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즐거움을 빼버린, 너그러움과 행복감을 제외한 모든 감성이
유선의 마음속에서 미친 파도가 되어 출렁거린다.
단단하게 비끄러맨 의식의 틈으로 그것들은
어느 순간 해일처럼 터져 나와
유선을 죽도록 외롭게, 죽도록 슬프게, 죽도록 부끄럽게 몰아붙인다.
(…) 조금만 몸을 기울이면 그것들은 함부로 쏟아져
살을 베고 발등을 깨고 핏줄을 잘라놓을 것 같다.
(…) 점액질의 잠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면 끔찍한 가려움조차 힘을 못 쓰듯
머릿속에서 회오리처럼 맴도는 상처의 조각들도 같이 잠들어줄 것이다.
어두움, 차가움, 배반당한 정절, 만져지지 않는 존재감,
익숙했던 만큼 낯설어져 버린 남자, 지독하게 가려운 육체,
가슴에 가득 찬 그것들 위로 미지근한 밥을 밀어 넣었다.
밥을 씹을 때마다 몸 안에 고인 그것들이 제 존재를 주장하며 출렁거렸다.
사랑이란 어떤 것에 대해서는 너무 예민하게,
어떤 것에 대해서는 너무 둔감하게 만들어버리는
감정의 알러지 상태 같은 것이니까.

(…) 가려움증이 사라진 건 아니다. 잠이 질겨진 것뿐이다.
그저 끈적거리고 질긴 잠이 백혈구처럼 가려움을 감싸고 녹이고 삼켜버렸다.
약이 주는 잠은 폭염 속 한낮의 아스팔트처럼 뜨겁고 끈적거린다.
가려움뿐만 아니라 유선의 모든 감각을 망가뜨려 주었다.
미쳐버릴 것 같은 불면도, 불면이 새끼 치는 깨진 유리 조각 같은
감정의 파편들도 고요히 덮어주었다.

(…) 자신이 망설이는 건 커피의 온도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지만
자잘한 얼음알갱이가 든 차가운 컵을 빼드는 순간,
유선은 뜨거운 커피와 코끝에 번지는 온기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 유선은 제 속에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그런 뜨거움과 차가움이
제각각의 온도를 유지한 채 엉겨 있음을 바라본다.

“… 질문이란, 비록 불완전하더라도
어딘가에서 대답을 찾을 수 있는 걸 말하겠지요.
이럴 땐 의사나 보호자나
질문이 아니라 딜레마에 부딪치는 거죠.
끝내 답을 찾을 수 없는.“


- 나의 피투성이 연인, 정미경.(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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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5-01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뷰로 적었지만, 정말 좋은 소설이었어요 :)

302moon 2007-05-01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밑줄 긋고, 그 표현력에 얼마나 자극(;)을 받았었는지.
저도 조만간 어설픈 리뷰 올리려고요^^;
 


2007.03.31

한국 비보이의 대중적 도약을 시험하는, 초유의 비보이 음반

세계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며 전통의 강호로 군림해온 익스프레션과 갬블러 출신의 멤버들이 2004년 9월 새로이 결성한 맥시멈 크루는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과 만 2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활동 기간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맥시멈 크루라는 이름으로 거둔 성과들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2006년 8월,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캐나다 몬트리올의 코미디 축제인 'Just For Laugh'의 'The Battle- Just For Laugh'에서 미국과 캐나다를 대표하는 30팀 이상의 쟁쟁한 팀들을 뛰어넘어 배틀 부문과 퍼포먼스 부분에서 2관왕 차지, 이는 국내 최초로 비보잉의 본고장 북미에서 얻어낸 우승이기에 더욱 값진 성과였다. 비보이 배틀 대회의 준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12월에는 갬블러와의 연합팀 '수퍼코리아'를 결 결성 프랑스의 '배틀 올림픽 투루즈'에서 역시 우승을 거머쥐며 물오른 실력을 과시한 바 있다. 세계 정상의 스킬을 뽐내온 그들이지만, 마음 한 켠에는 비보이이기에 겪어야 하는 아쉬운 상황들이 남아있었다. 다름 아닌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성립할 자신들만의 음악이 없다는 점과 가수나 래퍼에 비해 항상 무대 뒷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약간의 소외감이 바로 그 것이다.
음반 녹음의 초짜인 그들의 부족한 실력을 보완하고, 가사의 다채로운 소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앨범의 코디네이터가 필요했다. 많은 논의 끝에 015B의 객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실력파 래퍼 버벌 진트(Verbal Jint)와 마스터플랜의 프로덕트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택틱스(Tactics)를 프로듀서로 영입하게 됐다. 타이틀곡으로 낙점된 'To The Maximum'은 비보이를 처음 시작하면서 기성 세대로 부터 받았던 차별과 멸시를 꿈과 노력을 통해 정상의 자리에서 보상받는다는 자전적 내용을 담은 곡으로 젊음을 담보로 목표를 갖고 무한한 가능성을 향해 돌진하자는 맥시멈 크루의 진취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택틱스와 버벌진트의 황금 콤비가 만들어낸 훵키한 트랙으로 소울, 훵크 밴드 세렝게티(Serengeti)의 리얼 연주와 비보이 출신의 특급 뮤지션 디제이 렉스(DJ Wreckx)의 스크래치, 거친 보이스의 소유자 바스코(Vasco)의 Shout Out이 더해져 다이나믹한 사운드를 완성했다. 초기 녹음 버전에서는 가창의 비중이 컸었으나 무대를 통해 주전공인 화려한 비보이 퍼포먼스를 동시에 보여주기 위해 랩의 부분을 최소화하였다.
수록곡중 가장 먼저 작업한 'Battle'은 비보이 퍼포먼스 보다 랩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주안점을 맞춰 녹음한 곡으로 랩에 있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웨이컵과 타조의 주고 받는 래핑 속에는 비보잉의 전문적인 용어들이 등장하며 이목을 끈다. 또한 해외 투어를 통해 끈끈한 유대감을 갖게 된 스케쥴원(Schedule 1)의 스크래치가 곁들여졌으며 버벌진트가 주전공인 랩 대신 보컬로 참여한 'Maximum Party'는 매일밤 연습과 함께 펼쳐지는 자연스러운 프리스타일 배틀의 소소한 일상들을 파티로 묘사하여 표현한 곡이다. 'Hustlin' pt.2'는 특급 뮤지션 디제이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가 제공한 퍼포먼스를 위한 테마이다. 맥시멈 크루는 추후에 발매할 음반에도 자신들의 오리지널리티를 부각할 퍼포먼스용 비트들을 최고의 디제이들과 함께 작업하여 수록할 예정이다.


To The Maximum _ 비보이 맥시멈크루.
랩/힙합
200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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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순 2007-06-26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만2년이라는 짧은 핸드캡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잘 하고 있는 우리 맥시멈크루 아마 모두다 열심히 하는 거일거다.앞으로도 팀이 전원 한마음으로 한뜻으로 잘뭉쳐서 세계정상을 잘지키기넘넘좋아
 



2006.09.24

http://www.bandprana.com/
프라나(내 귀에 도청장치)

1. Go
2. 유리꽃(Title)
- 노래 듣고, 감동에 잠시 멍했다.
아아, 혁이 씨. 무심결에 입술이 들렸다가 부르르거리고, 우물거렸다, 방황했다.
3. 천국
4. Angel
5. 만질 수 없는
6. 한번만 더
7. Feel
8. Space
9. E-mail
10. Magic Man
11. Animal
12. 유리꽃(Inst.)

* 유리꽃 - 블로그 배경음악.
Space - 싸이 배경음악.

노래 듣고 울 뻔한 건, 12012의 Orion이후로 오랜만이었다.
가사로 인해서가 아니라, 공감 가능한 보컬 능력에 의해서였다.

 

CD, 꼭 사고 싶다-------!

 

+ CD 겨우 장만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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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8 23:46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나를 불안하고 연약하다고 하고
조금 아는 사람은 나를 강하고 용감하다고 한다
그리고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은
나를 어처구니없도록 연약하고
이해할 수 없도록 강하다고 한다.
모두 사실일 것이다.

오랫동안 모든 것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했었다.
이젠 삶에 대해 좀 덤덤해지고 싶다.
새로운 것과 사라지는 것 사이에서
잠시 머무는 것들 그것에 다정해지고 싶다.
민감하기보다는 사려 깊게,
좀 더 특별하고도 편안하게,

그래서 내면의 미소를 잃지 않은 균형 감각과
타자의 가치에 휘둘리지 않는
해방된 힘을 갖고 싶다.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전경린.

+ 의식하지 못하는, 웅크린 내면의 나,
그리고,
가족들이 바라보고 느끼는 나,
타인이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나,
그리고, 내가 모르는 나,
나, 나, 나,
무수히 많은 나.
그런 생각의 꼬리에 남는 건
낯선 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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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1.

새 단편(연작단편), 엇갈리는 그들의 운명.

스토리 구상 끝, 친구에게 이야기 들려주기 끝, 제목은 미정.
소설 스타트 시점 미정.(-_-)
나는, *** 취향이지만,
그건 **하지 않았어.
글쎄, 요사이는 대개 그런 계열, 그런 분위기의 소재와
영상을 그리고 있어. 어째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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