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의 책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존 코널리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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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표지와 묵직한 제목, 게다가 책에 관한 필이 충만한 시기가 맞아떨어져서 구입했다. 하지만, 그다지 새로울 거는 없다. 잔혹동화와 성장소설, 그리고 2차세계대전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나니아 연대기'의 에코가 처음부터 끝까지 울려댄다. 하나더, 좀더 소프트한 버전이라고 여겨지는 Whangdoodle 은 몇몇 캐릭터까지 아주 흡사하다. 
http://www.yes24.com/Goods/FTGoodsView.aspx?goodsNo=456385&CategoryNumber=002

하긴, 동화의 이면을 열어보는 일은 흔하디 흔한 일이고, 우리가 덮어 놓은 Happily Everafter는 무책임한 어른들의 거짓말일 것이다. 매섭게 추운 하루, 따뜻한 햇살이 들어 오는 마루에서 따뜻한 생강차와 함께하는 몇시간이라면 족할 책이다. 별책으로 붙어있는 빨간표지의 <동화의 진실?>은 좀더 알차게 꾸며졌다면 좋았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 두권이 (파란책과 빨간책) 중간쯤 읽다보니 떨어지는걸 알았다. 분리되는 것이었다면 우악스런 접착제 대신 겉표지를 폴더식으로 했으면 나았을걸.

또, 번역탓인지 상징의 무거움 탓인지 51쪽 "농아들을 위한 점자책"이란 부분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점자책들은 다행히 다른책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전혀 들을수없었다." 게다가 조나단 툴베이가 주인공의 새엄마 로즈의 삼촌이라고 나오더니 뒷부분에선 증조할아버지로 설명된다. 이건 확실히 번역의 문제리라.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일곱난장이의 부분이다. 이건 어느정도 작가의 생기발랄랄라함이 보였다. 다른 부분은 이미 여러 문학작품에서, 드라마에서, 또 디즈니 만화에서 여러 버전으로 보았기에 그리 싱그럽지 않았고. 사실, 너무 시.시.하.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몇몇 단계들이 너무 투박하게 등장하고, 엉성하게 소개되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전투장면의 설명은 생생했고, 다시 한 번, 백설공주는 압권이었다. 이 것만 따로 별전으로 다시 썼으면 대박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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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식사 - 위화 산문집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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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에 만나기 힘든 책이다. 무게로만 따지면 그렇다. 요즘 너나 없이 희고 무거운 종이만으로 책을 만드는데 이 책은 정겨운 누르스름한 색에 약간 거친 재질의 종이로 만들어졌다. 그덕에 300여쪽의 책 (아담사이즈 이기도 하고)은 가뿐하게 가방안에 들어갔다.

내용은 절대 가볍지만은 않았다. 첫 장의 아버지로서의 감화에 대한 이야기는 소박하기도 하고 공감도 많이 가는 부분이지만 그 것이 이 책이 말하는 대부분이 아니다. 많은 부분은 제목을 따온 Soul Food, 특히 흑인의 노예 역사와 무참히 죽어간 미국 원주민 인디안 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왠지 꼽게 보이는 것도 있다. 바로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티벳 독립 운동이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일언반구없다. 

마지막 부분의 <그리고 나의 책들>은 저자의 대표작들의 각 언어판 서문의 모음집이다. 각 언어로 출간될 때마다 독자에 맞게 따로 쓴 서문들은 작가의 또 다른 배려가 보인다. 

부모님 두 분 다 의사이시고, 자신도 5년간 치과 의사로 일하다가 작가가 된 내력은, 얼핏 보면 굉장한 부르조아이지만, 의사라는 것이 당시 그다지 존경을 받는 고임금 직업이 아니고 남의 입안을 들여다 보는 "이빨가게"에서 일한 경험은 처음 생각한 것보다 훨씬 소박한 모습의 작가를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그의 용감하고 정의로운 두 눈이 왜 한국의 80년대 정치상황, 더 일찌기 미대륙 침략의 역사, 또한 유럽의 아프리카 식민지화를 보면서, 중국의 폭력은 - 그 끔찍한 민족주의!- 언급하지 않는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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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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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동안 미뤘던 책. 후속편까지 사 놓고도 열지 않았던 책이 내 앞에 펼쳐졌을 때, 첫 장면이 눈 먼 사람 이야기라서 당황스러웠다. (제목을 안 읽은거야?) 갑자기 눈이 멀어 버리는 사람들. 모두가 눈이 멀어 버리고 단 한 사람만이, 차라리 눈을 감아 버리고 싶게 만드는 상황을 보고 있다. 그리고 독자인 나도 그들과 동행했다. 이야기는 눈 뜬 것이 더이상 축복이 될 수 없는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다가 백색 암흑(!)을 거둬낸다. 하지만 조심스럽다. 눈을 깜박거릴 때마다 내 두 눈이 아직도 밖의 세상과 나를 연결시켜 줄 것인지, 의심스럽다. 과연 내가 보는 것은 보는 것인지. 보는 것이 또, 보이는 것이, 보여지는 것이 나를 그나마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시인들은 침묵의 두려움을 노래했고 화가들은 눈이 머는 것을 작품안에 그려 넣었다. 그리고 저자는 보는 것과 말하는 것을 같이 놓고 문명을 잃어가는 인간을 만들어 버렸다. 밤중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이미 눈이 멀어버려 자신의 글도 볼 수 없게된 작가의 옛책을 듣는 사람들. 눈이 먼 호머의 구술 일리아드,오딧세이를 들었을 고대 그리스 사람들의 또 다른 버전이다. 

끝까지, 저자는 등장 인물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그저 그들은 눈먼 안과 의사, 그의 부인, 또는 이제는 던져버린 검은 안경을 썼던 여자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년동안 묵혔던 책을 늦게나마 열고, 숨가쁜 책의 흐름을 못 따라 가서 세 번 책을 쉬고 집안을 돌아 다녀야 했던 여자다. 이 여자는 문장 부호나 따옴표가 없는 글을 읽다가 눈을 들어 집안을 둘러보고, 그 때 마다 아, 내 눈은 멀지 않았구나 확인한다. 책을 읽는 순간, 활자를 들여다 보는 순간에는 그 안의 백색어둠이 너무도 그 여자를 사로잡아 자기가 눈이 멀지 않았을까 의심하게 된다. 살짝 살짝 나오는 제 3의 화자는 눈을 뜬 의사부인과 함께 "우리"에게 그 의심을 불어 넣기 때문이다. 

이제 결정해야 하는 두 가지 : 영화판 "눈먼자들의 도시"를 볼 것인가? 후속판 "눈뜬자들의 도시"를 읽을 것인가? 
 

332쪽 - "딱딱한 빵 한 조각의 냄새는, 숭고한 표현을 사용하자면, 삶 자체의 본질과 다름없었다고 할 수 있다." 수용소에서 나와 여섯명의 맹인 앞에 한 명의 보는 자가 어렵게 구한 빵을 꺼내면서.

 

388쪽 - "우리 내부에는 이름이 없는 뭔가가 있어요, 그 뭔가가 바로 우리예요." 눈먼 의사가 눈을 뜨게 된다면 사람들의 눈 속에 있을 영혼을 들여다 보고 싶다고 하자, 눈 먼 여자가 하는 말. 내부에 있는 그 사람 자체가 이미, 눈이 먼 세상에서 밖으로 다 드러나 있다는 것일까.
395쪽 - "말이란 속이는 것이니까. 과장하는 것이니까. 우리는 갑자기 튀어나온 말 [...] 때문에 흥분한다. 그말이 저항할 수 없는 힘으로 살갗을 뚫고, 눈을 뚫고 겉으로 튀어나와 우리 감정의 평정을 흩뜨려놓는 것을 보며 흥분한다." 빗속에서 두 눈먼 여자와 한 눈 뜬 여자가 서로의 아름다움 혹은 추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413~414쪽 - "나는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요. [...] 자기 자신을 잃지 마시오. 자기 자신이 사라지도록 내버려두지 마시오." 눈먼 작가가 손으로 더듬어가며 쓰고 있던 기록을 보여주며 하는말.

 

428쪽 - 아래층 늙은 여자를 묻는 장면, 아이러니하게 "부활"을 이야기하는데, 내 눈앞의 장면은 고야의 그림이 떠오른다. 사실, 이 책에서는 고야 그림이 나오지 않는데.

 
 

449쪽 - 시간은 모든 패를 쥐고 있는 도박판의 타짜다. 눈을 멀어 이미 시간도 잃어버린 사람들은 언제 무엇을 해야하는지 손을 놓고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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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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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한 경제 사정은 신문의 문학 코너에도 그 그림자를 던졌다. 경제불황을 배경으로 하는 일련의 작품중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가 <분노의 포도> 옆에 올려져 있었다. <모방범>의 으스스함과 약간의 허무함, 하지만 추리소설에는 넘치는 예리한 묘사에 끌려 이 책을 시작했다. 끝을 봐야지만 덮을 수 있는 미야베 미유키를 깜빡 했었다. 5시간 내리 읽느라 다시 설겆이랑 빨래를 쌓아 두어야 했다. 
 
그저 삐뚤어진 심사로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아니다. 이 여자도 살아 남으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가죽을 벗겼던 것이다. 하지만, 아뿔싸, 잘못 짚었던 거다. 드라마 <서울의 달> 주인공 어설픈 제비 춘식(?)이 꽃뱀에게 물리는 것처럼. 

그 주위에는 그 처절함을 이해 못해 경멸하는 첫 남편도 있었고, 강한 자존심으로 구세주를 자처하고 싶어하던 애인도 있었다. 그런데, 이 범인을 뭐라고 해야하나. 어떻게 불러야 하나.  묻지마 살인이 여기 저기서 터지고 자살이 너무 많아 뉴스로도 시들한 요즈음. 그래도 강한 척 살아가는 나는 그 여자를 뭐라고 부를까. 

가슴이 저려온다. 이 휴유증을 극복하려면 적어도 석 달 동안 미야베 미유키를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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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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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황석영이 인터넷 소설을 쓴다고 해서 좀 의아해 했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이 자전적 성장 소설이 은근히 읽고 싶었다. 황석영은 내가 많이 읽은 작가도 아니고 그의 튀는 사회적 행동들이나 노벨문학상을 위시한 가십덕에 내 위시리스트에도 올라 있지 않았는데, 전작 <바리데기> 덕에 그를 다시 보게 됐다.
 

<바리데기>는 읽다보면 가슴이 묵직해 지는 소설이다. 노랫말 같기도 하다가 어쩜 한 판 굿판 같던 그 소설 덕에 황석영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 고등 시절 자살을 꿈꿔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남편은 없단다. --;) 한계점까지 내 자신을 내몰고 내던지면서 커가는 주인공과 그 일당들 이야기. 하지만 결코 버리지 않는 "무엇"을 꼭 가슴에 안고 있는 주인공. 어쩜 나도 길에서 그들을 마주쳤다면 슬금슬금 멀리 비켜 서 버릴 기성세대 샌님족속이겠지만, 책 읽는 내내 준이의 답답함과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오해한다"....맞다. 나도 내 본 모습을 모르겠던 시절 (지금도 잘 모른다. 거울 안의 아줌마는 정말 나 아니다.) 다른사람들, 부모라고 선생님이라고해서 다를순 없었다. 

따옴표 안쓰고 술술 넘어가는 작가의 글솜씨에 탄복했다. 쉽게 읽힐 내용이나 수월하게 내갈긴 글도 아닌데 가깝다. 아주 가깝게 내 가슴을 치고 다가왔다. 진짜 샌님 남편이 꼭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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