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만 하는 독서는 ‘휘발되는 독서‘입니다. 그러나 글쓰기를 하면 그것은 정신에 지문을 남기고 이윽고 내 삶의 재산이 됩니다. 물론 쓰기를 해도 시간이 지나면 날아갑니다. 그러나 읽기만 했을 때보다는 더 오래, 깊이 남길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P7

오늘 글을 쓰면 어제보다 아주 조금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어제와 거의 차이가 없을 만큼 작을지도 모릅니다. 글을 쓰면 어제보다 조금 더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내가 될 수 있고, 아주 조금 더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조금 더 현명해지고, 아주 조금 더 자신을 성찰하며, 아주 미미하게 삶에 대한 지혜를 길어 올릴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이 정도라면 할 만하지 않습니까? 아주 조금만 더 나아가면 되니까요. 조금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아예 나가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이 책은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전 과정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독서의 궁극‘에 이르는 ‘서평 쓰기‘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 P9

"읽은 책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면, 그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질문은 독서라는 행위 전반을 되짚어보게 한다.
범박하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대답은 이렇다. "읽은 책에 대해서 설명할 수 없다면 그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없다!" - P13

‘읽은 책에 대해서, 그 내용을 설명하고,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독서‘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첫 번째 목표이다.

독서의 3단계
1. 인지-책의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과정
2. 사고-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는 과정
3. 표현-도출된 사고의 결과물을 언어화하는 과정 - P14

독서의 전 과정 중에서 서평쓰기는 독서의 3단계 즉, 생각을 정리하고 그 결과물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단계에 속한다. 3단계에 어려움 없이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 전 단계가 막힘없이 순조로워야 한다. 가장 마지막 단계이니만큼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은 독서의 단계(읽기-생각하기-표현하기)의 각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고 서평쓰기 전반에서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차근차근 제시할 것이다. 자, 이제부터 차분히 독서의 단계마다 해야 할 훈련들을 하나씩 학습하고 밟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 P15

비평도 서평과 마찬가지로 책의 내용을 평가하는 기능이 있다. 여기에서 서평과 다른 점은 비평은 이 시대와 역사에 비추어 그 책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더 폭넓게 평가해주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시대에 이 책이 어떤 맥락에서 씌어졌으며, 그래서 우리에게 말하는 바는 무엇이고, 나아가 어떤 메시지 혹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를 총체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글이 비평이다. 더불어 비평이란 "대상의 일차원적 정보만을 끌어 모아 그 가치를 언어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을 읽는 사람에게 행동을 촉구하거나, 사회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새로운 사고가 싹트도록 호소하는 목적의식도 포함되어 있다." (가와사키 쇼헤이, 『리뷰쓰는법』, 유유) - P21

좋은 서평이란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는 것에서 그쳐서도 안 되고, 책을 읽으면서 피상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재미와 흥미로운 요소만 부각해서도 안되며, 독자가 서평을 읽고 책의 내용을 오독하게 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그런 서평은 의도를 했건, 안했건 간에 결국 독자와 책에 대한 모독이라고 하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 - P25

책을 읽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독서는 인간과 세상을 넓게 보고 이해하면서 결국에는 깊은 성찰과 통찰에 이르게 하는 정신적 성장의 여정인 것이다. 독서를 통해 세상에 대한 앎과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그것에서 나만의 생각을 벼리고 가다듬어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줄 아는 것, 그것이 독서의 궁극이다. 그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 바로 서평쓰기이다. 우리가 책을 읽고 닿을 수 있는 궁극의 지점은 서평쓰기로 가능해진다. ‘쓰기‘라는 행위는 독서 행위 전반, 인간이 지식과 정보를 취합하고 정리하여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실력과 역량으로 발전시키는 데 꼭 필요한 훈련이다. - P26

쓰기는 곧 생각하기이다. 글을 써 본 사람은 알겠지만, 글은 생각이 있어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생각을 만드는 훈련이다. 쓰면서 생각이 만들어지고, 쓰면서 그 생각을 발전시키고, 쓰다보면 새로운 생각이 창출된다. 우리는 글을 쓰면서 생각의 지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고치면서 생각을 전환시키고, 그것을 가다듬으면서 사고를 더 넓고 깊게 할 수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지금이 순간 글을 쓰면서 새로운 생각이 글로 표현됨을 느낀다. 쓰기는 머릿속에 있는 수많은 생각의 타래들을 끄집어내어 일목요연하게 정돈하여 새로운 결과물로 생산하는 창조적 행위이다. 잊지 말자. 쓰기가 곧 생각을 창조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 P27

말과 글은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방식이다. 인간은 말하고 글을 쓰면서 보이지 않고 닿지 않는 마음속의 내면과 심연을 실체로써 형상화할 수 있다. 이것을 언어화라고 한다. 형상이 없는 감정과 생각을 끄집어내어 언어화시켜서 표현하는 것은 모든 말하기와 글쓰기의 기본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말과 글이라는 언어와 친숙해져야 하고, 이런 감각을 언어감각이라고 한다. - P37

요약하기는 책의 요점을 자신의 언어로 풀어서 쓰는 최고의 글쓰기 훈련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읽기는 읽었는데 요약하기가 잘 안 된다면 그 책을 충실하게 읽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요약하기는 책의 내용을 잘 읽고 파악했는지 알 수 있는 척도인 것이다. 요약 할 수 있어야 마침내 읽었다고 할 수 있다. 요약하기를 하면 책의 전체 내용을 더 잘 파악하고 책에서 중요한 부분과 덜 중요한 부분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요약하기 훈련을 하면 읽은 책에 대해서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고, 책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뿌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요약을 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으면서 핵심을 담은 문장에 밑줄을 긋거나 해서 표시를 해두어야 한다. 그 표시한 부분을 연결해서 요약하기를 완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평의 목적 중에 하나가 책의 내용을 독자에게 소개시키고 전달하는데 있기 때문에 요약하기는 서평쓰기의 필수적인 항목이다. - P48

서평은 크게 위의 4가지 범주의 내용으로 채워진다. 서평에는 먼저 ①책이 어떤 책인지 말해주는 전체적인 소개가 필요하고, ② 책의 내용도 설명해야하며, 또 책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또 ③ 그 책에 대한 서평가의 견해와 생각이 담긴 해석이 실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④ 해당 책을 최종적으로 평가하는 서평가의 글이 담겨야 한다. 인터넷에는 그저 책의 요약정리에 머무는 서평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서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P66

좋은 서평에는 서평가의 질문이 반드시 담겨있다. 따라서 서평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통해 문제를 설정하는 능력 즉,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질문과 해석이 빠진 서평은 공허하다. 어떤 의미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73

서평가가 책을 읽고 던진 질문과 그에 대한 서평가의 대답을 합쳐 ‘해석‘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 편의 서평은 한 편의 창조물이다. 책이라는 소재에서 서평가 나름의 사유를 이끌어 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서평가는 이러한 해석의 작업을 함으로써 해당 책이 다시 태어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책이 가진 의미를 새롭게 발견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잘 담긴 서평이 훌륭한 서평의 요건에 부합한다.
눈치가 빠른 분은 알아챘겠지만, 바로 이 질문을 만들어내는 과정 그 자체가 생각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생각은 대개 주어진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것이라고 느끼기 쉽지만, 질문 자체를 만들어내는 것은 좀 더 근본적인 사유의 행위인 것이다. - P74

니체는 "모든 해석은 창조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책을 반복해서 읽고, 밑줄을 긋고, 느낌과 생각을 달고, 질문을 하는 모든 행위는 결국‘해석’을 잘 하기 위한 것이다. 해석은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현실을 경험하고 인식하며 살아가지만 그것에서 어떤 ‘의미’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삶의 방향을 잃고 허무에 빠지고 만다. 삶에 ‘의미‘가 있어야만 인간은 살 수 있다. - P78

서평쓰기는 이러한 해석력을 키우는 최고의 훈련과정이다. 책을 읽고 그것이 무엇을 보여주고, 말하는지를 우리의 삶과 연결해서 그 의미를 밝혀내는 글이 서평이기 때문이다. - P79

해석이란 보이지 않는 혹은 숨겨져 있는 실체를 끄집어내어 우리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 해석이란 커튼 뒤에 가려져있던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커튼을 걷어버리는 행위이다. 해석자가 커튼을 쳐버리면 우리는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모른다는 무지의 세계에서 앎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 P82

‘해석’이란 책의 주장에 덧붙여서 자신의 주장을 하나 더 얹는 행위이다. 저자의 주장을 ‘한 번 더 강조‘하는 것이다. 그것은 책의 내용과 다르게, 서평가 나름의 언어로 추가해서 쓰는 글로, 그 의미는 통하지만 서로 다른 언어이다. 말하자면, ‘다르게 설명하기‘이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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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의 핵심은 ‘평‘입니다. 이는 평가評價, 곧 값을 매기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비교입니다. 비교란 다른 것과 견주어 가치를 매기는 거지요. 평가는 선택 그리고 옹호 혹은 배제입니다. 이렇게 견주고 매기려면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평가를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맥락화‘입니다. 서평은 다루는 책의 맥락화에 다름 아닙니다. 내부 정합성을 논하는 것도 물론 평가의 하나입니다. 논리와 구조의 정합성은 기본 항목입니다. 그러나 저는 외부 맥락화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것을 값을 매기는 평가, 삶과 죽음이나 옳고 그름을 가리는 구별의 핵심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 P99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더 중요한 것은 통시적 맥락화이겠지요. 역사적 맥락을 가리킵니다. 해당 도서가 자리한 학문 혹은 지식 체계의 역사 속에서, 또한 지성사 속에서 본다면, 새롭게 드러나는 의미가 있기 마련입니다. - P107

서평은 이렇게 객관적인 만큼이나 주관적으로 읽고 쓰는 겁니다. 자신의 자리에 충실하게 문헌을 읽고, 단어를 가져오고, 논지를 새겨 읽으면 됩니다. - P113

결국 일독을 권유하는 서평과 재독을 독려하는 비평의 차이가 생각만큼 명확하지 않은 셈입니다. - P114

목차는 독서의 시작점이자, 동시에 서평에서 평가의 시작점입니다. 따라서 서평을 작성하려면 목차부터 정밀하게 읽어야 합니다. 목차에 대한 점검 과정에서 책의 핵심이 어느 정도는 포착되어야 합니다. 정상적인 경우에, 목차가 곧 책의 조감도이자 설계도이기 때문입니다. 목차가 틀어지면, 책 자체가 틀어집니다. 서평에서 목차와 이를 통해 드러나는 구성을 재구성해 그 목차가 담긴 책의 이해를 새롭게 할 수도 있습니다. - P129

따라서 책이 어렵고 현란할 때, 독자는 자신의 능력을 반성하는 만큼이나 저자의 능력을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저자는 해당 주제를 정확하게 이해했는가? 얼마나 넓게 혹은 깊게 공부했는가? 둘째, 저자는 책에서 그 주제를 얼마나 명료하게 설명하는가? 핵심을 명쾌하게 전달하고 있는가? 저자 자신의 언어로 풀어서 설명하는가? 이렇게 따져 본 내용이 그대로 서평이 되는 것입니다. - P130

따라서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마냥 나쁜 책으로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렵다고 하여 질이 좋거나 수준 높은 책이라는 말도 아닙니다. 난해한 문체에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문체와 내용의 관계를 잘 살펴야 합니다. 또한 문체와 독자 자신의 관계도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그 책의 난해함을 과감하게 비판하되, 자기 자신의 미숙도 냉정하게 성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번역서일 때는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문장이 난해할 경우에 주된 원인이 저자인지, 역자인지 아니면 독자 자신인지 따져 보아야 합니다. 이 세 가지에 모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 P134

서평가로서 책 속의 정보를 대할 때에는 언제나 그 정보의 본질, 배경, 맥락, 함의 등이 얼마나 잘 소개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 책에 대해 서평을 쓰려 한다면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확실하지 않거나 의혹이 생긴다면 관련된 자료를 대조해 가며 읽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확장된 인식을 가지고 서평을 써야 잠재 독자가 그 책을 읽을 때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 P136

다른 서평도 그러하겠지만, 특히 문학 서평은 어느 정도 문학 치유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기본 메커니즘은 동일시입니다. 자신의 실존 차원에서 소설을 겹쳐 읽고, 이렇게 자신의 삶에 비추어 서평을 쓰면 잠재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서평을 쓰는 과정은 쓰는 사람 자신을 먼저 회복시킵니다. 서평을 쓰는 사람은 이러한 동일시를 통해 자신의 자아를 직면하고, 동시에 일부 잠재 독자에게도 강력한 설득력을 행사하게 되지요. - P144

이러한 측면은 어떤 의미에서 서평과 독후감이 전혀 다른 장르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앞서 지적한 대로 독후감이 자신의 감상을 일방적으로 표현한 글이라면 서평은 이러한 감상이 타인에게 어떻게 수용될지를 고려하여 전달하는 것이지요. - P144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어느 정도 책에 대한 생각의 줄기가 잡혀 있어야 합니다. 주요한 논지를 끌어내고, 지금 여기에 자리를 매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서평을 쓰는 토대가 됩니다. 서평의 흐름은 스스로 확정한 이해의 틀 위에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요약은 책에 대한 내 생각의 근간입니다. 만일 책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면 서평은 쓸 수 없습니다. 혹은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 책임을 책과 저자에게 돌리는 방식으로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쓰기전에 내가 놓친 것은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야겠지요. - P148

여기에서 벤야민이 제시하는 현상은 일종의 혁명에 대한 전조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독자의 작가화 현상은 위계가 존재하는 계급 사회의 해체에 기여하는 한 과정인 셈이지요. 제 방식으로 풀어 이야기하자면, 이는 건강한 공론장의 활성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와 독자 사이에 위계가 사라지고, 대등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것은 다름 아닌 서평을 통해 온전히 실현됩니다. 서평의 증가는 곧 건강한 공론장의 확산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면 우리가 좀 더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는 데 보탬이 되겠지요.
서평 쓰기는 단순한 개인적 도락을 넘어서서 강력한 정치적 행위로 이어집니다. 여러분이 좋은 책을 읽고, 멋진 서평을 쓰는 것은 우리 사회를 변혁시키는 교양 혁명의 첫걸음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성원으로서, 국가를 이루는 시민의 일원으로서 수행해야 하는 필수적인 선택입니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세요.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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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서평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서평의 소재는 책이고, 방식은 비평입니다. 그러니까 책을 평하는 글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서평의 본질을 이해하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평’을 책에 대한 모든 언급으로 착각하는 일도 많지요.
실제로 서평이라고 작성했는데 내용은 독후감인 경우도 흔합니다. 책에 대한 소감을 나열하고, 이를 책에 대한 평으로 오인하는 겁니다. 요약에서 멈추는 경우도 자주 보았습니다. 서평의 본질에 대한 인식이 모호한 탓이겠지요. - P21

책에 다가가는 인간의 모든 행위는 그 책에 대한 나름의 해석입니다. 해석을 통해 책은 계속 만들어져 갑니다. 저자의 (읽고) 쓰는 행위와 독자의 읽(고 쓰)는 행위로 끝없이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이렇게 저자와 독자가 섞이고, 읽는 것과 쓰는 것이 합류합니다. 책은 고정되지 않고, 계속 성장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책은 항상 새롭게 읽혀야 한다. 그리고 이는 무엇보다도 서평을 통해 구현된다." - P30

서평 또한 해석입니다. 서평, 즉 북리뷰 Book Review에서 ‘리뷰‘는 책을 ‘다시re 보는 view‘ 겁니다. 새롭게 읽는 것이지요. 이는 해석의 주체인 독자가 각기 다른 자리에 서있기에 가능합니다. 모든 서평은 독자/서평자의 다시 읽기입니다. 나아가 다른 독자에게 다시 읽기를 제안합니다. - P33

좋은 책일수록 해석의 여지가 많고 저자와 독자 간의 대화가 지속됩니다. 고전이 이름값을 하는 것은 해석의 가능성이 소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 P36

이 해석 작업은 말과 글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서평은 글의 일종입니다. 서평은 다름 아닌 논리를 담아내며, 서평가가 읽은 책에 대한 조리 있는 설명과 평가를 문자화합니다. 읽고 나서 느낀 감동과 깨달음을 쏟아 내는 것은 서평이 아니라 독후감입니다. 물론 독후감의 감동과 깨달음은 서평의 설명과 평가와 근본적으로 동일합니다. 독후감이 보여 주는 감동과 깨달음에 논리와 체계를 부여하여 설득력을 배가시킨 것이 서평이니까요. - P37

독서는 그저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도 책에 대한 독자의 이해와 해석은 계속됩니다. 실은 그의 삶을 통해 책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지속된다고 말해야 정확할 터이지만, 여기에서는 그에 대해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표현입니다. 해석은 언어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말과 글을 통해 구체적으로 정리되어야 독서는 완결됩니다. - P43

서평 쓰기의 일차 가치는 독자 자신의 내면 성찰에 있습니다. 서평 쓰기는 작성자가 그동안 자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내면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독서 자체가 그러한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서평 쓰기는 심화된 독서 행위입니다. 더욱 깊게 책을 읽는 가운데 자신을 더욱 깊이 읽게 되는 것이지요. - P44

좋은 책을 잘 읽으면, 삶의 지평이 넓어집니다. 서평은 이러한 독서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므로 적어도 서평 쓰기의 귀결은 독서를 통해 획득한 자아와 타자에 대한 깨달음을 더 넓은 지평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앎과 삶의 일치, 즉 인격의 통합을 추구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 P49

좋은 서평은 이렇게 독자에게 서평자의 의도를 관철해 냅니다. 독자가 대가를 치르게 했다면, 그러니까 독자가 책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면, 또한 독자가 책을 집어 들어 읽게 만들었다면, 그 서평은 성공한 셈입니다. 그 책을 사거나 읽지 않도록 할 때에도 그 서평은 성공한 것이지요. 만일 그 서평이 서평자의 의도와 반대로 독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그 서평은 실패한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평은 독자와의 씨름입니다. 그러므로 서평을 쓸 때는 영혼을 담아야 합니다. - P58

서평을 작성하면서 특정한 평가에 따른 특정한 의도를 관철하고자 한다면, 그러한 평가에 부합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합당합니다. 서평을 단지 의례적인 주례사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물론 공치사로 장식된 서평도 서평이긴 하지만 결코 좋은 서평은 못 됩니다. - P60

그렇다면 서평자는 무엇을 위해 책을 읽을까요? 기본적으로는 앞에서 말한 목적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저 각각의 다양한 목적에 따라 읽고 독자와 공개적으로 소통하고자 할 뿐입니다. 그러니 무엇을 읽느냐보다는 왜 읽느냐에서 도출되는 질문인 무엇을 소통하려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 P70

서평가는 결코 밀실에서 고고하게 외치는 이가 아닙니다. 그는 광장, 그러니까 공론장에서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서평을 작성합니다. 나아가 사회 자체를 그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데에 서평을 활용하고자 합니다. 반드시 그런 거창한 목적을 위해 써야 한다는 당위성이 없더라도 그 목적만은 스스로 분명하게 세워야 합니다. 이 점만 명확하게 할 수 있다면 포르노 소설로도 서평을 쓸 수 있습니다. - P71

분노로 두개골을 열어젖혀도 그 안에 근육밖에 없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우선 문법과 언어의 기본 수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또한 문자를 넘어서 그 맥락을 파악하고 저자의 심층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독해력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해당 도서가 자리하는 맥락(전공)에 대한 기본 이해가 필요합니다. 내 마음의 도서관 혹은 인덱스가 형성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 P73

따라서 어떠한 책에 대해 분노를 느끼거나 비판을 하더라도 동시에 그 책의 매력 요인에 최대한 공감해야 합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이해를 위한 비판인 것입니다. 애초에 독자라면, 아니 서평가라면 기본적으로 공감의 태도로 책에 접근해야 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비판의 해석학에 선행하는 것은 공감의 해석학입니다. 온전히 매료되어야 제대로 비판할 수 있습니다. - P75

책에 대한 매료가 책에 대한 반박에 앞서고 논지에 대한 이해가 주장에 대한 비판에 선행하며, 저자에 대한 공감이 저자에 대한 공격을 예비합니다.
그렇기에 좋은 요약은 공정한 평가의 전제가 됩니다. 요약은 성실한 독서에 따른 이해의 결과요, 증거입니다. 요약이 서평의 본질은 아니지만, 요약 없이 서평을 작성할 수는 없습니다. 평가가 열차라면, 요약은 레일입니다. 따라서 평가 없는 서평은 공허하나, 요약 없는 서평은 맹목적입니다. 성실한 독서와 이를 통한 적절한 요약 다음에 나름의 평가가 따라야 합니다. - P80

서평가의 해석과 평가에 튼실한 기반을 제공할 수만 있다면 단 한 문장이 되었든, 서평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든 상관없습니다. 서평의 독자, 즉 서평이 다루는책의 잠재 독자가 책의 요약을 기반으로 삼아서 서평가의 평가를 가늠할 수 있으면 되겠지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요약 자체가 해석입니다. 해석은 해석자의 전망과 입장을 매개로 이루어집니다. 그렇기에 요약도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약의 정확성과 균형 감각은 분명하게 구별됩니다. 숙련된 독자의 눈에는 이것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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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독자를 위해서 정확하고 뉘앙스가 살아있는 글을 써야 할 의무가 있지만, 독자는 글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무한한 시간을 쏟을 의무가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물론 독자가 읽기 힘들게 글을 쓴다고 잡아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온갖 아이디어가 서로 경쟁하는 시장에서 ‘진심‘은 가장 주된 가치이긴 하지만 유일한 가치는 아니다. 진심을 알아내기 위해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노력도 고려해야 한다. - P294

글을 대충 쓴다고 해도 별로 손해 볼 것도 없고 또 그렇게 쓴 글도 흔한데, 명확하게 글을 쓰는 법을 왜 힘들게 배워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글을 많이 읽어본 사람은 이미 알고 있으며 우리도 곧 알게 될 사실이 하나 있다. 명확하고 우아하게 글을 쓰는 사람은 실제로 너무적기 때문에 그런 글을 읽을 때 우리는 지극히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노력은 분명히 보상으로 돌아온다.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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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두 줄이 넘어가는 문장을 소리내어 읽어 보자[지금부터 소리내어 읽어보라. 긴 문장을 읽어나가는 와중에 단어들이 전체로 통합되어단일한 개념구조를 전달하는 지점에 다다르기도 전에 숨이 차다면[여기서 숨을 쉰다], 지금 이 문장과 마찬가지로 독자가 보기에 난잡하고 거슬리는 문장이라는 뜻이다. 또한 문장이, 연이어 끼어드는 구나 절 때문에,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일반적으로 글을 읽을 때, 독자들은, 이 문장처럼, 절뚝거리며 휘청휘청 하나하나 겨우 넘어간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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