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관련 책을 읽다가 사찰음식도 접하고 비건 요리책도 만났다. 비건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피할 뿐 아니라 동물로 부터 얻어지는 물건들, 가죽, 모피, 동물실험 화장품 등도 사용하지 않는 생활 원칙을 가진다, 고 한다. 나는 비건도 못되고 절에 살지도 않는 그저 밥이랑 떡을 좋아하는 사람. 고기도 즐겼더랬는데 어찌 어찌 하다 다섯 달째 채식을 하고 있다. 할 만 합니다. 사람일 모르는 겁니다. 장담은 금물.
양재동에서 1회 비건페스트를 한다기에 남편과 함께 갔다. 거위털 파카를 입고 '비건' 행사장에 가자니 민망하고요. 이미 유명한 비건 레스토랑과 빵집 대신 작은 빵집들 부스가 많았다. 유명한 '콩고기' 코너는 기름과 양념 냄새가 진동했고 샘플을 권하는 부스도 많았다. 젓갈을 넣지 않은 석박지랑 버터/계란 없이 만든 간식과 마요네즈를 사고 부추전이랑 떡볶이를 맛본다음 나왔다. 행사는 크지 않고 어수선 했다. 채식 요리사의 강연 겸 시연이 진행되는데 개인 채식사가 길게 늘어졌다. 그 옆엔 동물 보호단체 부스도 있고 반려 동물 용품도 눈에 띄었는데 어쩐지 통일성이랄까, 구심점이 보이지 않았다. 채식은 어디에서 시작하는 건가. 그 한쪽 끝에는 동물 사랑이 닿아있다는 건 확실하다.
선재 스님의 책을 두 권 읽었다. 엣세이 중간 중간에 간단한 요리법이 실려 있다. 준비 과정이 길고 복잡하지 않아서 따라해 봄직하다. 선재 스님의 인생사와 요리 철학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모든 가공식품=암, 이라며 거듭 반복 주장하는 문장들은 불편하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음식이 병을 키우기도 하겠지만 암이라는 중병의 원인을 환자 자신 책임으로 단정 짓고 다그치는 기분이 든다. 먹거리만 관리하면 되는게 아닌데. 채식의 다른 쪽엔 자연치유가 보인다. 자연인, 병원 거부, 자가 치유, 그러다 예방접종 거부까지. 채식으로 암을 고쳤다는 사람들은 많은 경우 의사의 처방, 약 복용과 정기 검진을 거부하고 산으로 들어가 풀을 먹고 버섯을 캔다. 너무 극단적인데 그런건. 내 미식 취미와 독서의 방향이 어디로 뻗어갈까.
나는 통밀빵과 채소 과일을 많이 먹고 있다. 기름과 설탕을 피하려 하지만 (쉽지 않고) 현미밥에 된장과 두부도 많이 먹는다. 몸은 꽤 가벼워졌고 장 보는 비용도 줄었다. 대신 부엌에서 신경 쓰며 음식 하는 시간이 늘었다. 그래서 서재에 소홀해 졌다고 변명을 ...