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에쿠니 가오리가 쓴 이야기들은 참 사소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어떤 것이다. 개똥벌레의 불빛같다고 할까? 희미하게 밝혔다 꺼졌다를 반복하고, 밝게 빛나지만 만져보면 서늘한, 먼데서 보이는 불빛같은...

일본에 있는 동생이 원서로 읽어본 후, 재미있다는 촌평을 날려왔다. 문학하고는 담을 쌓고 사는 동생이 '재미있다'고 해서 더 기대가 된다. 여전히 슬픈의 언저리를 더듬거리는 이야기들. 그녀는 항상 잔치는 끝나고 끝없는 고독이 펼쳐질 그 문앞에서 머뭇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지독하리만큼, 주변인들의 이야기다.

내가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하는 것은, 그렇게 쓸쓸한 이야기를 하지만 그녀의 상상력의 근본이 '동화'에 있기 때문인 듯 하다. ever after라는 동화의 너그러움이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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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지박약 2004-05-24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지나다가반가워서요.저여기서신간뜨자마자충동구매했거든요.원래에쿠니팬이라^-^;;
담담한게좋드라구요~에쿠니.원츄!!
 

프랑수아 플라스는 <마지막 거인>을 그린 작가다. 그 책은 책은 이 책에 비하면 정말 상상력의 발가락 끝만 살짝 보여준 정도다.  <아마조네스의 나라에서 북소리 사막까지>, <에스메랄다 산에서 인디고 섬까지>, <비취 나라에서 망드라고르 산맥까지> 제목 외우기도 힘들고, 뭐라고 설명하기도 참 힘들지만, 참 멋진 책이다. 전세계의 신화를 자기 나름대로 녹여서 가상의 민속지를 만든 깊이와 넓이가 참 대단하다 싶다. 아마도, 마르코폴로가 감옥에서 자신이 본 동양을 이야기했을 때 사람들의 가슴이 이렇게 두근거렸을 것이다.

대인지뢰의 피해를 알리는 그림책. 일종의 캠페인성 그림책이지만, 요 쇼메이의 그림이 너무 아름답다. 아마 평화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요 쇼메이가 그린 푸른 초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책을 읽으면서, 우리 나라 역시 대인 지뢰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인간은 끝났다고 믿었지만,  땅속에 파묻힌 지뢰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원서나 한국어 번역본이나 참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모여서 만들어졌다. 책 뒤에 꼼꼼하게 붙은 해설은 어른들이 읽고 아이들에게 꼭 설명해줘야 하는 부분이다.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언제나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어린 아이들이다. 참 가슴 아픈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창비 좋은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창작부분에 당선된 작품이다.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이야기 자체는 무척 무겁다. 초등학교 고학년도 읽기에는 버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이해해야할 역사적 사실이 만만치 않기 때문. 중학교 이상을 위한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듯 하다. 청년들이 총을 드는 것을 끝까지 반대하면서, 죽음으로 자신의 신념을 지킨 이 목사, 젊은 혈기로 세상의 불의에 부딪친 야학 교사들, 그 사이에서 커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우리 아동문학작품은 '1980년 광주'를 이 정도로 정면으로 다룬 작품은 처음이 아닐까 한다.

이케다 아키코의 와치필드 시리즈가 번역되었다. 다얀(이스라엘의 다얀 장군에서 따온 이름이란다. 눈이 다얀 장군처럼 생겼다나) 이라는 고양이가 와치필드라는 판타지 공간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다얀이 꼭 주인공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그림책보다 캐릭터 상품이 더 많이 팔린다고 한다.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너무 따뜻하고 귀엽다. 이야기 자체의 재미보다는 그림을 보는 재미가 더 있는 시리즈. 사실, 아이들보다는 20~30대 여성들에게 더 호응을 받고 있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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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그림책으로 한글을 어떻게 익혀야 하는지에 대해 문의를 받는다. 안 봐도 그림이 그려진다. 그림책을 펴고 사이좋게 앉은 엄마와 아이. 엄마는 한자 한자 글자를 짚어가며 그림책을 읽는다. 혹시라도 아이가 빨리 글자를 익히게 하는 바램으로. 여기서 끝나도 좋으련면, 한걸음 더 나아가 교육열에 불타는 엄마는 아이에게 '이건 무슨 글자야?'하는 테러를 가하기도 한다.

한글을 가르치고 싶으면 학습지를 사다가 시키길 간곡히 부탁한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한창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있는데. 어떤 손가락이 영화 화면에 떡하니 나타나 글자를 한자 한자 짚기 시작한다. 그래, 뭐 화면이 좀 가렸다고 생각하면 되지..하고 영화에 다시 몰입할 찰나, 손가락의 주인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 글자 뭐라고 읽는지 아니? 한 번 읽어봐."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그림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고,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귀를 타고 들어온다. 아. 얼마나 포근하고 행복한 시간이랴. 그런데, 난데없이 손가락이 튀어나와 시커멓게 그려진 지렁이들을 짚어댄다. 아, 미운 손가락. 때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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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래빗 이야기 > 비아트릭스 포터, 프뢰벨행복나누기

원문은 이렇다.

His mother put him to bed, and
made some camomile tea; and she
gave a dose of it to Peter!

그런데, camomile tea를 책에는 '족제비쑥차'라고 번역해두었다.

족제비쑥이 뭔지 아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있다 해도, 이미 '캐모마일 티' 혹은 '캐모마일 차'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이름인데,

굳이 아무도 알아들을 수 있는 족제비쑥차로 번역할 필요가 있을까? -_-

 

<글로스터의 재봉사> 비아트릭스 포터, 프뢰벨행복나누기

원문은 이렇다.

          "Sieve my lady's oatmeal,
          Grind my lady's flour,
          Put it in a chestnut,
          Let it stand an hour--"

문제는 번역을 이렇게 해놓았다는 것이다.

우리 마누라, 보릿가루를 체에 쳐서

우리 마누라, 밀가루를 곱게 빻아서

호두 속에 집어 넣고

한 시간을 재어 두면...

 

전체 번역에 대해 내가 평을 할만큼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어색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바로 눈에 띈다.

oatmeal은 귀리가루로 만든 죽, 혹은 귀리 가루를 만한다.

그런데, 왜 이것이 여기선 보릿가루로 둔갑을 했을까?

더군다나 chestnut는 호두가 아니라 밤이다. -_-;;;

Put A in B는 B에 A를 넣다라는 뜻도 되지만,

B에 A를 섞다라는 뜻도 된다.

과자나 파이 반죽을 만드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볼에 밤이 들어 있고, 거기에 체에 친 귀리와 곱게 빻은 밀가루를 넣어서 섞는 것다.

얼핏 보면 말이 되는 듯 하지만 꼼꼼히 뜻어보면 이 구절은 도무지 무슨 뜻인지 잘 알수가 없다.

chestnut가 밤에서 호두로 둔갑한 것은 아마도, 집어넣다라는 표현 때문인 듯 하다.

호두껍질에 밀가루를 집어넣는 뉘앙스를 풍기기 위해 그렇게 번역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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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를 위한 놀이책. 책을 펼치면 집이 된다. 인형놀이를 할 수 있는 인형도 들어 있고, 세간살이들도 다 들어 있는 그야말로 한큐에 끝내는 놀이책이다. 포피는 영국에서 온 고양이 캐릭터. 그림책, 촉감책, 보드북, 입체책 등 종류가 많다. 

종이로 만들어져 있어서, 플랩 부분은 셀로판 테이프로 붙여두는 것이 좋을 듯. 재질이 꽤 튼튼해서 몇 번 가지고 논다고 찢어지거나 구겨지진 않겠지만, 아이들의 '괴력'에는 역부족일 것 같다. 특히, 바닥이 좀 약한 편이라 미리 보수 공사를 하는 편이 좋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하지 않으려면.

자.. 그럼 안을 한 번 돌아보자. 이게 앞부분의 모습이다.




 

 


 

 

 

 

 

 

 

 

 

이게 앞부분...


 

 

 

 

 

 

 

 

 

 

 

이게 뒷부분.. 연두색으로 삐져나온 천조각은 나중에 집만들 때 사용하는 것. 찍찍이 천으로 되어 있다. 바닥을 붙일 때 사용한다.


 

 

 

 

 

 

 

 

 

 

 

 

옆부분. 리본으로 묶도록 되어 있다.


 

 

 

 

 

 

 

 

 

 

 

 

책을 펼친 모습. 책의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와 짧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페이지 수가 얼마 되지 않아서, 이 책은 읽기 책이라기 보다는 가지고 노는 책. ^^


 

 

 

 

 

 

 

 

 

 

 

 

가지고 노는 인형이 이렇게 봉투에 들어 있다. 인형을 지지할 수 있는 지지대도 함께 들어 있다. 이렇게 봉투에 들어 있어 보관하기 좋다. 보라색 고양이는 엄마 고양이, 주황색 고양이가 주인공 고앙이다. 얘는 주인공이라 입힐 수 있는 옷도 한 벌 들어 있다.


 

 

 

 

 

 

 

 

 

 

 

일동 차렷! 들어 있는 인형들을 모두 세워봤다. 우우.. 너무 귀엽다. 뒷 칠판은 메인 결정 회의의 흔적들... 미처 못지웠네


 

 

 

 

 

 

 

 

 

 

 

 

다 만들어 펼치면 이런 모양. 맨 끝에 있는 것은 포피의 방, 부엌, 응접실, 욕실.. 굉장히 길이가 길다. 왠만한 애들 키정도? ㅎㅎㅎ 펼쳐놓고 보니 흐뭇하다.


 

 

 

 

 

 

 

 

 

 

 

 

포피의 방입니다. 맨 끝에 있는 것은 토이박스. 옷장에는 갈아 입힐 수 있는 옷이 옷걸이(!- 으. 정말 정교하다)이 걸려 있고, 탭(화살표가 그려진 작은 종이 손잡이)으로 커튼을 열고 닫을 수 있다.


 

 

 

 

 

 

 

 

 

 

 

토이박스 확대. 손모델로 수고한 S 출판사 C 씨에게 감사를. 우리 회의한다고 들어가서 이렇게 놀았다. ㅠㅠ 장난감이 앙증맞다.


 

 

 

 

 

 

 

 

 

 

 

 

창문을 열었다.



 

 

 

 

 

 

 

 

 

 

 

 

자기방 창문 앞에서 한 컷. 이것이 옷장에 들어 있는 코트. 책 뒤편도 이렇게 잘 꾸며놓았다.


 

 

 

 

 

 

 

 

 

 

 

 

포피 엄마의 부엌입니다. 세탁기도 움직일 수 있고, 찬장도 열 수 있다. 창문? 당근 열 수 있다. 정말 요리하고 싶은 깨끗한 부엌이다.


 

 

 

 

 

 

 

 

 

 

 

식탁.


 

 

 

 

 

 

 

 

 

 

 

냉장고 열어봤다.


 

 

 

 

 

 

 

 

 

 

 

 

응접실 소파. 진짜 앉을 수 있다. 엄청 푹신한 느낌.


 

 

 

 

 

 

 

 

 

 

 

 

전화기의 수화기, 이렇게 빠진다. 전화걸기 놀이도 가능 ^^


 

 

 

 

 

 

 

 

 

 

 

 

응접실 벽. 텔레비전은 채널이 딱 2개. 지금 보이는 만화랑 탭을 당기면 뉴스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벽시계 안은 열어 볼 수 있고, 시계바늘도 움직여서 시계 익히기 공부도 놀면서 할 수 있다.


 

 

 

 

 

 

 

 

 

 

 

위 사진의 텔레비전과 비교해서 볼 것. 채널이 바뀌었다. ^^;;


 

 

 

 

 

 

 

 

 

 

 

 

욕실. 휴지도 잡아 당길 수 있고, 수건도 뺄 수 있다. ㅎㅎ 부엌하고 욕실이 제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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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9-14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마음에 듭니다.
일곱 살짜리 딸아이 사줘도 좋아하겠죠?
이건 뭐 어른이 봐도 이렇게 좋으니 말입니다.^^

yukineco 2004-09-14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형놀이는 여자의 영원한 '로망' 아닐까요. ^^;; 혹시 구입하시고 로드무비 님이 더 재미있게 가지고 노실지도 몰라요. 색감도 참 선명하고 밝고, 꽤 튼튼하게 만들어져서요 추천할만한 상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