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초순 경이었을 것으로 기억된다. 참새가 방앗간 그냥 지나치지 못해 알라딘 신림점을
둘러 보려고 들렀다. 자주 확인하는 코너를 기웃거리다가 엄청난 책들을 발견했다. 책을 사지 않고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예기치 않게 20권 가량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모으고 있는 을유문화사 크로노스 총서가 대거 들어와 있었던 거다!

 

거기다가 항상 찾아다녔던 까치출판사의 서양사 절판도서까지 있었으니, 생각이고 뭐고 할 게 없이 바로 결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중동의 역사>나 <비잔틴 제국사>같은 책은 도서관에서 보고 소장하고자 헌책방을 찾아다녔는데, 그날 알라딘에서 만나거다. 심마니가 심봤다고 하는 게 그런 기분일 거다.

 

어쨌든 그날 나는 내가 찾던 책들을 한아름 안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오늘은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시리즈 중 하나인 크로노스 총서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물론 알만한 사람들은 알 겠지만..

 

 

을류문화사의 KRONOS 시리즈는 책 내용을 떠나서 정말 모으고 싶은 총서다. 책이 매우 이쁘게 만들어졌기 때문. 읽어보니, 시리즈의 명칭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겠지만 역사 총서였다.

 

시리즈의 책 날개를 보면 <크로노스 총서>의 탄생을 알리는 문구와 함께 다음과 같은 부제가 걸려 있다. "세계의 석학들이 참여한 간결하고 새로운 형식의 역사 읽기 프로젝트" 석학들이 참여했다고 모두 좋은 책은 아닌 것 같다. 관심을 갖고 몇 권을 읽어 내니, 괜찮은 책도 있었지만 별로인 책도 있었다.

 

이 시리즈의 책을 7권 갖고 있었는데, <르네상스>나 <종교개혁> 그리고 <이슬람>은 내용 자체로도 훌륭했다. 각 테마에 맞는 역사적 입문서 구실을 하는 책들인데, 고교 세계사 수준을 넘는(학부 교양 수준 정도), 내용임에도 알차고 쉬운 서술이 영양가 만점 이었다.

 

 

 

 

 

 

 

 

 

 

 

 

 

하지만 <독일제국>과 <근대 일본>, <런던의 짧은 역사>는 그리 높은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산만함이 결정적이었고, 번역 문제도 한 몫 했다. 그에 반해 <기업의 역사>는 좀 피상적이었다. 익히 알려진 내용이라 새로운 게 거의 없었다. 지루했다. <셰익스피어의 시대> 역시 지루하긴 마찬가지였는데 그건 내가 셰스피어 작품들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품을 모르면 정말 읽기 곤욕인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찾아다니던 책도 있었다. 도서관에서 보고 꼭 소장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수학의 역사>, <도시의 역사>, <진화의 역사>, <아메리카의 역사> 등이 소장 목록이다. <수학의 역사>를 지난 여름에 제일 먼저 손에 넣었다. 읽어 보니 역시 찾아다닌 보람이 있다. 내가 갖고 있는 800페이지 짜리 <수학사>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다. 물론 역사서라 전문 수학적 내용은 나오지 않지만 수학의 역사를 스케치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책이었다. 그래서 <진화의 역사>, <도시의 역사> 등을 항상 찾아다녔다. 알라딘 중고서점을 매일 들르는 것도 이런 책을 찾기 위해서다. 그런데 바로 그날 찾던 책들을 떼거지로 만난 거다. 정말 운이 좋았다!

 

 

 

 

 

 

 

 

 

 

 

 

 

 

 

 

 

 

 

 

 

 

 

 

 

 

 

 

 

 

 

그외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다. 제목 자체만으로도 흥미진진할 거 같다. 특히 <야구의 역사>가 구미를 당긴다.

 

 

 

 

 

 

 

 

 

 

 

 

 

 

 <공산주의>는 어떤 시각으로 쓰였는지 살펴보고 싶고, <발칸의 역사>는 이전부터 궁금했던 지역이다. 살림 문고본에서 나온 발칸의 역사는 좀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발칸의 역사>를 구입했다. <비폭력>의 역사는 어떻게 전개 됐는지 궁금해서 구입했다. 

 

 

 

 

 

 

 

 

 

 

 

 

 

 

 

 

 

 

 

 

 

 

 

 

 

 

 

 

 

전체적으로 크로노스 시리즈는 괜찮다. <지식인 마을>시리즈 만큼 어느 정도의 퀄러티를 보장한다. 책 디자인도 빼어나 꽂아 놓으면 참으로 예쁘다~ (지금 나오는 판이 아니다. 꼭 이전 판본을 구입해서 꽂아야 한다~ㅎ) 얼마나 예쁘냐면... 현재 갖고 있는 크로노스 총서의 기념샷이다. 제대로 꽂아 놓지 못하여 미감이 반감됐다. ㅜㅜ

 

 

여러모로 관심을 갖고 있는 총서 이기에, 발간사를 갈무리 해 놓는다. <크로노스 총서>와 함께 나름의 '역사 읽기 프로젝트'를 가동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관심이 동하는 7권 정도만 끝내도 프로젝트를 완료한 뿌듯함 정도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Kronos)신'은 만물의 생성과 소멸을 관장하는 제왕으로서 '시간, 세월'이라는 어원에서 나아가 '연대기'라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크로노스 총서는 세계역사학계의 저명한 석학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 대해 테마별로 집필한 새로운 개념의 역사 개론 시리즈이다. 200쪽 내외의 짧고 간결한 글 속에 시대를 이끈 위대한 인물과 사상, 문화, 종교제도 그리고 전환기적 사건 등의 역사적 편린들을 씨실과 날실로 엮어서 인류 역사의 거대한 조감도를 그려내고 있다.

깊이 있는 내용과 생동감 넘치는 이 역사 시리즈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뿐만 아니라, 역사 읽기의 길잡이 역할을 해줌으로써 폭넓은 교양 형성에 도움을 줄 것이다.

 

 

 

 [덧] 

 

단언하건대 요즘 나오는 책보다는 이전판의 디자인이 훨씬 좋다! 신판과 구판을 비교해 보면 대번 알 수 있을 듯..사진보단 일러스트레이션이 훨씬 낫다~ (수학의 역사 일러스트레이션은 최악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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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16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서울 알라딘 중고샵은 시중에 구할 수 없는 책을 구할 수 있는 보물섬 같은 곳이에요. 저도 서울에 들리면 종로점을 꼭 가는데 정말 운이 좋으면 책방에서도 찾기 힘든 책을 찾을 때가 있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서울 알라딘 중고샵에 다 가보고 싶습니다.

yamoo 2015-01-16 20:47   좋아요 1 | URL
가끔 알라딘에만 절판 도서들이 대거 몰려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때에는 정말 저렴한 가격으로 절판 도서를 데려올 수 있지요..
서울은 상대적으로 알라딘 중고점이 많아 조금만 검색을 하면 좋은 책을 찾을 수 있어 좋습니다. 경기권까지 넓히면 1달에 한 번 정도는 원하는 책을 손에 넣곤 합니다~^^ 대구 부근에도 있지 않나요?? 없으면 조만간 생기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견해 봅니다~ㅎ

가넷 2015-01-18 11:13   좋아요 0 | URL
대구에도 생긴지 오래되었습니다. ㅋ

cyrus 2015-01-18 14:19   좋아요 0 | URL
대구 알라딘 서점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은 번화가에 있어서 여기 지나가면 꼭 알라딘 서점에 갑니다. 그래도 서점이 여러 개 있는 서울이 부럽습니다. ㅎㅎㅎ

돌궐 2015-01-17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라딘 분당점에 갔다가 몇 개 좋은 책 건진 적이 있어서 공감하며 봤습니다.^^
기회가 되면 서울점에도 한 번 들러봐야겠어요.
크로노스 시리즈는 기억해 뒀다가 도서관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소개 감사합니다.

yamoo 2015-01-18 00:01   좋아요 0 | URL
분당점에 가셨었군요. 지하철이나 버스로 1시간 내에 갈 거리이면 알라딘 중고서점을 방문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라는 걸 알라딘이 생겨나면서 알게 됐습니다. 가서 구경하다보면 의외로 좋은 책이나 절판된 책을 구할 수 있어 아주 좋은 나들이입니다.ㅎ
서울에는 강남, 종로, 대학로, 신림, 노원, 건대, 신촌점 등이 있습니다. 사시는 곳에서 최고로 가까이 있는 서울점에 방문해 보시면 돌궐님 눈에 띠는 역사서를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한 번 방문해 보시길!

크로노스 시리즈는 돌궐님에게는 별로일 수도 있습니다. 책 시리즈 모두 개론서로 집필된 것들이거든요~ <세익스피어의 시대>나 <야구의 역사>, <수학의 역사>, <도시의 역사>는 분과학문의 통시적 관점으로 엮어진 책들이라 돌궐님도 재밌게 일독하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4년 뒤부터 모 교육기관에서 소설과 드라마 강의를 들었다. 나중엔 교육기관을 옮겨서 시 강의도 들었다. 이런 배움의 시간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람이 아닌 것 - 책 - 에 대해 설렘을 가져 본 최초의 경험이었다. 책에 대한 설렘은 ‘문학’, ‘독서’, ‘작가’ 등의 낱말만 들어도 설렘을 느끼는 것으로 이어졌다.  

페크님 서재 페이퍼 중에서..

 

 

올만에 페크님 서재에 가서 글을 읽는 와중에 발견한 부분이다. 페크님은 글쓰기를 매우 좋아하시는가 보다. 책읽고 글쓰고, 그리고 또 읽고 쓰고... 알라딘 서재를 운영하시는 많은 분들이 페크님처럼 글에 대한 욕심이 많고, 그래서 저런 글쓰기 수업을 듣는 분들이 꽤 되는 것 같다.

 

나는 글에 대한 욕심이 지금은 거의 없다. 한 때는 매우 날카롭고 논리 정연한 글을 쓰는 것이 그렇게도 부러웠다. 특히나 엔날 중앙일보 강위석 님의 칼럼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저런 정도의 글을 쓰나 하고, 매우 부러워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글쓰기 수업을 들어 본 적은 없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학교 교육을 제외한 '가외' 공부를 받아본 적이 없다. 특히나 돈을 내고 어떤 수업을 듣는 사치는 한 번도 누려본 적이 없다. 30대 중반까지! 그냥 난 모든 걸 독학으로 학습했다. 그래서 이전에는 스승의 중요성을 전혀 알지 못했다.

 

배울 생각도 별로 하지 않았다. 어떤 걸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거의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옷에 관심을 갖고 옷을 배워보고자 처음으로 돈을 내고 수업이란 걸 들어보았다. 그때 어떤 것을 배운 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건지를

깨닫게 되었다.

 

어떤 걸 간절히 원해서 배워보기는 처음이었다.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정말 대단해 보였고, 좋은 스승을 많이 둔 사람이 훌륭한 지식과 기예를 갖춘다는 게 당연해 보였다.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많은 시간을 들여 끙끙거릴 때 스승은 아주 간단하게도 나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 그때의 희열이란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겠다. 이전에 내가 몰랐듯이.

 

글쓰기도 그렇고 책읽기도 그렇고 어떤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울 때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학문이라는 분야는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나기가 그 어느 분야보다 어려운 거 같다.

 

내가 대학 때 디자인 학원에서 가르쳤던 분과 같은 사람을 만났다면, 난 만사를 제쳐놓고 학자의 길을 갔었을 거다. 이상하게도 학부 때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는 것이 지겨움의 연속이었다. 이는 대학 교육의 부실함을 내가 막연하게나마 느끼고 있었던 반증이었을 거다. 내 동기들도 하나같이 다 지겨워 했으니. 지금이라고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위에 페크님의 글처럼 나는 아직 글쓰기에 대한 설렘은 없다. 절판된 책에 대한 흥미는 있지만 설렘까지는 아니다. 나의 눈이 뒤집히는 것은 오직 좋은 소재로 잘 재단된 옷을 볼 때 뿐이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그림, 건축, 디자인 전반에 대한 관심은 계속 진행중이다. 이런 분야에 대해서 좋은 스승을 가질 수 있다면 아마도 이들에 대한 관심이 설렘으로 바뀔수도 있으리라. 그러면 지금 패션에 대한 설렘과도 같은 설렘을 저들 분야에서 느낄 수 있을 거다.

 

 

해가 바뀌면서 어떤 계획을 하거나 어떤 바람을 구체화시킨 적이 별로 없다. 매년 그랬다. 하지만 페크님 글을 보니 올해에는 배우고 싶은 분야에 대한 좋은 스승을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아주 우연히 말이다. 그러면 사는 게 훨씬 더 재미있어 질 것만 같다. 돈이 없어도 재미있는 삶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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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04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글에 대한 욕심은 없어요. 대신 책 욕심은 많아요. 한때 페크님처럼 글 한 번 잘 써보고 싶은 도전정신과 패기가 불과 5년 전만 해도 있었는데 이제는 거기에만 신경 쓰다보니 정신적으로 피로감이 느껴져요. 아마도 열정이 확 식어버린 것 같아요. ㅎㅎㅎ

yamoo 2015-01-07 11:36   좋아요 0 | URL
책 욕심은 아주 많은 거 같아요..ㅋㅋ 헌책방 순례하는 사이러스님을 보면 저의 분신같은 느낌을 받곤 합니다..ㅋㅋ

헌책방 순례기와 절판된 책 비교하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서지에 대한 포스팅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페크pek0501 2015-01-05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잘 읽었습니다. 좋은 제목을 뽑으셨군요.

어느 한 분야에서 인정 받는 위치에 올라가려면 두 가지가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나는 좋은 스승을 만나는 일이고 또 하나는 라이벌입니다.
이 두 가지가 있어야 발전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그 나머지는 재능과 노력이겠지요?
이 네 가지를 갖추어야 높은 경지에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몇 가지를 갖추고 있는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하나도 없는 건 아닌지... ㅋㅋ )

yamoo 2015-01-07 11:39   좋아요 0 | URL
흠....저는 라이벌을 생각지도 못했네요. 살면서 라이벌같은 걸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지라...--;;

재능과 노력..공감합니다. 저는 뭘 해도 재능이 없는 거 같아요. 열심히 합니다만...근데, 열심의 강도와 그걸 얼마만큼 지속할 수 있는 끈기가 있느냐...이게 인정받는 위치로 올라가는 핵심 요소 같은데, 전 끈기 마저도 없으니...OTL

저는 그냥 관심만 많은 거 같습니다...관심과 깔작거림..--;;
 

 

 

 

몇일 전 아무 생각 없이 한 편의 영화를 어둠의 루투로 받아 봤다. 사전 지식이 전무 했지만 개봉 전 영화라 기대를 갖고 보았다. 개봉 전 영화는 이상하게 항상 기대를 하게 된다. 더욱이 극장에서 보게 되지 않은 상황이면.

 

첫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벌써 영화 초반부에 경악할 사건이 터진다. 정말이다. 난 그 존의 성 정체성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었다. 바텐더로 위장 취업한 에단 호크와 디카프리오를 닮은 배우의 대화는 일반 바에서 흔히 보는 수작 중 하나였다. 하지만 디카프리오를 닮은 배우의 입에서 내가 아직 여자 아이였을 때....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부터 정신이 확~ 깨었다.

 

가만, 가만..뭐지? 그럼.. 저 디카프리오를 닮은 애가 여자였었다고?? 한 방 맞고 부터는 러닝 타임이 지속될수록 의문은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사건은 계속 뭐지, 뭐지, 뭐지....의 연속이었다. 그러다가 후반부에 머리를 쎄게 한 대 엊어 맞게 된다. 어..어...그런 거였어~! 오~ 근데, 끝난는줄 알았는데,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발목을 잡는다.

 

후반부로부터 마지막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시나리오의 힘! 그러다가 마지막에 경악하게 된다. 흩어진 사건의 조각들이 완벽히 들어 맞으면서 영화 속 주인공이 곧잘 흘리는 '자기의 꼬리를 먹는 뱀' 얘기는 패러독스의 실체를 완벽히 구현해 낸다.

 

3번을 봤지만 보면서 시나리오를 쓴 사람은 분명 마약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썼을 거란 생각을 해봤다. 약을 빨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경지다. 하도 기가 막힌 이야기라 영화 정보를 검색해 봤다. 이 작품을 만든 감독이 바로 <데이브레이커스>를 연출했던 바로 그였다. 마이클 스피어리그. 쌍둥이 형제인 피터 스피어리그와 공동작업으로 이 영화가 탄생한 듯하다.

 

영화 정보에는 각본을 마이클 스피어리그가 썼다고 나오는데, 자기가 쓴 각본으로 자기가 연출했으니, 의도한 대로 영화를 완성한 듯하다. 어쨌든 둘 중 하나다. 그 쌍둥이 형제 중 하나가 약을 빨고 글을 썼든지, 아니면 천재이든지.

 

스릴러 영화를 이런 정도로 흥미있게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게 만들기는 정말 쉽지 않다. 특히 시간에 관계된 패러독스를 다룬 영화들은 논리상의 치명적인 헛점을 반드시 드러낸다. 물론 이 작품도 꼼꼼히 따져보면 결정적인 최초의 출발점이 문제가 되긴 한다.

 

하지만 이건 영화를 2-3번 꼼꼼히 보면서 논리적인 면을 생각해 볼 때 드러나는 것이고, 1번 보고는 이를 간파할 수 없을 정도로 뒷부분 반전이 대단하다. 그냥 경악하다가, '아~씨..그런 거였어?!!' 하면서 영화를 다시 보게 된다.

 

다시 보다 보면, 시나리오 속에서 신들린 듯이 연기하는 배우에 흠뻑 빠지게 된다. 전체 스토리를 이해 하고 있기 때문에 여주의 행동과 대사를 좀더 집중해서 볼 수 있게 된다. 조디 포스터를 닮은 여자가 디카프로오를 닮은 남자로 둔갑하여 남자 목소리를 천연덕스럽게 내는 포스는 이전의 그 어떤 여배우도 해 낼 수 없었던 경지였다.

 

이전에 남장을 한 여배우를 종종 봤었는데, 사라 시누크에 대면, 조족지혈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에단 호크의 연기도 좋았지만 사라 시투크의 연기에 비하면 빛이 바랜 느낌이다. 이 여자의 연기 내공은 정말 대단했다. 이 작품이 메이저 데뷔 영화인 것 같은데, 첫 작품에서 너무도 강렬한 연기를 보여줘, 차기 작이 너무 기대되는 배우이다.

 

뭐, 지금까지 여러 찬사를 주절거려 봤지만 이 영화는 이렇게 촌평할 수 있겠다. 미스터리 스릴러와 시간의 패려독스를 완벽히 일치시켜 스릴러적 재미와 반전의 미학을 극대화시킨 영화라고. 시나리오, 연출, 배우의 3박자가 완벽히 들어맞은 대작이라고. 그래서 소위 쩌는 한 편의 영화가 탄생했다고.

 

알라디너에게 강추드린다! 보시라~ 정말 후회없는 시간을 경험하실거라 나, 야무는 확신한다!

 

 

 

[덧]

요즘 보고 싶은 개봉 영화들 때문에 죽겠다. <테이큰3>를 시작으로 <엑스 마키나>, <언브로큰>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타임 패러독스>를 봤으니 나머지 2개를 저들 중에서 선택해야 겠다. 그런데, 정말 뭘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다. 다~보고 싶은 것들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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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1-04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시나리오 쓴 사람이 약을 빨지 않고는 그렇게 쓸 수 없다고는 하나
같은 영화를 3번이나 보신 야무님도 못지 않으신데요?
전 1번 이상은 못 보겠던데...ㅎㅎ 3=3=333

yamoo 2015-01-07 11:32   좋아요 0 | URL
이 영화는 1번 보면 궁금증이 뭉게뭉게 피어나고 끝을 보고난 후에는 반드시 1번을 더 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힙니다..ㅎㅎ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지 않으시거나 시간 여행 하는 소재를 별로라고 생각하시면 패쓰하셔도 상관없겠습니다^^
근데, 한 번 봐 주는 것도 괜찮습니다. 여주 연기가 정말 대단하거든요~^^

페크pek0501 2015-01-0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까지 영화가 기대되게 만드는 글입니다...
숨도 안 쉬고 읽어 내려온 듯한... ㅋ

yamoo 2015-01-07 11:34   좋아요 0 | URL
헐~ 이런 칭찬까지 들 정도의 추천 글은 아닙니다만...^^;;

논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이 영화를 매우 상찬하더이다. 스릴러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더라도, 논리적 패러독스를 메인으로 내건 영화이니 보시면 재밌게 감상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ㅎ
 

새해가 밝았다! 작년에 비해 올해에는 좀 더 발전된 한 해가 되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런 기대를 해 보게 된다.

 

올해엔 서재 활동도 좀 열심을 내야 겠다. 게으름을 조금 걷어 내려면 좋아하는 거에 집중해야 하는데, 서재에서는 책 얘기와 함께 내 옷 스타일에 대한 얘기도 늘어 놓아볼까 한다.

 

서재에 옷 얘기라니, 좀 엉뚱한 면이 없지 않지만 서재 포스팅을 늘리려면 이것밖에 없는 듯하다. 하이드님 서재를 보면 플라워에 대한 포스팅이 상당수를 차지하는데, 나도 하이드님의 서재 활동을 본 받아야 겠다. 서재에 꽃 애기가 정말 많은 호응을 받고 있으니!!

 

나는 뭐, 옷으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옷을 책만큼이나 좋아해서 날마다의 옷 차림에 대한 얘기를 주절거려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이드님의 페어퍼와는 질적으로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시도 하는 건 상대적으로 포스팅을 많이 할 수 있어서다.

 

주로 데일리 룩에 대한 착장 사진과 그에 대한 내 짧은 느낌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내가 이 무모한 짓을 하는 데에는 드라마 '미생'에서 뜬 강소라가 아주 혁혁한 공헌을 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드라마 미생을 딱 3편 봤다. 중간에 1편 후반부에 1편 그리고 마지막편. 미생 마지막편을 보고 얼마 안 있어 강소라 드레스라는 게 화제가 됐었다. 강소라가 무슨 어워드 시상식 상에 갔나 본데, 거기서 입은 미니 드레스가 나중에 H&M의 3만 9천원 짜리 드레스임이 밝혀진 거다. 청중 대부분은 명품 옷이라 생각한 바로 그 옷이!

 

(왼쪽에 강소라가 입은 푸른 드레그사 3만9천원 짜리 H&M 드레스. 오른쪽 명품 드레스와 비교해도 전혀 빠지지 않는 자태를 드러낸다.)

 

이후에 H&M에서 강소라 드레스가 최단 시간에 완판 됐다는 후문. 강소라가 개인적으로 사서 입고 간 거라, 강소라 스타일리스트가 매우 미안해 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단다. "브랜드와 상관없이 언제나 배우를 돋보이게 하는 의상을 선택해야.."

 

내가 추구하는 바와 완전히 일치하는 말이 강소라 스타일리스트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는 게 좀 재밌었다. 스타일리스트가 강소라에게 미안해서 일종의 자기 합리화를 위해 한 말처럼 들렸지만 이 말은 모든 배우들이, 아니 모든 사람들이 새겨 들었으면 하는 말이었다.

 

3만 9천원 짜리 옷을 명품옷처럼 보이게 입는 그 스타일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가치다. 아무리 수 백 만원 짜리 옷을 걸치고 명품 백을 들었다하더라도 사람드리 시장 바닥에서 산 것처럼 생각한다면 돈을 시궁창에 버리는 것과 매한가지가 아닐까.

 

그런데, 이런 상황은 남 얘기가 아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친구들과 대다수의 옷에 무지한 남성들에 대한 애기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별로 좋지도 않은 수트를 백화점에서 100만원을 주고 사서 입고 다닌다.

 

근데, 그 수트가 정말 100만원의 가치가 있는 줄로 생각한다. 항상 그 브랜드를 입으면 기분이 달라진단다. 내가 수트에 대해 뭐라 하면, '이게 어느 브랜드껀데..'하면서 비싼 가격을 들먹인다. 그 수투가 20만원 정도밖에 안한다는 걸 그들은 진정 모른다.

 

남성 잡지를 펴도 거기 실려 있는 남자의 물건들은 겁나게 비싼 것들 뿐이고, 패션 블로거란 사람들이 운영하는 자신들의 룩을 봐도 비싼 것들 뿐이다. (물론 멋지다!) 남성 잡지에서 소개된 물건들보다야 저렴하지만 패션 블로거들이 자신들의 룩이라고 선보이는 사진들을 보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사실 유명 패션 블로그를 보면 한 포스팅 당 수십개의 덧글들을 볼 수 있다. 인기 블로거이다 보니 추종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이들 덧글들을 보면 각 아이템들의 브랜드들을 열거하며 서로 멋지다고 난리다.

 

예를 들어 패션 블로그의 모 브랜드 구두 포스팅을 보며 자기(덧글을 달고 있는 자신))도 있는데, 너무 좋단다. 밑의 덧들들은 이에 조금씩 덧붙인다. 이 슈즈의 라스트는 예술이라는 둥 브로그가 치밀하다는 둥 가죽 색깔이 죽인다는 둥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둥 찬사를 늘어 놓는다.

 

근데, 이 구두의 가격은 100만원 가까이(세일 해서 80에 아주 합리적으로 구매했단다) 된다. 블로그의 주인장들은 이런 구두 자랑을 일 주일에 한 두 번씩 한다. 정말 능력자다. 상속자이거나 자기 부모가 갑부가 아니고서야 20 후반의 나이에 이런 구두를 몇 십 켤레씩 소장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일반 샐러리맨들로서 반갑지 않은 이유를 알 것이다. 구두 100만원, 자켓 80만원, 코트 100만원..일반 샐러리맨들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어느 잡지, 어느 블로그를 돌아다녀봐도 남성 클래식 사진 속 착장 물건들은 쉽게 구입할 수 없는 가격대들이다.

 

그들의 스타일 사진 속 아이템들을 모두 구입한 비용은 대체로 100~200만원 사이다. 200을 훌쩍 넘는 스타일 사진도 많다. 일반 월급 쟁이 남자가 감당하기에는 턱 없이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들의 룩을 추종하면서 비싸면 다 좋은 것인 줄 안다. (물론 비쌀수록 값어치는 한다.)

 

나는 이런 패션 블로그를 보며 그들과 비슷한 것을 사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남성들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 친구들에게 백화점 매장에서 수트를 구입하는 걸 말리고 싶다. 더군다나 백화점 매장 가격이 1/5이 그 옷의 적정 가격임을 말려주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이 서재에다가 내 스타일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옷에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멋져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이런 방자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을 하는 이유는 이렇다.

 

나는 내 스타일이 맘에 든다. 시간을 들여 재미있게 선택한 내 옷차림을 사람들이 좋게 봐주기 때문이다. 나와 만나는 사람들은 언제나 내가 고른 것들을 모두 좋게 봐주고 어디서 샀냐고, 어디 브랜드냐고 묻는다.

 

하지만 내가 입고 걸치고 드는 것들은 모두가 아주 저렴한 것들 뿐이다. 대개가 3-5만원 정도이다. 하지만 백화점에서 사서 착장할라고 하면 적어도 50~100이상은 줘야 하는 것들이다.

 

나는 싼 물건도 비싼 물건 못지 않게 멋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데일리 룩'이란 걸 포스팅 해 보고 싶은 거다. 숏다리이고 패션 블로그들에 비해서는 비교 불가능할정도로 열등하지만, 저렴한 옷들도 얼마든지 매력적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다.

 

200만원 짜리 풀 착장은 멋지다. 하지만 너무 과도하지 않은가. 20만원으로도 그 비슷한 스타일을 낼 수 있다면 나는 그게 패션 스타일에서 '오캄의 면도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비슷한 스타일을 갖는다는 건 확실히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더 낫지 않은가 말이다.ㅎ

 

 

작년에 수트 착장 사진을 올린다고 했는데, 날씨가 따뜻해서 셀카를 찍어 봤다. 옷을 바닥에 펼쳐 놓을 때가 입었을 때보다 더 아름답다는 걸 새삼 느낀다. 데일리 룩을 포스팅 할 예정이라 그 시작을 이 사진으로 골랐다. 뭔가 많이 아쉬워 룩 하나를 더 올려본다.

 

 

약속했던 팔질레리 원단으로 맞춘 수트다.

워낙 비율이 안 좋아, 더욱이 핸펀 사진이라 구리지만

그래도 착장 사진을 찍어 봤다. 25일 전후로 날씨가

따뜻하여 저런 차림으로 나가도 춥지 않았으니..

수트 : 이전에 말한대로 총60

슈즈 : 모 사이트에서 단돈 6.0에 구입한 스웨이드 더블 몽크 스트랩

양말 : 유니클로. 세일할 때 1켤레 1000원 주고 구입.

패딩 베스트 : 오렌지 팩토리에서 구입한 것 3.5

머플러 : 작년 스트릿 사진에서 밝힘

 

 

빨강 더플 코트 : 일본 빈티지 매장에서 3.5주고 구입

안에 입은 자주색 자켓형 베스트 : 일본 빈티지 사트에서 가격 후려칠 때 2.5에 구입

안에 입은 베이지 숄 카라 카디건 : 요즘 H&M에서 1.9에 세일 중

이너로 입은 얇은 터틀넥 : 플로렌스&프레드 1.5

작은 윈도 페인 팬츠 : 11월 명동 에이랜드 구제코너에서 득템 3.5(유나이티드 애로우)

머플러 : 계속 재활용..ㅎㅎ

슈즈 : 5년전 옥션에서 켤레 당 7천원에 가격 후려칠 때 산 것. 타탄 체크라 회색과 빨강을 샀는데, 현재 빨강만 건재하고 회색은 2년 전에 떨어져서 버렸다.

흠...그러고 보니 총15도 안 되네..

 

 

지난 한 해 제 서재를 방문해 주시고 좋은 댓글로 나눔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천성이 워낙 게으른 관계로 일일이 서재 방문을 못하는 걸 용서하시길~

새해에는 바라는 것들을 성취하시고, 건강하고 즐거운 한 해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야무의 서재에 오시는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사진을 보시고...돌은 던지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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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고숨 2015-01-01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댓글에 결례일까 망설이다가... 너무-) 귀여우셔욤;; 비싸지 않은 옷을 고급스럽게 소화해내는 게 더 멋진 스타일이라는 의견에도 동감이고요. 그리고 저는 이상하게 이런 게 궁금한데요, (속닥) 내복,,, 입으십니까?

yamoo 2015-01-02 14:16   좋아요 0 | URL
아...다락방님 서재에서 자주뵙던 에르고숨 님! 반갑습니다. 제 서재에서도 님의 댓글을 볼 수 있다니!

흠..제가 귀여운가욤?? 전 귀엽다는 소리를 매우 싫어했지만 몇년 전 지인이 그건 칭찬으로 받아들이라고 해서 그 이후부턴 기분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그리고 의견에 동감을 주시니, 앞으로의 페이퍼 쓰기에 힘이 될 듯합니다.

내...겨울철 필수품 중 하나가 내복과 목티입니다. 추위를 너무 타서 셔츠를 거의 입지 않습니다. 입어도 안에 아주 얇은 터틀넥을 입어야 합니다. 내복은 아니지만 유니클로 히트텍이 없으면 정말 큰일납니다~^^

수이 2015-01-0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귀여우신데요. 저도 결례일지도 모르겠으나 일단 든 생각은 이래서. :)

yamoo 2015-01-02 14:18   좋아요 0 | URL
헐~ 야나님까지 귀여우시다고 하지....감사합니다. 옛날 같았으면 버럭 화가 났었을 법한데, 요즘은 아주 칭찬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cyrus 2015-01-0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군대 동기 중에 옷장사했던 형이 있어요. 장사 수완도 좋고, 패션 감각에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옷에 관한 썰만 풀면 야외근무 1시간이 지루하지 않았어요. 그 형도 말하더군요. 자신도 브랜드 있는 옷을 팔아봤지만 아무리 옷 잘 입고 싶어도 비싼 돈 들여가며 고급 브랜드에 사는 손님들이 한심하다고 말했어요. 저한테 너무 고급 브랜드 옷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앞으로도 패션 관련 글을 쓰신다면 개성 있는 알라디너가 되실 겁니다. ^^

yamoo 2015-01-02 14:21   좋아요 0 | URL
정말 패션의 고수들은 보세옷과 자기가 만든 옷을 입고 다니더이다~ 브랜드 옷은 걍 가볍게 치부하고..ㅋㅋ 그런 사람들은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소재로 독특한 디자인으로 자기만의 옷을 만들어 입습니다. 보기에도 정말 멋지구요.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이 옷이니까요. 자신도 오직 세상에서 하나 뿐인 존재이니..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이러스님!^^

야클 2015-01-02 0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yamoo 님의 `용감하고` 멋진 패션에 박수를! ㅎㅎ 잘 읽고, 또 공감하며 갑니다. ^^

yamoo 2015-01-02 14:22   좋아요 0 | URL
오~ 야클님의 칭찬 감사합니다!! 잘 읽어 주시니, 앞으로의 페이퍼 쓰기에 힘이 나는 듯합니다~ 공감해 주시니 쓴 보람이 있네요.

올해에도 야클님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드립니다!

순오기 2015-01-02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감과 스타일이 좋은데요~~^^
사진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 찍으면 더 좋을 거 같아요!

yamoo 2015-01-02 14:2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의 댓글이 아니었다면 수트 착장 사진을 올리지 않았을 겁니다. 어쩌면 새로운 페이퍼를 쓰게 동기부여를 해 주신 분이 순오기님이실 겁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근데, 사진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 찍으면 얼굴이 나오는 관계로 어쩔 수 없이 항상 저렇게 찍을 수밖에 없더군요. 사람들에게 찍는 걸 부탁드려 봐야 겠습니다..ㅎㅎ 어쨌든 좋게 봐주셔서 고압습니다!

oren 2015-01-02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amoo 님의 옷차림 사진들을 보면 한 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친구들 중에서도 yamoo 님과 얼핏 닮은 듯한 차림새를 자랑하는 애들이 있는데, 굳이 얼마짜리냐고 물어보지는 않는답니다. 너무 예상을 벗어나기 일쑤여서 말이지요. ㅎㅎ

yamoo 2015-01-02 14:33   좋아요 0 | URL
어느 정도 사회 생활을 하고 나이가 들면 좋아보이는 것들이 대부분 비쌉니다. 생활 속에서 안목이 높아지고 어느 순간 눈에 좋아보이는 것이 비싼 거라는 걸 직감하게 됩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멋진 차림새의 젊은 남자들을 보면 주로 자기들이 입은 것들에 대해서 서로 자랑하는 걸 듣게 됩니다. 어디서 샀고 브랜드는 뭐고 얼마 줬다고. 이들은 대부분 강남 편집숍에서 물건들을 구매하는 것 같습니다. 가격은 뭐 그냥 다 비쌉니다~ ㅎㅎ

오렌님 정도의 나이대면 실루엣이 아닌 소재로 결판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소재는 기본 디자인이라도 그 자체로 광채를 발합니다. 닥스 스타일을 생각하시면 될 듯해요. 닥스 정도면 오렌님에게 가장 어울리는 브랜드가 아닐까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1-03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스타일 취향이 저와는 180도 다르군요. ㅋㅋㅋㅋㅋ
지금은 많이 순화되었지만 한때 저는 히피 스타일`이었습니다.
지금은 나이가 드니 얌전한 스타일로....
중요한 것은 결국 자신감이더라고요. 자신감만이 개성을 키우게 됩니다.

yamoo 2015-01-04 15:01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ㅋㅋ 아방한 곰발님 스타일과는 대척점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뭐, 그렇다고 제가 아방한 스타일을 안좋아하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학부때 저도 아방한 스타일을 곧잘 입고 다녔거든요~ㅎㅎ 특이해 보이는 건 죄다 입었던 거 같습니다..ㅎㅎ

근데, 머....곰발님 정도는 아니었습니다.ㅎ

스타일은 자신감이라는 거에 정말 공감합니다. 아무리 비싼 옷을 걸쳐도 `좀 이상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 역시나 어색한 티가 팍팍 나고 옷과 사람이 따로 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랄까요~
 

벌써 클스마스 이브가 됐다는 거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네..저는 날짜가는 것도 모르는 어처구니 없는, 그리고 대책 없는 넘..ㅜㅜ

 

올 한 해 내가 본 것, 들은 것, 등등을 정리해 봐야 하는데, 그럴 염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기억할 수조차 없기에 기억을 짜내 정리를 해 봅니다.

 

 

개봉 영화도 매달 한 편씩 꾸준히 보았는데, 돌이켜 보면 4-5개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가장 재밌게 본 게 <퓨리>였고, 가장 의미 있게 본게 무슨 쓰레기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사회고발 다큐 영화였는데, 당최 제목이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OTL

 

그래도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를 꼽는다면 <베스트 오퍼>를 꼽습니다.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정말 최고의 몰입도를 보여주는 영화였고, 끝에 반전과 숨겨진 퍼즐을 맞추는 재미도 솔솔했습니다. 이걸 종로 스펀지에서 보았는데, 이 정도의 작품이 흥행에 실패했다는 게 의아할 정돕니다. 어쨌든 저는 올해 놀란 감독의 영화보단 이 영화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음악은 단연 코키아. 천상의 목소리라고 소문이 자자하기에 들어보니 정말 빈말이 아니더군요. 아이러니하게도 메탈 매니아에게 추천을 받았다는 거. 사실 제가 이미 들어본 적이 있는 가수였는데, 이름을 몰랐습니다. 이력을 보니 실력이 대단하더군요. 이탈리아 유학파 출신의 싱어송 라이터. 여튼 올해 제가 들은 최고의 앨범은 코키아의 <moment>였습니다. 유투브 동영상 연결 서비스가 되지 않아 링크를 걸 수 없는 게 아쉽습니다. 최고는 싱글 '본당의 음'을 꼭 들어 보시길!

 

책은 많이 읽었습니다만...당최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책도 사지 않으리라고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 올해 제가 구입한 책이 어제까지 무려 588권이었습니다! 그것도 알라딘에서만 산게요. 다른 서점에서 구입한 것까지 합치면 가뿐히 700권 가까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ㅜㅜ 이 중에서 새 책으로 구입한 건 20여 권도 안됩니다. 알라딘에서는 12권만 새책으로 구입했네요.

 

 

대부분 구매한 책들이 시리즈를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나머지 책들 역시 '이건 만사를 제껴 놓고 구입해야 돼~'라는 책들이었습니다. 뭐, 예컨대 안셀무스의 <모놀로기온 프로슬로기온>, 스티븐 핑커의 <언어본능>, 에드먼드 리치의 <성서의 구조인류학> 등입니다. 이런 책들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보면 이성을 잃고 그냥 사서 나옵니다. 압 뒤 재지 않구요. 이런 책을 구입하고 나면 후회 보단 병신같은 만족감이 온 몸을 휘감습니다. 후회는 한 열흘 뒤에 밀려오지요. 젠장입니다~

 

그런데 아주 심각한 것은 이들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700권 가까이 구매했지만 정작 읽은 건 100권도 되지 않으며, 더 어처구니 없는 건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은 책이 꽤 된다는 겁니다. 이건 좀 심각한 증상 같습니다.

 

매달 꾸준히 8-9권을 읽었지만 기록해 놓은 달이 몇 달 안돼 뭔 책을 읽었는지 조차 모르겠습니다. 기억 나는 책 중에서 그래도 올해 괜찮다 싶은 책들을 꼽아 봤습니다. 전부 구간들이라 신간 위주로 읽으시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안될 것들이지요..ㅎ 어쨌거나 5권 정도만 꼽아 봅니다.

 

 

 

 

 

 

 

 

사실 이미지가 뜨지 않아서 그렇지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기시다 슈의 <게으름뱅이 정신분석1,2>였습니다. 정신분석으로 사회를 분석하는 독특한 시각이 마음에 들었고, 그의 해괴한(?)논리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상당히 의미있고 독창적인 사고를 전개하는 학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사람의 책이 더 이상 번역되어 나오지 않고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참 아쉽습니다.

 

문학은 거의 읽지 않았지만 체홉의 소설을 만난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습니다. <캉디드>와 <로마의 테라스>도 읽었지만 체홉의 단편만큼은 강렬하지 않았습니다. 아, 빠뜨릴 뻔 했습니다. 애드거 알렌 포우를 문지스펙트럼으로 만나, 그의 단편집들을 몇권 읽었습니다. 체홉과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주 늦게 만난 두 작가인데, 제게 소설읽는 재미을 듬뿍 준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체홉과 포우의 단편집들을 많이 사 모았습니다.

 

 

 

 

 

 

 

12월 24일, 이 좋은 날, 전 막간을 이용해서 올 한 해를 정리해 봤습니다. 올 해는 정말 근근히 버틴 한 해 였네요. 이상 날짜 가는 것도 모르는 야무의 한 해 정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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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싸리 2014-12-25 0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시다 슈, 독특한 정신분석학자더군요. 특히 그의 성담론은 새겨볼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책은 나온지 꽤 되어서 다시 낼법도 한데요...

yamoo 2014-12-25 20:33   좋아요 1 | URL
오, 쉽싸리님 이 저자 아시네요! 맞습니다. 그의 성담론은 독특하고도 의미심장합니다. 다시 개정되거나 이 저자의 다른 책들이 번역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글을 참 재밌게 잘도 쓰는 사람이라 번역되어 나오면 컬렉션 할 예정인데요..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쉽싸리님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신지요~ 덧글로 뵈니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