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책을 샀지.

 

가족 구성원에 대한, 그리고 내 가족 외의 가족, 통념상 '비정상' 이라고 불렀던 가족에 대한, 그보다 각 개인이 짊어지는 부담과 차별에 대한 책이다. 표지만 보고 그래픽 혹은 청소년/어린이용 교육만화 인줄 알았.... 다가 자리를 고쳐 앉고 읽었다. 그리고 반성도 하고 늙은 머리를 끄덕이며 공부를 했다. 방진마스크를 하고 외출해선 매일빵집에서 책을 읽었다. 공포소설 읽는 남편, 그리고 현실을 읽으며 공포를 느끼는 나.

 

 

이 책에 대해 짧은 글을 남기기가 부담스럽다. 읽고 배운 것은 많으나 책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의욕에 넘쳐서 마무리가 덜 된 느낌이다. 그 다음으로 나아갈 첫 계단을 딛게 해주었달까. 인용되는 많은 책들과 사건 사고는 설득력 있으나 통계는 성글어서 투박하기도 하다. 가족 이데올로기로 퉁쳐왔던 많은 관습들, 그리고  IMF와 세월호 이후 더 공고해진 가족 이기주의는 매일 체감하고 있다. 여성으로서 엄마라는 굴레에서 숨막힌 건 말해 뭣하리. 그 사이에 다치는 건 바로 아이들이다. 내 아이들 부터 개인으로 바라보고 존중해야 겠다. 어렵다. 그래서 여기에 써놓는다. 아이들을 내 소유물로 다루지 않...겠...다.... 손가락이 무거운 약속이다. 다행히 개인이 이 짐을 다 짊어져서는 안된다고 저자는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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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6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26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18-03-27 0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폰 화면에서 표지만 보고 만화인가? 소설인가? 했었는데 아니구나. 기회되면 읽어봐야겠다

유부만두 2018-03-27 08:5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전 만화인줄 알고 샀어요. 책소개 안봄. 표지 보고 필 받으면 막 삼. ㅋㅋㅋㅋ 그러다 가족과 사회에 가득한 편견, 차별, 폭력에 대한 글을 만나서 각잡고 읽었어요. 이제 애들 맴매 안할겁니다. 반성 반성.
 

이상한... 것들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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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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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3-27 0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복숭아가 먹고 싶다는....

유부만두 2018-03-27 08:5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아직 철이 아니지만 참외가 슬슬 나오는 걸 보니 곧 복숭아도! 짝으로 들여놓고 마구 즐기고 싶지만 과일값이 비극적이에요.
 

몰리님의 포스팅에서 만난 '펀홈' 그래픽 노블을 구입해서 읽었다. 제목의 뜻도 자세한 이야기도 모르고 그저 'intellectual crush'라는 말에 버튼이 눌렸달까. 나는 똑똑한 사람, 명석한 사람, 많이 아는 사람,에게 약하다. 남편도 똑똑해서 반했지. 게다가 남편은 말도 적고 예의 바르며 잘 생겼다. (읽고 있습니까, 만두피님?)

 

아버지의 죽음을 맞은 저자 앨리슨은 아버지와 자신의 성적 정체성과 인생에 대해서 서술한다. 자신의 성장과 아버지의 장례식장 일, 고향, 그리고 무엇보다 책. 아버지가 사랑했던 피츠제랄드, 프루스트, 조이스, 그리고 앨리슨이 탐독한 콜레트 등은 이 '펀홈'에 녹아들어있다. 앨리슨의 비극적인 그런데 너무 웃기고 때론 차갑게 썰어내는 표현 속에서 문학 작품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책으로 인생을 배우는 사람들. 정말 똑똑한 사람들. 인용된 작품들은 앨리슨의 인간관계, 성정체성, 미의식의 고민을 위해 단단히 서 있고, 앨리슨은 바닥이 무너지는 충격에서 천천히 자신의 '펀홈'을 그려내며 일어서 아버지와 화해, (이렇게 쉽고 게으른 표현 말고 다른 걸 쓰고 싶지만, 내 한계임.) 하게 된다.

 

그림의 선과 색이 부담없....다가 서너 군데 헉, 하게 나체와 사랑 체위가 나와서 당황하게 된다. (카페에서 읽었는데 옆 자리 사람이 자꾸 내 책을 보더라. 확 펼쳐서 보여줄까 잠시 고민했음.) 앨리슨의 아버지는 참 표리부동하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는데 어쩐지 그에게도 측은한 마음이 들었고, 앨리슨의 엄마에게 (그녀와의 관계를 소재로 'Are you my mother?'라는 작품도 그렸다. 난 동제목의 Eastman의 어린이 그림책을 갖고 있다)도 공감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이 별나고 비극적인 가족에게 공감하게 된다. 책읽는 사람에게 일단 맘을 주고 시작한 탓인지도. 인용된 문학 작품들을 다시 (실은 대부분 처음이지만) 제대로 읽어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쿨하게 담배 한 .... (그럴 심정이 된다) 현실의 나는 감기로 누워있다가 내 머리카락 냄새를 큼큼하고 맡다가 그 펀홈의 향기짙은 꽃을 떠올렸다. 그리고 얼른 프루스트 책을 집어들었다. 이걸 다 읽기 전엔 죽을 수 없어. 내 아들도 제대 못할지도 몰라. 머리는 조금 나중에 감지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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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3-25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저도 몰리님 서재에서 보고 이 책 찜해두었는데 유부만두님은 확실히 빠르시네요. 아 또 책 사야겠다. 이 책 꼭 보고 싶거든요!!

유부만두 2018-03-26 08:45   좋아요 0 | URL
정말 스마트하고 인텔렉츄얼한 책이에요. 시간을 두고 다시 읽고 싶어요. 프루스트 나와서 막 반가웠어요. (어디까지 읽었는지는 말 안할래요) 몰리님에게 땡튜 그리고 스마트 별점 막 드리고 싶었어요. 다락방님도 즐겁게 읽으시길요.

psyche 2018-03-27 0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몰리님 서제에서 보고 관심있었는데 만화를 영어로 보는건 정말 힘든일이더라구. 글씨 읽기가 너무 힘들어. ㅠㅠ 한국갔을때 한글판을 시도해봐야지.
그리고 are you my mother? 제목듣고 나도 저 그림책 떠올렸는데 ㅎㅎ 찌찌뽕~

유부만두 2018-03-27 08:51   좋아요 0 | URL
저도 만화는 영어로 못 봐요. 대문자는 영 눈에 안들어오더라구요.
왜들 그렇게 쓰는걸까요. 이번 책도 원서가 더 싼데도 읽고 싶어서 우리말 번역본으로 샀어요. 잘했다 싶어요. 어떤 용어들 사용은 몰랐던 건데 주석이 (과하지 않게) 잘 설명해 주거든요.
are you my mother는 딱 저 책이죠. ㅎㅎ 언니야, 한국 여름에 오는거죠? 그죠? 나랑도 놀아주기!!!

psyche 2018-03-27 15:19   좋아요 1 | URL
아 내가 아까 중요한 걸 빼먹었네. 유부만두님의 남편분인 만두피님 똑똑하시고, 말수가 적으시고 예의 바르고, 잘생기셨습니다!

한국은 가긴 갈건데 언제 갈지, 얼마나 갈지 아직 전혀 계획을 못세우고 있어. 한국에서 아들을 떨어뜨릴 곳을 찾아야 내가 놀텐데... 원래 세운 계획이 어그러져서....흑 일단 날짜부터 정해진 후 열심히 떼어놓을 곳을 찾아야지

유부만두 2018-03-29 09:05   좋아요 0 | URL
하하하 이 답글 캡쳐해서 애아빠 보여줘야겠네요. 요즘 배가 을매나 나왔는지. ㅋㅋㅋ 진짜 만두아저씨가 됐어요.

목나무 2018-03-27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몰리님은 건너뛰고 펀홈을 유부만두님 덕분에 찜콩합니다! 이런 만화 좋아요 .좋아! ㅎㅎ 이렇게 숨어있는 책들 많이 찾아내서 널리널리 알려주시라는~~ ^^

유부만두 2018-03-29 09:04   좋아요 0 | URL
뭘 널리널리까지.....ㅎㅎㅎ 서재의 여러 이웃분들 포스팅 보고 책을 막 사재끼다보면 이런 보석도 만난다죠. (정당화 작업중)
 

아픕니다;;;; 재작년에 다른 곳에 올렸던 묵은 리뷰를 옮겨놓고 다시 잘래요. ㅠ ㅠ 감기 조심하세요.

****
할 일은 많고, 할 빨래나 설겆이도 아쉽지 않게 쌓여있는 월요일 낮.
아이는 하교해서 땀내 나는 옷을 던져두고 호기롭게 외칩니다.
˝엄마, 저 라면 끓여 주세요, 배고파요!˝ 아이는 이제 컴퓨터 화면의 게임 방송에 집중합니다.
아이야, 너는 사랑이 ... 뭐라고 생각하니. 같이 라면 먹는 거 말고.

그러니까, 이 덥고 미세먼지로 깝깝하고 짜증나는 날에 엄한 데로 화풀이를 해봅니다.
가령.... 신간의 스포를 써버리는 겁니다. 막. 곡성의 범인은 누구닷, 이렇게요.

1. 주인공은 아주 아주 젊음. 아들 얼굴 다시 쳐다보고 말았음.
2. 이 아긔아긔한 주인공은 ‘잘못된 만남 (김건모)‘으로 상처받음.
4. 후에 연상의 철벽녀에게 도전. 승리함.
3. 사랑에 대해선 답.정.너.
5. 실사의 연인 ‘상드‘는 ‘쌍‘ 이었을지라도 작품은 ‘상‘품.
6. 이 너무나 낭만낭만 스러운 사랑 이야기는 세기의 작가 ˝프루스트˝의 조기 교육 교재이기도 했음.

오글거리고 사랑으로만 똘똘 뭉친 이야기이지만 주인공 청년의 괴로움은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그가 현실에선 연인 상드를 찾아가 그녀의 아이들 앞에서 칼부림까지 부렸다니 (하아.... 요즘 뉴스에서 읽던 폭력적 이별 장면인가요) 소설 주인공 옥타브의 성품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뮈세나 옥타브, 그들은....십구 세기 사람입니다. 왕정복고로 정치에는 희망이 없다고, 가진 놈들이 더 무섭다고 하던 바로 그 시대, 졸라님의 시대이죠. 탄광에서 죽다 살아난 에티엔도 있고 천진난만한 얼굴로 사랑을, 눈물을, 진실을 좇다가 죽음을 골똘히 그려보는 옥타브도 있습니다. 이 두 젊은이는 한끝 차이죠. 모두 칼날 끝 같은 사랑의 정점에 면해있어요. 그 시대의 사랑은 더도 덜도 말고 아픔, 그리고 고통이었더래요.

그래도 사랑의 정의는 독자마다 다르게 내리겠지요. 과연 옥타브는 누구를, 어떤 식으로, 사랑했던가. (사실, 이 길고 긴 사랑 고민 이야기를 읽다가 중간 중간 ... 욱, 해서 옥타브를 패주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만 좀 징징대, 이눔아. 그냥 헤어지덩가! )

아유~ 좀 시원해 졌습니다. 미세먼지에 깝깝하신가요? 세기아의 고백을 읽으시면서 함께 고민 하고 욕도 좀 하시고, 그 시대의 멋짐과 혼란, 그리고 표지의 그림 처럼 방황하는 눈빛을 떠올려보시죠. 그리고 저처럼 스포를 여기다 막 터뜨려 보시는 겁니다. 하하하.

2016.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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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3-24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시다면서~~~~!! 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3-25 07:45   좋아요 0 | URL
매일 쓰기로 했으니까요....ㅎㅎㅎ

목나무 2018-03-24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아파요 언냐? 호~~~ 아프지 말라는... 글구 이 글 보니까 그냥 넘겼던 이 책이 급궁금....ㅋㅋ

유부만두 2018-03-25 07:46   좋아요 0 | URL
목감기랑 몸살이 왔어. ㅜ ㅜ 아, 오랫만에 힘드네.

psyche 2018-03-27 0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팠는데도 매일 쓴다는 결심을 빼먹지 않는 유부만두. 칭찬칭찬합니다!

유부만두 2018-03-27 08:47   좋아요 0 | URL
매일 올리는 거죠. 퀄리티 체크 읍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