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대디, 플라이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004-03-28∥

 

 

[도서]플라이 대디 플라이

 

가볍고 경쾌하다. 책을 읽는 순간, 순간이 더없이 즐겁게 느껴진다. 만화를 생각하게 하는 톡톡 튀는 스토리 전개가 허무맹랑하지 않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은. 특별히 어려움은 없으나, 희망의 메시지가 있기에 그 감동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자꾸만 뒤적거리면 끝장 뒤의 마침표가 진정한 끝이 아니라, 그 위에 후일담이 있을 것만 같은 긴 여운을 남긴다.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아웃사이더 유의 세상에의 반항이 물씬 느껴지는 소설이다. 딸의 복수를 위해 하루하루 훈련을 지속하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신감 또한 키우는 주인공을 보면서, 아직 가능성은 남아있어-라고 좀더 높은 곳을 내다본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를 이루는 과정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소설.
강자 앞에서 약하고, 약자 앞에서 도리어 강해지는 비열한 모습에서 오직 소중한 하나를 위해 자신만의 노력으로 당당한 자신감을 내보이는 주인공은 우리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 돈, 권력, 재능이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좀더 높은 곳에 자리한 것이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 같다.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쭉 정리하고 나서, 새 리뷰 올리겠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04-03-27∥

 

 

[도서]해변의 카프카(상)

 

7년의 구상 끝에 내놓은 장편이란다.
한 편의 소설이라도 쉽게 보지 않고, 크나큰 노력과 심혈을 기울인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하루키의 소설 중에서도 대작에 꼽히는 거라고 평론가들이 구구절절이 떠들은 것은 내 눈엔 들어오지 않고, 다만,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작부터 완결까지 꼼꼼히 짜두고, 눈에 보이지 않을 고뇌와 헤아릴 수 없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들기 위해 퇴고의 과정을 몇 번이나 거쳤을까. 그런 노력은 쉽게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기에 책 속에 많은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제목에서의 "해변"은 소설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경계"의 의미를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으며, 꽤 강렬한 이미지를 풍긴다. 카프카의 초현실주의를 겨냥하고 쓴 것 같기도 한데,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정확히 얘기할 수 없는 복잡한 상태를 겪는 한 소년이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틀과 갑갑한 현실에서 끊임없이 탈출하려 시도하며, 서서히 삶의 원리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찾아가는 이야기다.

하루키는 이 작품에서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독특하고 참신한 개성적 캐릭터를 만들어 놓았고, 그 각각의 인물들은 어중간한 상태에 놓인 게 아니라 각자 나름대로 작품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부족하지도, 거추장스럽지도 않은 설정과 보다 깔끔해진 문체와, 짧은 문장 안에 크게 자리한 내면의 심리는 하루 이틀 시간이 아닌 7년에 걸친 시간에 이루어졌기에 꽤 자신만만한 느낌이다. 그것이 억지스러운 게 아니라,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정도로 자연스럽다는 데 굉장한 것이라 생각한다.

현실과 초현실이 교차하며, 반복적으로 거푸 읽게 만들며, 끊임없이 생각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작가의 의도가 뚜렷한 거 같아 감동적이다. 인생의 참된 의미를 일깨우고자 쓴 소설. 작가 자신의 이야기, 주인공 15살 소년의 이야기만이 아닌, 누구나 한번은 거쳐갔을 과도기적 시기를 다룬 우리 모두의 이야기.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쭉 정리하고 나서, 새 리뷰 올리겠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은 올빼미 농장 작가정신 소설향 19
백민석 지음 / 작가정신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2004. 03. 25∥

[도서]죽은 올빼미 농장

어느 날 우연히 친구와 서점에 갔다가 갓 나온 신간코너의 이 책을 발견하고, 책 뒤의 표지에 쓰인 짧은 설명을 훑었고, 문득 뇌리에 스치는 무언가를 느꼈고, 무작정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인형"과 대화하는 남자라니. 어찌 보면, 현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는 알게 모르게 어떤 것에, 속된 말로 미쳐 있는데, 그러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짐작을 하면서 소설에 기대를 하고 있었다.
주인공은 서울에서 태어나 혼자 아파트에 살면서 "인형"과 대화하고, 알 수 없는 "자장가"에 집착하며, 대중가요 작사가를 직업으로 가진 어느 남자다. 이런 사항을 "퇴행적 인간"이라 칭하는데, 발신인이 "죽은 올빼미 농장"이라 명시되어 있는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고, 거기서부터 본격적인 사건의 전개가 펼쳐진다. 꽤 흥미로운 구석이었다.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농장이 아니고, 30년 전에 사라진 강원도 고성의 한 농장으로부터의 정체 모를 편지라니.
그렇다. 이 소설은 결국 "농장"과 내면이 채 성숙되지 못한 "아파트먼트 키즈"의 자아 형성 과정을 그린 탐구적인 소설일 게다.
여기서 주인공이 세계와 소통 가능하다는 복선이랄까, "인형"을 땅에 묻는 것으로 암시하고 있는데, 세상과 단절되어 있던 어느 광적인 남자가 점차 환경과 조화 가능해지고, 스스로 내면의 탐구에 몰두하는 과정은 어쩌면, 보다 나은 미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열린 인간관계의 필요성에 한 걸음 더 접근할 수 있었던 것도 같다.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쭉 정리하고 나서, 새 리뷰 올리겠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세이스트의 책상
배수아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04. 03. 24∥

[도서]에세이스트의 책상

자유로운 색채, 또한, 독특한 소설 세계, 개성적 글쓰기, 등등을 평소 동경해오던 나는 이런 이유로 "배수아"님을 전적으로 믿고, 존경한다.
"책상"이란 단어가 주는 의미는, 보편적으로 공부나 글을 위한 도구, 매개체일 것이지만, 보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작가를 둘러싼 세계, 인위적으로 만든 공간이란 분위기를 풍긴다. 책상 위에 종이가 펼쳐져 있고, 그 종이 위에 작가가 생각한 모든 것이 담긴다. 음악에 관해 풀이하고, 정신에 대해 논하고, 언어에 대해 보다 파괴적, 주관적으로 평하고, 사랑에 대해 갈구하고, ……. 종이 위에 모습을 드러낸 소설은 어쩌면, 우리들에게 낯설거나, 이해되지 않거나, 여러 번 반복하여 뜯어보고, 따져보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노력을 해야만 느낄 수 있는 버거운 것인지도 모른다.
주인공이 사랑한 M에 대한 추억이 무의미하고 나른한 일상과 교차하여 반복되지만, 눈에 띄는 스토리 라인이 존재하지 않아, 애매하고 혼란스럽고, 당최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전혀 엉뚱한 것으로 넘겨버릴 수도 있다. 정확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작가는 얘기하고 있지만, 나는 발견하지 못한 것이 아마 있으리라는 추측도 한다.
하지만 소설을 읽음으로써, 작가에 대해 좀더 알게 되고, 내면에 좀더 다가가게 되고, 무엇을 염두에 두고 쓰기 시작했는지, 다소 느꼈다면, 그것으로도 우리에게 얻은 바가 있지 않을까. 글을 읽는 동안은 현실을 뛰어넘어 그들과 함께 날아가 한껏 자유로움을 깊숙이 집어넣었으니까.

"음악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 중에 유일하게 인간에게 속하지 않은 어떤 것이다."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쭉 정리하고 나서, 새 리뷰 올리겠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폭소
권지예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4. 03. 24∥

[도서]폭소

들리는가? 한 마리 작은 새의 날갯짓이. 또 들리는가? 내 영혼의 거친 울림이, 급박해진 심장박동이.
마지막 장을 덮은 뒤, 문득 떠오르는 글귀를 무심코 적어보았다.
2002년 이상문학상을 받은 작가 "권지예"의 첫 단편집 "꿈꾸는 마리오네뜨"를 사서 별 후회는 없었기에, 두 번째 단편집 "폭소"를 처음 보았을 때, 아무런 갈등 없이 구입할 수 있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밝은 소설, 스타트를 끊은 문장에서 주는 느낌은 차분함, 약간의 의기소침함, 혹은 생에 대한 덧없음, 자신 없음이 무의식적으로 들려왔다. 허나, 각 단편의 마지막까지 읽고 난 뒤에는 놀라움으로 무슨 말을 할 수 없을 만치 두 눈이 확 뜨여진 것이었다. 색다른 반전. 이를테면, 뒤통수를 팍 때리는 황당함.
작가 스스로는 자신의 변화를 추구했다고 한다. 첫 단편집은 꼭 한 가지 주제, 소재만을 다른 각도로 표현했으나, 이 단편집에서는 폭넓은 시야로 불완전한 삶과 도전, 온전한 생에 대한 인간의 의지 등등을 나타내고자 시도한 것이다. 물론, 그 결과는 어느 정도는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자신이 드러내려고 의도했던 주제의식이라던가, 소재, 분위기 등등은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고, 설사 이 단편집에서 골고루 집어넣지 못했을 수도 있겠으나, 그런 여러 상황을 접하면서, 경험을 쌓아가면서 좀더 높은 곳에 깃발을 꽂게 되는 게 아닐까. 노력이 있다면, 소설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지금은 미숙한 실력이라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개인적인 견해로(;;)
이전의 소설들보다 등장인물 면에서도 뚜렷한 변화를 보인 것 같아 내겐 좋은 본보기, 지침서라고도 말할 수 있다.
또, 결국은 인생은 쓴맛을 보게 되더라도, 뒤이어 2배의 단맛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긍정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이란 건 숨이 막힐 정도로 아귀가 꼭 맞게 돌아가야 하는 바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굴렁쇠를 쥐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만의 굴렁쇠를 굴리다가 굴렁쇠를 놓치기도 하는 것. 놓쳐버린 굴렁쇠처럼 가끔은 삶이 주는 우연성. 삶이란 것이 얼마나 인간의 의지를 배반하는 우스꽝스런 것일 수 있는지를 나는 그에게 말하고 싶은 걸까.”
(폭소 중에서)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쭉 정리하고 나서, 새 리뷰 올리겠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