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2, 종합 리스트.] 

 

꿈에서 깨었을 때, 불구의 문장들이 절름거리며 도망쳤습니다. 붕대를 감아주고 목발을 건네기도 전에 달아나 버렸습니다. 이제 여기, 치유불능의 문장만이 남아 지독한 장애를 앓습니다.

오독은 매혹적인 말놀이 입니다

부디 즐거운 오독이 되기를…….

<나쁜 시집>의 첫 번째 독자,
이시하
: 시인의 한 마디를 붙여보았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나 평론가의 평에도 눈길이 쏠렸지만, 그 무엇보다도 시인의 절절하면서 핵이 있는, 은근하게 드러내는 짧은 글이 가쁜 호흡과 은둔의 형상 속으로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절름거리며’ 치유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에, (호시탐탐) 쫑긋해본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는 사람들 사이의 소통, 죽음이 삶을 규정짓는 방법에 관한 고통스러운 문제들, 즉 인간 소외와 단절에 관한 가장 열정적이고 명료한 서술이다.
: 출판사가 제공한 소개는 아직 나와 있지 않았다. 그 글의 부분 중에서, 마음에 드는 문단을 골라 붙이곤 했기에, 현 시점에서는 아쉽다. 차차 등록되는 대로, 이어붙어야지. 그리고 나의 덧붙임도 더 채워야지 싶다. ‘가장’이라는 평에서 갸웃하고 있지만, ‘열정’이라는 키워드는 결코 무시할 수 없기에 환호하면서 리스트에 포함했다.

 

 

 

 

이 시집에서는 부드러운 능선처럼 언어들이 사물을 감싸고, 그 안에서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 세계의 접혀진 이미지를 이해하고, 펼침으로써 그 속에 담긴 의미들을 잘 포착해 사람의 마음까지 잘 담아둔다.
이상복의 시편은 세계의 접혀진 이미지를 풍경으로 인식한다. 이 풍경들 안에는 희로애락과 희망과 기원을 품은 수많은 우주의 작은 생명체들이 있다. 풍경을 더듬고, 그 속에 담겨진 존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그럴 때 풍경과 하나가 된다. 풍경과 시각의 관계처럼, 혹은 소리와 고막의 관계처럼 풍경과 연결된다. 막힌 현실 속에서 이상복 시인이 꿈꾸는 소통의 의미이다.
이상복이 읽어내는 풍경들은 따스하게 세상을 감싼다. 그러나 따스함은 그보다 오래된 슬픔과 기다림에서 시작된다는 것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 풍경을 오래 곁에 두고 읽기 위해서는, 풍경의 두께만큼의 기다림이 요구된다. 즉, 풍경에 대한 독서는 풍경에 대한 무한한 시간을 요구한다. 무의미한 풍경을 의미 있는 것으로 바꾸는 인내를 가지고 있다.
풍경이 심경(心境)이 되고 또 그 마음의 풍경이 심경(心經)이 되는 순간들을 시인은 놓치지 않으려 한다. 이상복은 따스함은 허약하지 않다. 시인에게 따스함은 어둠보다 강하고 고통보다 단단하다. 풍경 속에서 시인이 발견하고자 한 것은 그러니까 풍광이 아니라 마음의 온기였던 것이다.

 

일본 사회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의료 쟁점인 ‘종말기 의료’의 현실과 폐해, 이상향 등을 독자와 함께 고민해보고 싶은 저자의 심중이 절박하게 표현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말기 의료 기관을 자처하는 사쿠라노미야병원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죽음 행진을 파헤치다 보면, 의료계의 폐단과 정부의 부조리한 정책 등이 리얼하게 묘사돼 있어 마치 저자가 의사로서의 자기 신념과 의지를 작품을 통해 더욱 확고하게 표현하는 듯하다. 한편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의료 현장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사건과 그 사건을 해결하는 주된 인물들의 개성과 매력, 세련된 유머와 숨 가쁘게 전개되는 스토리 구성이 빛나는 『나전미궁』은 특히나 그 등장이 기대되었던 인물, 얼음공주 히메미야가 드디어 그 실체를 드러내면서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 산에서 분포하는 1,670여 종의 야생버섯 중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200종의 버섯을 엄선해 실었다. 1990년대부터 광릉숲을 대상으로 버섯 연구를 수행해 온 국립수목원이 우리나라 산림지역에 분포하고 버섯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정리했다. 버섯의 생생한 화보는 물론 생김새, 색깔, 식용 여부 등에 대한 설명을 수록했으며 나무에서 주로 나는 버섯과 낙엽, 땅, 퇴비에서 주로 나는 버섯, 그리고 곤충, 이끼, 다른 버섯에서 주로 나는 버섯으로 나눠 구별했다. 특히 독버섯에 대한 상식과 혼동하기 쉬운 대표적인 식용버섯과 독버섯을 비교해 실용적인 버섯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풀잎, 나뭇잎, 나무줄기, 숲바닥, 땅속, 바위 등 우리 산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곤충 200종을 선별해 생생한 표본사진과 생태특징, 분포지에 대한 정보를 알차게꾸몄다. 1932년 임업시험장에서 광릉숲의 곤충 조사를 시작으로 그 연구 전통을 이어 받은 국립수목원이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중심으로 우리 산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곤충들을 모았다. 특히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산림 곤충류 도감이라는 점과 실제 휴대하고 다니면서 표본과 대조할 수 있는 ‘손바닥도감’이라는 점은 큰 장점이다.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상을 바꾼 발명품 1001』은 “사람들이 발명의 필요성을 느끼고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때는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친절한 해설서다. 이 책에서는 전체 여덟 장에 걸쳐 인간의 삶을 바꾼 발명품의 목록을 나열한다.
1장에서는 인간 최초의 발명품인 석기를 통해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인류의 모습을 조명한다. 바퀴의 사용, 무기의 발명 등은 인류가 집단을 이루고 발전을 도모하는 밑거름이 된다. 2장은 로마 시대부터 산업사회의 시작까지의 시기를 살펴본다. 3장은 산업혁명으로부터 촉발된 유럽의 기술 진보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4장에서는 제국주의 시기 서양이 기술 발전을 이루는 모습을 서술한다. 세계의 강자로서의 기틀을 닦는 미국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윽고 나머지 5장에서 8장에 이르는 내용은 나라마다 앞 다투어 개발한 획기적인 발명품의 모습과 오늘날 현대 사회를 형성한 급진적인 발명품들의 목록이 나열되어 있다.

 

우리나라 공룡 화석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공룡 발자국이 세계 최대 규모인데다가 익룡 발자국과 새 발자국이 개수가 많고 크기가 아주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규모 공룡 알과 알 둥지 화석, 공룡 뼈 화석, 이들과 함께 규화목 및 식물 화석, 거북, 악어, 어류 등의 각종 척추 동물과 무척추 동물 및 생흔 화석들이 발굴된 것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다양한 화석들은 백악기 공룡 시대를 복원하고 당시의 공룡 생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임에 틀림없다. 이들 연구로 공룡 멸종에 관련된 새로운 과학적 연구가 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백악기 후기로 접어들면서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용각류가 쇠퇴한 반면, 한반도 일대에는 용각류 발자국이 대규모로 발견된 사실은 한반도가 몽골 고비 및 중국 일부지역과 함께 공룡 시대 최후의 파라다이스였음을 시사하고 있다.

 

20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은 절대 변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이를테면 1초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같은 1초이고, 1m라는 길이는 어떤 물체에서든 똑같이 1m라는 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아인슈타인이었다. 그는 상대성 이론을 통해서, ‘시간의 흐름은 관측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는 놀라운 주장을 했다. 즉 고속으로 운동하는 물체에서는 시간이 느려지고, 물체의 길이가 짧아진다. 또 상대성 이론은 ‘공간이 휘어진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빛이 휘어지는데, 이는 중력에 의해 공간이 휘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물리학의 기본을 뒤흔들어 놓은 상대성 이론을 시작점으로 해서, 20세기에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우주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다. 중력파, 시간 여행, 블랙홀, 빅뱅, 양자론, 통일장 이론, 암흑 물질, 암흑 에너지, 우주 인플레이션 등이 바로 그것이다.

 

『레전드-배철수의 음악캠프 20년 그리고 100장의 음반』은 「배철수의 음악캠프」 방송 20년을 정리하는 한편 100대 음반의 해설을 통해 팝 음악사를 일목요연하게 간추리며 프로젝트의 의미를 집약해 보여준다. 속박을 거부하고 나만의 개성을 표출하며 음악을 통해 젊음의 에너지를 발산했던 시절의 향수를 자극할 이 책은, 바쁜 일상에 휩쓸려 어느새 잃어버리고 만 낭만과 감수성을 되찾아줄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100대 팝 음반 정보와 칼럼 외에도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차곡차곡 쌓아온 20년의 연륜과 갖가지 기록들을 실감할 수 있다. 20년 장수 프로그램인 만큼 음악캠프는 ‘최초’, ‘최장’, ‘최다’의 기록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녀의 완벽한 하루』는 그렇게 구질구질한 삶 속에서 위태롭게 균형을 잡고 살아가는 여성들에 관한, 여성들을 위한 아홉편의 단편만화다. 각각의 만화는 기형도, 박정만, 허연, 오규원, 최영미, 최승자, 황지우, 신현림 등 내로라하는 시인들의 시를 바탕으로 그려졌다. 여태까지 시가 만화에 인용되는 경우는 있었으나, 시에서 영감을 얻어 만화라는 장르 안에 새롭게 녹여낸 방식은 처음이기에 그 자체로 의미있는 시도라 할 만하다. 채민 작가는 시를 읽고, 자기 나름대로 시를 해석해서, 그림으로 된 또하나의 시를 썼다.
 

 

 

‘한국 시사만화 100년’은 ‘한국 시사만화 100년전’에 전시된 작품을 모아 도록 형식으로 제작된 책이다. 여기에 ‘고바우 영감’ 김성환 화백, ‘두꺼비’ 안의섭 화백, ‘중앙만평’ 박기정 화백, ‘왈순 아지매’ 정운경 화백, ‘나대로 선생’ 이홍우 화백, ‘한겨레 그림판’ 박재동 화백‘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시사만화가의 삶뿐만 아니라 시사만화의 역사와 역할, 색깔론, 작가 인터뷰 등 시사만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수록돼 있다.

 

 

 

●●● 세노 갓파가 엿본 거장들의 작업실

한 작가가 가장 오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작품을 고민하고 작업하고, 또 때로는 생활하는 작업실은 항상 일반인들에게는 숨겨진 장소였다. 그리고 바로 이 작업실이야말로 창작의 원천이다.
 

 

작열하는 멕시코의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정열의 술, 그리하여 매콤한 우리의 입맛과 마음에 불을 확 당기는 술 테킬라. 테킬라 제조법부터 대표적인 테킬라 브랜드와 테킬라를 마시는 법까지, 알면 테킬라가 땡기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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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2-03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302moon님의 독서의 폭에 감탄을. 정말 편식하지 않는 독서군요. 과학분야까지. 그리고 원래 시에는 관심이 꾸준하셨군요. 시는 섣불리 접근하지 못하겠어요. 아주 가끔 시간들여 읽지 않으면 정말 겉핥기식이 되어서.

302moon 2010-02-20 23:27   좋아요 0 | URL
마음먹은 만큼 몸이 따라주면 좋을 텐데,
세세히 다 챙겨 읽지는 못하고 있어요. T_T
더 분발해야겠지요.
저는 단어들을 야금야금 되씹으며 지극히 제 위주로 해석을 하고 …;;
꾸준히, 시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으면 합니다.
최근에 읽으신 시집은 어떤 것인가요?:)
 

 차근차근, 차곡차곡 채워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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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조용히 좀 해요
레이먼드 카버 지음, 손성경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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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읽고 기록 완료해서, 중고로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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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0-01-26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금술사'랑 '11분'을 참 지루하게 읽었어요 -_-;
그래서 그 이후로 코엘료한텐 눈길 안주려고요..;;;

302moon 2010-01-27 22:53   좋아요 0 | URL
저도^^;
연금술사는 절반쯤 읽다가 접고,
11분은 초반부터 지루하더라고요.
코엘료의 책들을 내보내면서,
베로니카는 독서 완료했어요.
제가 읽기엔, 젤 좋았던 듯. ^^
 

[*0125, 종합 리스트.] 

 

『각별한 마음』은 열린책들의 상뻬 시리즈 가운데 상뻬 특유의 장난기 어린 풍자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상뻬가 이전 작품 『파리 스케치』, 『겹겹의 의도』, 『프랑스 스케치』 등을 통해 화려한 얼굴 뒤로 숨은 파리의 뒷골목 풍경과 거리 곳곳에 스며든 소시민의 소소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 아래 담아냈다면, 이 『각별한 마음』에서는 보다 예리한 시선으로 파리의 일상을 꿰뚫는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낭만적인 파리의 일상, 그 이면의 아이러니한 유머를 결코 놓치지 않는 상뻬만의 날카로운 시선은 그야말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훑는다. 각기 고독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자질구레한 일상 가운데 상뻬는 특히 현대 문화 예술계에 종사하는 이들을 주목한다. 갤러리, 아틀리에, 콘서트홀, 서점 등을 오가며 오늘을 살아가는 파리의 문화 예술인들은 상뻬의 눈을 통해 초조하고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거듭난다. 다소 엉뚱한 듯 지극히 현실적인 대사가 절묘하게 짝을 이룬 스케치를 넘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절로 눈썹을 치켜뜨게 되고, 결국 입술 양 끝이 올라가고 만다. 현대 예술을 놀려먹는 상뻬의 솜씨가 가히 수준급인 까닭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상뻬의 시선이 마냥 날카롭지만은 않다. 한 컷 한 컷 결점투성이 인간들을 향한 작가의 따뜻한 연민이 느껴져서다. 상뻬는 결국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행복을 바라보고자 한다. 

박민규의 <아침의 문>은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삶의 문제성을 근원적인 생명의 가치에 대한 파격적인 해석을 통해 새롭게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죽음과 삶의 영역이 궁극적으로 생명의 탄생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귀결되는 과정은 매우 극적이며, 이것은 사소한 일상의 테두리에 얽혀 있는 소설의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작가적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바닥은 인간 정서와 무의식의 깊은 심연, 소외된 이들의 가장 낮은 삶, 죽음의 자리 등 다양한 뜻을 함의한다. 시인이 사투리와 어머니의 삶을 노래하는 이유를 해명할 단서가 여기에 있다. 그는 이러한 제재를 비단 구수한 향토성을 구현하는 데 적합한 소재로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 느끼는 결핍과 외로움의 근원을 추적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주목하는 것이다.
 

 

 

 

 

전경린은, “독을 독으로 푸는” 소설가다. 그의 매혹적인 문장들은, 언제나 그 치명적인 독성으로 인해 독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든다. 더 벼리지 않아도 그 자체로 이미 더없이 날카로운 그의 펜 끝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거둘 수 없는 증오를, 화해되지 못하는 관계를, 부서지고 조각난 삶을, 그로 인해 온통 흔들리는 영혼을, 후벼판다. 그리고, 역시 그 날 선 펜 끝으로, 그 모든 것들을 다시, 온전히 끌어안는다.
 

 

 

 

바다는 이 소설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배경으로 작품을 관통하는 중요한 이미지다. 발레리의 시에서처럼 바다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자 모든 생명이 다시 되돌아가는 곳이다. 바다는 거대하며, 여러 성격을 지녔으며, 예측할 수 없다. 바다는 도덕적으로 인간에게 무관심한 거대한 힘이며,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감싸 안을 수도 있다. 이러한 바다의 모습은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삶을 닮아 있다. 인간은 그 복잡함에서 벗어나 자유를 추구하려 하지만, 찰스가 결국 런던으로 돌아갔듯 그것은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머독은 바다의 다양한 모습과 우리 삶의 복잡함을 비교하며 인간을 둘러싼 삶의 조건과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가 취해야 할 삶의 자세에 대해 말한다. 바다는 항상 다시 시작하고, 소설의 결말처럼 우리 삶은 또다시 계속된다.
 

에벌린 워의 『한 줌의 먼지』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237)으로 출간되었다. 워는 냉소적 기지와 무미건조하면서도 해학적인 기교로 호평받았을 뿐 아니라, 전통의 잔재와 가톨릭 신앙 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당시 사회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 그는 오지 여행, 전쟁, 종교, 상류층 귀족 문화, 불행한 결혼 생활 등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체험을 바탕으로 매우 사실적인 소설을 썼다. 1934년 발표한 그의 네 번째 소설 『한 줌의 먼지』에서는 급격한 근대화와 1차 세계대전을 거친 후 껍데기만 남은 영국 상류사회를 신랄하게 묘사하고 풍자한 워의 초창기 작품 특징이 잘 드러난다. 워는 끝없이 방황하고 추락하는 등장인물들을 생생하게 그리면서 영국 귀족들의 허상을 낱낱이 드러낸다.
 

 

 

이번에 민음사에서 출간되는 『부서진 말들』 역시, 그가 1993년 영시집으로 먼저 출간한 『Broken Words』의 한국어 번역본으로, 오랜 해외 생활에서 느낀 소회와 방랑의 정서가 돋보이는 서정시와 평생을 천착해 온 철학의 본질적 주제에 대한 성찰이 배어든 철학시, 그리고 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관조가 빛나는 일련의 세태시까지, 각각 ‘INSIDE’, ‘OUTSIDE’, ‘SIDE BY SIDE’라는 제목의 장으로 나와 타인과 세상에 대한 깊은 사유를 그리고 있다.
 

 

 

 

경인일보_ 아내의 화단 / 전영일
경향신문_ 개가 돌아오는 저녁 / 연규상
광주일보_ 시작점, 0 / 정보고
국제신문_ 미늘 / 장서인
동아일보 _ 미로 / 김미선
매일신문_ 쿨 게이트 / 고유미
문화일보_ 당신의 자장가 / 김은아
부산일보_ 중복 / 신선
서울신문_ 붉은 코끼리 / 이은선
세계일보_ 낯선 아내 / 이유
조선일보_ 청소기로 지구를 구하는 법 / 박지영
중앙일보_ 스미스 / 김지숙
한국일보_ 얼음의 요정 / 이지원

프랑코 사후(死後) 스페인 소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안토니오 무뇨스 몰리나의 <폴란드 기병>이 경희대 권미선 교수의 번역으로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었다. 국내 초역. 내전과 독재로 얼룩진 어두운 스페인 현대사의 상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다룬 작품이다.
 

 

 

 

 

 

자신의 아들의 친아버지를 추정하는 과정 속에서 과거의 사랑을 의심하고, 아내의 불륜을 상상하고, 아내의 불륜 대상자의 성격을 추측하고 또 자괴감에 빠지는 주인공 아르민의 심리 변화가 매우 섬세하게 그려져 한편의 심리 스릴러를 읽는 느낌을 준다.
자신이 사랑했다고 믿었던 사람과의 과거가 부정되는 순간, 인간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그것도 그 상대는 사라진 뒤다. 한때 자신의 전부였던 아내 모니카의 죽음 뒤, 그 사랑의 결실로 얻은 아들이 친아들이 아니라는 극한 상황 속에 놓여진 남자의 심리와, 씁쓸하고도 기막힌 웃음을 짓게 되는 이 기이한 여정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정말 잘 알고 있었는가?’ 하는 질문을 만나게 된다.
 

 

스포츠와 청춘은 종종 세트처럼 다뤄진다.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되는 맹훈련, 열기가 넘치는 시합, 승리의 환희, 패배와 좌절 등 모두 청춘과 어울리는 표현이다. 『파랑이 진다』는 대학 4년을 테니스에 바친 젊은이들을 그리면서, 동시에 테니스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사랑과 우정을 다루고 있다.
 

 

 

 

 

타인에게 무심하면서도 자신들과 ‘다른’ 모습은 배척하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을 사실인 양 확산시키며, 대화와 소통의 방법을 몰라 단절되고 고립된다.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는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거나 돌봐주고, 때로는 의지하고 싶어 하고, 모두가 그렇다고 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며, 잃어버린 감정을 되찾으려고 애쓰기도 한다. “이 책이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길 빈다.”고 밝힌 츠지 히토나리는 후기를 대신해 덧붙인 단편 「세상에서 가장 멀리 보이는 것」을 통해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다시 한 번 힘을 싣는다. ‘허무함과 고귀함이 한꺼번에 존재하는 순간’이 있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세계와 시대에는 절망과 희망이 늘 함께 존재한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여행 1001>은 서울부터 제주도에 이르는 1001곳의 명소를 여행지로 선정해 수록했다. 이 책은 멀리 해외여행을 떠나지 않고 국내의 아름다운 절경을 여행하려는 사람들이 반드시 가봐야 할 아름다운 여행지들을 제시한다. 경복궁, 인사동, 청계천 등 서울의 온갖 화려한 거리는 설레는 데이트를 위한 최적의 장소이며, 사람의 자취가 닿지 못하는 도심 속 작은 골목길은 어릴 적 모험심을 자극하는 아기자기한 공간의 향연이다. 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면 가깝게는 서울 근교부터 멀리서는 울릉도, 독도, 마라도, 제주도에 이르는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찾아 떠나는 것도 좋다. 국내 여행전문 작가들이 1년 동안 발품을 팔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찾아낸 감동적인 관광명소에 대한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평화 발자국 3
2009년 1월 20일 용산 참사가 일어난 뒤, 이승현 화가는 도시 재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나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림으로 그린 책. ‘파란집’은 철거민들이 살기 위해 올라갔던 망루이자 우리가 희망을 품고 사는 ‘집’이기도 하다. 아파트 보도블럭 사이에서 피어난 민들레는 용산 참사 희생자 다섯 분을 표현한 것이면서 아파트 공화국을 무너뜨리는 균열을 상징한다. 복잡한 사회 문제를 그림으로 풀어내어 우리 사회의 병든 모습을 아이들에게도 솔직하게 보여준다.
 

 

 

 

평화 발자국 2
만화가 여섯 분이 유가족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돌아가신 분들이 살아온 흔적을 찾아다니며 그린 책이다. 철거민들이 왜 망루에 오를 수밖에 없었는지, 평범한 우리 이웃으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충격적인 사건과 다양한 쟁점에 가려져 있던 ‘사람들 이야기’를 담았다.
 

 

 

 

  

사자 크리스티앙의 감동 실화는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로운 세상을 그리며 무작정 런던을 찾은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스물넷 청년 에이스와 존은 헤롯 백화점의 동물 코너에서 새끼 사자 한 마리를 만나게 된다. 이 런던의 가난한 여행자들은 주머니를 털어 새끼 사자의 목에 달린 가격표를 떼어주었다. 이들은 곧 친구가 되었고, 런던 첼시에 위치한 젊은이들의 거리, 킹스로드에 정착한다. 수사자 크리스티앙은 곧 킹스로드의 명물이 되었다. 그러나 크리스티앙은 점점 어른이 되어갔고, 두 청년은 그들의 친구가 인간의 환경에 익숙해지기 전에 야생으로 돌려보내야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결국 크리스티앙은 아프리카 케냐로 보내졌고, 한동안 에이스와 존은 크리스티앙을 찾지 않았다.
그리고 1년 뒤, 그들은 친구 크리스티앙을 찾아 아프리카로 떠났다. 에이스와 존은 크리스티앙이 자신들을 기억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들은 크리스티앙과 아프리카 대륙 한복판에서 재회했다. 그들을 먼저 알아보고 달려온 것은 크리스티앙이었다. 크리스티앙은 두 사람의 목을 감싸 안고, 뺨에 얼굴을 부비며 포효했다. 크리스티앙은 자신이 자연에 잘 적응해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영화 「에이트 빌로우」, ABC-TV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트래블러」의 각본가 데이비드 디길리오의 소설. 최근 지구에 ‘미니 빙하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조심스레 대두되고 있는데, 이러한 주장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상황을 그리고 있는 그래픽 노블이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신(新) 빙하기의 시대, 어린 시절 ‘도살장 조’에 의해 가족과 마을 사람을 모두 잃고 자연의 섭리를 몸으로 깨우치며 자라난 ‘팩’은 그는 핍박받는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그리고 일그러져 버린 세상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수상작이기도 한 베스트셀러 시리즈 'The World's Greatest Super-Heroes'의 두 번째 이야기 [Batman : War On Crime]은 만화와 화보의 성격을 동시에 갖춘 독특한 대형 그래픽 노블이다. 'Batman Beyond'의 프로듀서로 에미상을 수상한 스토리 작가 폴 디니의 글과 현대 만화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화가 알렉스 로스의 그림이 만나 세월을 뛰어넘는 고전을 탄생시켰다.
 

 

 

 

‘기초조형’이라는 의미는 조형 과정의 입문 단계에 소용되는 개념을 뜻하지 않는다. ‘가장 기본이 되는 사고’는 조형을 다루는 사람 모두가 고민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필수요소이다. 디자인은 표면적인 효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있는, 그리고 의미 있는 철학이 담겨져야 한다. 디자인에서 필요한 것은 ‘깊이 있는 철학’과 ‘사색적 사고방식’을 배양하는 것이다. 이것을 디자이너들의 ‘기초적인 사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디자인은 변화하는 유행의 바람에 따라 불안하게 나부끼는 가벼운 연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각적 스타일은 강력한 환각제지만, 또한 쉽사리 취하게 하는 약이 될 수도 있다. 디자이너들은 손쉬운 해결책을 찾고 싶기도 하지만, 그럴 경우 디자인이라는 전문 분야가 빈약해진다. 전문 업무를 견실하게 수행하기 위해 탄탄한 토대를 놓아야만 이런 일을 예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가 서로 더 잘 이해하고 더욱 효과적으로 협력함으로써 결과물의 품질이 전반적으로 훨씬 높아져, 더욱 풍부한 디자인 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목표에 기여하고자 한다.”
- 본문 중에서 

 

 

'본문편'은 한국 박물관의 성립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총 4부에 걸쳐 편년 순으로 편찬하였다. 제1부는 근대적 박물관의 기점이 되는 1909년 제실박물관 개관에서부터 1945년 광복 이전의 박물관과 미술관의 역사를, 제2부는 광복 이후 6·25전쟁의 시련을 이겨내고 현재까지 발전해 온 국립, 공립, 사립, 대학 박물관의 역사를, 제3부는 박물관과 함께 성장해 온 미술관의 역사를, 제4부는 한국박물관협회를 비롯한 박물관 관련 단체, 학술단체의 활동과 ICOM한국위원회의 활동을, 마지막 부록에는 북한의 박물관과 미술관, 우리문화재의 해외전시, 국외한국실, 한국 박물관 100주년 기념사업, 한국 박물관 연표 등을 함께 수록하였다.

제2권인 '자료편'은 본문의 서술을 보완하기 위한 1차 사료와 각종 사진, 도면, 구술자료 등을 본문의 체재에 맞춰 총3부로 정리하였다. 제1부는 1945년 광복 이전 제실박물관, 조선총독부박물관, 이왕가미술관 등과 관련된 자료를, 제2부는 광복 이후 국립박물관 초기의 각종 통계·구술자료 및 국외전시와 지방 국립박물관 자료를, 제3부는 전국의 공립, 사립, 대학 박물관 및 미술관의 현황을 소개하는 자료와 지도를 수록하였다. 

합기도를 비롯한 무도의 태생과 성장 및 발전의 배경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요소가 바로 호신과 호국이다. 즉 자신과 가족을 지키고자 땀 흘려 수련한 기법을 이용, 유사 시 나라를 위하여 아낌없이 피 흘리는 것이다.
오늘날 합기도의 궁극적인 수련목적과 가치는 상대와 싸워서 이기고자 함이 아니다. 지속적인 수련을 토대로 외유내강(外柔內剛)을 이루어, 삶에서 직면하는 어떠한 어려움도 의연하게 맞서고 탄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지혜와 더불어 내면 깊숙이 샘솟는 나태함과 교만을 경계하는 자신관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합기도의 초급에서부터 4단 과정에 이르는 방대한 기법을 상·하권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 책은, 각각의 기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자세한 사진을 제시하고 정확한 해설을 통하여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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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붕가붕가레코드 지음 / 푸른숲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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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밀어뒀다 끄집어낸 리뷰 쓰기다. 새벽, 이불 속에서 문장 하나를 생각해내고 줄줄 이어쓰기를 했지만, 그걸 고스란히 기억해낼 수 있을지…. 말하자면, 머릿속에 조각조각 파편으로 흩어졌다가, 무작정 그러모아 똘똘 뭉쳐낸 여러 덩어리에 불과했던 문장들. 문장이라 써놓고도, 여러 번 시선이 가고 의심이 들지만, 아무튼. 최초엔 5편의 리뷰를 쓰자, 계획했었다. 단지 중얼거림에 그친, ‘계획’이라기에 한없이 어설프고 부끄러운 모양새지만, 어쨌든 그랬다. 차츰, 여러 가지로 일이 터지고 거푸 날아오는 심리적 타격에, 스멀스멀 귀찮음이 생겨버렸고, [글을 쓸 환경과 상태가 아니었잖아]라며 핑계거리를 만들어버렸고, 슬금슬금 묻어놓아 버렸던 것. 이제 다잡는다.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버린 허술한 글쓰기에 불과하더라도, 무언가 기록으로 남긴다는 의미를 두면서. 최근 며칠 사이에, [멋대로의 안식처 소설 쓰기]도 간간이 진행하고 있어, 번갈아 집중하자고 주문하듯 중얼거리면서.
*
딱히, 이끌릴 만한 내용은 아니라 생각했었다. ‘음반을 챙겨주는 것’에 좀 많이 혹했을 뿐이다. 표지는 촌스러움 그 자체. 읽기 쉬운 글꼴을 사용했지만, 멋스러움은 좀체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역시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음악의 힘은 대단하다 싶었다. 더 살펴볼 겨를 없이, 집에 돌아와서는 바로 주문을 했으니. 이틀 소요로 읽기를 마쳤다. 책을 펼치고 빠져들었던 시간만으로 따지면, 거의 하루에 다 완료했다 말할 정도다. 내내 몰두할 수 있었으면, 아쉬워하며 바랐던 장면이 스친다.
‘뭐라도 시작을 해보자’는 테마가 바탕에 깔려 있고, 더 나아가서는 [이왕이면 재미]를 따진다. (물론,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자기만족이겠지.) 본능에 가까울 정도로 외쳐대는 그들에게, 한 문장 한 문장 씹어낼 때마다 환호를 보냈다. 사실 내가 평소에 경험하고 느끼는 [재미]란, 보통 주위 친구들이 떠올리는 재미와는 약간씩 어긋나기도 했었고, 굳이 선을 그으면서 딱 이 지점까지만 내 취향이야, 이렇게 정해두며 이야기하지는 않았던 편이다. 글을 예로 들면, 가지런한 문장 아래, 작가만의 사소한 습관이나 일상 에피소드가 억지스럽지 않게 주제와 잘 맞물려 실려 있으면, 대체로 괜찮다고 판단하는 경우. 음악에 관해서는 단조롭지 않은 멜로디에 [그가 나를 버렸다]는 식의 상징 아이템 하나 없이 비슷비슷한 가사를 씌운 게 아니라면, 노래를 소장하며 흥얼거리는 쪽이다.(거기에 무게감을 겸비했다면, 반복해서 몇 번이고 틀기도 한다.) ‘시작’과 ‘재미’ 두 키워드로, 단번에 나는 그들에게 흠뻑 취했다.
본문 편집 디자인으로 방향을 돌리면, ‘그들 나름의 멋을 낸’ 쪽이라는 판단을 했다. 지극히 주관적임에 가깝지만. 표지 타입에서 한껏 벗어나지는 않았어도, 여러 가지 보여주기 위하여 며칠이고 머리를 맞대 고민하며 토론한 끝에 짜낸 결론이라는 느낌. 단순하지만, 조각조각을 질서정연하게 나란히 세워놓고 선보인 결과, 알차게 마무리를 지으려 노력했다는 생각이다. 최선을 다해, 무언가 하나라도 더 보여주기 위해 고심을 한 듯. 음반을 만드는 것에서도 시행착오를 여러 번 거쳤고, 레코드사를 경영하는 면에서도 넘어졌다 엎어졌다 뒹굴었다가, (스스로 채찍질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계기를 통해 다시 일어난 장면이 여럿이었다. 어설프지만, 진솔함이 돋보였던 그들의 모습들. 풋 웃음이 터졌다가 쭉쭉 낄낄거렸다가, 어느새 나는 열렬한 박수를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을 내려놓기 뭐해서 속으로. 웃음)
평소, [돈이 안 되는 일을 왜 굳이?]라는 의문을 달고 사는 내 주변 몇몇 사람들이라면, 이들을 얼뜨기 바보로 취급할 것 같다. 물론, 최소한의 의식주를 위해서는 단연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나도 그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돈에 휘둘려 살 필요까지 있을까? 누군가의 눈에 ‘싸구려’로 비치는 물건이라도, 다른 누군가의 눈에 그게 ‘명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싼 브랜드의 보여주기 허세의식의 값어치로 무장한 ‘명품’이 아닌, 즉흥적이었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지친 몸과 마음에 단비 같은 안식을 선사하는 소소한 ‘명품’이 다가왔다. 나의 아이템, 또 다른 누군가의 활력소가 되어주었으리라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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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 부지깽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1
로버트 쿠버 지음, 양윤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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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재구성해나가는, 흩어진 지도 위에서.
_ 2009. 0606~0610.
_ 0623 리뷰 쓰기 시작.
웅덩이의 미지근한 물이 아닌, 폭포의 흘러가는 물의 영상을 잔뜩 끌어왔다. 콸콸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쏟아진다고 말할 정도의 스피드를 가진 물이다. 건져 올리기에 어려움이 뒤따르지만, 손바닥에 찰랑거리는 물은 오래도록 쌓인 갈증을 일시에 해소해준다. 다양한 색깔로 장식되어진 고리가 눈앞에 있는 듯 번뜩이는 시선을 좀처럼 거둬낼 수 없었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면서도 찰나에 집중하여 갖가지 장면의 풍경을 새로이 겹쳐 색칠할 수 있었다. 짤막한 이야기 속에 무궁무진한, 어쩌면 위험천만할 모험이 가득 펼쳐지게 된다. 여러 장소로 안내하는 길, 무수한 영역의 그래프&모눈종이 위에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찬란한 아이템과 견줄 수 있을 만큼 반짝이는 구경거리가 넘쳐난 것이다. 고심하며 몇 번이고 알맹이를 곱씹은 후에, 어느 지점에서 순간의 망설임을 담아 천천히 조임을 풀며 심호흡을 이어나간다. 경계의 선에 꾹꾹 이동 경로의 표시를 하고, 무수히 모여든 나름의 영역을 끌어안고 점점 넓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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