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킨 노트 - 마음을 전하는 5초의 기적
가스 캘러헌 지음, 이아린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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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저자 가스 캘러헌은 암환자다. 그것도 벌써 4번의 암 진단을 받았으며, 외동딸인 엠마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 확률은 채 8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그런 저자는 암 진단을 받기 전부터 남들과 달리 꼭 하던 일이 있다. 그건 바로 아침에 일어나 딸의 도시락을 싸는 일, 그리고 그 도시락에 특별한 종이 한 장을 넣는 일이다. 바로 냅킨에 사랑하는 딸을 향한 짧은 편지를 적어 넣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냅킨 노트는 저자가 암 진단을 받으며 더욱 특별한 일이 되었다. 저자는 매일매일 암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이렇게 사랑하는 딸을 향해 마음을 담아 냅킨 노트를 적어 주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다.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여전히 도시락을 싸며, 그 안에 냅킨 노트를 적어 넣기를 저자는 소망하며, 이것이 그의 꿈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의 편지, 냅킨 노트를 통해, 딸 엠마가 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으로 성장하기를 저자는 바란다.

 

냅킨, 어쩌면 우리에게 어떤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기엔 너무나도 하찮은 물건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위에 사랑하는 딸을 향한 아빠의 간절한 마음이 담아질 때, 그건 단순한 냅킨이 아닌, 세상 무엇보다 커다랗고 소중한 부정(父情) 가득한 것이 된다. 게다가 그 아버지의 하루하루가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작은 냅킨 한 장에 담겨진 커다란 사랑이야기인 『냅킨 노트』는 읽는 내내 감동 가득하며, 눈물짓게 하는 책이다. 가스 캘러헌은 자신의 딸이 고등학교에 졸업할 때까지 자신이 여전히 살아 도시락을 싸고, 그 안에 냅킨 노트를 적어 넣는다면, 그 숫자는 826장의 냅킨 노트가 됨을 계산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약속한다.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때까지 826장의 냅킨 노트를 쓰는 것이 자신이 목숨처럼 지키고 싶은 자신과의 유일한 약속이라고.

 

“알렉스 씨, 비행기에서 당신의 기사를 보고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약속 한 가지를 마음에 새겼습니다. 제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826장의 냅킨 노트를 쓰는 것, 이게 바로 저의 약속입니다. 목숨처럼 지키고 싶은 유일한 약속.”(171쪽)

 

이처럼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만이라도 살아 냅킨 노트를 쓰는 것을 아빠가 소망한다면, 딸은 또 다른 소망을 품는다. 826번째 냅킨 노트를 받고 나면, 827번째 냅킨 노트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이다.

 

“826번째 냅킨 노트를 받고 나면... 그럼 저는 827번째 냅킨 노트를 기다릴 거예요. 아빠는 제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냅킨 노트를 써주셨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쭉 냅킨 노트를 써주실 거예요. 제가 아는 아빠는 언제나 도시락을 싸고, 냅킨 노트를 쓰고, 마음을 나누는 멋진 사람이에요. 저는 냅킨 노트 덕분에 아빠가 저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저처럼 아빠한테서 냅킨 노트를 받는 친구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199쪽)

 

엠마가 아빠에게서 826번째, 827번째, 900번째, 10000번째, 그 후도 쭉 더 많은 냅킨 노트를 받을 수 있길 소망해본다.

 

아울러 이렇게 작은 마음의 표현이 부모와 자녀 사이를 더욱 끈끈한 정으로 묶어준다면, 나 역시 이런 편지를 적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사실 나 역시 딸(초등2학년)에게 가끔 엽서에 글을 적어 살짝 딸 책상에 올려놓곤 한다. 물론, 딸은 엽서를 받고 많이 좋아하고, 딸 역시 엄마 아빠에게도 엽서를 쓰곤 하며, 아빠에게 더 자주 엽서를 써 주길 바라기도 한다. 그럼에도 더 자주 적지 못하던 내 모습을 반성해본다.

 

“냅킨 노트”, 우리 모두의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다면 강력한 사랑의 수단이 될 것이다. 이 책 『냅킨 노트』와 함께 가족의 사랑을 더욱 키워본다면 어떨까?

 

저자가 딸 엠마에게 적어 보낸 냅킨 노트 가운데 한 가지를 적어본다.

 

나의 엠마에게

한 줄기 빛으로도 어둠은 금이 간단다.

아빠가

 

그렇다. 한 줄기 빛으로도 어둠은 금이 가며, 금세 물러나게 된다. 아무리 삶 속에 커다란 어둠이 우릴 짓누른다 할지라도, 냅킨 노트와 같은 작은 정, 사랑, 한 줄기 빛만으로도 우리 삶 속의 어둠이 금이 가며 물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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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청춘에게 - 시인 장석주가 고른 사랑과 이별, 청춘의 시 30 시인의 시 읽기
장석주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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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시를 어려워하는 것 같다. 물론 시란 것이 대체로 함축적인 언어로 써지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시에 대한 독자들 잠재의식 가운데 자리 잡은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시를 어려워하는 독자들에게 시를 읽어주는 ‘친절한’ 작업은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이 책 『너무 일찍 철들어 버린 청춘에게』가 바로 그처럼 시를 읽어주는 책이다. 저자 역시 시인이면서 본인이 선별한 서른 편의 시를 ‘친절하게(?)’ 읽어주고 있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청춘’을 일차적 독자층으로 겨냥하고 있으며, 책 소개에서도 “시인 장석주가 고른 사랑과 이별, 청춘의 시 30”이라 설명하고 있으니, 서른 편의 시들이 대체로 청춘의 시기 겪게 되는 사랑, 이별, 우정, 불확실한 미래로 인한 청춘의 고뇌 들을 다루고 있는 시들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앞에서 이러한 시들을 저자가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말하며, 옆에 물음표를 붙인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저자의 시 읽기는 친절한 해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설’이란 단어는 ‘무엇의 내용이나 의미 따위를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함’이라 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알기 쉽게 풀어서’가 중요하다. 그리고 애초부터 시를 풀어주는 주된 이유 자체가 독자들의 시 울렁증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무엇보다 쉬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시인의 시 읽기는 쉽지 않다. 시인의 시 읽기는 시를 쉽게 이야기해준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시를 통한 세상 읽기라고 해야 할 듯싶다. 그렇기에 단순한 시에 대한 해설로서의 ‘시 읽기’가 아닌, ‘인문학적 시 읽기’라고 해야 옳을 듯싶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애당초 <시인의 시 읽기>는 <시인의 시 읽어주기>가 아닌 <시 읽기>임을 기억해야 한다. 애당초 시인은 시를 우리에게 쉽게 풀어주려는 마음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도리어 이 책은 소장하며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그만큼 작가의 통찰력이 멋스럽다. 시를 읽는다기보다는 시를 통해, 세상을 읽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시라는 텍스트(text)를 단순히 해설하고 설명하는 책이라기보다는 기존에 존재하는 시를 통한 또 하나의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텍스트 이야기를 이왕 했으니, 한 가지 이야기를 더 해보자. 시인은 서른 편의 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며, 꼭 그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각 시를 잉태하여 세상에 출산한 시인들이 과연 그 시를 어떻게 잉태하게 되었는지의 콘텍스트(context)에 대해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때론 저자가 각 시인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는 사항을 통해, 그 콘텍스트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물론, 저자가 시인에 대해 개인적으로 친분관계가 없거나 정보가 없는 경우 역시 제법 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그 시인의 또 다른 시들을 통해, 시인의 콘텍스트를 유추하여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이러한 부분 역시 참 좋다. 어쩌면, 이 부분이야말로 시와 시인에 대해 독자들에게 이야기해주는 부분이 아닐까?

 

각설하고, <시인의 시 읽기>가 어쩌면 시를 더 어렵게 하는 머리 아픈 책이 될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시에 대해 심도 깊은 접근을 하고 있는 좋은 책이기도 하다. 물론 판단은 독자 각자의 몫이다. 아울러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텍스트로 사용된 시들에 대한 저자의 해석 역시 절대적일 수 없음도 당연하다. 시란 시인의 손을 떠나면, 시인의 것이 아닌 독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바라기는 불확실한 미래로 향해 나아가며 힘겨워할 청춘들이 시에 함축된 비의들을 발견하며, 힘겨운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서른 편의 시들 모두가 좋지만, 그 가운데 특별히 가슴에 와 닿는 시 한 편 소개하며 마친다.

 

두부

이영광

 

두부는 희고 무르고

모가 나 있다

두부가 되기 위해서도

칼날을 배로 가르고 나와야 한다

 

아무것도 깰 줄 모르는

두부로 살기 위해서도

열두 모서리,

여덟 뿔이 필요하다

 

이기기 위해,

깨지지 않기 위해 사납게 모 나는 두부도 있고

이기지 않으려고,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모질게

모 나는 두부도 있다

 

두부같이 무른 나도

두부처럼 날카롭게 각 잡고

턱밑까지 넥타이를 졸라매고

어제 그놈을 또 만나러 간다

 

비록 연약한 두부라 할지라도 두부로 살기 위해서도 칼날을 배로 가르고 나와야 하며, 여전히 삶 속에서 비록 물러터진 내면을 숨기고 있다 할지라도 각을 세우고 살아야만 하는 세상살이가 왠지 서글프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네 세상살이라면, 어쩌겠나! 비록 심사가 뒤틀려도, 또 다시 그 세상을 향해 넥타이 단단히 졸라매고 부딪칠밖에. 우리 모두, 그리고 특별히, 청춘들이 이렇게 나아갈 때, 시 한편이 그들의 삶에 위로가 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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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딴따라다 - 송해평전
오민석 지음 / 스튜디오본프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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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째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장기 tv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은 MC 송해 선생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비록 <전국노래자랑>의 골수팬이 아니라 하지라도, 송해 선생의 맛깔 나는 진행, 우리네 삶이 그대로 맡아지는 진행은 모두 인정할 것이다. 그런 그의 평전이 나왔다. 『송해 평전 : 나는 딴따라다』라는 제목의 평전. 표지부터 삶의 연륜이 느껴지는 푸근한 인상의 그가 흑백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으며 잘 읽어보라는 듯 반겨준다.

 

이 책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단국대 영문과 교수인 오민석 작가의 글로 기록되어졌다. 생존한 인물, 그것도 그(송해)가 말하는 것처럼 딴따라인 그의 평전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이 책을 읽어가는 가운데,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송해가 아닌 한없이 편안한 옆집 할아버지 같으며, 또 한편으로는 사랑의 카리스마 넘치는 송해를 만나게 된다.

 

저자는 송해 선생을 목욕탕에서 만나 역사(?)가 시작되었다 한다. 그렇다. 송해 선생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것 아닐까? 인지도 높은 연예인으로서 온통 싸매고 감추고서 마치 첩보활동을 하듯 바깥을 출입하는 것이 아니라, 알몸으로도 대중 앞에 노출(!)될 수 있음, 이 격의없음이야말로 그의 삶에서 강조되는 소통의 한 수단이며, 그가 사랑받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언제나 <전국노래자랑> 촬영을 위해 지방에 갈 때면, 그 전날 그 지방에 도착하여 그 지역의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을 하며, 개방된 만남을 갖는다는 송해 선생. 얼마나 멋진 분이며,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분 아닌가.

 

또한 90의 연세까지 현역에서 뛰고 있는 달인인 그조차도 여전히 무대를 앞두고는 설렘과 함께 떨림이 있다는 고백을 통해, 그는 진정한 프로임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이제는 그저 연륜만으로 진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하며, 떨림을 간직할 수 있는 그 순수함 역시 그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물론 저자는 이러한 떨림을 최선을 다하는 성실성만이 아닌, ‘영원한 비정규직 떠돌이 광대의 공포와 두려움’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이 부분은 그렇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만약 이러한 비정규직 떠돌이 광대의 공포와 두려움으로 해석된다면 그분은 그 연세에도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인배가 될 수 있기에).

 

아울러 영원히 ‘딴따라’의 길을 걷겠다는 포부와 그대로 살아내는 모습이야말로 거인의 발걸음이 아닌가 싶다.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송해 선생 시절의 ‘딴따라’는 비천한 신분이자, 욕설과 경멸의 기의를 가진 단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런 ‘딴따라’의 길이 마지막까지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이라 확신하며 그 길을 오늘도 묵묵히 걸어가는 그 걸음이야말로 오늘 우리가 어느 길을 걷든 본받아야 할 모습이 아닐까?

 

남들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더 안전한 직종이며, 그럴 듯한 자리이며, 성공한 표상이어서 그 길을 선택하고 걷는 것이 아니라, 비록 그 길이 멸시와 경멸을 동반한 길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길이기에 선택하고, 그 길을 묵묵히 가다보니 성공의 표상이 되기도 하고, 존경과 사랑의 자리에 앉게 되었음은 우리 모두에게 도전이 되는 부분이 아닐까 여겨진다.

 

작가는 송해 선생이 걸어온 그 걸음걸음을 단순히 소개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송해 선생이 겪어온 시대상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연예계의 실상 뿐 아니라, 그 역사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그러니 이 책은 단순한 『송해평전』만이 아닌, “근현대 한국 연예 문화사”라 말할 수 있으리라. 어쩌면 학자이기에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의 발로일 수 있겠지만, 이러한 접근 역시 좋다. 물론, 때론 굳이 이런 해석이 필요할까 싶은 부분 역시 없진 않지만, 오히려 이런 접근과 평가가 이 책을 한편으로는 경멸의 기의를 품고 있는 ‘딴따라’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한 거인의 발걸음으로 격(?)을 높여주는 느낌 역시 없진 않다.

 

또한 작가는 이러한 표현을 거듭거듭 하고 있다. 송해 선생의 지나온 인생 역경, 그 발자취를 더듬어 가며, 순간순간마다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이 있어, 그 종착지가 <전국노래자랑>으로, 국민MC 송해로 이끌었노라고 말이다.

 

“이렇듯 송해의 인생을 돌이켜보면 그 모든 것이 수십 년의 세월을 거쳐 마치 ‘퍼즐 맞추기’처럼 <전국노래자랑>을 향해 꿰맞추어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하여 그는 <전국노래자랑>의 정신에 가장 적합한, 그리고 사실상 그 어떤 사람으로도 대체하기 힘든, 어떤 ‘완성의 경지’를 이룩하고야 만 것이다.” (247쪽)

 

이러한 해석을 기독교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신의 섭리하심 아래,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었노라고 말이다. 그렇다. 작가의 해석처럼 송해가 이루어가는 선(善), 그 ‘완성의 경지’는 결국 <전국노래자랑>으로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그가 이처럼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수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뭘까? 작가는 말한다. <전국노래자랑>은 평등의 정신이 가득한 페스티벌이라고. 그곳에서는 행정 관료들이 주인공이 아닌, 모든 민중이 주인공들이며, 결코 로얄석이 없는 평등의 자리라고.

 

그리고 그 자리에서 민중은 ‘횡단의 쾌락’을 맛보게 된다고. 쉽게 표현하면, 결코 만만할 수 없는 거인, 점잖고 사회적 지위가 있으며, 근엄하고 연세도 지긋하신 어르신이 자신을 허물며 함께 망가져 줄때, 민중은 그를 통해 희열과 해방을 느낀다고. 이를 통해, 어쩌면 사회의 비주류, 주변인으로 살아가던 그네들의 삶 속에 새겨진 민중의 이야기가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판에서 풀어내진다고.

 

그렇다. 송해 선생은 여전히 우리네 오빠, 헝아로서 민중과 괴리된 곳에서 우아한 진행을 하는 것이 아닌, 민중 그 한 가운데 자리하며 함께 웃고 울며 민중의 삶, 그 흔적의 이야기들을 껴안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작가의 바람처럼, 영원한 딴따라 송해 선생이 더 많은 시간 동안 우리 곁에 머물며 ‘민중적 웃음’이 가득하게 되길, 그 눈물과 웃음의 판이 계속되길 소망해 본다. 이처럼 좋은 책과의 만남은 행복이다. 아니, 말을 정정한다. 향기 나는 인생을 엿보는 것이야말로 행복이다. 『송해 평전 : 나는 딴따라다』를 읽은 그 행복에 감사하다. 아울러 나의 삶 속에서 그 향기가 스며들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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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힘들 때 시 읽어요 - 엄마한테 읽어주는 시와 에세이
송정연.송정림 지음, 류인선 그림 / 나무생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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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란 단어는 힘이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엄마란 단어는 언제나 습기찬 단어이다. 언제나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기만 하는, 아니 그 희생함이 당연시되는 분. 굳이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 그렇게 엄마를 대하고 있지 않았나? 그 희생과 그 눈물이 당연한양 살아 왔던 어리석음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엄마’란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부터 짓게 되지 않나 싶다. 바로 그러한 엄마를 위해 쓴 에세이집이 나왔다. 자매 작가인 송정연, 송정림 작가의 『엄마, 우리 힘들 때 시 읽어요』란 책이다.

 

이 책은 두 작가의 엄마를 요양원에 모시고 엄마를 찾아갈 때마다 읽어드린 시, 그리고 그 시와 함께 엄마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물론 갑자기 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꽤 나온다). 마치 어린 시절 엄마가 동화를 읽어주고 또 읽어주었듯이 이젠 나이 든 아이가 된 엄마, 평소 책을 좋아하던 엄마에게 두 작가가 시를 읽어주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며, 그 모습이 가슴을 울린다. 시를 좋아하는 어머니에게 시를 읽어드리고, 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딸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여겨진다.

 

아무래도 엄마를 향해 들려드리는 시이기에 많은 시들은 서정성이 돋보이는 시들이 많다. 모두 타인의 시를 들려주고 있지만, 엄마를 생각하는 작가의 시 역시 에세이 가운데 섞여 있어, 엄마에 대한 가장 멋진 표현, 헌시가 아닐까 싶어 적어 본다.

 

엄마는 시다.

굴곡진 세월을 살아오면서

엄마는 시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시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한 해 한 해 연륜을 더해갈수록

시 같은 엄마를 조금씩 닮아갈 것이다. (179쪽)

 

작가들의 어머니뿐이겠는가! 우리네 모든 어머니의 삶이, 그 세월이 결국 하나의 시가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책 내용이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더 큰 선물은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을 해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며 그러한 시간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간여행을 거부하지 말자. 이 시간여행은 어쩌면 잊어버렸던 부모님의 크신 사랑을 떠올려보게 될 것이고, 어린 시절의 행복을 오늘의 삶 속에서 살려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지도 모르니까. 이러한 선물을 선사한 작가들이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작가들이 소개하는 시들 가운데, 책 제목과 어쩌면 가장 어울릴 법한 시를 하나 적어본다.

 

경쟁에서 패했는가? / 웃어넘겨라. /

속임수에 넘어가 권리를 빼앗겼는가? / 웃어넘겨라. /

사소한 일을 비극으로 확대하지 마라. /

엽총으로 나비를 잡지 마라. / 웃어넘겨라. //

일이 꼬이는가? / 웃어넘겨라. /

벼랑 끝에 몰렸는가? / 웃어넘겨라. /

그대가 찾는 것이 분별력이라면 / 웃음 이상의 비결은 없다. /

웃어넘겨라.

 

< 웃어넘겨라 > 전문 - 헨리 러더퍼드 엘리엇(Henry Rutherford Elliot)

 

이 시처럼 설령 지금 나의 삶이 벼랑 끝에 몰렸더라도 웃어넘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인생이라면 행복하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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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입니다 - <땡큐 대디> 원작 팀 호이트 부자의 아름다운 동행
딕 호이트.던 예거 지음, 김정한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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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인 5월에 너무 잘 어울리는 책을 읽었다. 아들이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그 아들이 그 가정의 짐으로 이해되기보다는 그 아들을 통해, 가정에 새로운 비전이 생기고,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되는 위대한 가족의 이야기, 『나는 아버지입니다』

 

출산시에 탯줄에 목이 감겨 뇌손상을 입은 아이, 그로 인해 말을 하지 못하고, 신체활동이 불편한 아이. 모두가 이 아이를 포기하라 말할 때, 그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기 위해 애쓴 부부의 모습이 너무나도 멋지다.

 

무엇보다 이 아이가 원하기에 아들을 휠체어에 앉혀 달리기를 시작한 아버지의 그 사랑과 헌신, 도전이 아름답다. 아니 위대하다. 처음에는 과연 할 수 있을까 로 시작했지만, 어느덧 그들에게 “그래요, 당신은 할 수 있어요.”가 신념이 되어버린 부자. 단거리 달리기를 시작하여, 마라톤, 철인3종 경기에 이르기까지. 1000번 이상의 경기 출전 경력, 심지어는 45일간 6,070Km를 달려 미대륙횡단까지 행한 그 놀라운 도전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사랑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사랑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뿐 아니라, 이런 도전의 시작도 아름답다. 첫 시작은 아들 릭의 요청에 의해서다. 운동선수였다가 경기 도중 목이 부러져 목 아래 몸이 마비되어 장애우가 된 사람을 위한 달리기에 자신도 아빠와 함께 출전하고 싶다던 것. 그러니 이 달리기는 자신들을 위한 달리기가 아닌, 누군가의 힘겨움과 눈물을 위한 달리기였던 것. 하지만, 이렇게 시작한 달리기는 어느덧 수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게 되고, 또한 가족의 사랑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그들의 도전은 무엇보다 희망을 낳는 힘이 있다. 어떤 역경의 순간에서도 주저앉기보다는 다시 도전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야말로 수많은 이들에게 도전이 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들의 도전은 가족을 살리고, 뿐더러 좌절과 절망 가운데 신음하는 이들에게 한 줄기 희망의 공으로 쏘아 올려 진다. 릭의 동생의 말을 빌어보자.

 

“삶이 제게 어떤 역경을 주든 형이 날마다 맞닥뜨리는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79쪽)

 

사실, 가족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것이 아닐까? 그런데, 장애를 가지고도 언제나 좌절보다는 도전을 택하는 릭의 모습에 동생이 힘을 얻는 모습, 이 얼마나 감동적인가! 게다가 처음 이들이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장애우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만연하던 시절. 따가운 시선과 비웃는 소리, 수많은 홀대에도 꿋꿋이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은 이들 부자의 발걸음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 발걸음인가.

 

누군가 말했다. 어깨를 나눠주는 것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라고. 장애는 분명 짐이다. 하지만, 서로의 어깨를 상대에게 기댈 수 있도록 내어줬을 때, 짐은 더 이상 짐이 아닌, 새로운 사명이요, 도전, 비전이 된다. 더 나아가 수많은 희망의 열매를 거두게 된다.

 

“Yes, You Can!”이들의 슬로건이 공허한 희망의 울림이 아닌 힘을 갖는 이유는 그들이 장애라는 실제적 장애물, 힘겨운 상황을 딛고 일궈낸 외침이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도 눈물과 한숨 가운데 절망하는 이들에게 이 진정성 있는 외침이 전염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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