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400. 양들의 역사 (김경욱)
간혹 인삿말 이외에 신상을 묻는 택시 기사분들도 만나는데 한 번은 아이에게 집이 여기 몇동이냐, 학교는 어디냐, 아빠 직업이 뭐냐, 등등을 물어서 뜨악한 적이 있다. 라디오 뉴스에 따라 분을 못참고 화를 내는 기사 아저씨의 욕설을 다 들어야한 적도 있다. 물론 그런 힘든 경험이 반이 넘지는 않는다. 택시를 탈 때면 나는 조용하고 시사는 잘 몰라요, 를 연기한다. 그래야 될수록 조용한 승차시간을 가질 수 있다. 소설 속 화자의 연극을 나는 충분히 이해했고 기사의 인생사를 듣는 거북함과 긴장감을 느꼈다. 그럼 기사 아저씨의 이야기는 진짜 역사일까. 그가 경험한 생사의 자리는, 누군가의 삶을 대신 떠밀고 빠져나온 걸까. 그가 연극을 했더라도 양의 연극, 그저 무리 속에서 조용히 풀 뜯고 모는 방향대로 따라가는 역할은 너무나 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