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습니다. 기침을 콜록 쿨럭 커어어억 하면서 쇼파에 앉아 동화책을 읽는 내 모습이 참 찌질하지만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기침하느라 수고한 목을 위해 복숭아캔 대신 아이스크림 떡을 먹어줍니다. 아, 맛있지만 내가 알던 그 맛이 아니네. 감기 걸리면 이게 제일 속상합니다. 내 입맛을 돌려줘.

<고양이 가장의 기묘한 돈벌이1>은 부동산, 제조 유통업, 신분 도용 이야기입니다. 곰팡이도 많고 냄새도 나고 어두운 반지하 방 하나짜리 집에 메리랑 아빠랑 삽니다. 하나도 안 메리하고 그저 새드하고 글루미한 집. 고양이도 삽니다. 고양이는 이사오던 4년전에 이 집에 먼저 들어와 있었습니다. 어둡고 눅눅하고 음침...하지 않습니다. 그럴 틈을 주지 않아요. 아, 얘는 엄마가 없네, 얘는 가난하고 아빠도 철이 없네, 아빠가 회사 관두고 아이 부양을 포기하네? 노래도 못하는데 뭐 음유시인? 꼴깝. 고양이가 뭐 이래, 뻥이 심하네....라고 생각할 틈이 없어요. 지금 쓴 건 다 오늘 아침에 그래도 어른이라고 생각해서 쓴거구요. 막상 읽을 땐 그냥 막 등을 떠밀고 앞에서 약올리면서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정신이가 없어요. 그런데 이거 .... 맞다, 어딘지 '장화 신은 고양이' 생각도 나요. 사기쳐서 주인 신분상승 시켜주는 고양이. 그런데! 여기선 그 고양이가 혼자가 아님. 여우를 끌고 들어옴. 다행히 여우 호호씨는 메리랑 아빠의 간을 빼먹으러 들지는 않지만 혼을 빼먹을 지경을 만듭니다. 그럼 고양이 꽃님이는 (이름 센스 봐봐요. 을매나 웃겨. 이런게 바로 대조법? 극적이지요.) 누구 편일까요. 안알랴줌. 하하하 재밌어라. 아, 그런데 이야기 중간중간 세상을 비트는, 하지만 엄근진으로 빠지거나 교훈 날리는 촌스러운 일은 생기지 않아요. 그래도 나는 어른이니까 그런거 다 파악하고 열심히 읽었지요. 걱정 말아요. 재밌다고 정신 없이 읽으면서 빨래는 밀려도 (아니야, 나는 아파서 투병중인거야, 콜록 콜록) 책 속에서 이런 저런 의미들 다 알아서 챙겨 먹고 있어요. 아 그런데 이 책은 은근 스릴러 호러 요소도 있다요? 우리 전통 귀신이야기도 떠오르게 하고요. 그것도 알랴드리기 귀찮음. 뭣보다 일단 책이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뭐....그런거 아니겠냐는 의식의 흐름이 생깁니다. 자, 나는 이제 2권 읽으러 가야겟....콜록 쿨럭 .... 아파도 괜찮아요. 왜냐?! 내게는 꽃님이 시리즈 1,2,3권이 다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