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몽영, 삶을 풍요롭게 가꿔라 - 임어당이 극찬한 역대 최고의 잠언집
장조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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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꿈의 그림자’란 의미를 품고 있는 책, 『유몽영(幽夢影)』은 청나라 강희제 때의 장조가 쓴 잠언집이다. 장조는 뛰어난 문장가였지만, 시험과는 인연이 없어 관직은 보잘 것 없었다고 한다. 말년에 한림원의 고서를 정리하고 교정하는 9품의 한림공목에 머문 것이 고작이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불운이 도리어 집필 작업을 가능케 하지 않았을까? 인생사 새옹지마이니 말이다.

 

각설하고 이러한 장조가 집필한 『유몽영』은 잠언 내지 경구 형식의 문체로 이루어진 잠언집이라 말할 수 있다. 총 219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본서에서는 이를 3부분으로 나누어 유몽일영, 유몽이영, 유몽삼영으로 표기하고 있다. 아울러 『유몽영』의 속편들 가운데서 청나라 말기 문인인 주석수의 작품인 『유몽속영(총 86칙)』을 4부에서 현대의 편역자(이하 저자라 표기)는 다루고 있다.

 

이러한 305칙의 내용을 저자는 독서와 문학(57칙), 자연과 예술(83칙), 꽃과 여인의 언급(43칙), 인생과 처세술 언급(122칙) 이렇게 크게 4부분으로 나누어 말한다(여기에 대해, 나는 그냥 3가지로 나눠도 좋다 여겨진다. 독서, 풍류, 그리고 삶의 바른 태도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처세술에 대한 언급들이 많은 이유는 『유몽속영』에 이러한 내용이 많아서라고 한다. 하지만, 어쩌면 이는 당연하다. 왜냐하면 잠언이라는 것이 물론 여러 가지 의미를 갖고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후세에게 성공의 비결을 가르치는데 목적을 두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처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물론, ‘처세술’이라고 해서 부정적 의미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든다면 이런 내용이다.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남에게는 관대하게 대하라(80칙).” 얼마나 멋진 가르침인가! 그런데, 우린 어떤가? 반대로 살아갈 때가 더 많진 않은지. 자신에게는 너그럽고,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있겠나.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말이다. 우리 모두 반대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언제나 자신의 일에 엄격하게 접근하며, 남들의 모습에는 조금 관대하고 너그럽게 접근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독서에 대한 내용들이 많은데, 이 가운데 재미있는 내용도 있다. 책을 읽는 독서, 책을 사는 매서에는 탐욕스러워도 된다는 내용이다(118칙). 언제나 책에 대한 욕심이 너무 많아, 마음 한 켠에서는 이러한 탐욕을 버리지 못함을 탓하곤 했는데, 장조의 가르침이 책 욕심에 대한 면죄부를 허락한다. 그러니 어찌 기쁘지 않은가. 장조의 『유몽영』을 통해, 책 욕심에 대한 면죄부를 받았으니, 마음껏 책 욕심을 내봐야겠다. 심지어 장조는 이렇게 말한다. “천하에 책이 없다면 모를까 있다면 반드시 읽어라(166칙).” 그러니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처럼 장조는 책을 읽음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것 못지않게 강조하는 것이 명산을 유람하는 것이다. 옛사람은 10년간 독서했으며, 10년간 명산을 유람하고, 10년간 저서활동을 한다고 했으나, 장조는 저서활동이야 2-3년이면 족하고, 독서와 명산 유람은 100년을 해도 다하지 못한다고 말한다(179칙). 왜 이처럼 명산 유람을 중요하게 여길까? 장조에게 산수는 또 하나의 책이었기 때문이다(147칙).

 

이토록 장조는 독서함과 함께 자연을 즐기는 것을 강조한다. 어쩌면, 이를 행복한 인생, 삶을 즐기는 자세로 볼 수는 없을까? 이것 역시 성공한 삶의 한 모습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또 하나 재미난 것은 장조는 이렇게 독서함과 자연을 즐기는 일에 있어 적합한 ‘상황’이 있음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독서에도 맞는 ‘때’가 있다. 경서는 겨울에, 사서는 여름에, 제자서는 가을이 좋다면, 봄에 읽기 좋은 건 문집이다(1칙). 소년 시기의 독서가 일부를 본다면, 중년시기의 독서는 뜰에서 달을 보는 것과 같고, 노년시기의 독서는 누대 위에 올라 가리는 것 없이 온전히 달을 보는 것과 같다(35칙).

 

또한 꽃구경, 달빛구경, 눈구경에 함께 할 적합한 사람들 역시 각기 다르다(11칙). 뿐 아니라, 글씨체 역시 문인과 장수에 적합한 글씨체가 각기 다르다(13칙). 비 역시 계절에 맞게 내리는 적합한 바가 다르다(36칙). 뿐 아니라, 계절에 따라 내리는 비에 제격인 것 역시 다르다. 봄비에는 독서, 여름비에는 바둑, 가을비는 추억, 겨울비는 음주가 제격이다(86칙).

 

이처럼 각기 상황에 적합한 바가 다름을 이야기함이 장조의 철학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렇다. 모든 일이 절대적으로 그르거나 옳을 수 없으며, 같은 일이라도 상황에 따라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처한 ‘때’는 무엇에 적합한 때인가?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 볼 내용이다.

 

이 책, 『유몽영』을 읽어감에 있어 4가지 즐거움이 있다. 첫째 즐거움은 각각의 내용은 사자성어로 제목을 붙여놓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장조의 작품이 아닌, 이 책 저자의 작품이다. 두 번째 즐거움은 이러한 제목 아래, 유몽영의 원 텍스트 내용에서 대표적인 문장을 뽑아 놓았다는 점이다. 이것 역시 하나의 제목이 될 수 있을 법한데, 이렇게 정리된 문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세 번째 즐거움은 장조가 기록한 『유몽영』본문을 읽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네 번째 즐거움은 이러한 본문에 대한 저자의 해설을 읽는 즐거움이다. 물론, 이러한 형태는 『유몽속영』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네 가지 형태의 서로 다른 즐거움 가운데 무엇을 택할 것인지는 독자의 몫이다. 『유몽영』, 언제나 곁에 두고 삶의 방향을 정하고, 또한 삶의 속도를 정함에 있어 지침이 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그윽한 꿈의 그림자’를 통해, 오늘 우리의 삶이 보다 더 풍요로워지고, 보다 더 맛깔 나는 성공한 인생이 되길 소망해본다. 그 안에 담긴 독서, 풍류, 그리고 삶의 바른 태도를 통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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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한국 미술사 배움가득 우리 문화역사 10
박영수 지음, 강효숙 그림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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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커가면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빈번하게 하는 놀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리기 아닐까 싶네요. 아이들에게 미술은 자연스러운 하루의 일상일 뿐이죠. 아마 그런 아이를 지켜보는 저 역시 어렸을 때엔 그랬겠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미술은 특별한 사람들만이 하는 분야라는 인식을 하게 되지 않나 싶네요. 미술작품들을 감상하는 것 역시 뭔가 선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역시 없지 않고요. 하지만, 예술이란 것은 결국 감상자의 느낌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그저 보고 느끼는 대로면 그만이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뭔가 우리 미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길 원하는 분들에게 이 책, 『어린이를 위한 한국 미술사』가 많은 도움을 주리라 여겨지네요. 물론, “어린이를 위한”이란 단서가 붙어 있어, 그 독자층이 어린이들임을 밝히고 있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내용을 담고 있답니다.

 

시대별로 과거로부터 차례대로 대표적인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답니다.

선사시대에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 삼국시대에는 고구려의 고분 벽화, 백제의 금동 대향로와 서산 마애 삼존불상, 그리고 어느 곳인지 알지 못하지만 우리의 대표적 예술품인 반가 사유상, 신라의 석가탑과 다보탑 그리고 석굴암, 성덕 대왕 신종까지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고려시대로 넘어가 청자 상감 운학문매병, 수월관음도 등의 불화를. 조선시대에서는 숭례문부터 시작하여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을 설명해주고 있답니다.

 

분량으로 따진다면, 아무래도 조선시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부분은 조선시대의 대표적 작가들을 순차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어,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미술가들에 대해 연대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 참 좋았답니다. 그리고 근현대사로 넘어와서는 이중섭, 박수근, 박생광, 그리고 백남준을 다루고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예술가가 아닌 분을 한 분 다루고 있는데, 바로 간송 전형필 선생님을 다루고 있죠. 이분은 일제 시대 일본으로 흘러 들어간 많은 우리의 문화유산을 자신의 사비를 탕진해가며 사들인 분이랍니다. 그래서 너무나도 소중한 작품들이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되었답니다. 자신이 가진 재산으로 애국을 행하였던 거죠. 참 가슴이 뜨거워지는 이야기였답니다.

 

사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우리의 뛰어난 미술품의 경우, 아직도 우리의 것이 아닌 다른 나라의 소유로 되어 있는 것들도 제법 있었답니다. 우리의 안타까운 역사의 결과겠죠. 우리가 빼앗긴 수많은 문화유산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 우리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책에서 다루는 예술품들은 단지 그 작품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생성될 당시의 이야기도 함께 다루고 있음도 좋은 점이랍니다. 참 좋은 책이네요. 미술을 사랑하는 학생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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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은 마음속에 있다 만화 최창조의 풍수강의 1
최창조 지음, 김진태 만화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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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명당에 대한 관심이 많을 것이다. 어떤 이는 풍수지리는 미신에 불과하다며 무시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정작 좋은 자리에 대해서 관심이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 안에는 누구나 명당을 차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조상 묏자리 명당을 찾아 헤매기도 하고, 집이나 가게의 명당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그렇다면, 여기 풍수지리의 대가인 최창조 교수는 이 책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이 책은 만화다)에서 명당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을까?

 

먼저 그는 풍수지리의 최종 목적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지키며 그 속에서 스위트 홈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 말한다. 한 마디로 우리의 삶을 안녕의 상태로 만들어 감을 목적으로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뭔가 대박을 나기 위한 수단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살기 좋은 장소가 있겠고, 무덤으로 사용하기에 좋은 장소가 있겠다. 이는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조상 묘를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후손들의 인생이 과연 달라질까? 묘의 명당 발복(명당에 있음으로 복을 받게 되는 것)을 강조하는 분들은 ‘동기감응론’을 이야기한다고 한다(동기감응론이란 에너지 파장 즉 기(氣)가 동종의 기를 만나서 서로 감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즉, 부모와 자녀 간에는 유전자가 같기 때문에 그 에너지 파장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다. 과학에서 이야기하는 ‘공명’과 유사한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 이러한 동기감응 때문에 묏자리가 좋고 나쁨에 따라 그 시신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파장이 자녀에게 좋거나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논리다. 상당히 설득력 있으며, 재미난 논리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것이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님을 저자는 말한다. 조선시대 대표적 실학자인 이익은 실제로 지관들에게 관할지역 무덤의 명당과 흉당을 조사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명당과 흉당으로 분류된 곳의 후손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역학조사하게 한 것이다. 그랬더니 명당에 묏자리를 썼음에도 자손들이 실종되어버린 경우도 있고, 반대로 흉당에 묘를 썼음에도 자손들이 멀쩡히 벼슬을 잘 하고 있는 경우들이 있다 한다. 그러니 명당을 찾는 일이 부질없는 짓일 수 있음을 저자는 밝히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명당은 찾아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만들어 가야 할 대상이라고 말이다. 혹 내가 있는 장소가 문제가 있는 땅이라면 그곳을 고쳐 쓰면 된다. 이것을 풍수지리에서는 ‘비보 풍수’라 하며, 주로 신라에서 발달한 풍수학이라고 한다. 그렇다. 마치 철새처럼 나에게 좋다는 곳을 찾아 이리저리 유리방황하는 모습이 아니라, 내가 있음으로 내가 속한 지역이, 내가 속한 공동체가 명당이 될 수 있다면 되지 않을까? 적어도 이런 욕심을 가지고 세상을 품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저자는 이런 말도 한다. 내가 있는 곳이 편하게 느껴지면 거기가 명당이며, 좋은 땅이란 그 땅이 어떤 사람의 어떤 용도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나의 필요에 맞는 땅을 고르고, 아울러 내가 있는 그 장소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살아간다면, 이것이 처음 말한 ‘안녕’한 삶이 될 것이고, 바로 그곳이 나의 명당인 것이다. 따라서 이 책 제목인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처럼 내 마음이 평안을 누리는 것,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장소를 명당으로 만들어가는 비결이다.

 

풍수지리에 대해 경기를 하며 폄하할 필요도 없거니와 명당에 목을 매며 살아가는 것 역시 어리석은 모습일 것이다. 풍수지리에 대해 오랜 시간 연구한 저자의 관점에 공감하며, 다음에 출간될 풍수 강의 2편 역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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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세계에서 쫓겨난 자들 - 장화홍련전 열네살에 다시보는 우리고전 2
고영 지음, 이윤엽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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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들은 어쩌면 우리에게는 이미 구닥다리로 인식되어지거나, 또는 교과서에 실려 있기에 단순히 시험을 치르기 위해 암기해야 할 대상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 우리의 고전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살려낸 책이 있다. 바로 고영 작가의 『장화홍련전』이다. “열네살에 다시 보는 우리 고전”이란 타이틀로 출간되는 두 번째 책이다.

 

여기 ‘다시 본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이 다시 본다는 말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옛 언어로 써진 고전을 오늘 우리의 현대어로 ‘다시’ 읽는다는 의미겠다. 소설이란 대중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언제나 그 시대의 언어로 새롭게 번역되어져야 하며, 읽혀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현대어로 ‘다시’ 읽을 수 있도록 풀어 쓴 작가의 작업이 고맙다.

 

둘째, 옛 고정관념을 가지고 그러한 시각으로만 소설의 내용을 접근하는 것이 아닌, 오늘 우리 시대의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고 ‘다시’ 새롭게 해석해 본다는 의미가 있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소설의 원 내용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원 내용에 더하여 오늘 우리가 새롭게 ‘다시’ 해석해봐야 할 것들에 대해 설명을 저자는 덧붙이고 있다.

 

저가가 이 책 『장화홍련전』에서 새롭게 다시 해석해야 할 내용들은 무엇보다 가부장의 권위에 대한 접근이다. 그렇기에 이 책의 부제로는 『아버지의 세계에서 쫓겨난 자들』이란 제목을 달고 있다. 『장화홍련전』을 접할 때, 대부분 계모만을 욕하지만, 실상은 가정의 절대 권력을 가지고 휘두를 수 있었던 가부장이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을 저가는 이야기한다.

 

또한 국가 공권력의 무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장화, 홍련이 애매한 죽음을 당한 후, 홍련은 원귀가 되어 그 지방에 부임하는 부사를 찾아간다. 하지만, 부사는 애매한 죽음에 대해 한을 풀어주기는커녕 귀신을 본 두려움에 죽어나간다. 이것을 작가는 ‘국가 공권력의 무능’이라 해석한다. 여기에 더하여 끝내 장화홍련의 아버지가 아무런 벌을 받지 않고 풀려나는 장면을 통해서는 끝내 공권력이 가부장의 권위를 흔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음으로 해석한다. 어쩌면, ‘가제는 게 편’이라고 가부장의 권위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끝내 자신들의 공권력 역시 위협받을 것을 두려워했을지도 모르겠다.

 

더 나아가 작가는 『장화홍련전』을 통해, 오늘 우리 사회를 돌아본다. 오늘 한국 사회 역시 이 사회를 움직이는 권위 있고, 힘 있는 자들이 힘이 없기에 애매한 상황에 처해 고통당하는 자들, 절박한 상황에서 하소연하는 이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다시 보는’ 시도는 대단히 바람직하다. 단지 노파심에 한 마디 한다면, ‘다시 보는’ 이러한 시도들이 자칫 또 하나의 고정관념을 형성할 수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얼마 전 tv 모 예능 프로그램에 초등학생들이 나와 이 프로그램의 고정출연자들과 함께 『선녀와 나무꾼』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장면을 잠시 보여준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며 든 생각은 아이들은 ‘다시 보는’ 훈련을 통해 열린 시각을 갖지 못하고, 도리어 이미 또 하나의 고정관념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편협한 시각을 갖지 않게 하기 위해 ‘다시 보는’ 훈련들을 시켰을 것이다. 이런 시도는 선한 시도임에 분명하고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그렇게 ‘다시’ 해석되어진 것을 이 아이들은 정답으로 오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해석 이외의 것에는 또다시 귀를 닫아버리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런 접근은 결코 ‘열린’ 접근이 될 수 없다.

 

물론, 이 책에서 저자는 편협한 접근을 하지 않는다. 아울러 저가의 접근은 대단히 개연성이 있는 접근이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에 나 역시 동의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다시 보는’ 시도가 자칫 당시 시대에서 이 작품이 만들어지며 품었던 작품의 의도, 그 메시지를 우리가 무시해버린다면 이것 역시 우리가 커다란 것을 놓치는 잘못을 범하는 것이 될 것이다. ‘다시 보는’ 접근과 함께 작품의 1차적 의도, 역시 우리가 귀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노파심에 말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의 내용은 참 좋다. 계속하여 출간되어질 다음 작품들 역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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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이야기 학교 오쓰카 에이지의 강의 시리즈 5
오쓰카 에이지 지음, 김성민 옮김, 노구치 가쓰히로 그림 / 북바이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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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고 가까이 하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언젠가 나도 한 번 책을 써보고 싶다는 소망 내지 욕심을 품고 있을 게다. 나 역시 그렇다. 소설도 써보고 싶고, 동화도 써보고 싶다. 실제 서툴게 도전도 해보지만, 막상 이야기를 창작해낸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진 않다. 그래서 우선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랬다는 것처럼 수많은 책들을 ‘퍼붓듯이’ 읽고 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어렴풋이 길이 보이고, 나도 모르는 사이 이야기 창작의 실력이 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것이 내 스타일이다.

 

여태껏 공부도 그렇게 해왔다. 누군가가 모범답안처럼 정리해놓은 것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내 스스로 여러 가지 자료들을 통해 알아가며 나름대로 정리하는 것이 더 보람도 있고 재미있다. 이건 그저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취향이 때론 어리석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왜냐하면, 누군가 잘 요약해 놓은 것을 그대로 암기한다던지, 또는 내 것으로 그냥 만들어 버리면, 수많은 시간이 절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 먼저 그 길을 간 사람이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이나 방법을 취하는 것도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처럼 이야기 창작에 실질적인 큰 도움을 받을만한 책을 만났다. 바로 『만화로 배우는 이야기 학교』라는 책이다. 이 책은 제목처럼 만화로 되어 있다. 게다가 그 만화 캐릭터들이 어린이들에게나 익숙할만한 느낌이어서 자칫 이 책의 내용에 대해 폄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내용은 참 내실 있다는 생각이다.

 

저자는 말한다. ‘이야기’란 ‘정보’를 ‘나열하는 규칙’이라고. 이 ‘나열하는 규칙’을 ‘문법’이라 말할 수 있는데, 이야기를 창작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문법’, ‘이야기의 법칙’을 알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바로 그러한 이야기를 이루게 되는 구조(문법, 법칙, 공식 등으로 말할 수 있겠다)를 이 책에서는 도합 14교시에 걸쳐 이야기한다(책 제목이 이야기학교이니 각 단락은 ‘교시’란 명칭으로 정리하고 있다). 여기에 보강 수업으로 ‘캐릭터 학교’ 2교시까지 해서 모두 16교시로 되어 있다. 그러니, 각 단락에 살을 붙인다면, 한 학기 16주 수업진도가 될 만한 내용이다.

 

이 가운데 이야기를 이루는 법칙을 모두 10가지를 설명한다. 물론 각각의 공식은 전혀 다른 공식이라기보다는 때론 비슷한 내용들을 품고 있어 굳이 나누지 않아도 될법한 공식들도 있다. 그것들의 이름만 나열한다면, 행위자 모델 스토리 공식, 타로카드 식 스토리 공식, 통과의례 스토리 공식, 영웅신화 스토리 공식, 귀종유리담 스토리 공식, 원질신화 스토리 공식, 영웅의 여행 스토리 공식, 모티프소 스토리 공식, 31가지 러시아 민담 구성 요소, 7가지 역할 스토리 공식이 그것이다.

 

이것들이 과연 무엇인가 싶지만, 책을 읽어나가면, 아 이런 것이구나 싶도록 각각의 설명은 간략하게 핵심만을 정리해주고 있다. 그렇기에 알맹이만 보다 더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핵심만을 이야기하기에 보다 더 자세한 설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없진 않지만, 우선은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 하더라도 큰 수확이 아닐까 여겨진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이야기 만들기의 입문서로 이해하면 좋을 듯싶다. 보다 더 자세한 내용을 공부하고 싶다면, 저자의 다른 책들을 참고하면 좋을 듯싶다. 나 역시 이 가운데, 우선적으로 『이야기 체조』란 책을 구입하였는데, 『만화로 배우는 이야기 학교』에서 언급된 공식들을 그 안에서 보다 상세하게 다시 만나게 된다.

 

저자는 말한다. 여기에서 설명하고 있는 구조(공식)는 구조일 뿐 똑같이 표현해 낼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이러한 구조 공식들을 참고하여 실천과 반복 연습을 해나간다면 좋은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그렇다. 먼저, 이러한 방식으로 하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얻고, 자신만의 이야기들을 만들어 간다면 좋은 소설이나 동화가 나올 수 있겠다 여겨진다. 작가를 꿈꾸는 분들에게 간단하지만, 첫 시작으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참 좋은 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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