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400. Never Let Me Go (kazuo Ishiguro)
제 1부는 읽기가 매우 힘들었다. 클론 이야기고, 인권 혹은 생명에 대한 이야기인 건 알았는데 이야기 흐름이 너무 느린데다 화자인 Kathy가 영 정이 안 가는 여자 아이였다. 스물 여덟 여자 (아이)가 어린 시절, 열살 혹은 그 이전의 이야기를 띄엄띄엄 하는데, 물론 자신의 기억에 의존한 서술이니 자기중심이고 그 예전의 사소한 일들에 대해서 말하고, 되새기고, 또 후회하고, 어느정도 의미 부여를 하는 과정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성장해서 다니던 해셤 학교를 떠나 Cottage에 머무르는 2부는 흐름이 빨라지는데, 이제야 그들이 보통 사람과는 아주 다른, 그러니까 몸 안에 있는 장기를 떼어내 다른 '인간'에게 주어야하는 운명을 지닌 클론, Donor라는 걸 드러낸다. 그들의 운명이 complete (소설에선 죽는다,는 말 대신 완성된다고 표현한다) 되는 지점까지 하나, 둘, 셋, 어쩌면 네 개까지 장기를 떼어내는 어떤 존재들의 이야기. 하, 이쯤되면 이 기괴하고 잔인한 소설에서 손을 떼야 했는데, 벌써 나는 화자와 그 친구 Ruth, Tommy에 정을 붙여버린 후였다. 이 가여운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 "너희들은 특별해"라며 교육 받고, 착한 아이들로, 때론 시기와 질투, 혹은 혼란을 통과해, 어느 보통 인간들보다 자신들의 근원 (클론의 모델이었을 possible)을 궁금해하며, 진정한 사랑을 추구하는 아이들에 가슴이 찢어진다. 사랑, 이라기 보다 이 아이들은 혼자 남겨지는 것, 혹은 버려지는 것에 두려움이 컸다. 아, 이 아이들은 왜 도망이라도 가지 않을까. 끝까지 너희들은,....달라, 라는 말로 모든 가능성의 문을 닫는 미스 에밀리나 마담도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그렇게 면전에서 잔인하게 다 이야기해야 했나요? 미스 에밀리, 당신은 너무 잔인해요.) 내가 더 슬퍼서 어쩔줄 모르는 이유는, 이 젊은 생명들이 왠지 지금도 이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것만 같아서다.
처음부터 기억, 그리고 느낌과 후회에 집착하는 Kathy의 기록이 진정한 인간이 갖추는 soul의 한 면인 것을 생각하면, 이 아이가 못 가진건 단지 물질성, 인간 기술이 복제하고 떼어내고 complete 시킬 수 있는 껍데기 였던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클론이 인간이 아닌 이유는 자신의 물질성에 주인일 수 없어서 일까. 자신의 기억이 생생하다고, Tommy가 자신을 부르는 환영을 묘사하며 눈물을 흘리는 Kathy, 아, 이 아이는 끝까지 다른 데로 가지 않는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간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문장을 읽고 그 아이를 위해서 울어버렸다. (네, 전 소설을 읽으며 잘 웁니다. 실제 있지도 않은, 사람도 아닌, 상상의 이야기 속의 클론을 위해서 엉엉 우는 사람이 바로 접니다)
복잡하고 불편하고 슬프면서 까다로운 소설인데, 이전에 읽은 이시구로의 "남은 나날들" 과 "녹턴"과는 아주 다르다. 속속들이 다 꺼내어 찬찬히 쌓아가는 소설이라 갑갑하기도 한데, 아 이런 게 진정한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먼저 이 걸작을 읽으신 아롬님의 감상처럼, 다시 한 번, 꼭, 다시 읽어야 한다. 그땐 첫 페이지 부터 Kathy를 보듬으면서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