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상 보다 그를 기리는 시인, 소설가, 예술인들에 더 관심이 갔다. 이상의 집터에 기념관을 짓고 그를 기리는 사람들, 이상의 유작을 좇아 새로운 소설을 만든 작가들, 그리고 그의 시를 연극으로, 무용으로 새로이 풀어내는 사람들. 이상은 이국에서 외롭게 병사해 그의 묘소를 이제 찾기도 어려워져 해독하기 어려운 그의 시처럼 그의 인생 전체가 신기루, 혹은 신화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아직은, 그의 혈육이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다고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상의 조카, 이상이 아꼈던 여동생 김옥희의 아들을 만나 인터뷰 하고, 김옥희의 1962, 1964년의 엣세이, 그녀의 생애와 이상의 부인 및 지인, 무엇보다 외롭고 쓸쓸했던 이상의 생애를 함께 되짚어본다. 궁극적으로 아직도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이상의 미발표 원고의 가능성을 생각한다. 그 모든 천재와 문학, 그리고 멀지만 아직은 닿을듯한 시대와 아픔의 흔적을 집요하게 찾아간다. 그런 '의도'는 보였다. 저자 자신이 이상 문학 속 주인공이 되어 하나씩 풀려고 한다. 다만, 그 추적의 결과가 다른 문학 평론과 (학술 발표들과 자신의 책을 별개로 다뤄주길 바라는 저자의 의도가 서문에 분명하게 표시되어있다) 인물 평전 보다 짜임새가 헐겁고 신변잡기에 치워쳐져 있어서 이상의 이름이 민망하다. 그는 기존의 이상 관련 자료나 논문을 충분히 공부하지 않고 열쩡으로 이상 추적을 시작한다. 그가 새롭게 찾아낸 문학적 역사에 과연 의미를 부여해야할까, 주저하게 된다. 무엇보다, 책의 시작이 설날 다음날 아무런 예고나 약속없이 음식점을 하는 (하지만 영업을 하지 않는 연휴에) 집에 찾아가 다짜고자 '이상이라는 시인의 조카분 되십니까'로 시작하니 독자인 나에게도 매우 무례하게 보인다. 이런 무례, 혹은 낭만, 아니라면 그냥 또하나의 이상 관련 팬북. 새로움은 글쎄. 김연수의 소설을 골라 마음을 추스리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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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3-20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꾿빠이, 이상 아직 못읽었다는...

유부만두 2018-03-20 07:31   좋아요 0 | URL
추천해요. 오마주 소설이라지만 전 이상을 넘어선 소설이라고 생각했어요.
저에게 이상은 (문학도, 그의 사생활도) 그리 매력적이 아니라서요.

라로 2018-03-21 14:14   좋아요 0 | URL
여기 <꾿빠이, 이상> 읽지 않은 일인 추가요~~.

psyche 2018-03-22 00:30   좋아요 0 | URL
언제던가 한국가면서 유부만두한테 책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그때 꾿빠이,이상 추천해줬었는데 사려고 했더니 품절이었어. 지금 보니 다시 나왔나봐. 다음번에 꼭 사와야지

유부만두 2018-03-22 06:38   좋아요 0 | URL
네 작년인가, 다시 개정판이 나왔어요. 한동안 절판이었구요.
여름에 오시나요? 그런데 한국은 다시 겨울이 되었어요.
이러다 봄 건너뛰고 여름으로 갈지도 몰라요. 언니가 온다면 여름도 기다려지구요. ^^
 

Wrinkle in Time 책이 분명히 우리 집에, 두 권이나 있는데! 어디쯤이 어떻게 접혔는지도 눈에 생생한데! 안 보인다. 다 뒤졌는데 안보임. 다행히 번역본 책은 있네. 생각난 김에 책 스무 권을 포장해서 중고서점 팔기 신청했다. 사서 안 읽고 묵혔더니 균일가 매입 1000원인 책이 많아서 빼놓은 것도 있다. 시간이 웬수. 내 노안이 죄.

 

 

오프라 윈프리가 영화판 Winkle in Time에 나왔다. '어느거야 아줌마' Mrs. Which 역할. 영화는 평점이 나쁘지만 궁금하다. 아직 이야기를 만나지 않은 막내와 (책도 잃어버리고 책 내용도 가물가물한 내가) 함께 읽어봐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위더스푼도 나온다니 영화는 꼭 보고말겠엉.

 

https://youtu.be/UhZ56rcWw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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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3-18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별로에요~~~.비추

유부만두 2018-03-18 16:28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평점이 안좋더라구요 ...

psyche 2018-03-19 00:57   좋아요 0 | URL
아 영화는 별로군요. 어떻게 영화화했을지 궁금했는데...

희망찬샘 2018-03-18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의 주름, 읽다말다 읽다말다... 분명 재밌는 책일텐데, 때를 못 마춘 거 같아요. 비쁜데 읽기 시작했다던가...

유부만두 2018-03-18 23:0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그래서 아주 재미있었던 기억보다는 ‘읽었는데..‘ 여러 모험과 sf 상식들이 뒤섞인 느낌만 남아있어요. 막내와 함께 호킹 박사를 생각하면서 읽으면 어떨까 싶었어요.;;;;

psyche 2018-03-19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wrinkle in time 좋아했는데...이게 좀 오래된데다가 어린이용이라 약간 어정뜬 면이 있지만 내가 워낙 sf 를 좋아해서 그런지 재미있었어. 엔양은 좋아해서 시리즈 다 읽었는데 엠군은 어땠는지 기억이 안나네. when you reach me 란 책이 이 책이랑 연결되. 주인공이 이 책을 들고다니는데 이 책에서 나오는 원리? 아 뭐라고 하지? 한국말도 생각이 안나네 암튼 그게 적용되거든. 둘 다 재미있었어

유부만두 2018-03-19 07:42   좋아요 0 | URL
sf에 대한 애정이 기본이군요. ^^ 그래서 제가 이 책에 대한 기억이 흐릿한가봐요.

참 얼마전 로그원 영화 보면서 재미 없다고 했다가 남편에게 한소리 들었어요;;;; sf 어렵습니다...
 

아, 나의 왕자님, 보고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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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3-18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왕자파스!옆에 파일롯 잉크까지

유부만두 2018-03-18 09:04   좋아요 0 | URL
추억이 퐁퐁 샘솟죠!
 

어린이용 판타지와 어른의 판타지는 어떻게 다를까. 좋은 이야기를 만나면 그 세계로 쑥 들어가 허무맹랑하더라도, 그 안의 괴상하고 꿈 같은 인물들과 줄거리를 타고 놀게 된다. 얼마전 본 영화 '세이프 오브 워터'나 '보건교사 안은영' 처럼. 오늘 아침에 읽은 건 더 순하고 더 착하고 어쩌면, 하고 상상해 보는 작은 이야기 동화 '운동장의 등뼈'다.

 

그림도 등장 아이들도 착하고 순하다. 문장의 연결과 장면은 익숙한 설정처럼 흘러가지만 그 안에서 용기를 내 거인을 불러냈다. 작가는 세세한 사정을 다 설명하는 대신 여백을 남겨둔다. 어쩌면 미진이에게 새로운 선물을 주어 덜 상처 받도록 배려했는지도 모른다. 전학 가는 친구의 '아프리카 원숭이섬'은 삐삐의 섬 같이 들리지만 완전 정 반대 '경쟁의 정글'이겠지. 하얗게 눈으로 덮힌 운동장이 우리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해준다면, 그 이야기를 들어줄 아이들, 어디 있나요? 

 

'동식이 사육 키트'는 미래 공간에서 벌어진다. 홀로그램으로 대화하고 택배는 10분 안에 집 안의 상자에 전송된다. (이건 좋네!) 비싼 학교, 영상 대신 진짜 사람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교에 전학한 아이는 엄마의 성화와 감시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장난감을 키워 애정을 주고 싶어한다. 어쩌면 애완동물 어쩌면 아이의 잔인한 비유. 자랑하고 꾸미고 비싼 사료 먹이고 결혼도 시킨다. (우웩) 디스토피아 청소년 소설 'the Giver' (기억 전달자), '컵고양이 후루룩', 무엇보다 '깡통 소년'이 연상된다. 집과 학교는 미래이고 온갖 기술이 지배하지만 결국 사람의 손을 타야한다, 는 생각을 계속 하게된다.

 

판타지 요소가 독자를 충분히 매료시키지는 않는다. 따져보면 심오한 동화일텐데 설정과 인물, 대화가 무난하고 (낯익고) 순하고 착하다. 읽는 재미가 샘솟지는 않아서 어쩐지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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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카톡으로 꽃 사진을 보내왔다. 같은 서울인데도 내 눈에는 아직 꽃이 안 들어왔는데. 그제는 덥다가 어젠 차츰 기온이 떨어지더니 저녁엔 춥기까지 했다.

 

막내는 손과 무릎을 다쳐서 귀가했다. 멍도 들고 까져서 피도 났는데 심해보이지는 않았다. 어쩌다 다쳤나 물으니 게임이 낮에 업데이트 되기에 서둘러 집에 오려다 넘어졌다고. 아. 학교나 학원 시간에 늦어도 느긋하게 양반걸음이던 네가 이렇게 애타는 심정으로 달리기도 하는구나. 약을 발라주고 (괴씸해서 소독약을 듬뿍 적신 솜으로 상처를 꾹꾹 눌러 주었다) 간식을 챙겨준 다음 차를 마셨다. 진정의 보리차, 녹차, 홍차, 그리고 (마들렌).  다시, 꽃 이야기로 돌아와서.... 일본에는 곧 벚꽃이 피겠지. 그리고 나는 계속 비행기표를 검색하겠지. 여행 책과 구몬으로 마음을 달랜다. 만화 가이드라고 여기고 구입한 '교토 구석구서 매거진'은 별로였다. 오늘도 나는 차와 책, 그리고 막내가 선물한 화이트 데이 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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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3-16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평소에는 느릿느릿 하다가 게임때문에 뛰는 모습이라니 너무 익숙해!

유부만두 2018-03-16 15:09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속상해요. 안고쳐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