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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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03. 24∥

[도서]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내가 김경욱 작가님을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된 계기는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실린 "고양이의 사생활"이란 소설을 보고 나서였다. 그때 당시에는 그 소설이 참 신선하고, 빠른 속도로 읽혀짐에 "그래, 내가 원한 게 이거였어!"라고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던 것(;;)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라는 표제를 보고 나서, 죽음의 문제를 다루었구나, 섣부른 짐작을 하고, 책을 훑어보았다. 무심코 넘기다가, 목차를 보고 "고양이의 사생활"이란 소설이 실려 있어 덜컥 구입했다. 이미 "김경욱"이란 작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어서인지, 다른 생각을 해볼 겨를이 없었던 탓이다. 그렇게 무턱대고 구입부터 했는데, 후회는 전혀 없었기에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소설 전반에 죽음(타나토스)이 녹아들어 있고, 대부분의 소설이 추리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었다. 간결한 문체에 속도감 있는 필치로 그려내어 질리는 감은 없었고(단순한 내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끝없이 타들어 가는 불꽃, 강렬한 남성 파워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죽음을 넘어서도 그 느낌을 쏙쏙들이 받아들일 것만 같은 그런 기분.
또한, 이 단편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황량함"이라고 뒤의 해설에서 얘기하고 있다. 그 황량함을 서투르거나 낯설게 해놓은 것이 아니라, 작가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몸에 익숙해지도록 적절하게 짜 맞추었다는 것도. 그리고 작가 분은 영상세대의 모습과 사이버 공간과의 경계가 모호해진 현실을 감상적으로 읊조리는 것이 아니라, 냉정한 필치로 과감하게 그려내었다는 것도 왠지 모르게 공감이 가고 있었다.
내게는 아직은 생소하다고 할 수 있는, 내가 제대로 구체화하지 못하는 "몽타주 기법", "포스트모던 소설", 하지만 끝없이 관심을 가졌던 부분. 이 작가가 시도한 것은 낯설지만, 내가 본격적으로 배워야할 점이란 것을 알았다.
소설집 곳곳에 빠짐없이 배여 있는 우리 세대의 "단절"과 "탈 정체성", 앞으로 심각하게 고려해보아야 할 주제의식일 것이다.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쭉 정리하고 나서, 새 리뷰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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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사랑하게 해봐
정정희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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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03. 24∥

[도서]널 사랑하게 해봐

등단 7년이 지나 처음으로 선보인 작가의 단편집. 이제껏 읽어왔던 장편소설보다 그 깊이가 더욱 묵직하게 느껴졌다.
널 사랑하도록 만들어봐. 날 일어나게 해봐. 날 걸어다니게 해봐. 날 뛰게 해봐.
장편소설보다 더욱 깔끔하게 마무리된 참신한 비유, 감각적 문체, 생의 밑바닥에서 끌어올려진 고통, 고독, 불안, 권태, 상실, 결핍, 망각, 고립. 때로는 무심함에 가까운 감정 처리, 때로는 무의미한 일상을 한 단계 끌어올려 농담조로 툭툭 던지는 게 건방져 보이기도, 하지만 그리 가볍지도 않은 단편들.
늘 무언가에 두려움을 느끼는 미처 성숙되지 못한 자아, 혹은, 자신의 생을 담담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끊임없이 지루해하고 동요하고, 불안에 시달리는 신경질적인 자아. 사회에 호소하고, 자신의 고통을 알아달라 주변인을 무의식적으로 괴롭히는 이들, 상실, 망각, 결핍, 불안, 권태, 고립 등등을 삶의 숙명으로 기꺼이 받아들이고, 벗어날 수 없이 신경증을 겪는 자들. 정정희 소설의 주인공들의 공통된 모습.
의사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닮은 소설. 하지만, 독자들에게 끈질기도록 소통을 요구하는 주인공들이 가득하다.
잔혹한 듯 하면서도, 애처롭고, 분리불안, 신경증에 시달리는 주인공들을 현대사회에 빗대어 예리하게 포착하여 역설적인 비유로 고루 닮았고, 이전의 장편소설들보다 더욱 완성도가 높아진 단편집이다.
제목만으로 단순한 "연애소설"이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 될 뻔한 생의 본질에 다각도로 접근한 고요한 깊이가 느껴지는 성숙한 소설들이다.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쭉 정리하고 나서, 새 리뷰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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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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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03. 22∥

 

무라카미 류님은 일본작가 중 내가 제일 관심가지는 분이다. 그 어떤 일본소설보다 강한 충격을 던지고, 자기 주관이 뚜렷하며, 작가의 인생관이 소설 전반에 뚜렷이 엿보인다는 개인적인 판단 때문이다. 스스로의 취향은 다만 이해할 수 없을 뿐이니까.

"69"는 무라카미 류님의 소설 중 내가 제일 편애;;하고 있는 소설이다. 1969년, 시간적 배경을 설명하는 스타트부터가 내 눈길을 확 끌었고, 그 당당함이 내가 책을 고르는 취향과 맞아떨어졌기에 더 이상의 자잘한 비교, 망설임 없이 책을 골라 나올 수 있었다. 이번에 새로이 양장본이 나왔던데, 멋진 디자인만큼의 책 읽는 재미가 솔솔-하여 기쁨이 2배로 커지고 있다.

(다른 것을 아끼면 되기에, 설사 같은 책이라도 전혀 아깝지 않다;;)

주인공 "겐"은 개성강한 성격의 소유자로써, 일명 "괴짜"라고 불리고 있었다. 조금은 특이한 주인공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처음부터 환호성을 지르며 독서를 시작했다. 페스티벌을 취지로 하여 아다마를 친구로 끌어들이고(랭보의 시로 유혹하는 장면은 너무나 웃김;)조금씩 진실한 우정을 쌓아간다. 공부하는 것이 학생의 본분이 아닐 거라는 위험한 상상에 빠지기도 하면서, 주인공 "겐"과 함께, 때로는 통쾌하게, 때로는 의기소침해지기도 하면서, 결말까지 함께 했다.

너무나 뻔한 결말이었다면, 다시는 보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웃사이더 성격이 강한 소설은 다른 작가도 많이 써서 넘쳐나겠지만, 완결까지 내 마음에 바람을 일으킨 소설은 이제까지 잘 없었다. "69"는 다소 색다르다 평가했던 완결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었다. 공부 잘하고, 선생님 말씀 잘 듣는 바람직한 학생의 표본;;인 학교 생활에 충실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보통 학생과는 전혀 다른, 모험이라 칭할 정도의 학창시절을 보낸 "겐"은 평소 꿈꾸던 또 하나의 우리들이라고 생각한다.

 

교보문고, 나의 북로그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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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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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03. 22∥

 

박현욱 작가님은 글쓰는 스타일이 나랑 비슷하다고 친구가 말해주었던 분이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여러 작가분들 중 우선 순위에 꼽히는 분이기도 하다.
"새는"은 그간 읽었던 책들 중 내게 있어 가장 공감이 가고, 감동이 컸던 소설이다. 일단, track1로 시작하는 글의 구성이 다소 특이하다 생각하여 눈길이 갔다. 각각의 제목 아래 그 시절을 회상하여 학창시절 이야기가 꾸며지지도, 아름답게 혹은 멋들어지게 표현하려 애쓰지도, 그저 담담하게 담아진 것 같은 느낌이 우선 와 닿았다. 마지막엔 최동원 투수의 경기 전적에 관해서도 뚜렷하게 적어 놓았는데, 최동원 선수가 열심히 하는 만큼, 주인공 은호도 자기만의 인생관에 따라 뜻깊은 순간을 많이 거치고 있었다. 선망의 대상이었던 은수에 대한 애정, 현주의 관심, 기타에 대한 열정, 공부에 대한 노력, 무엇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면에서 본받을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재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난 후에 나의 학창시절을 보는 것 같았던 기분과, 그 시절을 서서히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 이 책을 결코 잊을 수 없는 이유다.
여러 번 읽을수록 서로 다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좋은 책.

 

 

교보문고, 나의 북로그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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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수프 - 무라카미 류 걸작선
무라카미 류 지음, 정태원 옮김 / 동방미디어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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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03. 22∥

::미소 수프::

circe(친구)가 처음에 좀 충격적인 내용이라고 해서 읽고 싶은 마음에 구입했다. 좀 빨리 나가긴 하지만, 심리면에서는 그렇게 날 끌어들이는 소설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스토리뿐 아니라, 주인공의 심리까지 파괴적이고 그랬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뭐, 스토리가 그리 충격을 주진 않았지만. 프랭크의 대사가 약간 공감이 갔다. 외로워서 사람을 죽였다는 그 말을 다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한 사람 한 사람 개개인의 사생활과 감정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그걸 다 소화할 수는 없는 거라고.
하지만. 시점이 1인칭이 아니라, 3인칭이었다면 심리 면에서 더욱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주인공에게 들려주는 프랭크의 이야기는 그런 대로 괜찮고, 납득이 갔지만, 살인 행각을 벌일 때 프랭크가 느끼는 감정을 주인공이 다 전달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던 듯 싶어서 조금 아쉬웠다. 내가 보는 관점이 다 옳은 건 아니지만, 여러모로 꼬집어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준 소설 같기는 하다.

 

교보문고, 나의 북로그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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