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기념으로 3권 셋트를 사서 읽기 시작했다. 마음이 무겁고 머리도 아프다. 그림체가 바뀐 건지, 일제강점기 전체 개요와 국제 정세를 설명하기 때문인지 중반부까지 읽으면서 박시백 작가의 '조선왕조 실록' 대신 '먼나라 이웃나라'가 떠올랐다.

 

과하게 감정에 호소하려고는 들지 않지만 사이사이 말풍선으로 투덜거림 혹은 숨고르기로 이 숨막히는 세월, 끔찍하고 한탄스러운 역사를 그려낸다. 일본이 어떻게 정치 외교에서 시작해서 조선의 땅과 쌀을 야금야금 먹어들어갔는지, 조선인들은 견디다 못해 도망자, 망명인이 되었는지, 그 시대의 지도자들은 어떻게 행동했는지 배웠다. 한반도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권력 관계를 보여주고 권말에는 꽤 비중있게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3.1절은 2권에 나온다. 8월까지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어야겠다.

 

서울교육박물관에서 '김란사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유학생이며 유관순을 비롯한 여학생들을 교육켰고 독립운동에 앞장 선 지식인이었으나 북경에서 의문사했다. 유감스럽게도 김란사(김하란사)는 35년 책의 인명부에는 실려있지 않다.

 

http://edumuseum.sen.go.kr/edumuseum/inde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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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3-13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란사 지금 여기서 처음 알게 되었네. 아 이런 분이 계셨구나

유부만두 2018-03-13 21:54   좋아요 0 | URL
저도요....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죠.

hnine 2018-03-13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까지 ‘하란사‘라는 이름에 익숙해져 있었어요. 이제 ‘김란사‘라고 해야겠군요.

유부만두 2018-03-13 21:55   좋아요 0 | URL
전 아예 처음 만나는 위인이에요. 계속 배우고 읽고 만나고 싶어요.
 

딸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초6이니 빨간머리 앤이나 제인 에어를, 아니면 방탄소년단을 함께 이야기 했을지도 모른다. 마텔사에서 새로 내놓은 인형들 중 프리다 칼로의 인형을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수도 있고, 난 엑소 앨범을 딸 이름으로 주문할 수도 있었다. 내가 좋아했던 책과 이야기를 함께 즐겼을텐데.

 

남편은 막내 핑계로 '마구마구' 와 야구 게임을 한다. 엘지 어린이 야구단에도 아이를 넣어버렸다. (왜요?! 아이가 불쌍하지도 않은가? ) 게임 아이템을 사면서 아이 핑계를 댄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아이와 함께 세 번씩 보고 굿즈는 아이 이름으로 배송이 온다. 액션 히어로들은 왜이리 숫자가 많은가. 쌈박질 하는 콘텐츠를 좋아하는 건 어쩔 수 없이 여자와 남자의 차이일까.

 

 

 

 

 

 

 

 

 

 

 

 

 

 

그러다가....아이가 삼국지를 알아버렸다. 어쩐지 한자학원에 등록시켜 달라고 하더라니. 막내는 각 인물들에 애착을 갖고 세세한 내용을 알아가고 있다. 가령 도원결의 당시 장비는 고작 17살이었는데 그 복숭아 나무가 있는 정원도, 그 집도 다 장비 소유였다. 유비는 왕의 후손이라고 하지만 실은 그 후손이 백명도 넘게 있었다. 막내의 이런 관심이 당혹스럽지만 그 배후에는 남편이 있는 것만 같다. 다행히 고우영의 삼국지는 예전에 팔아버렸다. 어른의 눈에도 지나치게 편중된 성인 오락물로 보였기 때문. 아이는 글을 읽고 이야기를 즐기기 보다는 어쩐지 게임처럼 삼국지를 다루는 것 같다. 삼국지를 알아버리는 건, 아이가 리니지나 오버워치를 시작한 것 만큼 위험하다고 들었는데. 이렇게라도 책을 잡는다면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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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3-13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벌써 막내가 삼국지를!
우리집은 아빠랑 아들은 소닭본듯 하는 사이라 같이 뭘 하는게 없네 ㅜㅜ

유부만두 2018-03-13 08:53   좋아요 0 | URL
우리집은 아빠가 자꾸 자기 어린시절 취미생활을 막내에게 ‘전도‘하는 거 같아요. 큰애는 잘 안됐거든요. 운동도 삼국지나 스타워즈도. 그런데 막내랑은 코드가 맞는지 열심히 잘 놀아요. 요새 막내가 사춘기라 같이 하는 게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은 해요. 돈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야구 시즌이 돌아옵니다)
 

일요일 아침, 식구들은 늦잠을 자는데 나는 괜히 일찍 일어나서 부엌을 서성거렸다. 어젠 만보를 넘게 걸었더니 아직도 발바닥이 아프다. 다리가 짝짝이라 그런가, 운동 부족 탓인가 잠시 생각하다가 읽던 책 '모모푸쿠'를 마저 읽었다. 입에 침이 고인다. 뭐람 이런 파블로프의 개 같은 상황.

 

 

좋은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전통에 집착하기 보다는 재미있게 창의적으로, 때론 또라이 같은 방법으로, 보다 낮은 가격에 많은 양을,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식당을 만드는, 그것도 지쳐 나가떨어지게 열정을 쏟아부은 (어쩌면 우리 나라 백종원 같은 느낌도 드는 조금 더 젊은) 데이비드 챙. 그가 들려준 식당 열기와 음식 메뉴 이야기는 재미있고 맛도 있(어보인)다.

 

'밑줄긋기'

지방에 지방만큼 더 좋은 짝이 없다.

 

연습을 많이 할 수록 운이 좋아지는 거겠죠.

 

너무 숭고한 나머지 손을 대서는 안 되는 요리란 없다고 생각한다.

 

---

 

어제 마신 커피는 체인점이었지만 꽤 맛있었다. 오랜만에 마신 시고 쓰고 단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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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 초등학생일 때도 함께 읽었고, 이번엔 막내 학교 필독서라 다시 읽었다. 예전 책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다시 샀는데 연두색 표지를 기억했지만 노란색 책이다. 밝고 밝은 노란색.

 

의미없는 먹고 먹는 삶을 살다 '생각'을 하게 되는 호랑 애벌레. 길을 떠나서 벌레들의 기둥에 끼어들고 악착같이 기어 오른다. 짓밟고 엉키는 와중에 노란 애벌레의 눈과 만난다. 둘이서 내려와 편안한 자연의 삶을 잠시 즐기다가 호랑 애벌레는 다시 '생각'을 하고 '의미'에 대해 고민한다. 다시 기둥으로 돌아가는 호랑 애벌레. 의미는 다른 곳, 자신에게 있다는 걸 깨닫고 용기를 내서 꼬치를 짓는 노란 애벌레.

 

해피 엔딩, 수천 개의 기둥 들은 허물어지고 짓밟히고 떨어져 죽을 수 있었던 애벌레들은 나비가 된다. 꽃들에게 희망을 줄 '의미'를 품은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마지막 장면.

 

학교에서 이 책을 함께 읽는 아이들은 경쟁의 기둥을 입시경쟁으로 받아들이겠지. 그럼 애벌레가 되기 위해 참고 고립하는 일시적인 죽음, 꼬치 단계는 무어라 이해할까. (제발 고3이라고 말하지 말아줘) 막내의 애창곡 '나는 나비'가 생각난다. 샤우팅 창법으로 연달아 세 번 부르고 목이 쉬어버리는 막내. 나비란다. 그래 나비. 훨훨 날아야지. 노래하고 춤추는 아름다운 나비. 거미줄과 사마귀를 피해서 날아서 꽃을 찾아 세상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 지금은 토요일 늦잠을 즐기며 애벌레처럼 이불로 몸을 싸매고 누워있는 나의 나비.

 

 

https://youtu.be/OLAqv_Zbo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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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회자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 Ugly Delicious를 봤다. 부엌 창가에 스마트 폰을 얹어 켜두고 설겆이를 하면서, 한없는 채썰기를 하면서 봤다. 나도 마음은 세프라....고 하고 싶지만 일주일에 한 번 고기를 2킬로씩 버무리는 건 유학생적 습관 때문이다. 파도 몇 단씩 사서 다듬고 정리하고 생선도 음악 들으면서 비늘을 긁어 한 마리씩 정리한다. 하지만 김치 냉장고는 없다. 내 몸이 그저 유학생 시절의 고생과 궁상, 혹은 음식에 대한 집착을 기억해.

 

주인공, 혹은 엠씨 데이비드 챙 (장)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뉴욕에서 시작한 누들바, 모모푸쿠를 세계 체인으로 성공시킨 유명 세프다. 말도 참 어글리 (아니 F.... word) 하게 걸게 하고 음식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도 많고 (그런데 왜 해삼을 못드시나 몰러....난 어리굴젓을 몬먹지) 음식과 요리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함께 고민하려 한다.

 

정통 음식이란 무언가. 쌈과 타코가 어떻게 다르고, 음식에 담긴 문화, 아니 차별은 어떤지. 타이거 우즈에게 프라이드 치킨을 언급한 그 골퍼는 인종차별주의자임에 분명한데 휴가 나온 군인에게 치킨은 가족 보다 반갑다. 퓨전은 또 다른 F word 라며 기겁하는 요리사에게 정통은 그저 높은 벽 쌓기가 아니라고 했다. 복잡하고 오묘하고 ... 하지만 영상은 유혹적이고 (매회 시작시 자막으로 '모방성 높다'는 경고가 나온다) 입엔 침이 고이다가 급기야 지갑을 들고 길로 뛰어나가 ...결국 타코벨에 갔다는 슬픈 이야기. 너무 짠 타코에 눈물이 나서 집에 와선 아보카도 하나를 썰어 먹었다지요.

 

음식에 대한 신격화는 없지만 예의를 지키려 하고,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그리고 칼로리도. 데이비드 챙의 책을 사서 읽기시작했다. 그의 음식 배우기 여정이 오딧세이 만큼 흥미진진하다 (아, 나는 오딧세이 책이 세 종류로 있는데 아직 안 읽었....) . 모모푸쿠, 라는 가게 이름이 라멘의 창시자에서 따왔고 묘하게 f.... 라는 것, 그리고 그의 열정이 읽는 나도 흥분 시킨다. 음식이야기와 어렵고도 쉬워 보이는 레서피가 많이 실려있다. 오늘 아침은..... 씨리얼. (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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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 가는 놈이나 꼬집는 놈을 조심하라. 가재는 살아서 성질 부리는 놈으로 사야 한다. (생가재 요리)

 

소에게 옥수수가 있다면 한국 아이들에게는 떡이 있다.

 

나는 에이허브 선장이었고, 부리토는 나의 모비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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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3-10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넌 해삼도 어리굴젓도 다 먹는데 없어 못먹을뿐... ugly delicious 처음 들어봤는데 재미있어?

유부만두 2018-03-10 11:17   좋아요 0 | URL
네. 근데 f word 너무 많이 나와서 애 있을 땐 못봐요;;;; 인종 문화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엄청 배고플 땐 보면 위험해요.

psyche 2018-03-10 11:19   좋아요 0 | URL
f word 쯤이야. 난 원래 헤드폰 끼고보거든 ㅎㅎ

유부만두 2018-03-10 11:2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제목도 f.... delicious 대신 ugly 쓴거 같고요. 중간에 스티븐 연도 나와요. 느무 귀엽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