책을 사기 위한 님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니 다행입니다. 실시간 검색도 가능하군요.
저도 요즘 2주에 한번은 알라딘 중고서점에 갑니다. 책 사는 재미가 쏠쏠해요.
단 2페이지로 남성 복식사를 정리해주다니....대단하네요.

yamoo 2014-12-21 12:12   좋아요 0 | URL
네..알라딘 중고서점의 장점은 실시간 검색이 가능하다는 거에요^^
인기있는 책은 금방 품절되거든요~
예를 들어 한길그레이트북스나 대우고전총서 같은 경우는 새로들어온 코너에 진열되자 마자 팔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검색보고 가도 허탕칠때가 많아요..ㅎ

그래서, 저자의 내공에 반해서 책을 사게 되었답니다.^^
언제, 세실님이 운영하시는 도서관에 가보고 싶어요. 진짜! 센스만점의 도서관장님~
 

한 때 쇼펜하우어의 빠였다. 학부 시절 열렬히 추종해 마지 않던 3명의 철인이 있었으니, 비트겐슈타인, 키에르케고 그리고 쇼펜하우어였다. 영문과 전공 영어 수업시간에 독일 출신의 미국인 담당 교수가 제일 좋아하는 철학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단 1초의 주저함도 없이 난 쇼펜하우어라고 답했다. 하하, 그 정도였다.

 

그런데 졸업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쇼펜하우어는 내게 점점 잊혀져가는 철학자가 되었다. 아마도 내 저자 리스트 중에서 강준만 정도의 위치를 차지했던 거 같다. 시간이 가면서 강준만 저서들은 더이상 읽지 않았으니.

 

하지만 내가 쇼펜하우어 저서들에 흥미가 떨어져서 그런건 전혀 아니었다. 당시 쇼펜하우어 저서의 번역본은 극소수였다. 대체로 <쇼펜하우어 행복론>이 무수한 출판사들에 의해 중복 번역된게 쇼펜하우어 저서의 대부분이었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인 <충족이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하여>는 번역도 안 된 상태였다.

 

주저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집문당 판본과 곽복록 씨가 번역한 을유문화사 판본이 나와 있었다. 하지만 곽복록 씨 번역본을 집어들어 몇 페이지 읽다가 집어던져 버린 후 쇼펜하우어의 주저는 읽을 염두가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집문당 판본도 대체로 곽 씨 번역과 대동소이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축소 편집본이!) 그래서 제대로 된 번역본이 나올 때까지 읽는 것을 유보했다. 그리고 점점 잊혀져 간 듯하다.

 

그러던 것이 2008년 동서문화사에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번역본이 나오고 2009년 을유문화사에서 역자를 달리하여 출간되었다. 2012년에 김미영 역자에 의해 <자연에서의 의지에 관하여>와 <충족이유율의 네겹의 뿌리에 관하여>(나남, 2010)가 나온 것을 본 후, 다시 쇼펜하우어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난 베르그송 철학의 위대함에 빠져있었기에 쇼펜하우어의 주저를 읽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단지 김미영 역자의 번역이 매우 빼어나서 나중에 번역본을 사서 읽어봐야 겠다는 다짐만 했더랬다.

 

 

 

 

 

 

 

 

 

 

 

 

 

 

 

근데, 며칠 전 알라딘 신림점에서 을유문화사에서 새로 번역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홍성광, 2009)를 입수한 것을 계기로 읽을 당위가 발동했다. 구매한 그날 집에 와서 서문과 함께 5장까지 스트레이트로 읽어나갔다. (그래봤자 64페이지밖에 안 되는 분량이다.)

 

매우 매끄럽게 번역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어색한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서야 난 이 쇼펜하우어의 주저 번역본들을 비교해보기로 했다. 어떤 번역본이 그나마 가장 읽을만 한 책인지.

 

나는 동서문화사본과 을유문화사본을 가지고 있기에 도서관에서 지만지고본을 빌렸다. 이게 현재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번역본 전부다(집문당본 포함). 발췌된 곳을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가장 좋은 번역본을 나름대로 선정해 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어떤 번역본이 잘 된 번역본인지 그 정보가 현재 인터넷 상에서 전무했기에. 여러 번역본이 있다는 건 언제나 선택의 어려움이 따른다. 경험상 가격이 비싼 책이 번역을 담보하지도 않는다. 선택을 위한 최소한의 유용한 정보가 없으니 그걸 내가 하기로 했다. 그냥 최소한의 지침이다. 엄한 선택으로 불량 번연본을 사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사람을 정말 열받게 하는 일이기에.

 

비교 판본은 3권으로 했다. 을유본, 동서문화사본 그리고 지만지고본. 곽복록 씨 번역과 집문당본은 옛날에 읽다가 던져버렸기에 제외했다. 너무도 많은 비문들과 번역투의 문장으로 읽는 이를 짜증나게 하는 번역본들이다. 알라딘에 누가 곽복록 씨 번역본이 그립다고 했는데, 전혀 아니다. 완전 그지 발쌔기다.

 

 

 

 

 

 

 

 

 

 

 

 

 

 

번역의 질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내용은 1장~2장 중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는 이상한 부분을 택했다. 기준본은 동서문화사본으로 하고 지만지고본을 통해 비교한 다음 홍성광 씨 을유본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이렇게 구성한 이유는 동서문화사본이 처음 읽을 때 술술 읽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완역된 책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팔리고 있는 책이기도 했기에. 을유문화사본인 홍성광 씨 번연도 술술 읽혔는데 비교해 보니 전자가 쪼금 이상한 부분들이 많은 거 같았다. 그래서 다시 철저히 읽어 보니 동서문화사본은 문제점이 매우 심각했다. 그래서 동서본을 기준으로 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인용된 부분을 통해 어떤 판본이 읽을 만한지 판단하면 되시겠다. 분량의 압박이 좀 있지만....그래도 시작하겠다. 하나, 둘...

 

 

1장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 이것은 살아서 인식하고 있는 모든 존재에 해당하는 진리다. 그러나 이 진리를 반성하고 추상화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며, 인간이 실제로 그렇게 인식할 때에 인간의 철학적인 사유가 가능하다. 이렇게 보면 인간이 태양을 알고 대지를 아는 것이 아니라, 단지 태양을 보는 눈이 있고, 대지를 느끼는 손이 있음에 불과하다. 인간을 에워싸고 있는 세계는 표상으로서만 존재할 뿐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세계는 자기 자신과 전혀 다른 존재인 인간이라고 하는 표상자와 관계함으로써만 존재한다. <동서판>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 이것은 살아있으면서 인식하는 모든 생명체에게 적용되는 진리다. 그러나 인간만이 이러한 진리를 반성적으로, 추상적으로 의식할 수 있는데, 인간이 진정 그렇게 의식한다고 하면 그는 철학적인 신중함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인간이 태양과 땅을 아는 것이 아니라 태양을 보는 눈 그리고 땅을 느끼는 손을 아는 것이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가 단지 표상으로서 존재한다는 사실, 세계가 오로지 완전히 다른 존재, 즉 인간 자신이 표상하는 자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지만지고본, p31>

 

책을 처음 펼쳐 읽으면 이 번역이 이상한 줄 눈치채기 쉽지 않다. 하지만 지만지고본을 보면 어떤 부분을 이상하게 번역했는지 대번 나타난다. 줄친 부분을 비교해 보면 지만지고본이 훨씬 매끄럽게 번역된 것을 알 수 있다. 동서판의 줄친 부분은 호응이 잘못된 문장이다. 동서판의 마지막 문장도 무슨 말인지 알쏭달쏭한 문장이다. 하지만 지만지고본을 통해 보면 무슨 내용인지 명확히 알 수 있다.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이 말은 살아 있어 인식하는 모든 존재에게 적용되는 진리이다. 그렇지만 인간만이 이 진리를 반성적이고 추상적으로 의식할 수 있으며, 인간이 정말로 이를 의식할 때 철학적으로 사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럴 경우에 인간은 태양이며 대지를 아는 것이 아니라, 태양을 보는 눈과 대지를 느끼는 손을 지니고 있음에 불과하다는 것, 인간을 에워싸고 있는 세계는 표상으로서만 존재한다는 것, 즉 세계는 다른 존재인 인간이라는 표상하는 자와 관계함으로써만 존재한다는 것이 그에게 분명하고 확실해 진다.   <을유본, p39>

 

을유본은 확실히 지만지고본만큼 명확하지는 않지만 동서판보다는 그래도 의미파악이 수월하다.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 본다.

 

이와 반대로 이 근본 진리는 인도의 현자들이 이미 신식했던 것으로, 비야사(Vyasa, 인도의 전설적 성자)의 설이라고 하는 베단타(Vedanta) 철학(우파니샤드에 근거하여 일원론을 주장하는 철학)의 근본원리로서 나타나 있다. 윌리엄 존스는 이 사실을 그의 마지막 논문 <아시아 연구 : 아시아인들의 철학에 대하여)>, 4권 164쪽에 다음과 같이 입증하고 있다.

 

베단티학파의 근본 교리는 물질의 존재, 즉 그 고체성·불가입성·연장의 부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물질에 관한 일반의 관념을 바로 잡는 데 있고, 물질이란 것이 마음의 지각에 의존하지 않는 본질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와 피지각과는 교환할 수 있는 명사라는 것을 주장하는 데 있다.

 

이 말은 경험적 실제성과 선험적 관념성과의 양립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동서본>

 

 

이에 반해서 앞서 이러한 근본적인 진리가 베다의 지혜에 의해서 인식되었듯이―이 지혜는 브야사에 의해서 쓰인 베다 철학의 기본명제로서 나타나 있는데―윌리엄 존스는 자신의 논문인 <아시아 철학에 관하여>(4권 164쪽)의 마지막에서 다음과 같이 확신하고 있다. "베단타 학파의 근본적인 교리는 고체성, 불침투성, 연장으로 이루어진 물질을 부정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이것을 부정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인데―물질에 대한 일반적인 언급을 바로잡고 물질은 마음의 지각으로부터 독립해 있는 본질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 즉 존재와 지각 가능성은 서로 호환 가능한 용어라는 점에 있다." 이 말은 경험적인 실재성이 선험적인 관념성과 함께 있다는 것을 좀 더 장황하게 설명한 것이다.

<지만지고본, p33> 

 

이 부분은 정말 심각하다. 동서본의 줄친 부분을 아무리 읽어보아도 후반부의 내용을 명확히 알 수 없다. 그런데 지만지고본을 읽으면 쇼펜하우어가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그런데 지만지고본의 마지막 문장을 보면 확실히 동서본이 내용을 오해하고 번역하지 않았는가라는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미심쩍어 을유본을 열어봤다. 

 

반면에 이러한 근본 진리는 비아사가 주창한 것으로 간주되는 베단타 철학의 근본 명제로 등장하면서 인도의 현자들이 일찍이 이를 인식했다. 윌리엄 존스는 자신의 마지막 논문 <아시아인들의 철학에 관하여>에서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베단타 학파의 근본 교리는 물질의 존재, 즉 고체성, 불가입성, 전충성(물체가 공간을 메우는 성질)을 부정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걸 부정하는 것은 미친짓이겠지만), 물질에 대한 일반의 개념을 바로잡아 그것이 인간의 지각과 무관한 어떠한 본질도 갖고 있지 않으며, 존재와 지각할 수 있는 성질은 동의어임을 강력히 주장하는 데 있다." 이러한 말은 경험적 실재성과 선천적 관념성의 양립을 충분히 표현하고 있다.       <을유본, p41>

 

베단타 학파의 근본 교리 중 마지막에 언급되는 교리를 을유본은 '전충성'으로 옮겼다. 동서본과 지만지고본은 이 마지막 교리를 각각 '연장'과 '연장으로 이루어진 물질'로 번역했는데, 이 부분은 을유본이 더 나은 거 같다. 그리고 을유본의 마지막 문장을 보면 그 내용이 동서본과 대동소이함을 알 수 있다. 원문을 대조해 보기 어려워 확신을 할 수 없지만 흐름상 '양립을 충분히 표현'하고 있다는 번역이 더 잘 이해된다. 확실히 가독성은 을유본이 좋다. 

 

 

2장

 

그런데 다른 측면인 주관은 공간과 시간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주관은 표상작용을 하는 모든 존재 속에 전체로서 분리되지 않은 채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가운데 단 한 사람일지라도 현존하는 수백만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객관과 더불어 표상으로서 이 세계를 보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 단 하나라도 소멸해 버리면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이미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 면은 사상에 있어서도 떼어 놓을 수 없다. 그도 그럴것이 이 두 가지 면의 어떤 쪽도 다른 한쪽으로 말미암아서만, 또 다른 한 쪽에 대해서만 의미와 존재를 갖고 있으며, 그것과 생멸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중략)

이 경계가 서로 공존한다는 것은, 모든 객관의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형식들인 시간, 공간, 인과성은 객관 그 자체에 대한 인식 없이도 주관에서 나온 것으로 간주되고 또 완전히 인식될 수 있다는 것, 즉 선험적으로 우리 의식에 존재한다는 칸트의 말을 생각해 보면 더욱 분명해 진다.    <동서본>

 

 

다른 하나의 측면은 주관인데, 이것은 공간과 시간 속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주관은 전체적으로 분리되지 않고 모든 표상하는 존재 속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표상하는 존재 중의 유일한 존재는 현존하는 수많은 존재들처럼 객관과 함께 완전히 세계를 표상으로서 채워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일한 존재가 사라진다면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객관과 주관은 사유를 위해서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다. (중략) <지만지고본, p37>

경계의 공통점은 모든 객관의 본질적이며 보편적인 형식들―이것은 시간, 공간 그리고 인과율인데―은 객관 자체의 인식 없이도 주관에 의해서 시작되거나 발견되며 완전히 인식될 수 있다는 사실, 즉 칸트적으로 말하자면 이러한 형식들이 우리의 의식 속에 선험적으로 놓여 있다는 사실에 있다. <지만지고본, p38>

 

3판본 모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주관과 객관 그리고 표상과의 관계를 기술한 2~3번째 문장이다. 특히 3번째 문장은 5번 연속으로 읽어보아도 그 뜻을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다. 지만지고본은 비교적 의미있게 번역해 놓았지만 역시 동서본의 3번째 문장 부분과 비교해 보아도 좀처럼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한 을유본의 번역은 이렇다.

 

그런데 다른 측면인 주관은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주관은 표상하는 모든 존재에 나누어지지 않은 채 온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들 중의 단 한 사람이라도 현존하는 수백만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객관과 더불어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보완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 한사람이라도 사라져버리면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두 측면은 사상에 있어서조차도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중략)

이러한 경계가 서로 접한다는 사실은, 모든 객관의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형식들인 시간, 공간 및 인과성은 객관 그 자체를 인식하지 않고도 주관에서 나온 것으로 간주되고 완전히 인식될 수 있다는 데서, 즉 칸트의 말을 빌면 우리의 의식 속에 선천적으로 존재한다는 데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을유본, pp43-44>

 

을유본은 동서본의 번역과 거의 똑같다. 서술어 호응이 맞지 않는 것까지!(서로 대조해 읽어 보면 난해한 부분은 번역된 문장들이 서로 비슷하다. 추정하는 바이지만 홍성광 씨도 동서본을 참조하면서 번역한 듯하다. 그렇지 않고는 호응이 맞지 않는 부분까지 잘못된 문장을 쓸리가 없을 거다.) 이 부분은 여전히 쇼펜하우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명확히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다. 이런 부분은 그냥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 젠장!

그런데 문제가 더 심각한 문장은 마지막 문장이다. 동서본과 을유본은 처음 읽으면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 문장의 호응도 전혀 맞지 않는다. 2-3번 읽어야지 겨우 의미파악을 할 수 있는 정도다. 문장이 매우 길기 때문에 번역자가 짧게 끊어 번역하면 명확성을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지만지고본은 줄표를 사용하여 전체 문장의 뜻이 어떤 것이었는지 대충 파악할 수 있게 번역했다. 물론 지만지고본 번역이 좋다는 건 아니다. 최소한 독자로 하여금 의미파악을 가능하게 해 주는 수준이다.

 

많은 부분을 점검해 본 것은 아니지만 경험상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내가 번역본을 고를 시 사용하는 방법이다. 번역본에서 이상하게 의미파악이 안되게 끔 번역된 곳을 찾아 다른 번역본은 어떻게 번역했는지 비교해 보면 얼추 읽을 만한 번역본을 선택할 수 있다. 내용 파악을 전혀 할 수 없는 부분을 다른 번역본이 그래도 이해할 수 있겠끔 번역했다면 후자본을 택하는 것이 유익했다. 많이 확인할 필요도 없다. 2-3부분의 몇 문장들만 비교해 보면 된다.

 

같은 방법으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번역본 3개를 확인해 봤다. 완역된 본은 1권이 16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지만지고본은 이중 4장(4절)까지만 번역돼 있어 그 부분만 확인했다. 전체적으로 동서본에서 이해 되지 않은 많은 부분을 지만지고본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나에게 지만지고본은 동서본의 해석판이었다. ㅋㅋ 하지만 지만지고본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좋지 않은) 문장들이 곳곳에 있다. 잦은 줄표의 사용과 긴 호흡의 문장들 역시 짜증을 유발한다. 매 순간 집중해서 읽어야 하기에. 뭐, 그래도 동서본이나 을유본보다는 훨씬 낫다. 발췌본이라 완역본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을유본을 볼 수밖에 없을 듯하다.

 

결론적으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을유문화사본으로 보는 게, 현재로서는 차선의 대안이다. 이상한 부분을 건너 뛰면서 읽는다면 슥슥 읽히는 가독성 하나는 장점이니까. 3권째에 이르면 아주 읽을만 하다. (뒷부분을 간간히 들춰봤다.) 김미영 역자의 번역본이 나올 때까지 을유문화사본으로 어느 정도 아쉬움을 달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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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4-12-15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펜하우어의 주저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니체와 보르헤스 등 수많은 사람들을 단번에 사로잡은 책으로 워낙 유명한 줄로 알고 있는데, 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사람들은 모국어인 독일어와 스페인어로 쓰여진 책들을 읽었기 때문에 `번역` 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았던 `무척 행복한` 독자들이 아니었나 싶네요.

저는 권기철 님이 번역한 동서문화사판으로 읽었는데, 어려운 대목들을 만나면 같은 문장을 여러 번씩 읽으며 이해하려 애쓴 기억이 나네요. 그래도 저는 그 책을 읽으면서 `번역`이 문제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답니다.(예전에 yamoo 님께서 대우고전총서에서 나온 베르그송의『창조적 진화』에 대해서 `번역 문제`를 짚어 주셨을 때에도 저는 그 책의 번역에 대해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한 채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고 보니 제가 `번역`에 무척 둔감한 지도 모르겠다 싶네요.)

어쨌든 쇼펜하우어 자신도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대해 `한 번 읽어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책`이라고 거듭 경고하면서 `여러 번` 다시 읽어 볼 것을 권할 정도였고, 저 또한 그 책을 거듭 읽고 난 뒤에, 『충족이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하여』와 『자연에서의 의지에 관하여』까지 찾아 읽어 보고 나서야 겨우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는 느낌이 들더군요.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인식론이나 존재론뿐만 아니라 미학을 비롯한 예술철학과 종교철학 등에 이르기까지 매혹적이지 않은 분야가 거의 없지만, 저는 특히 그의 생각이 후대에 찰스 다윈이 쓴『종의 기원』과 『인간의 유래』, 앙리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에까지 깊숙히 스며들어 있는 걸 발견하는 재미가 여간 크지 않더군요.

이 글을 통해 yamoo 님께서 학창시절에 쇼펜하우어를 단 1초의 주저함도 없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로 꼽았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문득 보르헤스가 이 철학자를 두고 했던 말도 떠오릅니다.

* * *

······ 나는 스위스에서 머물던 시절 쇼펜하우어를 읽기 시작했다. 만일 나에게 한 명의 철학자를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주저없이 그를 택할 것이다. 만일 우주의 수수께끼가 언어로 표현될 수 있다면 나는 그 언어가 그의 책 속에 쓰여져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그의 책을 독일어로 읽었고 나중에 스페인어로 번역된 것도 읽고 또 읽었다. ······

yamoo 2014-12-15 23:54   좋아요 0 | URL
네, 쇼펜하워 자신도 그렇게 말했지요. 한 번 읽어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고, 적어도 2번 이상 정독하라구요. 내용이 심오하여 한 번 읽어서 이해 안되는 부분이 분명이 있어요. 사상서 중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들은 그런 부분들이 많다는 것 인정합니다. 학부 초년생 시절 노자 도덕경 1장 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의 해석부분을 보고 이해가 가지 않아 되풀이 해 읽고 또 읽어도 모르겠어서 그냥 덮은 적이 있지요. 지금 생각하면 그 때의 어려움은 엉터리 같은 번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용 자체가 심오해서였습니다. 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도가 아니다.라는 해석본은 문장이 난삽하고 비문이라 이해하기 어려웠던 게 아니라 그 사상의 심오함에 있었습니다. 논리적인 면도 그렇구요.
하지만 현재 서구 사상의 번역본들은 이런 사상적인 난해함이나 논리적인 어려움이 아니라 그 심오한 사상적이고 논리적인 면을 우리말로 제대로 표현해 주지 못하는데서 오고 있습니다. 문장이 명확한데도 불구하고 어려운 것과, 명확하지만 논리적인 깊이 때문에 이상하게 이해하여 번역기 돌린 문장과 같은 번역을 하여 어려운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인것 같습니다. 제가 계속 번역이 거슬려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하는 것은 번역자들이 명확한 우리말 구사를 못해 가독성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렌님도 이해가 안된 부분을 여러번 읽으셨다고 하셨는데, 그게 바로 올바른 우리말 문장을 사용하지 못해서 입니다.

항상 좋은 인용과 댓글로 제 서재를 빛내주셔서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오랜님의 이런 댓글 나눔은 알라딘 서재의 댓글 문화를 한 차원 높여주는 것 같아 존경스럽습니다!^^

그렇게혜윰 2014-12-15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댓글을 달만큼의 지식이 없어서 댓글 달기도 민망합니다만 철학사책 읽다보면 쇼펜하우어 궁금하더라구요.어려운 책들이니만큼 좋은 번역이 중요한 것 같아요. 번역가분들 성함을 기억해두어야겠습니다!!!^^

yamoo 2014-12-15 23:57   좋아요 0 | URL
지식이 있어야 댓글을 다나요?^^ 저도 지식이 없기는 헤윰님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철학사에서 쇼펜하우어는 매우 독창적인 사상을 전개한 철학자들 중 한 사람입니다.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그의 책 <인생론>을 읽어보세요. 매우 쉽고 평이합니다. 이 책으로 소펜하우어 사상의 진수를 어느 정도 맛볼 수 있습니다. 꼭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니 헤윰님의 리스트에 올려두었다가 시간 되시면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오쌩 2015-01-04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책을 읽기 시작했지만,입문서 위주로 읽은지라,개괄적 지식밖에 없고,저는 주로 정치철학 쪽에 관심이 생기더군요.

야무님 글 읽으니,쇼펜하우어에도 관심이 생기네요, 전 예전에 친구랑 쇼펜하우어 중화이론 가지고 키득거리던게 생각나요
`네가 사랑에 실패한건 상대의 생에 대한 의지가 이상적인 상대로 인식되지 않은것 뿐이야. 너와 결합되었을떼 좋은 아이를 가지지 못할꺼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거지`하면서 패배자들 끼리 서로 개똥철학자 흉내내던게 생각나네요ㅎ

알라딘에 오니,좋은 책을 소개해주시고
책과 연애하는 분들이 많아서 좋습니다.

올해가 다가기전에 쇼펜하우어
즐독하고싶네오ㅎ 좀 늦었지만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yamoo 2015-01-04 20:13   좋아요 0 | URL
오쌩님 반갑습니다! 오쌩님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입문서 위주로 여러 권 읽으면 원전을 읽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쇼펜하우워 입문은 <충족이유율의 네 겹의 뿌리>부터 봐 보세요. 쇼펜하워가 자기 책에서 자기 책 읽는 순서를 알려주는데, 자기 철학의 핵심은 <충족이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녹아 있으니 이거부터 읽으라 하네요. 김미영 역자의 번역아 아주 좋습니다. 이 책으로 입문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ㅎㅎㅎ 2017-12-25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을유문화사 꺼 읽고 있는데 술술읽히는 부분은 좋으나 간혹 우리말로 이해하려해도 무슨말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문장들이 곳곳에 있는 것 같아서 짜증을 참고 여러번 읽고 있습니다
글쓰신 내용 충분히 공감되는 부분입니다

독서광 2021-10-25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김미영님 번역이 안 나온 건가요 ㅠ ㅠ 2019년도 을유문화사본으로 보려고 하는데 홍성광 역자님이 얼마나 업그레이드하셨을지 감이 안 오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우연히 화재의 서재글에 올라온 야나님의 글을 읽다 발견한 부분이다.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덧붙이겠는데, 나는 야나님에게 어떠한 엇가심정도 없고, (전혀~!) 내가 본 야나님의 글을 비방하기 위해 이 페이퍼를 쓰는 것도 아님을 밝혀두는 바이다.

 

이런 오해의 소지가 있는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 내 관심 영역 중 하나가 논리학, 심리학 그리고 경제학의 하위 분과에서 다각도로 연구되고 있는 '생각의 오류'를 바로 잡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오늘 알라딘 신림점에서 <생각의 오류>를 사서 펼쳐 읽는 와중에 눈에 띄어 읽은 글이라 쓸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이런 글을 말이다.

 

 

어쨌거나 포인트는 어긋났지만 내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드라마가 참 문학적이다_였다. 시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희곡 같기도 하고.

 

엄태웅이 친 대사 중에 제일 인상 깊었던 것,

 

"고전은 대부분 막장이야." 왜 그러냐는 이시영의 말에_

"인간 본성이 막장이니까."

 

 

캬, 그렇지, 인간 본성이 막장인 게지, 소주를 부르는 대사로다. 혼자 허벅지를 치면서 감탄했다.                             

                                        <일리있는 사랑_아줌마들의 수다 중에서>  by야나

 

 

일단 야나님께서 캬~ 하고 감탄을 하게 한 엄태웅의 대사를 보자. 이 대사를 치게 한 장본인이 누군가? 바로 드라마 작가다. 드라마 작가는 대부분 여성이고, 시청률을 올리는 것이 제1의 목적이기에 저런 대사를 의도적으로 짜내기도 한다. 드라마뿐이겠는가 광고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다.

 

어쨌든 걸리는 부분은 두 가지다. 먼저 '드라마가 참 문학적'이라는 야나님의 생각. 이건 아마도 이런 것일 거다. 광고를 보고 있는데, '광고가 참 문학적이다'라는 거. 광고는 문학이 아니다. 이건 초등학생도 안다. 그래서 '광고가 참 문학적'이라는 말은 광고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거와 비슷하다. 스토리가 있고 매우 감성적인 면이 부각된 광고일 경우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는? 드라마도 엄연히 문학에 포함된다. 드라마 대본은 내가 알기론 일종의 멜로드라마다. 관객의 오락을 위해 쓴 통속극이기에. 고등학교 때 배웠던 문학 이론에는 희곡 단원에 시나리오와 비교하면서 하위 종류로 레제드라마나 멜로드라마 그리고 소극에 개념이 나온다. 따라서 드라마의 대사는 명백히 문학의 하위 영역이다.

그러니 '드라마가 참 문학적'이라는 말은 동어반복이다.

 

 

 

심각한 건 엄태웅의 대사다.

 

 "고전은 대부분 막장이야." 왜 그러냐는 이시영의 말에_ "인간 본성이 막장이니까."

 

이 부분은 아마도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고전(문학)은 대부분 인간의 본성을 다룬다. (숨은 전제)

인간의 본성은 막장이다.

--------------------------------------

따라서 고전(문학)은 (대부분) 막장이다.

 

'인간의 본성'을 매개념으로 한 그럴듯한 3단 논법이다. 하지만 타당하지 않다. 두번째 전제가 자의적으로 정의한 것이기에 드렇다. 이건 명제도 아니다. 참거짓을 확정할 수 없는 진술이기에. 결론 역시 이로부터 연역되었기에 부당하다. 고전문학이 대부분 막장인가? 어떤 작품이 그렇지? <제인에어>?, <주홍글씨>? <안나 카레리나>? 결론 역시 참거짓을 확정할 수 없는 진술이다.

 

막장이라는 단어는 매우 애매한 단어다. 막장이 뭔가? 불륜의 끝? 아니면 콩가루 집안? 뭘 말하는지 매우 모호하다. '막장 드라마'라고 회자되니 아마도 인간성이 갈때 까지 간 끝판을 의미하는 내용인 것 같긴한데, 이게 고전문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도통 모르겠다. 사랑을 주제로 한 고전문학이 막장(인간성의 끝판을 내용으로 하는 거)인가?

 

그리고 인간 본성에 대한 언급도 문제가 심각하다. 인간의 본성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환경의 결과로 선해지기도 하고 악해지기도 한다. 인간이 막장이라는 것(악하다는 것)은 결과론적인 거다. 인간 본성에 대한 성선설과 성악설은 잘못된 것이다. 이는 도올의 <중용, 인간의 맛>에서도 언급된 내용이다.

 

아, 진짜 엄태웅과 같은 드립은 짜증난다. 말같지도 않은 걸 문학적으로 포장해서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으려는 수작이 괘씸하다. 언어유희라면 너무도 유치한 수준이다.

 

그럴듯해 보이고 시청률이 나온다고 얼치기가 수준높은 문학이 되는 건 아니다. 감탄하기 전에 과연 그런지 의심해 보는 습관을 가져보자. 엄태웅의 저 드립은 감탄이 아닌 시청자게시판에 쓸 비판이어야 한다. 순간적으로는 감탄할 수 있을지언정~.

 

정말 오류는 힘이 센거 같다. 시청한 사람들을 감탄까지 하게 만드니~

 

[덧]

<생각의 오류>를 들춰보는 와중에 읽은 야나님의 글이라 본의 아니게 <생각의 오류>의 저자가 역설하는 방향으로 글이 흘러가 버렸습니다. 이건 야나님에 대한 비난이 아님을 거듭 알려드리오며, 만일 부아가 치미신다면 <생각의 오류>저자에게 퍼부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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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4-12-11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우선 야무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야무님 엄태웅의 대사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 들이신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 드라마 보고 있는데요, 엄태웅이 그런 대사를 친 건 그 전에
이시영이가 카스타디바가 뭐냐고 물어보는데서 기인하죠.
그래서 카스타디바가 정결의 여신인가 뭐라고 설명하면서 모르겠으면 검색해 보라고 합니다.
검색해 봤더니 이름의 뜻과 달리 불륜, 막장 뭐 그런 거에 이시영이 놀라죠.
그래서 김에 나온 말이 그런 대사였습니다.
물론 고전이 다 막장은 아니겠습니다만, 작가는 또 그렇게 보았나 보죠.
그리스 로마 신화만 봐도 그렇고, 성경도 막장 같은 이야기가 많이 나오거든요.
며느리가 시아버지하고 동침하고 그러잖아요.
막장은 그런 것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준다는 면에서 다소 민망하고 충격적이긴 하지만그런 것에서 일명 카타르시스를 느끼니까 막장을 보기도 하고 그런가 봅니다.
말 한마디란 게 전체를 대변하진 못하는 것이고 그 순간만큼은 어느 한 면만을 얘기하는 거라 한 입 가지고 두 말하는 뭐 그렇고 그런.... 암튼 그런 거 아니겠어요?
누가 알겠습니까? 엄태웅이 저렇게 얘기하고도 딴데 가선 고전은 좋은 거라고 얘기할지. 끙~

전 그냥 보고 넘길 수가 있는데 야무님은 그럴 수 없으신가 봅니다.
하지만 야무님의 이 글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네요.
혹시 기회되신다면 그 드라마 함 보세요.
문제의 눈으로 보자면 문제작이긴 해요. 아내의 불륜을 연애로 바꿔서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남편의 시선 뭐 그런 건데 뭐 꼭 그것만 다루겠습니까? 그것을 통해 남자가 모르는 여자의 연애를 다루는 뭐 그런 것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드라마가 예뻐요. 연출이 원래 영화감독인데 잘 만들 거든요.
원래 드라마는 할 얘기가 풍성하죠. 물론 거의 대부분 뒤돌아서면 잊어버릴 이야기지만. 가볍게 봐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 이거 괜히 얘기했다 긁어 부스럼 만든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그냥 저의 생각은 그렇다는 정도로 봐주시길...3=3=33

yamoo 2014-12-14 15:06   좋아요 0 | URL
저는 이 드라마를 안 봐서 뭐라 드릴말씀은 없습니다. 근데, <생각의 오류> 책을 보는 와중에 글을 본지라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자의 지향하는 바를 구현하다 보니 이런 글이 나왔네요..^^;;

그나저나 스텔라님 올만입니다!~

oren 2014-12-12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음을 자아내는 말들이 언뜻 듣기엔 참 그럴 듯하지만, 그 속에 담긴 `생각의 오류`를 파고 드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은데, yamoo님께서 참으로 쉽고도 명쾌하게 설명해 주시네요. ㅎㅎ

yamoo 2014-12-14 15:07   좋아요 0 | URL
아이구, 오렌님 이런 글도 명괘한 설명을 봐 주시니 감읍드립니다. 좀더 쉽고 명쾌하게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

 

갑자기 다음 검색어 1위에 핑거스미스가 보였다. 뭐지? 하면서 클릭했더니, 박찬욱 감독이 셰라 워터스의 원작 <핑거스미스>를 리메이크 하여 작품을 만드는가 보다. 타이틀은 <아가씨>로 정해진 거 같은데, 좀 뜨악한 느낌이 없지 않다. 원작 <핑거스미스>는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박착욱 감독은 <아가씨>의 시대적 배경을 1930년대 한국과 일본으로 설정한 듯.

 원작의 상속녀는 김민희가, 소매치기 소녀는 김태리, 백작은 하정우 등을 캐스팅 했다고....뉴스에서 알려준다.

 

 원작 소설이 워낙 빼어나서 <아가씨>의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원작을 각색한 영화를 먼저 봤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결말에 홈런을 치던데...퀴어영화제 초대작이라 해서 작품성만 높은 영화로 생각하고 보았는데, 이건 본질이 스릴러 였다. 얼마나 재밌게 봤는지 나중에 원작 소설까지 찾아 읽게 되었다. 원작이 영화보다 훨씬 몰입도가 높았다. 두꺼운(700페이지를 가뿐히 넘었다) 페이지가 어느새 바람처럼 넘어가 있었다!

 

 <아가씨>의 흥행 관건은 아마도 박찬욱 감독의 연출력에 달려있을 듯하다. 워낙 원작의 스토리가 탄탄하여 자칫하면 <핑거스미스>의 아류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2.

 

 

어제 맥스무지 할인권으로 조조 영화 <퓨리>를 보았다. 아, 브레드 피트는 나이들면서 연기의 완숙도가 무르익어 가는 것 같다. 네이버 평점에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점수를 주는 사람들은 영화를 발로 본 모양이다. 이 정도 퀄러티의 전쟁영화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재미와 감동 그리고 사실성을 모두 잡았다고 생각하는 수작이라 생각한다.

 

특히 타이거 탱크와 퓨리가 접전하는 씬은 정말 탁월했다. 전차 싸움을 이리도 탁월하게 연출한 감독은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이 처음이지 않을까 한다. 카메라 앵글의 현란함은 이 영화의 최고 씬이지 않을까 한다.

 

전쟁의 사실성을 담담히 보여주는 씬과 적재 적소에 배치된 성경 구절은 절묘했다. 개인적으로 전쟁영화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고 싶다.

 

 

3.

 

 

 

개봉 영화를 보고 온 날, 잠들기 전 모 p2p사이트에 가니 문제의 고발영화인 <카트>가 뜬게 아닌가. 이틀 전 9시 뉴스에서 <카트>에 대한 영화 소개를 보고 볼 결심을 했는데, 오~ 제때 뜬 것이다. 닥치고 감상했는데....결론적으로 빡쳐서 잠을 설쳤다. 19세기 맨체스터 노동자들과 21세기 우리나라 마트 노동자들은 별반 다를게 없었다.

 

모든 시스템이 있는 놈들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약자는 항상 착취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역겨웠다. 누구 말마따나 정치인들이 이들과 같이 1주일 동안만 같이 생활해 보면 현실적인 정책 대안들이 줄줄 쏟아질텐데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안철수 씨는 이런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나보다. <4천원 인생>을 보는 와중에 영화를 봐서 더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가 400만도 넘지 못하고 있다던데....안타깝다. 나부터도 <퓨리>를 봤으니...에휴~ 여기 출연한 배우들이 출연료를 거의 받지 않았다는데, 여기 주연으로 나온 염정아, 문정희, 이영애, 김강우 등은 아름다운 배우들이다. 이들의 열연에 경의를 표하며 2번 봤다.

 

이런 고발영화는 널리, 널리 보여지고 회자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바뀌고 마트나 식당에 가서 투명인가 취급하는 4천원 노동자들을 인간의 눈으로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우리 자신을 착취하지 않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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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12-10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핑거스미스]는 책장에 꽂혀있기만 몇 년인데요...그렇게나 재미있단 말입니까? 이제는 저도 봐야겠어요. 불끈!

yamoo 2014-12-11 12:10   좋아요 0 | URL
네, 꼭 보시길~ 좀 두껍지만 정말 재밌습니다. 소설 좋아하시는 다락방님께서 이 소설을 아직 읽지 않았다는 것이 의외입니다. 보시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