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미쓰다 신조의 소설.
잘린 머리나 도조 겐야 시리즈를 읽지 않았지만 1950년대 말 일본 대학 도서관 지하의 민속자료 연구실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괴담 나누기는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를, 교수와 문학과 학생을 중심의 ‘추리‘는 기타무라 가오루 시리즈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그 공포와 폭력의 수위는 매우 높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역할을 갖고 있다. 민속학자 도조 겐야는 이야기를 채집해서 (영적 능력이 있는) 여학생 도쇼 아이에게 편지나 전화로 전달한다. 아이는 대학원생이자 작가인 덴큐 마히토에게 구두로 풀어 전한다. 그리고 대화하듯 덴큐는 아이에게 기담의 수수께끼, 혹은 범죄의 배후를 밝혀낸다.

지방 어느 산골의 살인과 요괴의 출현은 지역사람들의 구전(내가 봤슈)과 교수, 아이의 개입을 거쳐 덴큐에 닿고 그의 추리 기록이 다시 미쓰다 신조, 김은모 역자의 손을 지나 독자인 나에 와 닿았다. 그러니 애초의 그 입 찢어진 귀신이나 목없는 혹은, 잘린 목의 악한 기운이나 두꺼비인간 없이 안전하게 읽을 수 있다. 그러니 살해된 피해자들에 대해 연민은 옅어지고 귀신/망자 혹은 살해범들을 향한 궁금증만 커진다.

책 마지막은 미쓰다 신조의 시리즈로 연결된다. 이미 작가의 팬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책이다. 난 범죄 해석이 너무 억지스러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범인을 밝혀낸 다음의 일 처리도 석연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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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전화번호를 교환한다. 그러고는 일어서서나간다. 여자는 젊고 아주 예쁘다. 남자는 중년이며 겉모습이 트렌디하다. 어쩌면 그 남자는 자신이 이 카페에서 젊고 예쁜 여자들을 유혹하는 습관이 있던 사르트르쯤 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 P47

글쓰기는 허구라는 조건만 충족시키면 <용납될 수>있는가? 여기에서처럼 후회의 부인을 통해 범죄를 정당화함으로써 글쓰기가 범죄를 더 악화하지 않는가?
다비드 본의 그 글귀를 본 이상, 선택해야 한다. 글쓰기는 윤리 밖에 위치한다. 혹은 글쓰기는 계속 윤리의 영역에 속한다. - P90

(일식)
검은색 원반이 태양 앞을 미끄러지듯 지나 서서히 줄어드는 모습을 계속 지켜봤다. 1시 40분, 달이 태양 앞을 완전히 지나갔다. 서러운 느낌, 어린 시절 영화나 바닷가에서의 하루가 끝나 버리면 찾아들던 바로 그 감정. 내게 원심력으로 작용하는 공허감.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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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중순부터 알라딘(+북플) 접속이 안된다. 사이트 오류인가 했더니 우리집 인터넷이 문제. 컴이나 집 5G로는 접속이 안되고 LTE상태 폰으로만 접속이 가능하다. 동네 카페나 도서관 wifi로는 연결된다. 검색을 해봐도 해결이 불가능해서 요즘은 LTE로 잠깐씩만 들어간다. 그 덕에 알라딘 대신 책을 더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책이 글쎄 내 인생 독서목록에 있을 것 같지 않던 수호지라는 게 문제. 하하하.

시작은 고려 거란 전쟁인데, 장안의 화제라고 해서 남편과 조금씩 보다가 완주를 하고(있는 중이고) 몇년 전 다큐랑 역사 프로그램 챙겨보고 중국 송 나라 요 나라 역사 챙겨 읽다가 (고우영 십팔사략 후반부권은 초반부보단 읽을만 했다. 요약 정리용으로 괜찮음) 급기야 .... 여기까지 와버렸다. 양산박 호걸(은 무슨... 힘쎈 양아치 덩치들) 이야기인데 무슨 돌림 노래처럼 사람 죽이고 화내고 여성 혐오하고 자기들끼리 신났음. 이놈들의 결말을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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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2-04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우영 십팔사락이 제일 눈길을 끕니다 ㅋㅋㅋㅋㅋ
수호지는 3권까지 읽으신거에요? 저는 4권까지 읽고 접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응원합니다!!

유부만두 2024-02-04 20:40   좋아요 1 | URL
지금 수호지 5권입니다. 깡패들 계속 나오고 죽이고 아휴 지겨…

십팔사략 앞부분 고대사는 고우영 특유의 즈질 농담과 야사 취향이 돋보이고요 후반부는 좀 나아요.

유부만두 2024-02-04 20:51   좋아요 1 | URL
지난주에 읽은 중국 웹소설은 아주 재미있었…. 진정한 길티 프레져 였어요.

단발머리 2024-02-04 20:4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길티 플레저 환영합니다🙃🙃

psyche 2024-02-08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르미안의 네 딸들, 반가워라!
 

밑줄은 다른 분들 이야기를 사진 짝어두었는데 가장 관심있게 읽은 부분은 조리사와 세신사 분들 이야기다. 오랜 세월 동안 반복된 노동과 책임감, 그리고 함께하는 이들의 연대가 얼마나 귀한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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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 바로 잡고 싶은 일이야 수도 없이 많지만 그래도 이 책들을 읽은 시간은 다시 하고 싶다. 지난해의 다시 읽고 싶은 열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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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4-01-05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은 책이 두 권 밖에 없다니...사실 제목도 처음 들은 책들도 막 있어. ㅜㅜ
믿고 읽는 유부만두의 추천 도서. 찜! 해두어야지

유부만두 2024-01-05 16:22   좋아요 0 | URL
흑뢰성 언니 스타일인데! 읽으셨던 거 같기도 하고요.

psyche 2024-01-07 07:44   좋아요 0 | URL
그러게 내 스타일인데 안 읽은 거 같아. 봤는데 기억 못 하려나?

유부만두 2024-01-07 09:09   좋아요 0 | URL
언니 감상이 궁금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